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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5)
2019년 07월 06일 14시 35분  조회:753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5)
 
 
두번째 노래(11)
 
(11) "오, 은빛 화구(火口)를 가진 동물아, 내 눈은 공중에서 성당들이 궁륭과 동무하는 너를 알아보고, 그렇게 매달려 있는 이유를 찾고 있다. 네 희미한 빛이 전능한 자를 예배하러 오는 그들 떼거리를 밤새 밝게 비추고, 네가 참회자들에게 제단에 이르는 길을 보여준다고들 말한다. 네가 참회자들에게 제단에 이르는 길을 보여준다고들 말한다. 어련하실까, 아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네가 아무런 빚도 지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런 봉사를 할 필요가 있는가? 대성당의 열주를 암흑 속에 그대로 묻어두려니와, 마귀가 올라타고 회오리치며 허공으로 실려가는 그 태풍의 숨결이 그와 함께 이 성소에 침입하여 공포를 퍼뜨릴 때, 너는 악의 군주가 내뿜는 그 독기 서린 돌풍에 대항하여 용감하게 싸우려 들지 말고, 그 뜨거운 입김에 갑자기 꺼져, 마귀가 제 모습을 보이지 않고, 무릎 끓은 신자들 사이에서 희생물들을 선택할 수 있게 하라. 네가 그렇게 한다면, 내 모든 행복을 너에게 빚지게 될 것이라고 말해도 된다. 네가 어렴풋하지만 충분한 빛을 펼치면서 이렇게 다시 빛날 때, 나는 감히 네 성질이 사주하는 바에 나를 밑기지 못한 채 성스러운 회랑 아래 머물러, 반쯤 열린 현관문으로, 내 복수를 피해 주님의 품에 안긴 자들을 바라본다. 오, 시적인 램프야! 네가 나를 이해할 수만 있다면 내 여자친구가 될 너, 밤 시간에 내 발이 교회의 현무암을 밟을 때, 왜 너는 솔직히 말해서 내가 보기에 괴상한 모양새로 빛나기 시작하는 것인가? 너의 반사광은 그때 전광(電光)의 하얀 색조를 띠어 눈으로 너를 바로 볼 수 없거니와, 너는 마치 성스러운 분노에 사로잡히기나 한 듯이, 새롭고 강한 불꽃으로 창조주의 개집을 가장 하찮은 구석까지 비추고 있다. 그리고 내가 신을 모독하고 나서 풀려날 때는 겸손하고 창백해진다. 잠시 네 말을 들어보자, 네가 밤새워 지키는 자리에 내가 나타나기라도 하면 나의 위험한 출현을 서둘러 밝히고, 예배자들의 주위를 인간들의 적이 나타난 쪽으로 돌리게 하는 것은 네가 내 마음의 곡절을 익히 알기 때문인가? 나는 이 의견에 기울어진다. 나 역시 너를 이제 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성스러운 회교 사원들을 매우 잘 지키는 늙은 무녀여, 나는 네가 누구인지 안다. 용의주도한 불침번이여, 너는 무모한 사명을 띠었구나. 네게 경고하노니, 네가 네 인광의 불빛을 증폭하여 나를 내 동류들의 조심성에 표적이 되게 할라치면, 어느 물리책에서도 언급되지 않은 이 광학적 현상을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판이니, 나는 그 즉시 백선에 걸린 네 목덜미의 욕창에 발톱을 박고, 네 가슴팍의 거죽을 찍어올려, 너를 센강에 던질 것이다. 내가 너한테 아무 것도 하지 않는데, 네가 고의적으로 내게 해롭게 행동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아, 네가 흡족할 때까지 빛나기를 내 허락할 것이다, 자아, 그 꺼질 줄 모르는 비웃음으로 나를 조롱해보아라. 자아, 네 죄 많은 기름의 무력함을 깨달으며, 마음 아프게 그것으로 오줌이나 싸라." 이렇게 말하고 나서, 말도로르는 사원에서 나가지 않고, 그 성소의 등불에 두 눈을 고정시키고 있다--- 계제 나쁘게 그 자리를 지키며 최고도로 자신을 자극하는 이 등불의 태도에서, 그는 일종의 도전을 본다고 생각한다. 어떤 혼이 그 등불 속에 틀어박혀 있으면서도 이 정정당당한 공격에 성실하게 대답하지 않는다면 비겁한 일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는 신경질적인 두 팔로 허공을 치는데, 등불이 인간으로 변신하기를 바라는 것이리라. 등불에게 시련의 십오 분이 흘러가게 할 것이다. 그는 약속한다. 그러나 등불이 인간으로 변하는 능력, 그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한심한 불탑 앞뜰에서 평평하면서도 날이 서 있는 조약돌을 찾는다. 그는 조약돌을 공중으로 힘차게 던진다--- 풀이 낫에 잘리듯, 사슬 한가운데가 잘려, 그 예배의 도구가 바닥에 기름을 쏟으며 땅에 떨어진다. 그는 등불을 집어들고 밖으로 옮기려는데, 등불이 저항하면서 커진다. 등불 허리에 날개가 돋치는 듯하더니, 윗부분이 천사의 상반신으로 둔갑한다. 그 전체가 공중으로 솟아올라 도약을 하려 하지만, 그가 완강한 손으로 다시 붙잡는다. 동일체를 이루고 있는 등불과 천사, 이야말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등불의 모습을 분간하고, 천사의 모습을 분간하지만, 그의 정신에서는 그 둘을 분할할 수 없다. 실제로 현실에서 그것들은 서로 들러붙어 있으면서도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몸뚱이 하나를 형성하고 있지만, 그는 어떤 구름이 제 눈을 가려서, 그 시력의 탁월함을 약간 손상시킨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지만 그는 용감하게 전투 준비를 한다. 상대가 두려움을 모르기 때문이다. 순진한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믿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바로는, 성스러운 문이 애통해하는 돌쩌귀를 타고 회전하여 저절로 닫히는 바람에, 그 우여곡절로 침해를 받은 성소의 경내에서 전개된 이 불경건한 싸움을 아무도 구경할 수 없었다. 망토를 입은 남자가 보이지 않는 검에 여기저기 잔인한 상처를 입고 있는 가운데 자기 입을 천사의 얼굴 가까이 가져가려고 애쓴다. 그는 그 생각밖에 없어서, 오직 그 목적을 향해 제 모든 노력을 쏟는다. 천사는 힘을 잃고, 제 운명을 예감하는 것 같다. 그는 이제 약하게만 싸울 뿐이며, 그의 적수가 그럴 생각만 있다면 제 마음대로 그에게 입을 맞출 수 있는 순간이 온 것 같다. 옳다구나, 때가 왔다. 그는 제 근육으로 천사의 목을 졸라, 그가 이제 더는 숨을 쉴 수 없게 되자. 제 혐오스러운 가슴에 천사를 끌어다 붙이고 그 얼굴을 뒤로 밀어젖힌다. 그는 자신이 기꺼이 친구로 삼았을지도 모를 이 천상의 존재를 기다리는 운명에 한순간 마음이 흔들린다. 그러나 그는 천사가 주의 사자라는 생각을 하니, 노여움을 억제할 수 없다. 이제 끝났다. 바야흐로 어떤 무서운 것이 시간의 우리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그는 몸을 기울여 침에 젖은 혀를 내밀어 애원하는 시선을 던지는 이 천사의 빰에 가져다 댄다. 그리고 얼마 동안 제 혀로 그 빰을 핥는다 오! --- 보라! 어서 보라!--- 희고 장밋빛인 뺨이 석탄처럼 검어진다! 뺨은 부패한 장기를 발산한다. 괴저다. 의심할 여지가 없다. 침식성 악질이 온 얼굴에 퍼지고, 거기서부터 아랫도리로 그 기세가 맹렬하게 작동한다. 이윽고, 손톱이 거대하고 불결한 상처에 지나지 않는다. 제풀에 두려움에 사로잡혀(그는 제 혀가 그렇게 격렬한 독을 지녔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등불을 주어들고 교회 밖으로 달아난다. 일단 밖에 나오자, 그는 공중에서거무스름한 형체 하나가 그을린 날개를 달고, 하늘 영역을 향해 방향을 잡아 어렵사리 날아오르는 것을 본다. 그들 두 존재가 서로 바라보는 동안 천사는 선의 정일한 높이를 향해 오르고, 그는, 말도로르는 반대로, 악의 현기증나는 심연을 향해 내려가고--- 그게 어떤 시선인가! 육십 세기 전부터 인류가 생각해온 모든 것이, 그리고 그뒤에 이어질 수많은 세기 동안 여전히 인류가 생각하고 있을 모든 것이 어렵잖게 거기에 포함될 수 있을 터이니, 그만큼 많은 것들을 그들은 서로 말하였으리라. 이 지고한 작별을 통해! 그러나 그것이 인간의 지성에서 솟아나은 사상보다 더 고양된 사상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는데, 우선은 두 사람의 인물 때문이고, 다음은 상황 때문이다. 이 시선은 그들을 영원한 우정으로 묶었다. 그는 창조주가 그렇게도 고상한 영혼을 지닌 선교사들을 거느릴 수 있다는 것에 놀란다. 한순간, 그는 자신이 속았다고 생각하고, 이제까지 해온 것처럼, 악의 길을 따라야만 햇을지 자문한다. 혼란은 지나갔다. 그는 자신으 결심을 끝까지 밀고 나간다. 그의 생각을 따르자면, 조만간 위대한 전체를 무너뜨리고, 그를 대신하여 전 우주와 저렇듯 아름다운 천사 군단을 다스리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천사는 자신이 하늘로 올라가면서 차츰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임을 말하지 않고도 그에게 이해시키고 눈물을 한 방울 떨어뜨려, 자신에게 괴저를 안겨준 자의 이마를 차갑게 식힌다. 그러고는 독수리처럼 구름 한가운데로 올라가며 점점 사라진다. 장본인은 앞서 일어난 사태의 원인인 등불을 바라본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길을 가로질러 달려가 센강으로 방향을 틀고는, 난간 너머로 그 등불을 던진다. 등불은 얼마 동안 맴돌다가 마침내 흙탕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이날 이후 저녁마다 어둠이 떨어지기기만 하면, 나폴레옹 다리1)께, 강의 수면에, 빛나는 등불 하나가 손잡이 대신 천사의 귀여운 두 날개를 달고 솟아올라 우아하게 떠 있는 것이 보인다. 등불은 천천히 물 위를 미끄러져 가르 다리와 소스테를리츠 다리의 아치들을 지나, 알마 다리까지 센강 위로 그 조용한 항진을 계속한다. 일단 이 자리에 이르면, 등불은 강의 흐름을 다시 쉽게 거슬러올라가서 네 시간 후에는 그 출발점으로 되돌아간다. 이렇게 밤새도록 계속한다. 전광처럼 하얀 그 불빛이 강의 양안에 즐비한 가스등 화구들을 지우는데, 그 양안 사이로 들불은 침투할 수 없는 고독한 여왕처럼, 꺼지지 않는 미소를 띠고, 그 기름이 마음 아프게 쏟아지는 일도 없이, 나아간다. 처음에는 배들이 등불을 쫓아가 붙잡으려 했으나, 등불은 이 헛된 노력을 좌절시키고, 모든 추격을 피하여, 요염한 여자처럼 물속으로 잠겼다가, 더 멀리, 긴 거리를 두고 다시 나타나곤 했다. 이제, 미신적인 선원들은 그것을 보면 반대 방향으로 노를 저으며 노래를 삼킨다. 그대가 밤에 어느 다리를 지나게 되면, 자못 유의하라. 그대는 여기서나 저기서 등불이 빛나는 것을 보리라고 굳게 믿겠지만, 그것이 어느 사람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양심에 무언가 거리낄 것이 있는 인간 존재가 다리 위를 지날 때면, 등불이 갑자기 제 빛을 꺼버리기에, 행인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강의 수면과 개흙을 절망적인 시선으로 훒어본다. 그는 그 사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그는 천상의 빛을 보았다고 믿고 싶겠으나, 그는 제가 본 빛이 배의 이물이나 가스등 화구의 반사광에서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옳다 --- 그는 이 사라짐의 원인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는 서글픔 반성을 하며, 자신의 처소에 닿으려고 발길을 서두른다. 이때 은빛 화구를 지닌 등불이 수면에 다시 나타나, 우아하고도 변덕스러운 아라베스크를 그리며 제 항행을 계속한다.
 
1) 나폴레옹 다리는 1852년에 세워져, 1870년에 나시오날 다리로 이름이 바뀌었다. 뒤에 나오는 가르 다리는 현재의 베르시 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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