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로르의 노래 / 로트레아몽 (황현산 옮김) (58)
여섯번째 노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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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능한 자는 대천사들 가운데 하나를 지상에 보내 소년을 확실한 죽음으로부터 구하려 한 적이 있었다. 끝내는 자기 자신이 내려가지 않을 수 없으리라! 그러나 이 이야기에서 아직 그 부분에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는데, 내가 모든 것을 한꺼번에 말할 수 없는 이상에는, 입을 다물어야 할 의무가 있다. 효과를 노리는 트럭들은 저마다 어울리는 자리에 나타날 것이며. 그때 이 픽션의 짜임은 어떤 불편함도 만나지 않을 것이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려고, 대천사는 이마만큼이 큰 대개의 모습으로 둔갑했다. 그는 바다 한가운데 바위 꼭대기에 서서, 해안으로 내려가기에 유리한 물때를 기다렸다. 벽옥빛 입술을 가진 사내가 손에 몽둥이를 들고 바닷가의 굴곡에 숨어서 그를 노렸다. 이 두 존재의 생각 속을 읽고 싶어 안달한 게 누구였을까? 전자는 자신이 수행하기 어려운 사명을 띠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어찌 성공한다는 말인가?" 그는 외쳤다. "점점 더 커지는 파도가 내 주인님의 임시 거처를 난타할 때 주인님마저도 자신의 힘과 용기가 좌절하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던 저곳에서. 나는 유한한 물질일 뿐인데, 상대자로 말하면, 그가 어디서 오고 그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아무도 모른다. 그의 이름에 천사 군단이 떨며, 내가 떠나온 대대에서는 악의 화신 사탄이라 해도 이렇게 무섭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자가 한둘이 아니다." 후자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는데, 이 생각들은 하늘빛 궁륭에까지 메아리를 하나씩 울려 그 궁륭을 더럽혔다: "영락없는 경험 부족이 꼬락서니로구나. 놈에게 재빨리 갚을 것을 갚아야지. 필경 높은 곳에서 왔는데, 몸소 오는 게 겁나는 자가 보냈으렸다! 일하는 품새로, 거들먹거리는 그만큼 대단하지 어쩐지 어디 보자. 이 세상 살구씨1)의 주민은 아니다. 초점이 없고 흐릿한 눈을 보니 치품천사 출신인 것을 알겠다." 얼마 전부터 해안의 가없은 공간을 시선으로 더듬던 갈색 대게는 우리의 주인공을 알아보고(그는 이때 헤라클레스의 키 높이를 우뚝 세워 일어섰다). 다음과 같은 말로 호통을 쳤다" "싸움하려 들지 말고 항복해라. 우리 둘 보다 더 위대하신 분이 나를 보내셨으니, 너를 사슬로 묶어 내 생각의 공범인 두 팔다리를 움직임이 불가능한 상태에 가두기 위함이다. 손에 단검과 비수를 쥐는 일은 이제 내게 금지되어야 하니, 내 말을 믿으라. 이는 다른 사람들의 이익에 못지않게 너의 이익을 위해서다. 죽여서건 살려서건 너를 붙잡을 것이다. 나는 너를 살려서 테려오라는 명령을 받았다. 내가 빌려온 힘을 어쩔 수 없이 휘둘러야 할 상황에 나를 밀어붙이지 마라. 나는 소심스럽게 행동할 것이니 네 편에서도 어떤 식으로건 저항하지 마라. 나는 이처럼 네가 후회를 향해 첫걸음을 내디뎠음을 알게 되면 흔쾌하고도 기쁠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심히 코믹한 맛에 절어든 이 장광설을 들었을 때, 볕에 탄 얼굴의 거친 표정에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느라고 고생했다. 그러나 결국, 그가 끝내 웃음을 터뜨리고 만 것을 내가 덧붙여도 아무도 놀라지 않으리라. 그는 어쩔 수가 없었던 것! 심술을 부리는 뜻도 아니었던 것! 갈색 대게한테서 비난을 끌어내고 싶었던 것은 분명코 아니었다! 폭소를 물리치기 위해 그는 얼마나 노력했던가! 그 납작한 대화상대자를 모욕하는 티를 내지 않으려고, 그는 얼마나 여러 번 위아랫입술을 앙다물었던가! 불행하게도 그의 성격은 인간의 본성을 띠어서, 암양이 웃듯이 웃었다! 마침내 그는 멈추었다! 하마터면! 그는 숨이 막힐 뻔했다! 바람이 이런 대담을 암초의 대천사에게 전했다: "너의 주인이 더는 나에게 달팽이들과 가재들을 보내 제 일을 처리하려 하지 않을 때, 그가 직접 나와 담판을 하실 때, 내가 장담한다. 타협의 방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네가 아주 정당하게 말했듯이, 나는 너를 보낸 자보다 열등하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는, 화해라는 생각은 시기상조고, 망상의 결과만 낳기 십상이라고 본다. 나는 네 음절 하나하나에 들어 있는 이치를 추호도 오해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의 목소리를 삼 킬로미터나 달려가게 하려다보니 쓸데없이 목소리가 피곤해질 수도 있으니, 네가 그 난공불락의 요새에서 내려와 단단한 땅에 헤엄쳐 닿는다면, 그야말로 현명한 행동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한결 편하게 항복의 조건을 논의할 수 있을텐데, 항복이 아무리 정당한 것이라 하더라도 나에게는 결국 불쾌한 전망으로 연결된다." 이런 선의를 기대하지 않았던 대천사는 바위틈 깊은 곳에서 머리를 한 매듭 내밀고 대답했다: "오 말도로르야, 너의 가증스러운 본능들아, 저들 자신을 영벌(永罰)로 끌고 갈 그 정당화할 수 없는 오만의 횃불이 꺼지는 것을 보게 될 날이 마침내 도래한 것인가! 그러니까 바로 내가 이 치하해야 할 변화를 지품천사 군단에게 처음으로 이야기하게 된 터인데, 천사들은 자기들의 일원을 다시 만나 기뻐할 것이다. 내가 우리 가운데 가장 윗자리를 차지하던 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고 잊어버리지도 않았다. 너의 이름은 입에서 입으로 날아다녔고, 지금으로서는 우리들이 나누는 고독한 대화의 주제다. 이리 오너라, 어서--- 어서 와서 네 옛 주인과 오래 지속될 평화를 쌓아라. 주인은 너를 길 잃은 아들처럼 받아들일 테고, 인디언들이 큰사슴뿔로 쌓아올린 산처럼 네가 네 마음에 쌓아올린 어마어마한 양의 죄는 눈에 띄지도 않을 것이다." 그는 말하고, 어두운 바위들 밑바닥에서 제 몸의 온갖 부분을 끌어낸다. 그가 암초의 표면에 그 빛살 찬란한 모습을 드러낸다. 마치 길 잃은 양을 인도한다고 확신할 때의 종교 사제처럼 그는 물에 뛰어들어 , 그 죄 사함 받은 자를 향해 헤엄쳐서 나아간다. 그러나 사파이어색 입술을 가진 자는 미리 오랫동안 음흉한 공격을 궁리했다. 그의 곤봉이 힘차게 내던져져서 파도 위에서 여러 번 물수제비를 타다가 선한 대천사의 머리를 쳤다. 게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물속에 떨어졌다. 조수가 이 떠다니는 표류물을 해안으로 실어간다. 게는 더 쉽게 상륙하려고 밀물이 차오르기를 기다리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밀물이 차올라서, 노래로 감싸 그를 흔들다가, 부드럽게 바닷가에 내려놓았다. 게는 이제 흡족하지 않을까?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리고 말도로르는 해변의 모래밭에 몸을 기울여 파도의 우연에 의해 분리할 수 없이 결합된 두 친구를 품 안에 거두어들였다. 대게의 시체와 살인 곤봉을! 그는 외쳤다, "내 솜씨가 아직 무뎌지지 않았구나. 사용해주기만 바라는구나. 내 팔은 여전히 힘이 있고, 눈은 정확하구나." 그는 생기 잃은 동물을 바라본다. 유혈의 책임추궁을 당하지나 않을까 겁을 낸다. 대천사를 어디에 숨길 것인가? 그런데 동시에, 그 죽음이 즉사였는지 아닌지 속으로 생각해본다. 그는 등에 모루와 시체를 짊어지고, 넓은 늪지를 향해 가는데, 그 물기슭이 온통 키 큰 동심초로 무성하게 덮여 있어서 고립된 섬 같기도 하다. 그는 처음에 망치를 쥘 생각이었으나, 그것은 넘 가벼운 연장이다. 더 무거운 물건이라면, 시체가 살아 있는 기미라도 보일 때, 땅에 내려놓고 모루로 쳐서 가루를 내버릴 것이다. 그의 팔에 힘이라면 모자라지 않다. 가자, 그의 장애 가운데 가장 작은 것이다. 호수가 시야에 들어오는 자리에 도착해보니, 백조들이 가득하다. 그는 이 호수가 자기에게 믿을 만한 은신처라고 생각하고, 둔갑술의 도움을 받아, 짐을 버리지 않고 다른 새때들 속에 섞여든다 섭리가 없다고 여기고 싶은 곳에서 그 손길을 알아보시고, 내가 지금 말하려는 기적을 이용하시라. 까마귀의 날개처럼 검은 그는, 세 차례 빛나는 흰빛의 물갈퀴 새들 사이로 헤엄쳤다. 세 차례, 그는 자신을 석탄덩어리로 여길 수도 있을 그 눈에 뜨이는 색깔을 유지했다. 그것은 신이 자신의 정의를 행함에 그의 교활함이 백조때를 속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그는 눈에 훤히 드러나게 호수 안에 머무를 수 있었으나. 저마다 그에게서 멀리 떨어졌으며, 어떤 새도 그 더러운 깃털에 가까이 가서 그를 동무로 삼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 그는 자신의 잠수를 늪지의 끝에 외따로 떨어져 있는 만에 가두었다. 인간들 사이에서도 혼자였듯이. 하늘의 주민들 사이에서도 홀로이! 바로 이렇게 해서 그는 방돔 광장의 믿을 수 없는 사건에 전주곡을 연주하였더라!
1) 프랑스에서 '살구씨(abricot)'는 여성 성기를 속되게 지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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