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36)
네번째 노래(1)
(1) 네번째 노래를 시작하려는 자는 한 인간이거나 한 개 돌이거나 한 그루 나무다. 발이 개구리를 밟고 미끄러졌을 때는, 불쾌감을 느낀다. 그러나 손으로 인간의 육체를 겨우 스치기만 해도, 손가락의 피부는 망치질로 깨뜨리는 운모덩어리의 비늘처럼 갈라지며, 한 시간 전에 죽은 상어의 심장이 갑판 위에서도 여전히 강인한 생명력으로 팔딱거리듯이, 접촉 이후 오랫동안 우리의 내장도 아래부터 위까지 구석구석 꿈틀거린다. 그 정도로 인간은 저자신의 동류들에게 공포을 부르는 것! 내가 이런 주장을 할 때, 어쩌면 내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 인간의 기이한 성격에 대한 기나긴 명상으로 부어오른 눈보다 더 호된 병이 있음을 나는 인정하고, 그러리라고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그 병을 찾고 있건마는----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남보다 지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러나 내가 이 탐색에 성공하리라고 누가 감히 장담할 것인가? 어떤 거짓말이 그의 입에서 튀어나올 것인가! 텐데라의 옛 신전이 나일강 좌안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 말벌들이 무수한 밀집부대가 벽면 수로와 코니스를 점령하고 있다. 검은 머리타래가 빽빽하게 흘러가는 물결처럼 열주를 에워싸고 날아다닌다. 추운 회랑의 유일한 주민인 그들은 현관의 입구를 대대로 물려받은 권리인 양 지킨다. 나는 그 금속성 날개의 붕붕거림을 극해의 해빙기에 서로서로 급하게 떠밀어대는 얼음덩이들의 부단한 충격음에 비교한다. 그러나 섭리가 이 땅 위에 옥좌를 마련해준 자의 행실을 생각할 때면, 내 고통의 세 지느러미가 그보다 더 큰 소래기를 내보내는 것이다! 한밤에 혜성 하나가 하늘 한 귀퉁이에, 팔십 년간 사라졌다가, 갑자기 나타날 때, 지상의 주민들과 귀뚜라미들에게 그 빛나면서도 안개와 같은 꼬리를 보여준다. 필경, 혜성에게는 그 긴 여행에 대한 자각이 없다. 나는 그와 같지 않다. 메마르고 침울한 지평선의 톱니들이 내 혼의 밑바닥을 배경 삼아 힘차게 솟아오르는 동안, 침대 머리에 팔을 괸 나는 연민의 몽상에 빨려들어가며 인간들 때문에 얼굴을 붉히는 것이다! 삭풍으로 두 쪽이 난 선원도, 야간당직을 마친 후에는 제 해먹으로 서둘러 다시 돌아가건만, 이 위로가 왜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는가! 내가, 자의적이긴 하지만, 내 동류들과 똑같이 비천하게 전락했다는 생각이, 그리고 한 행성의 딱딱한 껍질에 한데 묶인 우리의 신세에 대해, 타락한 우리 혼의 본질에 대해 불평을 내뱉을 권리마저 내가 남보다 더 적게 지녔다는 생각이, 대장간의 못처럼 나를 파고든다. 갱내의 가스폭발로 한 가족이 몰살당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가족이 겪은 단말마의 고통은 일순간에 지나지 않았으니, 파편의 잔해와 유독가스에 휩싸여 거의 즉사하였기 때문이다. 나는--- 나는 현무암처럼 내내 존재하는구나! 삶의 한중간에서도, 삶이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천사들은 한결같은데, 내가 한결같지 않은 지는 오래전이 아닌가! 인간과 나는 산호섬의 환초에 둘린 호수처럼, 자기 지성에 갇힌 우리는, 상호 힘을 합쳐 우연과 불운에 맞서 우리를 지키기는커녕, 마치 대검의 끝으로 서로 상처를 입히거나 한 것처럼, 증오로 몸을 떨며 반대 방향으로 난 두 길을 택해 서로 갈라서는구나! 서로서로 자신이 상대방에게 불러일으키는 모욕감을 알고 있기나 한 것처럼, 상호존중의 동기에 추동된다면, 우리가 서둘러 자신의 적을 잘못 이끌지는 않을 텐데, 저마다 제 입장을 지키고 있으면, 평화를 선언해도 유지하기가 불가능하리라는 것은 모르지 않는다. 그래, 좋다! 인간에 맞선 내 전쟁은 영원할 것이니, 각기 상대방에게서 저 자신의 타락을 인지하기 때문이며--- 양자는 철천의 원수이기 때문이다. 내가 참담한 승리를 거두건, 굴복하건, 싸움은 아름다우리라. 나 홀로 인류에 맞섰으나, 나는 나무나 철로 만든 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 땅에서 추출한 광물층을 발로 걷어찰 것이다. 하프의 강력하고 천사 같은 음향이 내 손가락 아래서 무시무시한 부적으로 변할 것이다. 여러 차례의 매복 작전에서, 인간, 이 지고한 원숭이는 벌써 그 반암의 창으로 내 가슴을 찔렀다. 병사라면 누구나 아무리 영광스러운 상처라도 제 상처를 보이지 않는 법. 이 무서운 전쟁은 두 진영에, 서로 파괴하려고 집요하게 덤비는 두 친구에게 고통을 던지리라. 이 무슨 참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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