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뇌의 반란-레이먼드 존스 지음-이 원수 옮김
◇ 편집 위원 ◇
아동문학가 이원수 / 박홍근
문학박사 최인학
이학박사 김희규
공학박사 양옥룡
책머리에
이 이야기는 과학 이야기에 속하는 것이면서, 한편 영혼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른 소설과는 좀 다른 데가 있습니다. 주인공 존이라는 청년은 결혼한 그의 신부와 함께 자동차를 타고 산을 달리다가, 그만 골짜기에 떨어져 죽고 맙니다
존은 이렇게 죽었지만, 그러나 살아 있습니다. 몸뚱이는 죽어 없어졌지만 살아 있는 존의 이야기. 거짓말 같지만 사실은 존의 뇌가 어떤 기계 속에서 살아있었던 것입니다.
그 뇌는 어떻게 해서 몸에서 떨어져 나와, 어떤 기계 속에 들어갔으며, 누가 왜 그렇게 했을까요 ?
여러분은 기계 속에 살아 있는 존의 마음을 이 소설에서 알게 될 것이며, 그에게 동정도 하게 될 것입니다.
존은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습니다. 합성 신경이라는 괴물을 만들어 악한 자들과 맞서게 하고, 권력의 힘과도 싸우게 합니다.
이 소설은 인간의 정신에 대한 극히 인간적인 얘기이기도 합니다. 정의를 위하는 자가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해 주며, 괴이한 이야기 가운데 눈물이 번져 있는 것입니다.
<차 례>
사 고······················ 4
데밍 박사···················· 10
존의 뇌····················· 14
총 탄······················ 22
괴물 '합신'·················· 28
합신 제 3 호·················· 37
박사의 서류··················· 41
랜돌프 기자··················· 49
합신, 탐정이 되다················ 56
93C······················ 62
존의 활약···················· 69
살아 있는 뇌 그룹················ 75
재 판······················ 83
임시 뉴스···················· 89
캐더린의 죽음·················· 97
합신 인간··················· 105
이젠 끝났다·················· 109
작품 해설··················· 119
사 고
"앗, 으악!“
존은 귀를 울린 그 비명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마사의 비명이었다. 존의 아내인 마사의 비명, 그것이 최후였다
존이 운전하던 차는 마사를 옆에 태운 채, 산길에서 골짜기로 추락해 갔던 것이다.
벼랑의 높이는 30미터나 되었었다. 골짜기의 물은 허옇게 거품을 일으키며 번쩍거리고 있었다.
차체는 골짜기에 찌부러져 있었다. 존도 마사도 차에서 기어 나오지 않았다.
존의 차가 골짜기에 추락한 바로 뒤, 산길에 노란 빛깔의 차가 멈추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세 사람이 골짜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성공이다.)
라는 듯이, 그들은 서로 머리를 끄덕이고는 노란 빛깔의 차에 다시 올라타고 가버렸다
아무도 그 광경을 본 사람은 없었다.
존과 마사는 이렇게 해서 죽었다. 확실히 죽은 것이다.
그런데 그 후 얼마쯤 지났을까
(여기는 어디야, 어떤 곳일까?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건가?)
존은 정신이 났다. 아무 것도 보이지는 않았다. 세계가 캄캄했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손을 움직여 보려고 해도 다리를 움직여 보려 해도 손이 어디 있는지 다리가 어디 있는지, 움직이고 있는지 움직이지 않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냄새도 맡을 수 없었다. 나 자신이 자고 있는지 깨어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더운지 추운지도 모르겠다.
(여기는 병원인가 보다. 틀림없을 거다. 아아, 나는 살아 있었구나 마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살아 있어 주었으면......)
그래서 존은 소리를 쳤다.
"마사, 마사 ! 간호원, 간호원!“
그러나 분명히 소리를 친 것 같은데, 자기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어떻게 된 셈일까? 내가 귀머거리가 되었는가, 아니면 벙어리가 된 것인가 ? )
하고 존은 까닭을 알 수 없어, 가만히 생각해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조금씩 그때의 일이 머리에 떠올랐다
(그때.... 그때 나는 마사와 신혼 여행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지, 마사의 오빠인 데밍 박사의 별장을 향하여...... 그 별장이 산 속 호숫가에 있었으므로, 우리들은 데밍 박사에게 별장을 빌리려고 그 곳으로 차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길모퉁이에서 노란 색의 차가 불쑥 나타나서, 그걸 피하려다가......
아아, 나는 터무니없는 실수를 했어. 마사에게 미안해. 마사는 어떻게 됐을까? 마사는, 마사는......)
정신이 들고나서, 꽤 오랜 시간이 지나간 모양이었다. 이틀이나 사흘쯤은 지났을 것 같다.
그러나 여전히 여기가 병원인지, 치료를 해 주고 있는지, 그냥 내버려두고 있는지, 자기 몸이 침대에 누워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한결같은 어둠과,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세계-만져볼 수도 없고, 눈으로 볼 수도 없는 세계가 계속되고 있었다.
콘크리트 속에 몸이 묻혀 있으면서도 죽지 않고 살아 있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이런 느낌이 아닐까?
다만 알 수 있는 것이 꼭 한 가지 있었다. 나 자신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숨을 쉬지 않는데, 어떻게 살아 있는 것일까?
아마도 1주일은 족히 지난 것 같았다. 존의 앞쪽이 희미하게 밝아져 왔다. 무엇친지 이따금 움직이는 것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그것은 사람의 그림자 같기도 했다.
희미하던 그림자는 점점 또렷해졌다. 그리고 겨우 알게 되었다. 누군가가 들여다보고 있다. 자기 신부의 오빠인 데밍 박사였다.
"데밍씨! 마사는, 마사는? 가르쳐 주시오. 내 말 안 들려요? 가지 마시오. 대체 어떻게 됐어요? 데밍 박사, 박사님........"
그러나 데밍 박사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괴로운 표정을 하고서 그냥 지나간다.
"데밍씨, 말 좀 해 주시오. 가지 말고 가르쳐 주시오,"
하고 존은 여전히 들리지도 않는 소리를 짜내고 있었다.
이때, 문득 존은 깨달았다. 지나가는 데밍 박사를 눈길로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존의 눈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나는 몹시 큰 상처를 입고 있나 보다. 눈의 신경도 상한 모양이다. 그래도 앞쪽만이라도 볼 수 있는 건 아주 조금씩이나마 나아가고 있는 증거겠지. 좀더 있으면 마사와 내가 어떻게 되어있는가 알게 되겠지.)
존은 단념하려는 듯, 큰 소리를 질렀다. 들리지 않는 소리지만, 살려 달라고 외치고 싶어서 비명을 지른 것이었다.
(여기는...... 아아, 여기는 인공 두뇌 센터 실험실이다! )
그러고 보니 본 적이 있다. 데밍 박사가 나간 자리에서 정면에 보이는 것이 검은 녹색의 커다란 계기판이었다. 조그만 표시등이 가득 줄을 지어 붙어있다.
존은 지금 자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를 확실히 깨달았다.
불쌍한 존! 가엾게 죽은 존은 지금 두뇌만으로 되어 있다. 가로, 세로, 높이, 모두 각각 15센티쯤 되는 플래티나 (백금) 상자에 담겨져 있다. 그 상자로부터 전선과 관이 이어져 있을 뿐이었다.
존의 몸뚱이는 완전히 없어진 것이었다.
데밍 박사
인공 두뇌 센터는 조그만 마을이 하나 들어앉을 만큼 큰 건물이었다. 정식 이름은 '미합중국 정부 두뇌 센터‘라고 한다.
이 건물 가운데 있는 잘 꾸며진 방에, 두 사나이가 마주보고 앉아 있었다.
한 사람은 데밍 박사, 다른 한 사람은 관리 부장인 헤닝거였다. 헤닝거 부장은 여송연을 피워 물고 몸을 의자에 뒤로 젖히고 앉아 있었다.
데밍 박사가 말했다.
"당신은 존과 마사의 뇌를 다른 목적에 쓰는 일도 할 수 있을 거요. 하지만 이 두 사람의 뇌를, 새로운 인공 두뇌 장치에 넣는 일만은 제발 하지 말아 주시오."
그러나 헤닝거 부장은 얼굴에 엷은 웃음을 띠고 말했다.
"데밍 박사, 자네는 인공 두뇌학에 있어서 일류 학자가 아닌가. 그런데도 괴상한 말을 하는군. 그야 마사가 자네 누이동생이고, 존이 마사의 신랑이었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어. 박사, 이 두뇌 센터가 인공 두뇌에 쓰려고 얼마나 과학적으로 잘 훈련된 훌륭한 뇌를 갖고 싶어하는가는 자네가 더 잘 알고 있을 거야.
존이나 마사도 자기들이 만일 죽거든 자기 뇌를 연구용이거나 실험용이거나, 또 실습용으로나 마음대로 써도 좋다고 하는 계약을 두뇌 센터와 맺었단 말이네. 그러므로 그 두 사람은 계약을 한 대가로, 이 두뇌 센터에서 설비가 완전한 연구실을 얻어 쓰고 있는 게 아닌가. 존은 젊은 사람으로서 손꼽히는 생화학자였지. 그것도 인공 두뇌를 마음껏 이용해서 연구한 덕택이 아닌가.
마사도 인공 염료의 연구자로서 훌륭한 사람이었네. 역시 인공 두뇌로 연구에 패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해.
아니, 두 사람뿐이 아니야. 이 두뇌 센터는 재주 있는 사람들을 거의 5백 명이나 모아놓고, 자유로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하게 하고 있는 걸세.
인공 두뇌를 언제나 쓰고 싶은 대로 쓸 수 있고 비용도 정부에서 얼마든지 받게 되어 있네. 그리고 그 연구가 앞으로는 세상 사람들을 위하는 일이 되고, 또 자기들이 이곳의 연구원들은 많이 이용한 인공 두뇌가 더욱 좋아지도록, 자기가 죽은 후에는 자기의 뇌를 써도 좋다는 계약을 하고 있네.
어떤가? 이거야말로 훌륭한 제도가 아닌가. 우리 나라는 이 두뇌 센터의 인공 두뇌에게, 나라 일의 전부를 결정하도록 맡기고 있지. 우리 미국은 좋아지기만 하네. 인간이 머리를 짜서 걱정할 필요는 없네. 정부는 인공 두뇌가 내놓는 해답에 따르기만 하면 되는 거야.
그런데도 데밍 박사, 자네는 뭘 망설이고 있는가? 존이나 마사는 죽었어. 골짜기에 떨어져서 말야. 나는 그 일에 대해서 몹시 슬프게 생각하고 있네. 하지만 죽은 두 사람에게서 뇌를 꺼내어, 인공 영양으로 다시 뇌를 살리고 인공 두뇌 장치에 넣는 것이 어째서 나쁘다는 건가? 다시 말하지만 존과 마사는 죽었네."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저는 인공 두뇌 장치 속에 사람의 뇌를 넣는 일이 옳은가 어떤가에 대해서 의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고 데밍 박사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헤닝거 부장은 턱을 내밀며 여송연을 고쳐 물었다.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가, 데밍 박사? 자네가 그런 이상한 말을 하는 걸 알면, 정부에선 자네를 이 센터에서 내쫓을 걸세."
"누가 뭐라도 인공 두뇌는 빛나는 성적을 올리고 있으니까 말이네. 나라의 예산도 10초만 기다리면 척 내주지 않는가. 국가의 여러 가지 생산 계획도 하루 동안이면 세밀한 것까지 방침을 세워주지. 그리고 그대로 실행해서 틀림이 없으니, 참으로 훌륭한 인공 두뇌야, 덕택에 미국은 이상적인 나라로 풍족한 정의의 나라, 평화의 나라가 되네. 이것이 모두 인공 두뇌의 덕택이 아니고 무엇인가.
아직 전자 두뇌를 쓰고 있던 그 시절의 일을 생각해 보게. 전자 두뇌 같은 건 멋없이 커서 자리만 크게 잡고, 모호한 답밖에 내지 못해 마치 바보스런 거인처럼 믿을 수 없는 것이 아니었던가. 전자 두뇌가 생긴 후 75년이나 걸려서, 인간은 간신히 쓸모 있는 인공 두뇌를 발명했네. 그것이 인간의 뇌를 그 장치의 극히 작은 한 부분에 사용한 새로운 장치이네, 그러나 아직 5년밖에 안 되었어. 이 장치를 많이많이 만들어, 이 두뇌 센터에 설치하지 않으면 안돼. 갓 죽은 사람으로부터 뇌를 꺼내어 이 장치에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사용법이라네. 데밍 박사, 뭘 우물쭈물하는가?
존과 마사의 뇌는 다른 연구에 사용하기는 아까운 좋은 뇌라네. 꼭 인공 두뇌 장치에 넣지 않으면 안 되네. 그래도 할 말이 있으면, 이번 위원회 때 발표하게나. 단 그런 말을 했을 때, 자네가 어떤 곤란에 부딪칠지 그건 모르겠네."
이렇게 헤닝거 부장은 위협하는 태도로 말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존의 뇌
그 후, 데밍 박사는 실험실로 갔다.
플래티나 상자가 실험대 위에 놓여 있다. 인공 영양이 관을 통해, 플래티나 상자 속으로 보내지고 있다.
데밍 박사는 그 모양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괴로운 표정이었다.
박사는 기술원을 불러서 말했다.
"수광판의 스위치를 넣어 주게. 아까 실험에서는 뇌파 그래프는 어떤 상태였지 ?"
수광판(受光板)이란 것은 플래티나 상자 속의 뇌에 이어져서, 눈의 소임을 하는 것이었다. 수광판이 이어지면 존의 뇌는 바깥을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술원이 또렷하게 대답했다
"그래프는 심하게 변화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뇌는 수광판에 비친 물체를 꽤 확실히 보고 있는 모양입니다."
하고 기술원은 목소리를 낮추어,
"옆 실험실에도 이와 같은 날짜의 뇌가 와 있습니다. 그쪽 뇌는 아직 제 정신이 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박사님, 누구의 뇌 였나요? 우리가 아는 사람의 뇌인가요?"
라고 묻자, 데밍 박사는 더욱 목소리를 죽이고 말했다.
"쉿. 누가 들을라 조심해. 요즈음 비밀 마이크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모양이야. 이 방은 어떤지 모르지만 말야. 나는 근래 그걸 알았어."
"왜 그런 걸 설치할까요 ? 도청기 같은 걸로 누가 무엇 때문에 스파이 짓을 하는 겁니까?“
하고 기술원은 속삭였다.
"누군가가 이 과학의 전당을 뒤엎으려는 반역 음모를 하고 있는 모양이야."
"우스갯소리겠죠, 박사님 음모라니........."
"정말이라고. 반역자는 나야."
하며 데밍 박사는 얼굴빛을 바로 하고는,
"자, 수광판 준비를 부탁하네."
하고 물러앉았다.
기술원이 수광판의 스위치를 넣고, 계기를 들여다보았다.
"박사님, 뒷일은 잘 부탁합니다. 저는 저 방에서 실험하던 걸 계속해야 하니까요. 필요하시거든 불러 주십시오."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술원이 나간 후. 박사는 주머니에서 차곡차곡 접은 종이를 꺼내어 조심스럽게 폈다. 꾸겨진 데를 펴서, 그 종이를 수광판 앞에서 들고 맞은쪽에서 보이도록 했다.
종이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씌어 있었다.
「존, 정확히 말해서 존의 뇌여, 나는 자네가 살아 있다는 걸 알고 있네. 자네는 이제 곧 인공 두뇌 속에 넣어져선 기계의 한 부분으로 일하게 될 것이네. 자네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네는 그래도 살아 있고 싶은가, 아니면 죽은 자네 몸뚱이의 뒤를 따라 이 세상을 떠나버리고 싶은가? 이 일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두게. 되도록 빨리 자네 답을 들을 수 있도록 방법을 연구해 보겠네.」
존은 그걸 읽었다. 수광판에서 가느다란 전류가 뇌에 전해졌던 것이다.
손도 발도 몸뚱이도, 귀도 눈도 코도 입도 다 없어진 뇌만의 존은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인공 두뇌에 사용된, 죽은 사람으로부터 꺼낸 뇌는 단지 몸의 일부분이라고만 할 것이 아니었구나. 그 뇌 속에 그 뇌의 주인이었던 인간이 살고 있었구나. 별난 표현이야. 영혼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지. 나는 그런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도 없었는데, 데밍 박사는 짐작하고 있는 거야. 박사는 언제부터 알고 있었을까?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인공 두뇌에 끼여든 많은 뇌들은 모두 살아 있고,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인가? 영양을 받아 기계 속에서 활동을 계속하며 부림을 당하면서, 그들은 제각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존은 소름이 끼쳤다. 인공 두뇌 장치 속의 플래티나 상자에 든 뇌가 모두 살아 있다니!
만일 그 뇌에게 입이 있어 말을 할 수 있다면 이 쪽에서 프레드, 벤, 마크, 하고 부른다면 그 뇌들은 이렇게 소리칠지도 모를 일이다.
"오오, 프레드는 나야. 나 좀 구해 줘. 여기서 나가게 해 줘."
"내가 벤이다, 살려 줘. 차라리 곱게 죽게 해 줘."
"내가 마크다. 못 견디겠어, 정말 못 견디겠어."
사람들은 혈액 은행이나 안구 (눈알) 은행에 협력하는 셈으로, 간단히 자기의 뇌를 인공 두뇌 센터에 제공하는 것으로 되었던 거다.
인공두뇌의 최초의 실험에는 사고로 죽은 젊은 과학자의 뇌가 사용되었었다. 장차 일류 학자가 되리라는 촉망을 받던 마리언이라는 청년이었다.
마리언은 자기의 뇌를 실험에 사용해도 좋다고 유언을 했던 것이다.
마리언의 뇌를 장치의 일부로 사용한 인공 두뇌는 훌륭한 성적을 올렸다. 큰 빌딩 만한 전자 두뇌의 장치 같은 건 아무리 애를 써도, 이 인공 두뇌의 흉내도 내지 못한다.
마리언의 인공 두뇌는 미국의 무역을 앞으로 어떤 식으로 해 나가야 가장 유리한가, 라는 어려운 문제를 정부에 명백히 가르쳐 준 것이다.
대회사의 사장 50명과 정부의 장관 50명이 모여서 한 달이나 걸리는 의논을 한 것보다도 더 나은 답을, 이 인공 두뇌는 단 1 시간만에 내놓았던 것이다.
존도 마리언의 뇌를 사용한 실험에 대해서 알고 있다. 그때, 학자들은 이렇게 말했었다.
"죽은 개구리의 다리에 전기를 통하면 실룩실룩 움직인다. 죽은 사람의 뇌도 그와 같은 것이라서, 살아 있는 것이나 아닌가 하고 불쌍해 할 건 없다. 죽은 사람의 뇌는 어떻게 되어 있든 역시 죽은 뇌이니까.“
존은 또 마사와 자기가 인공 두뇌 센터와 계약을 했을 때의 일을 생각해 냈다.
그때, 관리 부장 헤닝거는 야무진 얼굴에 차가운 웃음을 띠며 두 사람과 악수를 했었다.
"두 분의 뇌는 이 센터의 재산이 된 것이니까요. 아무쪼록 소중히 해 주어야 하겠소."
존의 뇌는 여러 가지 추억과 생각을 더듬자, 차라리 잠시라도 잠이 들었으면 싶었다. 그러나 뇌에 보내지는 영양에는 잠자지 않아도 뇌를 피로하게 하지 않는 힘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뇌가 잠들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기계에 끼워 넣었을 때, 뇌가 이따금 졸기라도 하는 날에는 기계로서 쓸모 없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큰일 났다. 마사와 나의 뇌가 노예처럼 부려 먹히게 되었다. 뇌 속에 살아 있는 인간의 영혼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존은 오랜 옛날의 군선에 대한 일을 생각했다.
감옥 같은 배의 밑창에 포로와 노예들이 쇠줄에 묶인 채, 나란히 앉아서 가죽 채찍에 맞으며 배를 저었었다. 그 우람하고 훌륭해 보이는 군선은, 그러한 사람들의 한숨과 고통을 희생으로 하여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센터가 자랑하는 인공 두뇌도 꼭 그 군선과 같은 것이다. 인간의 뇌를 노예로 한 지독한 장치였던 것이다.
(어떡하나? 그래도 데밍 박사는 우리들에 대해서 염려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때, 무엇이 눈에 보였다.
"앗, 데밍 박사!“
아까처럼 종이쪽이 비쳐 왔다.
「존, 나는 지금 위원회에 참석한다. 어떻게 될지 그건 나도 모른다. 그러나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볼 작정이다. 」
"박사, 데밍씨 ! 마사는 어떻게 돼 있나요?"
그러나 입이 없는 존의 외침이 박사에게 전해질 리는 없었다.
박사는 발걸음도 빠르게 그 곳을 떠났다.
총 탄
데밍 박사는 회의실에 가기 전에, 자기 연구실에 들러 조수를 불렀다.
"헨리, 부탁한 건 어떻게 됐나?"
"잘 됐습니다. 친구가 비밀 서류를 조사해 주었거든요. 이 센터 위원들 중에는 15 명이나 남모르게 '자기의 뇌를 센터에 사용케 하겠다'는 계약을 취소하고 있어요. 정부측의 위원들은 모두 그랬고요."
"언제 취소를 했던가7"
"3 년 전입니다."
"뭐? 계약을 한 것도 3 년 전일텐데........."
"그렇습니다. 계약 시에는 자기들이 모범을 보이느라고 했다가, 5일간에 슬쩍 모두 취소를 했더군요. 이게 바로 그 사람들의 명단입니다.“
"비겁한 자들이다. 자네한테 하나 더 부탁이 있네. 내가 위원회에 참석하고 있을 동안에, 자네는 내가 정리해 놓은 서류를 전부 내 집으로 옮겨 주게. 아무도 보지 않게 해야 하네. 알겠나? 그리고 나의 아내 캐더린에게 서류를 잘 숨겨 두라고 일러주게. 부탁하겠네."
하고 나서, 데밍 박사는 회의실로 갔다.
회의실에는 위원들이 크고 긴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정치가도 있고, 경제학자도 있으며, 과학자도 있었다. 모두 26명이다.
의장은 제이슨 박사였다. 은발의 머리가 고운, 작은 몸집의 사나이였다. 인공 두뇌 학자로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회의가 시작되었다. 제이슨 의장이 말했다
"과학 위원 데밍씨, 먼저 발언해 주시오."
데밍 박사는 일어나서 위원들을 죽 둘러보았다.
(이 26명 가운데 누구누구가 내편이 되어 줄 것인가? 의장 제이슨 박사는 틀림없이 내 편이다. 세포학자 라이버그 박사와 두뇌학자 벤슨 박사도 나의 말에 찬성해 주겠지.)
이윽고 데밍 박사는 인공 두뇌 발달의 역사에 대하여 극히 간단히 말한 다음, 자신이 말해야 할 점을 힘주어 주장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인공 두뇌는 굉장한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죽은 사람의 뇌임에는 틀림없지만, 시체에서 꺼내어 영양을 주어 활동하고 있는 뇌는 살아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죽은 사람의 생명이 뇌 속에 살아 있다는 기묘한 사실이 됩니다. 그건 기묘한 일이기는 하지만 사실입니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그건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전기의 충격으로 활동하는 것뿐이라고 합니다. 그 뇌는 생각도 하지 않고 괴로움을 느끼지도 않는다고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저의 연구한 바에 의하면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뇌는 생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회의실에는 난처한 분위기가 떠돌았다. 정부를 대표하고 있는 정치가의 위원들은 거만하고 남을 멸시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당황하여 동료들을 돌아보곤 했다.
데밍 박사는 자기 자신을 격려하며 계속했다.
"위원 여러분, 인간의 뇌를 넣어서 만드는 인공 두뇌는 당장 그만두지 않으면 안됩니다. 옛날식인 전자 두뇌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전자 두뇌로써도 충분한 것입니다. 전자 두뇌로도 국가가 발전되지 않는다면, 인공 두뇌를 써서 발전하는 일이야말로 인도에 벗어난 일입니다.
지금 자기 뇌를 사용해도 좋다고 센터와 계약을 맺고 있는 사람은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나 있습니다. 그 계약은 죄다 취소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인간을 인공 두뇌의 희생물이 되게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자 정부측의 피엘 위원이 발언들 했다.
"데밍 위원이 말한 대로 뇌가 살아 있고 언제까지나 생명이 이어지는 것이라면, 오히려 잘된 일이 아닐까요? 그 뇌는 만족해할지도 모를 일이오.“
"그렇지 않습니다. 그 생명은 괴로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뇌만으로, 그것도 기계가 되어 오래 사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여기 모인 위원들 중에 한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피엘 위원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을 속여도 정부가 무사하면 그만이란 말입니까? 그 증거를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피엘 위원도 뇌를 센터에 주겠다는 계약을 하고서 5일만에 슬쩍 취소한 사람들 중의 한 분입니다.“
순간, 정부측 위원들의 얼굴빛이 변했다. 경제학자 아미시 박사가 염소 수염을 만지며 대범한 척 시치미를 떼고 소리쳤다.
"나라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인공 두뇌는 절대 중요한 거야. 덕택으로 우리 미국은 세계 제일의 풍족하고 평화로운 나라가 됐어. 죽은 사람의 뇌라면, 설령 그 뇌가 살아 있건 죽어 있건 유익하게 써서 나쁠 건 없는 거야. 괴상한 이론은 집어치자구.“
뒤이어 4명의 위원이 일어나서, 데밍 박사의 의견에 반대의 말을 했다.
데밍 박사는 각오를 굳게 했다.
"이것이 지금의 미국 정부의 태도로군요. 겉으로는 좋은 것만 내세우면서, 뒤로는 말할 수 없이 잔인한 일을 하고도 그것을 국민에게 숨기고 있어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연구해 온 일과 조사한 것을 세계 방방곡곡에 알리겠습니다. 진실을 말입니다. 이 센터에 뇌를 계약한 사람들 100만 명과, 그들의 가족과 친척은 모두 내 편이 되어 줄 것입니다.“
의장 제이슨 박사는 백발의 머리를 슬픈 듯이 흔들면서 중얼거렸다.
"데밍군, 자네라면 할 테지.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겠지.“
하면서 누구에게 신호를 하는 듯, 한 손을 들었다.
그 순간, 회의실 한쪽 구석에서 날카로운 총소리가 일어났다. 한 방, 두 방, 세 방 - 세 방이 모두 데밍 박사의 가슴을 꿰뚫었다.
데밍 박사는 테이블 위에 픽 쓰러졌다. 최후의 힘을 다하여, 자기편이려니 생각했던 제이슨 의장을 노려보았다. 정신이 멀어져 갔다.
데밍 박사는 제이슨 의장의 표정이 이렇게 말해주는 것같이 생각되었다.
"미안해, 데밍군. 그러나 나라에서 하는 일에 반대하는 건 소용없는 짓이야. 반대하는 사람은 이렇게 되는 걸로 정해져 있다네.“
괴물 '합신'
존의 뇌는 기계 속에 끼여들었다. 인공 두뇌에 사용하기 전의 테스트가 시작되었다.
전기 회로의 테이프에서 뇌에 무수한 신호가 들어간다. 하늘을 뒤덮는 메뚜기의 대군이 날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존은 처음에 크게 겁이 났었다. 뇌가 기계에 사용되면, 쇠붙이에 질리는 것처럼 아픔을 느끼려니 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마비가 되어 아프지는 않았다.
다만 뇌 안쪽에서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들을 뿐이다. 치과 의사의 기계 소리 비슷해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테스트가 끝나자, 존의 뇌는 제 정신이 났다.
존 뇌의 수광판 앞을 기술자들이 지나갈 때가 있다. 그 중에는 얼굴을 아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데밍 박사는 그 후로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박사는 어떻게 된 일일까? 틀림없이 나를 해방시켜 줄 방법을 연구하고 있겠지. 그건 그렇고, 마사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려 주러올 만도 한데 ........)
그럭저럭 10일이 넘어 지나갔다. 존은 기다림에 지쳤다.
(데밍 박사는 어떻게 나를 도와주겠지만, 그걸 바라고 멍하니 기다리고만 있을 수도 없다. 그러나 내겐 입도 귀도 없고, 손도 발도 없으니 어떡해야 하나? 아무런 방도가 없잖은가.)
하지만 존은 실망의 밑바닥에서도 맹랑한 일을 생각해 냈다.
존의 연구실은 이 센터 안에 있다. 그는 생명을 만들어 내는 연구를 하고 있었었다.
(단백질이 세포로 변하면 거기에 특별한 방사선을 쬐어, 세포를 불어나게 한다. 그 세포의 덩어리로 자기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생물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일까? )
존은 자기 조수로 기술 로봇을 쓰고 있었다. 그 로봇은 인공 두뇌가 내는 전파로써 조종했었다. 인공 두뇌에게 맡겨 놓으면, 인공 두뇌가 정확히 계산을 하면서 로봇을 그 주인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게 한다.
(내 연구실이나 기술 로봇도 아직 그대로 있겠지. 그러나 잘 될는지 모르겠어. 제발 잘 되었으면 좋으련만 ......)
존은 인공 두뇌 속에 끼여 들어가 있다. 그리고 지금 인공 두뇌를 통해, 자기의 기술 로봇을 활동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의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지령 전파를 잘 낼 수 있을 것인가?
존의 연구실이었던 82호실의 문은 잠겨 있었다. 그 안에는 없다. 움직이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배전선의 푸른 불이 커졌다.
찰칵!
어디서 조그만 소리가 난 것 같았다. 불쑥 무엇인가 방 한 구석에서 움직였다. 로봇이다. 존의 기술 로봇이다.
기술 로봇은 낮이나 밤이나 쉬지 않고, 4일 동안 걸려서 기묘한 것을 하나 만들어 냈다.
사람 주먹만한 크기의 희고 말랑말랑한 것이었다. 그 덩어리 한족에 커다란 눈이 하나 붙어 있었다. 눈꺼풀이 없으므로 항상 뜨고 있는 눈이다. 손이나 발은 없다. 때때로 꿈찔꿈찔 경련을 한다. 소름이 끼칠 만치 기분 나쁜 물건이었다. 그 누구도 알지 못한, 이 세상에 처음으로 생긴 생물이었다.
학문적으로 말한다면, '합성 신경 세포군 덩어리'라는 어려운 이름이 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존이 인공 두뇌 속에서 지휘하여 만들어 낸 생물이었다. 어처구니없는 괴물이 만들어졌지만, 그래도 존은 성공한 것이었다.
존은 기술 로봇에게 연락할 때, 그 괴물을 합성신경 세포군 덩어리라고 긴 이름을 말하기 불편해서, 그냥 '합성 신경'이라고 해 보았다가 더 줄여서 '합신'이라고 이름지었다.
이리하여 성은 괴물, 이름은 합신이라는 꼴이 된 것이다.
합신은 존이 생각하는 대로 움직였다. 존의 뇌파로서 조종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괴물 합신의 외눈을 통해서. 존은 보고 싶은 쪽의 물체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합신은 존이 둔갑을 한 것 같이 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조종하기에는 역시 익숙해질 때까지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았다.
존은 계속하여 두 번째의 괴물을 만들었다. 첫 번 합신에 못지 않은, 기분 나쁜 모습의 것이었다. 그래도 얼마쯤 진보해서 눈뿐 아니라, 귀를 붙이는데 성공했다.
존은 이 합신 제 2호로서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괴물 합신에는 1호에도 2호에도 손과 발이 없다. 존이 아무리 열심히 연구하여도 아담과 이브를 만든 신과는 달라서, 사람을 만드는 데는 풋내기가, 더구나 먼데서 로봇에게 지휘하여 만든 것이다.
그래도 손발 대신에 배에 용수철같이 퉁기는 2개의 근육을 붙이는 데 성공했다. 이 근육으로 합신을 힘차게 펄쩍펄쩍 뛰게 할 수가 있었다.
개구리 모양의 희고 말랑말랑한 괴물 합신 1호와 2호를 기술 로봇에게 명령하여 가만히 창 밖으로 내놓게 한 존은. 합신의 눈을 통해 그들을 둘 장소를 정했다.
건물 한 구석 풀숲 속이었다. 이런 곳이라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이젠 됐다. )
하고 존은 안심을 했다.
편안한 기분이 된 것은, 그 자동차 사고로 죽은 이래 처음이었다.
(아, 저 자동차는......)
괴물 합신의 눈에 고속도로에서 센터 쪽으로 달려오는 노란 색의 자동차가 비치었다.
하기야 여기는 워싱턴 시다. 노란 색의 자동차 같은 건 보기 드문 것이 아니었고,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존은 왠일인지 그 자동차를 본 기억이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차근 센터의 주차장 안으로 들어왔다. 어떤 사람이 타고 있는지는 멀어서 알 수가 없었다.
존은 합신의 눈을 통해, 그 차를 뒤쫓고 있었다.
그럴 때였다.
"앗, 저 차였어요 ! 저 차가 산길 꼬부라진 모퉁이에서 우리 차에 부딪치려 달려들었던 거여요.“
그것은 마사의 소리였다.
"마사, 마사 ! 어디에 있는 거야?“
하고 존은 노란 색의 차는 내버려 둔 채 소리쳤다.
"여기여요, 여기. 이상해요, 여기가 어딘지 모르지만 밖이 보여요. 나, 지금 인공 두뇌 센터 뜰에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존. 당신은 어디 있나요? 나는 또 어디 있나요?"
존은 재빨리 머리를 써서. 마사가 어디에 있는 지를 확실히 알아냈다.
"마사, 놀라지 말아요. 당신은 나와 마찬가지로 인공 두뇌 속에 들어 있는 거요. 당신은 내가 만든 괴물 합신이라는 생물의 눈을 통해 바깥을 보고 있는 거야. 그리고 인공 두뇌의 회로로 당신과 내 뇌가 이어져서, 서로의 소리를 듣고 있는 거요. 입에서 귀로 소리가 들려온 것은 아니야, 우리는 입도 귀도 없으니까 말이요. 생각이 뇌에서 뇌로 전해진 거요."
"네에. 그렇게 된 거군요."
"자, 마사, 내게 힘을 빌려 줘. 나는 지금 어떤 일을 해내려고 하고 있는 거요.“
합신 제 3 호
괴물 합신 1호와 2호는 건물 구석의 풀숲 속에 숨어 있었다.
뜬 채로 있던 괴물의 눈이 번쩍였다. 존이 조절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1호도 2호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공 두뇌 속의 존과 마사는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렇게 합신이 내 일을 해 주는 거야. 매우 볼품없이 생긴 괴물이긴 하지만 말이요. 1 호의 눈으로 2호를 봐요. 놀란 소리를 지르고 싶을 거요. 하지만 2호 쪽이 1호보다는 좀더 낫지. 당신도 뇌파로 합신을 움직이게 할 수 있을 거요. 자기가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합신도 움직이는 거요. 그래도 역시 좀 익숙해지지 않으면 어리둥절하겠지. 합신은 걷는 것이 아니고 뛰는 거라 마음대로는 안 될 거요. 마사, 나는 걱정되는 게 있어. 당신오빠 데밍 박사가 갑자기 안 보이게 됐소. 필시 무슨 일이 일어난 게 틀림없어. 그렇다고 합신을 시켜서 센터 안을 찾아다니게 할 수는 없는 일이란 말이오.“
"오빠네 집에 가 보게 하면 어떨까요? 멀기는 하지만 말이어요. 참 걸어서는, 아니 뜀박질로는 마냥 하루가 걸려도 못 가겠군요."
"그렇군. 데밍 박사의 집에 가 보면 알 수 있지. 주차장의 차를 이용하는 거야. 우리들이 들러 붙어서 타고 갈 차가 아마 있을 거요."
2마리의 괴물 합신은 그럴 만한 차를 골라 들러 붙었지만, 그 차는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합신은 차가 교차로에 섰을 때, 급히 뛰어 떨어져서 다른 차로 옮아갔다.
이렇게 하느라고 시간을 허비하고 목적지에 가까워졌을 때 차가 정거하였으므로 뛰어내리긴 했지만, 앞으로 2킬로 가량은 제 힘으로 뛰어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대낮의 태양이 합신의 덩어리를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다.
어찌 된 일일까? 합신의 눈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부지런히 뜀박질을 하다 보니, 잘못하여 나동그라지기를 여러 차례 했다.
존과의 거리가 멀어진 때문에 조종하기 어려운 탓일까, 아니면 2마리가 모두 고장이라도 일으킨 것일까?
"앞이 안 보인다. 아아, 눈이 멀었나......"
존은 초조해졌다.
한 마리를 잃어버렸다. 그 합신과 연락이 끊어진 것이다. 그것은 어디에 쓰러져 버렸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존은 나머지 한 마리를 길가 가겟집 창 밑까지 기어가게 했다. 그리고는 한 번 뜀박질을 시켜 창틀에 올려놓았다. 창유리에 비쳐 보니까, 등이 녹은 아이스크림처럼 되어 있었다. 햇볕에 너무 덴 것이었다.
존은 곧 그 합신을 풀숲에 감추었다. 사방이 점점 어두워져 왔다. 눈이 앞을 보지 못하게 된 때문이다. 이 합신도 이미 쓸모 없게 될 것이다. 최후인 듯했다.
존은 단념을 했다. 합신 1호와 2호는 보기 흉한 괴물인데다가. 데밍 박사의 집까지 심부름을 보낼 수도 없었다. 존은 합신을 불쌍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존은 실망하지 않았다. 곧 합신 제 3호를 만들기 시작했다. 기술 로봇에게는 기억 장치가 있기 때문에, 1호와 2호를 만들 때의 일의 순서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휘를 하는 존도 퍽 수월했다.
그러나 합신을 개량하는 일에 골치를 앓았다. 태양 광선에 피부가 견디어낼 수 있도록 세포의 영양에 로데아톤이라는 약을 넣었다.
꼬박 10일이 걸려서, 합신 3호가 5마리 만들어졌다. 역시 보기 흉한 괴물이었다. 그러나 팔짝 팔짝 뛰기를 잘했다.
이번 합신은 풀을 먹고 스스로 자라도록 입이 만들어져 있었다. 피부는 자외선에 견디게 잿빛으로 하고, 눈은 얼굴 한가운데에 하나이며, 코는 없다. 호흡은 피부로 하게 되어 있다.
입은 못생긴 꼴로 되어 있었다. 작고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고, 주위에 톱니 같은 날카로운 쇠 이를 박았다. 쇠 이를 넣은 것은, 칼슘으로 이빨을 만들려니까 원료 관계상 10일 정도로는 도저히 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5마리의 합신 3호는 데밍 박사의 집을 향해 출발을 했다.
박사의 서류
전번과 같이 정류장에 있는 자동차에 공짜로 올라탔다. 1마리가 차가 출발할 때의 충격으로 떨어졌지만, 곧 용케 뛰어올랐다.
그러나 목적지에 가까웠을 때, 역시 1마리가 부족했다. 어디서 흔들리다가 떨어지기라도 한 모양이다.
존과 마사가 주의를 기울여 돌보지 않으면, 그 중 1마리는 자꾸 딴 데로 벗어져 나가는 버릇이 있었다.
합신들이 데밍 박사의 집에 도착한 것은 밤이었다. 집안은 캄캄했다. 그러나 문은 열려 있었다.
합신들의 눈은 적외선을 느끼기 때문에 어두운 데서도 볼 수 있다. 주위를 잘 살핀 다음. 존은 3마리를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1마리만 집안에 들어가게 했다.
테라스에 있는 의자에 데밍 박사의 부인 캐더린이 앉아 있었다. 그는 멍하니 뜰을 바라보고 있었다. 데밍 박사가 돌아올 때까지 죽 그렇게 하고 기다리겠다는 듯이 보였다.
"데밍 박사 부인!“
하고 존은 가만히 합신의 입을 빌어 불렀다.
캐더린은 잠자코 있었다.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
마사가 존에게 속삭였다.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셔요.“
"알았다고.“
존은 다시 되도록 상냥한 목소리로 캐더린을 불렀다. 물론 합신의 입을 통해서다.
캐더린은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
"누구세요?“
"부인, 접니다. 존입니다.“
그러자 캐더린은 비명을 지르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누구 시라고요? 어디 계시죠? 농담은 말아 주셔요. 존이라면 반갑겠지만, 그는 한 달 전에 교통 사고로 죽었는걸요. 더욱이 지금의 말소리는 존의 목소리가 아니어요. 틀려요.“
"부인, 이상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존입니다. 무서워하지 마시고 제 말을 들어주십시오. 여기에는 마사도 있습니다.“
"그래요, 언니. 저는 마사여요. 언니한테는 아까 존의 목소리와 똑같이 들리겠지만, 언니 믿어줘요. 우리들은 언니 일이 걱정이 돼서 그래요."
"당신들은 대체 어디 있다는 거여요? 나는 믿을 수가 없군요. 존, 마사, 정말이라면 모습을 보여줘요.“
"모습을 보여드릴 수가 없는 겁니다. 그게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하고 존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계속했다.
"놀라지 마십시오. 저희들을 대신한 것이 곁에 있으니 봐 주십시오. 좀더 보기 좋게 만들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요.“
"언니, 비명을 지르면 안돼요. 이상하고 흉한 꼴이지만. 그래도 이것이 우리들의 귀염둥이여요. 귀염둥이라기보다는 아주 아주 소중한 거랍니다. 이것 덕택으로 우리들은 여기 와서 말을 하기도 하고. 언니를 볼 수도 있는 거랍니다.“
"테이블 위를 봐 주십시오.“
라고 말하고는. 존은 합신을 테이블 위에 뛰어오르게 했다.
캐더린은 스탠드에 불을 켰다. 합신의 외눈이 초록빛으로 번쩍 빛났다. 빵 뚫린 입을 통하여 강철로 된 이빨이 기분 나쁘게 내다보였다.
캐더린은 처음 보는 괴물에 비명을 질렀다. 존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역시 기가 죽었다.
"그래도 저희들은 이 괴물을 의지하고 있는 겁니다. 이 괴물이 어떻게 해서 저희들을 대신해 주고 있는가는 나중에 조용히 말씀드리지요. 그보다도 박사는 아직 센터에서 돌아오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캐더린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훌쩍이며 울기 시작했다.
"그이는 죽었다오. 죽고 없단 말예요. 박사가 죽었다는 기별이 온 날, 그 기별보다 먼저 박사의 조수가 황급히 와서, 그이의 서류를 잘 숨겨 놓아 달라고 부탁하면서 내게 맡기고 갔지요. 그래 조수의 말인즉, 그이는 지금 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실험실에서가 아니고, 위원회에서 무슨 일이 있은 것이나 아닐까?)
하고 캐더린은 의심하고 있었다.
"이봐요 존, 이 괴물 같은 짐승이 정말 당신들을 대신해 주는 것이라면, 내가 맡고 있는 서류를 같이 봐 주지 않겠어요? 존은 그 서류가 어떤 것인지 잘 알겠지요.“
"데밍 박사는 내게도, 이제부터 위원회에 출석한다는 종이에 쓴 글씨를 보여 주었습니다. 나는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후로 박사는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라는 존의 말에 이어서 마사가 말했다.
"오빠는 무슨 일이 있을 것을 예감하고 있었던가 봐요.“
캐더린은 서류를 가지러 박사의 서재 쪽으로 갔다. 그 뒤를 모양 흉한 합신이 뜀질로 따라갔다.
캐더린은 겁나는 듯이 이따금 합신을 뒤돌아보았다. 이 괴물이 존이요, 마사라니 아무래도 믿을 수 없는 이상한 기분이었던 것이다.
캐더린이 서재의 불을 켜려고 하자. 존이 그걸 막았다.
"어두운 대로 그냥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는 등불이 없어도 볼 수 있으니까요. 그 서류가 숨겨둬야 할 것이라면, 박사의 적들이 노리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데밍 박사는 그들에게 살해당했는지도 모릅니다. 나는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조심하십시다.“
그러자 캐더린은 숨가쁘게 말했다.
"아아 존, 나도 몇 번이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렇지만 존, 인공 두뇌 센터는 정부와 같은 거여요. 국가의 최고 연구소여요. 나라에서 설마 그런 나쁜 짓을 했을라구요?"
"국가라는 인물은 없습니다. 인간이 나라를 만들고, 정부를 만들며, 센터를 만들고 있는 겁니다. 인간이라면 틀린 일, 나쁜 짓도 하게 됩니다. 센터 안의 어떤 그룹이 데밍 박사의 의견을 방해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누구누구가 데밍 박사의 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요. 그러나 서류를 보면 짐작이 가겠지요. 서류를 테이블 위에 펴놓아 주십시오.“
합신은 테이블 위로 뛰어 올라갔다.
캐더린이 어둠 속에서 서류를 펼치자, 존은 그걸 술술 읽어 가다가 부탁했다.
"그 종이는 따로 놓아주십시오.“
그리고 서류를 모두 다 본 다음, 이렇게 말했다.
"내가 가려낸 서류의 사본을 만들어, 그걸 센트랄 신문사의 랜돌프 기자에게 보내 주십시오. 데밍 박사가 자기 일신에 변화가 생길 때는 그렇게 해 달라고 서류에 적혀 있습니다."
"어째서 그랬을까요?“
"박사는 인공 두뇌에 대한 일-정부가 그릇된 방법을 쓰고 있다는 것을 국민 모두에게 알리고 싶어 한 것입니다.“
"자기가 어떻게 해서 죽었는지, 그 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적혀 있지 않았나요?“
"이 서류의 내용이 신문에 발표되면, 인공 두뇌 센터의 누군가가 당황해 할 것입니다. 그러면 머지않아 박사가 어떻게 해서 돌아가셨는지, 그 내막도 자연히 알게 될 것입니다. 여기 내가 만든 생물-나는 이걸 합성 신경이라고 이름지었지만, 2마리를 두고 가겠습니다. 그렇게 해 놓으면. 이것들을 통해서 전화처럼 부인과 연락을 할 수 있으니 참 편리할 겁니다. 저희들은 또 다른 합신을 가지고 있지요. 합신을 좀더 많이 만들어 놓는 게 좋겠군요.“
캐더린이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그럼, 합신이란 괴물을 맡겠어요. 귀여워해 줄 테여요. 하지만 이번에 만드는 것은, 이왕이면 좀더 예쁘게 될 수는 없을까요?“
랜돌프 기자
센트랄 신문사의 랜돌프 기자는, 신문에 낼 뉴스를 고르고 있었다. 양미간을 모으고 코를 씰룩거리고 있었다.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을 때의 하는 버릇이다.
골라낸 뉴스 가운데서 얼마쯤 나은 것에 「우주에서 온 작은 동물의 괴물」이라는 것이 있었다.
「워싱턴시의 비글로우 위생 관리관은, 워싱턴 시에 새로운 페스트(흑사병)가 발생한 것은 얼마 전에 발견된 2마리의 이상한 작은 동물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작은 동물은 개구리에 얼마쯤 닮은 것이나. 우주로부터 온 것이라 생각된다. 이착륙하는 우주선에서는 엄중히 주의하도록 지령을 내렸다.
이 정체 불명의 동물 중, 1마리는 워싱턴 시내의 주택 지대에서 썩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피부는 거의 광선에 화상을 입고 있었으며. 평소에는 태양을 보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다른 1마리는 개에게 발견되어, 물려 죽은 것을 개 주인이 발견하였던 것이다.
이 2마리는 모두 눈이 외눈인데 나중에 발견된 것은 날카로운 이빨이 있는 입이 있고. 어느 정도 검은 빛깔의 피부였는데 태양 광선에 데지는 않았다. 먼저 발견된 것에는 입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다.
아무튼 이것은 지구상의 생물은 아니며, 앞으로도 우주항 부근에서 발견될지도 모른다. 이런 동물을 발견한 사람은 즉시 경찰에 신고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또 한 가지, 이 작은 동물에 더욱 이상한 점은 한쪽의 동물에게 있는 입의 이빨이, 쇠로 만든 의치였다는 것이다. 」
랜돌프 기자는 이 기사를 좀더 재미있는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메디슨 편집장이 게재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아무렇거나 좋아. )
랜돌프 기자는 테이프의 스위치를 넣고, 기사를 지껄이기 시작했다.
"그 괴물 동물들은 형제였다. 머나먼 우주 저쪽에서 멀리 대모험을 해 온 것이었다. 우주선을 만들어 타고 날아오는 두 다리 가진 생물들의 고향에는, 엄청난 이상적인 세계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형 개구리의 이름은 조우이며........"
여기서 지껄이기를 중단한 것은, 책상 위에 우편물 뭉치가 털썩 놓여졌기 때문이었다.
그 우편물 맨 위에 있는 봉투에는 캐더린 데밍이라는 이름이 씌어 있었다.
"캐더린 데밍...... 어디서 들은 일이 있는 이름이군-형 우주 개구리의 이름은 조우이며, 누이동생 개구리의 이름은 캐더린으로 할까? 이 괴물 개구리 데밍 집안의 남매는...... 아니, 데밍? 아아! 요전날 사고로 죽은 인공 두뇌 센터의 과학 위원, 데밍 박사의 부인이 캐더린 데밍이었지?“
데밍 박사와는 몇 번 만난 일도 있었다. 친절한 과학자였다. 랜돌프 기자는 괴물 개구리에 대한 일은 잊어버리고. 묵직한 그 봉투를 뜯었다.
서류를 건성으로 넘기기만 해도, 이런 말들이 눈에 튀어들어 왔다.
「살아있는 뇌를 노예로 만들고 있는 인공 두뇌 센터. 」
「대통령과 정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뇌는 죽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것은 인공 두뇌를 이용하여 세계의 정상에 있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
「정부가 실험을 하기 위해. 지금까지 죽였다고 보이는 과학자의 명단.」
"야아. 이건 대단한 기사거리다! 이게 사실이라면 큰 소동이 일어나서, 정부는 야단법석이 날지도 모른다.“
랜돌프 기자는 메디슨 편집장 방으로 뛰어갔다.
"이걸 좀 보십시오. 신문 전면에 커다랗게 실을 대 뉴스입니다.“
그러나 서류를 대강 훑어본 메디슨 편집장은 겁을 먹고 말았다.
"이런 걸 함부로 실었다가는 정부한테 두들겨 맞고, 우리 신문사가 깨지고 말 걸세."
"무슨 말씀이십니까? 편집장님,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데밍 박사가 내게 보내도록 미리 부탁을 한 겁니다요."
"그렇지만, 그 데밍 박사가 어쩌다가 머리가 이상해졌다면 어떻게 되겠나? 차라리 이 서류에 적혀 있는 일을 인공 두뇌 센터에 알려서, 대답을 들어보는 게 좋을 거야."
"그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진실을 쓰는 것이 신문의 사명입니다.“
"물론이지. 그러나 신문사가 그런 일을 하려고 들면, 언제나 정부의 심한 방해를 받는다는 걸 자네도 잘 알텐데.“
"그러나 정부가 방해를 하기 전에 편집장이 먼저 방해를 했습니다. 제가 진실을 기사로 쓰려면 말입니다. 당신은 언제나 해고당한다, 해고당한다 하고 그것만 걱정했지요. 서류를 돌려주십시오. 내게 온 것이니까요. 이 이상 당신과는 의논하지 않을 거요.“
"왜 이래? 자네 그렇게 덤비면 쫓겨나게 되는 거야.“
"좋습니다. 이쪽에서 먼저 나가버리겠습니다.“
라고 소리치고. 랜돌프 기자는 서류를 끌어안고 편집장실을 뛰쳐나왔다.
그러고는 자기 책상을 정리한 다음, 신문사를 미련 없이 나와버렸다.
그러고서 1시간쯤 지났을 때. 신문사를 물러나 온 랜돌프는 인공 두뇌 센터에서 가까운 공원에 있었다.
자주 눈을 들어 거대한 센터의 건물을 쏘아보았다. 그러다가 랜돌프는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이때, 한 대의 차가 질주해 왔다. 노란 색의 차였다.
랜돌프는 차에 퉁겨 길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노란 차가 정거를 했다. 한 마리의 벌레를 밟은 정도라는 듯이, 노란 차에서 세 사나이가 천천히 내려왔다.
금방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사이렌을 울리며 경찰차가 달려왔다. 경찰들은 랜돌프의 시체를 병원차에 싣고는, 노란 차를 호위라도 하듯 군중들 속에서 데리고 나가는 것이었다.
잠시 후, 노란 차와 경찰차는 서로 신호를 하고 헤어져 갔다. 경찰차는 워싱턴 경찰서로 돌아가 버렸다.
워싱턴 경찰은 공원 앞에서 사고를 일으킨 노란 차를 놓아주라는, 정부로부터의 지급 통고를 받고 그대로 했을 뿐이었다.
합신, 탐정이 되다
랜돌프가 교통 사고를 당한 현장에서 가까운 곳에 사실은 2마리의 괴물 합신이 있었던 것이었다.
합신들은 공원 생나무 울타리 밑에 숨어 있었다. 존과 마사는 합신의 눈을 통해서, 노란 색의 차가 하는 짓을 확실히 목격했다.
"가엾은 분! 차는 그분을 목표해서 일부러 달려들어 치어 죽인 거여요. 하지만 존,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잘 보았나요? 생각나지 않으셔요? 그 사나이였어요. 그 얼굴이었어요.“
불현듯 존은 바로 지금과 같은 무서운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산길 꺾어진 곳에서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노란색 차, 유들유들한 낯을 한 사나이들. 만족한 표정의 일그러진 얼굴, 눈부신 태양 광선, 왈칵 기울어진 자기의 차, 허연 거품이 일고 있던 골짜기의 개울물, 그리고 마사의 비명......
"마사, 노란 색 차는 인공 두뇌 센터와 관계가 있는 거야. 난 헤닝거 관리 부장이 우리의 사고에나. 지금 사고에나, 또 데밍 박사의 사건. 모두 관련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우리가 뇌에 대해서 센터와 계약할 때의, 그 헤닝거 부장의 차가운 웃음이 생각나는군."
"저도 그래요. 그럼, 헤닝거 부장에게 명령하고 있는 자는 대체 누굴까요? 헤닝거는 거물에게 조종되고 있는 하부 인물 중의 한 사람에 지나지 않을 거여요.“
"그야 물론이겠지만, 나는 언젠가 헤닝거를 반드시 쓰러뜨리고 말 거요.“
"아니어요. 우리의 목적은 사람의 뇌를 사용하는 인공 두뇌를 만들지 못하게 해서, 지금 혹사당하고 있는 뇌를 조용한 무덤으로 돌려보내는 일이어요. 그렇지 않아요?"
"그렇지. 생물학자 브래닝 씨는 캐나다에서 사냥을 하다가 어디서 날아왔는지도 모를 탄환에 맞아 죽었지. 물리학자 포스터는 수영에서는 선수였는데도 바닷가에서 물에 빠져 죽었어. 우주 항행 기술자 에스퍼드는 연구실에서 원인 모를 폭발사고로 죽었소. 그 사람들의 뇌는 기다리고나 있었다는 듯이, 인공 두뇌 센터에 바로 운반됐으니까 말이야.
지금 노란 색 차에 치어 죽은 사람이 누군지는 몰라도, 그 사람의 뇌도 인공 두기 센터에 왔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존도 마사도 곧 알게되었다. 빌딩의 전광 뉴스가 저녁 어둠 촉에 번쩍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센트랄 신문사의 기자 랜돌프 씨는 오늘 오후 2시, 공원 거리에서 교통 사고로 사망했다. 랜돌프 기자의 최후의 기사는, 우주로부터 침입해 온 보기 흉한 개구리 비슷한 작은 동물에 관한 것으로, 이것이 새로운 종류의 페스트를 전염시키고 있는 것 같으며, 이런 괴물을 발견했을 때는 즉시......>
"괴물이란 건 합신을 말하는 거야. 합신은 엉뚱한 의심을 받고 지명 수배자가 돼버렸군.“
"이젠 합신도 멍청하게 돌아다닐 수는 없게 되었어요,"
"센터로 돌아오게 합시다. 지금의 뉴스가 널리 알려지기 전에 할 일을 해 놓는 것이 좋겠어."
하고 존과 마사는 2마리의 합신을 센터 뒤쪽으로 보냈다.
뒤쪽 입구에는 마침 누구인지의 시체를 넣은 관이 2개, 도착되어 있었다. 센터와 뇌에 대한 계약을 한 사람의 시체일 거다.
작업원이 작업 로봇으로 하여금 트럭에서 관을 내려, 엘리베이터로 가느다란 벨트 위에 올려놓았다. 작업원이 저쪽을 바라보고 있는 틈을 타서, 2마리의 합신도 벨트에 뛰어올랐다.
"시체에 붙어서 가면 무난히 기록실에 나올 수 있겠지. 90층이나 되는 센터 건물을 오르락내리락 찾아다녀도 소용없는 일이야.“
합신은 수술실 앞에서 관과 헤어져 나왔다.
옆방에서 사무원 두 사람이 얘기를 하고 있었다.
"난 이상하다고 생각해. 이번 사고는 아무래도 우연히 일어난 것은 아닌 것 같애.“
"나도 그런 생각이 들어. 센터와 계약을 한 사람은 병으로 죽지 않고, 아직 팔팔할 때에 사고로만 죽는 것 같으니 말야."
아아, 이 두 사람은 하지 말았어야 할 얘기를 하고만 것이다. 도청 마이크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사무원은 두 관에 대한 서류를 들어서는 둘둘 말아 금속통 속에 넣었다. 그리고 그 통을 한쪽 벽을 뚫고 나온 파이프 속에 집어던졌다.
존이 속삭였다.
"마사, 저건 공기의 힘으로 서류를 운반하는 통이야. 기록실로 통해 있는 게 틀림없어. 큰 마음먹고 어디 해 볼까?“
"해야죠.“
테이블 밑에 숨어 있던 2마리의 합신은 그 파이프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돌이 굴러 떨어져 내리는 같은 빠른 속력으로 합신들은 캄캄한 속을 떨어갔다.
93C
존은 현기증이 나서 당장에 라도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합신이 통 속에서' 빙빙 돌고 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자주 합신끼리 부딪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마사가.
"아야얏!“
하고 짓눌리는 듯 비명을 올린다.
속력이 점점 더해 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탁! 하고 들이 받히자 멈추었다.
"어엇!“
억지로 아픔을 참고, 대체 여기가 어딘가 하고 휘둘러보니 광주리 속이었다. 통 속으로 운반된 물건들은 이 광주리로 받도록 되어 있었다.
기록계의 여사무원이 세 사람, 카드에 기록을 하면서 어떤 피자가 제일 맛있는가에 대해서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 중 한 여사무원의 이름이 루이즈라는 것을 존은 알아차렸다.
실은 마사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지만, 마사는 광주리에 떨어질 때의 충격으로 기분이 나쁜지 아직 얼떨떨해 있었다. 그러나 어차피 합신의 입을 빌어 하는 말일 테니, 남자의 소리인지 여자의 소리인지 알 수 없는 별난 소리이니까 존은 자기가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봐 루이즈, 데밍 박사의 카드를 좀 꺼내 보여 줘."
라고 말하고, 존은 마사와 함께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휴지들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루이즈라는 여사무원은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퇴근 시간 다 됐어, 내일 보면 안돼?“
하고는 좀 놀란 눈을 하며,
"아 참 패티. 너 언제부터 감기 들었어?“
그러자 패티라고 불린 여사무원은,
"감기라니, 난 감기 같은 것 걸리지 않았어. 내 목소리는 언제나 그런걸. 너야말로 이상하구나."
하고 기분 나빠했다.
루이즈는 목을 움츠리며 정리기의 키를 데․미․ㅇ 으로 눌렀다. 정리기에서 종이쪽이 나왔다. 그걸 쑥 빼들고 읽어 주었다.
"데밍이라고 했지? '실험용. 극비 45362. 분류 93C' 이러면 됐니? 어머, 패티는 남에게 일을 시켜 놓고 자기는 화장만 하고 있어. 너무하다 얘. 뻔뻔스럽게........“
패티가 뻔뻔스러운 것은 아니다. 존의 계략이 잘 들어맞았을 뿐이다.
이제 존에게도 마사에게도, 루이즈와 패티가 서로 싸우든 말든 그런 걸 보고 있을 마음의 여유는 없는 것이다.
"마사, 45362라고 하면 45층 362호실이야. 45층에는 실험용 연구실이 줄지어 있는데, 거기 데밍 박사의 뇌가 있는 거야.“
30분쯤 지났을 때, 2마리의 합신은 45층 복도를 벌벌 떨면서 그늘진 데로 숨어 슬쩍슬쩍 뛰어 가고 있었다.
어두운 구석으로 뛰어들어가서는 연구원 여자를 지나쳤다. 여자는 수상쩍은 듯 구석 쪽을 바라보며 걸어갔다.
362호실은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그 틈으로 들어가서는 플래티나 상자를 찾았다.
가로. 세로, 높이, 각 15센티미터의 그 슬픈 상자. 4개의 실험대가 나란히 놓여 있고, 그 위에 1개씩 플래티나 상자가 놓여 있었다.
93A, 93B, 93C, 93D. 2 마리의 합신은 93C 앞에 오뚝 올라앉았다.
마사가 소리 쳤다.
"오빠! 나 마사여요. 오빠, 알겠어요? 마사란 말이어요. 옆에 있는 건 존이야. 오빠, 오빠!“
갑자기 존이 속삭였다.
"쉿! 누가 이리로 오는 것 같애. 얼른 숨어야 해.“
질질 끄는 듯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2마리의 합신은 그늘진 곳으로 몸을 숨겼다.
때묻은 흰 코트를 입은 백발의 남자가 천천히 방으로 들어왔다.
마사가 속삭였다.
"제이슨 박사여요. 전에 오빠가 인사를 시켜 주셨어요.“
"음, 나도 알고 있어. 위원회의 의장을 하고 있는 사람이지.“
제이슨 박사는 데밍 박사의 뇌 93C 앞에 오자, 좌우에 설치되어 있는 기계 장치들을 둘러보고 나서 플래티나 상자와 마주앉았다. 그리고는 우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데밍군, 이제가 최후의 기회다. 자네가 나를 노려보고 있을 것도, 내 목소리를 듣고 있을 것도 나는 알고 있네. 자네가 대답하지 않는다면 나는 영양액을 자네에게 넣어 주는 걸 중지하지 않을 수 없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데밍군, 내가 자네한테 호소하는 것도 이것이 마지막이야. 자, 대답을 해 주게.“
제이슨 박사는 뭘 대답하라는 걸까? 그러나 이 사실로써, 데밍 박사의 뇌와 연락하는 방법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제이슨 박사는 기다리고 있었다. 5분, 10분 ....
얼굴빛이 점점 붉어져 갔다. 화를 내고 있는 것이리라. 박사는 영양액의 펌프를 멈추는 스위치에 손을 내밀었다.
"안돼! 살인이야!"
불시에 마사가 소리쳤다.
제이슨 박사의 손이 멈추었다. 그러나 마사의 말소리는 합신의 입을 통해서 나왔기 때문에, 여자 소리로 들리지는 않았다.
박사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말소리가 들렸으므로,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소리가 난 것 같은데, 귀울림이었던가?)
제이슨 박사는 중얼중얼 입 속으로 불평을 하고는, 이렇게 말했다.
"데밍군, 여기는 전혀 도청 장치도 비밀 스피커도 없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 같다. 설마 자네 목소리는 아니었겠지. 데밍군, 만일 비밀 마이크가 있다면 나도 큰 변을 당하게 되겠지만, 비밀 얘기를 좀 해 줄까. 자네가 고집을 부린다면 할 수 없지. 인간 두뇌 센터의 비밀 공작원이, 바로 지금 자네 부인 캐더린 여사를 습격하기로 돼 있어. 오늘 그 신문 기자가 가지고 있던 서류는 복사한 것이었어. 그러면 진짜 서류가 어딘가에 있는 게 아닌가. 비밀 공작원이 자네 집을 습격하고 서류를 찾아내고는, 자네 부인은 자살한 것처럼 꾸며놓는 거야. 그런 식으로 계획하고 있단 말이네.“
"캐더린을......?“
데밍 박사의 소리였다. 쥐어 짜내는 듯한 그 소리는 존에게도 마사에게도 들렸다.
존의 활약
존은 데밍 박사의 집에, 2마리의 합신을 놓아둔 것이 참 잘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작디작은 합신이 무서운 살인자를 상대로 해서, 어느 만큼 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곧 존은 데밍 박사의 집에 있는 합신 1마리에게 들어갔다. 합신은 서재에 있었다.
존은 방안의 광경을 알아볼 수 있었다. 데밍 박사의 부인은 무서움에 떨면서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방문 앞에 커다란 사나이가 버티고 서서, 캐더린을 위협하고 있었다.
"부인. 주인 양반의 서류를 어디다 감춰뒀지? 얼른 이리 내놓으시지.“
"그런 것 난 몰라요. 서류라니, 그런 것 가지고 있지 않아요.“
하고 캐더린은 얼굴이 새파래지며 뒤로 물러섰다.
캐더린 옆의 테이블 다리 쪽에 숨어 있는 합신이 속삭였다.
"부인, 존입니다. 랜돌프 기자에게 보전 서류의 사본은 악마들의 손아귀에 들어갔습니다. 서류를 주어 버려요. 그러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러자 캐더린은 목쉰 소리로 큰 사나이에게 말했다.
"서류는 침실 금고 속에 있어요. 여는 번호는 1-5-3-8, 전기 열쇠의 주파수는 A여요. 드릴 테니 맘대로 해요."
"그렇게 하는 것이 영리하지. 부인, 랜돌프 기자도 죽었고, 부인이 잘 아는 존과 마사라는 부부도 자동차 사고로 죽었소. 그 정도로 나는 사람을 죽이는 데는 솜씨가 뛰어났소. 그러나 부인처럼 점잖게 말하는 걸 들으면 이쪽에서도 어쩐지 상처를 입히고 싶지 않아진단 말이야.“
이윽고 큰 사나이는 움켜쥐고 나온 서류를 테이블 위에 놓고, 갑자기 캐더린의 입을 수건으로 틀어막으며 두 손을 뒤로 돌려 묶었다.
그러고 나서 사나이는 차가운 웃음을 띄우며,
"아까 말한 대로 당신에게 상처는 입히지 않겠어. 그렇게 명령도 있었지만 말야. 상처를 입히면 부인이 자살한 것처럼 보이지 않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지. 이게 부인 글씨를 본따서 쓴 유언장이지. 남편이 죽었으니 더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라고 씌어 있어. 문장은 서투르지만 글씨는 잘 닮았으니까 이것으로 만족하라구. 에...... 또 그러고......"
라고 하다가. 큰 사나이는 몸을 움찔하며 밑을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합신이 덤벼들었기 때문이다.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이발로 사나이의 코를 물어뜯었다.
"아야얏!“
사나이는 질겁을 하며 합신을 떨쳐 떼어버렸다. 코에는 큰 상처가 나 있었다.
합신은 다시금 물러선 사나이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사나이는 재빨리 칼을 빼서 쥐고 있었다. 칼날이 번쩍 하자, 합신의 몸뚱이는 픽 쓰러졌다.
"망할 놈의 것 ! 이놈은 어느 별에서 왔다는 페스트를 퍼뜨리는 괴물이군.“
하며 사나이는 칼에 꽂힌 채로의 합신을 밖으로 내던졌다.
존은 머뭇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곧 다른 1마리의 합신과 연락을 해 보니, 좀 떨어진 숲 속에 있었다. 숲 속에서 놀게 하면 합신이 좋아하리라고 생각한 캐더린이, 교대로 숲을 산책하게 해놓았던 것이다.
교외의 저녁은 조용했다. 숲 어귀의 작은 광장에서는 저녁 식사를 하기 전의 즐거운 시간으로서, '로빈 훗' 놀이를 하고 노는 소년들의 소리로 요란스러웠다.
존은 잘 됐다고 생각했다. 곧 소년들이 노는 곳으로 합신이 뛰어나가게 했다.
"야아, 저것 봐라! 페스트의 괴물 개구리가 있다. 돌로 쳐죽여라. 아니, 저게 데밍씨 집 쪽으로 도망가는구나. 쫓아라, 잡아죽여야 해!“
하고 아이들은 뒤쫓아오고 있었다.
돌멩이가 날아왔다. 한 개가 합신의 등을 바로 맞혔다.
그 순간 보이던 풍경이 비틀비틀 일그러져 보였다. 등에 맞은 돌멩이가 상당한 충격을 준 때문이었다. 그러나 소년들에게 쫓기는 것이 존의 계략이다. 존은 그들을 데밍씨 집으로 끌어가고 있었다.
합신이 집안으로 들어갔을 때. 사나이는 캐더린을 누르고 막 목을 조르려던 참이었다.
존이 큰 소리로 외쳤다.
"부인, 걱정 마십시오. 부인을 구하러 사람들이 떼지어 오고 있습니다.“
그러자 사나이는 당황해 하며, 얼른 뒤돌아보았다. 순간 합신은 펄쩍 뛰어, 사나이의 얼굴을 물고 늘어졌다.
쇠 이빨에 눈꺼풀을 물어 뜯겨, 사나이는 비명을 지르며 방바닥에 뒹굴었다. 그러나 사나이는 아프다고 뒹굴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와아, 와아 요란한 소리가 현관 쪽에서 들려왔기 때문이다.
"데밍 아주머니, 데밍 아주머니! 아주머니 집에 페스트 개구리가 들어갔어요. 찾아야 해요, 아주머니!“
사나이는 합신을 눈에 붙인 채, 너무나 아파서 그걸 떼어내지도 못하고 미친 듯이 버둥거리며 테라스에서 뜰로 도망을 쳤다. 울타리를 뛰어넘어 나동그라져서는, 얼굴을 싸안고 앓는 소리를 냈다.
합신은 쇠 이빨이 사나이의 눈꺼풀에 붙어 있으므로, 그대로 빼버리고서 테라스로 뛰어갔다. 사나이는 그제야 일어나서, 쇠 이빨이 물려 있는 자기 눈을 한 손으로 싸쥐고 비틀비틀 도망쳐갔다.
집안에서는 아이들이 재치 있고 빠르게 활동하고 있었다.
"데밍 아주머니의 결박을 빨리 풀어드려야 해."
"테드, 넌 경찰에 전화를 걸어. 난 우리 아버지와 형을 불러오겠어.“
"밥은 먹을 물을 떠 와. 컵에 떠 와야 해. 네 모자로 길어오면 안돼.“
"아까 그 페스트 괴물 개구리는 어딜 갔지?"
"그런 건 내버려 둬. 아주머니를 돌봐드려야 해."
"그래, 아주머니가 더 소중하니까.“
살아 있는 뇌 그룹
존은 인공 두뇌 센터의 45층 362 호실의 합신에게로 되돌아왔다. 그 방은 가까이 있는 스위치로 간단히 전등을 켰다 껐다 할 수 있어서 아주 편리하다. 존은 계속 합신을 만들도록 기술 로봇에게 명령해 놓았으므로. 새로운 합신이 곧 탄생하게 되어있다. 그것들을 데밍씨 집에 더 많이 배치해 두기로 마음먹었다.
362 호실에 돌아오자, 마사가 존에게 속삭였다.
"고마와요, 존. 잘 해 주셨어요. 전 불안해서 조마조마하고 있었어요. 잠시도 눈길을 뗄 수가 없었어요.“
"합신은 발각되지 않았겠지?“
"네, 발각되지 않았어요.“
"아까 당신이 '살인이야' 하고 소리칠 때는 간이 떨어질 뻔했어. 그러나 이번에는 내가 큰 소리를 낼 테니까. 나는 데밍 박사 부인을 습격한 악당을 때려눕히고 용기와 자신이 생겼어. 제이슨 박사는 어디 있소?"
"저기요.“
제이슨 박사는 실험실 찬 구석 책상에 팔을 고이고 머리를 싸고 있었다.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아까와는 달리 몹시 늙어버린 사람 같았다.
존은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이슨 박사, 당신에게는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를 거요. 어디서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시겠지. 당신에게는 내 모습이 보이지 않을 테니까. 찾아보아도 허사일 거요. 목소리도 전의 내 목소리와는 틀릴 것이오. 그렇지만 나는 당신을 알고 있소. 당신은 나를 죽이라고 명령한 사람들의 한 무리요. 어쩌면 당신이 그 입으로 명령을 내렸는지도 모르겠소. 그리고 나는 인공 두뇌 계획의 희생으로 살해된 사람 중의 하나요.
나는 지금 데밍 박사의 부인을 지키며 도와주고 왔소. 비밀 공작원은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도망쳐 갔지. 나는 살아 있는 뇌요. 그런 건 없다고 당신이 주장한 뇌, 살아 있는 뇌란 말이오."
제이슨 박사는 움찔하며 놀란 듯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곧 자세를 바로 하고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인공 두뇌에 쓰는 뇌가 살아 있다는 걸 내가 모르고 있는 줄 아는가? 알면서 모르는 척 주장할 따름이야. 나는 앞으로도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인공 두뇌에 사용하는 뇌는 살아 있을 리가 없다'고 계속 주장할 거야. 그리고 죽은 사람의 뇌에게는 '그렇지, 너는 살아 있는 거다'고 수긍할 따름이야.
나는 데밍 박사보다도 3 년 먼저 인공 두뇌용 뇌가 살아 있는 거라고 알고 있었어. 데밍 박사가 요전번에 한 것처럼 나는 위원회에서 그 사실을 발언했었다. 데밍 박사는 그때는 위원이 아니었으니까 그 사실을 모르겠지만. 나는 위원회에서 발표했다가 정부로부터 협박을 받고, 나라의 하는 일에 복종하라는 명령을 받았던 거야.“
"정부의 그 누가 명령을 했소?"
하고 존이 엄숙하게 질문하자, 제이슨 박사는 정확하게 대답했다.
"대통령과 국무 장관, 그리고 그 밖의 5, 6 명의 고관들이었다. 그들은 이 비밀이 국민들에게 알려지면 곤란하니까 두려워하고 있다. 그런데 자네는 국민에게 알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고집하고 있다. 만일에라도 국민들이 알게 되면, 국민은 인공 두뇌 센터로 몰려와서 센터를 때려부수려고 할 것이다. 정부의 두뇌요, 국가의 방침을 결정하는 이 센터를 말야. 정부를 지키는 경찰과 국민간에 싸움이 일어나게 될 것이다. 그런 소동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아는가? 결국 국민이 이겨서 정부는 무너지고, 나라도 세계 정상의 지위에서 미끄러져 내린다. 뽐내고 있던 우리 나라가 갈팡질팡하는 비참한 약한 나라로 변해 버릴 것이다.
자네는 옛날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역사책에서 읽지 않았는가? 독일의 황제 프리드리히 2세가 '국민을 속이는 것은 나라를 다스려 가는 데 유익한가 어떤가?' 라는 문제로 학자들에게 그 해답을 현상 모집했지. 그런데 거의 모든 사람이 국민을 속여서 정치를 하는 편이 편리하다는 답을 냈단 말이야. 아직 세상이 깨지 못한 때라서 그런 대답이 나온 줄 아나? 아니야. 지금도, 앞으로도 정부는 국민을 항상 속일 것이네.
자네가 누군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자네는 데밍 박사의 부인을 도와주고 온 모양이군. 그렇다면 자네는 데밍 박사의 뇌에게서 지시를 받고 있는 모양이네 .
데밍 박사의 뇌는 지금 할 일이 없어. 아주 한가하니까, 일을 지나치게 생각하고 있겠지. 좋아! 인공 두뇌 속에 어서 집어넣어 줘야겠어. 이제 곧 그 작업을 시작하도록 하지.“
존은 잠자코 있었다. 제이슨 박사가 지껄이는 동안에 흥분이 되어, 차츰 원기를 회복하고 힐끗힐끗 주위에 눈길을 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합신을 발견 당하면 곤란하다.
더욱이 제이슨 박사는 데밍 박사의 뇌를 인공 두뇌 속에 곧 끼워 넣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존과 마사는 데밍 박사와 필요한 때에 서로 말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합신도 같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잠자코 있자. 당하지 못해 풀이 죽어 있는 듯이 하고 있으면 되겠지. 그러면 데밍 박사도 마사나 나와 같이 '살아 있는 뇌 그룹'에 들어오게 된다. 그리하여 박사와 이야기를 주고받게 될 테니, 그때는 조금은 나도 견딜 만하겠지. 뭐니뭐니 해도 나는 합신을 만들어 냈으니까. 이 합신이 없었더라면 데밍 박사의 부인을 도와주지도 못했을 게 아닌가. 데밍 박사에게도 내가 만든 합신을 부려서 활약해 달라는 거다.)
존은 좀 신이 났다. 자기 연구실의 기술 로봇에게, 오늘밤에 합신을 20마리쯤 만들어 내었으면 좋겠다는 재촉 전파를, 인공 두뇌 장치에서 발신해 보려고 할 때였다.
데밍 박사가 이렇게 말해 왔다.
"존, 과연 잘 견디어 주어서 고마우이. 자네와, 아까 자네가 마음속으로 말한 '살아 있는 뇌 그룹' 여러 뇌들에게 감사를 드리네."
존은 반가웠다. 그리고 마사가 오빠의 말소리를 듣게 되어, 좋아하는 기분도 전해져 왔다.
(환영 인사를 하는 것이 좋겠지.)
라고 존이 제법 점잖게 생각하고 있을 때, 데밍 박사가 말했다.
"존, 나는 지금 자네와 또 많은 살아 있는 뇌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했지? 환영 인사보다 그 말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 주게. 사실 자네는 합신을 만들어서 훌륭했네. 그러나 존, 생각해 보라구. 죽기 전의 자네와 지금의 자네와는 어느 쪽이 더 머리가 좋고 용감하고, 또 실행력도 있다고 생각하나?“
"그건, 솔직히 말하면 지금의 제가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확실히 지금의 제가......"
"그래, 옳은 말이야. 그건 말야, 인공 두뇌 장치 속에 끼어 있는 자네 선배인 훌륭한 뇌가 많아서, 잠자코 자네에게 도움을 주기 때문이라네. 죽기 전의 자네라면, 바로 말해서 합신 1마리를 만드는 데 일생이 걸려도 어려울 것이다. 아니, 자네에게 우쭐대지 말라고 타이르는 건 아니야. 자네나 마사도 수많은 선배 학자와 기술자의 지식과 솜씨, 젊은이의 발랄한 힘, 경험을 쌓은 노선배의 확고한 생각들의 도움을 받고 있네. 인공 두뇌의 살아 있는 뇌 그룹 선수들로서 말이네. 그래서 나는 자신을 가지고 더한층 노력하자고 자네를 격려하고 싶은 걸세. 내 말이 어떤가?"
"잘 알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아아, 과연 그랬군요. 저도 제 힘 이상으로 일을 하고 있다고 은근히 생각했었어요. 데밍 박사께서도 여러 가지로 제게 가르쳐 주십시오."
"좋아, 나도 최후 수단을 생각하고 있네. 그러나 그걸 실행하는 데는 인공 두뇌 장치 속에 있는 모든 뇌들과 의논을 해서, 그 의견이 '실행하자'고 결정되었을 때 하는 거다. 아무튼 그것은 나중의 일이니, 나는 내일 캐더린으로 하여금 미국 정부 두뇌 센터를 세계 재판소에 고소하게 하겠다. 나는 우선 그 일에 전력을 기울일 결심이다.
존, 자네는 그 동안에 합신을 많이 만들어 두기 바라네. 앞으로 합신에게 기대하지 않으면 안될지도 모르니까 말일세."
"알겠습니다. 데밍 박사.“
재 판
재판소 법정의 가장 높은 곳 중앙에 언더우드 재판장이 앉아 있었다. 엄숙하고 훌륭한 모습의 사람이었다.
"당신은 캐더린 데밍씨인가요?"
"예.“
하고 캐더린은 일어서서 대답했다.
몸이 마구 떨려오는 것 같았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서 가만히 웃옷 호주머니를 만졌다. 호주머니 속에는 합신이 1 마리 들어 있었다. 존의 합신도, 마사의 합신도 아니었다. 죽은 남편 데밍 박사가 변한 합신이다.
합신을 만져 보고서, 캐더린은 안정을 얻었다.
재판장은 조용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당신은 미국 정부 두뇌 센터가 당신의 남편 데밍 박사를 죽이고, 센터로부터 보낸 사나이가 데밍 박사의 연구와 의견을 적은 서류를 탈취한 후, 당신을 죽이려 했다고 말했습니까? 그리고 이 사실을 세계 재판소에 고소한 것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고소했습니다.“
"이 일은 실로 중대한 고소이오. 두뇌 센터는 미국 정부의 두뇌가 되는 곳으로서, 가장 소중한 일을 하고 있는 데요. 또 국민이 신뢰하고 있는 곳이오. 이 센터를 조사하게 되는 데 있어서, 그 전에 당신은 정신 감정을 받는다는 걸 알고 계십니까?"
"필요하다면 물론 받겠어요.“
"당신은 이렇게 고소해 왔습니다. 데밍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인공 두뇌 장치에 쓰이고 있는 뇌는 죽은 육체의 일부가 아니고, 인간의 영혼을 가지고 삶을 계속하고 있으므로 생각하는 일과 즐거워도 하며 슬퍼하기도 하는데, 기계 속에서 노예가 되어 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사실을 알리지 않고 숨기고서 이러한 잔인한 설비를 갖추고 있다. 이런 일은 정부로 하여금 중지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센터는 정부의 이익을 위하여, 이때까지 다음에 속하는 사람들을 죽인 혐의가 있다. 즉......"
재판장의 말이 아직 계속되고 있는데, 법정에 와있는 신문 기자와 뉴스사의 사진 기자들이 놀란 얼굴로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정말 엄청난 재판이 시작되는군.“
"까딱하면 나중에 신문 기사로 써선 안된다던가, 사진 한 장도 실어선 안 된다고 금지를 당하게 되지 않을까? 위험한데!“
재판장은 여전히 조용한 목소리로 캐더린의 고소내용을 죄다 말한 후, 이렇게 선언했다.
"그럼, 곧 캐더린 데밍씨는 정신 감정을 받아 주시오. 법정을 닫겠습니다.“
캐더린은 정신 감정실로 가면서, 호주머니에 든 합신에 가만히 손을 댔다.
"나, 제대로 말했는지 모르겠어요, 두려워서 기절이라도 할 것 같았어요. 당신의 원수를 갚는 일이니까 끝까지 당당하게 할 테여요.“
"오늘 잘했어, 캐더린. 그렇지만 이건 나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오. 나를 죽인 건 그놈들이 저지른 악행 중의 극히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아요. 그걸 잊어서는 안 돼요. 당신은 많은 사람들을 위해 분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구."
하고 데밍 박사는 합신의 입을 빌어 격려를 했다.
그럴 무렵, 존의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새로 생긴 합신이 인공 두뇌 센터의 여러 위원들 방에 잠입했다. 합신들은 책장이나 선반 위나, 또는 가구나 벽 틈에 적당히 숨을 수가 있었다.
위원들은 회의실에서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캐더린의 고소 사건 뉴스가 비치고 있다. 위원들은 유유히 그것을 보고 있었다. 제이슨 박사도 있었고, 피엘 정부 위원도 있었다.
피엘 정부 위원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센트랄 신문사의 메디슨 편집장으로부터 온 전화였다.
"기사를 써도 좋겠지요? 정부가 기사를 못 쓰게 하지는 않겠지요?“
"아, 좋고 말고요. 마구 써내시오, 텔레비전에서도 내고 있잖소. 지금도 텔레비전에는 캐더린이 법정에서 지껄이고 있는 모습이 나오고 있잖소?"
"그렇지만 저번에는, 우리 사의 랜돌프 기자가 데밍 박사의 서류 사본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려드렸을 때는, 피엘 씨는 크게 당황하진 않았습니까?“
"그때는 그때고, 오늘은 오늘이야.“
하고 피엘 위원은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존과 마사의 합신이 회의실에 숨어 들어왔다. 존이 마사에게 속삭였다.
"이놈들은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어. 무슨 음모일까?"
"어떤 일을 꾸며도 우리는 뒤로 물러날 순 없어요. 꼭 해 내야 해요. 오늘 세계 재판소의 뉴스가 온 세상에 퍼져나가고 있어요. 온 세계 사람들이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온 세계에 캐더린의 동지들이 생길 거여요.“
하고 마사는 용기를 내어 대답했다.
임시 뉴스
온 세계에 뉴스가 퍼진 것은 확실했지만, 수도인 워싱턴에서 그 뉴스를 듣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그 중의 하나인 머컬리라는 사나이는, 자기 집 뜰 나무 그늘에 안락 의자를 내다놓고 기분 좋게 졸고 있었다.
머컬리는 협력당이라는 단체의 두목이다. 머컬리는 인공 두뇌 센터로부터 때때로 일을 맡아 한다. 협력당의 다른 간부들도 마찬가지다. 협력당은 노란색 차를 여러 대 가지고 있다.
인공 두뇌 센터는 협력당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게 하는 한편, 특별히 대우를 해 준다. 머컬리가 무슨 회사에 근무하지도 않고, 장사도 하는 것 없이 집에서 빈둥빈둥 놀면서도 풍족한 생활을 하는 것은 바로 인공 두뇌 센터의 덕택인 것이다.
인공 두뇌 센터는 돈과 물품을 머컬리와 협력당에 인심 좋게 마구 보내 주고 있다.
바로 얼마 전에 협력당의 한 사람이 인공 두뇌 센터로부터 부탁을 받고 일을 하다가, 페스트를 퍼뜨리는 괴물 개구리한테 눈알 1개를 빼 먹혔다고 한다. 어지간히 멍청한 사나이였음에 틀림없겠다.
그 사나이가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알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 사나이가,
"페스트에 걸렸다. 페스트로 난 죽는다.“
하고 아침부터 밤중까지 고함을 지르고 있는, 정신이상자로 되어 버렸기 때문에 물어 볼 수도 없었으니까.
눈알을 개구리에게 파 먹힌 이 멍청이의 친구 몇 사람은, 요즈음 인공두뇌 센터에서 일을 맡아 가지고, 노란색 차로 분주히 돌아다니고 있었던 모양이다.
머컬리는 두목이기 때문에 조용히 버티고 앉아서, 다른 사람들이 어떤 일을 즐거이 잘 해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일일이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인공 두뇌 센터야말로 그저 그만이지. 그러니까 거기서 맡은 일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 고, 제각기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주면 좋은 거야)
라는 것이 머컬리 두목의 생각이다.
이런 방식에 의해서, 인공 두뇌 센터는 고마운 데니깐 언제든지 협력하겠다고 하는 단체가 곧 협력당이다.
머컬리가 뜰의 나무 그늘에서 졸고 있는데, 단원 한 사람이 찾아왔다. 언제나 뚱뚱한 배를 쑥 내밀고 다니는 은행가이다.
"머컬리씨, 뉴스를 들었소?"
"뉴스? 무슨 뉴스지. 나는 신문이나 뉴스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말요.“
"캐더린 데밍인가 하는 괴상한 여자가 인공 두뇌 센터를 상대로 세계 재판소에 고소를 한 모양이오.“
"당치도 않은 짓들이야. 인공 두뇌 센터 덕택으로 국민 모두가 편하게 잘 살고 있잖아! 고마운 줄도 모르고, 정의도 모르는 인간이 세상에는 있는 거로군. 괘씸한 것!"
이 끝의 말소리는 머컬리의 항상 쓰는 입버릇으로 되어 있다. 머컬리는 다시 덧붙였다.
"그 여자는 아마 미친 사람이겠지. 어처구니가 없군.“
"그런데 머컬리씨, 식료품 시장에서는 그 재판 얘기로 소동이 일어날 것 같소. 만약 인공 두뇌 센터가 재판을 받게 되는 날에는 정부가 난처하게 되고, 국민들의 생활도 흔들리게 될 테니까, 식료품만은 사 놓지 않을 수 없다고, 시장에 사람들이 밀어닥치는 모양이오. 나도 인공 두뇌 센터의 경제 위원에게 연락을 하려고 했는데, 전화가 통하지를 않아요. 언제 걸어도 통화중이야."
"괘씸한 것들. 정의라는 걸 모르는 인간이 세상에는 있지. 좋아, 그럼 내가 시장 쪽과 인공 두뇌 센터에 나가서 사정을 살펴보고 와야겠어."
하면서 머컬리는 자기의 노란 차로 집을 나갔다.
거리는 몹시 붐비고 있었지만, 덮어놓고 마구 차를 몰았다.
식료품 시장은 과연 방금 들은 대로였다. 많은 사람들이 식료품을 사 모으려고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있었다. 밀고 밀리며 상품을 서로 뺏으려고 하는가 하면, 곳곳에서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못난 것들! 이런 짓들을 하고 있으면 하루 동안에 워싱턴시가 온통 싸움판이 되겠다. 아니, 나라가 뒤집힐지도 모르겠다. 좋아, 나는 정부를 도와야 해. 협력당의 당원들을 소집해야겠어.)
라고 생각하고, 머컬리는 곧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텔레비전을 켰다. 여러 곳에서 소동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의 광경이 비치고 있었다.
인공 두뇌 센터의 위원회 회의실에도 텔레비전이 켜 있었지만, 위원들은 한 사람도 없었다. 모두 식료품을 사들이려고 자기 집으로 달려가 버린 것이었다. 청소하는 아주머니 혼자 앉아서 그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데밍 박사의 집에도 텔레비전이 나오고 있었다. 캐더린은 의자에 앉아 있었고, 테이블 위에 3마리의 합신도 나란히 앉아 화면을 보고 있었다.
그 중의 1 마리가 중얼거렸다. 존이었다.
"곤란한 일이군. 이렇게까지 되다니, 이 무슨 꼴인가. 이게 세계 제일을 자랑하는 나라의 국민이란 말인가!“
뒤이어 데밍 박사의 합신이 괴로운 듯 말했다.
"안돼. 이래서는 낭패야. 점점 더 곤란해지겠는걸. 어째서들 저러지. 난 소란스러운 건 싫은데, 야단 났군.“
이때, 갑자기 임시뉴스가 발표되었다. 언더우드 재판장이 몸소 화면에 나타나서, 종이에 쓴 것을 읽었다.
"미국 정부 두뇌 센터를 고소한 캐더린 데밍 부인을 세계 재판소 부속 정신 감정소가 조사한 결과 부인이 심한 정신병에 걸려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그래서 세계 재판소는 부인의 고소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와 함께 캐더린 데밍 부인은 앞으로도 세상인심을 혼란시킬 발언을 할 우려가 있으므로, 병원에 입원시키고 감시를 받게 될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순간 캐더린은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마사의 합신이 우는 소리를 질렀다.
"지독해. 지독한 속임수야. 너무하지 뭐야, 가엾은 캐더린!“
캐더린의 죽음
캐더린은 정신병자로 점 찍혀서 재판소로부터 쫓겨나고 말았다. 더욱이 정신 병원에 끌려가서, 나오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가엾은 캐더린 !
마사가 존에게 말했다.
"인공 두뇌 센터의 위원들은 이렇게 되기를 원하고 있은 것이 아닐까요? 센터를 적으로 몰거나 하면 국민들이 큰 소동을 일으킬 것이니까, 캐더린이 정신병 환자라는 음모를 꾸며 사건을 가라앉히려는 거여요. 처음부터 그렇게 하려고 계획한 것 같아요.“
"그런 것이 틀림없어. 그러나 나는 넘어가지 않는다!“
"어떡할 작정이셔요?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요?"
"음, 우리들이 재판소에 고소를 하는 거요. 하지만 데밍 박사도, 당신이나 나도, 죽은 사람의 산 뇌이기 때문에 몸을 갖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오. 그렇다고 합신이 소장을 내러 갈 수도 없지 않소? 페스트의 괴물 개구리로서는 단박에 맞아죽고 말 테니 말이요. 그래서 나는 우리들의 몸뚱이를 만들려는 거요."
"그럴 수 있어요? 그건 불가능한 일이어요.“
"될 수 있어. 합신을 만든 내 연구실에서, 볼품 있는 두 다리를 가진 것을 만들겠어. 견본은 사람이오. 이번에는 괴물로는 만들지 않을 거요. 우리는 합신의 눈으로 잘 만들어졌는지 아닌지를 보고서 조사할 수 있으니까 낙망 말고 해 봅시다. 마사도 힘을 도와 줘야 하오.“
이윽고, 존 연구실의 큰 물통 안에서 세포가 불쑥불쑥 늘어나고 있었다. 이것이 존과 마사를 대신한 인간의 몸이 되는 것이다.
마사의 합신은 물통 옆에서 흉하고 기분 나쁜 덩어리를 보고, 외눈으로 눈물을 흘렸다. 이것이 내 몸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니 왠지 슬펐던 것이다.
지금은 괴물 개구리 모양의 빌려 가진 몸이다.
그리고 지금 만들어져 가고 있는 인간 모양의 빌려 가질 몸도, 어차피 괴물의 친구 정도로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연구실에서 사람 만들기가 시작된 지 10일쯤 지난 어느 날 밤, 데밍 박사는 집으로 돌아갔다. 캐더린이 용서를 받아, 병원에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맥이 빠진 캐더린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침대 옆 테이블 위에 합신 1 마리가 앉아 있었다. 그게 데밍 박사였다.
"마사도 존도 연구실에서 사람 만들기에 애를 쓰고 있소. 모양이 멋진 것이 만들어지기만 하면 좋겠는데...... 꽤 고생들을 하고 있소.“
"만일 그 새로 만든 사람이 세계 재판소에 인공 두뇌 센터를 고발해서, 그래도 정당한 판결을 받지 못하게 될 때는 어떡하실 작정인가요? 재판소가 정당한 재판을 해 줄까요? 제 경우를 좀 봐요. 괜히 존과 마사가 고생해서 사람을 만들어도 헛수고가 아닐까요?"
"재판소에서 안 되면, 국민과 세계 사람들에게 호소하는 거야. 그래도 안될 때는 최후 수단을 써야지. 그 최후 수단을 쓰는 경우에도 존과 마사의 몸이 만들어져 있는 편이 좋을 거요.“
"그래요? 그럼 약속해 줘요. 당신이 최후 수단을 취하게 될 때는 저도 같이 죽게 해 주신다는 것을. 전 알고 있어요. 당신의 최후 수단이란 것이 무엇인가를요. 인공 두뇌에 쓰이고 있는 산 뇌 전부가 힘을 합해, 인공 두뇌 전부를 파괴해 버리는 거죠? 인공 두뇌를 깨어 없앤다는 것은, 장치 속에서 살아 있는 뇌가 모두 다 죽는 것이겠지요.
당신은 연구소에 근무하실 때, 인공 두뇌 장치를 한번에 폭파시켜 버리는 방법을 연구하신 거죠? 하지만 그렇게 실행하기 위해서는, 인공 두뇌 장치 속에서 살고 있는 모든 뇌들의 생명을 없애는 것이니까, 그들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신 거로군요. 그렇게 해서 당신들의 산 뇌 그룹은 한꺼번에 죽어버리는 거죠.
어때요? 제 추리가 맞아들었죠. 그러면 그때 저도 같이 죽게 해 달라고 부탁드리는 거여요. 그래도 당신은 존과 마사는 죽이고 싶지 않으신가 보죠. 그래서 여러 가지로 궁리를 하고 계시나 보군요. 그건 저도 찬성이어요. 그 두 사람은 젊으니까요. 그리고 당신은 그런 실험을 성공시켜 보고 싶지 않으셔요? 죽은 과학자이면서 말이어요.“
"그렇소, 캐더린. 존과 마사가 만든 인공 육체에 두 사람의 산 뇌를 옮겨 넣는 거요. 인공 두뇌 장치를 폭파하기 전에, 존과 마사의 뇌는 인공의 몸뚱이를 가지고 살아가게 되겠지."
"하지만 누가 그 뇌를 옮겨 넣어 주는 거죠7"
"쉿, 조용히!“
하고 박사의 합신은 테이블 위에서 창 밖을 살폈다.
적외선을 느끼는 합신의 눈은 라이트를 끈 차가 5, 6 대 멀찍이 정거하고 있는 것을 알아보았다.
차에서 2, 30명의 사람이 내렸다. 이쪽을 향해 오고 있다.
데밍 박사는 곧 자기 마음을, 센터에 있는 존의 합신에게로 바꾸어 연락을 했다.
"존, 이리 와 주게. 협력당의 미치광이들이 습격해 왔어.“
1 초도 걸리지 않아서, 존은 데밍 박사 집에 새로이 배치해 놓은 합신 중 1 마리에게 옮겨 왔다. 마사도 같이 -
여기에는 100 마리의 합신이 마루 밑에 숨겨져 있었다. 존이 말했다.
"박사, 피스톨은 없는지요? 부인에게 지니게 하시지요.“
"한 자루 있어.“
"합신보다도 편리할 겁니다. 합신들도 목이나 눈알을 물어뜯지만요.“
발소리를 죽이며 사나이들이 불꺼진 어두운 집으로 다가왔다. 그 중 한 사나이가 추녀 밑에 달라붙었을 때, 열린 창으로부터 존의 합신이 그 자에게 덤벼들었다.
"아얏!“
사나이의 비명...... 사나이는 목을 잡고 땅바닥을 뒹굴었다.
존은 곧 다른 합신에게로 옮아가서, 또 한 사나이에게 덤벼들었다.
습격해 온 놈들 중의 한 놈이 집안에 로켓탄을 던졌다. 확 눈부시게 빛나는 불빛, 무섭게 퍼지는 불꽃...... 집은 순식간에 불타오르고 있다.
캐더린은 뒷문으로 도망을 쳤다. 데밍 박사와 마사의 합신이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캐더린, 헛간 뒤에 숨어요.“
하고 데밍 박사가 말했다.
협력당 무리들은 괴물 개구리들의 공격을 받고 있었다. 합신들은 어둠 속에서 그들에게 덤벼들어 눈이랑, 목이랑.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뜯었다.
집은 맹렬한 불길을 올리며 타고 있었다. 불빛에 드러난 캐더린을 한 사나이가 총을 겨누고 있었다.
"이 악녀야. 정부에 폐를 끼치는 불손한 마녀는 죽어 가랏!“
협력당의 두목 머컬리였다.
존은 깜짝 놀랐다. 재빨리 머컬리 옆에 있는 합신에게로 옮아가서, 그 자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총이 불을 뿜은 것이 한 순간 먼저였다.
머컬리는 목을 물려 쓰러져 죽어 갔다. 존은 합신을 그대로 물려놓은 채, 다른 합신에게로 옮아가서 부랴부랴 캐더린에게로 달려갔다.
그러나 캐더린은 이미 숨을 거두고 있었다. 그 옆에는 2마리의 합신이 있었다. 데밍 박사와 마사가......
협력당의 차가 1대, 서로 밀치며 올라탄 사나이들을 태우고 달아났다.
그 후, 불타고 있는 집 근처에서 사람의 모습을 가지지 않은 영혼만의 세 사람이 캐더린을 둘러싸고 목메어 울고 있었다.
데밍 박사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캐더린, 캐더린 ! 당신은 한 방도 총을 쏘지 않았구려. 피스톨을 겨누어 보지도 않고, 저놈들의 머리카락 하나도 다치지 않았는데 놈들은 당신을 죽였소. 나는 당신보다 먼저 죽은 거지만 영혼은 아직 기계 속에 갇혀서 살고 있소. 그렇지만 나도 곧 자유로운 몸이 되어 당신 곁으로 가겠소. 그때까지 기다려요."
합신 인간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다.
데밍씨 집의 불탄 자리에, 마치 불에 덴 사람처럼 흉한 얼굴과 피부, 꼬부라진 손가락을 한 2명의 인간이 서 있었다.
존의 연구실에서 만들어진 인간이었다. 존과 마사는 정성을 다해 만든 것이지만, 역시 험상궂은 괴물로밖에 되지 않았던 것이다.
마사는 슬퍼하고 있었다.
"우리들은 아무래도 이런 괴물을 세계 재판소에 보낼 수 없겠어요."
"무슨 말이오? 이런 편이 저승에서 온 대표다워서 좋을 거요.“
"합신 존과, 합신 마사로서 말이죠."
그러나 조종하기는 비교적 쉬웠다.
존은 합신 인간을 데밍씨 집의 불탄 자리에 남아있는 헛간 방에 숨겨 두었다. 인공 두뇌 센터에 숨겨 두었다가는, 남의 눈에 뜨일 우려가 있는 것이었다.
존과 마사는 두 사람의 합신 인간에게 헛간 방에 있는 데밍 박사와 캐더린의 헌 옷을 입혀 거리를 거닐게 했다.
합신 인간의 코는 냄새를 맡지 못했지만, 그래도 허파는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뱉고 해서 진짜 사람과 꼭 같아 보였다. 얼굴과 손발도 조금씩 고치고 화장을 시키니까 훨씬 나아졌다.
존은 학교 시절의 친구와 거리에서 만났는데 이젠 그들이 합신 존에게 여어 ! 하고 인사할 정도로까지 되어 있었다. 그래도 몇 번 실패를 거듭한 나머지, 지금은 존도 마사도 합신 인간을 거리에 나다니게 하는 데 익숙해졌다.
놀란 듯 뒤돌아보는 사람이 있을 때는,
"나, 괴로워요.“
하고 합신 마사는 합신 존에게 속삭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워싱턴 시내를 나다니며, 정부와 인공 두뇌 센터가 분주하게 연설회를 여는 것을 알았다.
헤닝거 관리 부장과 피엘 정부 위원은,
(인공 두뇌 센터가 영광스런 문명을 쌓는 데 있어, 얼마나 도움이 되고 있는가.)
라는 것을 필사적으로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공 두뇌 장치를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은, 정부와 나라에 트집을 잡고 분란을 일으키려는 역적들의 음모라고 떠들어대고 있었다.
어느 날, 피엘 정부 위원은 텔레비전 공개 방송을 하는 강연회에서 거만스럽게 말했다.
"죽은 사람이 산 뇌를 가지고 있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한 데밍 박사도, 그의 부인과 마찬가지로 틀림없는 정신병자였습니다. 만일 죽은 사람에게 산 뇌가 있다면, 이렇게 공박을 하고 있는 내 눈앞에 되살아나 보시라 이 말이오.“
이때, 합신 존이 벌떡 일어났다.
"그럼 좋다. 살인자들과 한패인 피엘 위원, 그렇다면 나를 보라. 나는 되살아난 사람이다."
하며 합신 존은 깊숙이 쓰고 있던 모자를 벗고서는, 연단으로 뚜벅뚜벅 다가갔다.
"여러분. 나는 거짓말쟁이 정부와 대통령과 인공 두뇌 센터의 위원들, 그리고 재판소에 보여 주려고 이 세상에 자태를 나타낸 산 뇌요. 자동차 사고로 꾸며대어 나의 아내와 함께 살해된 생화학자 존이오.“
그러자 연단에서 낭패를 당한 피엘 정부 위원이 고함을 내질렀다.
"경찰을 불러라! 경찰을 불러야 해. 저 괴물을 죽여야 한다!“
경찰들이 떼지어 달려왔다. 합신 존에게 곤봉을 휘두르며 치고, 발길로 마구 짓밟았다. 그러나 쓰러질 때까지 합신 존은 국민에게 진실을 호소하는 외침을 멈추지 않았다.
이젠 끝났다
제이슨 박사는 자기 집에서 그 광경을 텔레비전으로 보고 있었다. 강연회의 광경이 엉뚱하게도 실황 방송으로 되어 버린 것이었다.
"저 사나이는 존이 아니다. 얼굴이나 목소리나 몸매도 달라. 하지만 누구이건 간에 저렇게 맞아서는 살지 못하겠는걸."
제이슨 박사가 이렇게 중얼거렸을 때,
"아니오. 저 사람은 틀림없는 존이오. 죽지도 않습니다. 그의 몸은 먼데서 조종을 받아 움직이고 있는, 만들어진 몸뚱이입니다. 살아 있는 건 그것을 먼데서 움직이게 하는 뇌입니다. 뇌만은 확실히 살아 있습니다. 인공 두뇌 속에서요.“
라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자네는 누군가?“
제이슨은 벌떡 일어나서 방안을 둘러보았다.
"데밍입니다."
방 한복판에 한 마리의 합신이 있었다.
"그랬던가! 협력당 무리들이 괴물 개구리에게 물려 죽었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나는 얼른 알아차렸어야 했어. 나를 죽이고 싶거든 죽여라. 버둥대지는 않겠다.“
"죽이러 온 것은 아니오. 제이슨 박사. 나는 당신에게 청할 일이 있어서 온 거요.“
"적에게도 청할 일이 있는가?“
"분명히 적이기는 했소만. 과학자라는 점에서는 편이었지요. 그 증거로서. 당신은 인공 두뇌를 완전히 없애버릴 수 있는 파괴 장치를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나에게 주었으니까요. 제가 그것을 인공 두뇌 에 비밀히 끼워놓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하고 제이슨이 말했다.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것도 자네를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건 아니었어, 나 자신을 위해서였지. 머지않아 나도 죽으면 나의 뇌도 인공 두뇌로 쓰일 것이다. 그리하여 만일 거기서 견디기 괴로울 때는 자네의 파괴 장치를 사용해서 나의 두뇌든 남의 두뇌든 모조리 파괴해 버리려 한 거야. 나는 센터에 뇌를 주겠다고 한 계약을 정부측 위원들처럼 해약을 하진 않았으니까 말야. 그러니 나의 뇌를 위해, 그만한 준비는 해 두지 않을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자네의 비밀 공작을 모른 척해 버렸을 뿐이야.
그리고 또 나는 말야. 자네가 그 파괴 장치를 함부로 사용하지는 않을 것도 짐작하고 있었네. 존과 마사의 뇌는 인공 두뇌로 조립되어 있으니까. 자네도 자네 손으로 그 뇌를 죽이는 데 그리 간단히는 결심이 안 설 테지. 그건 그렇고 자네의 청이란 뭔가?“
"청이란 다름이 아닙니다. 저는 당신에 마사의 뇌를 인공 두뇌 장치 속에서 빼내 그걸 인공 신체에 옮겨넣어 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습니다. 당신은 나를 죽였습니다. 그 대신 존과 마사 두 사람을 다시 한 번 살려 주는 일을 시험해 보아 주셔도 좋으리라 생각하는데요."
"그것 재미있는 일이야. 그런 시도는 크게 환영해. 어디 내가 책임지지. 그러려면 존의 인공 신체가 과히 상하기 전에 이리로 불러와야 하지 않나. 마사의 인공 신체도 저 강연회장에 있겠지?“
하고 제이슨 박사는 옆방에 가서 전화 마이크를 집어들었다.
"워싱턴 경찰 기동대장에게. 나는 인공 두뇌 센터 위원회 의장 제이슨이오. 공회당에서 붙들은 사나이를 곧 놓아주기 바라오. 근처에 마사라는, 그 사나이의 아내도 있을 거요. 이 두 사람에게 무례한 짓을 해서는 안됩니다.. 절대로 안돼요.“
합신 존은 합신 마사에 부축되어 비틀거리며 연설회장을 나갔다.
존은 경찰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비위를 맞추며 차로 집에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것을 거절했다.
존의 몸에는 권총 탄환이 5발이나 박혀 있는데도, 갑자기 시장기를 느꼈다. 만일 인공 신체가 아니었더라면 존은 벌써 죽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서로 부축하며 돌아갔다. 존과 마사는 남편과 아내로서, 서로 돕고 서로 도움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개구리 합신이라면, 그 자리에 몸을 내버리고 인공 두뇌로부터 조작을 중단해 버리면 그만일 것이었다. 그러나 존과 마사는 기분 나쁜 얼굴과 이상스런 몸짓이기는 해도, 그것이 정말 자기의 몸이요, 진짜 살아 있는 듯한 기분이었으므로 그러지 못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정녕 좋은 것이었다.
두 사람은 공원에서 쉬기도 하고, 강가에서 얼굴과 손을 씻기도 하며. 사이좋게 가짜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중에 두 사람은 그 잘 만들어지지 못한 얼굴 속에 한쪽에는 존의 지혜와 용기가, 그리고 또 한쪽에는 마사의 상냥함과 갸륵한 마음씨가 스며 나오고 있는 듯,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두 사람은 머리 속 먼 곳에서,
"존, 마사, 돌아 오라. 인공 두뇌센터로 돌아 오라. 인공 신체를 가지고 와야 해. 빨리 빨리!“
하고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그것은 데밍 박사의 목소리 같기도 하고 제이슨 박사의 목소리 같기도 했다.
제이슨 박사는 인공 두뇌 센터의 정비된 수술실에서, 존과 마사의 인공 신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뇌외과 의사도 세 사람 불러 놓았다. 그리고 데밍 박사의 합신도 거기 있었다.
제이슨 박사는 여태까지 아무도 하지 못한 실험을 해 본다는 즐거움을 마음속에 씹으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인공 신체가 돌아오면 인공 두뇌로부터 존과 마사의 뇌를 꺼내어. 인공 신체에 넣는 거다. 그리하여 새 인간을 두 사람 만들어 이 건물에서 내보내 주는 거다. )
라고 생각하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다시 한 번 신혼 여행을 하는 것도 좋겠지. 둘이 차를 달려, 그때 그 산길을 다시 오를지도 모르겠군.“
그러나 두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합신 존과 합신 마사는 시내 변두리에 있는 언덕 위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저녁 어둠이 짙어 오는 속에서 말없이 손을 맞잡고 있었다.
인공 두뇌 센터에 위원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오늘 공회당 연설회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임시회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또, 불순한 말을 외친 사나이를 경찰이 체포토록 했는데. 제이슨 학사가 일부러 전화를 걸어 놓아 보내라고 명령한 까닭을 밝히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피엘 정부 위원이 제이슨 박사에 대해서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헤닝거 관리 부장은 협력당의 무리들을 비서라고 하면서 센터 안에다 배치했다. 사복 경찰관도 데리고 왔다.
"제이슨 박사. 회의실에 나와 주시오. 위원회에 출석해 주시오.“
스피커가 건물 안 곳곳에서 제이슨 박사를 부르고 있었다.
제이슨 박사는 찬 웃음을 띠며 말했다.
"의장은 나야, 그렇지 데밍군. 하지만 모임이 좋지 않군. 하는 수 없지. 존과 마사 두 사람은 이리로 돌아올 것 같지 않네. 돌아오지 않으면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야. 각오는 다 되어 있으니까, 이젠 내가 나 자신을 처리할 수밖에 없네. 내 목숨을 위원들 마음대로 처리하게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순간 피스톨의 둔탁한 소리가. 제이슨 박사의 하얀 옷 호주머니 속에서 울렸다.
제이슨 박사는 쓰러지는 몸을 가까스로 두 팔로 마루바닥에 받친다.
"데밍군, 자네도 자네 계획대로 하게. 나는 명령하는 걸 좋아하니까, 이렇게 말하는 걸 양해해 주겠지.“
이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마루에 있는 합신도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데밍 박사의 영혼이 합신에서 떠났기 때문이다. 그 영혼은 인공 두뇌 속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1분 후. 굉장한 폭음과 함께 90층의 인공 두뇌 센터가 날아올랐다. 불길이 하늘을 찌르며 퍼졌다.
그것을 언덕 위에서 존과 마사는 바라보고 있었다.
"이젠 끝났군.“
존의 말에,
"끝났어요.“
하고 마사는 속삭이듯 노래하듯 말하고는, 가늘게 몸을 떨었다.
그리고는 존에게 머리를 기대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웃음은 입술에서 차츰 사라져 갔지만 그래도 가늘게 미소가 남아 있었다.
존도 눈을 감았다. 머리를 아래로 푹 떨어뜨리며 마사의 금발 속에 얼굴을 묻었다.
이 두 사람의 목숨도 역시 산산조각이 된 인공 두뇌 속에 있었던 것이다.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았다.
인공 두뇌 센터는 흔적도 없이 무너져 버리고 워싱턴 시민들은 당황하여 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시민의 몇 사람이 언덕을 올라갔다. 그들은 손을 맞잡고 잠들어 있는 듯한 두 남녀를 발견했다.
젊은 두 사람은 이미 합신이 아니었다. 살아 있을 때의 존과, 살아 있을 때의 마사의 얼굴로 변해 있었다.
두 사람의 영혼은. 이젠 편안하고 깨지 않는 꿈속을 손잡고 가고 있었던 것이다.
< 끝 >
작품 해설
인공 두뇌 과학에 대하여
이 이야기는 미국의 SF작가 레이먼드․ F․ 존스가 1950년에 발표한 작품으로서, 본 제목을 「사이버네틱 브레인즈」라고 했습니다.
브레인즈란 뇌라는 뜻이고, 사이버네틱이란 인공 두뇌 과학이라는 말인데, 이 말의 본뜻은 키를 잡는다는데서 온 말입니다 배를 정해진 진로로 향해 가게 하는 키잡이의 뜻입니다.
요즘에는 사람을 대신해서 기계가 혼자 정해진 일을 척척 해 내고 있고, 그런 조짐이 이미 상식처럼 알려져 있습니다. 제약회사의 예를 들면, 기계가 약을 병에 담아서는 병마개를 하고, 레테르를 붙여서 상자에 넣어 짐짝을 만드는 장소에 보내줍니다.
이러한 것을 오토메이션이라고 하지만, 이런 장치를 옛날 사람이 본다면 기계 속에 사람이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이 기계에는 생각하는 머리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사실 뇌가 들어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요.
진짜 뇌가 아닌, 기계와 전자관이 뇌를 대신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토메이션의 특징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런 오토메이션의 키를 잡고, 신경과 같이 궁리하며 모든 사람에게 쓰일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사이버네틱이라고 합니다.
인간의 뇌를 대신하는 것으로서 그 대표적인 것에 전자 계산기라는 것이 있어서, 사람을 위해 활약하고 있습니다. 전자 계산기를 응용한 것에 전자 번역기라는 것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시험삼아 러시아 말을 영어로 번역을 시켜 보았습니다. 그 번역기는 단어를 6천개쯤 기억하고 있어서, 대체로 대학생 정도의 힘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전자 계산기가 대단히 발달해서, 그 기계의 대답에 따라 나라의 시정 방침을 정해 나가게 된다면 어떨까?
그런 나라의 일을 쓴 것이 이 이야기입니다.
사람의 살아 있는 뇌는 이야기 속에 나오는 인공 두뇌 속에서 사이버네틱-즉 키잡이의 소임을 해 냅니다. 그러나 너무 사람이 기계에 의지하게 되었을 때 일어나는 비극-권력이 그릇된 방향으로 움직여 인간의 영혼을 짓밟게 될 때, 살아 있는 뇌는 사이버네틱으로서 그 방향을 바로잡아 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은 만들어진 얘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이와 비슷한 일은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가령 국가나 정부도 겉으로만 좋은 일로 보이는 일이나, 일시적인 이익, 이웃 나라와의 술책들 때문에 그릇된 방향으로 나가는 일이 이 날까지에 없지 않았고, 앞으로도 없으리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럴 때, 우리들 국민의 책임으로 '살아 있는 뇌의 모임'을 만들어 바르게 키를 고쳐 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존스의 작품에는 「지구의 마지막 날」, 「우주에서 온 소련」, 「우주 수폭전」 등 많은 소설이 있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크게 활약해 나갈 작가의 한 사람입니다.
책명 합성 뇌의 반란
SF 세계 명작 12
인 쇄 1975년 10월 5일
발 행 1975년 10월 10일
역 자 이 인 석
제 판 명립 정판사
오프셋 장원 정판사
인 쇄 일신사
제 본 양지실업(주)
발행인 박 훈
발행처 아이디어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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