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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2)
2019년 07월 12일 20시 21분  조회:874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2)
 
 
 
 
 
세번째 노래(2)
 
 
 
(2) 여기 미친 여자가 춤추고 지나가면서, 막연히 무언가를 떠올리고 있다. 아이들이 티티새라도 쫓듯이 돌을 던지며 그녀를 쫓아간다. 그녀는 몽둥이를 휘두르며 그들을 쫒는 시늉을 하다가 다시 길을 간다. 그녀는 길을 가다 구두 한 짝이 벗겨졌으나 알아채지 못한다. 거미의 긴 다리가 그녀의 목덜미를 돌아다니지만, 그것은 그녀의 머리카락일 뿐 다른 것이 아니다. 그녀의 얼굴은 더는 사람의 얼굴 같지 않으며, 그녀는 하이에나처럼 웃음을 터뜨린다. 그녀는 문장의 쪼가리들을 내뱉는데, 그것들을 꿰맞춘다 해도 분명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적을 것이다.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옷은 뼈가 앙상하고 진흙투성이가 된 그녀의 두 다리를 둘러싸고 어지럽고 급격한 동작을 실행한다. 그녀는 앞으로 나아간다. 그녀 자신도, 그 파괴된 지성의 안개 너머로 떠오르는 그녀의 청춘도, 그녀의 환상과 지난날의 행복도, 의식되지 않는 능력들의 회오리바람에 미루나무 잎처럼 휩쓸려 나아간다. 그녀는 그 최초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잃었으며, 그녀의 발걸음은 비천하고, 그녀의 숨결에서는 화주 냄새가 난다. 인간들이 이 지상에서 행복하다면, 놀라야 하는 것은 바로 그때이리라. 그녀는 아무런 비난도 하지 않으며, 불평을 늘어놓기에는 너무 오만해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도 그들이 말을 걸어올 수 없도록 그녀 자신이 금지하였으니, 그들에게조차 자기 비밀을 드러내지 않고 죽을 것이다. 아이들이 티티새라도 쫓듯이 돌을 던지며 그녀를 쫓아간다. 그녀는 가슴에서 종이 두루마리 하나를 떨어뜨렸다. 어느 미지의 사람이 그것을 주워서, 밤새도록 자기 집에 틀어박혀,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그 수고를 읽었다. <여러 해 동안 애를 낳지 못했는데, 섭리가 내게 여자아이 하나를 보냈다 사흘 동안, 나는 교회에서 무릎을 꿇고, 마침내 내 소원을 들어준 그분의 위대한 이름에 감사하기를 중단하지 않았다. 나는 내 생명보다 더 중한 그애에게 나 자신의 젖을 먹이며, 정신과 육체의 모든 정점을 타고난 그 아이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았다. 애는 나에게 말하곤 했다. "누이동생이 하나 있어서 같이 놀면 좋겠어요. 동생을 하나 보내달라고 착한 신에게 부탁해봐요. 그 보답으로 저는 그분을 위해 바이올렛과 박하와 제라늄으로 꽃목걸이를 엮겠어요." 대답 대신 나는 애를 가슴에 안아올려 사랑스럽게 입맞춤을 해주곤 했다. 애는 벌써 동물에 관심을 나타내며, 왜 제비는 인간들의 초옥에 감히 들어오지는 않고 스쳐지나가는 것으로 만족하느냐고 나에게 묻기도 했다. 그러나 내 편에서는 이런 진지한 질문에는 침묵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려는 듯이 내 입에 손가락 하나를 올리곤 했는데, 아직은 애에게 이런 질문의 여러 요소들을 이해시켜서 그의 어린애다운 상상력에 과도한 감정으로 파문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창조계의 다른 동물들에게 군림하며 부당하게 지배권을 넓혀온 종족에 소속된 존재라면 누구라도 다루기 어려운 이 주제에서 서둘러 화제를 바꾸었다. 애가 묘지의 무덤을 이야기하며, 그 공기에서는 사이프러스와 밀짚국화의 기분좋은 향내가 난다고 말했을 때, 그애의 말을 무지르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그러나 나는 애한테 그곳이 새들의 마을이며, 그래서 새들이 새벽부터 저녁 어스름까지 거기서 노래 부른다고, 무덤은 새들의 보금자리여서 밤이면 새들이 거기서 대리석 덮개를 들어올리고 가기네 식구들과 함께 잠을 잔다고 말해주었다. 애를 감싼 귀여운 옷은 모두 내 손으로 바느질한 것이었고, 내가 일요일을 위해 간진해둔 가지가지 아라베스크 문양의 레이스도 마찬가지였다. 겨울이면, 아이는 큰 벽난로 주변을 당연히 자기 자리로 삼았으니, 자기를 어엿하게 한 사람으로 생각했기 때문이고, 여름에는, 아이가 등나무 막대기 끝에 달린 명주실 그물을 들고, 자유를 한껏 누리는 벌새들을 쫓다가, 약을 올리며 지그재그로 날아가는 나비들과 위험한 장난을 벌일 때, 풀밭이 그 발걸음의 달콤한 압력을 알아차렸다. "뭐하고 있니. 꼬마 방랑자야, 한 시간 전부터 수프가 너를 기다리고, 숟가락도 함께 안달을 하는데?" 그러나 아이는 내 목에 뛰어오르며 이제 다시는 풀밭에 가지 않겠다고 소리쳤다. 이튿날, 마거리트와 물푸레나무를 헤치고, 햇살과 하루살이 날벌레들의 맴돌이 한가운데로, 아이는 다시 빠져나갔다. 아는 것은 삶의 프리즘 같은 단면뿐, 아직은 담즙을 모르고, 자기가 박새보다 크다고 행복해하며, 꾀꼬리만큼 아름답게 노래하지 않는 개개비를 조롱하고, 아버지처럼 굽어보는 밉상 까마귀에게 슬그머니 혀를 내밀며, 어린 고양이처럼 우아하게, 나는 그 아이의 빛을 오래 누릴 명운이 아니었다. 아이가 갑작스럽게 삶의 매혹에 이별을 알리고, 멧비둘기와 들꿩과 방울새의 동아리를, 튤립과 아네모네의 지저귐을, 늪의 풀들이 전하는 충고를, 개구리들의 예리한 재치를, 시냇물의 청량함을 버려두고 영원히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내게 이야기했다. 결과적으로 내 딸의 죽음을 부른 그 사건의 현장에 내가 있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내 피를 대가로 치러서라도 이 천사를 지켰으련만---- 말도로르가 제 불도그를 데리고 지나가다가, 플라터너스 그늘에에서 잠자는 이런 소녀가 보이자, 그 아이를 처음에는 한 송이 장미라고 생각했다. 놈의 머릿골에서 맨 먼저 일어난 것이 그 아이를 보았다는 것이었는지, 그에 뒤따른 결심이었는지, 어느 쪽이었는지는 말할 수 없다. 놈은 자기가 무엇을 하려는지 아는 사람처럼 재빨리 옷을 벗는다. 돌맹이처럼 발가벗고, 그는 어린 소녀의 몸을 덮쳐, 옷을 걷어올리고 추행을 저지른다---- 백주의 태양 아래! 놈이라고 거리낌이 없을까, 설마! ---- 이 불결한 행동에 대해 길게 말하지 말자. 만족하지 못한 심사로, 놈은 서둘러 옷을 다시 입으며, 먼지 날리는 도로에 용의주도한 시선을 던져, 지나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블도그에게 위아래 턱을 조여 피에 젖은 소녀를 교살하라고 명령한다. 놈은 그 산악 맹견에 고통으로 몸부림하는 희생자가 숨을 내쉬며 신음하는 자리를 가리키고는 장밋빛 혈관에 날카로운 이빨이 다시 박히는 것을 목격하지 않으려고 한옆으로 물러난다. 이 명령의 수행이 블도그에게는 가혹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었다. 자신에게 떨어진 명령이 이미 저질러긴 그 짓이라고 믿고, 이 괴물의 콧주둥이 늑대는 저 여린 아이의 순결을 이번에는 제가 유린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 찢어진 배에서 피가 다시 다리를 타고 풀밭으로 흐른다. 아이의 신음이 동물의 눈물과 결합한다. 소녀는 자기를 살려달라는 뜻으로 제 목을 장식하던 황금 십자가를 개에게 보여준다. 제 나이의 연약함을 이용하려고 처음에 맘먹었던 자의 잔학한 눈에는 감히 그것을 보여줄 수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개는 주인의 명령을 어기는 즉시 소맷자락 아래서 날아온 비수가 별안간 예고도 없이 제 내장을 가를 것임을 모르지 않았다. 말도로르(내뱉기조차도 섬뜩한 이름이 아닌가!)는 고통의 단말마를 들으며, 희생자가 아직도 죽지 않았으니 그렇게도 끈질긴 생명을 지닌 것에 놀랐다. 놈은 희생제단에 다가가, 제 개가 열등한 성향에 몸을 맡기고, 난파선의 조난자가 성난 파도 위로 제 머리를 들어올리는 양으로, 소녀 위로 머리를 들어올리고 하는 짓거리를 본다. 놈은 개를 발로 차 한쪽 눈을 찢는다. 화가 난 블도그가 들판으로 달아나. 짧다고 해도 늘 너무 길기만 한 도로를 달리는 동안, 엉덩이 뒤에 매달려 끌려가는 소녀의 몸은 도망칠 때의 급격한 동작 덕분에 겨우 풀려났다. 그러나 개는, 이제 두번 다시 제 주인의 눈에 띌 일이 없을 텐데도, 주인에게 덤벼들기가 겁난다. 주인 놈은 제 주머니에서 다용도로 쓰이는 열 개 내지 열두 개의 날이 달린 미제 나이프를 꺼냈다. 놈은 이 강철 히드라의 각진 다리를 펴고, 같은 모양새의 수술칼을 갖춘 다음, 잔디가 그토록 많이 흘린 피의 색깔에 덮이고도 아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을 보고, 낯빛도 질리지 않은 채 이 불행한 아이의 질을 단호하게 후벼낼 채비를 한다. 그 넓어진 구멍으로, 그는 차례차례 내장을 끄집어낸다. 창자가, 허파가, 간이, 그리고 마침내 심장까지 그 소름끼치는 절개수술로 제 본디 자리에서 뽑혀 대낮의 햇빛 아래 끌려나왔다. 이 희생제의의 사제는 어린 소녀가, 이 속빈 암탉이, 오래전에 죽은 기미를 알아차리자, 점점 더해가던 제 포악의 무기를 멈추고, 시체를 플라타너스 그늘에서 다시 자도록 놓아두었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버려졌던 그 나이프를 주운 사람이 있었다. 한 양치기가 그때까지 범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 범행을 목격했으나, 그는 오랜 뒤에야. 범죄자가 무사히 국경에 도착해서, 폭로될 경우에는 자기에게 꽂힐 확실한 복수를 더는 두려워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확신한 뒤에야, 그 이야기를 했다. 나는 입법자도 예견하지 못했고, 선례도 없는 이 대죄를 저지른 미치광이를 가엾게 여겼다. 내가 그를 가엾게 여긴 것은 그가 장 내벽을 이 바닥에서 저 바닥까지 발라내면서 삼 곱하기 사 개 칼날의 단도를 다룰 때, 이성의 용법을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내가 그를 가엾게 여기는 것은 그가 미치지 않았더라면, 그의 치욕스러운 행업은, 내 딸이기도 한 무해한 한 아이의 살과 동맥에 이처럼 악착을 떠는 대신, 저의 동류들에게 대항하여 아주 강한 증오를 키웠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나는 그 인간 잔해의 매장에 말없는 체념으로 입회했으며, 날마다 한 무덤에 가서 기도했다> 독서의 끝에 이르자, 그 미지인은 제 힘을 가눌 수 없어서 기절했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그 수고를 불태웠다. 그는 이 젊은 날의 기억을 잊었으며(습관은 기억력을 무디게 하는지라!) 스무 해 동안 떠나 있다가 이 숙명의 나라로 다시 돌아왔다. 그는 블도그를 사지 않으리라! --- 그는 양치기들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으리라!--- 그는 플라타너스 그늘에서 잠자지 않으리라!--- 아이들이 티티새라도 쫓듯이 돌을 던지며 그녀를 쫓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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