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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홍문표 시창작 강의 노트

홍문표 시창작 강의 노트 7
2019년 10월 24일 20시 32분  조회:953  추천:0  작성자: 강려
홍문표시창작강의 노트 29
리듬의 본질과 한국시가의 율격
홍문표
(1) 리듬의 본질
① 리듬은 소리의 반복성만이 아니다
리듬(rythm)의 기본 의미는 율동(律動)이다. 이 말은 규칙적인 동작이란 뜻이다. 따라서 소리의 일정한 규칙만이 아니다. 우리는 주로 리듬을 음악의 요소로만 배워왔고 고대시가의 경우 운문(verse, 韻文), 율격(metre, 律格), 음수율, 음보율 등으로 작시법을 말하고 있기에 일반적으로 리듬이라면 음악의 요소나 소리의 일정한 규칙으로 알고 있고, 시에서 리듬이라면 당연히 음성적인 규칙인 것으로만 알고 있다. 이러한 선입관을 버려야 시의 진실을 체득할 수 있다.
② 리듬은 지상적인 인식의 단위다.
규칙적인 동작의 인식, 모든 것을 나누어 보고 같은 것끼리 모아보고 마디를 나누어 보는 것은 인간의 감성적인 인식만이 아니라 지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다. 그러한 작업을 통해 사물의 변별성과 의미의 차이와 가치를 구별한다. 천상엔 영원한 시간, 영원한 공간, 영원한 감성만 있기에 길고 짧음, 시작과 끝의 변별성이 없다. 그러나 지상의 모든 존재는 처음과 끝이 있고, 전체와 부분이 있고, 모든 전체는 부분과 마디들에 의해서 구성되고 있다는 인식체계를 갖고 있다. 혈관의 맥박 즉 혈류의 리듬을 통해 병세를 진단하는 것도 그런 이치다.
③ 모든 생명체는 리듬이 있다.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호흡과 맥박의 리듬이 있고, 탄생, 성장, 죽음이란 성장의 리듬이 있다. 인간의 경우 유아기,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로 구분한다. 시간의 경우도 과거, 현재, 미래, 역사의 경우는 고대, 근대, 현대라는 마디의 리듬이 있다. 따라서 리듬이 있는 것은 생명이 있는 것이고 변화가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주에도 리듬이 있다. 해달 별들은 각자의 리듬을 가지고 우주 질서를 유지한다. 따라서 문학, 특히 시가 생명력을 갖는 것도 리듬이 있기 때문이다.
④ 리듬은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문학의 생명은 감동이다 그런데 감동이란 변화와 반복에 대한 심리적 반응이다. 자극의 길이, 강도, 성질에 따라 반응도 다르다. 따라서 리듬은 슬픔, 기쁨, 놀라움, 깨달음 등 인간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 그 조절의 대표적 양식이 음악이다. 음악은 소리의 리듬으로 감정을 조절한다. 그러나 감정의 조절은 소리 뿐만 아니라 색깔, 냄새 등 모든 감각적 요소로도 가능하며 동작과 의미 있는 언어의 반복으로도 가능하다.
⑤ 리듬의 신통력
리듬은 개인의 감정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집단의 감정을 조절한다. 노동, 전쟁, 제사, 군중대회 등에도 리듬의 음악과 반복되는 가사가 사용된다. 기도문, 주문, 최면사의 주문도 그 반복성으로 신비감을 체험한다.
모시자 모시자 지신님네를 모시자
지신님네를 모시어라
남선부중아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진군이요
면은 기성면이요 기성아 대동아
시우야 삼년만큼 우별신으로 드리시구요
좌별신을 드리시는데
차례차례로 모시어라
- 울진군 지성면 기성리 지신굿 무당의 주문
강신제 - 접신 - 엑스타시(extasy)
굿거리장단 + 무당의 주문 + 춤 = 격렬한 반복적 리듬이 작용.
(2) 리듬의 체험
① 우주자연의 리듬
천체의 운행 1년 365일의 반복. 해와 달의 주기적 운행.
밤과 낮의 반복. 4계의 반복. 밀물과 썰물. 소생. 개화. 결실. 낙엽의 반복.
② 생리적 리듬
맥박. 호흡. 운동. 동작. 일과 휴식. 잠과 깸.
③ 심리적 리듬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만족과 불만족. 쾌감과 불쾌감. 희망과 절망. 아픔. 괴로움. 두려움. 쓰라림. 달콤함. 외로움 등 감정의 변화.
④ 삶의 리듬
성공과 실패. 만남과 이별. 탄생과 죽음. 선과 악. 결합과 분열. 가치와 무가치. 진실과 거짓. 전진과 후퇴.
⑤ 리듬의 정의
따라서 리듬이란 음성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들 속에 나타나는 등시성(等時性), 등장성(等長性), 반복성(反復性), 규칙성(規則性)등 율동(律動)으로 야기되는 감동(感動)의 현상을 말한다.
(3) 고대시가와 리듬
① 음악적 리듬만을 중요시한 고대시가
고대시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음악적 리듬을 시의 감동적 방식으로 사용하였다. 고대 문학의 2대 장르 운문(韻文, verse)과 산문(散文, prose)
운문 : 운이 있는 글. 여기서 운(韻)이란 소리의 규칙이다. 그 규칙을 운율(韻律) 또는 율격(律格)이라고 한다.
② 한시의 운율
운율은 소리(sound)의 규칙이다. 좀 더 감동적인 시가를 위해 과거 한시나 영시에는 소리의 규칙을 정했는데 이러한 규칙을 압운법(押韻法) 이라 한다.
한시의 압운법은 짝수구 말미를 동일한 운으로 하는 것이고, 영시의 압운법은 자음과 모음, 또는 서두(두운) 중간(요운) 끝(각운)에 동일한 음성을 배치한다.
客睡何曾着 객수하증착 나그네 잠이 어찌 일찍 오리
秋天不肯明 추천불긍명 밝은 가을 하늘 즐기지 않는데
入廉殘月影 입렴잔월영 새벽 달 그림자 발 사이로 비취고
高枕遠江聲 고침원강성 베개를 높이니 멀리 강물 소리
計拙無衣食 계졸무의식 재주가 없으니 옷도 밥도 없어
途窮仗友生 도궁장우생 살아감이 어려워 친구에게 의지했네
老妻書數紙 노처서수지 늙은 아내 몇 장의 편지에는
應悉未歸情 응실미귀정 못 가는 내 뜻을 다 안다고..
- 杜甫의 「客夜」
위 시는 다섯 자를 규칙으로 한 오언시다. 그리고 두 구절을 한 행으로 한 오언율시다. 그런데 시인은 짝수 구 마지막 자를 명․성․생․정 등 ㅇ음으로 압운하고 있다. 이를 압운법이라 한다. 이러한 시를 운문이라고 한 것이다.
(4) 한국시가와 율격
① 한국시가의 특징
한국 시가는 한시나 영시와 같이 엄격한 운율, 즉 압운법은 형성하지 못했다. 간혹 압운의 형태를 볼 수 있지만 정해진 규칙이라기보다 우연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번...
저 山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西山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江물 뒷 江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김소월,「가는 길」전문
압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위로서 ‘그’(그립다,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하’(할까, 하니)를 지적할 수 있다. 이 경우는 모두 ‘두운’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규칙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러한 음성의 청각적 효과가 리듬감을 조성하는 것은 사실이다.
② 한국 전통 시가의 율격
다만 한국의 전통적 시가에는 압운법 대신 율격이 있었다. 율격이란 시가의 모든 음성적 규칙이라는 면에서 포괄적 개념이다. 따라서 음수율, 음성율, 음위율을 말한다. 여기서 음수율은 글자의 수, 음절의 수를 말하고, 음성율은 음성의 고저, 장단, 강약, 음위율은 운의 위치 즉 압운을 말한다. 이중에서 한국의 시가는 음수율(音數律)과 음보율(音步律)만 있다.
③ 음수율
1) 자수의 규칙
음수율은 음절의 수, 곧 행의 마디를 구성하는데 사용되는 일정한 자수의 규칙을 말하고 있다. 영시에서는 강약 중심의 운율이 사용되지만, 한국 시에서는 중국의 오언시, 칠언시, 그리고 일본의 하이꾸(배구)와 같이 음절수를 율격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 음수율은 음절의 수, 곧 자 구 행을 구성함에 일정한 수를 배열하는 법칙, 즉 음절시(syllabic verse)의 율격이다.
㉮ 살어리 살어리 랏다.
청산에 살어리 랏다.
-「청산별곡」에서
㉯ 元渟文 仁老詩 公老四六
李正信 陣翰林 雙韻走筆
-「翰林別曲」
㉰ 청산은 어찌하여 만고에 푸르르며
유수는 어찌하여 주야에 궂지 아니난고
우리도 그치지 마라 만고상청 하리라.
- 李滉의「陶山十二曲」에서
㉱ 무심한 세월은 물흐 고야
염냥이  아라 가 고텨오니
듯거니 보거니 눗길 일도 하도 할샤
- 鄭徹의「사미인곡」에서
㉲ 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 박목월의「윤사월」에서
㉮ 3 3 2 조 ㉯ 3 3 4 조 ㉰ 3 4 3 4 조 ㉱ 4 4 조 ㉲ 7 5 조
2) 음수율의 문제점
한국의 전통시가의 음수를 보면 2자 3자 4자가 가장 많다. 그러나 이것은 규칙이라기 보다. 한국어의 어휘가 2음절 또는 3음절이어서 조사가 붙으면 3자 또는 4자가 된다. 뿐만 아니라 시조의 경우 3․4․3․4(초장) 3․4․3․4(중장) 3․5․4․3(종장) 이라하지만 이 규칙에 맞는 시조는 7%에 불과하다. 따라서 한국 시가의 음수율은 객관성이 약하다. 이에 음보율이 제기된다.
④ 음보율
1) 음보의 규칙
음보(音步, foot) 는 낭독시 읽혀지는 호흡단위로 이는 악보의 마디와 같다. 4박자 마디일 경우 음절(가사)이 몇이든 4박자의 길이(시간) 안에 소리를 내듯이 한국 시가는 한 행이 3음보, 4음보의 등장성으로 되어 있다.
㉮ 대동강 / 너븐디 / 몰라셔
비내여 / 노다 / 샤공아
-「서경별곡」에서
㉯ 내버디/ 몇이나니/수석과/송죽이라
동산의/오르니/긔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다 밧긔/ 더야/ 무엇리
- 윤선도의「오우가」에서
㉰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 민요「아리랑」에서
㉮ 3음보 ㉯ 4음보 ㉰ 3음보
2) 동량음보와 층량음보
인용된 ㉮는 한음보의 음절이 3이다. 그러나 ㉯와 ㉰의 음보는 음절수가 각각 다르다. 앞의 것을 동량음보, 뒤의 것을 층량음보라 한다.
3) 음보의 전통과 현대시
나 보기가/ 역겨워 / 가실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 김소월「진달래 꽃」에서
못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사노라면/ 잊힐날 / 있으리다//
- 김소월「못잊어」에서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 한용운「복종」에서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맑갛게/ 씻은 얼굴/ 고운해야/ 솟아라//
산넘어/ 산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넘어/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뛴 얼굴/
고운해야/ 솟아라//
- 박두진「해」에서
송화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길다/
꾀꼬리 울면//
- 박목월「윤사월」에서
그립고/ 아쉬움에/ 가음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 서정주「국화옆에서」에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 김영랑「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어느 먼-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끝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먼-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 김광균「설야」에서
 
홍문표시창작강의 노트 30
현대시의 리듬
홍문표
(1) 보다 감동적인 형식으로서 시의 리듬
① rythem and metaphor
시의 근본적인 특성이 무엇일까. 논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웰렉과 워렌은 시의 근본적인 특성을 rythem과 metaphor(은유)라고 했다. 이는 보다 감동적인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산문도 리듬이 있고 은유도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시보다는 약하다.
② 과거엔 리듬을 외형적 음성의 규칙에 있다고 생각했다.
정형시 - 5언시, 7언시, 4.4조, 7.5조
율격 - 음수율, 음성율, 음위율, 음보율
운율 - 두운, 요운, 각운, 모음운, 자음운.
③ 현대시는 리듬을 외형적(객관적, 기계적) 음성규칙에 한하지 않고 개성적이고 다양한 리듬을 구사하고 있다. 이를 내재율(內在律)이라고 한다. 따라서 현대시에도 리듬이 절대적 요건이고 앞으로도 불변의 요소다.
(2) 현대시의 개성적 리듬과 행과 연 갈이
① 리듬으로 행과 연 가르기
시의 행과 연은 산문이 사건의 연속을 드러내기 위해 어휘를 연속적으로 기술하는 것과 달리 행과 연을 갈라 사물의 어떠함을 느낌의 마디(행), 의미의 마디, 이미지의 마디를 만들고 있는데 그 원칙은 오직 개인의 창조적이고 주관적인 입장에서 구분한다.
개미들을 위하여
6월은
연분홍
잠옷속에 있는 소녀의
이마위에서 푸른
6월은
총살되고
- 전봉건의 「개미를 소재로 하나의 시가 쓰여지는 이유」에서
이 시는 과거의 음성적 규칙, 음수율, 음보율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행갈이와 연 갈이를 통해 개성적이고 신선한 리듬을 창조한다. 감동의 방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② 객관적 등장성과 현대시의 주관적 등가성(等價性)
과거의 행갈이는 음수나 음보의 길이의 동일한 규칙, 즉 등장성에 근거했다. 4.4조, 7.5조, 3음보, 4음보가 그것이다. 그러나 현대시는 철저히 시인 자신의 주관적인 등가성의 기준에 따른다. 전봉건의 앞의 시에서 각 행은 음수도 음보도 다르지만 각행의 중요성, 가치, 중량은 동일하다는 시인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쓰여진 것이다.
(3) 현대시의 리듬 만들기
① 문법적 어휘의 반복
1) 문장의 반복
나 혼자 훌훌 떠나 바다로 간다.
난초도 거문고도 백자항아리도 버리고
장서도 가족들도 꽃밭도 버리고
바다만 앞에 있는
바다만 뒤에 있는
바다만 옆에 있는
바다 망망한 가운데 심해선 저쪽
일렁이는 파도 위를 알몸 누워 간다.
가슴에는 다만 하늘
가슴에는 다만 태양
갖고 싶던 아무것도 잊어버리고
알고 싶던 아무것도 잊어버리고
보고 싶던 아무것도 잊어버리고
처음 혼자 홀로인 혼자만의 나
순간이 그 영원
영원이 그 순간으로
출렁거리는
나 혼자 훌훌 떠나 바다로 간다.
동해 파도 한가운데 바다로 간다.
- 박두진「바다로 간다」
인용한 시를 보면 우선 “나 혼자 훌훌 떠나 바다로 간다.”라는 문장이 처음과 끝에 반복된다.
2) 구절의 반복
동일한 어구나 어절을 반복하는 경우다. 앞에 인용한 「바다로 간다」에서 보면 이러한 방식이 두드러진다.
(1) 바다만 앞에 있는
바다만 뒤에 있는
바다만 옆에 있는
(2) 가슴에는 다만 하늘
가슴에는 다만 태양
(3) 갖고 싶던 아무것도 잊어버리고
알고 싶던 아무것도 잊어버리고
보고 싶던 아무것도 잊어버리고
3) 어휘의 반복
셋째로 동일한 낱말의 반복을 들 수 있다. 인용한 시에서 ‘바다’라는 명사가 7회나 반복된다. 뿐만아니라 ‘간다’, ‘있는’, ‘버리고’, ‘싶던’, ‘아무것도’ 등의 낱말들도 반복되어 나타난다. 동일한 낱말의 반복은 그것이 명사일 수도 있고 동사나 부사일 수도 있다. ‘바다만 앞에 있는’ ‘가슴에는 다만 하늘’ ‘갖고 싶던 아무것도 잊어버리고’ 의 경우 마지막 단어를 보면 한 행의 끝인데도 관형어, 명사, 부사어 등으로 그 다음을 생략해 버린 경우도 있다.
4) 조사의 반복
조사의 경우 ‘도’ ‘는’ ‘만’ ‘에’‘로’ 등이 많고 어미의 경우 ‘ㄴ다’ ‘고’ 등이 있어 음악적 흥취를 고조시키고 있다. 허사는 이처럼 실사들의 관계나 문법적인 기능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반복적 배열을 통하여 시의 리듬을 강화하고 의미의 요소들이 해결할 수 없는 보다 섬세한 감정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② 의미의 반복
리듬이란 소리의 일정한 반복만이 아니다. 행동의 일정한 반복, 사고의 일정한 반복, 빛의 일정한 반복도 리듬이다. 리듬이란 바로 율동(律動)이다. 모든 움직임의 규칙적인 반복이란 뜻이다. 따라서 현대시의 리듬, 현대시의 내재율을 이해하는 길은 반드시 시에 나타난 음성적 규칙만이 아니라 이미지의 반복, 의미의 반복, 정서의 반복도 모두 시의 리듬이 된다.
1) 님은 갔습니다(a1)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a2)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지고 갔습니다.(a3)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b1)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질 쳐서 사라졌습니다.(b2)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b3)
- 한용운「님의 침묵」에서
2) 구겨진 누더기들의
동그란 어깨 위에
해는 지고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a1)
누더기들의 하얀 가슴팍엔
진한 땀내음이 번지고 있었다.(a2)
누더기들의 입언저리엔
오장육부에서 튀쳐 나오는
구린내가 번지고 있었다.(a3)
- 정상구「북을 치는 綠豆의 씨들」에서
1)의 (a1)(a2)(a3)는 님과 이별 ‘갔습니다’의 의미상 반복.
(b1)(b2)(b3)는 님의 부재에 대한 심정의 반복
2)의 (a1)~(a3)는 누더기의 상태에 대한 의미의 반복.
③ 이미지의 반복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a1)
비밀한 울음.(a2)
한 번 만의 어느날의
아픈 피 흘림(a3)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의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a4)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a5)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湖心아.(a6)
- 박두진「꽃」에서
이미지(a1) - 해와 달이 속삭임
이미지(a2) - 비믹한 울음
이미지(a3) - 아픈 피흘림
이미지(a4) - 엇갈림의 핏방울
이미지(a5) - 아름다운 정적
이미지(a6) - 사랑의 호심
 
홍문표시창작강의 노트31
구조시학의 논리
홍문표
(1) 시와 구조
① 사물에 대한 구조적 인식
1) 구조의 의미 - 구조란 사물을 지탱하고 있는 골격. 존재원리를 말한다. 모든 사물은 전체와 부분의 유기적 관계라든지 우주만물은 모두 그 속에 원리가 있다는 생각은 이성적 가치를 추구하는 인간의 부단한 이상이다.
2) 구조의 역사적 논리
플라톤 - 현상은 본질(Idea)의 그림자다.
아리스토텔레스 - 문학작품은 하나의 물고기
마르크스 - 경제적 하부구조와 문화적 상부구조
프로이드 - 이드, 자아, 초자아.
과학 - 물질 = 분자 - 원자
동양 - 음양오행
인식론 - 정신과 물질, 이성과 감성
소쉬르 - 언어 = 랑그 + 빠롤
3) 구조주의 입장
㉮ 전체성의 논리, 전체는 부분들의 단순한 집합이 아니다.
일정한 법칙에 의하여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
문학 - 형식적 부분 - 소리, 낱말, 문장.
내용적 부분 - 주제, 소재, 태도.
소리의 구조, 낱말의 구조, 문장의 구조, 주제의 구조.
㉯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 언어-문법, 국가-헌법, 물질-원리
축구-규칙, 바둑-규칙, 식사-규칙, 정치,경제, 문화, 삶, 역사를 지배하는 원리
㉰ 구조의 법칙은 자율적이고 독립적, 축구와 농구는 규칙이 다름.
물질과 정신, 시와 소설도 모두 규칙이 다름, 모든 차이와 변별성은 규칙의 차이 구조의 차이.
② 시의 구조에 대한 역사성
1) 시의 구조에 대한 전통적 논의 - 그 원론적 관점
내용과 형식(2원론)
현실의 반영(인과론)
이성과 감성(심리론)
현실과 상상(심리론)
욕망과 전이(심리론)
2) 시의 구조에 대한 현대적 논의 - 존재론적 관점
시는 언어의 구조(형식주의, 뉴크리티시즘, 구조주의, 기호학)
형식주의 - 낯설음의 구조(쉬클로브스키)
- 전경과 후경의 구조(무카로부스키)
뉴크리티시즘 - 객관적 상관물(엘리엇)
- 텐션(테이트)
- 역설(브룩스)
- 아이러니(시플레이)
구조주의 - 계열체와 통합체(소쉬르)
- 은유와 환유(야콥슨)
기호학 - 외연과 내포(퍼어스)
(2) 시와 산문의 언어구조
① 문장쓰기의 원리
1) 언어의 선택과 결합
문장 쓰기란 단어들의 선택과 결합이다. 그런데 단어를 선택할 경우 유사한 단어, 즉 같은 계열의 축에서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고 그 다음의 단어는 앞의 단어와 어울리는 단어를 선택하여 계속 결합해 가는 것이다.
선택의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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