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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3)
2019년 07월 12일 20시 54분  조회:1309  추천:0  작성자: 강려
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43)
 
 
 
 
 
네번째 노래(8)
 
 
 
(8) 밤마다, 내 날개폭을 고통스러운 기억 속에 잠그고, 나는 팔머1)의 기억을 떠올렸다--- 밤마다, 그의 금발, 그의 달걀형 얼굴, 그의 위엄 어린 표정이 여전히 내 상상력에 찍혀 있었다--- 지울 수 없이---- 특히 그의 금발 머리가. 그러니 치워라, 머리카락이 없는, 거북이의 등껍질처럼 반들거리는 이 머리를. 그는 열네 살이었고, 나는 그보다 한 살이 더 많을 뿐이었다. 저 침울한 목소리는 침묵하라. 이 목소리가 왜 나와서 나를 고발하는가? 그러나 말하는 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나 자신의 혀를 사용하여 내 생각을 내보내면서, 나는 내 입술이 움직이고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 나 자신임을 알아차린다. 그러나, 내 젊은 날의 이력을 이야기하며,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회한을 느끼며---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면, 바로 나 자신이다. 말을 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는 한 살이 더 많을 뿐이었다. 내가 암시하는 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내가 지난날에 가졌던 친구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그렇다. 나는 이미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 말했으며--- 또다시 그 여섯 글자의 철자를 한 자 한 자 짚어 말하고 싶지 않다. 아니다, 아니다. 내가 한 살이 더 많다고 되풀이하는 것도 역시 쓸데없는 짓이다. 누가 알겠는가? 하여튼 되풀이하자. 그러나 고통스러운 중얼거림으로; 내가 한 살이 더 많을 뿐이었다. 그렇더라고, 내 체력의 우위는 오히려 인생의 거친 오솔길을 헤쳐나가며 나에게 몸을 의탁한 자를 부축하는 동기였지. 눈에 띄게 더 약한 존재를 학대하는 동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사실 그가 더 약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내가 지난날에 가졌던 친구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내 체력의 우위는--- 밤마다--- 특히 그의 금발이, 대머리를 본 적이 있는 인간은 하나둘이 아니다. 노화, 질병, 고뇌는(이들 셋이 함께든 따로 따로든) 이 부정적인 현상을 만족스럽게 설명한다. 어느 학자에게 내가 그 현상에 관해 묻는다면, 적어도 그가 내게 해줄 대답이 이와 같다. 노화, 질병, 고뇌. 그러나 내가 모르지 않는바(나도 역시 학자다), 어느 날 내가 한 여자의 가슴을 찌르려고 단검을 들어올리는 순간, 그가 내 손을 저지한 까닭으로, 내가 강철 팔로 그의 머리칼을 잡아쥐고 하도 빠르게 그를 허공에 내돌린 나머지, 그 머리칼이 내 손에 남고, 그의 육체가 원심력으로 내던져 떡갈나무의 둥치에 처박히고--- 나는 어느 날 그의 머리칼이 내 손에 남은 것을 모르지 않는다. 나도 역시 학자다. 그렇다, 그렇다. 나는 이미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 말했다. 나는 어느 날 내가 수치스러운 것을 자행했으며, 그때 그의 육체가 원심력으로 내던져졌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는 열네 살이었다. 정신착란이 발작하는 가운데, 내가 성유물처럼 오래 간직해온 피 흐르는 물건을 가슴에 끌어안고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갈 때, 나를 쫓는 어린아이들--- 돌팔매질을 하며 나를 쫓는 어린아이들과 늙은 여자들은 비통한 신음소리를 내 지른다. "저걸 봐라, 팔머의 머리칼이다." 치워라, 그러니 치워라. 거북이의 등딱지처럼 반들거리는 대머리를--- 피 흐르는 물건을. 그러나 말을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의 달걀형 얼굴, 그의 위엄 어린 표정. 그런데 나는 사실 그가 더 약했다고 생각한다. 늙은 여자들과 어린아이들. 그런데 나는 사실--- 내가 무슨 소리를 하려 했던가?--- 그런데, 나는 사실 그가 더 약했다고 생각한다. 강철 팔로, 이 충격이, 이 충격이 그를 죽였는가? 그의 뼈가 나무에 부딪쳐 부러졌는가--- 돌이킬 수 없이? 이것이 그를 죽였는가, 한 장사의 힘에서 태어난 이 충격이? 그는 생명을 보전했는가. 그의 뼈가 돌이킬 수 없이 부러졌어도---- 돌이킬 수 없이? 이 충격이 그를 죽였는가? 나는 감긴 내 두 눈이 목격하지 못한 그 일을 알게 될까봐 두렵다. 사실---- 특히 그의 금발, 사실, 나는 그때부터 용서할 줄 모르는 앙심을 품고, 밤마다, 영광을 꿈꾸는 한 젊은이가, 육층 방에서, 한밤의 고요한 시간에, 작업대에 엎드려 있다가, 무엇의 탓이라고 해야 할 지 알지 못하는 낮은 소리를 감지할 때. 그는 명상과 먼지 낀 수고(手稿)로 무거워진 머리를 사방팔방으로 돌리지만, 어느 것도, 손에 잡힌 어떤 징후도, 그에게는 확실하게 들리지만, 그리도 희미하게 들리는 원인을 밝혀주지 않는다. 그는 마침내 제 촛불의 연기가 주위의 공기를 가로질러 천정으로 날아오르며, 벽에 박힌 못에 걸린 종이 한 장을 거의 감지할 수도 없이 떨리게 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육층에서, 영광을 꿈꾸는 한 젊은이가 무엇의 탓이라고 해야 할 지 알지 못하는 낮은 소리를 듣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내 귀에 속삭이는 구성진 목소리 하나를 듣는다: "말도로르!" 그러나 제 착각을 끝내기 전까지는, 한 마리 모기의 날갯소리를 듣고 있다고----작업대에 엎드려 그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 꿈을 꾸는 것이 아니다. 내가 비단 침대에 누워 있는 게 무슨 대수인가? 나는 냉정한 마음으로 날카롭게 직시한다. 비록 장밋빛 도미노와 가장무도회의 시간이지만, 내가 눈을 뜨고 있음을. 전혀---- 오! 아니다, 전혀! 어떤 죽음의 목소리가 이런 천사 같은 억양으로 고통에 찬 우아함을, 그리도 떨면서 내 이름의 철자를 들려주지 않았다! 한 마리 모기의 날갯소리---- 그 목소리는 얼마나 친절한가---- 그는 그럼 나를 용서했는가? 그의 육체는 떡갈나무 둥치에 처박혔다---- "말도로르!"
 
 
 
1) 팔머: 원문의 표기는 Falmer. 연구자들은 이 이름에 의거해, 로트레아몽이 소개하는 이상형 가운 하나인 이 인ㅁ눌을 영국계로 추론한다.
 
네번째 노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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