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는 미래인-에드워드 해밀턴 작 -최 인 학 역
◇편집위원◇
아동문학가 이 원수․박 홍근/문학박사 최 인학
공학박사 양 옥룡/이학박사 김 희규
전교육감 김 성묵
■ 책 머 리 에
먼 장래에 - 인류는 화성․금성․수성․목성에 진출하여, 태양계 연합이라는 넓은 세계로 뻗어나갈 것입니다.
그 때는 태양계의 각처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조사하고 해결해 나가는 퓨쳐맨(미래인)이라는 그룹이 탄생될 것입니다.
태양계 제 1의 과학자 가디스 뉴턴, 뇌뿐인 학자 사이먼 라이트 박사, 로봇인 클라크, 합성 인간 오토 - 이 4사람이야말로 태양계 연합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챔피언들입니다.
이 퓨쳐맨들 앞에 또 다시 수수께끼의 사건이 일어납니다.
우주를 헤매는 소혹성 마마에서 이상한 구원 신호가 전해 옵니다. 그리하여 퓨쳐맨들은 사랑하고 아끼는 코메트에 타임 엔진을 장치하여, 멀고 아득한 1억 년 전의 과거 세계로 대모험의 여행을 떠납니다!
<차 례>
■ 책 머 리 에·················· 2
■ 소행성 광산·················· 4
■ 비밀의 기지················· 16
■ 과거로부터의 부르짖음············ 22
■ 제 2 의 달·················· 28
■ 과거의 지구로················ 34
■ 검은 우주선················· 38
■ 화 성 인··················· 46
■ 화성의 바다················· 52
■ 루운 궁전에 숨어들어 가다·········· 55
■ 진로를 가데인으로·············· 65
■ 큰 이주 계획················· 71
■ 지갈 박사·················· 77
■ 섬으로 귀양················· 84
■ 태양계가 생겼을 때·············· 89
■ 우주의 포전················· 96
■ 가데인 최후의 날·············· 102
작품 해설··················· 108
■ 소행성 광산
소행성은 암흑의 대우주 속을 소리 없이 천천히 돌고 있었다.
공기도 없고, 물도 없다. 중력도 거의 없는 이 소행성의 세계는 생물이라고는 전혀 없다. 그야말로 죽음의 세계이다.
주위의 우주에는 빨강, 노랑, 파랑, 하양의 수많은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어 마치 빛의 음악회를 열고 있는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으뜸으로 크고 적황색으로 보이는 것이 목성이다. 또 그보다 조금 작으며 무섭도록 붉게 빛나고 있는 것이 화성이다.
여기는 화성과 목성의 한가운데가 되는, 소행성 지대의 중앙이다.
이 근처에는 작은 것은 조그만 돌 만한 것에서부터, 큰 것은 지름이 수 십 킬로, 수 백 킬로미터까지 되는 크고 작은 각종의 소행성이 수만 개 허리띠 같이 퍼져 있다.
조용하다. 진공의 우주에는 소리가 없다.
알 수 없는 아득한 옛날부터, 끝없는 미래에 있어서도 여기서는 다만 무서우리만큼 조용한 정적만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문득 별무리 속에서 밝은 빛의 꼬리를 끌면서, 2 개의 흐르는 별이 점점 이 소행성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다. 이러한 진공의 우주에서 흐르는 별이 빛을 낼 수가 없을 텐데……… 그 흐르는 별과 비슷한 것은 소행성에
가까이 오더니, 급히 방향을 바꾸었다.
빛의 제트기가 소행성의 바깥쪽을 향해 맹렬하게 달렸다. 그런가 했더니 울퉁불퉁한 소행성의 표면에 멋지게 착륙했다.
물론 그것은 흐르는 별은 아니었다.
우주선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보통 정기적으로 우주를 날아다니는 우주선과도 다르고, 국제연합 우주경찰의 정찰정도 아니다. 오래 사용했는지 곳곳에 흠이 있는 구식 우주 화물선이었다.
우주 화물선의 문을 열고, 우주복을 입은 5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틀림없이 여기인가?"
한 남자가 우주모의 라디오로 물었다.
"틀림없어. 여기가 소행성 마마이다."
다른 한 사람이 우주와 별지도를 별빛으로 보면서 대답했다.
"그러면 여기에 티타늄과 테르륨의 거대한 광맥이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들은 부자가 되었다."
다른 남자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우주 광산가였다.
이 소행성 지대에 있는 많은 소행성 중에는, 때로는 지구에서 좀처럼 얻을 수 없는 대단한 금속자원의 광맥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우주 광산가들이 세계 각처에서 모여든다. 이 남자들은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대장같아 보이는 남자가 말했다.
"좋아. 그럼 곧 일을 착수하자. 맬턴, 가이거 계수관을 가지고 와라."
맬턴이라고 불린 남자가 그들 중에서 가장 작았다. 우주모 안에서 보이는 그 얼굴은 아직 18, 19세의 소년 얼굴이었다.
소년은 우주선 안으로 도로 들어갔다. 곧 가이거 계수관을 가지고 왔다.
그러자 남자들은 모두 제각기 소행성의 울퉁불퉁한 바위산으로 흩어졌다.
맬턴 소년은 화성 태생의 한 나이 많은 광산가와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맬턴은 이 노인을 몹시 좋아했다. 젊은 시절부터 계속 우주의 여러 곳을 여행한 노인은, 아는 것도 많았고 항상 신기한 이야기를 해 주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왜 언제까지나 광산 일을 하고 계셔요? 큰 우주 광맥을 발견해서 돈을 많이 번 일도 있었겠죠?" 하고 맬턴은 가이거 계수관으로 가까운 바위의 방사능을 조사하면서 물었다.
"음, 여러 번 있었지. 그러나 나는 아무래도 지구에 틀어박혀 있지 못하는 성격이지. 우주에 나와있지 않으면 왠지 마음이 잡히지 않고 불안하단다."
"그러시다면 광맥을 찾아서 돈벌이할 목적이 아니고 모험이 목적인가요?"
"그래, 그렇게 말해도 좋겠지……"
이렇게 주고받으면서 둘은 바위 사이를 걸어가고 있었다.
중력이 거의 없으므로 잘못하면 공중으로 떠오를 것 같아서 걷기가 힘들었다.
문득 맬턴이 걸음을 멈추었다.
"아니?"
"왜, 방사능의 반응이 있었느냐?"
"아니에요. 저걸 좀 보셔요, 바위를 뭔가가 파헤쳐 놓았어요, 건물의 잔해 같아요."
소년은 눈을 반짝였다.
그러나 늙은 광산가는 그렇게 놀란 것 같지도 않았다.
"아, 이 근처의 소행성에는 조각이 새겨진 오래된 돌과, 정체를 알 수 없는 금속의 동강이 같은 것을 볼 수가 있지."
"그렇다면…… 옛날 이 소행성에도 사람이 살았겠네요?"
"그렇게 간단히 단정할 수는 없지. 공기도 물도 없는 소행성에 사람이 살 수 없잖니. 그러니 건물 같은 것을 세웠을 리 없지."
"하지만, 그러면 어째서……"
"모를 일이야, 맬턴. 옛날부터 우주 고고학자나 우주 지질학자들은 여러 가지 설을 내놓았단다. 그들 중에는 이 소행성 지대에 퍼져 있는 소행성이 옛날에는 하나의 큰 -지구 만한 행성이었고 거기에 고도로 발달한 문명이 있었다고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아무도 사실은 알 수가 없어요."
맬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멀고 먼 아득한 옛날, 아직 지구에도 인간이 생겨나지 않고 공룡들이 기어다니던 시대에 여기에 훌륭한 문명 세계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어떤 원인으로 해서 행성과 더불어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차디찬 암석의 덩어리로 되었을지도 모른다…… 뭐가 뭔지 알 수는 없지만, 머리가 핑 돌 만한 굉장한 이야기다. 잠시 동안 맬턴 소년은 공상에 젖은 채 걷고 있었다.
갑자기 그는 다시 한 번 놀라며 발을 멈추었다.
"왜 그러니?"
늙은 광산가가 물었다.
"이상해요…… 어쩐지 누군가가 나에게 이야기를 걸고 있는 듯한 기분이어요. 열심히 부르고 있는 것처럼……"
늙은 광산가는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곧 고개를 옆으로 내저었다.
"내게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데……"
"아니, 정말이어요. 틀림없이 들렸어요!"
늙은 광산가는 걱정스러운 듯 소년의 우주복 속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맬턴, 넌 아마도 도깨비에게 홀린 것 같다. 처음으로 우주에 나오니까 없는 것도 보이는 것 같고, 들리지도 않는 소리나 이야기도 들리는 것 같구나. 신경이 피로하면 그럴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맬턴 소년은 뭔가 말하고 싶었으나,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무리 얘기해 보았자, 믿지 않으리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날 저녁 -이렇게 말해도 소행성의 밤과 낮은 지구와 달라서 기껏 수 시간마다 되돌아오지만- 우주 광산가들은 밤을 지새워 가며 일을 계속했다.
소행성 마마의 뒤쪽에는 생각한 바와 같이 훌륭한 티타늄 광맥이 발견되었으므로, 맬턴 소년도 열심히 일했다.
조금 쉴 때, 그는 또 화성 태생의 늙은 광산가 곁으로 가서 말을 건넸다.
"할아버지는 여러 가지 일을 잘 알고 계시죠. 혹시 누군가가 시간 여행 방법을 발견한 사람은 없었나요?"
늙은 광산가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 건 왜 묻지? 지난 2 백년 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해 보았지만, 아직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단다."
"그렇군요……"
맬턴은 실망했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러나 노인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시간 여행의 원리는 이미 오래 전에 발견되어 있지. 너도 알다시피 이 세계는 가로, 세로, 높이, 3 개의 공간의 차원과 시간이라는 네 번째의 차원이 짜여서 '4차원 시공 연속체'라는 형태로 되어 있다. 인류는 처음의 3개의 차원 -공간이면 하늘에도, 땅에도, 바다 속에서도 움직일 수가 있지. 그러므로 4 차원 째의 시간 안에서 움직이는 것도 안 될 리가 없잖은가. 실제로……"
여기까지 말하던 늙은 광산가는 입을 다물었다.
"뭐라고요? 누가 시간 안을 여행한 사람이 있었나요?"
하고 맬턴은 성급히 물었다.
노인은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이것은 한 낭설에 지나지 않겠지만, 그 캡틴 퓨쳐가 실험에 성공했다는 소문은 들은 일이 있다. 그러나 아마 정말은 아닐게다."
"그렇지 않아요. 정말인지도 몰라요!“
맬턴은 자기도 모르게 외쳤다.
"캡틴 퓨쳐는 지구가 낳은 위대한 과학자에요. 그래요, 그는 틀림없이 저 달의 연구실에서 시간여행 실험에 성공했을 거에요!"
"만일 성공했다면 발표를 했을 것이 아니냐."
"그러나 어떤 이유로 아직 숨기고 있는지도 몰라요."
"그럴까? 아무튼 시간 여행은 어려워요. 아무리 캡틴 퓨쳐라도 그렇게 쉽게 성공할 리는 만무해."
늙은 광산가는 이렇게 말했으나, 그때 이미 맬턴은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해 보겠다. 내가 해 보겠다. 머리가 돈 것인지도 모르겠다. 환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저 슬픈 소리를 그대로 듣고만 넘겨버릴 수는 없어. 캡틴 퓨쳐에게 이 일을 알리자!)
광산가들은 모두 열심히 일하는 데만 정신을 쏟고 있었으므로, 맬턴이 살짝 작업장을 빠져 나온 걸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이 깜짝 놀란 것은, 돌연 소행성의 뒤쪽에서 굉장한 빛과 함께 한 대의 우주선이 날아올랐을 때였다.
달려온 늙은 광산가는 남아 있는 한 대의 우주선 문에, 다음과 같은 편지가 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허락 없이 제멋대로 우주선을 빌리는 대신에, 나의 몫은 여러분들이 나눠 가지십시오. 저는 캡틴 퓨쳐에게로 가지 않으면 안되겠습니다.
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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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밀의 기지
달에서 보는 지구는 아주 큰 녹색의 원반 같았다. 녹색을 띤 그 부드러운 빛은 황량한 밤의 달 표면을 조용히 비치고 있었다.
눈이 닿는 곳까지 몹시 험한 산들과 분화구의 연속이었다. 여기에는 물론 공기도 물도 없다. 다만 사방에 작은 우주진이 가득히 쌓여, 눈처럼 보이며 달 표면을 덮고 있을 뿐…… 그러나 여기 데크 분화구 옆에만은 사방과 다른 데가 있었다. 그것은 몹시 높게 솟아 있는 금속의 기둥이었다. 그 기둥 끝에는 접시 같은 파라볼라 안테나(전파를 일정한 방향으로 집중시켜 발신, 수신함)가 여러 개 지구의 빛을 받아 번쩍번쩍 빛나면서 끊임없이 돌고 있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그것뿐이고, 그 근처에는 돔(반구 구형의 지붕)도 없고 다른 건물도 없다.
대체 안테나는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일까?
그것이야말로 캡틴 퓨쳐라고 말하는 유명한 가디스 뉴턴과 그 부하인 미래인들의 지저 기지 (地底基地)의 자동 경계 장치 안테나였다.
실은 외부에서 보면 보통의 구멍같이 보이지만, 이 데크 분화구의 바닥에는 인류가 우주에 건설한 가장 크고 가장 새로운 시설을 갖추어 놓은 대단한 우주 기지가 들어 있는 것이다.
지금도 우주 기지의 넓은 전망실 안에는 가디스 뉴턴과 클라크, 오토, 그리고 사이먼 라이트 등의 4 명이 편안한 자세로 긴 안락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장, 이렇게도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니 지루해서 못 견디겠어요." 라고 말한 것은 건장한 몸매의 큰 사나이 오토였다.
머리카락도 눈썹도 속눈썹도 없는, 흰 피부에 녹색의 눈을 가진 대머리 사나이다. 오토는 물론 사람이 아니다.
인공 피부에, 인공 심장, 인공 근육에다 합성 뇌를 가진 합성 인간이다.
"또 그런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군. 오토, 그래서 너는 지능이 낮다구." 라고 말하며 붉은 눈으로 쳐다보는 것은, 오토보다 키가 큰 2 미터 50센티나 되는 사나이 클라크이다.
이것도 역시 사람이 아닌, 온 몸이 검게 빛나는 특수 합금으로 된 로봇이다.
그 붉은 눈은 물론 전기로 빛나는 눈이며, 말하는 입은 스피커로 되어 있다. 클라크의 인공 두뇌는 세계 제일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클라크는 항상 자랑하고 싶어한다.
"뭐? 이 시시한 쇠 부스러기 같은 녀석!"
오토가 화를 내며 외쳤다.
"뭐라구, 이 고무인형 같은 것이!"
클라크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가디스 뉴턴은 또 시작된 둘의 입씨름을 듣고 빙그레 웃었다.
이 둘은 언제나 야단스럽게 입씨름을 하지만, 실은 매우 좋은 친구로서 사람끼리도 저렇게 다정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의좋은 사이였다.
가디스 뉴턴은 이 둘에 비하면 작게 보이는데, 지구인으로서는 결코 작은 편이 아니다. 훤칠하고 스포츠 선수다운 몸매에 아름다운 그리스 조각 같은 얼굴 모습이다.
그 때문에 언뜻 보면 학자같이 보이지 않으나, 왼손 가운뎃손가락에 번쩍이고 있는 커다란 반지 -태양계의 모양을 한 10개의 보석으로 된 훌륭한 반지는 '지구 과학 아카데미' 회원의 표시이고, 그가 태양계 제일의 과학자임을 나타내 주고있다.
이 사람이 바로 앞에서 나온 캡틴 퓨쳐라고 일컬어 진 장본인이다.
가디스 뉴턴의 아버지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과학자였다. 그러나 그 연구를 탐낸 악인이 달의 연구소를 습격했을 때 죽고 말았다.
가디스는 그 무렵 아직 어린아이였으며, 그래서 아버지 뉴턴 박사가 발명한 클라크와 오토, 또한 '뇌'라는 별명이 붙은 아버지의 친구인 과학자 사이먼 라이트 박사의 손에서 자라났다.
사이먼 라이트 박사의 '뇌'라는 별명은 다음과 같이 해서 붙여졌다.
사이먼 라이트는 그 옛날 어떤 사건으로 한 번 죽었다. 그러나 그때 뇌만 꺼내어, 가디스의 아버지 뉴턴 박사가 발명한 '뇌의 배양 장치'에 넣어서 다시 살렸다. 즉 사이먼은 뇌만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뇌'의 사이먼 박사는, 전망대 안의 자동 경계 장치 앞의 공중에서 붕붕 떠다니고 있다.
그는 사각형의 금속 상자에 넣어져 있으며, 앞에는 렌즈의 눈이 있고, 그 밑에는 전파 신호를 말로 바꾸는 스피커가 달려 있다. 그리고 공중에 떠 있는 것은 가디스 뉴턴이 발명할 중력 차단 광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디스는 웃으며 보고 있다가, 그 정도에서 클라크와 오토의 입씨름을 말리려고 할 때였다. 순간, 사이먼 박사가 날카롭게 외쳤다.
"가디스, 자동 경계 장치에 반응이 보인다. 우주선 한 대가 기지에 다가오고 있다."
가디스가 급히 자기 쪽을 돌아보자, 사이먼 박사는 계속해서 말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나쁜 계획이 있는 놈 같아. 우주선 조종사라면 이 근처가 출입 금지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 것인데 말야."
"프로톤 포(양자포)를 준비하겠습니다.
하고 클라크가 말했다.
"착륙하고 있어. 5 인승 우주화물선이다."
라고 사이먼이 계속 보고했다.
"이봐 클라크, 오토, 무장하고 지상으로 나가자."
하고 가디스가 이렇게 말했을 때, 사이먼이 다시 말했다.
"봐라. 가디스, 저것은……"
스크린에 착륙한 우주화물선이 크게 비치고 있다. 문이 열리더니, 한 젊은 사나이가 아직도 뽀얗게 먼지가 휘날리는 지상에 내린다.
우주복 안의 얼굴은 몹시 불안스럽고 당황한 표정이다.
"몹시 놀라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러자 가디스가 말했다.
"아무튼 조사해 보자."
■ 과거로부터의 부르짖음
지상으로 나오기 전에, 가디스는 허리 벨트에서 넓고 작은 원반을 꺼내어 스위치를 넣었다.
그러자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그 순간 가디스의 모습이 사라져 가고 있다.
가디스 자기만의 투명 장치이다. 이 장치에서 주위에 퍼져 있는 방사선의 힘으로 빛을 굽혀,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나는 저 녀석의 우주선에 다른 누가 또 타고 있는가를 조사해 보겠다. 내가 저 녀석 옆에 모습을 나타내거든 둘이 모두 나와라."
가디스는 이렇게 말하고, 살금살금 우주선 쪽으로 걸어갔다. 물론 클라크, 오토에게도 가디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가디스는 우주선으로 다가가서, 재빨리 열어놓은 문으로 안에 들어갔다. 그러나 우주선 안에는 아무도 없다.
가디스는 다시 나와서 그 침입한 조종사 옆으로 살며시 다가가서 투명 장치의 스위치를 껐다. 그러자 바로 옆에 있는 바위 뒤에서 클라크도 오토도 모습을 나라냈다.
"앗!"
조종사는 깜짝 놀랐다.
"넌 도대체 누구냐? 여기는 국제 연합 우주국의 허가 없이는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는 곳이야. 너도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하고 가디스가 엄하게 나무라자, 젊은 조종사는 당황했다.
"알고 있습니다. 네, 알고 있어요. 그러나 저는 어쨌든 당신들에게 도움을 받아야겠어요."
"그렇다면 왜 태양계 연합 정부에 신청을 하지 않았어?"
"그것은…… 거기서 일하는 사람에게 말해도 믿어 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당신도 믿어 주실 지 모르겠군요. 캡틴 퓨쳐, 너무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여서……"
"도대체 무슨 이야기냐?"
가디스는 노려보면서 눈을 굴렸다.
"태양계의 어떤 행성의 종족이 다 전멸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에게 도움을 청해 왔기에……"
"무슨 엉터리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하며 가디스는 젊은 사나이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태양계에는 그런 시끄러운 일은 아무 데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일어나면 즉시 우리들에게 연락해 줄 것이다."
"현재의 일이 아닙니다- 1 억 년 전의 사람들입니다."
가디스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뭐, 1 억 년 전? 이봐, 넌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그래, 그렇다 치고 대체 어떤 방법으로 네게 연락이 됐지?"
"모르겠어요. 나는…… 맬턴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소행성 지대에 있는 소행성 마마에 티타늄 광맥을 찾으러 갔을 때였습니다. 어떤 바위산 그늘에 있을 때, 갑자기 뭔가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선에 싸여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러더니 언어가 아닌 텔레파시(정신 감응) 같은 것이 나의 머리 속에 들려왔어요."
"그 따위 엉터리 소리."
오토가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가디스는 오토의 말을 막으면서 계속하도록 했다.
"그래, 뭐라고 들려왔어?"
"그 텔레파시의 주인공은 가데인의 과학자 타무어라고 말했어요. 그는 가데인이 전멸되어 가고 있다. 그러니 미래를 향해서 구원을 청한다고 말했어요……"
"잠깐만, 지금 가데인이라고 말했지?"
하고 가디스는 날카롭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여러 번 가데인의 타무어라고 되풀이했어요. 그래서 나는 그 전설을 생각해 냈어요……"
"1 억 년 전, 목성과 화성의 한가운데에 가데인이라는 행성이 있었다는 전설 말이지?" 라고 가디스가 대신 풀이하자, 젊은이는 눈을 빛냈다.
"알고 계시나요?"
"알고 있지. 그리고 어쨌느냐?"
"그 타무어란 과학자는 자기가 발명한 시송파(時送波) 광선이라는 것으로 미래에 향해 구원을 청한다고 그랬어요. 그러나 물론 대답할 방법이 없었어요. 그리고 텔레파시 같은 소리도 그때 끝나고 말았지요. 저는 어떻게든 그 과거로부터의 부르짖음에 대답하고 싶습니다. 캡틴 퓨쳐, 당신이 시간 여행의 실험에 성공했다는 풍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여기까지 달려왔어요."
가디스 뉴턴은 한참 동안 말이 없더니, 사이먼 박사 쪽을 보면서 말했다.
"어때, 가데인의 전설은 사실이었던가?"
그러자 투명 금속의 상자가 천천히 대답해 왔다.
"그렇다. 그리고 그들은 시송파 광선의 발명에 이미 성공했다."
"그러나 그처럼 높은 문명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가데인은 망하고 말았다. 사이먼 박사, 한 번 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렇지, 가디스. 우리들의 힘을 빌려주면, 잘되면 가데인 사람들을 멸망에서 구원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가디스는 천천히 끄덕이고 맬턴을 쳐다보았다.
"맬턴, 잘 와 주었다. 너의 노력을 결코 헛되게 하지 않겠다."
"그 말씀은…… 저어…… 가데인 사람을 구조하러 가시겠다는 뜻인가요?"
"그렇다."
"그럼, 결국 캡틴 퓨쳐 당신이 시간 여행의 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이 정말이었군요."
"그렇다고 할까. 그러나 그것은 극히 사소한 실험이었다. 그런데 1 억년이나 되는 아득한 시간여행은 아주 대단한 모험이다. 여러 가지로 다시 고치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허나 너의 이야기를 들은 이 마당에 있어서 잠자코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들은 1 억년 전의 세계를 향해 가는 거다."
■ 제 2 의 달
그로부터 수 주일이 지났다.
지하 기지의 격납고에서는 그 동안 미래인들이 사랑하고 아끼던 코메트 호의 개조 작업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었다.
코메트 호에 타임 엔진(시간 여행용 엔진)을 장치하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시간 여행 그 자체의 실험은 이미 99퍼센트까지 확실했다.
"100 퍼센트가 아니면 가지 못하나요?"
맬턴이 물었다.
"그렇지 않아. 시간이란 언제나 정확하지 못한 점이 있지. 그래서 절대적인 완전한 시간 여행은 하기가 힘든다."
"그렇다면…… 만약 1 만분의 1 이라는 것이 있다면…… 다른 세계로 날아가 버릴지도 모르쟎아요?"
"그렇지."
"그럼, 위험하지 않아요?"
그러자 가디스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 정도의 위험은 각오해야 한다. 그렇기 않고서는 이런 대모험은 할 수 없다, 맬턴."
마침내 코메트의 준비가 끝났다.
가디스는 기지의 일을 맬턴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맬턴, 만일 우리가 3개월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을 때는 반드시 태양계 연합 정부에 모든 것을 보고해라. 알겠니?"
맬턴은 긴장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로부터 몇 분 후, 코메트 호는 지하 격납고에서 달 표면에 그 모습을 나타내었으며, 지구의 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조종대를 잡은 것은 합성 인간 오토, 기관사 자리에 앉은 것은 로봇 클라크, 타임 엔진의 조종판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은 가디스, 사이먼은 그 옆에서 공중에 떠 있다.
이윽고 가디스가 명령을 내렸다.
"출발 준비 완료. 먼저 달과 지구와 중앙까지 가기로 한다."
"알았습니다. 그런데 대장……"
하며 오토가 물었다.
"시간 속을 날아간다면서, 왜 그런 곳까지 가야 합니까?"
"천체라는 것은 항상 운동하고 있다. 그러한 것을 잊어서는 안 돼." 하며 가디스는 대꾸했다.
"만일 1 억 년 앞을 거슬러 올라가서, 우리들이 나타난 공간에 천체가 있다고 해 보라구. 그러면 당장에 원자 폭발이 일어나서 우리들은 뼈도 없어지고 말 것이 아닌가."
"과연 그렇겠습니다!"
하며 오토는 털도 없는 머리를 딱 쳤다.
"이 전자 뇌의 계산대로 한다면, 우리들은 1억 년 전의 달과 지구 사이로 즉 아무 것도 없는 우주공간으로 갈 것이다. 과거에 닿으면, 또 보통의 공간으로 나와서 가데인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가디스는 모두를 한번 돌아보고 난 후,
"이제 출발!"
하고 오토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오토는 조종대를 꽉 당겼다.
곧 코메트 호는 진공의 우주로 날아올랐다.
지구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미터를 보고 있던 오토가 이윽고 속력을 줄이면서 코메트 호를 정지시켰다.
자동 항로 계산기의 바늘은 정확하게 달과 지구 한가운데 거리를 가리키고 있다.
"됐다. 그럼 지금부터서 시간 여행이다. 가자!"
가디스는 낮은 소리로 말하고, 타임 엔진의 레버를 열었다. 그러자 모두는 가벼운 눈의 현기증을 느꼈다. 큰 충격은 아니었다-
"이, 이것은 굉장한…… 달이……"
오토는 놀라며 창 밖을 가리켰다.
달이 지구의 둘레를 반대 방향으로, 포환을 던진 것처럼 빠르게 핑핑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구도, 다른 행성도, 아니 태양까지도 그 진로를 모두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더욱이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현기증은 점점 심해 갔다. 눈은 똑똑히 보이지 않게 되고, 눈앞에는 번쩍번쩍 무수한 빛이 날며 흩어진다.
"음, 괴롭다……"
누군가가 신음 소리를 냈다. 몸 속의 한 개 한 개의 원자가 시간의 흐름 속을 과거 쪽으로 무리하게 밀려가고 있는 것이다.
가디스는 희미하게 보이는 눈으로, 시간 다이얼의 눈금을 열심히 들여다보았다.
7 천만 년- 7 천 5백만 년- 8 천만 년- 8 천 5 백 - 9 천- 9 천 3 백 - 9 천 6 백 -9 천 9 백 - 9 천 9 백 9 십 9 만 9 천 9 백……… 타임 엔진의 레버는 자동적으로 되돌아왔다. 빛의 소용돌이가 또 창 밖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정지되었다.
달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성공했다. 여기는 1 억 년 전의 세계다!"
라고 말했을 때, 돌연 사이먼의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큰일났다! 소행성 같은 것이 가까이 오고 있다. 빨리 진로를 바꾸지 않으면 부딪친다."
가디스는 레이더를 보았다.
지름이 7, 8백 킬로미터나 될 거대한 소행성 같은 것이 무서운 속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상하다. 이 근처에는 이런 천체가 있을 리 만무한데……) 이렇게 생각한 순간, 가디스는 깜짝 놀랐다.
(그렇다. 여기는 1 억 년 전이다. 아마 그 시절에는 지구가 가지고 있던 제 2 의 달이 아닌가 모르겠다……) 하고 생각하는 동안, 그 작은 천체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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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지구로
그 순간, 오토는 행동을 개시했다. 그는 합성인간 밖에 할 수 없는 재빠른 동작으로, 조종대를 당기며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았다.
코메트 호는 천천히 돌면서, 돌진해 오는 제 2의 달과 겨우 스쳐나갔다.
꽈, 꽈앙!
무서운 충격이 코메트 호에 일어났다. 모두는 좌석에서 튕겨 나와 바닥과 벽에 부딪쳐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달의 표면이 코메트호의 바깥쪽을 스치면서 지나간 것이다.
곧 어디선가 무서운 힘으로 공기가 새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서 조금 후, 가디스는 의식을 회복했다. 코메트 호의 안은 캄캄했고,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엔진도 전기도 꺼지고 만 것이다.
뒤돌아본 가디스는 너무나 놀라고 말았다. 코메트 호의 꼬리 부분이 잘려나가 버린 것이 아닌가. 그리고 코메트 호는 그 충격으로 지구를 향해서 커다란 원을 그리며 추락하고 있는 것이었다.
가디스는 일어섰다. 무중력 상태에서 균형을 유지하며 우선 배터리를 갈아 끼우고 불을 켰다.
그러자 클라크와 오토가 바닥에서 슬금슬금 일어나고 있다. 사이먼도 공중에 떠 있게 되었다. 다행히 아무도 상처를 입지 않았다.
“이 속도로 추락하면 6 시간만에 지표에 충돌한다. 그러나 그 전에 지구의 짙은 대기와의 마찰로 타버리고 말 것이다." 라고 사이먼이 조용한 소리로 계산 결과를 보고했다.
가디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가고자 하던 가데인에는 가지도 못하고, 도리어 지구 근처에서 이렇게 빨리 조난 당하고 마는가…… 모두는 이 세상에 태어나기 1억 년이라는 전에 죽게 되는구나……
"그러나 코메트 호 머리 부분의 역분사 로켓은 무사합니다. 위험하지만 수직 착륙을 해 봅시다." 하고 오토가 말했다.
가디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외의 방법은 없네. 모두 힘을 합쳐 부서진 곳을 가능한 한 고쳐 보도록 하자!"
이리하여 클라크, 사이먼, 가디스의 3명은 각기 맡은 일에 착수했다. 입을 딱 벌리고 있는 꼬리 부분에서 끝없는 우주가 보였다. 먼 저쪽에서 태양이 이글이글 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제나 낯익은 태양은 아니었다. 훨씬 작고 푸르스름하고, 아직 젊은 태양 - 1 억 년 전의 태양이다.
다른 것은 비단 태양뿐만이 아니었다 이것저것 모든 것이 다 다르다. 달에는 저 곰보 같은 분화구도 없고, 표면이 매끈매끈했다.
무섭도록 붉게 빛나고 있던 화성은 지금에는 아름다운 녹색으로 보였다. 목성에는 그 큰 붉은 점이라고 일컫는 거대한 붉은 반점은 없었다. 토성에는 그 훌륭한 테가 없다! 목성과 화성과의 사이에 뽀얀 소형의 별이 한 개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1 억 년 뒤의 태양계에는 없는 행성이다.
아아, 그것이야말로 가데인이다!
가디스의 가슴속에는 굳은 결심이 소용돌이친다.
어떻게든 저기까지 가는 거다. 가서 가데인의 멸망 원인을 찾아내고, 힘이 미치는 데까지 가데인의 사람들을 구조하리라! 그러는 동안에도 코메트 호는 점점 지구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지구의 표면도 가디스들이 잘 알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북 아메리카가 있어야 할 곳에는 전연 다른 대륙이 펼쳐 있다. 더욱이 아시아는 커다란 섬 정도로 되어 있고, 남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대륙, 오스트레일리아, 동남 아시아는 하나로 되어 굉장히 큰 대륙을 이루고 있다.
중생대 중엽 경의 지구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대륙에는 거대한 파충류- 공룡들이 힘차게 활보하고 있지 않은가!
이윽고 코메트 호는 지구의 대기권 안으로 들어갔다. 우주선의 바깥벽이 공기와의 마찰로 무서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다행히 가디스들의 노력으로 부서진 곳을 수리했기 때문에, 공중 분해를 일으킬 염려는 현재로선 없다.
코메트 호는 머리 부분의 역분사 로켓을 가동시켜, 브레이크를 걸고 속력을 줄였다. 지면이 거의 똑똑하게 보였다.
"이대로라면 간신히 북 아메리카 근처에 착륙할 것 같다."라고 사이먼이 말했다.
무서운 로켓의 폭음은 우주선을 온통 뒤흔들게 한다. 눈 아래에는 중생대의 고사리의 대 밀림이 넓은 바다와도 같이 멀리 멀리 잇달아 있다.
"자, 죽든 살든 해 보겠다!"
라고 오토는 부르짖으며 조종대를 팍 눌렀다.
순간 코메트 호는 일직선으로 그 대 밀림을 향해 떨어지고 있다.
슈, 슈, 슈, 슛.
머리 부분의 역분사 로켓이 있는 힘을 다해서 분사하기 시작했다. 그 연기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충돌하여 폭발하고 말 것인가- 아니면 착륙에 성공을 할 것인가. 모든 것은 오토의 솜씨에 달려있다.
마침내 모두는 무서운 충격을 받고, 다시 한 번 앉은자리에서 튕겨 나와 의식을 잃고 말았다.
■ 검은 우주선
가디스는 몸을 흔드는 바람에 깨어났다.
클라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곁에 오토도 사이먼도 있다.
"성공했는가…?"
"예, 성공했습니다. 무사히 착륙했습니다. 대장, 괜찮으십니까?"
가디스는 일어서 보았다. 몸의 마디마디가 뻐근하고 아프다. 그러나 몇 군데 부상은 입었으나,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괜찮다. 밖에 나가 볼까?"
가디스와 오토가 우주복을 벗고 있는 동안, 클라크가 부서진 문을 놀라운 힘을 발휘하여 억지로 열었다.
밖에는 중생대의 정글이 무성하게 필쳐져 있었다. 공기는 찌는 듯이 무덥고 습기가 많았으며, 달콤한 것 같은 섞은 식물의 냄새가 풍겨 왔다. 그리고 무섭게 키가 큰 굉장히 큰 곤충이 날아다니고 있다.
"자, 그럼 빨리 일을 나누어서 코메트 호를 수리하자고. 고장난 사이클로트론(원자핵의 인공 파괴용 가속기)과 분사 로켓용의 금속을 첫째로 구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금속 검파 장치를 사용하면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만, 가능한 한 빨리 하지 않으면 가데인으로 가는 것이 늦어진다. 모두 힘을 내라."
곧 4명은 무서운 중생대의 정글 속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과연 파충류의 시대이다. 조금 나아가니 하늘을 나는 공룡인 익수룡과, 괭이 같은 등지느러미가 죽 붙어 있는 검룡인 스테고사우루스 등을 만났다.
또한 늪지에는 몸길이가 30미터나 되는 무섭게 큰 뇌룡인 브론토사우루스의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이것들은 거의가 순한 초식 공룡이고. 더구나 운동 신경이 몹시 느린 놈들이라서 걱정은 없었다.
가디스들은 그날 밤. 정글에서 조금 떨어진 초원에 서 야숙했다. 밤이 되니, 지평선은 화산의 불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 시대에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아직 화산 활동과 조산 운동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다음날, 금속 검파 장치가 바라는 방사성 물질의 층을 찾아냈다. 모두는 곧 원자력 드릴과 만능 정련기를 사용하여 금속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3일째에는 상당한 양의 금속을 완성시켰다. 그래서 가디스는 오토만을 작업장에 남겨놓고. 클라크와 사이먼과 더불어 코메트 호의 수리를 하기로 했다.
모두 밤을 새워 가며 일했다. 그리하여 시작한 지 1주일 째에는 거의 수리가 다 되었다.
"됐어. 아직 충분하다고는 볼 수 없으나 출발하도록 하자. 가데인의 파멸은 다가오고 있는데, 예정보다 1주일이 늦어진 셈이다"
하고 가디스가 말하자,
"그럼, 제가 오토를 데리고 오겠습니다."
하며 클라크가 작업장으로 향했다.
그리고서 채 5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갸악. 끼익!
이 세상에서 들어보지 못한 무서운 과수의 부르짖음이 지금 클라크가 들어서고 있는 정글 속에서 들려왔다.
"음, 아마 육식 공룡이 습격한 모양이다"
가디스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사이먼도 그 뒤를 따라 공중을 날고 있다
그 동안에도 무서운 공룡의 부르짖음과 땅을 뒤흔드는 듯한 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있다.
"아아, 저거다!"
가디스가 외쳤다.
거기에는 키가 10미터도 넘는, 굵은 양쪽 다리로 우뚝 서서 거대한 입에 톱니 같은 날카로운 이를 드러낸 대 괴수와 클라크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이었다.
"티라노사우루스다! 육식 공룡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놈이다"
가디스는 프로톤 총(양자총)을 빼들고 티라노사우루스를 향해 쏘았다. 가죽이 찌지직 소리를 내고 타면서 보라색 연기를 일으켰다.
그러나 티라노사우루스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 기중기 같은 꼬리를 휘둘러 주위의 나무를 넘어뜨려 가며 셋을 향해 덤벼들고 있다.
"프로톤 총도 듣지 않습니다, 대장!"
클라크가 분한 듯이 외쳤다.
"덩치가 너무 크다. 신경이나 뇌에 조준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사이먼 박사는 둘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면서 말했다.
"눈을 겨누어라! 눈 뒤에 뇌가 있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와락 거대한 입을 벌리고, 둘에게 다가오고 있다. 가디스와 클라크는 한 발짝도 뒤로 물러섬이 없이 오른쪽과 왼쪽의 눈을 겨누어 프로톤 총을 발사했다.
갸악, 깩 !
티라노사우루스의 눈은 2개 다 깜짝할 사이에 불꽃으로 덮이고 말았다. 그처럼 거대한 공룡도 그것에는 당할 수가 없었다. 프로톤 총이 뇌를 파괴한 것이다. 티라노사우루스는 흔들흔들 크게 비틀거리더니, 여러 개의 큰 나무를 넘어뜨리면서 꽝!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 강력한 심장은 아직도 크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빨리 가디스. 오토가 당했을는지도 모른다."
하고 사이먼 박사가 먼저 날아가면서 고함을 쳤다.
클라크와 가디스도 급히 뒤따랐다.
정글을 빠져 나와 초원의 작업장으로 나온 순간, 가디스는 아아 하고 외치며 그 자리에 우뚝 서버리고 말았다.
원자력 드릴이 파괴되어 엉망으로 흩어져 있었다. 정련기는 다른 곳에 팽개쳐져 있다. 그리고 근처에는 풀과 나무가 넘어진 채 형편없이 밟혀 있을 뿐, 오토의 모습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오토! 어디야? 어디에 있나?"
클라크가 로봇의 특이한 큰 소리로 불렀다. 그러나 대답이 없다.
"아뿔싸! 오토는 티라노사우루스에게 당한 거다."
라고 말했을 때였다.
"보라, 저것을!"
하고 사이먼이 외쳤다.
정글의 저쪽에서, 한 대의 연필 모양의 검은 우주선이 날아오르고 있다. 그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하늘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도대체 저것은?"
"이 시대의 지구에는 아직 인간이 생겨나지 않았다. 그렇게 볼 때 저것은 어떤 별의 우주인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하고 클라크가 광전 눈을 한층 더 붉은 빛을 발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토는 티라노사우루스에게 당한 것이 아니라, 저놈들에게 유괴 당한 것이 아닐까요?"
"틀림없다"
가디스는 끄덕였다
"급하다. 어서 저놈을 추적하지 않으면!"
■ 화 성 인
그럼, 잠시 오토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오토는 혼자 뒤에 남아서 원자력 드릴과 정련 장치의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조금 후, 가까운 정글 속에서 공룡의 걸음걸이 같은 쿵, 쿵 하는 소리를 들었으나 그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기껏 초식 공룡 정도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다가 갑자기 오토는 수명의 이상한 복장을 한 사나이들에게 둘러싸인 것을 알았다. 모두 인간 같았으나 피부색이 붉고, 키가 무섭게 큰 점만이 달랐다.
"넌 누구냐?"
별안간 대장 같은 사나이가 물었다.
그 언어는 몹시 사투리인 것 같았으나, 화성에서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언어와 같았으므로 오토는 사나이가 말하는 것을 대강은 알 수 있었다.
"나는 미래에서 왔다"
오토가 대답했다.
"그 곳은? 가데인에서 왔는가?"
"가데인에서라면?"
하며 대장 같은 사나이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왜 그런 것은 묻느냐? 너는 가데인의 적이냐, 그 편이냐?"
그러자 사나이들은 일제히 오토에게 달려들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오토는 프로톤 총을 빼들 여유도 없이 맨손으로 싸웠다. 오토는 5명에 해당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순식간에 2, 3명을 내던져 버렸다. 그러나 계속 달려드는 적에게는 당할 수가 없었다.
드디어는 철사 줄에 몸을 감기고, 꼼짝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것이 다 같이 미래에서 태어난 자기편에게 하는 태도인가?"
"닥쳐, 스파이 놈! 네놈은 가데인 사람들과 한통속이지. 그 편은 우리들 화성인의 적이다"
대장 같은 사나이가 소리쳤다
"뭣이, 화성인?"
오토는 그만 멍해졌다.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화성인들은 오토를 끌고 갔다. 그리고는 정글 저쪽에 착륙해 있는, 연필처럼 가늘고 긴 검은 우주선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우주선의 선실에는 험상궂은 얼굴의 한 사나이가 있었다.
"이 자는 뭐냐?"
"가데인의 스파이입니다. 소우 경, 미래에서 왔다면서 엉터리 수작을 하고 있습니다. 스파이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 제3행성에서 광석을 파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소우 경이라고 불린 사나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별에 너의 한패가 몇 명이나 있지? 무슨 목적으로 그 지갈의 놈들은 너희들을 이 별까지 보냈느냐?"
"지갈이라는 이름조차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닥쳐 스파이 놈. 우리들의 눈은 속이지 못해."
그때, 파수병이 급히 달려와서 보고했다.
"정글 속에 이놈의 한패 같은 놈들이 있습니다. 이놈을 찾고 있는 모양 같습니다."
소우 경은 얼굴을 번쩍 쳐들었다.
"좋아. 그럼 곧 떠올라서 화성으로 돌아가자. 지갈의 악마 놈,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대군을 이 별에 보냈을는지도 모른다. 이놈을 창고에 집어넣어"
오토는 즉시 우주선 창고에 갇히고 말았다. 그리고 곧 우주선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땅 위를 떠나 우주 공간을 향해서 날아가고 있었다.
이제는 어쩔 수가 없다. 오토는 될 대로 되라는 듯 창고의 짐에 기대 있었다. 그러고서 10분 후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들어 가고 말았다. 눈을 떴을 때는 아직도 우주선은 오토를 태운 채 우주 속을 날고 있었다(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그는 우주선 창을 통하여 밖을 내다보았다.
지구는 이미 아주 멀어져서, 푸른 보석같이 빛나고 있을 뿐이었다. 따라서 우주선이 나아가는 곳은 녹색의 화성 - 1억 년 전의 화성이 얄밉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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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성의 바다
코메트호가 우주에 떠올랐을 때는 이상한 우주선의 모습은 아무 데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놈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 넓은 우주 속에 숨어 들어가면 알 수가 없는데"
클라크는 분한 듯 이를 갈았다.
그러나 가디스는 당황하지 않았다.
"걱정 없어. 일렉트로 스코프(검전기)로 찾으면 그 우주선의 진로를 곧 알 수 있다. 클라크, 지구의 주위를 돌아라" 하고 가디스는 재빨리 복잡한 전자 장치의 키를 조정했다.
이것도 가디스가 발명한 것 중의 하나이다. 우주선이 분사하는 가스에 의해서 그 속력과 방향을 계산할 수 있는 장치이다. 대기권 안에서는 가스는 곧 공기의 흐름 때문에 흩어지고 말지만, 진공의 우주 공간에서는 한참 동안 가스가 남는다. 그것을 재어 보면 우주선이 어느 쪽으로 날았는지 알 수가 있다.
코메트 호는 지구의 대기권 밖을 두 바퀴 돌았다. 그러자 일렉트로 스코프의 스크린에 희미하게 빛나는 가스의 흐름이 나타났다.
"이것이다. 잠깐만……"
가디스는 재빨리 손끝으로 키를 두드렸다. 그러자 즉시로 숫자가 스크린에 나타났다.
"알았어, 클라크. 놈들은 화성으로 향했다. 곧 추적하자!"
"알았습니다. 대장 곧 따라 붙이겠습니다"
그러고서 수일 동안, 코메트 호는 화성을 똑바로 향해서 맹렬한 속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토를 납치한 우주선도 속력이 빨랐다. 가도 가도 목표하는 우주선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윽고 코메트 호는 화성의 밤이 되는 곳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러자 거기에 뜻밖의 것이 나타났다.
바다가 있다!
"정말 그랬던가……"
사이먼은 신음 소리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
"화성의 사막은 그 시대에는 아직 바다였다. 화성은 중력이 작기 때문에 공기와 수증기를 그곳에 멈추게 해 둘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차츰 물과 공기는 없어지고 사막이 되었던 거다."
"바다뿐만이 아니다. 봐라, 화성의 대륙 이쪽저쪽에 등불이 많이 보인다- 도시가 있는 것이다. 화성에는 옛날에 문명이 있었던 것이다!" 하고 가디스는 외쳤다.
"그럼, 오토를 납치한 것은 아무래도 화성인이겠습니다."
클라크가 조종을 하면서 말했다.
"틀림없다. 가스의 흐름이 저 제일 큰 도시의 땅 위에 내리고 있다. 됐어 클라크, 코메트 호를 저 도시의 가까운 바다 위로 내려라."
"알았습니다"
클라크는 속력을 늦추고 화성의 대기권 안으로 코메트 호를 조종했다.
다행히 화성에는 아직 레이더 같은 경계 장치가 발명되어 있지 않은 모양이어서, 지상에서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코메트 호는 잠수함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져 있다.
어느 정도의 깊이까지 내려가 천천히 도시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해안 근처에서 바다위로 떠올랐다. 가디스가 문을 열고 나왔다.
"나는 저곳에 오토를 찾으러 가겠다. 오토에 대해서는 아마 거리에 소문이 났을 테니까. 어디 있는 지쯤은 곧 알게 될 것이다. 오토를 구해 내면 곧 포켓 텔리바이저 (텔레비전 송신 장치)로 연락하마. 그렇게 하거든 마중을 나와라." 라고 말하고, 가디스는 풍덩 바다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는 훌륭한 솜씨로 헤엄쳐 해안 쪽으로 나아갔다. 그의 모습이 이윽고 가물가물했을 때, 코메트는 바다 속으로 내려갔다. 곧 큰 소용돌이를 남기며 바다 속으로 사라져 갔다.
화성의 2 개의 위성에 비쳐서, 화성의 바다는 어둡고 조용히 파도치고 있을 뿐이었다.
■ 루운 궁전에 숨어들어 가다
그로부터 1 시간쯤 지나서, 가디스는 하늘에서 본 화성의 대도시 안으로 몰래 숨어들어 갔다. 물론 도중에 화성인의 복장으로 변장을 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의심을 받지 않았다.
그 도시는 무슨 축제날 같았다.
이미 밤도 깊었는데 큰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었으며, 기묘한 건물과 탑에는 낮처럼 밝은 등불이 빛나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 도시가 오우터 시이며 화성의 서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축제는 화성 왕국의 황제, 루운 1세의 탄생일을 축하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시가의 여기저기에는 무장한 병사가 많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축제에 들뜬 화성인들 간에는 무엇인지 모를 불안스러운 기색이 떠돌고 있었다.
(어찌 된 까닭일까?)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는 한 화성인 노인에게 물어 보았다.
"오늘은 왜 저렇게 병사들이 많이 있나요?"
그러자 그 늙은 화성인은 얼굴에 놀라는 빛을 띠었다.
가디스는 의심을 받아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되어 이렇게 말했다.
"사실은 나는 북쪽 끝에 있는 시골에서 왔기 때문에 뭐가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늙은 화성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거요. 그렇지 않고서야 요즈음의 가데인 소동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니까."
"가데인 소동?"
가디스는 자기도 모르게 되물었다.
"그렇지. 그 가데인 사람들은 우리 화성인을 전멸시키려고 계획하고 있어. 악마 같은 지갈 놈이라 지금이라도 쳐들어올지도 몰라. 아무튼 놈들에게는 악마의 과학이 있으니까……" 라고 말하면서 늙은 화성인은 들떠서 떠들고 있는 사람들을 얄미운 듯 흘겨보았다.
"그런데도 바보 같은 녀석들은 축제에만 들떠 있어. 이래서는 안 돼.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예, 그렇게……"
가디스는 입안에서 어물어물했다. 좀더 악마 지갈이라든지 가데인 사람들의 계획에 대해서 자세히 듣고 싶었으나, 그런 것을 물으면 늙은 화성인은 점점 더 의심하리라.
그러나 늙은 화성인은 자기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이라고 보고 반가웠던 모양이다. 묻지 않은 말까지 꺼내기 시작했다.
"오늘도 제 3 행성에서 가데인의 스파이가 붙들렸다는 소문이오. 루운 궁전의 지하 감옥에 가두어 놓았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놈은 당장 사형에 처해야 된다고."
가디스는 뜻밖의 이야기를 듣고 속으로 기뻤다. 좋아서 소리를 지를 뻔하다가 겨우 참았다.
오토의 행방을 뜻밖에 빨리 알게 된 것이다. 이젠 이 화성인에게는 볼일이 없다. 가디스는 그 자리를 떠나서 사람들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루운 궁전은 물어볼 필요도 없이 곧 알 수가 있었다. 오우터 시가의 중앙에 당당하게 하늘 높이 솟아 있는 육각형의 거대한 탑, 그 탑이 있는 건물임에 틀림없다.
가디스는 사람들에 밀려, 차츰 루운 궁전 쪽으로 가까이 가고 있었다.
궁전 주위에는 무장한 병사들이 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예사로는 들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그는 사람이 없는 그림자에 숨어서 투명 장치의 스위치를 넣었다. 가디스의 모습은 곧 희미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그는 발소리를 죽여 가며, 정문으로 다가갔다. 바로 그때, 정부의 높은 사람인 듯한 인물이 탄 가스터빈 차가 문으로 들어가려 하자, 파수병들이 문을 열고 차려 자세로 서서 차를 통과시킨다.
가디스는 재빨리 그 차의 뒤를 따라 문을 넘어섰다.
첫째 문은 돌파했다.
궁전 안에도 화려한 옷차림을 한 많은 정치가와 군인, 그리고 그 부인들로 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가디스는 사람들을 부딪치지 않고 걷는데 아주 힘이 들었다.
홀에서는 지금 성대한 연회가 열리고 있는 중이었다. 중앙 테이블에는 황제와 높은 귀족들이 앉아서, 무엇인가 얘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고 있다. 한쪽에서는 악사들이 신나게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가디스는 벽에 몸을 딱 붙이고 자꾸 안으로 안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지하실에 통하는 통로를 발견했다.
그는 재빨리 통로를 뛰어 내려갔다. 통로는 도중에서 미로처럼 여러 군데로 갈려 있었다.
(자, 어느 쪽으로 간다?)
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때마침 한 통로 저쪽에 쇠로 된 문이 있고, 거기에 3명의 파수병이 가스총을 들고 경계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바로 저기다!)
그는 소리 안 나게 프로톤 총을 빼들고, 다이얼을 약하게 해서 급히 쏘았다.
(슛!)
푸르스름한 연기 속에 3 명의 병사는 순식간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가디스는 재빨리 한 병사가 가지고 있는 열쇠로 쇠문을 열었다. 그러나 쇠문 안에는 수십 개나 되는 작은 방들이 죽 잇달아 있었다. 그 어느 곳에 오토가 갇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가디스는 투명 장치의 스위치를 끄고, 모습을 나타내어 큰 소리로 불렀다.
'오토, 어디 있니? 나다. 캡틴 퓨쳐다. 대답해라!"
순간, 바로 옆방의 문안에서 응답해 왔다.
"대장, 나 여기에 있습니다!"
"좋아. 문에서 떨어져 있어!"
가디스는 재빨리 프로톤 총을 자물쇠에다 쏘았다. 자물쇠에서 보라색의 연기가 피어오르는 순간, 자물쇠는 녹아버렸다. 발로 힘껏 차니 문이 꽝 하고 열렸다.
"대장, 꼭 구해 주실 줄 알았습니다."
하며 오토가 기쁨에 넘쳐 뛰어나오니, 그 녹색의 눈빛은 더욱 빛이 난다.
이때, 창백한 얼굴을 한 3 명의 젊은 사나이가 오토가 있던 방에서 나왔다.
가디스는 이상하게 생각하며 물었다.
"이 사람들은?"
"가데인의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 사나이는……"
하며 오토는 셋 중에서 눈이 파랗고 얼굴이 잘생긴 청년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 가데인의 과학자 타무어의 아들 주른입니다. 이들은 2 주일 전에 인질로 붙들려 왔답니다. 까닭은……"
여기서 가디스는 오토의 말을 중단시켰다.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빨리 여기를 빠져나가야 한다. 그것이 급하다. 잠깐만 기다려, 곧 코메트 호를 부를 테니까."하고 가디스는 포켓 텔리바이저를 꺼내더니, 호출 버튼을 눌렀다.
"예, 대장."
곧 클라크의 대답이 들려왔다.
"급히 궁전 상공까지 와라. 착륙할 곳은 프로톤 총으로 가리키마. 대지급이다!"
"알겠습니다."
그러자 가디스는 오토들을 돌아보며,
"궁전의 옥상으로 뒤따라와라!"
하고 재촉하며 선두에 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복도 모퉁이에서 한 장교와 3명의 병사와 마주쳤다.
"포로가 도망친다. 쏴라!"
장교의 외침과 가디스의 프로톤 총에서 파란 광선이 일어난 것은 거의 동시였다. 4명은 그 자리에 픽 쓰러졌다.
가디스들은 옥상으로 올라왔다. 이미 상공에는 힘찬 엔진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코메트 호다. 가디스는 하늘을 향해 프로톤 총을 쏘았다. 강한 광선이 밤하늘을 향해 빛나며, 가디스들이 있는 장소를 똑똑히 가르쳐 주었다.
코메트 호는 쌕쌕 분사 소리를 내뿜으며, 궁전의 옥상으로 내려왔다. 그 가스의 힘으로 주위의 나무가 휘어지고, 흙먼지가 요란하게 일어났다. 문이 열렸다.
"빨리 타라!"
오토들이 뛰어들어갈 동안, 가디스는 프로톤 총을 겨누고서 기다렸다. 그러나 끝내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리하여 마지막으로 가디스도 올라탔다.
"빨리 상승해라, 클라크!"
코메트 호는 귀가 떨어져 나갈 듯한 큰 소리와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한숨을 돌리고 난 가디스는 명령했다
"진로를 가데인으로, 전속력이다!"
■ 진로를 가데인으로
조금 지난 뒤, 가디스는 타무어의 아들 주른과 마주 앉아 있었다.
주른은 코메트 호 안을 신기한 듯 이리저리 휘둘러본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정말 미래에서 오셨군요. 이런 훌륭한 우주선은 미래의 사람이 아니고는 만들 수 없습니다." 라고 말하는 주른의 눈에 광채가 흐른다.
"이처럼 과학과 기술이 발달되어 있는 당신들이라면, 틀림없이 우리들을 구조해 주실 것입니다."
"너의 아버지 계산대로 한다면, 이제부터 얼마 있어야 가데인은 폭발하는가7" 하고 사이먼이 엄숙한 얼굴로 물었다.
"2개월도 채 못 남았습니다."
순간 가디스들은 서로 얼굴들을 쳐다보았다.
"도대체 가데인은 왜 폭발하는가? 수성과 충돌하는가7"
"아닙니다, 원인은 목성입니다."
하며 주른은 이렇게 설명했다.
"가데인의 궤도는 목성의 궤도 바로 옆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데인이 목성에 가까이 갈 때마다 목성의 인력에 끌려서 점점 목성에 가까워집니다. 그 때문에 가데인에는 큰 지진이 자주 일어납니다. 그리고 2개월이 지나면 또 목성에 가까워질텐데,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가데인의 지면의 일부는 떨어져 나가고 말 것입니다." 주른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계속했다.
"그러니 나중에 어떻게 되리라는 것은 아실 것입니다. 바닷물이 지면의 벌어진 곳으로 해서 지하로 흘러 내려가 대폭발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가데인은 산산조각이 되고 말아요."
"그럼, 너희들은 그것을 막기 위해 노력을 해보았는가?"
"물론입니다. 수십 년 동안 해 보았지만, 결국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는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태양계 안에 우리가 살 수 있는 행성은 단 1개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바로 화성입니다."
"지구와 금성은7"
하고 클라크가 물었다.
"가데인은 조그만 행성입니다. 지구와 금성은 너무나 커서 중력이 많습니다. 그래서 화성 외에는 살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하며 주른은 슬픈 듯 고개를 내저으며 계속했다.
"화성은 지금 인구가 너무 많습니다. 그러한데 수백만의 가데인 사람이 어떻게 이주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화성인도 가데인 사람도 굶어 죽습니다. 우리들이 화성으로 이주하자면 결국 화성인을 없애고, 화성을 점령하는 수밖에 딴 도리가 없습니다."
가디스는 무서운 눈으로 주른을 바라보았다. 주른은 다시 계속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문명인입니다. 그런 무참한 짓은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우리들 중에서는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요. 그 지휘자가 지갈이라는 과학자랍니다."
"지갈…… 그랬었구나."
하고 가디스는 중얼거렸다.
"지갈은 이미 동료 과학자들에게 명령하여 무서운 독가스를 많이 만들었지요. '이 독가스를 화성의 대기권 안에 부리면 화성인은 하루만에 전멸하고 만다. 그리고 이 독가스는 5, 6 일이 지나면 화학 변화를 일으켜 해로움이 없어진다. 그러면 화성은 우리의 것이다'라고 지갈은 말하고 있지요. 그러나 저와 아버지인 타무어의 생각은 그렇지 않아요."
주른은 분명하게 말하고 가디스들을 쳐다보았다.
사이먼이 물었다.
"너의 아버지 계획은?"
"아버지는 다른 태양계로 가서,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자는 계획이지요."
"다른 태양계로? 주민 모두가7"
하고 놀라며 사이먼은 다시 물었다.
"그렇게 많은 우주선을 어떻게 만들지?"
"우주선이 아닙니다. 가데인의 위성의 하나인 유클라를 우주선 대신으로 사용하여 만들 작정입니다. 아버지는 이미 수년 전부터 그 계획을 세워, 가데인의 전 주민이 들어갈 수 있는 터널을 유클라 안에 팠습니다. 또 유클라의 북극에는 거대한 원자력 엔진과 분사구를 장치했습니다.
그리하여 유클라를 위성의 궤도에서 날아오르게 하여, 9 광년이나 걸리는 저 먼 시리우스의 태양계로 갈 작정이었습니다."
"시리우스라고? 그렇다면 어떠한 속력으로도 몇 십 년은 걸릴 거다."
"20년 걸립니다. 그러나 그 동안 주민은 모두 인공 동면으로 들어가서 자는 것입니다. 돌볼 사람도 2, 3 명만 남기고 말입니다. 그러므로 거의 나이를 먹지 않고 도착할 수가 있지요."
주른은 미소를 머금고 계속했다.
"시리우스까지 가면, 거기에는 우리들의 가데인과 비슷한 행성이 있음을 천문학자들의 조사로서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이 엄청난 우주계획을 진행시키려 하고 있지요. 그러나……"
여기서 그는 조금 쉬고 나서 또 이야기를 계속했다.
"이 계획에는 단 한 가지 - 아주 곤란한 일이 있지요. 그것을 해결 못하면 결국 계획 전부가 실패로 돌아가고 맙니다."
주른은 지긋이 입술을 깨물면서, "그리고 만일 실패했을 때는 지갈의 화성 침략 계획이 가데인 의회에서 결정될 것이며, 우리들의 가데인은 문명인으로서 수치스러운 무서운 죄를 범하고 말게 되는 것입니다……"
가디스가 급히 물었다.
"그럼, 너의 아버지가 해결 못하고 있는 그것은 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아버지에게 직접 물어주십시오."
라고 대답하고, 주른은 지금 다가오는 하얀 다이아몬드처럼 아름다운 가데인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깊은 수심이 어려 있었다.
■ 큰 이주 계획
가데인은 점점 가까워 오고 있었다. 화성과 비슷한 아름다운 별이다.
코메트 호는 주른의 안내를 받아, 수도 파보나의 교회에 있는 넓은 정원에 착륙했다.
우주선에서 나오니까, 정원에 만발한 아름다운 꽃과 달콤한 냄새가 코를 스친다. 그 저쪽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수정과 같은 아름다운 집이 보였다.
"자, 저쪽으로 가시지요."
주른을 따라서 일행은 그 집으로 향했다. 그러자 노인 한 분과 젊은 아가씨가 빠른 걸음으로 마중을 나왔다.
노인은 주른의 얼굴을 보았는지 놀란 소리를 내면서 마구 달려왔다.
"주른이 아니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지금까지 어디 있었지? 난 다시는 못 만날 거라고 생각했다."
"화성인에게 붙잡혔어요. 그런데 이 지구의 분들이 구해 주셨습니다. 아버지의 초시 통신(시간을 초월한 통신)을 듣고서요."
"나의 초시 통신?"
하며 타무어 노인은 놀란 듯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렇습니다. 나는 가디스 뉴턴, 캡틴 퓨쳐라고 합니다. 이들은 나의 부하입니다. 우리는 1억 년 뒤의 세계에서 당신의 통신을 듣고 온 것입니다." 라고 인사를 하자, 타무어 노인은 다시 한 번 놀랐다.
"미래에서 오셨다구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만약 사실이라면…… 자, 아무튼 저리로 가십시다."
늙은 타무어는 가디스 일행을 넓은 방으로 안내했다.
모두는 테이블 앞에 앉았다. 가디스가 먼저 말을 꺼냈다.
"당신의 우주 이주 계획은 주른에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무엇인가 중요한 문제가 한 가지 있어서, 그 때문에 실행할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렇습니다. 그것만 해결되면 지갈의 무서운 우주 범죄를 막을 수 있는데……"
"그것이 무엇입니까?"
"에너지입니다. 즉 방사성 물질이지요. 이 행성에는 그것이 부족합니다. 또 이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도 귀한 물건입니다. 실은 내 아들 주른을 제 2 행성에 보냈던 것도 그것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답니다."
"그래요. 조사 도중에 화성인에게 붙잡혔던 것입니다." 하고 주른이 말했다.
"그러나 그 행성에도 방사성 물질은 거의 없었어요."
"그래서 나는 단 한 가지의 가능한 방법을 생각해 냈지요. 미래가 되면 방사성 물질을 사람의 손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지요. 그리하여 초시 통신으로 그 방법의 가르침을 받아 방사성 물질을 제조하면, 우리들의 위성 유클라를 시리우스로 출발시킬 수가 있으리라 - 어떻습니까? 캡틴 퓨쳐, 당신들은 이미 방사성 물질을 제조하는 기술을 완성하고 있나요7" 하며 늙은 타무어는 열심히 가디스에게 물었다.
가디스는 한동안 말없이 타무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안됐습니다, 타무어. 우리들의 과학도 아직 방사성 물질을 제조할 수 없답니다."
그러자 타무어의 입에서 실망에 찬 깊은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 나이 많은 얼굴은 점점 어두워져 가다가, 마침내 고개를 푹 수그리고 만다.
"아아, 이제는 끝장이다…… 최후의 한 가닥 희망도 사라졌다. 평화도 가데인의 운명도 이제는 끝났다……"
주른은 슬픈 목소리로 외쳤다.
"더욱이 내일 가데인 의회에서는 화성을 공격하려는 지갈의 계획이 제출됩니다. 따라서 그 무서운 화성인 몰살 계획이 진행되고 마는 겁니다! 수십만, 수백만이라는 죄 없는 화성인을 이 우주에서 말살시키고 마는 겁니다……"
그러자 클라크가 탁한 소리로 말했다.
"타임 엔진을 사용해서 가데인을 미래로 운반하면 어떨까요?"
"안 된다. 첫째로, 가데인의 주민 모두를 미래로 운반할 만한 큰 타임 엔진을 만들려면 시간이 걸린다. 둘째로, 가데인이 폭발하는 것은 절대로 막을 수가 없다. 아무리 미래로 운반하여도 없어지고 말 행성이다. 그러니 다른 행성에는 가데인 사람들은 살수가 없다." 라고 말하고 가디스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다시 입을 여는 그의 얼굴에는 한 줄기의 가느다란 희망의 빛이 떠돈다.
"타무어, 당신의 계획을 성공시킬 수 있을 만한 방사성 물질,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단 한가지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어떤 방법인가요7"
"그 전에 한두 가지 질문에 대답해 주십시오. 첫째, 필요한 방사성의 물질의 양을 정확하게 아십니까?"
"알고 있습니다."
"그럼, 가령 그만한 방사성 물질이 손에 들어왔다고 가정하고, 그것을 당신의 초시 통신 장치를 사용하여 시간 속을 운반할 수 있나요7"
"뭐라고요?"
타무어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되물었다.
"즉 초시 통신 장치를 초시 전송 장치로도 사용 할 수 있는가 라는 말이지요,"
"그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때, 사이먼 박사가 끼여들었다
"가디스, 자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위험하다."
"위험은 처음부터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그래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타무어, 당신은 내일 의회에서 이 나의 계획을 발표하십시오. 즉……" 하고 가디스 뉴턴은 그 계획이란 것을 자세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지갈 박사
이튿날, 수친 명의 가데인 남녀가 파보나 시가의 한가운데에 있는 가데인 의사당에 모여들었다.
의사당은 초만원을 이루었고, 공기조차 탁할 정도였다. 그러나 의사당 안에는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했다. 얼마 안 있으면 죽고 말리라는 생각에 어느 누군들 기운이 나겠는가.
이윽고 의회는 트럼펫 소리를 신호로 열렸다. 백발이 성성한 늙은 의장은 의장석에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가데인의 여러분들, 우리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에 떨면서 살아왔습니다. 이 행성은 8주일 후에는 대폭발을 일으키고 사라져 갈 것입니다. 어떤 방법으로도 그것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위대한 두 과학자 지갈 씨와 타무어 씨는 가데인의 전 주민을 구하기 위하여 각각 다른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그 계획의 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의회에서는 이 두 가지 계획 중 한 가지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러니 두 분에게 최후 설명을 부탁하겠습니다. 먼저 지갈 씨……" 하고 의장이 자리에 앉자, 건장하고 자신만만한 얼굴의 남자가 불쑥 일어나더니 단 위로 올라간다.
"가데인 여러분,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들은 살아 남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성인을 전멸시키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 준비는 벌써 다 되어 있습니다. 의회의 허가만 내리면, 강력한 독가스를 실은 공격 함대는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죄 없는 화성인을 몰살시킨다는 것은 나로서도 결코 원하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화성인이냐, 가데인 사람이냐, 어느 쪽이든 한쪽이 없어져 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여기서 가데인 사람이야말로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 인종입니다. 이제는 더 주저할 시간도 없습니다. 화성인 몰살 계획을 진행시켜야 합니다. 타무어 씨의 계획은 절대로 실행될 가능성이 없는 계획입니다. 그러니 이미 나의 의견이 결정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끝내고, 지갈은 타무어 쪽을 힐끗 돌아보면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 다음에 일어난 타무어의 몸은 여위고, 얼굴도 살이 빠지고 몹시 지친 모습이었다.
"여러분들도 나의 이주 계획에 대해서는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계획이 방사성 물질의 부족으로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도 잘 아실 겁니다."
"그렇다면 새삼스럽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지 않아요."
하고 지갈이 승리했다는 듯이 외쳤다.
"그러나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나는 초시 통신 장치로 미래에다 구원을 청했습니다. 미래의 과학과 기술, 그리고 드디어 이제 1억 년의 미래에서, 우리들의 시대에 구원의 손을 뻗쳐 왔습니다. 저분들이 바로 그 사람들입니다" 하고 타무어는 방청석에 앉아 있는 가디스들을 가리켰다.
가데인 사람들 중에서 놀람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사람들은 고개를 치켜들어 가디스를 보려고 했다.
타무어는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저분들의 덕택으로 나의 계획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이주 계획에 필요한 방사성 물질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은 거짓말이다! 미래에서 왔다는 저들일지라도 방사성 물질을 제조할 수는 없어"
지갈이 고함치듯 외치자, 타무어는 더욱 침착하게 계속했다.
"그렇습니다. 미래에서도 방사성 물질을 제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방법이 있지요.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방사성 물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물질 - 예를 들면 납으로 변해 가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의 납은 옛날에는 방사성 물질이었던 것도 있었을 겁니다. 지금부터 1 억 년 전은 지금보다 굉장히 많은 방사성 물질이 있었을 것이며, 더욱 10억 년 전에는 필요한 양보다도 더 많이 있었습니다!"
타무어는 소리를 높이면서 말했다.
"그리고 미래에서 온 퓨처맨(미래인)들은 우리들을 위하여 10억 년 전의 세계에 가서, 방사성물질을 가져다 주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가데인 사람들은 술렁거렸다.
"하지만 그 많은 방사성 물질을 단 1 대의 우주선으로 어떻게 가져올는지요?" 하고 의장은 앉은자리에서 물었다.
"우주선으로 가져오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발명한 초시 통신기와 미래에서 온 지구인의 타임 엔진을 쓰면, 10억 년 전의 방사성 물질을 눈 깜짝할 사이에 유클라로 운반할 수가 있습니다."
"그 따위 엉터리, 속임수다!"
지갈은 책상을 치며 고함을 쳤다.
즉시 의사당 안은 큰 소동이 일어났다. 지갈에 찬성하는 사람, 타무어의 계획을 실천해 보자는 사람, 그들은 제각기 소리를 질러가며 토론하기 시작했다. 그대로 두면 큰 싸움이라도 벌어지고 말겠다.
의장이 고함을 질렀다.
"조용히 하시오!"
몇 번이나 이렇게 고함을 친 끝에, 겨우 장내가 수습되었다.
의장은 타무어와 캡틴 퓨쳐 쪽을 보면서 엄숙히 말했다.
"의장이 결정합니다. 당신의 계획을 실행해 보도록 합시다. 타무어, 만일 지금부터 4 주일 이내에 그 10억 년 전의 방사성 물질을 유클라로 운반할 수 있으면 이주 계획을 실천합시다. 그러나 만약 그 기간이 넘으면 지갈의 계획을 실천하는 겁니다."
가디스는 의장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지갈은 사나운 눈초리로 타무어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때의 지갈의 가슴속에는,
(오냐, 반드시 너의 계획을 방해하고 말겠다.)
라는 생각에 차 있었으니까.
* * * * * * * * * * * * * * * * *
■ 섬으로 귀양
그로부터 5 일 동안 미래인들은 밤낮으로 일을 계속했다. 타무어의 초시 통신기를 물질 전송 장치로 고치기 위해서였다.
그 무렵부터 가데인에는 강한 지진이 일어나게 되었다. 목성에 가까이 왔으므로 목성의 인력에 끌려서 일어나는 지진이다.
5 일째에 드디어 작업은 끝났다. 코메트 호에도 타임 엔진에 연결된 물질 전송 장치가 갖추어졌다.
출발은 이튿날 아침 일찍이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그 날 밤에 출발하고 말았다.
왜냐면 코메트 호를 지키고 있던 주른이 이상한 사람의 그림자를 보았던 것이다. 뒤쫓아가 보았지만, 그림자는 재빨리 도망치고 말았다.
"아마 지갈이 방해하려고 보낸 자일 거다. 더 이상 방해 당하기 전에 출발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하여 곧 출발의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부디 조심해서."
"잘 해 보겠습니다."
미래인들은 타무어와 주른의 전송을 받으며 코메트 호에 올랐다. 출발의 초읽기가 시작되고, 곧 이어서 코메트 호는 가데인의 대기권 밖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가데인에서 20만 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코메트 호는 정지했다. 가디스는 타임 엔진의 다이얼을 10억 년 전으로 맞추어서 스위치를 넣었다. 즉시 우주 속에 꽉 흩어져 있던 은하가 안개처럼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 시간의 흐름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돌연 눈을 뜰 수 없는 대폭발이 일어났다. 심한 진동이 일어나, 가디스는 앉은 자리에서 튕겨나 벽에 헬멧을 받고서 기절하고 말았다……
얼마나 시간이 흘러갔을까. 가디스는 문득 정신을 되찾았다. 머리가 아직도 핑핑 돌고 있어,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얼마 동안은 생각해 낼 수가 없었다.
주위를 휘둘러보니, 마침 그때 클라크도 오토도 흔들흔들하면서 겨우 일어서려고 할 때였다. 우주선 안은 마치 폭풍우가 지나간 뒤처럼 엉망이었다.
가디스는 오토를 보고,
"모두 괜찮은가?" 하고 물었다.
"사이먼 박사는 아직 깨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전기의 선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오토가 바닥에 넘어져 있는 사이먼 박사의 금속상자를 주워 올리면서 대답했다.
"알았다."
가디스는 공구를 꺼내서는 재빨리 배선을 고치기 시작했다.
전기가 제대로 전달되자, 사이먼은 곧 의식을 회복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사이먼이 물었다.
"우주선 안의 어디선가 폭탄이 폭발했다. 아마 지갈의 스파이가 한 짓이겠지. 우리들이 과거의 세계로 가는 것을 방해하려고 한 거다."
가디스는 사이클로트론 엔진을 조사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엔진은 이상이 없군. 충격으로 멈춘 모양이다. 자, 빨리 목적지로……" 라고 말하다가 가디스는 아아 하고 외쳤다.
문득 타임 엔진의 다이얼을 보았을 때, 놀랍게도 다이얼이 30억 년 전을 가리키고 있지 않은가!"
“다이얼이 망가진 건가?"
"대장, 큰일났습니다! 에너지 탱크가 온통 비었습니다. 앞서의 충격으로 타임 엔진이 전속력을 낸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다이얼이 고장난 것은 아니겠구나. 우리는 지금 30억 년 전의 세계에 오고 말았다……"
가디스는 창 밖을 내다보았다. 그리고 너무나 뜻밖의 광경에 놀라서 아연해지고 말았다.
먼 저쪽, 우주의 암흑 저쪽에 거대한 푸른 태양이 타고 있다. 그 태양은-가디스들이 잘 알고 있는 오렌지색의 태양이 아니었다. 더구나 그 태양의 주위에는 단 한 개의 행성도 없었다!
"그렇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태양은 아직 행성이 생겨나기 전의 원시의 것이다. 우리는 지금 아직 태양계가 생기기 전의 세계에 있는 것이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대장, 빨리 20억 년 미래로 되돌아갑시다." 라고 클라크가 말했으나, 가디스는 고개를 내젓는 것이었다.
"그럴 수가 없게 됐다, 클라크. 에너지 탱크가 온통 비어 있어서야 타임 엔진을 가동시킬 수가 없잖은가."
"그럼, 우리는 과거의 세계에 섬 귀양살이를 당하게 된 거나 마찬가지군요."
"어떤 행성에라도 착륙해서 연료로 할 금속 원소를 찾으면…… 아아, 그러나 행성 그 자체가 없으니 어쩔 도리도 없구나." 하며 오토는 머리에 손을 얹고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손가락만 깨물고 보고 있을 수만은 없쟎아."
가디스는 결심을 한 듯, 부하들을 한 차례 휘둘러본다.
"사이클로트론 엔진을 일단 분해하라. 그 안에 있는 금속을 연로로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대장, 그것 가지고서는 아무래도 모자랍니다."
"물론이다. 그러나 행성이 생겨난 것은 대체로 우리들의 시대보다 30억 년 전이라고 계산되어 있다. 그러므로 몇 만년이나 몇 백만 년 돌아가는 도중에 어쩌면 행성이 생겨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거기에서 연료를 찾아낼 수가 있을 거다."
"그렇습니다. 과연 우리 대장이다."
모두는 급히 서둘러서 사이클로트론의 분해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꺼낸 중요한 연료가 탱크 안으로 넣어졌다.
스위치를 넣으니 연료는 에너지로 변하여, 타임엔진이 가동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다시 점점 속력을 올려, 현재를 향해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 태양계가 생겼을 때
태양은 별로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먼 저쪽 우주 끝에서 붉은 빛의 별이 한 개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수백만 년을 몇 분 정도의 속력으로 보고 있으니까, 움직임이 저렇게 빨리 보이는 거다." 라고 가디스가 설명했다.
그 동안에도 붉은 별은 점점 태양을 향해서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저대로라면 저 붉은 별은 태양 옆을 간신히 스쳐 지나갈 것이다. 보라! 우리는 지금 태양계가 생겨나는 것을 보고 있는 중이다." 하고 사이먼이 흥분한 소리로 말했다.
지금 바야흐로 붉은 별은 태양과 같은 크기로 되어, 이글이글 타면서 불꽃을 일으키며 태양 곁을 막 스쳐가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태양과 붉은 별은 다 같이, 보고 있는 동안 점점 모양이 비틀어져 갔다. 제각기 자기 쪽으로 가늘고 길게 부풀어올라서 길다랗게 되었다.
"서로가 강한 인력에 당겨서 밀물 썰물의 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보라, 고열 가스가 튀어나오고 있다."
"아아, 정말이군요. 가스의 덩어리가 엿같이 늘어져서, 별에서 떨어져 나오려고 하고 있습니다. 앗 떨어졌습니다!"
순간 눈을 뜰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나고, 우주 전체가 뽀얗게 빛났다. 그와 동시에 무서운 충격파동이 우주를 타고 와, 코메트 호를 폭풍의 바다에 뜬 나뭇잎처럼 흔들었다. 모두는 눈도 뜰 수 없고, 그만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충격 파동이 지나간 후 일어나서 다시 한 번 창 밖을 내다보았을 때, 그 붉은 별은 이미 태양에서 꽤 멀리 떨어져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이때였다. 태양 주위에는 지금 10개의 작은 불덩어리가 힘차게 타면서 맹렬한 속력으로 돌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돌면서도 보고 있는 동안에 검게 식어, 작아지면서 단단해져 가고 있다.
"행성이 생겨났다. 태양계가 생겨났다!"
누군가의 입에서 감격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처럼 훌륭한 우주의 파노라마를 본 것은,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우리들이 처음이다!"
모두들 멍하니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보고 있는 동안에 점점 행성의 속력이 줄어갔다. 태양 주위를 눈이 돌 정도로 빙글빙글 돌고 있던 행성들은 점점 똑똑히 보이게 되었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타임 엔진의 다이얼을 보니, 그 진행 속도가 느리다. 연료가 또 적어진 모양이었다.
그러는 동안에 행성들은 이미 움직임을 정지하고 말았다. 시간은 다시 보통의 속도로 되돌아오고 만 것이다.
가디스는 스펙트로 스코프(분광기)를 사용해서 그 행성들을 조사해 보았다.
만일 아직 그 표면이 단단해져 있지 않으면, 착륙하여 연료의 금속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더 이상 사이클로트론 엔진을 분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펙트로 스코프의 반응을 보았을 때, 가디스는 마음을 놓았다.
바깥쪽의 목성과 토성은 크기 때문에 아직 꽤 온도가 높은 모양이나, 안쪽의 수성․금성․지구․화성․가데인 등의 5 개의 행성은 이미 단단해져 있었다.
"됐다. 그러면 됐어. 오토, 코메트 호를 가데인의 표면으로 향해라."
곧 코메트 호는 얼마 남지 앉은 연료로 가데인의 지표에 착륙했다.
굳은 지 얼마 안 된 가데인의 지면은 용암과 현무암이 멀리까지 계속되어 있는 광야였고, 각처에는 화산이 있었으며, 대폭발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물론 아직 숨을 쉴 만한 대기는 없다.
가디스와 오토는 우주복을 입었다. 클라크와 사이먼은 그럴 필요가 없으므로, 먼저 이제 바야흐로 생겨난 가데인의 지표에 내렸다.
"우선 연료로 할 금속을 찾고, 다음으로 방사성 물질의 광맥을 찾자. 이 행성은 아직 된 지가 얼마 안되니 틀림없이 많이 있을 거다."
모두는 급히 광맥을 찾기 시작했다. 가디스의 생각대로 이 시대의 가데인에는 여러 가지 광물 자원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먼저 연료의 금속을 발견하고, 계속해서 방사성 물질의 큰 광맥도 발견했다.
이윽고 코메트 호의 탱크에는 연료의 금속이 꽉 찼으며, 다음은 드디어 목표로 삼은 방사성 물질이었다.
코메트 호는 광맥 바로 위에 착륙하고, 물질 전송 장치를 바로 옆에 설치했다. 그리고 타임 엔진을 가동시켜, 저 먼 미래의 가데인을 향하여 시간을 맞추어 스위치를 넣었다.
부웅-
뱃속을 울리는 듯한 소리와 함께 전송 장치는 가동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애타게 고대하던 타무어들의 눈앞에 방사성 물질이 저 먼 시간을 넘어 운송되고 있었다.
보는 동안에 광맥 위의 지면의 색깔이 점점 변해 가고 있다.
그것이야말로 방사성 물질이 시간을 초월해서 운반되고 있는 증거이다.
"성공했다!"
가디스들은 기쁨의 함성을 올리며, 서로의 얼굴을 감격에 차 바라보았다.
■ 우주의 포전
미래인들은 30억 년 전의 세계에서, 정해진 최후의 그 날까지 계속 방사성 물질을 전송했다.
마침내 출발의 날이 왔다.
코메트 호는 다시 원시의 가데인을 떠나, 우주 공간을 날아오름으로써 또 시간 여행에 들어섰다.
이윽고 코메트 호는 그 30억 년 전의 시간 여행을 마치고, 보통의 공간으로 나왔다.
코메트 호의 아래에는 타무어들이 기다리고 있는 가데인이 떠 있었다. 곧 가데인의 대기권을 뚫고 들어가 파보나 시의 교외에 내려앉았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이미 그곳에는 타무어를 비롯하여 주요 인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방사성 물질은 도착했습니까?"
"어제부터 도착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유클라에는 광물을 제련하고, 연료 창고에 넣고 있는 중입니다." 라고 말하는 타무어의 얼굴에는 기쁨과 동시에 한 가닥 어두운 그림자가 서려 있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타무어씨? 방사성 물질이 도착되었으니 기쁘지 않습니까?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나 여러분들의 계획에 어긋남이라도 있는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지갈이……"
"지갈이 어떻게 했습니까?"
"방사성 물질이 도착된 것을 알고서는 이미 자기 계획은 끝났다고 본 모양이지요. 그래서 화가 난 지갈은 의회의 명령을 어기고 화성 공격 함대를 출발시켰습니다."
"뭐라고요! 언제 출발했습니까?"
가디스는 급히 물었다.
"20시간 이상 되었습니다. 이미 늦었습니다."
가디스는 휙 돌아서서 코메트 호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클라크와 오토, 사이먼도 그 뒤를 따랐다.
"어디로 가십니까, 캡틴 퓨쳐?"
하고 타무어가 물었다.
"물론 지갈을 쫓아가는 거지요. 코메트 호라면 따라붙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지갈의 함대는 무서운 독가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위험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당신들은 하루라도 속히 유클라를 출발시킬 준비를 서둘러 주십시오." 라고 말하고서 가디스는 코메트 호에 올랐다.
또 다시 코메트 호는 우주 공간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진로를 화성으로 향하고, 맹렬한 속력으로 우주 사이를 헤쳐가기 시작했다.
빨리 가지 않으면 뒤따를 수 없다. 만일 지갈의 독가스가 조금이라도 화성의 대기에 뿌려진다면, 화성인은 그대로 죽어갈 것이다. 그처럼 무서운 우주 범죄는 결코 일어날 수 없도록 막아야 한다!
"발견했습니다. 1시 방향, 거리 백만 킬로미터!"
하고 클라크가 부르짖듯 외쳤다.
텔리바이저의 초점을 맞추자, 거기에 6 대의 우주 순양함이 정확하게 쐐기 모양의 편대를 지어서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화성을 향해서 날아가고 있다.
"프로톤 포 전투 준비! 만일 지갈이 말을 듣지 않거든 쏴라."
가디스는 엄숙하게 명령했다.
코메트 호는 공격 함대의 위를 날아 넘어갔다. 그리하여 맨 앞을 나르고 있는, 지휘자가 타는 기함으로 가까이 갔다. 가디스는 텔리바이저의 스위치를 넣고 말했다
"이쪽은 캡틴 퓨쳐, 지갈은 들어라. 곧 가데인으로 돌아가라."
스피커에서는 즉시 지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았다, 캡틴 퓨쳐. 화성 공격의 계획을 포기한다"
라는 응답과 동시에 지갈의 기함은 방향을 바꾸었고, 뒤따르던 함대도 일제히 기함을 따랐다.
"너무 순순히 말을 듣는데-"
오토는 이상한 듯 이마를 찌푸리면서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돌연 조종대를 꽉 앞으로 누르면서 외쳤다.
"속임수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지갈의 함대에서 뉴트론 총(중성자 총)이 확 불을 뿜었다. 계속해서 다른 함대도 포문을 열었다.
코메트 호는 오토의 훌륭한 조종으로 쏟아져 오는 뉴트론 광선 사이를 잘도 피하면서 날았다.
"이 녀석, 이번에는 네가 받아라!"
하고 외치면서, 클라크가 프로톤 포를 쏘았다.
프로톤 광선은 보기 좋게 지갈의 우주함의 사이클로트론에 명중했다.
폭음과 더불어 지갈의 우주함은 불덩이가 되었다. 계속해서 1 대, 또 1대 순식간에 3대가 불타버렸다.
나머지 3대도 떨면서 항복하겠다고 전해 왔다.
"좋다. 즉시로 독가스를 내던지고 가데인으로 돌아가라."가디스가 텔리바이저로 명령하자, 하늘에서 거꾸로 한 바퀴 돈 다음 가데인으로 향했다.
뒤에서는 3개와 불덩어리가 언제까지나 타고 있었다.
■ 가데인 최후의 날
드디어 가데인의 최후의 날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하여 지진은 계속 일어나고, 곳곳에서 화산이 폭발하고, 해일이 대륙으로 침범해 왔다. 목성에 가까이 다가감에 따라 인력이 강해지고, 가데인의 땅 표면은 비틀어졌다.
그 지진과 폭풍 속을 파보나 시의 우주선은 유클라를 향해서 날았다. 주민을 유클라의 지하 기지로 운반하기 위해서였다. 타무어와 주른 두 사람은 최후의 주민을 운반할 때까지 파보나 시에 머물러 있었다. 아름답던 파보나 시도 이제는 이미 거칠어질 대로 거칠어졌다. 건물은 쉴새 없이 일어나는 지진 때문에 절반 가량 넘어지고, 밀려들어온 물로 해서 반 이상이 물 속에 잠기고 말았다.
기어이 가데인을 영영 이별할 때가 왔다.
"아름다운 가데인이여, 마음의 내 고향이여, 잘 있거라!"
타무어와 주른은 코메트 호에 올라타면서 가데인에 마지막 이별을 고했다. 그 눈에는 눈물이 비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코메트 호는 출발하여 무사히 유클라에 도착했다.
모두는 유클라의 사령실에 모였다. 이미 출발 준비는 다 갖추어져 있었다. 사령실의 커다란 스크린에는 크게 부풀어 오른 무서운 목성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그 주위를 10개의 위성이 돌고 있는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보라, 가데인을!"
돌연 누군가가 외쳤다.
이때, 가데인의 표면에 큰 금이 작 갈라졌다
가데인의 대기도 목성의 인력의 영향을 받아 무섭게 소용돌이친다. 그리고 거대한 용솟음이 일어나더니 바닷물을 당겨 올리고 있다.
"그만 출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하고 오토가 초조한 듯 말했다.
"아직 조금 더 기다리지 않으면 안 돼요. 정확히 알맞은 때에 출발하지 않으면 목성의 인력에 붙잡혀서, 목성의 위성으로 되고 말 위험성이 있습니다." 라고 타무어가 설명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동안에도 가데인의 최후의 때는 1초 1초 다가오고 있다. 대륙을 바다가 삼키고, 반대로 바다 속에는 새로운 대륙이 솟아오르고 있다.
"됐다. 시간이 임박해 왔다. 모두는 자리에 앉아 주시오. 분사의 충격은 몹시 클 것입니다" 하고 가디스가 모두에게 말했다.
타무어는 조종석에 앉았다. 신호 램프는 빨갛게 켜졌다가 꺼졌다가 했다.
"출발!"
붉은 램프가 한층 더 밝아진 것과. 사령실 전체가 굉장한 음향에 뒤덮인 것은 거의 동시였다. 북쪽 끝에서 눈부신 불꽃이 꽝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거대한 사이클로트론 엔진이 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드디어 유클라는 지금 막 궤도를 벗어나기 시작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의 눈은 스크린에 못 박힌 듯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가데인과 목성은 스크린 속에서 서로 부딪칠 정도까지 가까이 다가섰다. 가디스는 손을 내밀어 텔리바이저의 초점을 맞추었다. 가데인의 땅 표면이 갑자기 크게 보였다. 아아, 지금이야말로 가데인의 땅 표면은 지옥 그대로였다. 바다도 육지도 지하에서 뿜어 오르는 뜨거운 용암 속에서 뒤죽박죽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바닷물은 틈 사이로 굉장한 수증기와 함께 흘러 들어가고 있다.
"저럴 수가!"
하고 누군가가 신음하듯 외쳤다.
그때, 가데인은 돌연 폭발했다
순식간에 가데인은 무서운 불덩어리로 되고, 계속 무서운 가스 구름으로 되어서는 사방 팔방으로 흩어져 갔다
"아아, 가데인… 아름다운 가데인은 이제 사라졌다……"
주른이 슬픈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타무어의 뺨에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모든 가데인 사람들도 울고 있었다. 그들의 가슴 속에는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애달픔이 끓고 있었다.
순간 그 가스 구름 속에서 상당히 큰 파편이 날아 나왔다 - 그런가 했더니 즉시 목성에 명중했다. 목성의 표면에 거대한 붉은 무늬가 떠올랐다.
"목성의 큰 붉은 점은 이렇게 하여 된 것이다. 그 파편은 목성의 지면을 뚫어 용암을 분출시킨 거다!" 하고 가디스가 말했다.
가데인의 파편은 보고 있는 동안에도 우주 공간에서 점점 퍼져나가, 마침내는 목성과 화성 사이에 띠처럼 흩어져 나아갔다.
"저리하여 소행성 지대가 생긴 거구나……"
"아니, 지구에 가까이 오는 것도 있습니다. 어쩌면 지구에 충돌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파편은 지구에는 명중하지 않았다.
그 대신 때마침 그리로 오던 작은 쪽 달에 충돌하여 대폭발을 일으켰다. 동시에 파편들이 큰 쪽 달로 쏟아지고, 그리하여 달의 평야에는 수많은 구멍이 뚫렸다.
"과연 그렇다. 달의 분화구는 저렇게 하여 생겼구나! 그리고 지구에는 달이 1개로 된 거다."
가디스 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유클라는 목성에서 떨어져 나가, 태양계의 밖을 향해서 점차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이제는 됐다. 이대로 속력을 올린다면 이윽고 유클라는 빛 속도의 2분의 1 정도의 속력으로 되어, 9광년의 거리를 약 20년에 날아서 시리우스에 도착한다. 거기에는 우리들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라고 타무어가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는 가디스들을 돌아보며,
"감사합니다, 캡틴 퓨쳐 우리들은 영원히 당신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자 가디스도 인사에 답했다
"우리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시리우스를 쳐다볼 때마다, 태양계에서 태어난 인류의 자손이 거기에서 훌륭한 문명을 이룩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낼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지구 사람과 당신들과는 대우주를 넘고 넘어서, 서로 손을 맞잡을 날이 올 것입니다."
순간 감격에 찬 얼굴로 지구 사람과 가데인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말없이 서로의 얼굴들을 바라다보고 있었다.
이윽고 코메트 호는 거대한 우주선이 되어, 위성 유클라를 떠나 우주 공간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서 얼마 안 되어, 가디스들은 토성의 바로 곁에서 대폭발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토성의 위성은 먼지가 되도록 부서지고 말았으나… 어땠을까, 먼지가 된 그 많은 파편은 토성의 인력에 이끌려, 그 둘레에 보기 좋은 둥근 테를 만들고 말았잖는가! 그것을 보고 가디스가 말했다.
"마치 우주 이민의 기념비 같구나."
모두는 넋을 잃은 채, 그 아름다운 우주의 기념비를 언제까지나 쳐다보고 있었다.
(끝)
작품 해설
해밀턴에 대하여
이 소설을 쓴 에드먼드 해밀턴은 미국 SF 작가들 중에서도 가장 오래 전부터 활약하고 있는 중진 작가의 한 사람입니다.
미국에서는 지금부터 50년 전쯤 - 1920년대 중반부터 SF가 매우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의 SF는 옛날부터 있었던 모험 소설과 과학적 ․우주적 재미있는 것을 결합시킨 것이 많고, 특히 대우주를 무대로 하여 영웅이 대 활약하는 것을 쓴 소설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이러한 SF를 스페이스 오페라(우주 대활극)라고 말했습니다만, 이 소설의 작자 해밀턴도 그 때 가장 인기 있는 작가였습니다.
해밀턴은 많은 스페이스 오페라를 썼습니다.
그는 세계가 태양의 폭발이라든지, 우주 전쟁의 결과 파멸 1보 전에 있는 그러한 소설을 잘 썼습니다. 그래서 '세계의 파괴자 해밀턴'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이 소설 「싸우는 미래인」은 그러한 그의 스페이스 오페라 중에서도 특히 인기 있는 '캡틴 퓨쳐 시리즈' 중의 하나로 쓴 것입니다.
훌륭한 과학자이며 더욱이 강한 영웅 캡틴 퓨쳐, 그 부하에 로봇의 클라크, 합성 인간의 오토, 그리고 캡틴 퓨쳐의 의논 상대인 위대한 과학자인 뇌뿐인 학자 사이먼 박사 - 이러한 재미있는 구성의 퓨처맨들이 지구의 위기와 다른 행성이 위태로울 때 출동하는 대활약의 결과, 무사히 사건을 해결하고 세계를 구제합니다.
이 시리즈는 그 때 SF 팬들에게 대단한 기쁨과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소설은 우주 모험과 태양계가 생겨날 때의 상황을 시간 여행과 잘 조화시켜, 진지하고 흥미에 찬 작품으로 인기가 있습니다.
물론 이 소설은 지금 와서 보니 여러 가지로 시대에 뒤떨어진 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태양계가 처음 생겨나는 상태라든지, 별들이 서로 우연히 가까워져 왔다든지 하는 것은 옛날부터 생각해 오던 방법인데, 지금에 와서는 대개의 천문학자들이 부정하고 있습니다.
또 태양계가 생겨난 시대도 30억 년이 아니고, 적어도 45억 년부터 50억 년 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2, 30년 동안에 과학이 무서울 정도로 진보된 증거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더욱더 큰 과학적 공상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이 소설도 충분히 훌륭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가 있는 것입니다.
대자연의 움직임을 이렇게 여러 가지로 공상하는 즐거움은 무슨 말을 해도 스케일이 크고 마음이 훤히 트입니다.
에드먼드 해밀턴은 지금도 미국 SF계에서 활약을 계속하고 있는 인기 작가입니다.
싸우는 미래인
E. 해밀턴 작․최 인학 역
아이디어회관 과학문고
166p 19cm (SF세계명작17)
인 쇄 1975년 10월 5일
발 행 1975년 10월 10일
역 자 최 인 학
제 판 명림 정판사
오프셋 장원 정판사
인 쇄 일 신 사
제 본 양지 실업(주)
발행인 박 훈
발행처 아이디어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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