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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홍문표 시창작 강의 노트

홍문표 시창작강의 노트 11
2019년 11월 01일 21시 20분  조회:871  추천:0  작성자: 강려
홍문표 시창작강의 노트 45
광복이후 모더니즘 시의 전개
홍문표
(1) 광복기 모더니즘
① 광복 공간기 시단
좌파시단- 오장환 이용악 설정식 박아지 임학수 등
우파시단 -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신석정 유치환 서정주 등
중간파시단 - 김광균 구상 김춘수 조병화 박인환 김종길 김규동 전봉건 등
② 김기림의 모더니즘 퇴조와 절필
초기 - 모더니즘 시론의 대표자, 새로운 감수성 주장 (1930)
중기 - 모더니즘의 위기, 전체시론 강조(친일) (1939)
후기 - 시와 정치의 결합. 모더니즘 시 퇴조 (1945)
1947년 「시를 쓴다는 것이 이미 부질없고나」를 발표하고 절필
철쭉꽃 피면
강화섬 가자던 약속도 잊어버리고
좋아하던 ‘존슨’ ‘브라운’ ‘테일러’와
맥주를 마시며
저 세상에서도 흑인시를 쓰고 있느냐
해방후
수없는 청년이 죽어간 인천 땅 진흙밭에
너를 묻고 온 지 스무 날
시를 쓴다는 것이 이미 부질없고나.
-김기림“시를 쓴다는 것이 이미 부질 없고나”1947
③「신시론」동인과「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모더니즘 시가 새로운 운동으로 전개되기 시작하는 것은 1948년 김경린, 박인환, 등이 중심이 된 ‘신시론’ 동인에 의해서이다. 이들은 1948년 동인지 『신시론』을 발간하고 1949년 동인 사화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의 합창』을 발간한다. 신시론 동인은 1950년 『신시론』을 『후반기』로 개제하고 조향, 이한직 등이 새로 참여한다.
④ 시인, 시민, 도시
시민들은
샘물이 흐르는 도심지대를 향하야
질주하고 있었다.
- 김경린「나부끼는 계절」
폭풍이 머문 정거장 거기가 출발점
정력과 새로운 의욕 아래
열차는 움직인다
격동의 시간
꽃의 질서를 버리고
- 박인환「열차」
(2) 1950년대 모더니즘 시운동
① 모더니즘시의 새로운 모색
1930년대의 열정
1940년대의 퇴조 -「신시론」,「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
1950년대의 새로운 모색 -「후반기」동인
6.25와 폐허의 도시, 현대인의 불안, 새로운 존재인식
② 후반기동인
1949년 김수영, 김경린, 박인환 등이 모더니즘을 표방한 사화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의 합창』을 펴내고, 그해 이한직, 조향, 박인환, 김경린 등이 모더니즘을 표방하는 ‘후반기’ 동인을 결성한다. ‘후반기’ 동인은 임시 수도였던 부산에서 활동했다.
③박인환, 김규동, 김경린의 전쟁과 도시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한 별은 내 가슴에 가볍게 부서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 박인환「목마와 숙녀」에서
현기증 나는 활주로의
최후의 절정에서 흰나비는
돌진의 방향을 잃어버리고
피 묻은 육성의 파편들을 굽어본다.
기계처럼 작열할 심장을 축일
한 모금 샘물도 없는 허망한 광장에서
어린 나비의 안막을 차단하는 건
투명한 광선의 바다뿐이었기에
- 김규동「나비와 광장」에서
오늘도
성난타자기처럼
질주하는 국제열차에
나의
젊음은 실려가고
- 김경린「국제열차는 타자기처럼」에서
목마와 숙녀 - 산문적 리듬감, 전후의 서울, 불안, 허무
나비와 광장 - 6.25와 상처에 대한 관심, 신선한 발상
국제열차는 타자기처럼 - 도시의 역동성
④ 조향의 초현실주의와 데뻬이즈망
낡은 아코오뎡은 대화를 관뒀습니다.
-여보세요!
<뽄뽄따리아>
<마주르카>
<다이젤 엔진>에 피는 들국화
-왜그러십니까?
모래밭에서
수화기
여인의 허벅지
낙지 까아만 그림자
비둘기와 소녀들의 「랑데부우」
그위에
손을 흔드는 파아란 기폭들
나비는
기중기의
허리에 붙어서
푸른 바다의 층계를 헤아린다
-「바다의 층계」
데뻬이즈망이란 자리바꿈, 곧 전위를 의미한다. 조향에 의하면 전위시키는 방법으로는 서로 관계없는 것들을 한데 갖다 붙이는 방법
⑤ 김춘수의 존재탐구와 언어중심주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꽃」
언어는 존재의 집 - 하이데거
언어가 있기에 사물이 존재한다. - 언어중심주의, 이성중심주의, 모더니즘, 존재탐구
소쉬르, 기표와 기의의 불일치, 기표의 독립성 - 무의미시의 계기
⑥ 김수영의 반이성적 아이러니 시작
흥분할 줄 모르는 나의 생리와
방향을 가리지 않고 서 있는 서가와 서가 사이에서
도적질이나 하듯이 희끗희끗 내어다 보이는 저 흰 벽들은
무슨 조류의 분뇨와도 같아
오 죽어있는 방대한 서책들
너를 보는 설움은 피폐한 고향의 설움일지도 모른다
예언자가 나지 않는 거리로 창이 난 이 도서관은
창설의 의도부터가 풍자적이었는지도 모른다
-「국립도서관」에서
책의 죽음 - 이성의 죽음
책 - 근대 - 전통에 대한 아이러니
역사적 현대의식 - 참여적 관심
(3) 1960년대 모더니즘 시
① 1930년대 시단
순수시 - 박용철, 김영랑
카프시 - 임화, 권환, 이용악
모더니즘 - 이상, 김기림, 정지용, 김광균
② 1945년대 문단
좌파시, 우파시, 중간파 모더니즘 퇴조
③ 1960년대 시단
참여시 - 김수영(모더니즘), 신동엽, 이성부, 조태일, 최하림, 김준태
순수시 - 김춘수, 전봉건, 김구용, 김종삼, 김광림 (모더니즘)
전통시 - 서정주, 박목월, 이동주, 박재삼, 이형기, 박용래
④ 4․19와 참여시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왔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해서
비상(飛翔)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푸른하늘을」
4․19직후 작.
문학의 현실참여. 정치참여고취
⑤ 김춘수의 무의미
눈보다도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있던 자리에
군함이 한 척 닻을 내리고 있었다.
여름에 본 물새는
죽어 있었다.
물새는 죽은 다음에도 울고 있었다.
한결 어른이 된 소리로 울고 있었다.
눈보다도 먼저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바다는 가라앉고
바다가 없는 해안선을
한 사나이가 이리로 오고 있었다.
한쪽 손에 죽은 바다를 들고 있었다.
- 김춘수 「처용단장」 1-4
언어-기표(응성기호)와 기의(의미)
기표만의 언어, 의미 배제
관념적인 참여시, 목적시 반대 - 관념의 공포- 서술적 이미지 추구
비유적 이미지(의미 대리) - 서술적 이미지(의미 배제) - 순수시
자유연상 - 대상의 사라짐
액션페인팅 - 기하학적 추상에서 추상적 표현주의, 행위중심(퍼포먼스), 글쓰는 행위.
⑥「현대시」동인들의 다양한 모색
‘현대시’ 동인은 1962년 처음 발행된 시집 『현대시』1집부터 1972년 마지막 발행된 26집까지 10년 동안 26권의 동인지를 펴내면서 60년대 우리 모더니즘 시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한다.
전봉건, 김광림, 김요섭, 김종삼, 박태진, 주문돈, 신동집, 허만하, 김하림, 민웅식, 장만영, 김수영, 박양균, 한성기, 이수익, 정진규, 장호, 박남수, 김춘수, 김윤성, 등
월광의
비늘과 비늘이 부서지는
라벨의 비단
가을의 차고 선명한
물의 월광
광란의 여름을 전송하고
그는 돌아온다
성으로
바람이여
빈 천정을 울리는
월광의 물결소리
- 김형태의「월광」에서
현실이 탈락한 추상의 공간 - 시인의 내면
자유연상, 초현실주의, 밝은 환상, 환각적 유희.
사나이의 팔이 달아나고 한 마리 흰 닭이 구 구 구 잃어버린 목을 좇아 달린다. 오 나를 부르는 깊은 명령의 겨울 지하실에선 더욱 진지하기 위하여 등불을 켜놓고 우린 생각의 따스한 닭들을 키운다. 닭들을 키운다. 새벽마다 쓰라리게 정신의 땅을 판다. 완강한 시간의 사슬이 끊어진 새벽 문지방에서 소리들은 피를 흘린다. 그리고 그것은 하아얀 액체로 변하더니 이윽고 목이 없는 한 마리 흰 닭이 되어 저렇게 많은 아침 햇빛 속을 뒤우뚱거리며 뛰기 시작한다.
- 이승훈「사물A」
젊은 시절의 내면풍경, 어두운 환상, 환각적 유희.
내가 한마디의 말을 알았을 때
처음 내가 한마디의 말을 알았을 때
나의 나무엔 슬기의 이파리 하나
피어나고
그것은 예지의 숲을 이루어 가던
그러한
나의 영광이여, 집중의 때여
- 정진규「집중」에서
나뭇잎이 처음 피어나는 순간의 감각, 황홀감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이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으로 돌아올까
- 이수익「우울한 샹송」
상실한 사랑과 현대인의 우수 - 내면풍경 - 우체국
밤이 자기의 심정처럼
켜고 있는 가등
붉고 따뜻한 가등의 정감을
흐르게 하는 안개
젖은 안개의 혀와
가등의 하염없는 혀가
서로의 가장 작은 소리까지도
빨아들이고 있는
눈물겨운 욕정의 친화
- 정현종「교감」
사물들의 감각교환, 사물의 친화 - 욕정, 에로티시즘
고요한 환상의
출장소
뜰,뜰의
달콤한 구석에서
언어들이 쉬고 있다
추상의 나뭇가지에
살고 있는 언어들 중의
몇몇은 위험한 나뭇가지들 사이를
날아다니다
떨어져죽고
나의
고장난 수도 꼭지에서도
뚜욱뚜욱
언어들이 죽는다
- 오규원「환상의 땅」
언어의 휴식과 죽음. 추상과 사물에외 언어의 죽음
(4) 1970년대 모더니즘 시
① 1970년대 시단
민중시 - 김지하, 조태일, 신경림, 고은, 최하림, 이성부, 정희성
전통시 - 조정권, 나태주, 이성선 외 전통적 서정시인들.
도시적 감수성의 시 (모더니즘 계열)
언어시 - 김춘수, 황동규, 김영태, 이승훈, 정현종, 오규원.
도시시 - 감태준, 김광규, 이성복, 최승호, 정호승.
② 도시적 감수성 -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경계
산자락에 매달린 바라크 몇 채는 트럭에 실려 가고, 어디서 불볕에 닳은 매미들 울음소리가 간간이 흘러 왔다
다시 몸 한 채로 집이 된 사람들은 거기, 꿈을 이어 담을 치던 집 폐허에서 못을 줍고 있었다
그들은, 꾸부러진 못 하나에서도 집이 보인다
헐린 마음에 무수히 못을 박으며, 또 거기. 발통이 나간 세발자전거를 모는 아이들 옆에서, 아이 들을 쳐다보고 한번 더 마음에 못을 질렀다
- 감태준 「몸바뀐 사람들」에서
산업화과정에서 소외된 삶 - 리얼리즘
상실한 자아, 분열된 삶 - 모더니즘
한줄의 시는커녕
단 한줄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굳굳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남아
귀중한 사료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들은 어디에 무엇을 남길 것이냐
- 김광규 「묘비명」
삶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적 성찰- 리얼리즘
낯선 언어형식의 추구 - 모더니즘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 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 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주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 신경림 「농무」에서
대상 - 집단, 민중 역사적 주체, 통합된 자아.
③ 이성복의 새로운 모더니즘 실험
어느날 갑자기 망치는 못을 박지 못하고 어느날 갑자기 벼는 잠들지 못한다 어느날 갑자기 재별의 아들과 고관의 딸이 결혼하고 내 아버지는 예고없이 해고 된다 어느날 갑자기 새는 갓 낳은 제 새끼를 쪼아먹고 캬바레에서 춤추던 유부녀들 얼굴 가린 채 줄줄이 끌려나오고 어느날 갑자기 내 친구들은 고시에 합격하거나 문단에 데뷔하거나 미국으로 발령을 받는다 어느날 갑자기 벽돌을 나르던 조랑말이 왼쪽 뒷다리를 삐고 과로한 운전수는 달리는 버스 핸들 앞에서 졸도한다
- 「그러나 어느날 우연히」
오세영 - 파격적 산문시, 회화의 직접 도입
대위법적 이미지, 내면 독백 형식의 자유연상, 언어 실험
이승훈 - 그는 기존문법을 파괴하고, 우연의 미학을 강조하고, 유물적 초현실주의를 지향 한다. 그가 노리는 것은 무슨 결론이나 해결이나 종합이 아니라 끝없는 부정이고, 이 부정이 아방가르드적 요소가 된다. 그가 보여주는 이런 특성은 80년대에 이른 바 해체시라는 용어를 낳는다.
 
홍문표시창작강의 노트 46
1980년대 이후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홍문표
(1)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① 리얼리즘,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리얼리즘 - 총체성의 회복 (이성중심)
모더니즘 - 질서회복(이성중심)
포스트 모더니즘 - 질서와 총체성 부정 (이성중심 거부)
② 작가란 무엇인가
모더니즘 리얼리즘 - 전지전능한 신적 존재
포스트 모더니즘 - 작가의 특권 부정, 작가의 죽음, 독자 중심, 다원주의
③ 진리의 현현이 가능한가
모더니즘 리얼리즘 - 진리의 현현(epihany) 가능, 중심, 절대 신봉
포스트모더니즘 - 진리는 계속 유보됨. 디페랑, 계시록적 시대.
④ 확실성의 문제
모더니즘 리얼리즘 - 언어에 의한 확실성
포스트모더니즘 - 구심점, 축, 절대적 확실성 없음
⑤ 양극화의 극복
리얼리즘 - 예술의 이념화, 모방, 산문적
모더니즘 - 예술의 형식성, 차이, 시적
포스트 모더니즘 -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양극성 초월
⑥ 제임슨의 포스트 모더니즘
제임슨은 포스트모더니즘을 후기 자본주의의 지배적인 문화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초기 시장자본주의가 사실주의를 독점자본주의나 제국주의가 모더니즘을 등장시킨 것이라면 다국적 자본주의 형태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포스트모더니즘은 리얼리즘이나 모더니즘의 특징으로 미학적 대중주의, 역사의식의 빈곤, 의미의 해체, 행복감, 비판적 거리의 말소, 반영이데올로기의 약화를 들고 있다.
(2) 1980년대의 해체시 운동
① 해체시의 의미
80년대 우리 시를 지배한 건 리얼리즘과 해체이다. 민중시나 해체시나 궁극적으로 노린 것은 현실 부정이고, 현실 파괴이고, 현실을 지배하는 질서 파괴이고, 질서를 구성하는 아버지라는 이름을 죽이기이다. 그러나 방법은 다르다. 리얼리즘이 형식을 지킨다면 해체시는 형식을 파괴한다.
80년대 해체시의 감각은 우선 ‘광주’로 대표되는 한국 근대성의 파산에 기초하고 있다. 60년대 이래의 근대화가 이룩한 한국 산업자본주의와 그 문화인 한국 모더니즘이 모순의 한 극점에 이른 것이 ‘광주’로 시작된 80년대라 할 수 있다. 해체시는 80년대가 보인 한국 근대성의 끔찍한 얼굴에 직면하면서 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몸짓에서 생성되었다. 전면적인 부정이라는 점에서 해체시는 전위적이다.
② 해체시의 전략 -형태파괴
그러니까 형태파괴의 전략은 1) 우리 삶의 물적 기초인 파편화된 모던 컨디션과 짝지워진 ‘훼손된 삶’에 대한 거울이며, 2) 파시즘에 강타당한 개인의 ‘내부파열’ 에 대한 창이며, 3) 의미를 박탈당한 언어의 넌센스, 즉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교란이었으며, 4) 검열의 장벽 너머로 메시지를 넘기는 수화의 문법이었다고 할까요?
- 황지우 「끔찍한 근대성」
오늘 오후 5시 30분 일제히 쥐(붉은 글씨)를 잡읍시다
벽4
1984년은 쥐띠 해이다
재앙의 날들이여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텨다오
- 황지우「오늘 오후 5시 30분 일제히 쥐를 잡읍시다」
벽보라는 일상의 세계와 시적 상상력의 경계해체.
시니피앙의 강조, 콜라주기법(다다이즘) - 신문기사인용
인쇄효과 (미래파)
③ 유물적 초현실주의
바퀴벌레들이 동요하고 있어 꿈이 떠내려가고 있어
가라앉는 산, 길이 벌떡 일어섰어 구름은 땅 밑에서
빨리 흐르고 어릴 때 돌로 쳐죽인 뱀이 나를
감고 있어 깨벌레가 뜯어먹는 뺨, 썩은 나무를
감는 덩굴손, 죽음은 꼬리를 흔들며 반기고 있어
<<닭아, 이틀만 나를 다시 품에 안아줘
<<아들아, 이틀만 나를 데리고 놀아줘
<<가슴아, 이틀만 뛰지 말아 줘
밥상 위, 튀긴 물고기가 퍼덕인다 밥상 위, 미나리와
쑥갓이 꽃핀다 전에 훔쳐먹은 노란 사과 하나
몸속을 굴러다닌다 불을 끄고 숨을 멈춰도 달아날 데가 없어
- 이성복「루트기호속에서」에서
루트- 뿌리. 강력한 힘. 현실을 초월하는 이미지, 몽타주, 화자 상실
환각의 이미지, 개인적 무의식(60년대) -에서 사회적 무의식.
관념적 초현실주의 - 유물적 초현실주의
④ 유희적 해체
내 시에 대하여 의아해 하는 구시대의 독자 놈들에게 → 차렷, 열중쉬엇, 차렷.
이 좆만한 놈들이……
차렷, 열중쉬엇, 차렷, 열중쉬어, 정신차렷, 차렷, 00. 차렷, 헤쳐모엿!
- 박남철 「독자놈들길들이기」에서
1) 조소, 조롱, 냉소, 야유, 속어, 비어, 사투리, 욕설, 2) 행간의 파열과 문맥의 파열, 3) 띄어쓰기를 무시한 줄글, 4) 거꾸로 된 활자, 5) 표제만 있고 내용이 없는 시 혹은 내용만 있고 표제가 없는 시, 6) 인쇄 효과, 7) 텍스트 공동 현상, 8) 사진을 이용한 콜라주, 9) 의성어의 활용, 10) 음악적 효과, 11) 대화체와 구어체의 활용
⑤ 요설적 해체
길안에 갔다
길안은 시골이다
길안에 저녁이 가까워 왔다. 라고
나는 썼다. 그리고 얼마나
많이, 서두를 새로 시작해야 했던가?
타자기를 새로 끼우고, 다시 생각을
정리한다. 나는 쓴다.
길안에 갔다.
길안은 아름다운 시골이다.
그런 길안에 저녁이 가까워 왔다.
별이 뜬다.
이렇게 쓰고, 더 쓰기를
멈춘다. 빠르고 정확한 손놀림으로
나는 끼워진 종이를 빼어
구겨 버린다. 이 놈의 시는
왜 이다지도 애를 먹인담. 나는
- 장정일「길안에서 택시잡기」
시쓰기 과정, 시인과 텍스트 경계해체, 시인 비하, 메타시
그의 해체적 요소로는 1) 패러디, 2) 장르 혼용, 3) 메타시, 4) 포르노적 상상력 등이다.
⑥ 텍스트 시
한 개 시를 만들기 위하여
앉았다가
섰다가
섰다가
앉았다가
아주 누워 있다가 있다가
또또
앉았다가
섰다가
그냥
떨어져 있다가 있다가
- 박상배 「바람난 시1」에서
텍스트시는 현실의 총체성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현실의 파편들을 한곳에 모은다는 것. 따라서 몽타주 미학을 기본으로 하고, 텍스트는 언어물과 비언어물 모두를 일컫는다는 점이다. 이런 텍스트 정의는 세계를 텍스트로 보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를 세계로 보는 인식의 전환을 동반한다. 그리고 텍스트가 아니라 텍스트들의 결합, 조합, 모음이 지향하는 것은 이른바 인터텍스트, 상호텍스트 개념이다. 텍스트가 있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와 텍스트 사이, 틈, 심연이 이고 이 사이, 틈, 심연이 텍스트이다.
- 이승훈 「모더니즘 시사」
(3) 도시적 감수성
① 1980년대 도시적 감수성
30년대 모더니즘 - 식민지 자본주의
80년대 모더니즘 - 산업자본주의 시대의 삶에 대한 미적인식
② 새로운 문명비판
화장한 문둥이 얼굴을 하고
미소 짓는 자본주의의 밤에
붉은 등 싱싱한 정육점에 걸려있는
늙은 창녀의 고깃덩어리
피를 흘린다
도끼를 삼키는 물렁한 상처들
- 최승호「적신」에서
반문명 동물적 리얼리즘, 그로테스크, 죽음
③ 사랑과 죽음
일찍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른 빵에 핀 곰팡이
벽마다 누고 또 눈 지린 오줌 자국
아직도 구더기에 뒤덮인 채 천 년 전에 죽은 시체.
아무 부모도 나를 키워주지 않았다
쥐구멍에서 잠들고 벼룩의 간을 내먹고
아무 데서나 하염없이 죽어가면서
일찍이 나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 최승자 「일찍이 나는」에서
전통문법파괴, 비속어 사용, 실존의식, 동물적 리얼리즘, 나와 너의 죽음, 삶의 영원한 루머.
④ 도착적 이미지
너는 박제의 천재
삽시간에 내장을 꺼내고
더운 피를 버리고
뇌수를 발라내고
살과 뼈를 말리는
그 다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환한 빛솜으로 몸 속을 채우는.
너를 보면 저절로 웃지
입술 속엔 구겨진 휴지 뭉치가 들어 있으니까.
너를 보면 머리 속이 환하지
텅 비어 있으니까.
너를 보면 옷을 벗지
뱃속이 환하니까.
너를 보면 혈색이 나지
네가 물감을 칠해주니까.
- 김혜순 「껍질의 삶」
도착적 이미지, 부분과 전체, 안과 밖, 삶과 죽음, 그로테스크 자기파괴.
⑤ 우울한 현대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있거라, 더 이상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 기형도 「빈집」
우울의 이미지, 실존적 이미지, 신성의 세계와 단절
사랑의 상실 - 밤, 겨울안개, 촛불, 백지, 눈물.
(4) 1990년대 해체시의 양상
① 메타시의 개념
문법이나 언어학을 메타언어,즉 언어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면 메타시는 시 자체를 대상으로 하고, 이때 시는 광의의 시를 대상으로 한다는 게 내 주장이다. 메타시는 현실, 그리고 현실을 인식하는 주체로서의 자아(시인이 아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 자체, 시인, 독자, 시가 이루어지는 과정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이것은 언어가 현실을 지시하지 않고 언어 자체를 지시할 때 메타언어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런 점에서 메타시는 자기회귀성을 본질로 하고 자기회귀성은 시가 현실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 시가 바로 현실을 형성한다는 세계관이나 미학을 강조한다. 이는 가상현실의 대두와 언어의 지시적 기능 약화, 철학적 배경으로는 ‘적의 부재’ 혹은 ‘중심의 부재’
몇 글자 써 본다.
그것은 금새
다른 사물을 가리킨다.
그것은 늘
다른 의도를 겨냥하고
어렵지 않게
탄소 14에 반응한다.
어둠 속에서
글이 찾는 것은
까마득히 먼 고장사람들의
암호문이다.
- 파체코, 「역사의 가속성」, 김은중 역
1) 패러디
패러디는 원전을 풍자적으로 고치면서 모방하는 기법을 뜻한다. 따라서 패러디는 두 가지 특성을 보여준다. 하나는 모방의 대상이 존재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모방이 풍자를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패러디의 대상이 존재한다는 점은 최소한 그것이 기댈 수 있는 토대 혹은 규범을 전제로 하고 풍자를 겨냥한다는 점은 이데올로기나 신념을 전제로 한다.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_안도현
아름다운 이- 풀 한포기라도 함부로 하지마라.. 시간이 지나면 예쁜 꽃이 피어나리라.
별빛- 나무 함부로 베지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쉴 곳이 되어준 적 있느냐.
권정화- 금배지 달았다고 함부로 패싸움 하지마라. 진실로 너는 누구를 위해 싸웠느냐.
2) 패스티쉬
혼성모방으로 불리는 이 기법은 대상을 모방하되 그 모방에 어떤 동기가 없다. 자연스런 충동의 모방이다.
내 누님같이 생긴 꽃아 너는 어디로 훨훨 나돌아 다니다가 지금 되돌아 와서 수줍게 수줍게 웃고 있느냐 새벽닭이 울 때마다 보고 싶었다 꽃아 순아 내 고등학교 시절 널 읽고 천만번을 미쳐 밤낮없이 널 외우고 불렀거늘 그래 지금도 피가 잘 돌아가고 있느냐 잉잉거리느냐 새삼 보아하니 이젠 아조 아조 늙어 있다만 그래두 내 기억 속에 깨물고 싶은 숫처녀로 남아 있는 서정주의 순아 난 잘있다 오공과 육공 사이에서 민주와 비민주 보통과 비보통 사이에서 잘도 빠져나가고 있단다 그럼 또 만나자 꽃나비꽃아
- 박상배 「희시3」
이 시에 나오는 서정주의 텍스트는 크게 세 개다. 첫째 ‘누님같이 생긴 꽃아’ 는 서정주의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국화옆에서」)라는 시행을 약간 변주하여 그대로 인용한 것이고, 둘째 ‘지금도 피가 잘 돌아가고 있느냐 잉잉거리느냐’는 서정주의 ‘피가 잉잉거리던 병은 이제는 다 나았습니다’ (「파소 두 번째 편지 단편」)을 개작 인용하고, 셋째 ‘새벽닭이 울 때마다 보고 싶었다’는 서정주의 ‘새벽닭이 울 때마다 보고 싶었다 - 내 부르는 소리 귓가에 들리느냐 순아’(「파소의 부활」)을 인용한다. 텍스트의 혼성을 통해 총체성 와해, 풍자를 목적으로 하지 않음. 동기없는 모방- 패스티쉬.
(5) 자아와 허무의 모더니즘
①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모더니즘으로
메타시, 해체시, 영화시, 패로디, 패스티쉬 등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양상이다. 이는 적의 부재, 중심의 부재, 이데올로기의 소멸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형식적 실험보다는 내면적인 실존의식, 허무주의에 관심을 갖는 온건한 모더니즘도 있다. 김정란, 송찬호, 김언희, 허혜정, 박찬일, 정남희 등이 그들이다.
② 자아탐구
형태가 되기를 거부하는
언제나 생성의 시초를 향해서만 달려가는
사방으로 트인 시간을 사는 집요한 내면의 자아
그것의 죽일 수 없는 자기 순수의 확신에 대해서
그 절대적인 현재형의 속살의 시제에 대해서
나는 절망하며 오랫동안 생각했네
- 김정란 「피의시간」
육체를 표상하는 피, 집요한 내면의 자아, 의식, 자아, 선험성 탐구
③ 상징계의 부정
나는 새장을 하나 샀다
그것은 가죽으로 만든 것이다
날뛰는 내 발을 집어넣기 위해 만든 작은 감옥이었던 것
처음 그것은 발에 너무 컸다
한동안 덜그럭거리는 감옥을 끌고 다녀야 했으니
감옥은 작아져야 한다
새가 날 때 구두를 감추듯
새장에 모자나 구름을 집어 넣어 본다
그러나 그들은 언덕을 잊고 보리 이랑을 세지 않으며 날지 않는다
새장에는 조그만 먹이통과 구멍이 있다
그것이 새장을 아름답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송찬호 「구두」에서
구두/ 새장/ 가죽/ 감옥/ 한 척의 배 - 어머니
상징계 이전의 거울단계, 상상계, 어머니와 동일시되는 상상계.
(6) 2000년대 하이퍼 시 또는 디지털 시
신규호: 저도 일반시와 하이퍼 시의 다른점은 시적 감각이라고 했지만, 우선 일반시는 선조적, 선형적이고 시간의 순서대로 원인 결과가 있고 순리대로 나가는데 하이퍼 시는 원인 결과 다 파괴시키고 그렇습니다. 가장 구분되는 것은 원인과 결과 시간은 파괴시켜 버리지요. 파괴시켜버리니까 소통이 어렵고
심상운: 일반시는 주제를 지향하는 시라고 하면은 하이퍼 시는 이미지를 지향하는 시입니다. 주제는 관념입니다. 관념시, 관념을 가지고 시를 쓰는 선관념, 후 사물을 쓰는 사람들을 일반시인이라고 말하고 하이퍼 시는 관념보다 사물, 사물로만 이야기하는 그러니까 이미지를 통해서 이미지로만 이야기하는 시를 하이퍼 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이퍼 시와 디지털 시를 처음 쓰려고 했는데 어떤 차이가 있느냐 하면 움직이는 그림과 고정된 그림, 그림도 움직이는 그림과 동적으로 움직이는 그림이 있습니다. 고정된 이미지로부터 벗어나서 움직이는 이미지로 이동이 될 겁니다.
이젤을 거꾸로
일요일의 한강이 그림을 그린다
부우우 몰려와 늘어선 물가의 아파트군
단숨에 세우고
짐짓 흔들어본다
하늘을 제 가슴 깊숙이 클릭하고
그 위에 구름 몇 송이 흘러내리는
이내 지워버린다
아파트를 흑수정으로 꾸며놓고
올랑촐랑 물살 속
창문을 열고 들어가서는 구부정한 어머니
뒤 따르는 나를 덥석 안는다
돛단배 하나 지나가면서
한강은 우리를 지운다
피사로의 「수문」을 물새가 가로 지른다
-김규화의 「한강을 읽다」
김규화 시는 한강을 대상으로한 어머니에 대한 시다. 일반시는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주제 중심으로 내부로 심층적으로 파고든다. 그러나 김규화의 시는 외부로 확산적이다. 사물 중심의 움직이는 풍경화다. 이젤을 거꾸로 세워 상상력의 공간이동과 시간이동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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