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8)
2019년 07월 06일 14시 43분  조회:812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28)
 
 
두번째 노래(14)
 
(14) 센강이 인간의 육체 하나를 끌고 간다. 이런 경우, 강은 품새가 장중하다. 부풀어오른 시체는 물 위에 떠 있다가 어느 다리의 아치 아래로 사라지지만, 더 먼 데서 다시 나타나, 풍차 바퀴처럼 천천히 혼자 돌기고 하고, 간간이 물에 잠기기도 한다. 어느 뱃사공이 지나가다가 그것을 삿대질로 끌어당겨 뭍으로 데려온다. 시체를 시체공시장으로 옮기기 전에, 그를 되살려보려고 강둑에 잠시 놓아둔다. 군중이 시체 주위에 촘촘히 몰려든다. 뒤에 있는 탓에 볼 수 없는 사람들은 있는 힘을 다하여 앞에 있는 사람들을 떠민다. 저마다 생각한다. "나는 물에 빠져 죽을 사람이 아니야." 자살한 젊은이를 가여워하고, 감탄하지만, 그를 따라하지는 않는다. 그러건 말건 그 젊은이는, 지상에서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판단하고, 더욱더 높은 것을 갈망하여, 자살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얼굴은 품위가 있고, 입고 있는 옷은 화려하다. 열일곱 살이나 됐을까? 젊은 나이에 죽다니! 마비된 군중은 줄곧 움직일 줄 모르는 시선을 그에게서 거두지 않고---- 밤이 된다. 저마다 말없이 물러난다. 어느 누구도 감히 익사자를 뒤집어 그 몸에 가득찬 물을 토해내게 하지 않는다. 마음 약한 인간으로 치부되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며, 제 셔츠 깃에 들어박혀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터무니없는 티롤 무곡을 날타롭게 휘파람 불며 사라지고, 또 어떤 사람은 손가락으로 캐스터네츠처럼 소리를 내기도 하고---- 어두운 생각에 시달리는 말도로르는 말을 타고 이 장소 근처를 번개와 같은 속도로 지나간다. 물에 빠진 사람이 그의 눈에 띄었다. 이제 됐다. 곧바로 그는 준마를 멈추고, 등자에서 내렸다. 그는 싫은 기색이 없이 그 젊은이를 들어올려 물을 하 많이 쏟아내게 했다. 이 움직이지 않는 몸뚱이가 자기 손끝 아래서 소생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그는 양양한 감명을 받아 제 심장이 뛰는 것을 느끼며, 용기를 두 배로 북돋았다. 허수고다! 헛수고라고 나는 말했는데, 그것은 사실이다. 시체는 내내 생기를 잃고, 이쪽저쪽으로 몸이 뒤집히는 대로 가만히 있다. 그는 관자놀이를 문지르고, 여기저기 수족을 주무른다.그리고 한 시간 동안, 이 알지 못하는 사람의 입술에 제 입술을 붙이고, 입속에 숨을 불어넣는다. 가슴에 대고 있던 손바닥 아래로 마침내 가벼운 고동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익사자가 살아났다! 이 무상의 순간, 여러 개의 주름이 그 말 탄 자의 이마에서 사라지며 십 년은 더 젊어지게 한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러나, 슬프다! 주름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어쩌면 내일, 어쩌면 그가 센 강변에서 멀어지자마자, 그동안, 물에 빠진 사람은 흐릿한 눈을 뜨고 힘없는 미소로 제 은인에게 감사한다. 그러나, 그는 아직 무기력하고, 아무런 몸놀림도 할 수 없다. 누군가의 생명을 구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리고 이런 행위는 얼마나 많은 과오를 속죄하는가! 그때까지 젊은이를 죽음에서 끌어내느라고 전념하던 그 구릿빛 입술의 남자가 이제 더욱 자세히 그를 바라보니, 그 모습이 자신에게 생소하지 않은 것 같다. 질식했던 금발머리 청년과 올제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그는 혼자 생각한다. 그대는 보는가, 그들이 얼마나 마음을 활짝 열고 서로 끌어안는지! 아무렴 어떠냐! 벽옥 눈동자의 남자는 엄격한 배역을 맡은 자의 모습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아무말 없이, 그는 제 친구를 안아 말 엉덩이에 태우고, 준마는 내달려 멀어진다. 오, 자신이 그리도 이성적이고 그리도 강하다고 믿는 그대 올제여, 그대는 바로 자신의 사례를 통해, 절망의 발작 속에서, 그대가 자랑하는 냉정함을 간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지 않았는가. 나는 그대가 이 같은 슬픔을 더는 나에게 불러오지 않기를 바라며, 내 쪽에서는 결코 자살을 기도하지 않겠노라고 그대에게 약속하였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61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결과가 없습니다.
‹처음  이전 1 2 3 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