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별을 쫓는 사람-E E 에반스
2021년 09월 19일 20시 47분  조회:432  추천:0  작성자: 강려
 별을 쫓는 사람
 
E E 에반스
 
<차례>
 
아빠의 부상··················· 3
행성착륙···················· 12
공포의 낚시··················· 20
애니의 진단··················· 26
모래 속의 상자················· 32
결정체 생물··················· 42
이상한 소리··················· 52
마커를 살펴라·················· 61
우주 해적···················· 67
잠자는 네 사람················· 74
대통령의 만찬회················· 82
 
아빠의 부상
 
무서운 소리가 났고, 이어서 심한 충격이 우주정을 흔들었습니다. 존은 들고 있던 책을 떨어뜨리고는 펄쩍 뛰어올랐습니다. 존은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씨익 하는 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들려 왔습니다. 그것은 공기가 새어 나가는 소리 같기도 했습니다.
충돌 직후 멀리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내지른 외마디 비명이 생각났습니다.
빨리 새어나가는 공기를 막지 못한다면…….
존은 정신이 혼미한 중에서도 공기가 새어나가는 일이 걱정이었습니다.
"무슨 일이야, 존?"
형이 소리쳤습니다. 존은 벽에 아주 조그만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손가락 하나가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었습니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둘둘 뭉쳐 눌렀습니다.
그러나 그 정도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습니다. 당황한 존은 비상용 수리함 쪽으로 달려가, 조그만 금속판을 떼어 가지고 와서 벽의 구멍에 갖다 대었습니다.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아. 밖에 나가서 고쳐야 하겠어.'
밖으로 나가려다가 문득 존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형이나 아버지, 어머니는 도와주러 오지 않는 걸까?'
존은 서둘러 모두가 있는 곳으로 가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아버지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어머니는 그 옆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죠 ? 형, 도대체 왜 이래요 ?"
잭은 힘없이 대답했습니다.
"쓰러져서 머리를 다치셨단다. 다리까지 부러지시고……."
존은 어머니 옆에 앉아, 어머니의 어깨를 안았습니다.
이 몇 해 동안 존은 키가 무척 커지기는 했지만, 아직 16세의 소년에 불과했습니다.
잭은 아버지가 누울만한 곳을 만들고, 구급 상자에서 약을 꺼내 다친 곳을 치료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주정의 조종은 서툴렀지만, 형은 이런 일에는 매우 민첩했습니다. 형은 벌써 아버지의 다친 머리 상처에 약을 바르기 위해 면도까지 해 놓았습니다.
어머니가 존에게 말했습니다.
"존, 넌 이 우주정을 조종할 수 있겠지. 얼른 되돌아가자꾸나. 어느 별에 병원이 있을까?"
존은 놀라 어머니를 바라보았습니다. 어머니도 우주정의 조정법을 알고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아마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어머니, 우주정 조정은 땅 위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는 틀려요. 속력은 줄일 수가 있지만, 방향을 바꾸려면 앞으로 이틀은 기다려야 해요."
그러자 잭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래요, 어머니. 날아가고 있는 도중에는 갑작스럽게 우주정을 멈추거나 되돌릴 수 없어요. 그렇지만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아버지의 상처는 그렇게 대단하지는 않은 것 같으니까요."
존은 다시 계속했습니다.
"그 뿐 아니라 병원이 있는 별은, 가장 가까운 곳이라 해도 한 달은 걸려요. 벌써 지구를 떠난 지 6주일이 지났으니까요."
치료가 끝난 후, 어머니가 물었습니다.
"존, 아버지가 다친 이유를 알았니?"
"예. 조그만 운석이 뚫고 들어와서 아버지에게 맞은 것 같아요. 틀림없을 거예요. 스쳐갔으리라고 생각은 들지만 아무튼 굉장한 속력이니까요. 아버지는 조금 다치신 거예요. "
"그래, 그런데 공기는 새지 않는구나."
"예. 제가 즉시 응급 처리는 했어요. 그러나 밖에 나가서 제대로 고쳐야 돼요. 되도록 빨리 말이에요."
어머니는 존의 믿음직스러운 모습이 몹시 기뻤습니다.
그렇지만 어린아이들이 혼자서 우주정 밖으로 나갈 것을 생각하니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조심해야한다, 존. 밧줄을 단단히 매고......."
"괜찮아요. 벌써 여러 번 밖에 나갔잖아요."
존은 그 때까지 여러 번 우주정 밖으로 나간 일이 있었습니다. 나가서 보면 밖의 아름다움은 형언할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새까만 우주에 몇 10만이나 되는, 헤아릴 수도 없는 빛의 점이 빛나고 있습니다.
그 빛의 점은 모두가 커다란 태양인 것입니다. 더 멀리에는 몇 10억이라는 태양이 모여진 성운이 가로질러 있고. 주위의 은하수까지, 우리들의 은하계 우주보다 큰 것이 헤아릴 수 없을 지경으로 있는 것입니다.
은하수 중에서도 큰 태양은 아주 뚜렷이 보이고 있습니다. 카노푸스, 리켈, 데네브, 베텔규스, 안타레스 등입니다.
지구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위치가 조금 달라 보이기도 합니다.
별을 바라보던 것을 그만두고, 존은 천천히 선체를 따라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왼쪽으로는 8미터, 그리고는 1미터 가량 문 쪽으로 다가서면 되는 거였지......'
존은 자석 구두를 조심스레 옮기면서 다가갔습니다. 몇 천만의 별빛으로 주위는 무척 밝았습니다. 존은 운석이 부딪친 곳을 발견하여, 벨트의 주머니에서 액화 금속을 뿌리는 도구를 꺼내, 그 구멍에 밀어 넣었습니다
구멍을 메우고 존은 작은 가스 버너를 꺼내 불을 붙였습니다. 온도가 0도에 가깝기 때문에, 금속은 불이 닿자 곧 빛깔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사히 일을 마치고 선 내로 돌아왔지만, 나갈 때에 도와주었던 형 잭은 문에서 기다려 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옆에 있지 않으면 약을 조사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형은 동물이나 식물이나 생명이 있는 것을 조사하는 일과, 약이 무엇 때문에 효력이 나는가에 대해 조사하는 일 만을 좋아합니다.
서둘러서 방으로 들어가 보았더니, 어머니와 잭은 말없이 아버지 옆에 앉아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좀 어때요?"
"마찬가지지 뭐."
"형 어때? 괜찮으실까?"
"회복이 생각보다 늦으실 것 같다. "
그 말을 듣는 순간, 존은 재빨리 여러 가지를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가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은 어떻게 해야 좋은가? 우주정을 운전하며 항로 계산을 하는 것은 누가 해야 하나? 목적지에 닿게 되면 도대체 누가 착륙을 시켜야 하나?'
존이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은 바로 아버지였습니다.
'아빠, 죽으면 싫어요!'
존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외쳤습니다.
아버지 테드 가버는 우주 개척자였습니다. 최초로 지구의 우주선이 항성 시리우스에 갔을 때, 아버지는 그 우주선에 사관으로 탔던 것입니다.
그 후, 우주 여행은 점점 더 성행했습니다. 지금은 3 주간의 휴가만 있으면 1천 크레딧으로 달에 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달 정도의 휴가면 4천 크레딧으로 화성이나 금성을 여행 할 수 있습니다.
시리우스나 베가의 행성이라도 정기 여객 우주선이 다니고 있으므로, 요즘에는 지구의 식민지가 된 많은 혹성에 우주선이 많이 왕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테드 가버는 다른 사람이 먼저 발견한 별에는 가려고 하지 않는 고집이 있었습니다. 그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혹성을 조사하여, 지구를 위해 쓸모 있는 금속 또는 방사성 자원을 발견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존의 아버지는 아주 오랫동안 우주에서 일해 왔으며, 겨우 작은 우주정 하나를 사서 가족과 함께 우주 탐험을 계속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존이 타고 있는 우주정은 인류가 아직 까지 날아본 적이 없는 곳을 날고 있습니다.
쓸모 있는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아버지가 의식을 찾을 때까지 어떻게 해야 좋지?'
존은 또 그 일에 대하여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항로를 어떻게 정하는지, 그런 것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계신다. 조금 전에도 곧 되돌아가자고 말씀하셨을 정도니까.'
그 면에서는 형 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형이니까 아는 것은 많을지 모르지만, 우주선에 대해서는 전혀 깜깜합니다.
어린 아이 때부터 존은 우주선의 기계를 만지며 자라 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요즘에 들어서는 어떻게 하면 하나의 별로 갈 수 있는 항로를 정할 수 있는 방법. 즉 항행술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어찌나 수학이 어려운지, 일생을 걸려도 다 알지 못할 것 같기도 했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존, 이 일을 어떡해야 좋으니? 아빠가 이렇게 되시니까,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구나."
그러자 존은 갑자기 어른스럽게 말했습니다.
"염려하지 마세요, 어머니. 우리 힘으로도 갈 수 있을 거예요. 아버지가 생각하신 일을 그대로 계속하는 거예요."
어머니는 납득이 안 간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그런 것을........."
이번에는 잭 쪽을 보고 물었습니다.
"잭, 네 의견도 듣자꾸나!"
가냘픈 몸을 가진 잭은 더듬거리듯 말했습니다.
"모, 모르겠어요. 차라리 지구로 되돌아가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데........."
말하는 잭의 눈은 겁에 질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
18살인데도 잭은 어린 아이 같아 보였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머니, 저에겐 말해 보아도 소용없어요.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없으면 우린 죽을 지도 모르는 걸요!"
존은 놀란 얼굴로 형 잭을 쳐다보았습니다.
"힘을 내, 형!"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존은 소리를 질렀습니다. 어머니와 잭이 눈이 둥그래져서 바라보았습니다.
"모두 침착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돼요. 이 우주정은 자동이고, 지금 속력을 줄이고 있는 중이니까 당분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아버지에게는 매우 중요한 여행이기 때문에, 만일 지금 중지한다면 아버지는 실망하실 거예요."
"존,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고 있니? "
잭이 물었습니다.
"알고 말고. 아버지가 몇 번이나 말씀해 주셨어."
그러자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아빠가 나으실 때까지 둘이 의논해서 뭐든 결정하도록 해요, 난 지금부터 뭔가 먹을 것을 만들겠다."
다음 날 아침에 어머니는 눈물이 글썽해져서 두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빠는 어젯밤 세 번 정도 의식을 찾으셨다. 그렇지만 아무 말씀도 못하시고 또 잠드셨어."
아침을 먹은 다음에 존은 잭과 함께 조종실로 가서 조종실의 여러 가지 기계를 점검했습니다.
또 아버지가 가려고 했던 항성까지 얼마큼 가면 닿을 수 있는가에 대하여 조사했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그 항성과 주위의 행성들이 비춰지고 있었습니다.
운석과 충돌할 위험이 없느냐고 잭이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운석이라는 것은 행성의 근처에만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항성계에서 떨어진 곳에서도 운석에 맞는 일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존은 잭에게 자세히 아는 데까지 설명해 주었습니다. 존은 주머니에서 조그만 둥근 돌을 꺼냈습니다.
"어젯밤에 발견했어."
잭은 그 돌을 바라보았습니다. 이 돌이 벽을 뚫고 들어왔을 때, 우주정의 속력이 줄어들고 있어서 망정이지, 보통 속도 때였으면 아버지에게는 정통으로 불행이 닥쳤을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좋지?"
돌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잭이 정신이 나간 것처럼 존에게 물어 왔습니다.
우리들이 향하고 있는 항성에는 행성이 4개나 5개 정도가 있는데 그 중 2개나 3개, 아니 4개는 지구와 같아서 인간이 살 수 있을 거라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 행성을 조사하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입니다. 이번에 실패하면, 정부는 다음 여행을 허락하지 않을 터여서, 아버지는 이 우주정과 우주 여행에 돈을 모조리 투자했던 것입니다.
제일 가까운 곳에 도착하는 데도 2일 이상 걸리는데, 이대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존은 잭에게 설명했습니다.
"형, 아버지는 괜찮을까? "
"글쎄, 심한 상처는 아니지만........, 다리에 깁스 붕대도 했으니까 괜찮을 거야."
존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아버지가 만일 돌아가신다면 지구로 돌아갈 수밖에 없지만, 더 무서운 일은 '슬릭 보건'이 자신들이 와 있는 이 근처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을 지구를 떠날 때 들었던 사실입니다.
슬릭 보건은 유명한 우주 해적입니다. 슬릭 보건이 앞질러 가면 큰일입니다.
"존, 이 우주정을 착륙시킬 수 있겠니?"
"어젯밤부터 수면 학습기를 사용하여 공부하고 있었어. 그리고 아버지에게 배워 가면서 착륙한 일도 있었으니까, 형이 도와준다면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잭은 말없이 한동안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다. 문득 얼굴을 들고 힘있게 말했습니다.
"힘을 내는 거다!"
형과 동생은 굳게 손을 잡으며 약속했습니다.
어머니에게 침착하게 기운을 내야 한다며, 잭은 평소 똑똑했던 사람으로 되돌아갔습니다.
 
행성착륙
 
존은 조종실로 돌아와 우주 기술 책을 꺼내, 별의 지도에 맞춰가며 위치를 조사하고, 조종 장치를 기억하며 암기해 나갔습니다.
아버지에게 배운 것이어서 생각보다 쉬웠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여전히 불안해하였습니다.
"언제쯤 도착할 수 있니?"
"내일 점심 때 쯤이면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어머니. 정확한 시간은 조금 뒤에 계산해야 돼요. 형이 앞으로의 일을 결정한다고 말했지만, 우주선에 대해서는 형보다 많이 알고 있으니까, 우주선에서는 내가 선장이 되는 것이 어때요?"
어머니는 놀라 존을 바라보았지만, 형 잭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허락했습니다.
"어른이 다 되었구나. 사내다워졌어. 어느 행성에 착륙할 작정이지?"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물었습니다.
"좀더 조사를 해야 해요. 사람이 살 수 있는지를 조사해야 되니까. 우주 해적인 보건이 앞지르기 전에 우리가 먼저 도착해야 되요."
모든 것을 잭과 존에게 맡기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간호에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존과 잭, 그리고 어머니는 조종석에 모여 가까워지고 있는 태양계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 태양은 지구의 태양보다 조금 크고 행성의 수는 5개뿐이었습니다. 그 중의 세 개, 2, 3, 4 의 사이에는 위성이 7개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2와 3 행성은 지구인이 살 수 있을 것같이 느껴졌습니다.
존은 그 행성 주위의 궤도로 우주정을 돌입시켰습니다.
150킬로미터 높이에서, 아래로 보이는 행성을 조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식물은 보이는 것 같은데, 마을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구와 같은 크기의 그 행성은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달도 하나 있었습니다.
"바다도 많이 있고, 아주 굉장한 밀림까지 있어! 망원경으로 봐."
잭이 망원경에 매달려 말했습니다.
"호수와 강도 있고 평야도 있어요. 사람이 살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땅 같아요."
"춘하추동이 있는지, 남극과 북극에 눈과 얼음 같은 것이 보여, 형."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 걸."
"형! 이곳의 1년은 3백일 정도인 것 같아. 대강 계산해 보았지만."
주장들이 서로 엇갈린다고 생각한 어머니가, 그들의 말에 끼어 들었습니다.
"이 별에 내릴 작정이니?"
"잠시 후에 결정하겠어요, 어머니."
공기와 온도를 조사해야만 착륙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으므로, 우선 어머니를 안심시키고는 조사를 위해 존은 우주정을 내렸습니다.
온도는 35도 가량, 지구보다 탄산가스가 조금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평야에 내리기 위해서 어머니는 아버지를 돌봐야 했으며, 형은 미터를 봐 주어야 했습니다.
존은 이런 일들을 침착하게 지시하면서, 아주 선장다웠습니다.
"형, 바깥의 기압은?"
"742."
"높이는 43300, 1초에 100씩 내리고 있어."
우주정이 착륙했습니다. 충격이 심했는지, 우주정이 온통 덜거덕거렸습니다.
역분사를 끊고 연료 호스를 끊은 다음, 레버를 중립의 위치로 보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난 것입니다. 창백해진 어머니의 얼굴을 보며, 존은 웃어 보였습니다.
잭은 훌륭한 동생을 격려하고 싶은 마음으로 농담을 했습니다.
"너 우주정을 망가뜨릴 작정이었지?"
"존은 무척 잘했다. 처음 한 것 치곤 너무 잘했어요,"
어머니가 웃어 보였습니다. 존과 잭은 악수를 나누며 웃었습니다.
한 시간쯤 밖을 조사하자는 제의를 존이 했을 때, 우주정 밖에서 크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무슨 괴물일까! 우주선의 몸통이 흔들릴 정도였습니다.
길이는 5미터 정도, 많은 털에 싸여있고, 높이는 3 미터 가량, 게다가 몸은 삼각형으로 되어 있는 괴물이었습니다.
머리는 말과 비슷했으며, 큰 입을 벌리자, 길다란 송곳니가 줄지어 있었습니다. 둘은 창 너머로 이상한 괴물을 숨막힐 정도로 긴장을 하며 지켜보았습니다.
총으로 죽일 수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문을 반쯤 열고 20m즘 떨어진 곳에 있는 괴물을 향해, 존은 왼쪽 눈, 잭은 오른쪽 눈을 총알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 쏘았습니다.
"하나, 둘, 셋, 쏴!"
붉은 피를 내뿜으며, 괴물이 우주정을 향해 돌진해 오기 시작했습니다.
창밖에 그 거대한 몸뚱이가 부딪혀 올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뜻밖에 괴수는 울부짖음을 멈추고 비틀대다가 땅 위에 쓰러졌습니다.
어머니가 파랗게 질려 조종실로 들어왔습니다.
"뭐가 어떻게 됐니?"
"괴물이었어요. 존과 둘이서 물리쳤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 선체가 그토록 움직인 것을 보니, 무척 큰 짐승이었나 보구나. 죽었니?"
"틀림없이 죽었을 거예요. 밖으로 나가 고기를 떼어 오겠어요."
좋은 반찬이 될 거라고 웃어 보이면서 어머니를 안심시키려고 했으나, 어머니는 이곳에서 떠나자면서 떨고 있었습니다.
잭과 존은 어머니를 껴안듯이 하여 거실로 쓰이고 있는 방에다 모셔다 드렸습니다.
의자에 앉아, 잭은 어머니를 위로하였습니다.
"우리는 어머니를 무척 좋아해요. 언제나 어머니 말씀을 거역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곤란해요, 다른 별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아직 아버지도 주무시고 계시잖아요. 그러니 어머니 ......."
"저도 잭형도 어리긴 하지만 남자잖아요. 저희들을 믿어 주세요."
존도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어머니는 형제의 얼굴을 바라보며, 조금 진정이 되는 듯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어머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그렇구나....... 너희들을 어린 아이 취급을 해 미안하다. 그러나 조심해야 한다."
몇 번씩이나 타일렀습니다.
잭과 존은 다시 총에 탄환을 재어 가지고, 우주정 밖으로 나갔습니다.
몇 십 마리나 되는 새들이 날아올랐습니다. 괴물은 어느 사이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아마 새들에게 먹혔나 봅니다.
"반찬 하기는 틀렸군."
존이 아쉬운 듯 말하자, 잭은 웃었습니다.
"신경 쓰지 마, 존.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해 버리면 쉽잖아. 하지만 송곳니는 굉장한 것 같으니, 저것은 가지고 가자."
잭은 송곳니를 뽑아 가지고, 우주정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우주정 주위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가버 집안의 이 우주정 이름은 '스타 로버'로서 별 사이를 돌아다니는 사람이란 뜻이었습니다.
길이는 26미터, 지름은 가장 굵은 곳이 6미터 정도였습니다.
맨 앞에는 둥글게 조종실이 만들어져 있고, 두꺼운 유리창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 다음이 거실인데, 그것은 가장 큰방이었습니다.
침실이 2개, 욕실과 부엌, 그리고 창고, 연료 탱크와 기계실 이 있었습니다.
온도를 높이거나 내리거나 하기 위한 기계, 공기를 맑게 하는 기계, 전기를 일으키는 발전기, 펌프 등이 있는 기계실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우주정을 날아가게 하는 원자력 로켓 엔진이 있었습니다.
그 아래가 분사관입니다.
착륙할 때, 그 분사관이 망가지지 않았을까 걱정했던 존은 기쁨으로 가득 찼습니다.
아무런 이상도 없는 것을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아주 강한 금속으로 되어 있습니다.
잭은 총을 들고 주의 깊게 주위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다행입니다. 선장!"
잭이 웃어 보였습니다. 존은 형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형, 우리가 우주정 밖에 있을 때, 어머니가 우리를 부를 수 있는 장치를 만들면 어떨까? 사이렌이나 그와 비슷한 걸 말야."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형 잭도 대찬성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우주정 입구에 서서 진기한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우주정으로 들어가는 에어록 쪽을 돌아보며 존이 어머니를 부르려고 했을 때, 갑작스레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비는 눈 깜짝할 새에 폭포처럼 쏟아져, 존과 잭은 당황하여 에어록 쪽으로 뛰었습니다. 둘 다 비에 흠뻑 젖어 우주정 안에 들어왔습니다.
"굉장히 많이 내리는데, 매일 이렇게 많이 내리는 걸까?"
존이 이상스럽다는 듯이 잭에게 물었습니다. 잭 역시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대답했습니다.
"글세? 천둥소리도 없고 번개도 치지 않으면서 비가 내리는데!"
어머니는 미소만 짓고 있다가, 두 아들을 향해 입을 열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좋아지시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는 약간 움직이기까지 했단다. 물론 아직 눈은 감고 계시지만."
"정말 다행이에요!"
잭이 기쁜 얼굴로 소리쳤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생각난 듯 무릎을 쳤습니다.
"여긴 마을이라고는 없어, 우리가 최초로 발을 디딘 인간이 되는 거다."
"그래, 맞아!"
존은 잠시 후에 형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를 알아 차렸습니다. 태양계의 이름은 처음 발견한 사람의 이름을 붙이도록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존, 이 태양계의 이름을 뭐라고 할까?"
"그야 뻔하지. 가버!"
"좋았어! 그럼 다섯 개의 행성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우리의 이름을 붙이자!"
5개의 행성에 테드, 마티, 잭, 존, 로버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하나의 세계 전부가 한 가문의 이름으로 불려 진다는 것은,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공포의 낚시
 
존은 낚시를 무척 좋아합니다. 냇물만 보면 생각하는 것은 그저 낚시였습니다.
아침 식사 때, 문득 생각이 난 듯, 존이 말했습니다.
"여기 내려올 때, 옆에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는걸 못 보았어?"
"못 보았는데, 왜?"
물론 냇물이 있으면 고기가 있을 거니까, 낚시질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어머니도 싱싱한 물고기를 잡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하였습니다.
형 역시 밀림을 조사하고 싶어했으므로, 형제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존은 한편으로 아버지가 조사하려던 것이 이 근처에 있는지를 조사해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빈터에 마커를 세워야 합니다.
마커란 최초로 어떤 행성을 발견한 사람이, 그것을 지구에 알리는 기계입니다.
테이프에,
 
'여기는 테드 가버에 의해, 2136년 1월 14일에 발견된 가버 태양계 제2 행성, 마티로 불려짐.'
 
라는 말을 녹음하여 5분 간격으로 지구에 보내게 됩니다.
그 기계 안에는 작은 원자력 전동기가 있고, 5년 동안은 쉬지 않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를 지구의 세계연방정부 식민국이 인정하게 되면, 테드 가버는 발견한 날로부터 20년 동안은 이 별에 온 사람들이 얻는 동물, 식물, 광물, 보석 등 모든 것의 0.5%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우선 마커를 빈 터 가장자리에 세워 놓고, 형제는 문 앞에 서 있는 어머니에게 손을 흔들며 숲을 향해 나갔습니다.
총에 맞아 죽은 괴수가 지나다닌 곳이었는지, 길 같은 것이 숲 속에 나 있었습니다.
그들은 손에 땀이 배도록 총을 꽉 잡았습니다.
"나비 좀 봐, 존. 단풍나무 같은 것도, 아니 저건 야자열매 아니야!"
흥분한 목소리로 잭은 외쳐댔습니다. 진기한 동물, 지구에서 자라는 것과 비슷한 나무들을 볼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풀숲에라도 뛰어들 것처럼 즐거워했습니다.
그렇지만 존은 밀림 속에서 괴상한 짐승이라도 나타날 지 몰라 주위를 살펴보며, 주의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우주정 스타 로버에서 꽤 멀어졌을 때, 존은 갑자기 가던 길을 멈추고, 총을 겨누었습니다. 잭은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10미터 가량 앞에서 무엇인가가 언뜻 움직였습니다.
"탕, 탕! "
존은 연속으로 두 방을 쏘았습니다.
"뭐지?"
"글쎄, 아직 모르겠어!"
두 소년은 총을 곽 쥐고 조심해서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풀숲 속에는 큰 토끼 같은 세 발 짐승이 쓰러져 있었습니다.
요리를 하면 무척 맛있는 반찬이 될 것 같았습니다.
잭은 기뻐하면서 주머니에서 끈을 꺼내 묶은 뒤, 어깨에 메었습니다.
우주정을 떠난 지 약 두 시간 가량 되었을 때, 마침내 냇가에 닿았습니다. 내의 폭은 400미터쯤 되어 보였습니다.
이쯤 되면 작은 내라고 할 정도가 아닌 것입니다.
존은 흥분하여 떠들어댔습니다.
"물고기가 있어, 형. 내가 낚을 테니 형은 주위를 살펴 주어야겠어."
깊지 않은 것 같은 물 속에서 검은 것이 불쑥 움직였습니다. 틀림없이 물고기인 것입니다. 존은 총을 놓고 낚시질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곧 낚싯대가 흔들렸습니다. 물고기가 잡혔다는 반응이 왔습니다.
존은 신이 나서 릴(실, 철사 감는 틀)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40cm 가량 되는 고기를 물가의 모래 위에 올려놓고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송어와 비슷했고 지느러미가 전혀 없었는데, 뱀처럼 몸을 꿈틀거리며 헤엄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물고기인지 뱀인지 분간할 수가 없구나! "
잭이 경계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한 마디 했습니다.
"글쎄 말이야. 물고기 같은데, 뱀장어와 비슷하군. 맛은 있겠어."
이 근처의 물고기들은 처음 낚시질을 당해 본다는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존은 계속 낚싯대를 던졌습니다. 낚시가 수면에 닿기가 바쁘게 반응이 왔습니다.
쉴 사이 없이 고기가 잡혀 오자 존은 신이 나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물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물이 무릎까지 올라왔을 때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어 있었습니다.
강 밑바닥은 너무나 부드러운 모래여서, 몸이 점점 빠져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존은 다급해서 잭에게 소리쳤습니다.
"형, 살려 줘! 빠져 들어가고 있어!"
잭은 깜짝 놀라, 옆에 있는 마른 나뭇가지를 재빨리 꺾어 존 쪽으로 내밀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뭇가지가 짧아, 존의 손엔 미치지를 못했습니다.
잭은 그대로 물 속에 뛰어들려고 했습니다.
"안 돼 형! 형까지 빠져 들어가 버린다고!"
"잠깐만 참아, 존!"
잭은 주위를 돌아보고서 큰 나무에 감겨 있는 덩굴을 끊어 존에게 던졌지만, 잭은 몸무게가 가벼웠으므로, 존을 끌어당길 수가 없었습니다.
존은 벌써 허리까지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잭은 정신이 없는 가운데서도 덩굴의 끝을 나무에 매었습니다.
존은 벌써 절망하고 있었습니다.
"형, 형은 정말 좋은 형이었어. 아버지와 어머니를 부탁해!"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단념해서는 안 돼, 존! 힘을 내!"
말은 했지만, 잭은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쩔쩔 맸습니다. 어머니를 부르러 갔으면 좋겠으나, 그 동안에 존은 어떻게 되는 건가!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좋은 생각이 있어, 존. 조금만 참아! "
이미 존은 목 밑에까지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존, 덩굴을 가슴에 단단히 매야 한다. 절대 풀어서는 안돼."
잭은 소리쳤습니다. 잭은 나무에 맸던 덩굴을 풀었습니다. 그리고 그 덩굴을 가지고 나무로 기어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존은 형이 하고자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존은 기운을 냈습니다.
잭은 나무꼭대기로 올라가서는 강기슭 쪽으로 매달렸습니다. 활처럼 나무가 구부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끝에 덩굴을 얽어맸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또 매달렸기 때문에, 나무는 또 구부러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무의 꼭대기가 땅에 닿을 듯이 되면서, 덩굴은 끊어질 듯이 팽팽해졌습니다.
"뛰어내리면서 나무를 놓을 테다!"
나무 위에서 잭이 소리쳤습니다.
"알았어! "
"하나, 둘, 셋! "
잭이 나무를 놓으며 뛰어내리는 순간, 목까지 물 속에 가라앉았던 존의 몸이 쑥 빠져 나오는가 싶더니, 순간, 공중으로 날아올라 잭 옆에 떨어졌습니다.
잭은 재빨리 존의 몸에 감겨 있던 덩굴을 풀고, 얼굴에 묻어 있는 모래를 털어 주었습니다.
존은 그 경황에서도 어머니를 걱정시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머니에게는 말하지 마, 형."
"알았다. 그러나 여기에는 다시 낚시질하러 오지 않는 게 좋아."
그들은 스타 로버를 향해, 마의 낚시터를 떠났습니다. 옷이 왜 젖었는가에 대하여도 어머니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우주정에 가까이 오자, 어제처럼 많은 비가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존은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잭을 향해 싱긋 웃었습니다.
"형, 다행이야. 어머니가 옷이 왜 젖었는가 묻지 않으실 테니까 말야."
 
애니의 진단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오래도록 깡통 음식만을 먹어 왔으므로, 오랜만에 군침 도는 요리를 먹을 수 있어 기뻤습니다.
그리고 존이 낚아 온 고기였으므로, 더욱 더 그랬습니다. 그런데 요리를 끝낸 어머니는 혹시 독이라도 있으면 어떻게 할까 걱정하였습니다.
잭은 살점을 떼어 창고로 가져 가 흰쥐 6마리를 넣어둔 우리 속에 한 조각을 넣었습니다. 먼저 1마리가 달려들어 곧 먹어 치웠습니다.
다음 한 조각은 다른 1마리가 먹어 치웠으나, 5분이 지나도 쥐는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녔습니다.
"흰쥐에게 먹였는데 아무 이상 없어요."
잭은 손에 들었던 것을 먹으며 말했습니다.
"아주 맛있어요!"
잭은 연신 감탄을 하였습니다. 세 사람은 둘러앉아 오랜만에 싱싱한 생선 요리를 먹었습니다. 순식간에 3개의 접시에 담겨져 있던 고기는 뼈만 남았습니다.
잭은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상태를 물었습니다.
"아버지는 좀 어떠세요? 아까는 주무시던데요."
"응, 몇 번이나 움직이셨다. 신음 소리를 내면서 돌아누우려고도 하셨어. 아직 의식을 찾진 못하셨으나, 떠 넣어 주는 수프는 넘기시는 정도다."
.잭은 안심했다는 듯이 외쳤습니다.
"됐어요. 이제 곧 좋아지실 거예요."
존도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아버지는 그 정도의 상처로 굴복하실 분이 아니야. 내일은 우주정을 움직여서 이 행성을 더 조사하기로 해. 그리고서 다른 행성에 가는 거야. 그만 쉬도록 해. 내일을 위해서 말야."
잭은 반대하고 싶었으나, 존이 눈짓을 했으므로 할 수 없이 끄덕거렸습니다.
어머니에게 저녁 인사를 하고 침실로 돌아왔습니다.
"도대체 왜 그래? 이렇게 빨리 자려 하다니."
"형, 미안해. 치료를 좀 받아야 해서 그랬어."
존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셔츠를 벗었습니다. 존의 가슴이나 배에는 붉고 푸른 빛깔의 멍이 커다랗게 생겨, 그곳은 상당히 부어 있었습니다.
잭은 너무 놀라 소리를 지를 뻔했으나, 손으로 입을 막았습니다.
존은 어머니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으므로, 많이 아팠지만 말을 하지 않은 채, 꾹 참아 왔습니다.
잭은 구급 상자를 꺼내어 치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수면제를 먹여, 동생을 빨리 잠들게 해 주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상처의 부은 곳은 많이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아침을 먹고 나서, 두 형제는 행성의 주위를 조사하기 위해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어머니는 걱정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존은 식민국에서 낸 책에 죄다 씌어져 있는 것이었으므로, 그대로 하면 되는 거라고 어머니를 안심시켰습니다.
존과 잭은 나란히 조종실에 앉아, 잭이 이륙하는 방법을 쓴 책을 보았고, 존은 그대로 조종 장치를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연료 밸브를 열어!"
잭이 외쳤습니다.
"그래, 됐어."
"연료 펌프 스위치를 넣어."
"넣었어."
"엔진 시동을 걸도록."
"됐어."
"제 1분사관 시동!"
"그래."
네 개의 로켓 분사관이 차례로 불을 뿜기 시작했습니다. 우주정은 흔들리며 조용히 떠올랐습니다.
"고도는?"
" 1700."
"2400으로 지면에 수평 하게 해야 해."
"알았어."
"자동 조종으로 변경토록."
두 소년의 아래에는 행성 마티의 표면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밀림이 계속되기도 하고 이따금 냇물과 호수가 나타났습니다.
1시간 정도가 지나자 대평원 위에 이르렀습니다. 몇 마리의 소가 있었습니다.
발이 3개 달린 들소인 것 같았습니다. 망원경을 보고 있던 잭은 발이 3개라는 것에 놀라 소리치며, 사진을 몇 장이나 찍었습니다.
평야를 지나니 깊은 숲이 나타났고, 이것이 2천 킬로미터나 계속된 후에는 바다가 나타났습니다.
그것을 넘는데 걸린 시간이 1시간 가량이었으니까 대략 1,500킬로미터의 폭이 되는 셈이었습니다.
그러자 다시 육지가 보였습니다. 2백 킬로미터 정도를 지나자, 산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근처에 금속이 있는지를 살피기 위해, 존은 스펙트럼 분광기에 주의하여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가 찾고 있는 금속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잭에게도 미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걸 좀 봐, 형 아버지가 찾고 있는 금속이 있는 것 같아."
"우주선의 연료로 사용되는 것 말이니?"
"잘은 모르겠지만, 굉장히 무거운 금속인 것 같아. 아버지는 이 태양계에 그 금속이 꼭 있다고 믿으셨어."
"그러나 금속이 묻혀있는 장소를 찾는 것도 큰 일 아니냐?"
"아냐, 그렇게 어렵지는 않아. 이 도구를 사용하면 쉽게 찾을 수 있어!"
14번 창고에 들어있던, '애니'라고 불리는 특수 금속 탐지기를 꺼내들고, 두 소년은 착륙 장소를 찾았습니다.
금속 탐지기 애니가 가리키는 대로 한 시간쯤, 금속이 가장 많이 묻혀 있을 만한 곳을 찾다가, 드디어 두 소년은 산과 산 사이에 펼쳐진 사막에 스타 로버를 착륙시켰습니다.
"산 속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사막이라니........"
잭에게 중얼거리듯 말했습니다.
"애니의 진단은 틀림없어. 이 사막에 광맥이 틀림없이 있을 거야."
5백 미터도 걷지 않았는데, 태양의 열과 불타는 듯한 사막의 뜨거운 반사열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견딜 수가 없어. 우주정에 돌아가 우주복을 입어야겠어."
잭의 말에 존도 찬성했습니다. 우주복에는 냉방장치가 되어 있으므로, 곧 우주복으로 갈아입고 그들은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강도가 줄어들고 있어. 형, 지나 왔나 봐. 왼쪽으로 30미터쯤 되돌아가야 되겠어."
존은 애니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잭에게 마이크로 말하고는 서둘러서 되돌아섰습니다.
"존!"
얼마 후에 잭이 큰 소리로 존을 불렀습니다. 뒤돌아보니까, 잭은 모래 위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존은 형에게로 급히 달려갔으나, 잭은 이미 일어나 서 발 밑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무엇에 걸려 넘어졌어. 파 보기로 하자."
잭은 삽으로 모래를 파기 시작했습니다. 존은 놀라 소리를 질렀습니다.
"형, 금속판인데! 뭐지?"
"글쎄, 나도 궁금한데......"
잭은 계속해서 파고, 존은 애니를 계속 그것에다 가까이 댔습니다.
째깍째깍, 애니는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모래 속의 상자
 
묻혀 있는 것은 커다란 상자인 것 같았습니다. 가로, 세로 1미터 가량의 상자 뚜껑이 나타났습니다.
묻혀 있는 부분을 짐작할 수가 없어, 구석 쪽에 좁은 틈을 삽 끝으로 들치며 열어 보려 했지만, 어림도 없었습니다.
"뭘까, 형?
"글쎄다. 하지만 아주 오래 전에 묻혔던 것 같아."
파고 또 파고, 오랜 시간을 허비한 뒤에야, 상자 주위의 모래를 털어 버리고, 겨우 뚜껑을 열었습니다.
그 속에 또 하나의 뚜껑이 있었습니다.
"형, 이게 뭐지?"
존은 놀라 잭에게 물었습니다. 그곳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각사탕 만한 크기의 금속이 몇 천 개인지 헤아릴 수도 없이 들어 있었습니다.
잭이 손을 내밀어 그것을 집으려 했으나, 존이 재빨리 그 손을 저지했습니다.
애니에서 굉장한 소리가 나고 있었으므로, 방사능이 대단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입니다.
존은 당황하여서 뚜껑을 닫았습니다. 그곳에서 조금 떨어져 나와, 존과 잭은 서로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형, 저건 은하계를 여행하는 생물의 연료 창고인 것 같아."
그러나 잭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어리석은 생각하지 마, 여기까지 올 정도의 생물이라면 지구에도 왔을 게 아니냐?"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 우주의 크기에 비해 지구 같은 건 존재도 없을 만큼 작아. 여기에 왔다고 해서 꼭 지구에 오라는 법은 없어."
"어떻든 저것을 우주정에 운반하여 연료인지 아닌지를 조사해 보도록 하자."
생각 끝에, 우주정을 이곳으로 운전해 오도록 했습니다. 그리하여 그것을 원자로에 넣어서 시험하기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존은 우주정으로 되돌아가 조종석에 앉아서 어머니를 불렀습니다.
조종실로 들어온 어머니는 잭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무척 놀라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존은 어머니에게 모든 걸 설명했습니다.
존은 어머니에게 안전띠를 매게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부조종사 자리에 앉아 벨트를 맸습니다.
우주정이 떠오르자, 어머니가 물었습니다.
"발견한 것이 뭐지?"
"아버지가 말씀하신 새로운 연료가 아닌가 생각해요. 그러나 방사능이 강해서 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조사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설명하고 나서 존은 우주정을 천천히 착륙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창 밖을 보니 잭이 손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스타 로버가 착륙하자, 잭은 뛰어 들어오며, 어머니에게는 한 마디 말도 건네지 않고 성급하게 그 금속을 어떻게 시험해볼 것인가에 대해서만 흥분해 있었습니다.
두 소년이 의논하는 것을 말없이 보고 있던 어머니는,
"실험은 안 된다. 그것은 아빠가 결정하실 일이야!"
하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아빠, 아빠가 일어나셨나요?"
"아니. 마찬가지야. 아직까지 주무시고 계시단다."
"그렇다면........ 그렇게 오래 기다릴 수는 없어요."
두 소년이 아무리 졸라도 어머니는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위험한 일은 아버지가 있어야 하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두 소년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존!' 아버지가 눈을 뜨실 때까지 다른 행성에 마커를 두고 올까?"
"우선 여기의 일을 끝내도록 하지 뭐, 그래도 아버지가 눈을 뜨시지 않으면 그때 가도록 해."
"그래, 그러자."
존은 무뚝뚝하게 말했지만 잭은 씽긋 웃어 보였습니다.
"형, 우리도 이젠 당당한 과학자고 조종산데, 왜 어머니는 우리를 인정해 주지 않는 거지?"
잭은 고개를 끄떡이며, 다시 씽긋 웃어 보였습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눈을 뜨시면 그 금속 조사를 어머니가 말리셨다고 말하세요."
어머니도 물론 존의 기분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위험한 일을 아이들에게만 시킬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잭은 동생을 위로하며 상자가 있는 곳에 표적을 세우기로 하였습니다.
"미안하구나, 존. 엄마는 너희들에게 너무 무리한 일을 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란다, 알겠니?"
존은 싱긋 웃으며 어머니의 뺨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제가 투정을 부려서 죄송해요, 어머니. 어머니가 말씀하시는 것은 언제나 옳아요. 저는 제 1 행성의 진로를 계산해 보겠어요."
다른 행성에 마커를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주정이 날아가는 진로를 정확하게 정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존은 책을 보면서, 몇 번씩이나 진로를 계산하는 것을 되풀이하였습니다.
세 번씩이나 계산을 되풀이하여 틀림이 없음을 알고 존은 겨우 마음을 놓았습니다.
"형, 이제 안심이야!"
"존, 잠깐……"
그때, 아버지가 누워 있는 침대 쪽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아....... 무...... 물."
그것은 아주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리였습니다. 어머니, 잭, 존 세 사람은 아버지에게 뛰어갔습니다.
아버지는 눈을 희미하게 뜬 채, 세 사람을 쳐다보았습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버지는 여태까지 정신을 잃고 있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잭은 아버지가 왜 누워 있는가를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존은 이제까지 했던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간단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잠이 깨지 않은 소리로, 아버지는 그들을 칭찬해 주었습니다.
"잘했구나........ 훌륭하다......"
그리고는 존이 이상한 금속에 대해서 말하기도 전에 또다시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아니 의식을 또 잃어버린 것입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기뻐하였습니다.
"얘들아, 정말 다행이다. 너희들 참 훌륭했다."
장한 두 아들의 손을 잡고,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 1 행성 테드에의 비행은,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았으며, 아무런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건 태양계의 수성보다 작고, 항성 가버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이었으므로, 대단히 더운 곳이었습니다.
그곳에서 가장 높은 산 위에 마커를 세우고서, 일행은 제 3행성, 잭이라 이름 붙인 곳으로 향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조종실을 통해 행성 잭의 모습을 세 사람은 열심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무엇이 있는지, 사람이 살고 있는지에 패해서 말입니다. 밀림, 사막 그리고 평원의 주위를 두 개의 달이 돌고 있었습니다.
달 하나는 그 지름이 거의 1,500킬로미터, 다른 또 하나는 2,000킬로미터 정도였습니다. 잭은 구름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갑자기 잭은 소리쳤습니다.
"존, 구름이 있다!"
어머니도 들떠서 외쳤습니다.
"큰 바다도 보이는구나! "
몇 분 후에 잭이 또 소리쳤습니다.
"산맥이 보여! 눈이 쌓여 있다!"
존은 우주정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날도록 조종하였습니다.
행성의 표면이 태양계에 미치고 있는 곳을 줄곧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스펙트럼 분광기는 이 행성의 여기저기에 많은 광물이 있다는 것을 가리켜 주고 있었습니다.
식물도 꽤 많았는데, 붉은 색깔로 봐서 가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잭은 쉬지 않고 관측을 계속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어디에도 인간처럼 지능이 우수한 생물이 살고 있다는 징조는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 다음 날 아침, 우주정의 고도를 낮춘 채, 존은 계속 사진을 찍었습니다.
잭은 공기를 조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독은 없었지만, 매우 희박해서 지면에서는 항상 우주복을 입고 다니는 편이 수월할 것 같았습니다. 물론 화성보다는 좋았지만 지구나, 여기의 제 2 행성만큼은 좋은 공기가 아니었습니다.
온도는 0도 보다는 조금 낮았으나, 낮에는 더 따스해 질 것 같았습니다.
"그렇담 여기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겠다. 여기보다 더 나쁜 공기의 별에서도 살고 있으니까 말야".
존이 기쁜 듯이 말했습니다.
사람이라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안데스 산맥에 살고 있는 토인은, 화성에 가서도 돔(반구형의 지붕) 없이 살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들은 오히려 짙은 공기에서는 숨이 막혀서 살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도 처음에 화성에 갔을 때는 돔이 없어서는 안 되었겠지만 2대째가 되어서는 끄떡없이 살게 되었습니다.
우주정이 착륙하자, 두 소년은 우주복을 입고 바깥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는 어딜 가나 걱정뿐이었습니다.
"어두워지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
"걱정 마세요, 어머니. 곧바로 5킬로미터 정도 나아가서 우주정 주위를 돈 다음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어두워지기 전에는 우주정에 돌아오겠어요,"
존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들은 5킬로미터 정도를 무사히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런 다음 왼쪽으로 돌아, 1킬로미터 정도에서 숲을 만났습니다.
왠지 기분이 좋지가 않았으므로 둘은 어느 사이에 어깨동무를 하고 걸었습니다.
그 숲의 나무들은 이상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무서웠습니다. 숲에서는 단 한 마리의 동물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제 2의 행성과는 너무나 다른 것 같았습니다
"숲이 이상한 것 같다. 총의 안전 장치를 풀어."
존은 잭이 시키는 대로 총의 안전 장치를 풀고 정신을 바짝 차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지름 100미터 정도의 빈터로 나온 두 소년은, 주위의 나무를 잘 조사해 보았습니다.
둘이 서 있는 곳은 모래였으나, 나무 밑은 흙이었습니다. 이상한 것은 주위에 서 있는 나무가 지구나 제 2 행성에서처럼 곧게 자라지 못하고, 꾸불꾸불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가장 높은 나무가 10미터도 채 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줄기는 몹시 굵었습니다. 6개 이상의 가지가 있는 것이 없었고, 잎이 나 있지 않았습니다.
줄기는 밑에서 맨 위에까지 똑 같은 굵기였습니다. 두 소년은 계속 앞으로 걸었습니다.
숲 끝에 이르자, 조금 마음이 놓였습니다. 잭은 한참 흙을 조사하고 나서, 존에게 이상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말했습니다.
"이상해, 이 별에는 조그만 벌레가 하나도 없어."
그것뿐만 아니었습니다. 동물도 새도 그리고 인간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식물은 많았지만, 그 식물들이 어떻게 살 수 있느냐 하는 것도 의문이었습니다.
"벌레들이 없는데 식물이 어떻게 많아질 수 있지? 꽃가루를 옮길 수 없을 텐데 말이야."
"그래, 이상해."
잭은 아주 이상스럽다는 듯이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어두워지겠어, 가자."
존과 잭은 우주정을 향해 돌아섰습니다. 두 소년이 우주정에 가까스로 닿았을 때, 주위는 아주 깜깜해지고 있었습니다.
저녁을 먹은 뒤, 잭은 조종실에서 식물 표본을 정리했습니다. 그 때 창 밖을 바라보고 있던 존이 갑자기 소리쳤습니다.
"형, 저것 좀 봐!"
창가로 달려온 잭도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습니다.
우주정이 있는 평지에 하얀 풍선처럼 생긴 물체가 마치 유령처럼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지름은 1미터 가량 되었는데, 그 밑 쪽에는 가느다란 실같은 것이 몇 개나 있었습니다.
"야아, 저런 건 처음 본다. 나가서 조사해 보자."
그러나 존은 머리를 내저었습니다.
"위험할지도 몰라. 이 안에서 더 조사해본 뒤에 나가도록 해."
텔레비전 카메라를 움직였습니다. 그 풍선 같은 물체들은 서치라이트의 불빛을 받자 춤을 추듯이 움직였습니다. 잭이 외쳤습니다.
"줄어든다! 빛을 받자 작아지고 있어!"
"형, 어떻게 된 거지?"
"내가 나가서 한 놈을 잡아올 테니까, 서치라이트를 계속 켜두도록 해."
"알았어, 형. 우주복을 입고 나가."
잭은 밖으로 나가, 그 물체를 붙잡으려 했으나, 손을 내밀어서 손이 닿으면 그것은 갈라지면서 없어져 버리곤 했습니다.
잭은 몇 번이나 실패하고 나서는 존을 리시버로 불렀습니다.
"들리니, 존?"
"듣고 있어, 이야기해."
"공기 분석기 쪽으로 쫓아갈 테니까, 그쪽을 비쳐 줘. 꼭 붙들어서 조사해 보고 싶다."
잭은 부채질하듯이 손을 내저으며, 흰 풍선을 우주정 쪽으로 몰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그것이 공기 취입구 쪽에 왔을 때, 우주정 안에 있던 존은 재빨리 그것을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잭은 우주정 안으로 들어와, 서둘러 우주복을 벗었습니다.
존은 형이 우주복 벗는 것을 거들며 물었습니다.
"형, 뭔가 좀 알았어?"
"확실한 건 아직 모르겠어. 그러나 그것이 벌이나 나비 대신 꽃가루를 운반하는 것 같아. 그리고 흙 속에 질소를 스며들게 하는 작용도 하는 것 같아."
 
결정체 생물
 
그날 밤, 존은 늦게까지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려운 것이 많은 지, 이마에 주름살이 질 정도로 얼굴을 찡그리기도 했습니다.
잭은 여러 가지 영양제를 만들어 아버지에게 주사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만든 수프만으로는 어림도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빠른 치료를 위해 잭이 그것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주사를 끝낸 잭은 동생이 무척 짜증스러워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물었습니다.
"왜 그래? 뭐가 잘 안 되니?"
존은 말소리에 깜짝 놀랐으나, 얼굴을 들고 천천히 대답했습니다.
"알 수 없어. 몇 10억 킬로미터 떨어진 지구에 있으면서 아버지는 어떻게 이 가버 항성계에 새 연료가 되 는 자원이 있다는 걸 아셨을까? 단지 스펙트럼 분광만으로 말이야. 우리는 이 행성을 모두 돌아보았지만 아무 것도 발견할 수가 없쟎았어.....
"그래, 그 이상한 상자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지. 존, 그 자원은 혹시 저 태양, 가버 항성 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스펙트럼을 조사해 보았어. 그러나 애니에는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았어."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거니?"
어머니가 갑자기 물었습니다.
"중요하고 말고요, 어머니. 인류가 로켓이나 우주선을 만든 직후부터 찾고 있는 것이 좋은 연료이니까요. 아버지는 그것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은 발견된다 해도 사용하기가 어려울지 모를 일 입니다. 너무 방사능이 강해서 우주정 안에 넣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또 지금의 원자로를 가지고 그 연료를 사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습니다.
"실험은 그만두어야 한다. 그렇게 위험한 것이라면, 아버지가 좋아지실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어머니 가 또 걱정스레 말했습니다.
"알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전 아직 많이 배워야 해요. 그날 어머니가 말리시기를 잘하셨어요, 다른 마커를 전부 세워 놓고, 마티 행성에 되돌아가서 그걸 다시 한 번 조사해야겠어요."
존의 눈은 빛나고 있었습니다. 하고자하는 의욕에 불타 있었습니다. 걱정하는 어머니를 보고 존은 씩씩하게 웃어 보였습니다. 아버지가 좋아하면 허락할 겁니다. 잭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서두르지 말고 기다리자."
스타 로버는 네 번째의 행성, 존에 가까이 갔습니다.
지름은 7천 킬로미터로서 지구의 중력보다 퍽 낮은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항성 가버에서는 1억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서 굉장히 추운 곳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얗게 얼어붙은 얼음의 별에 과연 쓸모 있는 것이 있을까?"
관측을 하며 사진을 찍던 잭이 중얼거리듯이 말했습니다.
"형, 온도를 봐 줘! "
존의 말에 잭은 미터를 보며 대꾸했습니다.
"거의 마이너스 100도야. 나가 볼래?"
"그래, 여기도 생물이 있는지 조사해 보고 싶은 걸."
"생물이라고?"
어머니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습니다. 잭이 대답을 했습니다.
"어머니 어느 곳에나 생물은 있어요. 물론 지구의 것과는 다르지만 이끼 같은 정도는 있을 거예요."
"난 모르겠다. 어쨌든 조심해야 해."
"우주복의 난방장치라면 이 정도의 온도는 아무렇지 않습니다."
"멀리 가지 않아요. 안심하세요, 어머니."
그들은 난방 장치의 상태가 좋은지에 대해서 조사하기 위해, 5분 가량 우주복을 입은 채로 밖에 나가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가까이 있는 언덕빼기를 향해 걸었습니다.
존은 애니에 주의하면서 걸었고, 잭은 걸으면서 빙원 위에 무슨 식물이 없는가 살펴보았습니다.
애니는 공중에서는 알 수 없어도 땅 가까이에 있으면 잘 알 수 있기 때문에, 존은 항상 애니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조사해 본 결과, 얼음 밑의 지면에는 확실히 철, 망간, 은, 구리, 금 등의 금속이 있었으나, 그다지 큰 광맥은 아니었습니다.
중력은 지구보다 10퍼센트 정도 작았으며, 얼음 위를 걷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미끈거려 잘 걸을 수가 없어, 존."
"그래, 그런데 여기의 얼음은 물이 얼어붙은 것이 아닌 것 같아."
"그래, 수증기 같은 것이 없으니까, 여기 얼음은 모두 탄산가스가 얼어붙은 거야."
좀 높은 언덕 위에서 망원경으로 계곡을 바라보고 있던 존이 갑자기 한 곳에 시선을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에서는 탑처럼 생긴 바위가 아주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피라미드 같은 것이다."
잭도 망원경을 보고 흥분하기 시작했습니다. 둘은 약속이나 한 듯이 서둘러서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그만 두 형제는 그대로 계곡까지 굉장한 속력으로, 멈출 틈도 없이 미끄러져 내려갔습니다.
그렇지만 별로 다친 곳 없이 그 바위가 있는 곳까지 와서 기묘한 생물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존은 그것이 결정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잭도 그 생물 옆에 웅크리고 앉아 그것을 관찰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높이는 1미터 정도로 피라미드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구에서 보는 바위의 결정처럼 면이 많았으며, 표면은 거칠었습니다.
주위의 경치가 하얀데 비하여 그것은 회색을 하고 있어 눈에 정확하게 띄었습니다.
잭은 그것을 가만히 두드려 보았습니다. 지링지링 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생각을 한 순간, 그것은 와르르 깨어지며 몇 천 개의 조그만 파편 덩어리들로 되어 버렸습니다.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작은 결정이 되었다가는, 결정 생물이 되고, 또 금세 커 가기 시작했습니다.
존은 깜짝 놀라,
"굉장하다!"
고 소리 쳤습니다.
잭은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이것은 생물이야. 탄산가스의 얼음 밑에는 규소 비슷한 물질이 있는 모양이야. 그것에서 영양분을 취하고 있을 것 같아."
주위에는 그것 말고도 서너 개의 피라미드 같은 생물이 서 있었습니다. 그것을 어디에다 쓰는 지는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들을 보면 모두가 깜짝 놀랄 것임은 틀림없었습니다.
존은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어머니가 부르는 듯한 사이렌 소리를 들었습니다.
"형, 무슨 소리가 들리는데!"
"무슨 소리가?"
"사이렌 소리 같아!"
"어머니가 우릴 부르고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난 모양이야."
잭과 존은 무섭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넘어지기도 하고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정신없이 달려 스타 로버로 향했습니다.
이윽고 우주정에 가까이 갔을 때, 두 소년은 어머니가 자기들을 부른 이유를 곧 알았습니다.
우주정 에어록의 문을 향해, 그 이상한 결정의 생물이 커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 맨 위쪽은 이미 문 있는 곳에 닿고 있었는데, 문틈으로 억지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잭은 재빨리 오른손으로 그 결정의 기둥을 떼려고 하였습니다. 여기에 존도 합세하였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계곡에 있는 것과는 달리, 때려도 부서지지 않았습니다.
성질뿐만 아니라, 그것은 모양도 계곡에 있는 것과는 달랐습니다. 잭은 우주복의 벨트에 꽂고 있던 화염 총을 빼들고 결정 생물에 불길을 내뿜었습니다.
그러나 그 결정은 끄덕도 하지 않았습니다.
"총이라면 어떨까?"
그래서 존은 문 옆으로 뻗고 있는 결정 생물의 아래쪽을 향하여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제 아무리 강한 결정이라 할지라도 총을 맞고 나서는 가루가 되어 흩어졌습니다.
존이 문을 열고 뛰어드는 동안, 잭은 계속하여 총을 쏘았습니다. 존은 총을 쏘면서 우주정으로 들어갔습니다.
문이 열리자, 어머니는 안에서 총을 겨누고 있었습니다.
존은 에어록 안쪽 문을 열고 조종실로 들어갔습니다.
스위치를 넣자, 스타 로버는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텔레비전에는 어머니가 형을 끌어당기고 바깥문이 닫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존은 서서히 우주정을 상승시켜 행성을 도는 궤도에 올려놓고 자동 조종 장치의 스위치를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재빨리 에어록으로 향했습니다. 에어록에서는 잭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존, 어서 어머니를 침대로 운반시켜야 되겠어."
어머니는 우주복을 입지 않은 채, 바깥문에 서 있었기 때문에, 밖의 무서운 추위에 몸이 거의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존은 말없이 어머니를 안아 올려 조금 비틀거리면서 침실로 들어갔습니다. 잭은 어머니에게 담요를 덮어 드리고, 존은 부엌에서 뜨거운 커피를 가져왔습니다.
한참 후에야 어머니의 얼굴빛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 도와주신 것은 고마왔지만, 그렇게 추운 곳에서는 우주복을 입으셔야 해요. 그 정도는 알고 계시면서......"
존의 정성어린 말을 들으며, 어머니는 자신의 실수를 무척 미안해하였습니다.
"이제는 너무 잘난 체 하지 말아야겠구나!"
셋이 한바탕 웃고 난 뒤에, 잭의 제의에 의하여 에어록을 조사했습니다. 그런 결정 생물이 들어와 있다면 큰일입니다.
그러나 그 결정체는 들어와 있지 않았습니다.
존은 곧 제 5 행성의 진로를 계산하여 형과 어머니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처럼은 못하겠지만, 제 5행성은 항성에서 약 5억 킬로미터, 여기에서는 3억 5천만 킬로미터입니다. 지금은 태양의 저쪽입니다만........."
돌아오는 데까지 곧바로 날아가는 진로를 계산한 존을 잭은 대견스럽게 생각하며 그의 어깨를 툭툭 쳤습니다.
존은 정말 훌륭한 조종사인 것입니다. 어머니도 존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너는 어느 행성에라도 무사히 데려 가주었고, 또 착륙도 훌륭히 해냈다. 정말 기쁘다, 존."
어머니는 존의 뺨에 입을 맞추며 말했습니다.
그 다음날, 스타 로버는 이 항성계에서 가장 바깥쪽에 있는 행성 가까이에 갔습니다. 그러자, 존은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아버지가 찾던 것을 찾았어, 그 연료가 제 5행성에 있는 모양이야. 애니가 이렇게 움직이고 있어. 굉장한 모양이야! "
이 행성 역시 새하얀 얼음 덩어리로 싸여져 있었습니다.
이곳도 역시 얼음이라고는 하지만, 물이 얼어붙은 것이 아니라, 탄산가스에서 얼려진 것입니다.
존은 적도에 가까운 빙원에 우주선을 내리고는 매직 핸드(원자로 등의 원거리 조종 기계의 [굴)를 사용하여 마커를 빙원에 꽂고 날아올랐습니다.
하늘에서 그 방사성 자원이 있는 곳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8백 킬로미터 정도 날았을까, 멀리 붉게 빛나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가까이 가자, 아래와 앞쪽에는 붉은 가스의 소용돌이가 똑똑하게 보였습니다. 그것은 대단한 폭풍처럼 보였습니다. 어머니는 걱정스러운지, 고도를 올리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존은 이미 고도를 올리고 있었습니다. 존도 그 소용돌이 속에 휩쓸리는 것은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애니는 이 가까이에 방사성 연료가 있다고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존은 1만 미터 높이에서 우주정을 돌게 했습니다. 그 소용돌이의 가장 자리를 돌면서 보니까 소용돌이는 지름이 30킬로미터 정도였습니다.
"왜 붉을까? 이렇게 추운 별에 화산이 있는 걸까?"
잭이 중얼거리듯 말했습니다. 어머니 역시 놀라워했습니다.
"이 추운 별에 화산이라니?"
"저건 무슨 불길 같아요. 지구의 전문가가 내가 촬영한 칼라 사진을 보면 조사를 해주겠지요."
제 4 행성의 바위는 생물이었습니다. 이 우주정 안에 들어오려고 했었던 것으로 봐서, 생각하는 힘을 가졌을 일입니다.
굉장한 불길 역시 생물이라면 그 방사성 자원을 먹고사는 지도 모를 일입니다.
존은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 말없이 고도를 올렸습니다. 형과 어머니도 말없이 눈 아래의 불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붉은 소용돌이처럼 솟구치는 불길은 두려웠습니다.
그 붉은 소용돌이 속에서 혀와 같은 하나의 불길이 솟구쳐 쑥 나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여기를 떠나야겠어. 저놈은 우리를 쫓아오고 있어."
존은 우주정의 속력을 높였습니다. 그러나 불길의 혀는 놀라운 속력으로 우주정을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곧 스타 로버에 닿을 것 같이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불의 생물! 존은 속력을 재빨리 높여, 그 불의 생물에서 벗어났습니다.
이제 그 불길은 쫓아오지 않았습니다. 잭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어머니, 이제 안심하세요."
존은 어머니에게 싱긋 웃어 보였습니다.
 
이상한 소리
 
지구 연방 식민국이 정한 법률에는, '인간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발견한 탐험대는 그 별의 수도를 어디로 하는가를 정해야 한다.'
라는 것이 있습니다.
제 2행성 마티에 그 수도를 정하기 위하여, 존 일행은 다시 제 2행성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고도 8천 미터에서 마땅한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그리하여 적도와 북극 사이를 날고 있는 동안에 이상적인 장소를 발견하여 거기에 착륙했습니다.
바다에서 2~3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꽤 폭이 넓은 냇가였습니다. 남쪽에는 숲이 있고, 서쪽에는 산맥이 달리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존과 잭은 이 별의 수도가 될 곳을 돌아다니면서, 고기랑 생선을 가득 짊어지고 돌아왔습니다.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형제를 맞이했습니다.
"너희들, 이상한 소리 듣지 못했니? 한 두 시간 전쯤에, 우주선이 날아오는 소리 같았는데......"
"우주선이요?"
잭은 이상스럽다는 듯이 존을 쳐다보았습니다.
"분명 우주선이었어요, 어머니?"
"글쎄다....... 내 눈으로 본 것은 아니지만, 그런 소리가 들리기에 나가 보았지......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세 사람은 한참 동안 이야기를 주고받았으나,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만일 그것이 우주선이었다면, 왜 내려오든지 라디오로 부르지 않았을까? 마커가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말입니다.
만일 우주선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머니는 무슨 소리를 들은 걸까?
그때 식사 준비를 하러 가던 어머니가 황급하게 존과 잭을 불렀습니다. 형제는 무슨 일일까 싶어 황급히 뛰어갔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침대 옆에 앉아 있었고, 놀랍게도 아버지는 눈을 뜨고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목소리는 아직은 힘이 없었지만, 기쁨에 넘쳐 있었습니다.
형제는 다투기나 하는 듯이 서로 아버지 곁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고 싶어했지만, 어머니가 말렸으므로 그들은 침대 옆에 앉아서 아버지의 손을 잡았습니다.
아버지는 이미 두 소년이 한 일에 대해서 어머니에게 다 듣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정말 대단히 기뻐하는 것 같았습니다. 존은 어머니를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사진 찍는 일은 모두 엄마가 하셨어요!"
잭은 손을 치켜세웠습니다.
"아버지, 존은 굉장한 우주 조종사가 되었어요."
그러자 존은 겸연쩍은 듯이 얼굴을 붉히며, 형의 얘기를 했습니다.
"아빠, 아버지의 발과 머리를 치료하고 아버지에게 영양제 주사를 놓은 건 모두 형이 한 일인데 진짜 의사 같았어요."
"잭, 너도 참 잘했구나, 고맙다."
아버지와 칭찬에 잭은 신이 나서, 또 동생을 추켜세웠습니다.
"존은 더 많이 칭찬 받아야 해요. 진로 계산부터 조종까지 모두 잘 해냈으니까요."
아버지는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한 것을 자세히 설명해 보라고 하였습니다.
잭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예, 제 2 행성에 착륙하여, 지금은 존과 수도로 정할 장소를 찾고 있는 중입니다. 여기 태양에는 행성이 5개 있고 2와 3은 사람이 살 수 있지만, 사람이 살 수 없는 곳도 있어요, 아버지."
다음에는 존이 받아 말했습니다.
"달은 7개, 제 2 행성에 하나, 제 3 행성에 둘. 제 4에 넷....... 5개의 행성에 모두 마커를 놓고 왔어요."
기쁨에 찬 목소리로 어머니도 끼여들었습니다.
"가버 항성계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그리고 제 1 의 행성에는 당신의 이름, 차례로 마티, 잭, 존, 제 5 행성에는 우주정 이름을 따서 로버로 부르기로 했어요.
잭은 즐거운 듯이 또 말했습니다.
"더운 곳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제 2 행성 마티가 좋아요. 그리고 서늘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은 잭이 좋아요. 그렇지만 어느 쪽에도 물과 숲이 있어요."
존도 신이 나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마구 이야기를 해댔습니다.
"아빠가 찾고 계시던 새로운 연료를 우리가 발견했어요. 이 행성에 있어요. 모래 속에 상자를 넣고...... 놀라지 마세요, 아버지, 아마 몇 천년 전에 누군가가 두고 간 모양이에요. 그리고 제 5 행성에도 있는데......"
그러자 잭은 존의 말을 막고 자기가 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굉장한 불길로 휩싸여 가까이 갈 수가 없었어요."
아버지는 눈을 빛내며 물었습니다.
"그래, 시험은 해보았니?"
"아니에요. 엄마가 말려서 못했지만은 결과적으로 잘한 일이에요. 아직 저는 너무 어리잖아요. 하지만 그것은 굉장한 방사능인 것만은 틀림없어요."
"납 상자에 넣어 조사해야 해. 그렇지만 기다려야 한다. 아빠가 몸이 좋아질 때까지. 너도 그것이 좋겠지?"
"우리 우주정이 사용하고 있는 것보다 좀 작은 입방체인데, 아주 옛날 우주 여행을 한 사람이 두고 간 것이 아닌지 모르겠어요."
어머니가 아빠를 주무시게 하자고, 그들의 그칠 줄 모르는 말들을 상냥하게 막았습니다. 아버지가 완전히 좋아진 것이 아닌 줄 그들도 알고 있었지만, 형제는 어머니의 만류가 불만이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못 다한 얘기는 내일 계속하기로 하고 그들은 아버지의 곁을 떠나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둘 다 흥분이 되어 있었으므로, 여느 때처럼 제대로 먹지를 못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두 소년이 식당에 가보니, 어머니는 즐거운 듯이 콧노래까지 부르며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조금도 괴로워하시지 않는다고 어머니는 활짝 웃었습니다.
그들은 아침밥을 먹으면서, 시가지의 구역을 정하기 위하여 밖에 나가야 되므로, 아빠가 눈을 뜨시면 불러 달라고 어머니에게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의아스러운 듯이 어머니는,
"왜 그런 일까지 해야 되지, 존?"
하고 물었습니다.
그것은 규칙이었습니다. 옛날의 탐험가 중에서는 새로 발견한 행성에 내려보지도 않고 보고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더욱 더 기가 막히는 것은 표면이 확실하게 보이는 데까지 가 보지도 않고, 사람이 살 수 있는지의 여부도 살피지를 않아, 사람들이 발견된 별에 이민해 와보면, 그곳은 살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그런 일 때문에 식민국에서는 규칙을 정했던 것입니다.
잘 조사를 하여 사진을 찍고, 시가지도 정하고 이민이 새로 시작될 때를 위하여 구역을 정하는 것입니다.
"구역을 정해야만 우리가 실제로 얼마 동안 살아 본 증거가 되니까요."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둘이서 평원을 측량하고 시가지의 길을 정한 다음 점심때가 지나서 돌아와 보니까, 아버지는 눈을 뜨고 있었습니다.
형제는 우선 아버지에게 보고를 했습니다.
"아빠, 여기 일은 죄다 마쳤어요. 이젠 그 연료인 듯한 상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우주정에 실으면 어떨까요?"
하고 존이 말하자, 아버지는 한참 생각을 하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응, 그래도 괜찮겠지...... 그 대신 아빠가 조종실에 있도록 해줄 수 없을까?"
잭이 빙긋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예, 그건 아주 쉬운 일이에요. 부조종사 자리를 침대로 바꾸면 되니까요."
존과 잭은 부조종사 자리를, 누워서도 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거 대단히 편안하구나."
아버지가 웃으면서 식구들을 돌아보았습니다.
이윽고 스타 로버는 사막 위를 날고 있었습니다.
존은 속력을 점차 늦추고 원을 그리면서 돌았습니다.
미터에서 가리키는 위도와 경도를 보아, 여기가 틀림없다는 것을 안 존은, 천천히 고도를 내려 텔레비전 스크린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착륙용 스위치를 잡고 있었습니다.
곧 화면 끝에 그 금속 상자의 뚜껑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얼른 스위치를 밀었습니다.
우주정이 천천히 모래 위에 살짝 착륙하자, 존은 엔진을 멈추었습니다. 아버지는 존의 손 움직임을 일일이 지켜보다가 우주정이 무사히 착륙하자, 놀란 듯이 소리 쳤습니다.
"정말 훌륭하다, 존!"
존은 그때 착륙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기계까지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기계를 가지고 지구로 돌아간다면 굉장한 돈을 벌 수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아버지는 연신 존의 재주에 감탄하였습니다. 그러나 존은 오히려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존은 멋쩍은 듯이 웃었습니다. 우선 뚜껑을 열기 전에 우주복을 입기로 했습니다. 그리고는 분광기를 사용하여 조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잭이 나서며 말했습니다.
"나 혼자 가겠어. 존, 너는 아버지와 둘이서 조사하는 것이 좋아. 나는 방사능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너는 잘 알고 있잖아. 아버지가 좋아지실 때까지 그 것을 취급하는 것은 너니까 말야."
"좋아. 그런데 형, 자키를 가지고 가. 그 뚜껑은 굉장히 무거우니까."
잭은 밖으로 나가고 스펙트럼 분광기를 아버지에게 갖다 드렸습니다. 형은 존에 비하여 매우 침착한 편이었습니다.
"아버지, 형이 보여요."
우주복을 입은 잭이 자키를 들고 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잭은 구멍 속으로 들어가 상자의 뚜껑을 떼고 난 후에 20미터 정도 뛰어서 물러났습니다.
잭은 우선 그곳에 있게 했습니다. 아버지는 분광기를 맞추고 존과 함께 스펙트럼 선을 조사했습니다.
시간이 꽤 오래 걸릴 것 같아지자, 아버지는 잭에게 돌아오라고 명령하였습니다.
존은 아버지에게 걱정스러운 듯이 물었습니다.
"별을 떠날 때, 그것들을 어떻게 하죠? 전부 가져가나요?"
"아니다. 아무도 훔쳐가지 못할 테니까……. 그러나 많이 가져가서 연구하는 편이 낫겠지."
존은 아주 좋은 생각을 해냈습니다. 그 상자를 우주정 밖에 용접을 해서 연구할 수 있는 분량만을 상자에 넣어 두는 생각을 아버지에게 말씀드렸지만, 아버지는 퍽 염려스러운 얼굴을 하였습니다. 하긴 그것을 뒤쪽에 붙이는 것이 좋겠지만, 매직 핸드로 끌어올릴 만큼 우주정에 가깝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운반하는 데는 무리가 따릅니다. 형과 둘이서 운반한다 해도 무리가 따를 일입니다. 존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열심히 무언가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가지 생각해낸 것은 우주정을 움직여서 상자 바로 옆에 갖다 대고, 매직 핸드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어머니는 존의 말을 듣고 놀라며 말했습니다.
"그런 걸 할 수 있겠니? 바로 옆에다 이 큰 우주정을 내릴 수 있어?"
물론 안 될지도 모르지만, 존은 해보기로 이미 마음을 먹고 아버지의 허락을 기다렸습니다.
아버지도 한동안 생각하는 듯하더니, 존을 보고 빙그레 웃었습니다. 모두 벨트를 맸습니다. 존은 우주정을 이륙시키고, 텔레비전 스크린을 지켜보면서 다시 천천히 착륙시켰습니다.
아버지는 존이 하는 것을 묵묵히 지켜보더니 기뻐하며 소리쳤습니다.
"야, 놀랍다! 존, 넌 일류 조종사야."
어머니는 아버지가 지나치게 흥분하는 것을 염려하였습니다. 또다시 병이 나면 큰일이므로, 세 사람은 조용히 아버지를 쉬도록 하였습니다.
아버지는 존과 잭에게 견본을 넣을 상자를 만들 것을 부탁하고. 곧 깊은 잠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마커를 살펴라
 
다음날 아침, 잭과 존이 조종실로 가려고 하자, 어머니는 그들을 말렸습니다.
"아직 일러요. 아빠가 깨신 다음에 해도 되지 않겠니? 아빠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신 게 아니에요."
존은 부끄러운 듯이 머리를 긁적거렸습니다.
"빨리 저걸 가져오고 싶어서 그만......."
1시간쯤 후에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년은 급히 아버지 곁으로 갔습니다.
"아빠, 어제보다 훨씬 좋아지셨어요!"
존은 얼굴빛인 좋아진 아버지에게 그런 말을 했습니다. 아버지도 기분이 무척 좋아졌는지, 팔을 흔들어 보이면서, ]
"힘이 나는 것 같다. 너희들 눈에도 아빠가 그렇게 보이지?"
어머니는 즐거운 얼굴로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존은 세숫대야에 물을 담고, 수건도 함께 가져왔습니다.
"아버지, 저걸 운반해 와도 돼요?"
하고 존은 둘이서 만든 나무 상자를 보였습니다.
그 속에는 12장을 겹친 납 조각이 들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쾌히 승낙했습니다.
"그래, 해라. 수고했다."
두 소년은 우주정에서 매직 핸드를 움직여 상자의 뚜껑을 열고, 금속의 덩어리를 하나 꺼냈습니다. 그리고 작은 상자에 옮겼습니다.
그것을 연료 창고의 납 금고에 넣고, 존은 다시 물었습니다.
"아버지, 이것을 좀 끊어야 되지 않겠어요?"
"그래, 1밀리그램 정도만 끊어 봐라."
각설탕 정도의 덩어리가 굉장히 무거웠으므로, 12그램이라도 정말 조그만 부스러기인데, 또 1 밀리그램이라면....... 하긴 그래도 방사능을 받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존은 아버지에게 배운 솜씨로 그 방사능 금속을 조금 끊었습니다.
방사성능을 여러 가지로 조사해 본 결과, 그건 대단히 성능이 좋은 놀라운 연료였습니다.
아버지는 한참 동안 무엇인가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퍽 오랫동안 여기 묻혀 있었나 보다. 지금도 퀴륨보다 방사능이 훨씬 강하구나. 이걸 갖고 지구에 돌아가면 과학자들한테서 큰 소동이 일어날거다."
"아버지, 사용할 수가 있을까요?"
존의 질문에 아버지는 힘있게 대답했습니다.
"꼭 사용할 수 있을 거다. 놀라운 연료임에 틀림없어. 그러나 사용 방법이 중요하지. 방법이 틀린다면 무서운 폭탄이 되어 버릴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자세한 것은 지구의 전문가에게 맡겨야지."
시험한 조그만 부스러기를 다시 연료 창고에 넣고, 형제는 그 수수께끼의 상자를 우주정 외부에다 용접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직 핸드를 사용하여 누르고 네 모서리를 녹여 붙이는 일입니다. 우주정 밖에서 존이 아버지를 라디오로 불렀습니다.
"아빠. 들려요? 상자의 뚜껑도 용접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요."
"지금은 어떻게 되고 있지?"
"고리만 용접해 두었어요."
"그래? 그럼 드문드문 용접해 두는 것이 좋겠다."
"알겠어요."
이윽고 용접을 끝내고, 존은 우주정에 들어가 우주복을 벗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아버지에게 일의 결과를 보고했습니다.
더 이상은 이 별에서 해야 할 일이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무사히 다 끝냈으니까 말입니다. 그들은 지구로 돌아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가버의 식구들은 조종실에 모두 모두 모였습니다. 영특한 존은 이미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진로 계산을 끝내고 있었습니다.
모두 자리에 앉아 벨트를 맸을 때, 갑자기 아버지가 존을 불렀습니다.
"존, 한 가지 잊은 것이 있다. 너희들이 두고 온 마커가 제대로 전파를 보내고 있는지, 조사해 보고 오는 것이 좋겠다. 식민국에서 가장 먼저 조사하는 것도 그것이니까."
"염려 없어요, 아버지. 형과 제가 하나하나 틀림없이 확인했어요."
존은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가 않다. 고장날 경우도 있으니까...... 내려가서 살필 필요는 없고, 우주정 안에서 대강 살피도록 하자."
별 지도를 꺼내 재빨리 조사를 한 존이 말했습니다.
"그럼 먼저 제 1 행성, 다음에는 태양으로, 그리고 2, 3, 4, 5를 돌아서 지구로 향하겠습니다."
벨트를 맨 것을 확인한 후에, 존은 스위치를 넣었습니다.
스타 로버는 가버 항성계의 제 2 행성 마티로부터 천천히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속력을 내기 시작하여 중력도 2G(지이) 즉, 지구 중력의 두 배가 되었습니다.
"아버지. 중력 때문에 괴로우시죠?"
존이 걱정을 하자. 아버지는 머리를 내저었습니다.
"괜찮다. 1시간 정도는 3G로 해도 된다. 그래야만 조사를 끝내고 지구로 돌아갈 때, 속력이 빨라지니까."
곧 우주정은 제 1행성 테드에 가까이 갔습니다. 그 별에서 5만 킬로미터가 되는 지점을 무서운 속력으로 지나가고 있을 때, 지구를 향해서 일정한 간격으로 방송되고 있는 신호가 들려왔습니다.
다행스러웠고 대단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버지도 존을 보고 빙긋 웃었습니다.
1시간쯤 지나, 잭이 일어나려 했습니다.
"커피와 샌드위치를 가져와야겠어."
"형, 기다려야 해. 2G로 낮출 때까지."
곧 잭은 편하게 일어나서, 어머니가 준비해 둔 샌드위치와 커피를 모두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태양을 돌고 제 3 행성으로 향하는 진로에 오르면 중력을 1G로 낮추고 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가까워 오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아버지는 말했습니다.
"지구의 태양과 같은 형태의 항성이구나."
존도 자기의 의견을 말했습니다.
"예, 그러나 지구의 태양보다 더 커요."
"그렇구나. 그런데 이 태양에서 어느 정도의 궤도에 마커를 두었니?"
"1천 6백만 킬로미터요."
"뭐라고?"
아버지는 깜짝 놀라면서 존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존, 사실대로 말해라. 장난으로 말하면 안 돼."
계산이 틀리지 않는다면 1천 6백만 킬로미터에 마커를 설치해야 옳은 일인데, 아버지의 말을 듣자, 존은 무척 의아스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빠도 조사를 해보세요. 규칙에, 될 수 있는 대로 항성 가까이 하라고 쓰여져 있기 때문에 그 궤도에 올려놓은 것인데......"
"물론 하긴 잘 했다만, 이번에는 그렇게 가까이 까지 가서는 안 된다. 타 죽으면 어쩔래?"
"알겠습니다. 아버지, 이번에는 3천 8백만 킬로미터에서 돌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니와 형은 이미 잠이 들어 있었습니다. 존도 자동 조종 장치로 바꾸어 놓고 잠을 청했습니다. 이윽고 네 사람은 가버 행성을 향하면서 깊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우주 해적
 
미터를 본 순간에 존은 번쩍 눈을 떴습니다. 무엇인가가 가까이에 있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그것은 원자력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는 곧 텔레비전 망원경으로 우주정의 주위를 조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존이 먼저 세로 11, 가로 17인 곳의 스크린에 비쳐진 것을 발견했습니다. 짐작했던 대로 그것은 우주선이었습니다.
아버지는 긴장한 얼굴로 망원경을 그 위치에 맞추었습니다. 아버지의 눈은 점점 크게 열리고 목소리는 날카롭게 높아졌습니다.
"슬릭 보건의 우주선이구나! 해적 녀석이야!"
이 말을 듣고 어머니가 얼른 대답했습니다.
"그럼 얼마 전에 내가 들었던 것이 저 우주선 소리였군요!"
잭이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맞아요, 어머니."
존은 벌써 겁에 질려 있었습니다.
"그런데 보건은 이런 데서 도대체 뭘 할 작정일까요?"
"아마, 이 항성계를 자기가 먼저 발견했다고 우길 모양이다."
잭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빠, 어떻게 하면 좋지요? 우리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다섯 개의 행성을 자세히 조사하고 기록했는데, 보건이 그 공로를 가로채겠다니......."
"모르겠다. 워낙 교활한 놈이니까, 무슨 속셈이 있을 거다."
어머니는 울상이 되어 물었습니다.
"여보, 보건보다 먼저 지구로 돌아가서 식민국에 보고할 수 없어요?"
아버지는 힘있게, 결심에 찬 목소리로 존을 보면서 말했습니다.
"보건의 우주선은 진로를 바꾸었다. 쫓아 보아도 소용이 없어. 저쪽은 무장을 하고, 우리는 총밖에 없으니까 말야. 그러니 우리는 서둘러서 마커의 조사를 끝내고, 곧 지구로 향하는 거다. 저 녀석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어쨌든 빨리 돌아가는 것이 좋아."
"아버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조사해보니까, 우리가 저쪽보다 갑절은 빨라요. 더욱이 저쪽은 마커를 놓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우리는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요, 뭐."
존은 이렇게 말했으나, 역시 걱정스러운 표정이 얼굴에 역력히 나타났습니다. 보건은 굉장한 우주해적 입니다.
그 놈의 우주선은 전함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무장을 하고 있었고, 속력이 무섭게 빠릅니다.
염려했던 사실이 제 3 행성 잭에 가까이 갔을 때, 드디어 나타났습니다. 제 3 행성으로부터 마커를 통한 전파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는 5개의 행성을 가지고 있는 이 항성계 제 3행성이다. 슬릭 보건과 그 승무원에 의해 2136년 1월 10일에 발견된 것이다......."
몇 번이나 그런 신호가 거듭해서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가버의 네 식구는 너무 놀라 정신인 없는 듯이 말없이 서로의 얼굴만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버지는 곧 노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너희들이 설치한 마커의 테이프를 바꿔치기 한 거다. 제 4, 제 5 행성의 테이프도 바꿨을 거다. 지금 보건은 제 2행성으로 가고 있어. 거기서도 같은 짓을 하려는 거다."
"그러나 아버지. 태양 주위에 설치한 마커는 바꿔칠 수 없을 거예요. 그렇게 작은 것을 우주 공간에서 줍다니요......."
"글쎄다....... 해적들이란 그런 일에는 이력이 난 놈들이니까. 하여튼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한 가지 뿐이다. 얼른 지구로 돌아가서 보건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거다."
"형. 1 G로 낮추고 엄마한테 먹을 것을 달라고 해 줘."
"가속을 떨어뜨리지 않고도 먹을 수 있도록 샌드위치와 음료수가 많이 준비되었습니다."
하루에 3회, 4시간씩 가속도를 2G로 하였고, 그밖에는 1.25G로 하는 고달픈 우주 여행이었습니다.
몸무게 50킬로그램의 사람은 100킬로그램의 무게가 됩니다. 50킬로그램의 사람을 업고 있는 셈이니까, 아무리 우주 여행에 익숙해져 있는 가버 가족 네 사람일지라도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주는 끝없이 공허합니다. 가버 항성계에서 지구까지의 거리는 멀고도 아득하기만 합니다.
그 사이에 보건의 우주선이 발견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지구까지의 가장 가까운 진로를 잡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두 배의 중력이 참기 힘드시죠?"
존은 걱정이 되어 물었습니다. 아버지의 발은 꽤 좋아지기는 했지만 두 배의 중력이 계속되기 때문에 고통이 무척 심할 게 뻔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고 아버지는 고통을 애써서 참고 있는 듯했습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버지는 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스타 로버가 지구까지 거리의 3분의 1정도 날아갔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경보 벨이 요란스럽게 울렸습니다. 슬릭 보건의 우주선이 가까워지면 울리도록 만들어 놓은 장치였습니다.
존은 그들의 현재 위치를 미터를 보면서, 재빨리 계산해 냈습니다. 그들은 약 8억 킬로미터 뒤에 있었습니다. 그다지 멀지 않은 거리였습니다. 슬릭 보건의 우주선이 가버의 우주선보다 훨씬 속력이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어떡해요?"
어머니는 거의 울상이 되다시피 하여, 아버지의 팔을 잡고 무서움에 떨었습니다.
그런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조용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뭔가 좋은 방법이 있을 거요."
존도 역시 어머니를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속도를 더 내면 어떨까요?"
잭의 말에 아버지는 우울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겠다. 존, 2.5G로 속도를 높이도록 해라. 그대로 여섯 시간 정도를 계속해 보자."
"그래도 아직 지구까지는 3주일이나......."
존은 망설였습니다.
"어머니, 괴로우셔도 이겨내야 해요."
그러자 아버지도 엄숙하게 말했습니다.
"못 견디겠으면 즉각 말해요. 생명에 관계되는 일이니까. 이건 명령이다."
네 사람은 2.5G의 무게를 참고 견디었습니다.
다음 날 미터를 본 존은 풀이 죽어 말했습니다.
"보건의 우주선이 어제보다 더 가까이에 와 있어요. 이제는 대략 6억 5천만 킬로......."
"도대체 어째서 그렇게 저놈들은 빠른지 모르겠군. 왜 그럴까?"
"3G를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야."
존은 힘이 죽 빠지는 듯했습니다 이런 속도로 오면 놈들은 10일이면 가버의 우주선을 앞지를 것입니다.
잭은 점심을 먹으면서도 계속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윽고 그는 입을 열었습니다.
"아빠. 만약에 사람이 수면제 같은 것을 먹고 의식을 잃었다 치면. 어느 정도의 가속도를 견딜 수 있을까요?"
아버지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했습니다."
"글쎄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마 5G 정도까지는 가능하겠지. 그런데 그런 건 왜 묻니?"
"스웨덴의 과학자가 오랫동안 사람을 잠자게 하는 실험을 했어요. 그걸 생각해왔죠. 일 주일 동안이나 잠자게 했는데. 몸에 별로 해롭지 않았다는군요."
그러자 존이 포크를 놓으며 물었습니다.
"그 과학자는 어떻게 잠들도록 만들었지?"
"그 과학자 자신이 발명한 약으로..... 책을 가져와서 다시 설명할 테니 기다려라."
어머니는 잭이 일어서는 것을 막으면서 펄쩍 뛰었습니다. 하기는 아무리 보건을 못 쫓아오게 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런 일은 조금 생각해 볼 일이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달래듯이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여보, 우리 알아나 봅시다. 결정하는 것은 그 뒤에 하기로 하고."
어머니는 그래도 걱정이 된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그래도 모험은 싫어요. 무서워요."
"탐험가에게 모험이 없을 수 없어요, 여보. 그러나 신중하게 연구를 해보고 결정하도록 합시다."
"존도 한 마디 거들었습니다."
"엄마, 잠들게 하는 약은 이 우주정에는 없어요. 그러니 시험해 볼 수도 없잖아요."
"참 그렇구나."
잭은 곧 되돌아와서 마이크로 필름을 읽는 기계에 걸었습니다.
"있다. 있어!"
잭은 큰 소리로 그것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세 사람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다 읽고 난 잭은 얼굴을 번쩍 들고 기쁜 듯이 말했습니다.
"들으셨죠. 우리를 한꺼번에 일 주일 동안 계속 잠들게 하는 일은 이처럼 쉬운 거예요. 존, 이 우주정은 완전 자동으로 움직인다고 했지? 그러니 우리가 잠들고 있어도 진로는 틀리지 않고 계속 지구를 향해 갈 수 있을 거야."
어머니가 또 무슨 말을 할 것 같았으므로, 아버지가 얼른 나섰습니다.
"자, 이젠 2시간이 지났어. 벨트를 매도록 하자. 잠자는 일은 후에 생각하고."
어머니는 벨트를 매면서 중얼거렸습니다.
"어쩐지 싫구나. 잠들고 있는 사이에 계속 날아간다는 것은......."
 
잠자는 네 사람
 
가속을 1.25G로 낮추자, 잭은 마이크로 필름을 계속해서 읽었습니다. 그렇게 3번, 가속도가 늦추어질 때마다 잭은 창고를 들락거렸는데, 식사 준비가 될 때에도 부르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세 사람은 잭의 일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몇 번째의 식사 때, 잭은 투명한 액체가 가득 든 시험관을 가지고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눈을 빛내면서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이제 됐어요. 이것을 4 cc씩 주사하면....."
"그게 뭔데?"
하고 존이 묻자, 잭은 자신이 넘치는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물론 잠들게 하는 약이지. 이것을 주사하면 5G의 속도에도 견딜 수 있다."
"그런 위험한 짓은 안 된다고 하지 않았어!"
어머니는 화난 목소리로 꾸짖었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여보, 우리 잭이 말하는 걸 들어보기나 합시다. 자, 잭 말해 보렴!"
"이 약을 주사하면 계속 잠들게 됩니다. 자는 시간은 얼마만큼 주사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져요. 신진대사가 늦어지며, 높은 가속도에 견딜 수 있게 됩니다. 그것으로 보건을 떨쳐 버리게 되는 거죠, 아버지."
아버지는 어머니를 슬쩍 보고 나더니 물었습니다.
"부작용은 없겠니?"
"이 책에는 전혀 없다고 씌어 있어요. 2주일 동안 계속 자게 해도 말이에요. 4cc에 5일이니까, 처음에는 그 정도로 해보려고 생각해요."
"형! 5G면 보건보다 훨씬 빨리 나는 거야."
존은 뛰어오를 듯 기뻐하며 계산하기 시작했습니다.
"5G를 5일 동안, 그것을 2회로 합니다. 3일간은 속도를 줄이고, 그리고 7일간은 천천히 속력을 내리고 갑니다."
아버지는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습니다.
"존의 말대로 하면 아마 우리가 썩 빨리 가게 될 거다. 그런데 만일 머뭇거리다가 저 녀석들에게 덜미를 잡히게 되면, 그때는 끝장이라는 걸 각오해야 한다. 보건은 우리 우주정을 틀림없이 공격할 것이니까."
"조금 전에 재어 보니까, 벌써 3천만 킬로미터 지점까지 뒤따르고 있어요, 아버지."
존의 맡을 듣고 잭이 외쳤습니다.
"5G로 가요. 아빠!"
"서두르지 마라, 잭. 좀더 이야기를 나누고 연구해 봐야지."
하며 아버지는 울상이 되어 있는 어머니를 돌아보고 말했습니다.
"여보, 우리들은 무엇이든 잘 생각해 본 다음, 정하기로 되어 있지. 그러나 지금은 이 방법 외에 딴 도리가 없다고 생각돼. 보건보다 먼저 지구로 돌아가지 않으면 이 우주에서 죽음을 당할지도 몰라요."
어머니는 단념한 듯 한숨을 내쉬며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좋아요...... 당신이 정하는 일이라면."
아버지는 다시 잭에게 물었습니다.
"다시 한 번 그 약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라. 책에는 뭐라고 했니?"
그러자 잭은 빠른 목소리로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그런 다음, 아버지는 마이크로 필름을 조사하고 잭이 그 약을 만들었을 때의 기록을 자세히 조사했습니다.
그러더니 아버지는 최종 결정을 내렸습니다.
"좋아. 이 방법은 안전하다. 잭이 만든 약은 마이크로 필름에 나와 있는 것과 똑같아."
존은 기뻐하며 벌떡 일어섰습니다.
"형, 압력 방석을 가져오자."
형제는 창고로 가서 방석을 가져 왔습니다. 그리고 조종실의 의자에 매었습니다. 그것은 5G의 압력이 가해져도 몸의 뼈가 부러지지 않게 하기 위한 쿠션이었습니다.
"형, 주사를 놓고 어느 정도 되면 잠드는 거지?"
"1분 정도일 거야. 그건 왜 묻니?"
"주사한 후에 스위치를 넣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야."
잭은 자기 방으로 가서 주사기와 영양제의 병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곧 세 사람에게 영양제를 주사한 다음 자기에게도 놓았습니다.
드디어 시험관에 들어 있는 잠드는 약 4 cc를 주사기에 넣고서 어머니 곁으로 갔습니다.
"어머니, 괜찮겠어요?"
잭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말했으나 그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팔을 걷어올리며 침착하고 상냥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잭. 엄마는 기분이 아주 좋단다."
"그럼 놓겠어요."
잭은 조심조심 주사 바늘을 어머니의 팔에 꽂았습니다.
"오래 못 뵙겠어요. 어머니."
잭은 어머니의 뺨에 입을 맞추며 웃었습니다.
"형, 다음은 누구 차례지?"
"존은 우주정의 조종을 해야 하니까, 아버지가 맞으셔야 되겠어요."
아버지가 말없이 팔목을 내 놓았습니다.
잭은 아버지의 팔에도 신중히 주사를 놓았습니다.
다음은 존의 차례였습니다.
"존, 좋아?"
"잠깐만 기다려 줘."
하더니 존은 바쁘게 서둘렀습니다.
존은 5일 동안에 5G의 가속도로 계속 난 후, 1G로 되돌아오도록 자동 조종 장치를 설치했습니다.
그 일이 끝나자. 존은 팔을 걷어 올렸습니다. 주사바늘을 꽂으려고 할 때. 존은 잭의 손을 잡았습니다.
"형. 잠깐 기다려. 형은 어떻게 할거야? 내가 스위치를 넣으면 5G로 변할 텐데, 그 사이에 자리로 가서 벨트를 매고 주사할 수 있어?"
"걱정 마. 어떻게 해볼 테니까."
"만약 내가 잠들기 전에 스위치를 넣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 돼. 그러니 형이 먼저 주사해. 그래서 잠들기 전에 내게 주사하고 자리로 가면 되잖아."
"괜찮다니까, 네게 먼저 주사하고, 자리에 돌아가 내게 주사하는 건 1분이면 충분해."
"좋아. 그럼 각자 자리를 잘 정리해야지. 주사 후에 당황하는 일이 없도록 말야."
잠시 후 잭은 존에게 주사를 놓았습니다. 그리고 얼른 자기 자리로 가서 벨트를 매고 주사기를 팔에 꽂았습니다.
존은 벌써 잠이 와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억지로 견디면서 형이 하는 일을 주의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잭이 주사를 끝내자 곧 계기판 쪽을 보았습니다.
이미 사방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존은 재빨리 스위치를 넣고 옆으로 누웠습니다. 눈이 감기면서 존은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존은 어렴풋이 의식이 생기는 것을 알고 놀랐습니다. 약이 효력이 없구나. 그럼 보건의 우주선은 이미…….
존은 말할 수 없는 실망 속에서 재빨리 시계를 보았습니다.
시계를 본 후에야 존은 빙그레 웃으며 안심했습니다.
5일, 5시간 정도가 지나고 있었습니다. 불과 몇 시간밖에 잠자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인데, 그렇게 오랫동안 깊이 자고 깨어난 것입니다.
존은 재빨리 여러 가지 미터와 다이얼을 조사해 보았습니다.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보건의 우주선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무얼 좀 먹어야겠는데……."
존은 가족들 쪽을 보았습니다. 세 사람은 아직까지 깊이 잠들어 있었습니다.
존은 일어서려 하다가, 비틀거리며 앞으로 쓰러졌습니다.
그러나 차츰 나아져 갔습니다. 그는 기듯이 하여 부엌으로 가서 즉석 수프를 3인분 만들어 가지고 조종실로 되돌아왔습니다. 세 사람 모두 조금씩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잘 주무셨어요? 수프를 준비했어요."
이 말을 듣고 세 사람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와 잭은 벨트를 풀었습니다.
아버지는 힘없는 목소리로 존에게 물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잠을 잤지?"
존은 얼른 아버지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아빠. 꼭 5일이 지났어요. 그리고 보건의 우주선은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없어요. 수프 드세요."
하고 그는 세 사람에게 컵을 주었습니다.
"형, 정말로 형 말대로 됐어."
아버지도 잭을 보고 말했습니다.
"정말 그렇구나. 고맙다, 잭...... 당신은 괜찮소?"
어머니도 수프를 마시면서 미소 지었습니다.
"좋아요. 정말 잠깐 잔 것 같은데, 벌써 5일이 지났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그런데 수프가 어쩌면 이렇게 맛있니!"
존은 싱긋 웃고 나서, 형을 보고 물었습니다.
"형, 이상한 일이야. 5일이나 잠들어 있었는데.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으니 말야. 사실 굶어죽지 않을까도 생각했어. 그 영양제 때문이야?"
"아니야, 잠드는 약은 우리의 의식을 없애는 것뿐이 아니라, 신진대사를 전혀 시키지 않는다. 체온도 내리고, 호흡이나 심장의 움직임도 거의 멈출 정도로 천천히 움직이는 거야. 에너지를 전혀 쓰지 않기 때문에 배가 고프지 않은 거다."
수프를 마시고 난 아버지가 잭에게 물었습니다.
"잭, 다음 주사할 때까지 얼마나 여유가 있겠느냐?"
"예, 여섯 시간 정도 쉬었다가 다시 잠들도록 할 셈이에요."
"응, 그러면 여유가 있구나. 모두 목욕도 할 수 있고, 엄마가 만들어 주는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겠구나. 존과 함께 계산도 할 수가 있겠고."
존은 이미 연필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존은 연필을 놓았습니다.
"보건이 계속 3G의 속도로 오고 있다면 우리는 하루를 푹 쉬어도 문제없어요."
"그래? 그렇다면 12시간 정도 1G로 날기로 하자."
그 말을 듣고 어머니가 가장 좋아했습니다.
모두 목욕을 하고. 옷도 갈아입었습니다. 음식도 배불리 먹었습니다. 잭은 또 약을 만들기 시작했고, 아버지와 존은 계산을 계속했습니다. 지금의 위치와 어디서 속력을 낮추느냐는 등의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6시간이 지난 후. 잭은 먼저처럼 주사를 놓았고, 네 사람은 다시 깊은 잠 속에 빠져 들어갔습니다.
존은 마이크로폰에 대고 말했습니다.
"여기는 우주 탐험선 스타 로버. 착륙 허가를 부탁함. 지금의 고도 2만 미터."
그러자 공항 스피커에서 맑은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왔습니다.
"여기는 우주 공항. 그쪽 우주선의 크기를 알려 주세요."
"22미터의 우주 요트임."
"D 착륙장 43번에 4분 후 착륙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존은 서서히 우주정을 착륙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큰 D글자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 속에 보이는 43이라는 숫자에 스타 로버는 꼭 4분 후에 착륙했습니다.
"잘했어, 존!"
잭이 외치자 존은 투덜거렸습니다.
"그렇지도 않아. 1초 반 정도 빨랐어."
"무슨 소리야! 우리는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다! 보건을 따돌리고 말야."
존은 일어나면서 크게 소리쳤습니다.
"자,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식민국으로 가는 거다. 형!"
아버지는 일어서려고 하다가 그대로 쓰러질 듯 비틀거렸습니다. 아버지는 아직 완전치가 못했습니다.
존은 마이크로폰에 대고 말했습니다.
"여기는 스타 로버. 공중 택시와 휠체어를 부탁합니다."
 
대통령의 만찬회
 
이윽고 네 사람은 모든 기록과 사진을 공중 택시에 싣고 행선지로 향했습니다.
지구 연방의 수도 센트로 폴리스는 무르익은 봄의 아름다운 경치를 마음껏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존. 저 나무랑 꽃들을 좀 봐!"
잭은 기쁨에 넘쳐 소리쳤습니다.
공중 택시는 3분 후에 식민국의 옥상에 도착했습니다.
그들은 접수구로 갔습니다.
"나는 테드 가버, 우주선 스타 로버의 주인입니다. 지금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입니다. 새로운 항성계를 발견한 걸 보고하러 왔어요."
아름다운 아가씨는 눈을 빛내며 물었습니다.
"거기는 좋은 곳이었나요?"
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렇고 말고요. 지구와 비슷한 별이 두 개나 있답니다."
"정말 멋지겠어요. 저는 한 번도 우주에 나가 본 일이 없어요, 자, 이것을 기입해 주시겠어요?"
아버지가 서류에 기록을 하자, 아가씨는 전화를 걸고 얼마 후에 미소를 지으며 안내를 했습니다.
"이 쪽으로......."
네 사람이 안내되어 간 커다란 방에는 다섯 명의 남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이분들이 가버 씨의 가족입니다."
지구의 아가씨가 소개를 하자, 한가운데에 앉아 있던 사람이 입을 열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나는 식민국 장관 로버트 윌슨이오."
"자, 여러 분이 발견한 별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아버지는 분명하고 힘있는 목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다 듣고 난 그들은 놀라며, 잭과 존을 바라보았습니다.
"정말 훌륭한 아들들을 두셨습니다. 나도 보건에 대해서는 소문을 들어서 잘 알고 있지요. 그러나 보건이 정당한 수속을 밟으면 취급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 세밀하게 조사할 것을 약속하지요."
잠시 후, 네 사람은 식민국을 나와서 호텔에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병원으로 갔으나 별로 치료할 것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잭의 치료는 훌륭했으며, 그 때문에 더 치료를 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3일 후, 식민국에 서 호출이 왔습니다. 보건과 함께 조사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네 사람은 곧 식민국으로 갔고, 큰 방에 안내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얼굴을 보자마자, 맞은 쪽에 앉아 있던 보건과 그 무리들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습니다.
"이봐 가버!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우리들이 발견한 별을 훔치겠다니!"
그러자 윌슨 장관이 엄숙하게 말했습니다.
"앉으시오, 보건. 이제부터 사실을 조사하겠소."
식민국의 관리 한 사람이 일어서며 말했습니다.
"가버의 보고에 의하면, 이 제 2 행성의 착륙은 1월 14일 입니다. 보건의 보고에 의하면, 제 2 행성의 착륙이 1월 10일로 되어 있습니다. 두 쪽에서 모두 마커를 설치한 모양인데, 마커 전파가 들리는 것은 50광년까지이며 이 항성은 60광년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여기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어느 쪽이 옳은지 판정할 수가 없습니다."
가버의 가족들은 맥이 빠지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다시 다른 한 사람의 관리가 일어나서 말했습니다.
"가버 보고서에는 지상에서 찍은 사진이 많이 있습니다. 보건의 것은 모두 공중에서 찍은 것입니다."
가버의 가족 네 사람은 비로소 마음을 놓았습니다. 반대로 보건은 초조한 얼굴이 되어 일어섰습니다.
"우리는 공중 사진 쪽이 더 정확한 줄로 알았으며, 그래서 5천 미터의 높이에서 찍은 거요. 수도로 정할 곳의 사진을 봅시다. 어느 쪽이 더 확실히 찍었는지 당장 알 수 있을 거요."
그래서 사진이 모두에게 배부되었습니다. 한참 들여다보던 어머니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 사진에 우리들의 우주정이 찍혀 있어요. 저 사람들이 착륙한 날짜를 1월 10일이라고 했는데, 14일에 착륙한 우리의 우주정이 찍혀 있다는 건 이상하지 않아요!"
보건은 악을 쓰듯 외쳤습니다.
"그런 말 말아요! 그건 우리의 우주선이오."
이때. 잭이 일어섰습니다.
"장관님, 말씀드릴 것이 있는데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좋아요, 잭. 말해봐요!"
"감사합니다. 제가 드릴 말씀은 그 사진이 어느 쪽의 사진이냐 하는 것입니다. 저는 모든 필름의 오른쪽 구석에 C(시이)라는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필름을 조사해 보시면 당장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윌슨 장관은 책상의 단추를 눌렀습니다.
"필름을 살펴보도록 하지. 보건 씨, 당신의 필름에는 무슨 표시를 했나요?"
"아무 표시도 안 했어요."
보건은 분한 듯이 말했습니다.
필름을 조사하고 난 장관은 책상을 치면서 일어섰습니다.
"식민국은 이 새로운 항성계를 가버 항성계라고 이름하고, 다섯 개의 행성 이름도 그대로 인정하기로 합니다. 사실은 지금 20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식민국 등대별에서 보고가 있었습니다. 가버 가족이 발견했다는 전파가 왠지 하나씩 보건이 발견했다고 바뀌어 온다는 보고입니다. 축하합니다. 가버 씨와 가족 여러분!"
그러자 보건과 그 무리들은 얼굴이 하얗게 변하여 도망가듯 일어나서, 나가려고 했습니다.
그것을 윌슨 장관이 불러 세웠습니다.
"잠깐. 보건! 너희들을 사기죄로 체포한다."
순간, 보건은 뒤돌아 서며 옷 속에 숨기고 있던 열선총을 뽑아들었습니다.
"움직이는 놈은 쏜다! 우리가 너희들에게 체포될 것 같은가? 자, 비켜 서!"
그러나 뒷문 옆에는 이미 3명의 경찰관이 총을 겨누고 있었습니다.
"보건, 총을 버리고 손을 들어!"
유유히 도망치려던 보건은 얼어붙은 것처럼 그 자리에 멈추어 섰습니다. 체념한 듯 그는 열선총을 바닥에 떨어 뜨렸습니다.
놈들의 손에는 수갑이 채워지고, 보건은 끌려가면서 마지막으로 외쳤습니다.
"이봐 가버, 한 가지 알고 싶은 것이 있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날았는가?"
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대꾸했습니다.
"신문을 읽어보라고, 이제 발표될 테니까."
아버지는 장관에게 감사한 인사를 했습니다.
장관은 아버지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감사한 것은 오히려 이쪽입니다. 해적 보건도 체포되었고, 그 귀중한 방사성 금속을 가지고 돌아와 주었으니까요. 잭과 존, 너희들은 정부로부터 상금을 타게 될 거다."
어머니는 그 말을 들으면서 '오늘밤에는 파티를 열어야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장관은 어머니를 향해 말했습니다.
"가버 부인, 오늘 저녁은 대통령의 초대로 만찬회가 열립니다. 참석해 주시는 거죠?"
어머니는 엉겁결에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어머....... 대통령께서 우리 집에 오신다고요?"
어리둥절해진 장관은,
"아닙니다. 우리가 여러분을 초대하는 것입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모두들 유쾌하게 웃었습니다.
 
별을 쫓는 사람들
 
1979년 7월 25일 인쇄
1979년 7월 30일 발행
지은이: E. E. 에반스
엮은이: 장 희병
펴낸이: 김 경수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9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9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원문 사이트주소 2023-08-23 0 547
48 해저 지진 도시 F. 폴 . J. 윌리암슨 작 이 인석 역 2023-08-23 0 450
47 제 4 행성의 반란 REVOLT ON ALPHA. C 로버트 실버버그 R. SILVERBERG 지음 2023-08-23 0 525
46 절대 0도의 수수께끼 ♣ E. S. 가드너 지음 2023-08-23 0 456
45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텔레파시의 비밀 김학수 지음 2023-08-23 0 362
44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 SF 작가 협회편 북극성의 증언 서광운 지음 2023-08-23 0 326
43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4차원의 전쟁 서광운 작 2023-08-23 0 317
42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관제탑을 폭파하라 서광운 작 2023-08-23 0 330
41 양서인간 AMPHIBIAN HUMAN - 베리야에프 А. ВЕЛЯЕВ 지음 2023-08-23 0 318
40 안드로메다 성운 ANDROMEDA NEBULA - 이반 에프레모프 IVAN EFREMOV 지음 2023-08-23 0 290
39 암흑 성운 Dark Nebula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지음 2023-08-23 0 350
38 심해의 우주괴물- 존 윈담 지음김 상일 옮김 2023-08-23 0 254
37 불사 판매 주식회사 IMMORTALITY 로버트 세클리 ROBERT SHECKLEY 지음 2023-08-23 0 292
36 백설의 공포 - 홀덴 작 박 홍근 역 2023-08-23 0 291
35 공룡 세계의 탐험- 코난 도일 지음김 상일 옮김 2023-08-23 0 329
34 걷는 식물 트리피드 THE DAY OF THE TRIFFIDS 존 윈담 John Wyndham 지음 2023-08-23 0 300
33 강철 도시 - 아이작 아시모프 Issac Asimov 지음 2023-08-23 0 288
32 280 세기의 세계 - 레이 커밍스 Raymond Cummings 지음 2023-08-23 0 245
31 비글호의 모험 -반 보그트 A. E. VAN VOGT 지음 2022-03-31 0 590
30 지구의 마지막 날-필립 와일리 PHILIP WYLIE 지음 2021-09-22 0 731
‹처음  이전 1 2 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