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jingli 블로그홈 | 로그인
강려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블로그

나의카테고리 :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우주 대작전-제임스 블리쉬 JAMES BLISH-박 홍근 역
2021년 09월 22일 17시 21분  조회:463  추천:0  작성자: 강려
 우주 대작전
STAR TREK
 
제임스 블리쉬 JAMES BLISH
박 홍근 역
 
제임스 블리쉬
1921년 미국 태생. 우주 도시 시리즈를 위시하여 많은 SF를 썼는데 특징은 과학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편집위원
아동문학가 이 원수․박 홍근/ 문학박사 최 인학
공학박사 양 옥룡/ 이학박사 김 희규
전 교육감 김 성묵
 
 
 
책머리에
 
이 「우주 대작전」은 미국 NBC 텔레비전 회사에서 제작한 스타 트렉이라는 SF 시리즈 프로그램을 토대로 하여 소설화한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원래 일곱 개의 단편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어린 독자들을 위하여 여섯 개의 단편으로 고쳐 쓴 것입니다.
이 소설은 대우주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지구인과 우주인과의 관계를 인간애를 중심으로 엮은 것입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지구에서는 물론, 대우주 세계에서도 역시 변함이 없습니다.
서로 돕고 사랑하는 사회는 어떤 역경에도 이겨낼 수 있지만 자만과 독선으로 자기 자신만을 위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마저 망쳐 버리는 결과가 되고 맙니다.
엔터프라이즈 호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인간 관계는 현재 지구상의 각종 사회 문제의 거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 소설에서 단지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읽어 넘길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생생한 인간 관계를 살펴보고 우리들의 사회 생활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차 례>
 
기묘한 방문객·················· 6
찰리의 첫사랑·················· 16
세이스스 성인·················· 32
암흑 행성의 주민················ 44
시체 해부···················· 52
제2의 희생자·················· 54
그 정체는?··················· 57
결 말······················ 65
여섯 명의 변사체················ 66
미친 승무원··················· 68
엔터프라이즈 호의 위기············· 78
수수께끼는 해결················· 84
로뮬르스 성인의 공격·············· 87
시각 차단 스크린················ 91
무서운 신병기·················· 97
스팍과 비슷하다················ 100
전 우주의 평화를 위하여············ 106
부산한 결혼식················· 109
전쟁은 끝났다················· 110
흉악범이 잠입하다··············· 116
식민지의 주민················· 123
애덤스 박사의 실험··············· 125
암시에 걸린 선장················ 129
기묘한 최후·················· 141
뱀주인자리 70번 별·············· 143
조사대 상륙·················· 145
소녀 밀리··················· 148
피부에 푸른 점이················ 156
생명 연장 계획················· 159
없어진 통신기················· 167
조사대 위태롭다················ 171
희생이 된 맥코이················ 177
안녕 밀리··················· 181
 
대영 박물관의 도적
 
이상한 손님·················· 185
행동 개시··················· 189
아직 시간은 있다················ 195
 
작품 해설··················· 203
 
 
등장인물
 
커크 선장 : 400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있는 우주 조사선 엔터프라이즈 호의 선장으로 승무원의 신뢰를 받고 있으며 암흑의 우주에서 20년간 활약을 해온 용감한 사람
스팍 항해사 : 지구인과 발칸 성인 사이에 태어난 혼혈 우주인. 생김은 지구인과 비슷하지만 감정의 표현은 전혀 다름.
맥코이 박사 : 우주선 의무실 수석 의사. 여러 가지 우주병에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치료하는 용기 있는 의사로서 커크 선장의 중요한 조언자.
자니스 랜드 : 제니라는 애칭을 가진 브리지 사관. 커크 선장을 마음속으로 좋아한다.
우라 통신사 : 아프리카의 반스 족 출신의 여성 승무원으로 냉정하고 침착한 성격을 갖고 있다.
스콧 기관장 : 직무에 충실하고 민첩하기 때문에 커크 선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 유능한 우주 비행사.
헬렌 노엘 : 맥코이 박사의 조수로서 범죄자 식민지에서 커크 선장을 도와 위기에서 벗어나게 한 여성 의학박사.
밀리 : 생명 연장 계획에 의해 300년만에 어른이 됐지만 곧 죽게 될 비극적인 행성의 소녀
 
 
기묘한 방문객
 
400명의 승무원을 태운 제 1급 우주선 엔터프라이즈 호의 선장 제임스 커크는 우주에서 20년 이상 활약을 해 온 노련하고 용감한 사람이었다.
그 커크도 이번만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이렇게까지 성가시게 구는 놈은 정말 처음인걸."
이 명 선장을 골치 아프게 만드는 녀석은 겨우 17세 밖에 안 된 소년이었다. 찰스 에번스라고 하는 부모의 탐험선이 세이스스라는 행성에 불시착했을 때 홀로 살아 남았던 소년이었다. 그로부터 14년 동안 귀양살이처럼 내버려져 있었는데 측량선 안타레스 호에 우연히 구출되었던 것이었다.
안타레스 호는 작은 우주선이기 때문에 10배나 큰 엔터프라이즈 호에 옮기게 되었던 것이었다. 찰리(찰스 에번스의 애칭) 소년은 낡은 옷을 입고 소지품을 모조리 넣은 낡은 가방을 안고 왔던 것이었다.
찰리 소년을 데리고 온 안타레스 호의 사관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마음이 착한 소년입니다."
라든지,
"머리도 좋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라든지,
"혼자서 안타레스 호를 날게 할 수도 있을만한 실력이 있습니다."
라는 등등의 칭찬만 잔뜩 늘어놓았는데, 칭찬할 대로 칭찬을 하고 나더니 브랜디 한 병 내놓으라고 조르지도 않고 급히 떠나가 버렸다. 커크 선장은 이것이 우선 마음에 꺼림칙했다.
찰리 소년이 쉴새 없이 눈을 두리번거리며 불안해하는 것은 오랫동안 혼자 외롭게 살아온 것을 생각하면 조금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또 여성 승무원인 자니스 랜드가 거주 구역으로 데리고 가려 할 때,
"이게 여자애입니까?"
하고 큰 소리로 선장에게 물은 것도 깜짝 놀랄 일은 아니었다.
다음 날 의사인 레트 맥코이 박사가 찰리 소년의 신체 검사를 한 보고에 의하면 어리나 상처도 없고 건강하며 영양 상태도 무척 좋았다.
이것이 또한 커크 선장에게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 이상해. 세 살 때부터 그 별에서 혼자 고생해왔을 게 아닌가? 본인은 뭐라고 하지? 맥코이."
"불시착할 때 부모는 돌아가셨고......, 영어는 난파선의 기억 뱅크와 이야기를 하여 알게 되었으며, 먹는 것은 난파선의 저장 식량도 있었고, 또 근처에도 먹을 것이 좀 있었다고 하더군요. 아무의 도움도 없이 살아온 모양입니다."
"으음."
"우주선의 규칙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걸 보면 안타레스 호에서 몇 번이나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번에는 잘해 보려는 모양입니다. '뭘, 너무 조급하게 할 필요는 없어. 언제나 상대를 주의하여 보고 그래도 모를 때에는 웃는 얼굴로 얌전히 묻는 것이 좋아'라고 말해 주었더니 자기는 꽤 성질이 급하다고 하더군요.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여서 '신체 검사가 끝났어'라는 뜻에서 엉덩이를 툭 치자 대들려고 했어요. 이해시키는데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맥코이의 이야기는 커크 선장만이 아니라 그때 브리지(우주선 조타 사령실)에 있던 발칸이라는 별나라 사람인 일등 항해사 스팍과 당직인 여성 승무원 제니(자니스 랜드의 애칭)도 듣고 있었다.
"지구의 역사며 전설은 나도 좀 읽은 일이 있는데 어린아이가 황야에서 혼자 살아온 이야기는 많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일등 항해사 스팍이 말했다.
"그런데 언제나 어린아이를 보살펴주는 이리가 있게 되어 있어요."
제니가 말했다.
"그럼, 저 애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리의 역할을 한 것은 세이스스별의 주민일까요? 스팍 씨."
"글쎄, 모르겠어."
맥코이가 말했다.
"하여튼 찰리가 세이스스에는 사람 같은 건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어."
"세이스스에는 사람 같은 고등생물이 없다고 해. 그런데 조사대는 세이스스별에서 굉장히 진보된 인공물을 발견하기도 하고, 이 우주선의 라이브러리 테이프(책 대신 테이프를 저장해 둔 도서관. 현재의 컴퓨터보다 더 소형임)로 조사해 보았는데 식용이 될만한 식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더군."
네 사람 모두 말이 없었다.
찰리 소년은 왜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커크 선장이 말했다.
"어쨌든 우리로서는 그 아이를 다음에 잠시 머물러 보급을 받을 제 5 식민성으로 보낸다. 이 선내에 있는 동안은 선내에서 하는 일을 분담시켜 일과를 지키게 하자. 보내진 다음에는 경험이 풍부한 교육 전문가가 맡아 주겠지. 미스 제니, 어떻게 생각하지?"
"글쎄요......?"
제니는 좀 망설이고 나더니 말했다.
"이런 것은 말하지 않아도 좋겠지만 그 애가 어제 내 뒤를 쫓아와서 복도에서 향수병을 주었어요. 우주선의 창고에는 없는 것이었어요."
"허어."
맥코이 의사가 눈을 크게 떴다.
"대체 어디서 얻었느냐고 물으려 하는데 갑자기 저의 엉덩이를 툭 치지 않겠어요. 좋아한다는 표현이라나요."
와아 하고 웃음소리가 일어났다. 커크 선장이 조용히 하라고 손을 들고 물었다.
"제니, 다른 것은?"
"별로....... 그 애는 트럼프 게임을 잘 해요. 카드를 다루는 솜씨가 굉장했어요. 제가 오락실에 있는데 그 애가 들어왔어요. 마침 우라 통신사가 '사랑스러운 찰리'라는 노래를 불렀지요. 놀려 주는 줄로 알고 부루퉁하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선 저의 옆에 앉아서 게임을 구경하고 있었어요. 그러는 동안에 저만 자꾸 이기게 했어요. 맹세해도 좋아요. 카드에 손도 대지 않고 그랬어요. 깜짝 놀라자, 척 손을 내밀고 어이없을 만큼 멋지게 요술을 해 보였어요."
"안타레스 호의 승무원에게서 배웠겠지."
커크 선장이 말하자 맥코이 의사가 덧붙였다.
"엉덩이를 두들기는 것은 내가 가르쳐 준 것 같애."
"이건 골칫거리인데....... 어쨌든 찰리와는 잘 지내도록 조심하지 않으면 야단나겠는걸......."
 
안타레스 호 폭발
 
커크 선장이 거주 구역의 선실에 들어가자 찰리 소년은 벌떡 일어섰다. 손가락, 팔꿈치, 무릎 등 관절(뼈마디)이라는 모든 관절은 반대 방향으로 팽팽하게 뒤로 젖혀진 것 같았다.
"나는 아무 것도 나쁜 짓을 하지 않았어요!"
커크 선장은 상냥하게 말했다.
"좋아 좋아, 찰리. 좀 들여다봤을 뿐이야. 어떻게 지내고 있나 해서 말야."
"난 잘 알고 있어요. 나는...... 저 물어 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으응, 뭐지? 뭐든지 물어 봐."
"예, 저어 나 복도에서 미스 제니의 엉덩이를 툭 쳤어요. 그러자 그 여자는 싫어했어요. ‘왜 싫어하는지 선장이 설명해 줄 거야'라고 하던데요. 왜 싫어하지요?"
"아, 그건 말야."
커크 선장은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미스 제니는 여자니까. 여자를 상대할 때에는 해서 좋은 일과 하지 않아야 하는 일이 남자와 달라지는 거야. 이번 경우는, 어떻게 라도 여자를 쳐선 안 되는데 쳤기 때문이야."
"그런 겁니까?"
"그런 거야. 그런데 찰리, 나는 너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려고 생각하여 그에 대한 일과표를 만들었어."
"감사합니다. 선장님, 나를 좋아하나요?"
솔직한 질문이었다. 커크 선장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직 몰라. 사람을 좋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우선 잘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겠지. 사람이란 그렇게 쉽게 좋아지거나 싫어지거나 하는 것이 아니란다. 알겠니?"
"예."
그때 선내 통화기에서 우라 통신사의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왔다.
"커크 선장님!"
선장은 찰리 소년에게 말했다.
"좀 실례하겠어, 찰리."
그리고 나서 선내 통화기로 향했다.
"여기는 커크. 말하라."
"안타레스 호의 라마트 선장이 채널 D에 나와 계십니다. 선장님께 직접 말하고 싶답니다."
"알았어. 곧 브리지에 가겠다."
커크가 스위치를 끊자 동시에 찰리 소년이 말했다.
"나도 같이 가도 좋습니까?"
"응, 이건 우주선의 일이니까, 허용되지 않는 일이야. 알겠니?"
"난, 누구에게도 괴로움은 끼치지 않겠습니다. 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찰리 소년은 사람을 잘 따랐다. 오랫동안 홀로 살아 왔기 때문에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알고 커크 선장은 측은하게 생각했다.
"응, 좋아. 그러나 브리지에 오는 것은 내가 허락했을 때 만이다. 알았지?"
"예."
찰리 소년은 강아지처럼 커크 선장의 뒤를 따라 선실을 나왔다.
브리지에서는 우라 통신사가 반스 족(아프리카에 사는 흑색 인종의 부족. 곱슬곱슬한 머리칼, 넓은 코, 말려 올라간 두터운 입술을 가졌다.) 특유의 특징을 가진 얼굴에, 부족의 용사와 같은 늠름한 표정을 하고 마이크로폰을 향해 말하고 있었다.
"좀 더 전압을 높여 주십시오. 안타레스 호, 그쪽 전파가 약한 것 같습니다."
"이것이 최대 출력입니다."
잡음에 섞이어 라마트 선장의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제 곧 커크 선장님과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대로 좋아."
커크 선장은 마이크로폰을 손에 들고 말했다.
"여기는 커크, 라마트 선장!"
"아아, 됐어! 전파의 유효 한계가 다 되어 가고 있어요. 빨리 경고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소리는 도중에서 뚝 끊어졌다. 스피커에서는 성운의 공전(별들의 집단에서 공간으로 파생되는 전파)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통신사, 다시 한 번 물어 봐 주게."
"예."
우라 통신사는 허둥대며 말했다.
"선장님, 이젠 송신은 하지 않는 모양인데요."
"그래? 채널 D는 수신 상태 그대로 두게."
"예."
커크 선장의 뒤에서 찰리 소년이 조용히 말했다.
"그건 낡은 우주선이었어요. 그다지 특징이 있는 구조의 우주선은 아니었어요."
"…………."
커크 선장은 흘끔 찰리 소년을 보고, 그리고 스팍 일등 항해사 쪽으로 돌아섰다.
"스팍, 탐지 장치로 안타레스 호를 확인해 주게."
"이미 해 봤습니다. 그러나 흐려져 있습니다. 멀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하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음……."
커크 선장은 찰리 소년을 뒤돌아보았다.
"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만 해?"
찰리 소년은 생각지도 않는 물음에 당황한 모양이었다.
"모르겠습니다."
탐지 장치를 다루면서 스팍이 말했다.
"희미해진 구역이 점점 넓어져 갑니다. 가장자리를 따라 여기저기 점이 있습니다. 아마 파편일 겁니다."
"음, 그러니까 안타레스 호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거지?"
"커크 선장님, 이 파편이 안타레스 호입니다."
스팍의 소리는 조용했다.
"달리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확실히 그 우주선은 폭발을 했습니다."
커크 선장은 스팍의 보고를 듣는 동안 계속 찰리 소년의 눈을 곧바로 지켜보고 있었다.
찰리 소년은 말했다.
"가엾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북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으나 그뿐이었다.
"그러나, 그 우주선의 사람들은 죽어도 조금도 불쌍하지 않아요. 별로 친절하지 않은 사람들이었으니까요. 그 사람들은 나를 조금도 좋아해 주지 않았어요. 정말 그랬어요."
누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커크 선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는데, 한참 후에야 겨우 힘을 빼고 말했다.
"찰리, 너는 우선 인간답지 못한 차디찬 마음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자기 중심적이라고 할까? 제멋대로 라고 할까? 좋지 않은 성격이다. 나쁜 성질을 고치지 않고서는 너는 짐승 밖에는 되지 않는다."
라고 말하고 커크 선장은 입을 다물었다.
찰리 소년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찰리의 첫사랑
 
커크는 선장실의 의자에 앉은 채 얼굴을 들고 제니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애를 어떻게 했다고? 엉덩이를 두들겨 주었다고 지나친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닙니다. 그 애는 말은 잘 하지 못했으나 나를 잡고 좋아한다고 했어요."
"과연 그 녀석은 17살의 사내이며, 제니는 아름다운 여성이니까 말야."
"선장님! 진지하게 생각해 주십시오. 그 애는 처음 여자를 만나 흥분하고 있었습니다. 그 애에게는 도대체 딱 잘라 거절할 수가 없잖아요. 뺨이라도 때려주고 싶지만 그 때문에 시끄러운 문제라도 일어나게 되면 어떻게 하죠?"
"그거 곤란한데....... 어쨌든 그 애를 만나 보자."
"부탁합니다."
제니는 나갔다.
커크 선장은 부저를 울려 찰리를 불렀다. 찰리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곧 왔다.
"들어와 찰리. 거기 앉아라."
소년은 선장의 책상 건너 쪽 의자에 마치 덫 위에 앉는 것처럼 조심조심 앉았다. 그리고 나서 커크 선장이 말하기 전에 말을 꺼냈다.
"미스 제니, 그 여자 때문이죠?"
"응, 물론. 그러나 무엇보다도 너 자신의 일이다. 너는 배워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그래요. 하여튼 나는 무엇을 하거나 모두 틀려 있습니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방해가 되고 있습니다. 맥코이 의사님은 규칙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나는 내가 무엇인지, 무엇이 되면 좋은지, 도대체 누구인지조차도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다가 왜 미스 제니의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응, 인간은 그렇게 하여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는데, 뭐 너 뿐만이 아니야. 사람이라면 모두 그렇단다. 피할 수도 없고 속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벌써 제 정신이 아닙니다. 미스 제니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넘겨주려 합니다. 미스 로튼입니다. 그러나 그 분은 여자는 여자지만 이미 처녀다운 모습이 나지 않는 사람입니다. 우주선에는 제니 만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나는 미스 제니가 좋습니다. 다른 여자는 아무도 좋아지지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정말 이상해요. 혹시 잘못 된 건 아닐까요?"
커크는 조용히 말했다.
"이상한 것도 없고 잘못된 것도 아니다. 그것이 바로 마음을 아프게 하는 원인이라는 것도 나는 잘 안다. 들어 봐라, 찰리. 우주에는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백만 개가 있다고 한다면 할 수 없는 것은 그 것의 억 배 이상이 된다. 미스 제니도 그 중의 하나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
"나는 그런 것이 싫습니다."
"응, 나 역시 싫어. 유쾌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참고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 그래, 너 이제부터 맨손으로 호신술을 배우도록 일과표를 만들어 놓았는데 함께 체육관으로 가서 레슬링을 하지 않겠니?"
"네."
"몇 세기 전부터 운동은 너와 같은 마음의 상처를 낫게 하며, 그를 잊어버리게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정말인지 어쩐지 시험해 보자."
 
무서운 초능력
 
찰리 소년은 정말 재주가 없었다. 맥코이 의사의 조수로서 사관인 샘 앨리스가 연습복을 입고 새 제자의 상대가 되어 주고 있었다.
"자빠지면 매트를 두들겨라! 이렇게 말야."
앨리스는 자기가 매트에 쓰러지고서는 손으로 두들기고 뒹굴고 굴러서 보기 좋게 일어섰다.
"손으로 두들겨 충격을 흡수해 버리는 거다. 자, 해봐라, 찰리!"
"난 못 해요."
커크 선장도 연습복을 입고 옆에서 격려했다.
"처음엔 누구나 못 하지만 계속 연습을 하면 된다. 해 봐, 찰리."
"예."
찰리는 볼품없이 쓰러졌는데 매트를 두들기는 것이 늦어서 쿵 소리가 났다. 커크 선장이 말했다.
"좋아, 다시 한 번 해."
쓰러지며 탕 하고 매트를 두들겼다.
"좋아, 그걸 잊지마. 다음은 어깨돌이다. 앨리스! 해 보여라."
앨리스는 매트에 몸을 던져 빙글 돌더니 곧게 일어섰다. 가볍고 능숙한 어깨돌이였다.
"찰리, 해 봐."
"난 그런 걸 하고싶지 않아요."
"이게 연습이라는 거다. 어렵지는 않아. 보아라."
커크 선장은 자기도 해 보였다.
"자, 네 차례다. 찰리."
"싫습니다. 나는 마룻바닥을 굴러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싸우는 걸 배우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우선 다치지 않고 넘어지는 법을 배우는 거야. 그런 기술을 배워두지 않으면 안 된다. 이봐 앨리스, 둘이서 해 보여주기로 하자. 던지기를 두 가지 정도 내게 걸어주게."
"좋아요."
앨리스와 커크는 맞붙었다. 상대에 비하면 체격이 작은 커크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넘어졌다가 곧 일어서는 것을 안쪽에서 몸을 들어올려 보기 좋게 넘겼다. 커크는 한 번 구르더니 벌떡 일어났다.
커크 선장은 운동을 즐겼다는 만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찰리! 어때, 재미있지."
"예."
"나하고 맞서 볼까?"
찰리 소년은 커크 선장과 맞붙어 방금 전에 앨리스가 한 방법을 흉내 내었다. 힘은 세지만 합리적으로 사용하지 않 아서 기술이 잡히지 않는다. 커크 선장은 던지기를 했다. 찰리 소년의 몸은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손대중을 한 것 같았으나 매트를 두들기는 것을 잊어버려 충격이 큰 모양이었다.
찰리 소년은 그래도 일어서서 분노의 불길이 반짝거리는 눈으로 커크 선장을 쏘아보았다.
앨리스는 깔보듯이 웃고 있었다.
"안되겠다. 더 넘어지는 연습을 계속해라. 찰리."
찰리 소년은 얼른 앨리스 쪽을 돌아서며 낮은 소리로 힘을 주어 말했다.
"웃지 말아요."
"그렇게 화를 내지마. 화를 내기 때문에 진다."
앨리스는 크게 웃어댔다. 찰리 소년은 말했다.
"웃지 말아요!"
앨리스는 두 팔을 벌리고 미안하다는 몸짓을 했으나 아직 웃음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정확히 1초가 지났을 때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전구가 터진 것 같은 펑 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앨리스의 모습은 사라지고 말았다.
커크 선장은 바로 전까지 앨리스가 있었던 자리를 어이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찰리 소년은 잠깐 동안 얼어붙은 것처럼 서 있었다. 이윽고 문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커크 선장이 말했다.
"잠깐만!"
찰리 소년은 멈춰 섰으나 뒤돌아보려 하지 않으며 말했다.
"저 사람은 나를 비웃었습니다. 남을 보고 웃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닙니다. 나는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그다지 열심히 하는 것 같이는 보이지 않았는데. 뭐 괜찮다. 그보다도 이건 어떻게 된 거야? 넌 나의 사관에게 무엇을 했어?"
"그 사람,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찰리 소년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건 대답이라고 할 수 없어."
"내가 알고 있는 건 그 것뿐입니다. 사실은 그런 것을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 사람이 시켰습니다. 나를 비웃었으니까요."
"……………."
커크 선장은 생각했다.
<만약에 제니가 이 아이를 때리면 어떻게 될까? 안타레스 호의 폭발 사건도 있었는데.......>
커크 선장은 체육관의 선내 통화기 스위치를 넣었다. 여기서 찰리는 뒤돌아보고 커크가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여기는 커크 선장이다. 지금 체육관에 있다. 보안 부원을 두 명 보내 주게. 빨리!"
찰리가 말했다.
"나를 어쩌려는 겁니까?"
"선실에 보낼 뿐이다. 넌 거기서 얌전히 있어다오."
"나의 몸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못합니다. 닿으면 그 사람들도 사라져 버리게 할 테니까요."
"보안 부원은 너에게 상처는 입히지 않아."
찰리는 말없이 있었으나, 우리 안의 맹수와 같은 눈초리를 하고 있었다.
문이 열렸다.
특수 방사선 총의 가죽 총집을 찬 보안 부원 두 명이 커크 선장 쪽을 향하여 서 있었다. 선장은 찰리에게 말했다.
"그 사람들과 함께 가야 한다. 찰리, 나중에 우리 두 사람 모두 머리를 식힌 다음에 이야기를 하자."
보안 부원은 찰리의 팔을 잡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팔을 잡으려고 했다. 그 때였다. 한 사람은 밀리어 제자리로 물리쳐지면서 비틀거리기만 했으나 또 한 사람은 돌풍에 채어가듯 날리어 벽에 부딪혔다.
부딪힌 쪽은 얼른 허리의 특수 방사선 총에 손을 댔다. 커크 선장은 외쳤다.
"안돼! 쏘지마!"
그러나 명령이 늦었다.
보안 부원이 총구를 소년 쪽으로 돌렸다. 그러나 그 순간 이미 권총은 그의 손에 없었다. 권총은 앨리스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찰리 소년은 커크 선장을 쏘아보고 있었다. 커크 선장도 쏘아보며 말했다.
"솜씨는 충분히 알았다. 이젠 선실로 돌아가라."
"싫습니다."
"그럼, 내가 데리고 갈까?"
커크 선장은 소년에게 다가섰다.
"자아, 내 말대로 하겠니? 그렇지 않으면 권총이나 앨리스와 같은 곳에 나를 보내버리든지, 어느 쪽을 택하겠니?"
찰리 소년은 머리를 떨어뜨렸다.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찰리 소년은 보안 부원과 함께 체육관을 나갔다.
커크 선장은 안심된다는 듯이 크게 숨을 쉬고 선내 통신기로 향했다.
"즉시로 사관 집합! 빨리."
그러나 브리지에 엔터프라이즈 호의 사관 전원이 모이는 동안에 찰리 소년도 서둘러서 선내 특수 방사선 총을 한 자루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게 했던 것이다.
커크 선장이 사건을 간단히 설명하자, 맥코이 의사가 말했다.
"그 애에게 이러한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세이스스별에서 홀로 생활할 수 있었다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물건을 사라지게 하기도 하고 반대로 물건을 나타나게 하는 힘도 있을 것 같아요. 향수병처럼 말입니다."
"그 애는 인간이 아니라 세이스스별의 고등생물이 아닐까요?"
커크 선장이 말하자 맥코이는 끄덕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곤 말할 수 없지만 나로선 믿을 수가 없습니다. 신체 검사를 할 때 겉만이 아니라 혈액형도 조사했습니다. 신체 기능 컴퓨터에도 걸었습니다. 만약에 인간이 아닌 점이 있었다면 기계는 16가지 음색의 벨을 울려 주었을 것입니다. 그 애는 인간임에 틀림없습니다."
스팍 항해사가 말했다.
"글쎄, 힘은 초인간적이기는 하나 아마 안타레스 호의 폭발도 그 아이가 한 짓이라고 한다면 정말 엄청난 먼 거리까지 굉장한 힘을 보내는데요."
"정말 그런 녀석이라면 간단히 가둬 둘 수는 없겠는데......."
맥코이가 말을 끊자 커크 선장이 계속 했다.
"그 아이를 제 5식민성에 데리고 간다면 어떤 일을 저지른다고 생각해? 이 우주선 안이라면 또 좋지만 자유로운 환경에 놓아주면....... 그 아이는 아직 소년이다. 아마 인간이겠지만 이때까지는 다른 인간을 알지 못하며 탐나는 것이 많은데 손에 들어오지는 않으므로 초조해하고 있는 거야. 마음속으로는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사랑을 받고, 필요한 존재가 되려고 원하고 있을 것이나 잘 안 되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만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거야. 우리들만 해도 17세 정도였을 때에는 그렇게 생각했으며, 만약에 그런 방해자를 깨끗이 없애버리는 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나이의 소년이라면 대체로 가지고 있는 꿈인데, 찰리에게 있어서는 꿈이 아니다. 실제로 할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말야. 다른 말로 하면 여러분이 무사히 있고 싶다고 원한다면 절대로 놈을 화를 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펑하고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선장님!"
스팍 항해사가 말했다.
"정말이지, 어떻게 하면 놈을 화내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그 아이의 기분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며 조심하고 싶어도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 아이는 은하계에서 가장 파괴적인 무기입니다."
"아니, 그렇지 않아."
커크 선장이 정정했다.
"그 아이는 무기가 아니야.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것이 적당해. 그 아이는 귀찮은 일을 일으키기는 해도 악의로써 한 게 아니야. 순진해서라고 생각해, 순진한 아이가 위험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거야."
"호랑이도 제 말을 하면 온다더니 그 아이가 와요."
맥코이가 겉으로는 태연한 것 같이 말했다. 커크 선장은 의자를 돌려서 보았다.
엘리베이터 쪽에서 싱글벙글 밝은 얼굴로 찰리 소년이 걸어왔다. 은하계에서 가장 파괴적인 무기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었다.
"또 오는구나!"
"찰리, 선실에 있으라고 했잖아?"
커크 선장은 엄하게 말했다. 찰리는 얼굴이 굳어졌다.
"선장님, 선실에 있는 것은 싫증이 났습니다."
"좋아, 할 수 없어. 그렇지. 말이 난 김에 한 가지 물어보겠는데 대답해 줘. 안타레스 호에서 일어난 사건은 너의 책임이냐?"
"왜 그런 걸 묻습니까?"
"알고 싶어서 묻는 거야! 대답해 줘."
브리지에 있는 사관들은 몸이 굳어져 있었다. 이윽고 찰리 소년은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요. 내가 한 것입니다. 나스트 발전기의 구부러진 방음 장치를 지워버렸습니다. 이미 깨지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깨지기 시작했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 가르쳐 주었으면 좋았을 게 아니냐?"
"왜 그래요? 안타레스 호의 사람들은 내게 조금도 친절하게 해 주지 않았습니다. 이 우주선에 나를 데리고 올 때에도 귀찮은 걸 없애서 시원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제 그 사람들은 아무 것도 못 해요. 없어져 버렸으니까요?"
"과연! 그러면 우리들을 어떻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지? 대답해!"
"아아, 당신들은 달라요. 나는 제 5 식민성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니까. 지워 버릴 수는 없는 걸요. 그러나 친절하게 대해 주지 않는다면 뭔가 다른 방법을 생각하겠어요."
하고는 찰리 소년은 나가버렸다.
맥코이는 이마의 땀을 닦으면서 말했다.
"휴우! 선장님, 조마조마했어요. 정말 위험한 짓을 하는 녀석이군요."
"뭘! 어떻게 해 봤자 그 아이가 무엇 때문에 화를 내는가를 알 수 없으니까 마찬가지야. 차라리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고 모르는 척 하는 쪽이 좋아. 늘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것 같이 조심한다는 것은 할 수도 없어."
"선장님!"
스팍이 천천히 말했다.
"어떨까요? 그 아이는 영리하며 초인간적인 힘도 가지고 있으니까 감방에 가둬 두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유로이 돌아다니게 내버려두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선실의 출입구에 역장(전장과 자장 등 물리학에서 말하는 힘의 장소)을 마련할 것을 생각했습니다. 제 5갑판의 중앙 통로에는 실험실용 회로선이 전부 통하고 있으니까 그걸 이용하여 역장을 만들면 혹시 효과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작업의 필요시간은?"
커크 선장은 거침없이 물었다.
"약 72시간."
"미스터 스팍, 즉시 작업을 개시하라."
스팍 항해사는 끄덕이고 나갔다. 커크 선장은 계속해서 명령을 내렸다.
"우라 통신사, 제 5 식민성을 불러 주게 총독과 직접 이야기하고 싶다."
"예, 선장님."
"칼 항해사, 본선의 항로를 변경해서 제 5식민성에서 벗어나게 해 줘. 다만 후에 다시 제 코스로 돌아올 수 있을 정도로."
"알겠습니다, 선장님!"
커크 선장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 둔한 스파크의 소리가 나고 우라 통신사가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우라 통신사는 두 손을 배전반에서 떼고 손을 쥐고 몸을 비틀고 있었다.
맥코이가 옆으로 뛰어가서 손을 만지려고 했다.
"괜찮아요. 이제는 괜찮아요. 좀 충격을 받은 것뿐이어요. 그런데 왜 배전반에 이렇게 전기가 통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우라 통신사가 말하자 커크 선장의 엄한 소리가 들렸다.
"알 것 같군. 다시 명령할 때까지 닿지 않도록. 맥코이, 치료를 부탁해."
"가벼운 화상입니다. 그러나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군요."
맥코이가 말하자 칼 항해사가 말했다.
"이 조정 컴퓨터는 코스의 변경을 받아 주지 않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좌표를 보내려 해도 안 됩니다."
커크 선장이 무엇인가 말하려고 했을 때 뒤에서 찰리 소년의 소리가 났다.
"나는 빨리 제 5 식민성으로 가고 싶어요."
찰리 소년은 브리지에 들어오려고 하다가 커크 선장의 화난 얼굴을 눈치 채고 멈춰 섰다.
"찰리, 통신기는 어떻게 했어?"'
"그런 걸 말할 필요 없어요.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내가 가만히 안 있겠어요."
"너의 도움을 받으려고는 생각하지 않아. 유감스럽게도 너의 항해를 막을 길은 없으나 확실히 말해 둔다. 나는 네가 좋지 않다. 조금도 좋지 않아. 자, 나가 줘."
"나가겠습니다. 좋아해 주지 않아도 걱정하지 않아요. 곧 좋아지게 해 보일 테니까."
소년은 나갔다. 맥코이가 투덜대며 욕지거리를 시작하는 것을 말리며, 커크 선장이 말했다.
"맥코이, 욕지거리를 해 봤자 소용없어. 우라 통신사! 선내 통화는 사용할 수 있나?"
"예, 이상이 없습니다. 선장님."
"그래, 그럼 미스 제니를 불러 주게. 고마워, 제니. 한 가지 싫은 일을 맡아 줘야겠다. 가장 싫은 일이야. ......그 애를 선실로 유인하라. ......그래, 그대로야. 물론 감시는 하고 있으나, 그 애를 만약에 화나게 하면 이젠 끝이야. 우리들은 아무런 방법도 없어. 싫으면 싫다고 말해 줘. 명령은 아니야. ......어쨌든 잘 되어 나가지는 않을 테니까."
제니가 대답했다.
"잘 되지 않더라도 제가 그 일을 맡지 않았다고 하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세이스스 성인
 
스팍 항해사의 손이 역장을 발생시키는 키를 더듬고 있었다.
제니가 자기의 선실에 홀로 있는 모습을 아까부터 숨겨둔 카메라가 포착하여 비추고 있었다.
커크 선장은 몹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으나 드디어 문이 슬쩍 열리고 찰리 소년의 모습이 카메라에 비쳤다.
기대와 의혹이 뒤섞인 얼굴로 소년은 말했다.
"당신이 불러 주어 기쁘긴 하지만, 그러나 나는 이제 누구도 믿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은 미움으로 가득 차 있는 걸요."
"아니어요. 찰리, 당신은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아요."
"그럼, 당신은 날 좋아해 주겠어요?"
"예, 적어도 당신을 올바른 인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렇지 않으면 방에 들어오라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 아니겠어요?"
"당신은 상냥한 사람이므로 나도 상냥하게 대해 줄 수 있어요. 자, 이걸 드리겠어요."
찰리는 등에 감추고 있던 손을 앞에 내놓았다. 손에는 핑크 색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있었다.
우주선 안에 장미 나무는 없을 텐데, 그것은 찰리 소년이 초인적인 힘으로 출현시킨 것이 틀림없었다.
"책에 여자는 핑크 색을 좋아한다고 써 있었어요. 마음에 들어요?"
"고마와요, 찰리."
"이 선실로 와 달라고 했지요? 여자가 그런 말을 할 때에는 다른 의미가 있다고 책에 써 있었지만......."
"찰리, 실은 꼭 말할 것이 있어요."
"나는 다만 당신을 정답게 대해 주고 싶을 뿐이오."
찰리 소년은 손을 내밀어 제니의 얼굴에 대려고 했다. 제니는 본능적으로 손을 피하여 문 쪽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문은 닫혀 있었다. 열리지 않게 브리지에서 리모트컨트롤(먼데서 조작하는 것)하는 문인 것이다.
"왜 도망치죠? 정답게 해 주고 싶을 뿐이라는데."
"찰리, 그건 조금 전 말과는 다르지 않아요."
"그게 무슨 말인가요?"
"모든 사람들이 찰리에게 정답게 해 주면 되는 게 아니어요? 당신은 다른 사람에게 정답게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거짓말이야. 나 역시 정답게 해 주고 싶어."
"그래요? 그렇다면 앨리스는 어디 있어요?"
"몰라. 제니, 그 사람들은 정답게 해 주고 싶었는데 하지 못하게 했어. 나는 당신들이 탐내는 것은 무엇이나 갖다 줄 수도 있어요. 또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데, 당신들은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으니까."
"좋아요. 그럼 부탁이 있어요. 나를 사라지게 해 주셔요. 지금 바라고 싶은 일은 그 것뿐이어요."
"그러나......, 그러나 제니,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소년의 말소리는 정열적이었다.
"아니, 당신은 '사랑하고 있어요'의 말뜻을 알지 못해요."
"그럼 가르쳐 줘요."
소년은 제니에게 손을 내밀었다. 제니의 등 쪽은 리모트컨트롤의 문이었다. 쓱 열리자 얼른 제니는 밖으로 나왔다.
찰리가 뒤쫓으려고 했으나 덜컥 닫히고 말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역장 발생기가 작동해서 역장이 문 앞에 펼쳐졌기 때문에 찰리의 몸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쳐 퉁겨 나갔다. 찰리는 가쁜 숨을 내쉬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서 있었다.
"그래, 그랬던가? 그럼 좋다!"
라고 중얼거리며 찰리 소년은 문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비밀 카메라가 뒤를 쫓아다녔다.
이번에는 마치 역장 같은 것은 없는 것처럼 쉽게 지나가 문을 쏘아보자 문이 스르르 열렸다. 거기에 제니가 있었다.
"왜 그런 짓을 했어요? ......좋아요. 대답해 주지 않아도....... 당신까지 날 속였습니다. 이제 나는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는 지금부터는 필요한 사람 이외에는 아무도 만나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제니, 당신은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닌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그 순간 팡 소리와 함께 제니의 모습은 사라지고 말았다.
브리지에서 비밀 카메라를 보고 있던 커크 선장은 세계 전체가 뿌연 잿빛으로 물든 것처럼 생각되었다.
"찰리! 커크 선장이다."
선내 통화기로 커크 선장은 말했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를 속여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좀 더 일해 주어야겠소. 엔터프라이즈 호는 너무 커서 나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이런 짓을 하면 당신 대신 다른 사 람을 지워버릴 테니깐....... 지금부터 브리지로 갑니다."
"나는 너를 붙잡을 수는 없으니까 말야."
"물론 반인간 밖에 안 되는 나에게는 무엇이나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라고 하는 선장에게는 할 수 없는 일 뿐. 어찌하면 나의 쪽이 인간이며......."
커크 선장은 선내 통화기의 스위치를 끊었다.
스팍 항해사가 말했다.
"이제 이것으로 끝이야."
"스팍, 그 발생시킨 역장은 두 번째에는 왜 쓸모가 없었을까?"
"예, 놈은 빛처럼 쉽게 빠져나갔어요. 놈이 못하는 일은 거의 없는 모양이군요."
"엔터프라이즈 호를 홀로 제 5 식민성까지 운행하는 일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것이 조금 위안이 되겠군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 찰리 소년이 오고 있었다. 모두 그 순간 입을 다물었다.
소년은 우쭐대며 브리지를 걸어다니다가 조타석에 있는 칼 항해사에게 손을 흔들며, 거기서 비키라는 동작을 했다. 칼 항해사는 선장을 흘깃 보고는 얌전히 일어섰다.
대신 조타석에 앉은 찰리 소년이 장치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배가 갑자기 기울자 소년은 무척 당황해 하며 손을 뗐다.
"어떻게 하면 좋은지 해 보아요."
"30년 이상 훈련을 쌓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기술입니다."
"그런 걸 묻고 있는 게 아닙니다."
소년의 말소리가 높아졌다. 커크 선장이 말했다.
"칼 항해사, 괜찮아. 해 보여 줘라. 흉내를 내다가 아마 우주선을 날려보내게 될 거다. 그래도 이 애를 제 5 식민성에다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우라 통신사가 끼어 들었다.
"선장님, 외부로부터의 통신이 들어와 있습니다. 채널 F 우주선간의 통신입니다. 다만, 계기의 위치에 나와있을 뿐이며, 내용은 들을 수 없습니다. 이 쪽의 수신 장치가 고장이므로."
찰리 소년이 떠들어댔다.
"그런 건 내버려 둬."
우라 통신사가 커크 선장을 향해 계속 말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선장님."
또 찰리 소년이 떠들어댔다.
"선장은 나야. 내버려두라고 했어."
커크 선장은 소년이 떠들어대면 떠들수록 무엇인가 겁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웬일인지 채널 F의 호출을 꼭 수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크 선장은 말했다.
"찰리, 지금 들어오고 있는 통신은 너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
"그런 걸 알게 뭐여요. 알아도 가르쳐 드릴 수는 없어요."
찰리 소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손가락도 벌벌 떨고 있었다. 반대로 커크 선장의 목소리는 쨍쨍 울렸다.
"그럼 가르쳐 주지 않아도 좋다. 제 5 식민성까지 앞으로 12시간. 그러나 이대로 갈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겠지. 너도 이제 힘의 한계까지 다 써 버렸어. 그러나 아직 싸울 상대가 있다. 그는 이 커크다."
"지워 버릴 테다!"
"좋아. 할 수 있다면. 그러나 나를 지워버리면 제 5 식민성엔 가지 못하고 만다. 너는 나를 이길 텐가? 어때?"
"……………."
"자아, 이 우주선을 돌려 달라. 승무원 2명도 돌려보내라. 너의 아래턱뼈를 부셔버리고라도 나는 그렇게 하겠다."
커크 선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앞으로 나왔다. 그러자 그 순간 진눈깨비와 같은 차가운 아픔이 몸 안으로 뚫고 들어가면서 커크 선장은 갑판에 내던져지고 말았다. 신음 소리를 내며 선장은 일어섰다.
"미안합니다. 용서해 주셔요."
찰리 소년은 땀을 흘리면서 어깨로 숨을 쉬고 있었다.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그러자 통신 장치가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확실하게 수신이 들어왔다. 우라 통신사가 장치에 손을 내밀려고 하자 찰리가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안 된다고 했잖아."
커크 선장은 찰리 소년의 바로 옆으로 뛰어가서 주먹을 쳐들었다.
뒤에서 칼 항해사가 말했다.
"컴퓨터의 기능이 회복되었습니다. 코스 변경이 가능합니다. 조종 장치 이상 없음!"
찰리 소년은 울고 있었다. 울면서 뒤로 물러섰다. 선장은 조금 전의 당당한 기세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맥이 빠져, 들고 있던 주먹을 내렸다.
펑!
브리지에 제니의 모습이 나타났다. 얼굴이 창백하고 비틀거렸으나 다른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았다.
펑!
"좀 훈련이 지나쳤어요. 선장님."
앨리스가 말하면서 나타났다.
"아니, 이건 어떻게 된 거야?"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우라 통신사가 침착한 소리로 말했다.
"통신이 들어와 있습니다. 바른쪽 전방에서 접근하는 우주선의 선적은 세이스스별이라고 합니다."
찰리는 짐승 같은 괴상한 소리를 지르고 갑판에 쓰러져 두 주먹으로 바닥을 쳤다.
"듣지 말아요! 듣지 말아요. 부탁이어요. 나는 이제 그 작자들과 사는 것은 싫어요. 이봐요. 부탁이어요. 모두 친구라고 했잖아요. 기억하지요? 내가 이 우주선에 왔을 때의 일을?"
찰리 소년은 커크를 슬픈 눈초리로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태어난 저 제 5 식민성에 데려다 주셔요.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커크 선장은 말없이 듣고 있었다.
스팍 항해사가 냉정한 소리로 말했다.
"선장님, 저기서 무슨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저 실체화하는 것과 같은 것을 보십시오!"
커크가 제 정신으로 돌아와 스팍이 가리키는 곳을 보자 확실히 이상한 일이 브리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무엇인가 점차로 실체화(SF에서 생각하고 있는 운송과 이동의 수단. 텔레포테이션과 같은 것으로 물체가 지금 있는 곳에서 사라져 딴 곳에 나타나도록 한다)되어 가고 있으며, 저 쪽의 스팍의 몸이 희미한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게 되어 있었다.
과장해서 말하면 인간의 3분의 2정도의 계란형의 것이 흔들흔들 흔들리며 모양을 바꾸어 가고 있었다. 내부에 여러 가지 색깔의 무늬를 그리며 움직였다.
순간 인간의 얼굴 비슷한 것이 엿보이는가 하면 다음 순간에는 전혀 딴 것으로 변하고 또, 멀리서 거대한 건물이 비뚤어져 보이는 것 같은 모양으로 변해 갔다.
아마 그것은 어떤 모양이나 그다지 오래 간직하지는 못 하는 모양이다.
이윽고 그것이 말하기 시작했다. 굵고 낮은 소리로 떨리는가 하면 유령처럼 흔들흔들 거리며 희미해지기도 하고 엉뚱한 높은 소리가 되기도 하여 스피커에서 들려 오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이번 사건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알아차렸을 때에는 그 소년은 우리들 집에서 사라진 다음이었다. 우리들은 소년을 찾았으나, 우리 종족 사이에서는 우주 여행을 오랫동안 등한히 했던 기술이었기 때문에 발견이 늦어진 것이었다. 소년의 장난에 의해 최초의 우주선 승무원들의 생명을 잃게된 것을 슬프게 생각한다. 그러나 소년이 보내준 것은 단순히 우리들에게 보내져 온 것이기 때문에 모조리 돌려보내 주겠다. 무기까지."
브리지의 바닥에 특수 방사선 총이 우르르 쏟아졌다.
"우리들은 다시 소년을 통제하에 두기로 했다. 이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데리고 가겠다."
"싫어, 싫어, 싫어요!"
찰리 소년이 울면서 커크 선장에게 매달린다.
"이제는 그런 짓을 절대로 하지 않겠습니다. 얌전하게 있을 테니까 안타레스 호의 사건도 용서해 주셔요. 제발 함께 데리고 가 주셔요. 예!"
커크 선장은 가만히 있었다.
맥코이가 말했다.
"신용할 수 있을까요? 믿지 못하겠는데......."
"아니......."
커크 선장은 눈앞의 이상한 세이스스 종족을 지켜보고 말했다.
"믿을 수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는 문제야. 우주선을 파괴했으니까 찰리는 벌을 받는다. 그러나 다른 손해는 보상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아이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세계에 되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맥코이가 외쳤다.
"선장님! 혹시 정신이 어떻게 된 게 아닙니까?"
"닥쳐! 소년은 우리들의 일원이다. 그 초능력만 버린다면......."
달걀형의 세이스스 성인이 말했다.
"그건 안 된다. 그 애가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들이 준 능력은 빼앗을 수는 없다. 이제부터도 그 능력을 사용할 것이다. 그런 소년이 당신들의 세계에 들어가면 당신들의 종족을 멸망시키거나 또는 당신들이 결국 소년을 죽이게 될 것이다. 그 애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은 우리뿐이다."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당신들이 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감옥이다. 인생의 절반도 살지 않았는데."
"할 수 없다. 책임은 우리들에게 있다. 우리들이 돌봐 주어야 한다. 자, 가자, 찰스 에번스!"
찰리 소년은 부르짖었다.
"그만 두게 해요! 데려 가지 못하게 해 줘요! 선장님! 제니! 나는 그들에게 침해당할 수가 없어요!"
소리는 갑자기 사라졌다. 소년의 모습도 세이스스 성인도 보이지 않게 되고 엔터프라이즈 호의 여러 가지 기계의 조용한 소음만이 들릴 뿐이었다.
그리고,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울며 외치는 것 같은 비통한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것은 아름다운 제니의 울음 소리였다.
 
암흑 행성의 주민
 
레그르스별에는 고고학자의 이름을 붙인 크레이터 캠프라는 분화구가 있었다. 옛날에는 신전이 있었던 곳인데 지금은 완전히 무너진 유적으로 고고학자 크레이터가 세운 오두막이 몇 채 있을 뿐이었다. 주위에는 발굴의 도구며 방수천(방수제를 발라 가공한 피륙)이 흩어져 있었다.
분화구의 주위는 끝없는 황야였다. 여기저기에 가시 돋은 작은 키 나무가 서 있을 뿐이었다. 분화구는 그 외에도 많이 있었다. 몇 천 년 전에는 거기에도 누군가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은하계에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 폐허가 여기저기 있어서 고고학자들은 그것을 발견하여 발굴하려고 돌아다녔다. 그러나 대개는 폐허가 있는 행성 위를 100회 정도 돌아다녀도 끝내는 손도 대보지 못하고 마는 일이 허다했다.
실제로 폐허를 확인하고 발굴 중에 있는 크레이터 박사는 운이 좋은 고고학자였다.
 
우주선 엔터프라이즈 호가 마침 크레이터 박사가 있는 레그르스별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다른 행성의 조사원은 일 년에 한 번은 우주선 의사의 건강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규칙에 따라 착륙하게 되었다.
맥코이 의사와 비번 승무원 다넬과 호기심으로 따라온 커크 선장 등 세 사람이 실체화하여 내렸다.
진기한 발굴의 현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커크 선장은 무언가 마음이 내키지 않는 기분이 되어 있었다. 모두 규칙 대로였다. 예외는 크레이터 박사의 아내 낸시가 젊었을 때 맥코이의 애인이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런데 커크 선장은 자기도 모르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신전에서 낸시가 나와 일행을 맞아 주었다. 낸시는 크게 두 팔을 벌리고 다가왔다. 맥코이는 좀 주저하다가 그 손을 잡았다.
"레오날드! 좀 얼굴을 자세히 보여 줘요."
"낸시, 당신은 조금도 늙지 않았군."
맥코이가 기쁜 소리를 지르므로 커크 선장은 웃음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낸시는 틀이 잡힌 얼굴이기는 하나 특별한 미인은 아니었다. 그리고 머리칼이 희끗희끗하고, 얼굴에 주름이 많은 40이 넘은 수수한 여성이었다.
언제나 연구와 진료에 나날을 보내는 성실한 인간인 맥코이가 이런 여성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는 것은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낸시의 늙음을 깨닫지 못한다는 일은 조금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맥코이가 소개했다.
"낸시, 이 분은 엔터프라이즈 호의 선장 제임스 커크, 그리고 이쪽은 승무원 다넬."
낸시는 선장에게 웃는 얼굴을 짓고, 그리고 승무원에게도 미소를 지었다. 그 다넬은 형편없는 꼴이었다. 단정치 못하게 입을 헤 벌리고 정신없이 낸시의 얼굴을 지켜보고 있었다.
커크는 다넬이 발이 닿는 곳에 있었다면 걷어차고 싶었다.
"자아, 여러분 들어오십시오."
낸시가 앞에 섰다.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요. 밥(크레이터 박사의 애칭)은 흙 파는 일을 시작하면 정신이 없어요. 침실은 몇 개가 있어요. 자, 세도 씨, 들어와요."
낸시는 벽이 무너질 듯한 낮은 문안으로 몸을 구부리며 들어갔다.
"세도라니 누구를 말하는 거죠?"
커크 선장이 묻자 맥코이는 어색하게 말했다.
"납니다. 옛날의 애칭입니다."
커크 선장도 뒤따랐다.
"이봐, 뭘 보고 있어? 다넬."
"미안합니다. 저 사람을 보니 리그리의 행성에서 알게 된 여자가 회상되어서요. 그 여자는......."
"그 정도로 좋아. 다음은 혼자서 천천히 생각하게. 그렇지, 자네는 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군."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근처를 좀 돌아보고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넬은 정말 고마운 모양이었다.
"부르면 곧 올 수 있는 곳에 있어 주게."
커크 선장의 소리는 좀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다넬이 승무원 이외의 여성을 만난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기쁜 얼굴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웠으나 그 흥분하는 태도는 보통이 넘었다.
남은 두 사람은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커크 선장은 생각했다. 이대로 말없이 있는 것이 좋은지, 그렇지 않으면 곧 엔터프라이즈 호로 되돌아가는 것이 좋은지 망설이고 있었다.
결단을 내리기 전에 다행히 크레이터 박사가 모습을 나타냈다. 손가락은 울퉁불퉁하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딱딱한 사 나이였다. 유별나게 큰 키를 남루한 작업복으로 감싸고 있었다.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지성의 빛이기는 하나 동시에 괴로움의 빛이기도 했다.
"크레이터 박사! 나는 선장 커크, 이쪽은......."
"당신들이 누구인가는 알고 있소."
크레이터 박사는 손을 내저으며 말을 가로막았다.
"여기서는 당신들이 필요 없습니다. 소금과 아스피린과 그리고 그와 비슷한 약을 좀 두고 가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건강 진단은 법률로 정해져 있습니다. 협력해 주시면 맥코이 박사가 재빨리 끝낼 것입니다."
맥코이는 벌써 진찰 기구를 꺼내고 있었다. 크레이터 박사가 말했다.
"맥코이 박사! 들은 일이 있소. 낸시에게서 들었지요."
진찰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조용히 숨을 쉬고....... 낸시가 우리들이 왔다는 걸 말했었지요?"
크레이터 박사는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가 말했다.
"당신들 벌써 낸시를 만났소?"
"예."
커크가 옆에서 말했다.
"도착했을 때 여기 있었어요. 당신을 찾아 나갔는데, 만나지 않았습니까?"
"아아, 과연 그랬던가? 낸시도 기뻐하고 있소. 나 역시 기쁘고요. 그 사람이 오랜만에 옛날 친구들을 만났으니까. 나는 고독을 즐기지만 그 사람은 달라요."
"그렇겠지요."
크레이터 박사의 태도가 갑자기 친밀해졌다. 커크 선장은 어쩐지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맥코이는 청진기를 넣고 혓바닥을 누르는 주걱을 꺼냈다.
"그 사람은 전혀 변하지 않았어. 입을 크게 벌리시오."
크레이터 박사는 마지못해 입을 벌렸다. 목구멍을 쥐어짜는 것 같은 공포의 외침이 들려왔다. 커크 선장은 순간 크레이터 박사의 입에서였다고 생각했다. 또 한 번 비명이 침묵을 깼다. 분명 여자의 소리였다.
세 사람은 일제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밖에 나가자 커크와 맥코이는 뛰었다. 크레이터 박사는 뒤에 처졌다. 분화구 너머 가까운 곳에 낸시가 두 주먹을 입에 대고 멈추어 서 있었다.
그리고 발 아래에는 다넬이 쓰러져 있었다. 맥코이는 낸시에게는 눈길도 보내지 않고 다넬 옆에 꿇어앉았다.
다넬은 엎드려 있었다. 맥을 짚어보고 나서 맥코이는 그의 얼굴을 조용히 옆으로 돌렸다.
승무원 다넬이 이미 숨을 거두고 있는 것은 커크 선장도 알 수 있었다. 다넬의 얼굴에는 작은 반지 같은 붉은 반점이 몇 개 떠오르고 그것은 점차로 희미해져 갔다.
커크는 긴장된 소리로 말했다.
"무엇에 당했을까?"
"글쎄, 진공 반점 같기도 하고, 페타키 병일지도 몰라요. 아니, 무엇인가 가지고 있군."
맥코이는 다넬이 틀어쥐고 있는 주먹을 천천히 폈다. 크레이터 박사도 들여다보았다.
죽은 사람의 손에 쥐어지고 있는 것은 비틀어져 있고 꺼끌꺼끌한 식물의 뿌리와 같은 것이었으며, 일부분이 끊어져 있었다.
커크 선장은 낸시 쪽으로 돌아섰다.
"무엇이 있었습니까?"
크레이터 박사가 듣기에 괴로운 소리로 외쳤다.
"아내에게 그렇게 추궁하는 말씨를 쓰지 마시오. 이 사람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지고 있소."
"아직 누구 때문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어요. 부하가 죽었는데 목격자는 부인 혼자입니다."
커크의 소리는 거칠었다. 맥코이가 일어서서 조용한 소리로 낸시에게 말했다.
"무엇을 봤는지 좀 이야기해 주면 돼요. 낸시!"
"나는 다만......."
낸시는 곧 침을 삼켰다. 필사적으로 침착해지려고 하는 것 같았다.
"밥......, 밥을 찾아갔다가 보이지 않길래 되돌아섰을 때입니다. 이 사람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사람은 보르지아 뿌리를 가지고 냄새를 맡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이미 시간이 늦었어요. 이 사람은 뿌리를 물어뜯고 있었어요. 얼굴이 점점 비뚤어지며 쓰러져......."
낸시는 두 손안에 얼굴을 파묻고 말았다. 맥코이가 어깨에 살짝 손을 얹었다. 커크 선장은 침착하게 다음 질문을 했다.
"다넬과 떨어져 있었으니까 소리를 치려고 했었지요? 멀리서도 무슨 뿌리인지 잘 알았군요?"
"유도 심문이다."
하고 크레이터 박사가 말했다. 낸시는 얼굴을 들었다.
"밥, 부탁이어요. 화를 내지 마셔요. 지금 비로소 알았어요. 새로운 세계에 와서 낯선 식물에 손을 댄다는 것은 위험합니다."
다넬 역시 그 정도의 상식은 있었을 것이다. 커크는 말했다.
"맥코이, 철수하자. 건강 진단은 내일이라도 다시 하면 된다."
"다시 할 필요는 없소,"
크레이터 박사가 말했다.
"생활 용품을 가져 왔으면 이제 다시 오지 않아도 좋겠소. 선장."
"그렇게는 안 됩니다. 크레이터 박사."
커크는 이렇게 말하고 통신기의 스위치를 넣었다.
"커크 선장이다. 빔(가늘고 긴 다발로 발사되는 성질을 가지는 광선의 일종)을 발사해라."
 
시체 해부
 
선내 의무실의 테이블 위에는 해부된 다넬의 시체가 누워 있었다. 도대체 누구인지 분별할 수 없을 만큼 달라져 버렸다.
커크 선장은 통신 컴퓨터의 옆에 서서 맥코이가 다넬의 뇌를 엷은 그릇 속에 넣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맥코이는 손을 종이처럼 하얗게 될 때까지 열심히 씻기 시작했다.
커크 선장은 이때까지 많은 시체를 보아왔다. 그러나 시체를 해부하여 사인을 조사하는 이번과 같은 일에 입회한 것은 처음이었다. 불쾌한 기분이었다.
맥코이가 사무적으로 말했다.
"독물인지도 몰라요. 보트리누스 균(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일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위 속에서는 식물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빨 사이도 조사해 보았으나 역시 마찬가집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모세 혈관이 몹시 다친 것과 얼굴에 그 반점이 나타나 있는 것뿐입니다."
맥코이는 시체를 덮었다.
"이제부터 혈액의 화학 검사를 하겠습니다. 보르지아의 뿌리가 어떤 증세를 일으키는가를 조사하지 않으면......."
"그 식물에 대해서는 스팍이 책을 보고 조사를 시작했다. 위나 이빨 사이에도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은 즉 다넬이 씹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 어쨌든 일류 우주 비행사가 주운 식물의 뿌리를 입에 넣겠나?"
"그러면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낸시는 살인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여성이 아니며, 또 죽일 이유가 없어요."
"살인을 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야. 잠깐 기다려. 보고가 왔어. 미스터 스팍 말하게."
선내 통화기에서 스팍 항해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보르지아의 뿌리에 관한 자료는 6년 전에 크레이터 박사 부부가 연구 계획서에서 보고한 것 이외에는 없습니다. 그 것에 의하면 바곳(성탄꽃과에 속하는 다년초의 일종)이며 리리음과의 식물과 매우 흡사합니다. 20에서 50종류의 알칼로이드(식물 중에 포함되는 염분의 화합물)를 포함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나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생뿌리는 생쥐에게 유해하다고 되어있으나 인간에 대해서의 반응은 씌어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저........."
"다만 무엇인가?"
맥코이가 물었다.
"유감스럽지만 증세에 관한 것은 아닙니다. 보고에 의하면 보르지아의 뿌리는 향기로운 냄새를 가지고 있으며 타피오카에 흡사한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나며 식욕을 돋구는데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고맙다."
커크 선장은 스위치를 끊었다.
"이봐. 맥코이, 난 다넬이 좋은 향기가 나는 정도로 물어뜯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그럼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직 모르겠으나 좀더 크레이터 박사 부부에 대해서 조사가 필요한데 도와주겠어?"
"물론 도와드리겠습니다."
맥코이는 흥미가 없는 듯이 말하고 또 뒤로 돌아서 손을 씻기 시작했다.
 
제2의 희생자
 
크레이터 박사 부부를 조사하는 커크 선장의 방법은 간단하며 과감한 것이었다. 경찰권을 가지는 선장의 이름으로,
<범죄를 수사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하다.>
라고 엔터프라이즈 호로 출두할 것을 명령한 것이었다.
크레이터 박사는 화를 내고 있었다.
"월권이다! 연구의 방해다! 너희들이 불법 침입자가 아니냐? 고소를 하겠다."
"알았습니다. 그러나 승무원 한 사람이 살해되었습니다. 범인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것은 당신들에게도 위험한 것입니다."
커크는 침착했다.
"선장! 우린 이 별에 와서 벌써 5년이나 되었소. 나쁜 감정을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오."
"꼭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5년이건 일생 동안이건 단 둘이서 행성 전체를 살필 수는 없습니다. 어떤 것이 어슬렁거리고 있을지 알 수 없어요. 우리 엔터프라이즈 호의 임무의 하나는 이러한 장소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일입니다."
맥코이가 혈액을 분석한 결과를 보고해 온 것은 크레이터 박사의 부부가 우주선에 도착한 직후였다.
맥코이는 텔레비전 스크린을 통하여 심각한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사인은 충격입니다. 매우 특수한 충격입니다. 혈액을 분석하여 알았는데, 염분이 크게 감소되고......, 아니 혈액만이 아니고, 몸 전제를 찾아도 염분은 1밀리그램도 찾을 수 없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얼굴의 반점과의 관계는?"
"있습니다. 염분이 없어졌기 때문에 모세 혈관이 파괴되었습니다. 어쨌든 독살은 아닙니다."
"역시 그런가? 보르지아의 뿌리 같은 건 우리들의 눈을 속이기 위한 위장이었군. 좋아! 빨리 크레이터 박사 부부를 조사하자. 자네는 이번 사건에서는 여러 가지로 지쳤지. 이틀 동안이나 잠자지 않았으니....... 진정제라도 먹고 침대에 들어가게."
"괜찮습니다."
"명령이다!"
커크는 이렇게 말하며, 스위치를 끊고 크레이터 박사 부부가 와 있는 주거실로 향했다.
그러나 거기는 크레이터 박사 혼자 있었다. 낸시가 보이지 않는다.
"낸시는 없어요. 나라도 전송실에 가까이 가기만 하면 달아나 버리겠소. 불잡아 달라고 부탁한 기억은 없으니까요."
"다넬도 죽여 달라고 부탁한 건 아니야. 부인이 어딘가 가서 위험한 처지를 당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침착하시군요. 무엇 때문인가요?"
"위험할 건 없어요. 당신 멋대로의 상상이오."
"다넬의 시체도 상상의 결과입니까?"
크레이터 박사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 사나이를 죽인 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알 수 없소. 모르겠다니까요."
크레이터 박사가 말하지 않으므로 커크는 브리지에 되돌아와서 낸시의 선내 수색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전송실에 가까이간 사람은 없었고 어디에나 낸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선내 수색으로 다른 것이 발견되었다.
승무원 반 할트의 시체가 12호 갑판에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시체에는 다넬과 같은 반점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 정체는?
 
커크 선장은 화가 났다. 그리고 맥코이를 흔들어 깨웠다.
"맥코이, 잠자고 있는 걸 깨워 미안하지만 이젠 참을 수 없어. 이렇게 된 이상 펜타졸을 먹여서라도 크레이터 박사를 철저하게 조사하자."
"뭐?"
맥코이는 진정제를 먹어서 엉뚱한 소리를 했다.
"펜타졸......, 진실을 토하게 하는 약....... 음! 박사의 인권은 어떻게 됩니까?"
"소송하고 싶으면 소송하게 하는 게 좋아. 박사에게로 빨리 가 주게."
1시간 후, 크레이터 박사는 침대에 누워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펜타졸의 효과가 난 것이다. 머리 위를 덮는 것처럼 커크 선장은 얼굴을 가까이했다. 맥코이와 스팍 항해사가 주저하는 안색으로 뒤에 서 있었다.
"낸시는 어디 있어? 부인은 어디에?"
"몰라. 가엾은 낸시! 사랑하고 있었어....... 그 종족의 최후의 놈이......."
"설명을 계속하시오!"
"철 비둘기가......, 들소가......, 아아, 기분이 나빠진다."
맥코이가 커크의 말에 의해 맥을 조사하고 눈꺼풀을 뒤집어 보았다.
"계속하셔요, 선장님!"
"좋아. 들소가 어떻게 했다고?"
커크는 시시해졌다. 아까부터 같은 것, 알맹이 없는 이야기의 되풀이였다.
"몇 백만이라는 들소의 무리가 초원이라는 초원을 다 차지하고......, 단 한 무리로서 3개의 주를 덮었다. 이동할 때에는 천둥 같은 소리를 내고......, 그러나 지금은 죽어버렸다. 여기의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여기? 여기란 아래의 행성인가?"
"그렇다. 그들의 신전은...... 위대한 시...... 한때는 몇 백만이 있었는데, 남아 있는 것은 단 하나.......낸시는 이해했다."
"낸시는 어디에 있어?"
"언덕 위에 묻었다. 죽었어....... 그것에 의하여 죽었어......."
"죽었어? 묻었어? 언제 일이냐?"
"1년 전, 아니 2년이 되는가. 낸시는...... 아니, 그들은 소금이 필요했었어. 소금이 없어져 그들은 죽었어. 단 하나를 남기고 모두 죽었어."
커크 선장은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스팍이 바꾸어 질문을 했다
"부인은 죽지 않았지요?"
"아니, 죽었다. 낸시는 그들의 최후의 한 사람."
"잘 모르겠어. 그들의 최후의 한 사람....... 그들의 최후의 한 사람이 낸시?"
"그렇다."
"변장하고 있습니까?"
"아닌데, 아니야, 낸시로 될 수 있어. 누구라도 될 수 있으니까. 그놈이 낸시를 죽였을 때 나는 그놈을 죽이려고 했으나 죽이지 못했다. 그것이 최후의 한 녀석이었다."
크레이터 박사는 몸을 비틀었다. 맥코이가 맥을 보고 말했다.
"이 이상 계속하면 생명이 위험합니다."
"이젠 끝났다. 맥코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아래의 행성에는 누구라도 될 수 있는 생물이 최후의 하나가 살고 있었다. 크레이터 박사는 그것을 상대로 하여 즐겁게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 한 마디만 묻자. 크레이터 박사, 그 생물을 분별하는 방법은?"
"있어. 나는 알 수 있어."
"우리들에게 협력할 생각은?"
"없는데."
커크 선장은 처음부터 기대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질문을 중지했다.
"즉시로 조직적인 수색을 개시한다. 저항하면 때려 눕혀라. 수단은 뭐라도 좋다."
커크 선장은 성큼성큼 브리지로 걸어가서 명령을 내렸다.
"제 3 종 전원 배치!"
전 승무원에게 무장을 시켜 2명을 1조로 해서 모든 갑판과 통로 등에 배치시켰다.
커크 선장은 선내 통화기를 사용하여 구체적인 지시를 보냈다.
"이 우주선에는 쓸데없는 인간이 한 사람 우리들의 누구인가로 둔갑하여 붙어와 있다. 우라 통신사는 모든 방을 텔레비전으로 감시하라. 딴 장소에서 같은 사람을 두 번 보았을 경우는 즉시로 경보를 울려라. 알았나?"
그 때 뒤에서 사람의 기척이 났다. 커크 선장은 얼른 뒤돌아 섰다.
스팍 항해사였다. 옷은 마구 찢어지고 숨소리가 사나왔다.
"왜 그래? 스팍!"
"저건 맥코이라고 생각되는데......, 아니 맥코이가 아니야. 선장님이 선실을 나갔을까 말까 했을 때 놈은 갑자기 달려들었습니다. 무기를 빼앗겼습니다. 어디 갔는지 모릅니다."
"맥코이가? 그렇다면 그놈 펜타졸 때문에 찌푸린 얼굴을 했었지? 알았다. 놈이 간 곳은 저기다. 나왔던 곳에 되돌아갔어."
"행성입니까?"
"아니, 그렇지 않아, 맥코이의 선실이다."
커크가 일어서려고 하자 스팍이 말했다.
"우선 확인하고 나서 합시다. 선장님, 맥코이는 아직 살해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그건 그렇다."
커크는 선내 통화기의 다이얼을 돌려 맥코이의 선실을 부르려고 했으나 좀 망설이다가 그만두었다. 그 대신 오버라이트의 단추를 눌렀다. 이렇게 해 두면 부저를 울리지 않고 저쪽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맥코이는 선실에 있었다. 거기에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침대에서 잠들고 있고 또 한 사람은 닫은 문 안쪽에 서서 방 안쪽을 보고 있었는데, 이윽고 걷기 시작하여 비밀 카메라의 앞을 가로질렀다. 순간 시선이 가로막혔으나 곧 다시 비쳐 보였다. 그런데 그것은 맥코이가 아니었다.
낸시였다. 낸시는 침대에 앉아 맥코이를 흔들어 깨웠다. 맥코이는 중얼거릴 뿐 일어나지 않는다.
"맥코이, 일어나! 이봐, 일어나! 도와줘요."
훌륭한 연기였다. 다른 별의 생물인데도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진심으로 도움을 청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낸시는 다시 한 번 맥코이를 흔들어 깨웠다. 눈을 뜨고 이윽고 천천히 일어났다.
"낸시, 어떻게 된 거야 이건?"
"절 좀 도와 주셔요."
"겁내고 있구나."
"그래요. 부탁입니다. 도와 주셔요. 모두 절 죽이려고 해요."
"누가? 안심해. 아무도 죽이려고 하지 않아."
커크 선장은 스위치를 끊었다.
"놈은 맥코이를 죽이려 하는 것 같지 않아. 마음이 달라지기 전에 빨리 가자."
이윽고 커크 선장과 스팍 항해사는 맥코이의 선실에 뛰어들었다. 맥코이와 낸시가 놀란 듯이 돌아섰다. 낸시는 울기 시작했다.
"떨어져라, 맥코이."
커크는 총을 겨누었다.
"어찌된 겁니까? 선장님!"
"그 놈은 낸시가 아니다."
"농담 마시오. 정신이 돈 게 아닙니까?"
"정신은 바르다. 그 놈은 승무원을 두 명씩이나 죽였단 말이다."
스팍이 말했다.
"크레이터 박사도 죽었다! 아까."
"증거를 보여 주겠다."
커크는 틀어쥐었던 한 쪽 주먹을 내밀고 천천히 폈다. 하얗고 조그마한 덩어리가 있었다.
"낸시, 필요하지? 순수한 소금이다."
낸시는 한 걸음만 앞으로 나왔으나 멈춰 섰다.
"당신!"
맥코이가 낮은 소리로 불렀다.
"이 사람들을 내보내 줘요. 나를 사랑한다면......."
"아아, 좋아."
맥코이의 소리는 쉬어 있었다.
"선장님! 스팍! 낸시를 이렇게 겁내게 해선 곤란해."
"겁내서인가? 아니 당황해서야. 잘 보고 있어, 맥코이."
낸시는 최면술에라도 걸린 것처럼 비실비실 앞으로 나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리고 갑자기 돌풍 같은 행동으로 덤벼들었다.
커크 선장은 재빨리 이 상대가 인간과는 비슷하지도 않은 뚱뚱한 황소 같은 몸집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촉수가 쭉 뻗치더니 얼굴에 닿는 것이었다.
그 순간 커크는 터지는 듯한 비명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결 말
 
현기증이 한참 동안 남아 있었다. 스팍의 특수 방사선 총에 맞은 것이다. 맥코이는 감정적인 충격으로 멀뚱멀뚱하고 있었다.
세 사람이 브리지에 되돌아 왔을 때에는 크레이터 박사의 행성은 아득히 멀어지고 있었다.
스팍이 말했다.
"소금, 소금이 필요해서 사람을 습격했었군. 크레이터 박사는 그걸 이용해서 그놈들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응, 그 종족이 멸망한 것은 소금의 공급 문제 뿐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하고 커크는 말했다.
"그런데 맥코이, 놈은 처음에 어떻게 자네의 선실에 들어갔지?"
"아, 진정제를 먹은 후에 낸시가 들어와서 '나는 이제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지구로 데리고 가주셔요.'하고 말했어. 그리고......."
맥코이는 슬픈 듯이 먼 곳을 보는 것 같은 표정을 했다. 커크는 말했다.
"응, 알고 있어. 말하고 싶지 않으면 그 다음은 하지 않아도 좋아. 전원 배치 명령으로 큰 소동이 있었는데 잘도 잠들고 있었지."
"낸시에게 한 알 더 먹혔을 지도....... 알 수 없는 일이 있어. 스팍, 자네는 크레이터 박사의 방에서 그 생물에게 습격 받았을 때 어떻게 탈출했지? 그놈은 힘이 강한데,"
스팍은 싱글벙글 웃었다.
"다행히도 나의 조상은 너희들 조상과는 전혀 다른 바다에서 알을 낳고 있었던 모양이야. 맥코이, 나의 혈액 속의 염분은 자네와는 다르니까 식욕을 자극하지 않았던 모양이지?"
"과연!"
맥코이는 끄덕였다. 그리고 커크 선장 쪽으로 눈을 보냈다.
"선장님, 무언가 아직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습니까?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군요."
"응, 나는 지금 들소의 일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야."
 
여섯 명의 변사체
 
파멸되어 가는 행성이 있었다. 항해도에는 ULAPG 42821 DB라고 기입되고 있으나 엔터프라이즈 호의 승무원들이 '라 피그'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는 별이다.
라 피그라는 이름 자체는 재미있는 것 같으나 직경 1만 6천 킬로미터의 바위덩어리이며, 지면은 얼어붙고 중심 부분이 줄어들어 비틀려서 바로 가루가 되어버릴 직전에 놓인 별이었다.
우주선 엔터프라이즈 호에 주어진 임무는 라 피그에 있는 관측소에 배치되어 있는 6명의 연구원을 구출하는 것과, 그리고 가까이에 머물면서 행성이 과열되는 모습을 관찰하여 그 자료를 지구에 보내는 일이었다.
스팍 항해사가 조수 한 사람을 데리고 관측소를 향해 출발해갔다. 그러나 구출할 상대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관측소는 열려져 있었고, 바닥과 기계 그리고, 의자에도 두터운 얼음이 얼어붙어 있었다. 동력이 멈춰진 조용한 속에서 직원은 6명 모두 죽어 있었다.
안전 장비를 하고, 상반신을 구부리고 벽장에 기대어 죽어 있는 사람이 1명, 복도로 통하는 입구에 얇은 옷을 입고 있는 여성이 1명으로 얼음이 덮여 있었으나 동사가 아니라 질식사였다.
나머지 4명의 시체는 관측소의 지하에 있었다. 기사는 생명 유지 장치의 스위치를 모조리 끊고 그대로 거기서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전력은 아직 충분히 남아 있는데 왜 스스로 생명 유지 장치의 스위치를 끊은 것일까?
침대 속에서 죽은 사람이 2명, 그리고 최후에 발견한 시체는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다가 죽은 것 같았다. 그것도 옷을 입은 채로…….
"선장님, 그 외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습니다."
스팍 항해사는 보고에 덧붙였다.
"다만 좀 이상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낮은 온도에서는 당연히 물이 얼어야 할텐데 여기 저기에 얼지 않는 물이 괴어 있었습니다. 그 견본을 가지고 와서 연구실에 넘겼습니다. 6명의 시체는 시체실에 운반했고요."
"수고가 많았어. 스팍! 관측소 안에 휘발성(보통 온도로 기체가 되는 성질의 것)이 심한 독물이 터져 나온 것이 아닐까? 한 사람은 그것을 급하게 씻어버리려고 샤워실로 달려가고, 한 사람은 옷을 벗고......."
"그럼, 기사가 생명 유지 장치의 스위치를 끊은 것은?"
"모르겠어. 손들었다. 모든 기능이 마비되자 도리어 자살해 버린 것이 아닐까?"
우주선 엔터프라이즈 호는 관측 궤도를 돌기 시작했다. 6명의 변사체의 수수께끼 같은 것을 풀 여유가 없었다. 라 피그의 파열 시간이 다가왔던 것이다.
 
미친 승무원
 
같은 시간에 오락실에서 홀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나이가 있었다. 스팍을 따라 라 피그에 갔다가 갓 돌아온 조 트모린이었다.
옆에 조종사 칼 항해사와 라일리가 펜싱이 체육적으로 좋으냐 나쁘냐를 논쟁하고 있었다.
칼 항해사는 매우 좋다는 입장에서 말을 많이 했고 옆의 조에게 호소하여 그 지지를 청했다.
"그렇잖아, 조?"
대답 대신 조는 갑자기 화를 냈다. 종잡을 수는 없으나 라 피그에서 발견한 6명의 사망자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았다.
"인간 같은 건 말야. 이 우주에 존재할 가치가 없어. 전혀 없는 거야."
흥분하여 지껄이며 불고기용의 칼을 손에 들고 일어섰다. 칼 항해사도 라일리도 조가 습격하는 줄로 알고 격투가 벌어졌다. 그러나 조는 칼로 자기를 찌르려고 하는 것이었다.
세 사람 모두 피투성이가 되고 자기의 가슴에 칼을 꽂은 조는 달려온 보안 부원에게 끌려 병실로 갔다.
이 사건도 자세히 조사할 여유가 없었다. 라 피그의 파열이 시작되고, 경보가 울려서 칼 항해사와 라일리도 브리지로 달려갔다.
파열이 끝나자 행성의 중량이 변화되고 중력의 중심도 변화되었다. 엔터프라이즈 호의 관측 궤도는 컴퓨터도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일으켰다.
거기다가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공간이 순간 온통 파편이 흩어져 있어서 브리지의 사관들은 인간의 두뇌로써 그를 보충하기에 바빴다.
조가 죽었다는 맥코이의 보고가 닿은 것은 24시간 후였다.
그리고 맥코이가 이 사건에 관하여 협의를 청했는데 커크 선장이 회답한 것은 4시간 후였다.
그 무렵 행성의 파열의 진행이 둔해져 1시간 정도 안정되어 있을 것 같이 보였다.
커크 선장은 감시를 칼 항해사와 라일리에게 맡기고 맥코이의 의무실로 갔다.
"죽은 조가 라 피그에 내린 구출 대원이 아니었다면 바쁘신 데 일부러 이렇게 부르지는 않습니다. 선장님. 이 사건에는 아무래도 수상한 점이 있습니다."
"뭐가 수상해?"
"조가 자살하려고 했던 일, 아니 정말로 죽은 일을 생각할 때 그는 자살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봅니다. 또 채용할 때는 물론, 바로 얼마 전에도 검사를 했습니다. 거기다가 가슴에 꽂은 칼은 장을 상하게는 했으나, 세균 감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죽었습니다."
"살 수 있는 힘이 없어졌겠지. 맥코이."
"사망 진단서에는 그렇게는 쓸 수 없습니다. 패혈증이라든지, 뇌출혈이라든지, 사망의 직접 원인이 없으면....... 조는 혈액의 순환이 약해졌을 정도며 직접 원인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라 피그의 사망자들의 진단은?"
"그겁니다. 그 여섯 명도 직접 사인은 결국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스팍이 관측소에서 가지고 돌아온 물은?"
맥코이는 어깨를 움츠렸다.
"독물이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했으나 그건 보통 물이었어요. 광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빙점(액체 또는 기체가 얼어붙을 때의 온도) 이하로 낮아져 있는 정도였습니다. 취급은 주의하고 있습니다. 세균학적으로는 전혀 해가 없고 화학적으로도 거의 순수한 물입니다. 연구실에서는 새로운 각도에서 또 검사에 착수하겠지만."
"그래......? 나는 스팍로부터 눈을 떼지 않고 감시하지. 조와 스팍이 라 피그에 내렸는데 그 사나이는 신체의 물질이 전혀 달라."
커크 선장은 나갔다.
통로를 걸어 돌아가자 저쪽에서 오고 있는 칼 항해사를 보고 커크는 놀랐다.
제복을 벗고, 검은 반소매 셔츠에 타월을 목에 걸고 펜싱 칼을 겨드랑이에 끼고 유유히 걸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은 아직 경보가 해제된 것은 아니다. 자기의 부서를 떠나다니!
칼 항해사는 칼을 흔들며 칼끝을 천장으로 돌렸다.
그리고 나서 그것을 두 손 사이에 내리고 얼굴 앞에 끝을 놓았다. 잠깐 사이에 칼을 칼집에서 뽑고 있었다.
"칼 항해사!"
"엉!"
칼 항해사는 얼른 뒤로 물러서서 가볍게 방어의 자세를 취했다. 칼끝으로 원을 그리며 커크 선장 앞으로 다가왔다.
칼 항해사는 연극 담당자였다.
"그래 너는 여왕의 위병인가? 그렇잖으면 재상 리슐리외(17세기의 프랑스의 정치가)의 신하인가? 이름을 대라. 대 라!"
"칼 항해사. 자기 부서로 돌아가라."
칼 항해사는 척척 전진해 왔다.
"네놈, 나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에잇, 비겁한 놈 칼을 뽑아라!"
"이제 됐어, 즉시 병실로! 명령이다!"
"너를 여기 두고서? 안 되지. 안 되고 말고!"
칼 항해사는 갑자기 달려 왔다. 커크는 뒤로 물러서며 특수 방사선 총을 빼들고 손가락으로 의식 박탈의 단추를 눌렀다.
그러나 칼 항해사는 몸을 날리어 상부 통로의 트랩에 뛰어올라 사라지고 말았다. 열어놓고 간 통로의 맨홀에서 칼 항해사의 소리가 울려왔다.
"비......우우우우우, 겁......우우우우 한자아아아....."
커크는 브리지로 나갔다.
"라일리는 어디 갔어?"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말없이 훌쩍 나갔다는 것입니다. 알고 있는 건 할리스 혼자 뿐입니다."
스팍은 사령석을 커크에게 내주며 말했다.
"이상하게 된 것 같습니다. 난폭한 짓은 하지 않았지만 칼 항해사는 어디 있느냐고 묻자, '걱정은 마시오. 라일리가 여기 있으니까'하고 말했으나 난처해 있었습니다."
"그래, 칼 항해사와 같구나. 칼을 휘두르며 도망쳐 버렸어. 우라 통신사, 보안부에 지령이다. 그들을 찾아서 감금해 주기를 바란다고. 아아, 그들과 접촉한 승무원은 전원 의사의 검사를 받도록 하라."
"정신병의 검사죠. 이 발작은 의식의 밑바닥에 깔려있던 자기의 상상이 의식의 표면에 떠올라서 일으키는....... 조는 인간의 무력한 죽음을 보고, 무력감에 사로잡혔던 것이 표면에 나타났습니다. 라일리도, 칼 항해사도 중세의 검객이나 된 듯이 펜싱을 하고 있었는데 진짜가 된 거야."
"그럴 지도 몰라요. 그래, 현재의 라 피그의 상태는?"
"또 파열의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응, 배를 안정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커크 선장은 사령석에 돌아앉았다.
그 때, 조타수의 소리가 났다.
"선장님, 키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럼 하부 로켓에 점화!"
조타수는 스위치를 넣었으나,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선장님! 틀렸습니다."
"메인 엔진에 점화를 해라! 한 대만. 초광속 비행으로 바꿔라."
"안 됩니다. 선장님!"
"그러나 어쩔 수 없어!"
"기관실 응답해요! 미스터 스콧!"
스팍이 선내 통화기에 향하고 있었다.
"동력을 보내라. 조타 장치가 듣지 않는다."
응답은 없었다.
커크 선장은 엄지손가락을 세워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미스터 스팍, 아래에 가보고 와 주게."
"예."
스팍이 엘리베이터에 다가서자 그 문이 스르륵 열리고, 칼 항해사가 칼을 손에 들고 뛰어나왔다.
"있었구나. 리슐리외! 찾아냈도다."
"칼 항해사! 칼을 버려라."
"뭐라고 아니꼬운 놈. 여왕과 프랑스의 명예를 걸고. 자, 승부다. 에잇!"
스팍은 하마터면 찔릴 뻔했다. 커크는 뛰어들어 덮치려 했으나 칼 항해사는 즉시로 칼을 다시 바로 쥐었다.
"자아 오너라, 리슐리외. 미운 놈."
기세가 좀 솟았다. 그 전에 우라 통신사가 뒤로 돌아갔으나 눈치 챘다.
"오오, 이건 아름다운 아가씨!"
"아름답지도 젊지도 않아!"
우라는 칼 항해사의 왼쪽 어깨 너머로 일부러 뜻이 있는 듯한 눈길을 보냈다. 따라서 칼 항해사가 그쪽을 향했을 때, 스팍의 손이 바른쪽 어깨를 재빨리 잡았다. 신경을 압박하고, 고통을 가져오게 하는 발칸 성인의 독특한 방법이었다. 칼 항해사는 픽 갑판 위에 쓰러졌다. 커크 선장은 이젠 칼 항해사에게는 상관하지 않고 선내 통화기로 향했다.
"미스터 스콧! 동력이 필요하다. 스콧! 기관실, 응답해!"
선내 통화기에서 울려나온 것은 느린 듯한 높은 소리였다.
"불렀어?"
"라일리지?"
커크 선장은 분노를 억지로 눌렀다.
"그렇다. 이쪽은 엔터프라이즈 호의 선장 토마스 라일리다. 그런데 그쪽은 누구지?"
"커크다. 정신차려?"
"뭐, 커크? 아아, 그런 이름의 사관도 있었나?"
"라일리, 여기는 선장 커크다. 기관실에서 나오라. 스콧을 내 줘. 스콧은 어디로 갔어?"
라일리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알았어. 잘 들어라! 취사장의 쿡 여러분! 이쪽은 선장인데 오늘은 승무원에게 아이스크림의 배급을 두 배로 한다. 재료는 선장인 내가 선택한다. ……그리고......."
커크는 엘리베이터로 달렸다. 스팍이 얼른 사령석에 앉았다.
"선장님, 우주선은 하강 중입니다 현재의 하강 속도로 앞으로 20분이면 행성 대기권 바깥 층에 돌입합니다."
"좋아, 알았다."
커크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바보 같은 놈. 어떻게 되나 두고 봐라! 브리지 전 대원, 동력이 올 때까지 대기!"
엘리베이터는 커크를 싣고 문을 닫았다.
라일리가 또 떠들어댔다.
노래가 가락에 맞지도 않는 엉뚱한 노래가 선내에 울려 퍼졌다.
"고향의 별로 돌아가자. 너를 데리고 가자. 오오 사랑하는 캐서린......."
만약에 이런 발작이 있은 후 원인 불명의 죽음이 닥쳐온다는 사실이 없고, 파열하는 행성의 부서진 조각이 소용돌이치는 속에 엔터프라이즈 호가 떨어져 가는 것이 아니라면,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일 뿐일 것이다.
커크 선장이 기관실 앞에 닿자 스콧과 승무원 2명이 문 밖에서 무엇인가 작업 중이었다.
"문을 열어야 합니다. 라일리란 놈이 뛰어들어와서 브리지에서 선장이 부른다고 하기에 밖에 나가니까 안에서 문을 잠가버리고 말았어요."
"그놈은 조타 장치와 동력의 스위치를 모두 끊어버렸다. 스콧, 보조 기관으로 어떻게 안 될까?"
"무리입니다. 놈이 이 속의 메인 컨트롤 컴퓨터를 움직이기 때문에."
스콧은 승무원의 한 사람에게 명령했다.
"이봐! 나의 방에 가서 격벽(물건과 물건을 떨어지게 하는 벽)의 도면을 가지고 오라."
승무원은 끄덕이고 달려갔다.
"스콧, 전지로써 키 쪽에 동력을 집어넣을 수 없을까? 하강은 저지할 수 없겠으나 적어도 안정만은 유지시키고 싶다. 시간은 이제 19분밖에 없다."
"해 봅시다!"
"부탁한다!"
커크는 브리지에 되돌아갔다. 되돌아가는 도중에도 계속 라일리의 노래가 들려왔다.
"오오, 캐서린. 눈물에 젖어서......."
 
엔터프라이즈 호의 위기
 
브리지에 되돌아와서 커크는 외쳤다.
"저 시끄러운 노래 소리를 어떻게 하지 못하게 못 해. 우라?"
"막을 수가 없습니다. 저쪽 주 전원 장치의 채널이라면 라일리가 어느 것이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응, 좋은 생각이 있어. 스팍. 선내의 구획을 봉쇄해 줘. 전염병이라면 전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동시에......."
"알겠습니다. 선장님."
스팍 항해사는 끝까지 말하지 못했다. 선내의 전간막이 벽을 내리는 장치를 작용시키니까 자동적으로 경보 버저가 울렸다.
큰 소리에 라일리의 노래는 사라졌다.
버저가 멎고 잠깐 사이 침묵의 시간이 있었으나 라일리가 지껄이는 소리가 또 흘러 왔다.
"우라 통신사! 여기는 선장 라일리. 내 노래를 방해했지? 네겐 아이스크림을 주지 않겠어."
"남은 시간 17분."
스팍이 말했다. 라일리의 지껄이는 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1900시! 선내 볼링장에서 대 무도회를 열기로 했다. 앗핫핫! 어때 좋지? 여자 승무원에게는 모두 향수 한 병을 지급하고, 남자 승무원에게는 에...... 급료를 한 등급씩 올려 주기로 한다. 그리고 캔디의 배급을 할 테니까 전원 대기하라!"
"우라. 선내 통화기가 점령되기 전에 칼 항해사에 관한 보고는 없었는가?"
"맥코이가 진정제를 놓아주고 병실에 누워 있게 했습니다. 검사의 결과는 모두 이상 없었습니다. 설명을 듣기 전에 선내 통화기는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래, 그럼 당장은 라일리가 문제로구나."
전령이 브리지에 뛰어들었다.
"선장님, 스콧로부터 전언입니다. 지금 전지로 조종 장치에 임시 회로를 완료. 스콧은 기관실에 돌입을 재개, 14분 후에는 입실 가능입니다."
"수고했어...... 14분. 엔진을 조정하여 다시 한 번 작동시키는데 또 3분은 걸리지 않을까? 좋아, 미스터 스콧에 전언. 어떤 방법으로도 좋아. 주요 도선 외의 회로는 끊고 칸막이 벽에 넣으라고 해. 시간이 없다."
라일리의 소리가 또 들려왔다.
"다음 주의 사항. 앞으로 여자 승무원은 머리칼을 어깨에 내려지도록 할 것. 화장은 삼갈 것......."
"선장님!"
스팍은 다급한 소리가 되었다.
"잠깐만, 보안 부원 두 명을 스콧의 작업반에 보내자. 그놈은 무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이미 수배를 했습니다. 실은 선장님."
"......별의 바다를 넘어서 가자, 아아 캐서린, 사랑하는 캐서린 ......."
"선장님, 기분이 나빠져 갑니다."
스팍은 정신을 차려 말했다.
"병실로 갈 허가를 해 주십시오."
커크 선장은 자기의 이마를 쳤다.
"드디어 너도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구나."
"다만 기분이......."
"알았다, 그러나 구획 봉쇄 중이다. 병실에는 갈 수 없을 거다."
"그럼 내 거주실에 감금해 주십시오."
"좋아, 허가한다."
커크 선장은 걱정이 되었다. 조와 스팍을 따로 가둬두면, 그 전염성 환자와 가장 오랫동안 접촉한 것은 자기인 것이다.
"우라 통신사, 부서를 떠나도 좋다. 현재로선 쓸모가 없다. 그보다도 해 주어야 할 일이 있다. 휴대용 통신기와 도청기를 가지고 병실의 바로 위 용마루까지 가거라."
"예!"
"벽을 두들겨, 맥코이의 신경을 건드려 방에서 말하게 하고 도청기로 물어라. 그것을 여기에 중계해 줘."
"예, 선장님."
우라 통신사가 나가 버리자, 브리지에는 커크 선장 홀로 되었다. 영사막을 보기도 하고, 또 돌아다니기도 하여 귀중한 시간이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그때, 커크의 바지 뒷 주머니에서 버저가 울리었다.
"여기는 커크."
"우라입니다. 맥코이와 연락이 됐습니다. 맥코이는 부분적인 해결은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분적이라는 것은 어떤 건가 물어주게."
커크는 기다렸다. 배 안에서 두터운 금속의 철기둥을 망치로 두들겨 한마디 한마디의 말을 전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선장님, 맥코이는 우주선의 에어컨디셔너(공기를 바꾸어 넣는 일) 계통에 무엇인가 파스의 일종을 넣으려하고 있습니다. 병실에서 조종할 수 있어서 가스는 급속히 퍼지는 모양입니다. 칼 항해사나 다른 환자의 몸에는 좋은 결과를 줄 거라고 생각되지만, 건강한 승무원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는지는 분명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맥코이에게 지금 기분은 어떠냐고 물어주게."
다시 한 번 오래 기다리게 되었다.
"아까는 기분이 나빴는데, 해독 가스 때문에 지금은 나아진 모양입니다."
정말로 그러한가? 맥코이가 만약에 병에 걸려 있다면 어떤 가스를 보낼지 모른다. 허가하지 않아도 맥코이는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는 것이다.
"칼 항해사에게 무엇인가 말하게 하라. 정말로 제 정신으로 되돌아왔는지, 확인해 주게."
또 기다리게 되었다.
시간은 앞으로 10분밖에 없었다. 그 중의 3분은 엔진의 출력을 높이는데 소비하게 된다. 맥코이의 해독 가스는 어느 정도의 속도로 퍼지는지, 병을 치료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
"선장님. 맥코이가 '칼 항해사를 일어나게 할 수는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의사의 권한으로 그렇게 결정한 모양입니다."
과연 의사에게는 선장의 권한보다 뚜렷한 권한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미친 사람의 교활한 흉계라고도 생각되었다.
"그래, 좋아! 적당히 하라고 해!"
"알았습니다, 선장님!"
커크 선장은 수신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앞으로 9분.
그 때, 라일리의 노래 소리가 알아듣기 어렵게 흘러나오다가 이윽고 멈추었다.
침묵이 흘렀다.
커크 선장은 머리가 지끈지끈한 것을 알았다.
빨리 걸어 우라 통신사의 자리에 가자, 기관실을 부르는 버저를 울렸다. 스피커에서 찍 소리가 나고 라일리의 허둥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라일리인데......."
"라일리, 커크다. 자네 지금 어디 있지?"
"예! 저, 아마 기관실 같은데, 부서를 떠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커크는 깊이 숨을 들이켰다.
"걱정마! 어쨌든 곧 동력을 보내 주게. 문을 열고 기관장을 들여 넣어라. 그런데 문에서 떨어져 있어라. 특수 방사선 총으로 칸막이 벽을 끊고 있는 중이니까. 알겠나!"
"알았습니다. 동력과 문에 대한 것...... 예!"
"곧 시작해라."
"예, 선장님!"
우릉우릉 소리가 나고, 비상문이 열리고 무거운 소리가 났다. 커크는 비상 소집의 단추를 급히 누르고 외쳤다.
"사관 전원, 브리지에 집합! 6분 후에 추락 위험이 있음. 즉시 행동으로 옳길 것!"
동력 계기 컴퓨터의 바늘이 일제히 흔들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일리가 엔진을 작동시켰던 것이다. 이윽고 라일리의 미안해하는 소리가 선내에 방송되었다.
"오늘밤의 무도회는 중지합니다."
 
수수께끼는 해결
 
위기는 사라졌다. 새로운 궤도가 정해지고 관측이 계속되게 되었다.
"맥코이, 감사해."
커크 선장은 브리지가 정상 활동을 시작하자 겨우 맥코이에게 인사를 했다.
"아니."
라고 맥코이는 지쳐서 조그맣게 말했다.
"설명이 듣고 싶어?"
"응, 듣고 싶다."
"선인장의 일종으로 물을 비치해 두는 놈이 있어."
"선인장?"
"그래, 바운드 워터(묶인 물)라는 저수 방식이야."
맥코이는 지쳤기 때문인지 반말로 거칠게 말했다.
"바운드 워터는 유기물의 분자의 일부가 되어 있으나 오랜 시간 후에는 결합이 녹아 스며 나온다."
"무슨 소리냐?"
"잠자코 들어주시오. 바운드 워터의 물이 되는데는 결합을 촉진시키는 중개가 필요해. 스팍이 가지고 온 액체 속에 그것이 있었어. 이것이 혈액에 들어가면 작용을 개시하여 혈청을 여러 겹으로 결합시킨다."
"흐흥, 그래?"
"혈액에선 영양물을 뽑아들이기 어렵게 되는 거다. 그래서 뇌에 영양분이 가지 못하게 되고 정신 이상을 일으킨다."
"으응."
"혈청 결합이 진행되면 혈액은 농도가 높아지고 심장의 힘으로서는 피의 순환을 시키지 못하게 된다. 나는 이 사실을 규명하여 중개 역할을 하는 물질의 화학적 성질을 바꾸어 작용하지 못하게 하는 독물을 발견하려고 했어. 시간이 걸려서 건강체에의 작용, 부작용까지는 확인하지 못하고 가스를 방출시킨 거다."
"시간이 맞아서 잘 됐다. 모두 건강하게 되어......아, 스팍 항해사가 오지 않았구나! 우라 통신사, 스팍의 거주구를 불러 주게."
"예."
스위치가 철컥 들어갔다.
선내 통화기에서 아라비아 풍의 이상한 소음이 들렸다. 그건 발칸 성의 악기로서, 시끄러워서 스팍은 언제나 혼자서 선내에서 연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시끄러운 소리에 맞춰서 스팍이 귀에 거슬리는 소리로 노래하고 있었다.
"아라브, 웨스 크로니슈 스프라이 푸우 리스쯔우. 올 엔 루쥬크 마질 아우오!"
커크는 얼굴을 찡그렸다.
"정신이 올바른지 아닌지 짐작을 못하겠어. 저 사나이는 특별하니까 해독 가스가 부작용을 일으켰는지 모른다. 맥코이, 조사하러 가게."
"귀를 틀어막고, 곧 가겠습니다."
맥코이는 나갔다. 스팍은 아직 노래를 하고 있었다.
"리지이 베베. 프사르크 피이루쯔우 후로르 옴!"
소리는 점점 열을 띠고 그것만 들어도 숨이 막힐 것 같이 되었다. 커크는 선내 통화기의 스위치를 끊었다. 이러한 굉장한 소리를 듣는 정도라면 저 '오오 캐서린!'을 다시 한 번 더 듣는 게 나은 편이었다.
"그렇지만 말야."
커크 선장이 좀 반성을 했다.
스팍에게는 라일리의 소리가 이처럼 견딜 수 없게 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후우!"
커크 선장은 한숨을 내쉬고 의자의 등에 기대어 스크린에 비치는 라 피그의 최후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라 피그는 이제 여기저기가 마구 부풀어올랐다. 그건 하늘에 뜬 먼지에 지나지 않았다.
"인간의 뇌와 같은 모양이구나."
<흡사한 것은 엄밀히 말하면 겉면뿐이다.>
하고 커크 선장은 생각했다.
행성의 파열은 철저했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다르다. 기회가 있으면 회복되는 것이다.
 
로뮬르스 성인의 공격
 
로뮬르스 성인의 반란이 시작되었을 때, 커크 선장은 우주선 엔터프라이즈 호의 강당에서 결혼식을 주례하기 위하여 대기하고 있었다. 선장은 결혼식을 맡아볼 수 있는 우주선에서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혼하는 것은 로버트 톰린슨 기술사와 안젤라 마틴 2등 기술사로서 두 사람 모두 이 우주선의 승무원이었다.
항성에서 항성에의 여행은 준광속(빛에 가까운 속도)으로 달려도 오랜 세월이 걸리며, 결혼하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나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우주선에는 '모든 행성의 모든 신앙에도 사용될 수 있게'라는 목적으로 강당이 만들어져 있었으며 식은 거기서 올려지게 되어 있었다.
커크 선장이 강당에 들어가자, 기관장인 스콧이 소형 텔레비전 카메라로 결혼식 광경을 우주선내에 방송하려고 조정 중이었다.
이 특별 중계 프로그램은 로뮬르스 레무스 중립 지대의 관측 위성에도 방영되게 되어 있었다.
신랑을 승무원들이 둘러싸고 무엇인가 말하고 있었다. 선장은 연단에 올라갔다.
선내 통화기에서 낮은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고 제니와 신부인 안젤라가 나란히 조용하게 들어왔다.
커크 선장은 기침을 했다.
그 때 선내 경보 버저가 울려 퍼졌다. 안젤라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승선하여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처음 듣는 버저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버저의 소리를 대신하여 우라 통신사의 소리가 들려왔다.
"커크 선장님! 브리지에! 커크 선장님!"
그러나 커크 선장은 벌써 버저 소리가 났을 때 강당에서 뛰어나와 달리고 있었다.
식은 시작되지 않았던 것이다.
 
브리지에 뛰어올라 갔더니, 우라 통신사의 옆에 스팍 항해사가 버티고 서 있었다. 지구인의 어머니와 발칸 성인의 아버지와의 결혼으로 태어난 스팍은 지구인과는 감정의 표현이 다르며, 우라 통신사도 반스 족 출신답게 냉정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브리지에는 팽팽히 긴장된 공기가 넘치고 있었다. 커크가 물었다.
"무슨 일이냐?"
스팍 항해사가 대답했다.
"전초 위성 (다른 항성계의 행성의 둘레를 돌며 경계하는 인공위성) 4023의 사령관 한센으로부터의 보고입니다. 중립 공역에 침입자의 전파 반응이 나타나 있는 모양입니다."
"상대방의 정체는 확인했나?"
"아직 못 했습니다. 엔진의 형은 신식인 모양이니까 로뮬르스 성인의 우주선이 아닐까요?"'
여기 중립 공역은 한때는 가장 무서워했던 로뮬르스 성인이 태양계를 둘러싸고 설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전초 위성이 감시하고 중장비의 우주선이 가까운 곳을 지나게 된 지금, 어떤 우주선이 나타난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중립 공역이 설정된 이래 50여 년간 한 번도 모습을 나타낸 일이 없었다.
통신기에는 밖으로부터의 소리가 끼여들었다.
"여기는 한센. 지금 상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로뮬르스의 마크를 달고 있습니다."
"무엇이라고?"
커크 선장은 통신 컴퓨터에 다가서서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커크 선장이다. 상대방의 우주선에 통신을 해 봤는가?"
"했습니다. 응답이 없습니다. 선장님, 도와주시겠습니까?"
"물론이다."
"상대방은 점점 접근해옵니다."
순간, 한센의 소리는 끊어졌다가, 또 계속되었다
"......실례, 지금 또 감시 장치에서 사라졌습니다."
"그 감시 장치의 화면을 보내 주게. 우라, 브리지의 감시 스크린으로 수상해라."
스크린에는 별이 비칠 뿐이었다.
갑자기 커다란 우주선의 모습이 나타났다. 둥근 지붕이 붉은 원반과 같은 선체로 엔터프라이즈 호와 흡사하다. 그것이 점점 커진다.
전초 위성에 접근되고 있는 것이다.
"우라, 비율을 높여다오!"
"예!"
수상한 우주선의 모습이 확대되었다. 스콧 기관장이 가리켰다. 우주선의 아래쪽에 줄무늬가 있고 날개를 펼친 육식조(고기를 먹는 새)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틀림없이 로뮬르스별의 표시였다.
"또 보여집니다. 접근 중, 그 쪽에서도 보입니까?"
한센의 소리는 다급했다.
"아아, 보인다. 저건......?"
커크 선장이 말했을 때, 스크린에 하얀빛이 가득 찼다. 우라가 급하게 다이얼을 돌려 광도를 낮추었다. 커크는 눈부신 듯이 눈을 깜박이며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로뮬르스별의 우주선 아래쪽에서 어뢰 같은 것이 튀어나와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센이 외쳤다.
"저쪽은 포문을 열었다! 스크린이 듣지 않아요! 우리들은 이제......."
엔터프라이즈 호의 감시 스크린이 빛났으나 새까맣게 변했다. 확성기에 끼끼 하는 잡음이 들어 왔다.
"전투 배치에 서라!"
커크는 침착하게 우라 통신사에게 말했다.
"전선에 경보를 울려 주게. 스팍, 전속력으로 적의 진로를 막아라,"
 
시각 차단 스크린
 
로뮬르스 성인이라는 것은 어떤 종족인가?
그것은 로뮬르스 레무스 계라고 불리는 쌍둥이 행성에 사는 종족으로 전문가의 의견에 의하면, '한 때 이 공역 일대에 집단 이주해서 일부의 호전적인 종족을 추방하고 이 쌍둥이의 행성에 살게 되었을 것이다'라고 한다.
로뮬르스 성인은 이렇다 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성간 연합(별나라들 간의 모임)의 우주 선대에 공격을 해 온 일이 있었다.
로뮬르스 성인의 우주선은 얼빠진 원기둥 모양이며 원시적인 것이었는데, 승무원은 포로가 되는 일이 없었다.
죽을 때까지 싸우고, 또 상대가 살아 있는 한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자랑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므로 전쟁은 25년 동안 계속되었다. 전쟁 중 우주와 바다에서 주워 올린 로뮬르스 성인의 시체로 겨우 그 모습을 알게 되었다. 휴머노이드(의인류: 지구의 인류와 비슷한 구조를 한 다른 별의 생물. 지구의 인류가 돌연변이로 된 것은 신인류 또는 초인류라고 한다)이며 발칸 성인의 모습과 매우 비슷했다.
전쟁 후 로뮬르스 레무스의 태양계를 둘러싸고, 관측 전초 위성에 둘러싸인 중립 공역이 설정되었다. 그 후 50년 동안 감시가 지속되어 왔으나, 우주선이나 신호 하나 보내지지 않았던 것이다. 힘을 쌓아 무기를 준비하여 반격의 기회를 엿보는지, 또는 큰 타격을 받아 단념했거나 종족의 사기가 떨어졌는지 모두 추정일 뿐이었다.
지금 확실한 것은 다시 로뮬르스별의 마크를 단 우주선 한 척이 나타나서 성간 연합의 전초 위성에 공격을 걸어온 것뿐이었다.
 
엔터프라이즈 호의 승무원들은 명령이 내리자 번개같은 신속한 움직임으로 전투배치에 나섰다. 승무원들은 한 번도 전쟁을 해 본 일이 없었다는 사실을 의심할 만큼 재빨랐다.
운이 나쁘게 결혼식을 연기한 두 사람만 해도 특수 방사선포의 포좌에 서 있었다. 그러나 아직 겨눠야 할 상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브리지에서는 커크가 선장 자리에 앉고, 양쪽에 스팍과 스콧이 서 있었다. 우주선의 운전은 2등 항해사 스타일즈와 키가 큰 칼 항해사가 맡고 있었고, 우라 통신사는 통신 컴퓨터 앞에 있었다.
"위성 4023, 24, 25를 불렀으나 응답이 전혀 없고 침입하는 우주선도 없음."
"아직 엄중 경계! 이상을 확인하면 즉시로 보고하라고 다른 전초 위성에 전해라."
"예."
"4023의 담당 공역에 들어갑니다."
칼 항해사가 말했다. 커크 선장은 우라 통신사 쪽을 보았다.
"뭔가 수신되지 않는가?"
"없습니다. 다만 갑자기 빛의 동그라미 현상이 들어왔습니다. 아마 파괴물의 파편에 의한 것이며 아직 분산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위치는?"
"4023이 있었던 곳입니다. 컴퓨터에 의한 체크를 합니다만, 그러나......."
"그럼 우선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건가?"
커크 선장의 소리는 엄숙했다.
"로뮬르스 성인은 50년 전보다 큰 공격력을 가진 것 같다."
스타일즈가 낮을 소리로 물었다.
"그 병기는 어떤 것입니까?"
"응, 추측하기보다 조사하는 게 빨라. 미스터 스팍, 트럭터(자료를 모으기 위한 무인 비행기)를 내보내어 파괴물의 파편을 조금만 주워와 주게. 그 위성이 무엇으로 되어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변했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실험실의 의견을 듣고 싶다."
"알았습니다."
스팍 항해사는 선내 통화기로 선내의 과학 연구부를 불러내어 명령을 실행으로 옮겨갔다.
 
"선장님!"
우라 통신사의 소리가 여느 때와는 달라지고 있었다.
"왜 그래?"
"저, 지금 무엇인가 잡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무엇인가 움직이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각에도 비치지 않으며 레이더로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에너지도 제로입니다. 컴퓨터에 드 브로이파의 변조(방송 전류의 주파수를 일정하게 하고 진폭을 전화 전류에 의해서 변화시키는 일)가 나타나 있습니다. 무엇인가 매우 작고 밀도가 큰 것이 가까운 곳에 있든지, 매우 크고 밀도가 낮은 혜성과 같은 것이 먼 곳에 있거나 그 어느 쪽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찾아봐도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음......, 어때 항해사!"
커크는 스타일즈의 의견을 물었다.
"로뮬르스 레무스 태양계 내에는 엔터프라이즈 호 가까이에 식어버린 혜성이 하나 있습니다."
스타일즈는 곧 대답했다.
"방향은 은하 동쪽 973, 거리 광속으로 1.3시간, 진로는......?"
"그거라면 이미 포착하고 있어요."
우라 통신사가 말을 가로막았다.
"이건 그것과는 별개의 것입니다. 엔터프라이즈 호의 속도의 2분의 1의 속력으로 중립 공역의 내부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지는 전자장(전기와 자기가 함께 작용하는 곳)은 처음 보는 것입니다. 천연적인 것이 아닌 인공의 전자장입니다."
"그대로야, 그건 시각 차단 스크린이다."
스팍이 당연한 것을 말한다는 듯이 말했다. 스타일즈는 '흥'하고 콧소리를 냈으나, 커크 선장은 스팍이 엉터리를 말한 일이 없다고 믿고 있었다.
"설명해 주게, 스팍."
"선장님! 진로는 4025 위성을 소멸시킨 우주선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꼭 맞아요. 호프만 D 행성을 따라서 로뮬르스 성과의 사이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이미 가리키고 있습니다만."
"우라 통신사, 어떻게 생각해?"
커크는 우라에게 물었다.
"모두 그대로입니다."
우라는 불만인 듯했으나 스팍은 계속했다.
"둘째로, 한센 사령관이 적의 그림자를 바로 정면에서 놓친 것입니다. 다음에 나타났을 때에는 공격 개시의 직전이었습니다. 적선은 그리고 나서 또 모습을 감추고 그 이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셋째로, 시각 차단 스크린을 만드는 일은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이며 엔터프라이즈 호 정도로 큰 우주선이라도 우주선이 가지는 능력을 모조리 사용한다면 가능합니다. 특수 방사선포나 특수 방사선 총 등에 대량의 능력을 빼앗기기 때문에 안 될 뿐입니다."
"음, 그래서 엔터프라이즈 호의 코밑을 스쳐서 중립 공역으로 들어간 것도 알겠어. 로뮬르스 녀석들, 자신을 얻어서 이번에는 우리들을 향해 공격해 올지도 모른다. 칼 항해사, 우라 통신사가 잡은 이동하는 물체의 진로와 속도를 계산해서 추적하도록 하라. 단 중립 공역에는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할 것. 이상이다."
"알았습니다."
"미스 우라, 우주선과 모성(로뮬르스별) 사이에 오가는 말을 놓치지 않도록 조심해 줘."
"예."
"미스터 스팍, 미스터 스콧. 두 사람은 작전실로. 맥코이도 불러서....... 로뮬르스에 대해서 아는 것을 복습한다. 여러분, 질문은?"
질문은 없었다. 커크 선장은 말했다.
"그럼 여러분! 말한 대로 부탁한다."
 
무서운 신병기
 
작전실에서의 회합이 아직 계속될 때에 스팍은 과학 연구부로 불려 갔다.
스콧도, 맥코이도 마음을 놓았다. 커크 선장까지도 부하인 1등 항해사의 솜씨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으나 선장과 함께 있으니 편한 마음으로는 돌아가지 않는 것이었다.
커크는 힘 빠진 어조로 말했다.
"큰 일이 날 것 같은데. 이 중립 공역의 경계에는 성간 연합에 참가하고 있는 여러 가지 행성에서 병사가 파견되어 있어. 거기를 우리들이 정당한 이유도 없이 우주선으로 가로지르면 시끄러운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내전이 일어날지도 몰라."
"3개의 전초 위성이 없어진 것은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습니까?"
스콧은 분한 모양이었다.
커크도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안 되겠는데....... 문제는 로뮬르스 성인의 우주선이라는 증거가 없는 것이다. 상대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다. 나만 해도 그 로뮬르스 성인이 갑자기 우리들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우수한 우주선을 가지고 나타나고, 게다가 시각 차단 스크린을 쳤다고 누가 말한다면 도저히 믿으려고 하지 않을 거야. 더군다나 한편에서는 이렇게 회의 중에도 언제 어느 때 놈들의 공격을 받을지도 전혀 모르고 있는 거야. 행동을 취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것은 더욱 위험하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스팍이 돌아왔다.
"선장님!"
"괜찮아. 잡담 중이었어. 어서 보고를 해 주게. 스팍!"
"예."
스팍은 두터운 서류 뭉치를 안고 있었다. 한쪽 손은 힘없이 내려뜨리고 있었으나, 또다른 주먹은 힘주어 쥐고 있었다.
발칸 성인은 무표정하니까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나 내부의 긴장이 자세에 뚜렷이 나타나 있는 것 같았다.
"여기에 파괴물의 분석 자료가 있습니다. 요점을 말하겠습니다. 전초 위성 4023에서 사용된 로뮬르스 성인의 병기는 분자 내의 자장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떻게 되는 거지?"
맥코이가 거칠게 물었다.
스팍의 손은 주먹을 쥔 채로 올리고, 제도용 방안 흑판 위를 쓰다듬듯이 움직였다. 순간, 끌려가듯 팔이 움직이고 한 줄기 빛이 번쩍 흑판에서 나왔다. 흑판은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분자 내의 자장은 금속을 순간적으로 무력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이와 같이...... 금속 결정은 응집력(흩어지거나 녹지 않고 굳어지는 힘)을 잃고 가루가 됩니다. 알겠습니까? 맥코이!"
"요술인가, 농담인가? 스팍!"
커크 선장이 맥코이를 눈짓으로 주의를 주었다.
"스팍, 앉아라. 잘 알았어. 그놈들은 분자 내의 자장을 실용 병기화하고 있구나."
"그렇습니다."
"그래, 분자 내의 자장과 시각 차단 스크린이라? 어쩌면 좋지? 우리 쪽에서 공격하는 방법은? 스콧, 상대가 보이지 않으니까 공격은 할 수 없다. 공격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
스콧 기관장은 대답했다.
"어쨌든 완전 무장을 하고, 재빨리 행동하는 일입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우라 통신사가 드 브로이파를 포착했습니다. 그들은 이쪽이 코스를 포착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속력은 이쪽이 빠르니까......."
"그렇다면 언젠가는 쫓아가겠는데, 쫓아가서 그 때 어떻게 해야지? 그러나 화력은 저 쪽이 우수하다. 상대를 볼 수도 없다."
"예, 당장은 그렇습니다 선장님, 이건 세력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반반입니다."
"음! 잘못하다간, 항성간 전쟁이 시작되고 만다. 위험할 때다. 신중하게 잘 생각해야 하겠다."
그 때 선내 통화기의 버저가 울리고 우라 통신사의 소리가 흘러 나왔다.
"커크 선장님!"
커크는 손바닥에 땀을 쥐고 들었다.
"목표의 우주선의 위치를 알았습니다. 아직 모습은 보이지 않으나, 소리는 자꾸만 들립니다."
 
스팍과 비슷하다
 
일동은 작전실을 나와 브리지로 달려갔다.
중앙 스피커에서 빠른 말, 이제까지 듣지 못했던 말이 들린다. 목 쉰 소리였다.
우라 통신사는 수신 장치에 두 손을 살짝 올려놓고, 그 소리를 제대로 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갑판에서는 수신 테이프를 분석 팀에게 넘겨주기 위한 녹음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둘의 선내 통화가 장치에서 들려오는 것입니다. 임피던스(전기 회로에 교류가 흘렀을 때의 전압과 전류와의 비)의 높은 변조 전파에 의한 매우 약한 신호입니다. 앗, 들리지 않는다. 자, 또 들립니다. 스콧, 당신인가요? 나의 목에 숨을 내쉬고 있는 것이?"
"미안, 아가씨. 뭔가 도와 드릴 것은?"
"그럼 이 테이프의 내용을 컴퓨터에 계산하게 해 줄 수 없겠어요? 손목이 피로해졌어요. 전체의 모습도 알만해요."
"좋아."
컴퓨터 위에서 스콧의 손가락이 훨훨 춤추는 것처럼 움직였다. 이윽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의 음량이 안정되자 우라 통신사는 긴 한숨을 내쉬고 의자에 기대었다.
"우라!"
커크가 말을 걸었다.
"정말 새어나오는 전파로 전체의 모양을 그려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그려내지 못할 이유는 없어요. 이만큼 새어나오면 눈에 보이는 광선은 차단되어도 새로운 의문을 많이 열어준 것이나 같아요. 어쨌든 시험해봐요."
한참 동안은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스타일즈가 스콧에게서 컴퓨터의 일을 이어받아 계산을 진행했다.
"무엇인가 알 것 같습니다, 선장님!"
우라 통신사가 다시 바로 앉았다. 커크는 칼 항해사에게 물었다.
"코스에 변화는?"
"없습니다. 여전히 모성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됐어요. 알았어요. 자, 이겁니다."
우라 통신사의 소리가 튕겼다. 중앙 스크린이 밝아졌다. 로뮬르스 성인들의 모니터 카메라(망을 보거나 감시하는 카메라)나 무엇에 영상이 포착되었을 것이라고 커크는 판단했다. 비추인 것은 상대편 우주선의 브리지였다. 주사계기(사진 전송이나 텔레비전 등에서 보내려는 영상의 빛 에너지를 전기적 에너지로 바꾸고 또 그 반대로 전기적 에너지를 빛 에너지를 바꾸어서 원상대로의 영상을 재현시키는 장치)의 앞에 세 명의 로뮬르스 성인이 앉아 있는 것이다.
모니터 카메라라면 엔터프라이즈 호에도 곳곳에 있는데 브리지에만은 없었다. 브리지를 누가 감시하는 묘한 일을 하는 작자들이다.
세 사람 모두 두꺼운 헬멧을 쓰고 이리 머리의 마크가 달린 군복을 입고 있다.
바로 앞에 크게 비치고 있는 것은 사령관인 듯 했다. 좁은 브리지에서 머리의 바로 위에 수많은 굵은 파이프가 있었다.
커크 선장은 사령관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흰옷을 입었고 왠지 이 사나이만이 헬멧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피부의 색깔, 귀가 붙은 모양 무엇이나 스팍 항해사와 흡사하다.
모두 거의 일제히 발칸 성인인 스팍 쪽을 돌아보았다. 커크는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았는데 기척으로 알았다.
브리지는 한참 동안 엔진의 소리와 로뮬르스 성인의 말소 리만으로 가득 찼다. 그 때 스타일즈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과연 우리 쪽 우주선과 흡사하다고 생각했더니 녀석들은 스파이를 쓰고 있었어."
커크 선장은 못 들은 척했다. 그리고 우라 통신사에게 말했다.
"우라, 저 말을 해독하라."
"예."
스타일즈가 또 꽤 큰 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의미는 잘 알 수 없으나 이제 흘려버릴 수는 없었다.
"스타일즈, 뭐라고 했어?"
"혼잣말입니다. 선장님."
"더 똑똑히 들려주게."
"아니, 별로 큰 일은 아니......."
"좋으니까 되풀이 해. 명령이다!"
커크의 말은 강한 어조였다. 스팍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스타일즈와 커크를 보고 있다.
"알았습니다. 나는 단지 저 말의 해독이라면 분석팀이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보다 스팍에게 부탁하는 편이 옳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그들은 스팍의 출신 종족과 비슷하니까 말입니다. 모습을 한 번 보면 누구든지 알아요."
"그거야말로 좋은 담당자일 거다. 그러나 내놓은 의견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어. 스팍, 자네는 저 녀석들의 말을 알아? 불쾌하겠지만 만약에 알고 있다면 가르쳐 주게."
"유감스럽게도 알지 못합니다."
스팍이 말했다.
"이 공역의 종족들은 거의가 동일한 조상으로부터 파생된 것입니다. 그러나 발칸 성은 지구와 같이 역사 시대(문자를 발명하고 문헌이 남게 된 때부터의 시대)에 들어와서는 로뮬르스 성인과 교섭이 없었습니다. 어쩐지 우리 모성의 말과 비슷해요. 같은 어원의 말이 있는 것 같으나 모르겠습니다. 영어에도 그리스어가 어원으로 섞여 있어도, 그리스어는 알지 못하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시간이 있으면 실마리 정도는 캐보겠지만......."
커크는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그 먼저 스피커의 이야기도 그치고 스크린의 영상도 사라졌다. 우라 통신사가 보고했다.
"전파를 막아버렸습니다. 통신을 가로채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어쩐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 감시를 계속하여 또 포착되면 알려 주게. 스팍에게 녹음 테이프를 복사하여 주게."
"예."
"맥코이와 스콧, 자네들은 나의 선실로 빨리 와주게."
커크는 일어서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고 있었으나 미리 계산하고 있었던 것처럼 좀 가다가 스타일즈에게로 돌아섰다.
"그리고 스타일즈, 자네의 제안은 쓸모가 있을지 모르나 당장에는 편견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는 점이 있어. 스팍에 대한 감정은 자네의 가슴에만 간직해야 한다. 이제부터 그런 생각이 떠오르면 브리지에서 홀로 중얼거리지 말고 반드시 나에게 들려주게."
스타일즈는 핏기가 없어질 정도로 힘이 없었다.
"알았습니다."
 
전 우주의 평화를 위하여
 
자기의 선실에서 커크 선장은 두 발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씁쓰레한 얼굴을 하고 의사와 기관장을 바라보았다.
"시끄러운 문제를 가득 안고 있는 데도 아직 모자란다는 것뿐이구나. 확실히 스팍은 이상한 작자야. 보통 때에도 가끔 화를 내는 일이 있는데 그것은 우연의 일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타이밍이 나쁘다."
맥코이가 말했다.
"선장님, 정말로 우연한 일치라고 하면 말입니다."
"아마 그럴 거야. 나는 스팍을 믿고 있어, 그는 유능한 사관이다. 그런데 지구의 표준으로 볼 때 태도가 좋진 않아. 그리고 스타일즈의 태도도 좋은 건 아니지. 그런데 그 문제는 그렇다하고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거지 ? 로뮬르스 성인은 아직 달리고 있고 2, 3시간 후에는 중립 공역에 닿는다. 우리들은 어디까지 추적해야 할까?"
"그렇게 하면 전쟁이 돼요. 내전이 일어나......."
맥코이는 머리를 흔들었다.
"맥코이, 우리들은 이미 세 개의 전초 위성과 60명의 생명을 잃고 있어. 한센과 나는 함께 학교에 다닌 사이야. 몰랐었던가? 그건 그렇다하고, 스콧, 자네의 의견은?"
"60명의 생명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엔터프라이즈 호에도 400명 가까이 타고 있어요. 로뮬르스 성인의 병기를 막을 방법이 없어요. 이쪽에서 특수 방사선포를 쏘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상대가 우선 중립 공역에 되돌아가 준다면 다시 성간 연합에 보고하여 해군에 뒤처리를 맡기고 싶은 데요. 그 동안에 적의 병기에 대해 연구도 할 수 있습니다."
"말도 알 수 있게 되고 녹음 녹화는 엔터프라이즈 호 이외에는 없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만약에 전쟁에까지 끌고 가서 지기라도 하면 그것은 모조리 잃어버립니다."
맥코이도 전투는 피하자는 의견이었다. 커크 선장은 잠시 생각을 하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한 마디도 동의할 수 없으나 항행 일지에는 기록해두기로 하자. 다른 의견은?"
"없습니다."
맥코이의 말소리가 따지는 것 같았다.
"결국, 당신은 선장. 자기의 생각대로 하는 사람이며, 그 권리도 있소."
"나는 다만 이 전쟁을 막을 생각뿐이오. 이 우주선에는 400명의 생명과 그 속에는 결혼식까지 올리려고 한 젊은 아가씨도 있어요. 그러나 어떻게 하든지 막지 않으면 큰 전쟁이 됩니다."
커크 선장은 손톱 끝을 어두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가 덧붙였다.
"이 로뮬르스 성인의 침입은 우리들의 실력을 떠보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두 종류의 신병기를 가지고 갑자기 중립 공역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엔터프라이즈 호의 눈앞에서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대량 살인과 파괴를 행한 것이다. 그 의도는 자기들의 신병기의 실험이기도 하지만 우리들의 의도를 시험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50년 전에는 우리들이 그들을 물리쳤다. 그 후 그들은 우리들이 약해지고 있지 않는가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거다."
커크는 열을 올려 말했다.
"승산이 없다고 하여 동지가 살해되고 재산이 파괴되는 것을 그대로 볼 수 있느냐 말이다. 여기서 안전 제일로 행동한다고 중립 공역의 법률을 위반해 가며 침입하는 자를 놔둔다면 과연 그들은 앞으로 어느 정도 우리들에게 평화를 즐기게 해 줄 수 있을까? 우리들이나 지구에 있어서도 이제 평화로운 미래가 보장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것을 그 녀석들에게 가르쳐 줄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는데?"
맥코이도, 스콧 기관장도 끄덕이며 들었다. 스콧이 말했다.
"옳은 생각입니다. 선장님."
"맥코이는 어때?"
"알았습니다. 단, 한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특수 방사선포 갑판에 있는 그 젊은 사람과 아가씨를 결혼시켜줍시다."
"이 중대한 때에? 결혼식에 적당한 때라고 생각하는가?"
"적당한 시기가 과연 두 사람에게 올는지 의문입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떳떳하게 부부로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커크 선장은 싱긋 웃었다.
"좋아, 자네의 말대로 하자. 그러나 빨리 서둘러야 한다."
 
부산한 결혼식
 
회의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커크 선장이 깨달은 것은 브리지에 되돌아와서였다.
브리지에 변한 일은 없었다. 로뮬르스 성인의 우주선은 드 브로이파에 의해 다시 탐지되고 있으며 아직도 중립 공역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속도가 상당히 떨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녀석들은 우리들의 기미를 알지 못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함정에 빠뜨려 넣으려고 하는지, 어느 쪽이건 이대로 쫓아가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비스듬히 접근하여, 신경을 건드려 보자. 스팍, 좋은 코스를 발견해주게."
스타일즈와 칼 항해사가 좀 떠들썩했으나 커크 선장은 모르는 척했다. 스팍을 믿고 있는 것이다.
"나는 결혼식을 끝내고 오겠다."
잠시 후 강당에서는 커크 선장의 보통 때보다 좀 빠른 말소리가 울리었다.
"우주법의 규정에 따라 우리들은 이 여성 안젤라 마틴과 이 남성 로버트 톰린슨의 부부의 약속을 맺어주기 위하여 여기 모였다. 그리하여 나는 성간 연합의 제 1급 우주선 엔터프라이즈 호의 선장으로서 부여된 권한에 의해 두 사람이 부부가 된 것을 선언한다."
톰린슨은 커크의 재촉을 받고 겨우 신부에게 입을 맞추었다. '와' 하고 환성이 일어났다. 제니는 달려가서 안젤라의 볼에 키스를 했다. 맥코이는 톰린슨의 손을 잡고 힘차게 흔들고 어깨를 쳤다. 곁들여 신부에게 키스하려고 하다가 커크의 제지를 받았다.
"그건 선장의 특권이다."
그러나 선장의 모처럼의 특권도 실제로는 실현되지 않았다. 벽의 스피커가 선장을 호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스팍의 소리였다.
"포기하지!"
커크 선장은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이제 곧 간다. 스팍!"
 
전쟁은 끝났다
 
스팍이 선택한 코스는 그 차가운 혜성을 이용하는 일이었다.
천체 위치 추산력(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항성이 지구를 도는 것으로 만들어져 있는 천동설 쪽이 편리하지만, 우주공간에 나가면 지구에서 보는 별의 위치나 움직임은 아무 소용이 없어서 우주 생활에 알맞게 만든 달력임)을 조사하고 컴퓨터에 걸어 지금부터 440초 후에 혜성이 엔터프라이즈 호와 로뮬르스 우주선과의 사이를 가로지르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좋아, 그 곳으로 가자. 혜성이 사이에 들어오면 최대 속력으로 접근한다. 스콧, 특수 방사선포실에 포격의 필요가 있다고 전해라. 감각 장치의 눈금은 영으로 해 두어라."
스팍이 말했다.
"접근하기까지 앞으로 60초!"
스타일즈가 질문했다.
"특수 방사선포의 탄환이 그들의 방벽을 관통하지 못하면 어떻게 합니까? 선장님."
"응, 그럴 가능성도 많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어."
"......30......20......15......10, 9, 7, 6, 5, 4, 3, 2, 1, 0!"
우주선은 갑자기 혜성으로 다가갔다. 스크린 가득히 혜성이 펼쳐졌다.
"좋아, 여기다. 톰린슨 쏴라!"
선내의 조명이 어두워졌다가 순간 다시 밝아졌다. 특수 방사선포의 굉장한 소리가 딱 그쳤다.
"에너지를 지나치게 내서입니다."
스팍이 감정이 없는 소리로 말했다.
"메인 코일이 타버렸구나."
하고 말하면서 스팍이 컴퓨터의 뚜껑을 열고 회로선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스타일즈가 좀 망설이다가 도와주려고 다가갔다.
칼 항해사가 외쳤다.
"선장님! 상대방의 우주선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명중되었습니다."
"아직 충분하지 않아. 전 속력으로 후퇴! 안전한 코스로 진입하라."
그러나 스크린에는 그 위성 4023을 파괴한 것과 같은 종류의 공중 어뢰가 엔터프라이즈 호를 향하여 돌진해 오는 모습이 비쳤다.
"앞으로 2분 후면 명중하게 됩니다."
칼 항해사의 소리가 높아졌다.
"제니, 90초 후에 통신 로켓을 투하해 줘."
커크가 말했다. 이제 최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스크린에 비치는 공중 어뢰는 모양이 찌그러지고 점차로 납작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벗어나는 듯이 바깥쪽으로 말려 올라가, 파란 에너지의 꼬리가 길어지더니 갑자기 어두워졌다.
사정 거리(탄환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한계가 있었던 모양이다.
엔터프라이즈 호의 선체는 심하게 기울어졌다. 몇 사람이 바닥에 쓰러졌다. 스팍도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계기 컴퓨터가 터지고 불꽃이 튀었다.
"스콧, 손상을 보고하라!"
"선창의 일부에 금이 갔습니다. 그 외의 손상은 대단하지 않고, 중앙 방사선포는 아직 움직이지 않습니다. 코일을 교환하기까지는 공격이 불가능합니다."
우라 통신사가 보고했다.
"전방에 파괴물의 파편이 떠 있습니다. 사상자의 시체 같은 것도!"
왓 하고 함성이 올랐다. 커크는 손을 흔들어 제지했다.
"저쪽의 선내 통화기로부터 소리는? 우라!"
"없습니다. 시각 차단 스크린이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드 브로이파의 그림자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혜성이 방해하고 있습니다."
"음……."
커크는 생각에 잠겼다.
<모습을 자유롭게 지워버릴 수 있는 적은 이쪽의 병기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모성으로 돌아가 버린다. 그러면 다음 출현할 때에는 방어가 완벽한 대선대가 밀려오게 된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적선을 모성으로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 그들의 병기의 사정 거리는 짧다. 그래서 무력한 3개의 전초 위성에 공격을 하고 후퇴했다. 이렇게 하여 이 쪽의 우주선을 고립시키고 지금은 측면에서 공격한다. 이번에는 뒤로 돌아와서 공격할지? 나 같으면 그렇게 하겠다. 이 우주선의 전리 항적 (해가 지나가면 지나간 흔적이 남는 것과 같이 광자 우주선이 지나간 다음에는 우주 공간에 변화가 일어나 지나간 흔적이 남는다. 전리는 이온화라고도 말하고 기체 이온이 일어나는 현상이다)에 들어가서 바싹 달라붙는다. 가는 쪽에는 응원의 함대를 기다리게 해 둔다. 이건가?>
"표류하는 파편은?"
우라 통신사가 물었다.
"낡은 수법이다. 옛날 잠수함에 잘 사용한 눈가림이다. 칼 항해사, 우주선의 방향을 바꿔라. 중앙 특수 방사선포의 포열이 곧바로 선미로 돌려지도록....... 스팍, 메인 코일의 교환을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 특수 방사선포 갑판에 가서 수동으로 발포하는 지휘를 취해 주게. 스타일즈, 자네도 가서 그걸 도와 줘. 방향 전환이 끝나면 명령과 동시에 발사한다."
두 사람은 끄덕이고 나갔다.
방향 전환이 시작되고 있었다. 스크린은 지금까지 뒤의 방향이었던 공간을 포착하고 있었는데 전리 항적에 덮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혜성의 꼬리가 가스체에 뒤섞인 전방과 같았다.
이윽고 로뮬르스 우주선은 셋째 번의 행동을 개시했다. 그 위치는 커크 선장의 예상대로 이며 전리 항적의 중앙이었다.
우주선의 방향 전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커크는 이를 악물고 기다렸다. 스크린 위에 십자선이 유령처럼 흔들려 보이는 전리 항적 속의 적의 우주선에 다가갔다. 저쪽이 완전히 모습을 나타내면 공격해 올 것이다.
"지금이다. 스팍 빨리 발사해라!"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커크 선장은 특수 방사선포의 갑판에 이어지는 선내 통화 스크린의 스위치를 넣었다.
화면에는 녹색의 증기가 소용돌이치고 바닥에 두 사람이 쓰러져 있다.
코와 입을 누르고 있는 스타일즈가 보이기 시작했다. 포 자리에 닿으려고 애쓰다가 목구멍을 쥐고 쓰러졌다.
"스콧! 저건 뭐냐? 녹색의 안개 같은 건?"
"냉각액입니다. 보셔요, 스팍이......."
스크린에는 엎드려 기어가는 스팍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뒹굴고 있는 시체 위에 로뮬르스 우주선의 파란 에너지의 화살이 퍼부어지고 있었다
모두가 꿈속에서의 일처럼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는 그러한 느낌이었다.
이윽고 스팍은 겨우 중앙 특수 방사선포의 조정 컴퓨터에 닿자 몸을 일으켜 무릎을 꿇고 냉각액으로 마비된 손가락을 계기 위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나서 손바닥으로 발사 단추를 두 번 두들기고 그대로 쓰러졌다.
순간, 조명이 어두워졌다.
로뮬르스 성인의 우주선은 폭발되었다. 엔터프라이즈 호에서는 3명의 사망자가 생겼다. 톰린슨과 조수와 그리고 스타일즈였다. 안젤라는 냉각액이 뿜어졌을 때 그 갑판에 없었기 때문에 죽음을 면했다. 단 반나절 사이에 남편과 사별한 것이다.
커크 선장은 모든 것을 항행 일지에 기록했다.
3, 4명의 희생자로 본격적인 전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제 2차 로뮬루스 별과의 전쟁은 끝났다.
 
흉악범이 잠입하다
 
탠타르스 범죄자 식민지의 총독인 트리스탄 애덤스 박사로부터의 통신입니다."
우라 통신사가 커크 선장에게 마이크를 들어 넘겨주었다.
"커크 선장입니다. 또 하물이 남아 있었습니까? 박사님."
"아니, 하물은 모조리 운반했소. 엉뚱한 것까지 운반된 모양이오."
"예?"
"사이몬 반 겔다라는 사나이가 짐짝 속에 숨어서 탈출한 걸 발견했소. 지금 엔터프라이즈 호 안에 있을 것이오. 수사해 주기 바라오. 겔다는 흉악성을 발휘할 염려가 있으니까 주의하시오."
"알았습니다. 곧 수배하겠습니다."
화물을 창고에 넣고 아직 3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즉시로 수사가 시작되었으나 그때는 이미 늦었다. 겔다는 재빨리 짐짝에서 나와 으슥한 데서 승무원을 몰래 습격하여 옷과 특수 방사선 총을 빼앗았던 것이다.
그대로 브리지에 나타나서 또 3분 정도의 선내의 활동을 마비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유명한 스팍 항해사의 신경 압박의 방법에 붙잡혀 병실로 끌려갔다.
정말 그것으로 끝이 난 것이었다. 보통 체포된 자는 정해진 대로 과학적 검사를 받고 호송선으로 탠타르스에 도로 보내진다. 그리고 애덤스 박사의 치료를 받게된다.
범죄자를 사회에 복귀시키자 라는 애덤스 박사의 오랜 주장과 노력을 커크 선장은 오래 전부터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한 번도 탠타르스 식민지를 찾아가 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겔다를 되돌려보내는 이 기회에 꼭 방문하고 싶다고 커크는 생각했다.
또 겔다라는 사나이에게도 흥미가 있었다. 우선 범죄자의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다. 탠타르스에 보내져오는 것은 범죄자 외에 정신 이상자도 있다는 것을 커크 선장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선장은 병실로 갔다.
죄수는 또 난폭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묶여 있었다. 침착하게 하는 조치를 해서 실체 기능 테스트를 받고 있었다. 깊이 잠들고 있는 얼굴은 마치 아이들처럼 순진했다.
맥코이가 컴퓨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뇌파 전위 기록기에 이상한 파도가 눈에 뜨이는데 정신 분열증(정신병의 일종)은 아닙니다."
침대에서 신음하는 것 같은 울부짖는 소리가 났다. 의식이 되돌아온 모양으로 자꾸만 몸부림쳤다.
"보고에 의하면 잘 지껄인다고 했잖아."
하고 커크 선장이 말했다.
"그러나 그다지 뜻이 있는 말은 못 합니다. 말한 후 곧 잊어버리고 다른 말을 지껄입니다. 별로 엉터리 같은 느낌은 들지 않으나 좀더 조사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 유감입니다."
침대 위의 신음은 말소리로 변했다.
"그놈하고 손을 끊어라! 그놈을 다시 데려 와!"
커크가 들여다보며 물었다.
"너의 이름은?"
"내 이름......, 내 이름......."
사나이는 아직 몸부림쳤다. 묶여져 있기 때문이 아니라 무엇인가 다른 고통이 사나이를 괴롭히는 모양이었다.
"나의 이름은 사이몬, 사이몬....... 사이몬 반 겔다. 나의 이름을 들은 것이 처음이지?"
맥코이가 대답했다.
"아까도 같은 말을 했어요."
"내가? 잊었어. 나는 탠타르스 식민지에서 총독의 한 사람이었다. 죄수가 아니야. 나는......조수다......졸업하여...... 에......."
사나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박사 학위를 땄다."
생각하려면 고통이 심해지는 모양이었다. 커크 선장이 조용히 말했다.
"이젠 됐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겔다는 이를 악물었다.
"놈들은 나의 기억을 지워 버렸어. ……편집하고 조정하고……, 잊지 않아! 잊어버리지 않아! 절대로 나는 거기로 다시 가지 않아. 죽는 게 낫지. 죽는다! 죽어!"
사나이는 또 몸부림쳤다.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지고 큰 소리를 질렀다.
맥코이가 한 걸음 다가서더니 분무식 피하 주사를 놓는 소리가 씨익 하고 났다. 외침은 점점 조용해지고 중얼거리다가 이윽고 그쳤다.
"무엇인가 예상되는 일은?"
하고 커크가 물었다.
"한 가지만은 확실합니다. 이 사나이는 그 형무소라기보다 요양지라고 하는 곳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감옥은 뭐라고 해도 감옥이니까요."
"또는 거기서 무엇인가 좋지 않은 일이 행해지고 있든지 말야……. 잘 감금해라. 좀 조사해보자."
커크 선장이 브리지에 되돌아오자 스팍 항해사가 라이브러리 테이프의 라인을 뷰어(보는 장치)에서 떼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선장님, 조사했습니다. 틀림없이 우리 우주선에 잠입한 죄수는 반 겔다 박사입니다."
"뭐?"
"애덤스 박사의 조수로서 6개월 전에 탠타르스 식민지에 근무를 명령받은 사람입니다. 직원입니다. 전문 분야에서는 존경을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커크 선장은 좀 생각하고 나서 우라 통신사 쪽으로 돌아섰다.
"우라 통신사, 탠타르스의 애덤스 박사를 불러 주게. 아, 박사님. 이쪽은 엔터프라이즈 호의 선장 커크입니다. 그 도망자의 일인데......."
"이상은 없어요? 다들 무사합니까? 난폭해지면......."
"아니, 모두 무사합니다. 박사님께 물으면 무엇인가 알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의사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습니다."
"아, 그럴 겁니다. 반 겔다 박사는 어떤 실험......특수한 빔의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성공하면 손을 댈 수 없는 성격이라도 고칠 수 있는 실험이었습니다. 반 겔다 박사는 자기를 실험대로 한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위험하게......."
애덤스의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을 때 맥코이가 브리지에 들어왔다. 한참 동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커크 선장에게 스위치를 끊으라는 시늉을 했다.
커크 선장은 마이크로 향해 갔다.
"좀 기다려 주십시오."
우라 통신사가 스위치를 끊자 커크 선장은 맥코이에게 돌아섰다.
"뭐냐?"
"지금 이야기는 거짓말입니다. 겔다 박사는 어디가 나쁜지는 몰라도 본인 스스로 했다는 건 거짓말이오."
"증거는?"
"다만 인상이지만......."
"그건 말도 안돼.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은 보통 형무소 소장이 아니오. 죄수의 형무소 생활을 즐겁게 해주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주는 위대한 일을 한 애덤스 박사다. 과거 20년 동안에 해 놓은 일은 인류의 40세기에 걸치는 일보다 크다. 그러한 사람을 이유 없이 비난하는 것은 안 돼,"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조사를 의뢰해 봤으면 어떨까요? 부정이 있는지 어떨지....... 의뢰해서 나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그건 그래."
커크 선장은 우라 통신사 쪽을 끄덕이어 보였다.
다시 스위치가 넣어졌다.
"애덤스 박사? 지금 우리 사관이 의견을 말했는데, 다시 말해서 성간 조사선 엔터프라이즈 호의 선장인 나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조사를 하여 정식 보고서를 만들겠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커크 선장, 오셔서 조사를 하시겠습니까? 좀처럼 손님이 없는 곳이 돼서 환영합니다. 다만 될 수 있는 한 적은 인원으로 오십사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들은 일의 성질상 관계없는 사람의 방문을 제한하여야 되겠지요."
"알았습니다. 엔터프라이즈 호로부터의 송신을 끝냅니다. 이거로 좋아? 맥코이."
"예."
"좋다. 어쨌든 조사가 끝나기까지 겔다는 여기에 둔다. 에......, 자네의 부하 중에 정신 의학과 형벌학을 전공한 사람이 없는가? 양쪽을 겸한 사람이면 더욱 좋아. 보내 주지 않겠어?"
"있어요. 헬렌 노엘. 그 여성은 의학 박사로서 범죄자를 재생시키는데 대한 논문도 썼습니다."
"좋아. 그럼 출발은 1시간 후."
 
식민지의 주민
 
엔터프라이즈 호의 사관이나 선원 중에는 여성이 꽤 많으나 특히 헬렌 노엘은 젊고 눈부실 만큼 미인이었다.
커크 선장이 헬렌을 알게 된 것은 크리스마스 파티 때이며, 이 때 승무원 중에 아름다운 여성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탠타르스별은 차가운 생명이 없는 세계이며, 대기는 거의가 질소로 황폐해 쓸모 없는 곳이었다. 식민지는 모두 지하에 설치되어 지상에는 전송실, 엘리베이터의 탑승장, 그 외에 작은 건물이 있을 뿐이었다.
애덤스 박사는 두 사람을 사무실에서 맞이했다. 박사는 코 옆에 까만 점이 있었다. 몸집이 큰 부드러운 얼굴을 한 40대의 중간 정도의 사람이었다.
유머를 잊지 않고, 때때로 브랜디를 권했다. 명성이 높은 사람인데도 마음 편하게 사귈 수 있는 사람이며 방안이 어지간히 흩어져 있어 친밀감을 주었다.
박사의 옆에 키가 훨씬 큰, 얼굴빛은 좀 좋지 않으나 이목구비가 정연한 젊은 여성이 있었다.
"이 분은 미스 리시(망각이라는 의미)."
박사는 이렇게 소개했는데 커크 선장은 왠지 좀 기분이 나빴다. 아마 목소리와 몸짓에서 웬일인지 인간다운 것을 느낄 수 없었다.
"리시는 치료를 받으려고 여기에 와서 결국 의사로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매우 훌륭합니다. 이 여성은......."
"저는 일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리시가 딱딱하게 말했다. 커크 선장은 애덤스 박사에게 눈으로 허락을 청하고 나서 물어 보았다.
"여기 오시기 전에는?"
"딴 사람이었어요. 원한과 미움에 가득 찬 딴 사람이었습니다."
"어떤 사건이 있었습니까7"
"모릅니다."
애덤스 박사가 말했다.
"치료의 방법으로 기억 상실이라는 방법이 있습니다. 기억의 무거운 짐에 견딜 수 없는 사람에게서 그 무거운 짐을 없애 주는 것입니다. 하루의 괴로움은 하루로서 충분하다라고 하는 거죠. 자, 시찰을 해 보시겠습니까?"
"예, 전부 보여 주실 시간은 없을 것 같군요. 우선 겔다 박사가 실험하고 있었다는 장치, 그 실험을 보고 싶습니다."
"알았습니다. 따라 오십시오."
"좀 기다려 주십시오."
커크 선장은 바지 뒷주머니에서 통신기를 꺼냈다
"우주선과는 끊임없이 연락을 취합니다."
스팍 항해사의 소리가 통신기에서 전해져 왔다.
"겔다는 아직 회복이 안 됐습니다. 맥코이 박사가 두세 가지 간단한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겔다가 말하는데 애덤스는 겔다에게 악의를 가지고 있어 그 실험 장치는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습니다."
"알았어. 연락은 4시간마다. 여기는 아직까지 공명정대. 문제는 없는 것 같이 보인다. 통신을 끝낸다."
뒤돌아보자 애덤스 박사가 싱글거리고 서 있었다.
"좋습니까? 그럼 이쪽으로."
 
애덤스 박사의 실험
 
겔다가 위험하다는 그 실험실은 보통 치료실이었다. 방사선 의학의 치료실과 흡사했다. 커크와 애덤스와 헬렌 세 사람이 들어갔을 때 치료대의 위에 정신을 잃은 환자가 홀로 누워 있었다.
천장에서 내려진 작고 복잡한 장치에서 환자의 이마에 레이저 광선과 같은 가느다란 광선이 직선으로 비치고 있었다.
문 가까이에는 컨트롤 컴퓨터가 있고 거기에 의사가 한 사람 제복을 입고 서 있었다. 어떤 방사선인지는 알 수 없으나 보호복도 걸치지 않고 태연하게 가까이에 서 있는 것으로 보아 별로 위험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것이 문제의 장치입니다."
애덤스 박사가 조용한 소리로 설명했다.
"신경 강화기 또는 신경 제동기라고 합니다. 반대로 말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두 가지 모두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신경이 전해지는 감도를 높이면 두뇌 내부의 교차 접촉점이라는 곳의 작용이 크게 증가됩니다. 감도를 더욱 높여 어느 한계를 넘으면 반대로 신경이 그 작용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이것을 이용하여 환자가 안고 있는 고뇌와 소원을 처리하기 쉽게 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효과가 일시적이어서 기대할 만큼 쓸모가 있을는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음."
커크 선장은 말했다.
"아직 의문인데......?"
"왜 그것을 사용하는가 말입니까? 선장님, 이유는 단 한 가지 희망입니다. 포악스럽게 된 환자의 진정에는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세히 말하면 고비를 넘기기 위한 것에 불과합니다."
"진정제와 같은 거군요."
헬렌이 덧붙였다.
"끊임없이 환자의 혈관 내에 진정제를 보내어 환자를 진정시킬 수 있어요."
애덤스 박사는 끄덕였다.
"나의 목적도 거기에 있어요."
커크 선장은 치료대 위의 환자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제복의 의사에게 얼굴을 돌리고 물었다.
"그 장치의 조작은 어렵습니까7"
"아니요, 간단합니다."
의사는 말했다.
"전류의 강도를 재면서 스위치를 넣거나 끊을 뿐입니다. 환자가 휴식하고 있을 때의 출력을 뇌파에 맞추도록 해 왔으나 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동안에 뇌는 밖에서의 암시를 아주 받기 쉽습니다. 암시를 주어 치료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컴퓨터의 테이프에 맡기는 것처럼은 안 됩니다."
"이와 같은 이유인데, 환자의 앞에서는 길게 이야기할 수 없으니 설명은 사무소에서 하겠습니다."
애덤스 박사의 말소리에는 약간 초조해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커크 선장은 관계하지 않았다.
"나는 하고 싶은 질문을 하고 싶을 때 마치고 싶습니다."
"선장님은 직선적(자기가 생각한 대로 말하거나 행동을 함)인 분이어요."
헬렌이 애덤스 박사에게 말하자 박사는 싱글거리는 얼굴이 되었다.
"선장을 보고 있으니까, '한 발로 서 있는 동안에 세계의 모든 지혜를 가르쳐라'하고 요구한 옛날의 학자를 생각하게 되는군요."
커크는 그러나 버티었다.
"나는 단지 확인하고 싶을 뿐입니다. 여기가 실제로 겔다 박사가 위험을 받았다고 말하는 곳인지 아닌지를......."
"틀림없습니다. 여기입니다. 이 장치입니다. 겔다는 고집쟁이여서 무엇이나 혼자서 실험을 해 왔지요. 광선의 강도를 최대로 높였습니다. 그러면 머리를 상하게 되는 것도 당연합니다."
"부주의한 사나이군요. 알았습니다. 박사, 다른 곳을 보여 주십시오."
"그러죠. 완쾌한 환자도 만나고 싶은 거죠."
 
암시에 걸린 선장
 
그날 밤 애덤스 박사가 준비해 준 침실에 가자, 커크 선장은 즉시로 엔터프라이즈 호를 불러냈다.
아직 새로운 일은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맥코이가 겔다의 기억의 상처와 맞서 연구하고 있었다. 진실을 알 수 있는 실마리는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겔다는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 같은 말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저 놈은 우리를 텅 비게 만든다......그리고...... 우리들을...... 저놈 자신으로 가득 채운다...... 가득 차기 전에 도망쳐라...... 텅 빈다...... 쓸쓸하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거의 의미가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보고를 받은 커크 선장에게는 무엇인가 생각되는 것이 있었다.
한참 후에 선장은 살짝 복도로 빠져나갔다. 발소리를 죽이면서 헬렌 노엘의 침실로 갔다.
헬렌은 문안에서 말했다.
"선장님, 안 돼요. 여성의 침실에 혼자서 이렇게 밤늦게 오시면 곤란해요."
커크는 말했다.
"공용 연락이야. 누가 보기 전에 안에 넣어 줘."
"그래도......."
"명령이다!"
헬렌은 망설이다가 옆으로 물러섰다. 커크는 재빨리 안에 들어가 손을 뒤로하여 문을 닫았다.
"고마워! 그런데 헬렌, 오늘 본 환자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어떻다니요? 모두 아무런 고통 없이 행복한 듯 했으며 온순하고......."
"좀, 정신이 빠진 사람 같은 느낌이 안 들었어?"
"예, 본시 정상적인 사람들은 아니니까."
"과연! 그런데, 나는 그 치료실을 다시 한 번 꼭 보고 싶어. 당신은 나보다 훨씬 이론이 밝을 테니까 좀 가르쳐 주기를 바라오."
"왜 애덤스 박사에게 직접 물어 보시지 않아요?"
"응, 만약에 애덤스 박사가 거짓말을 하거나 감추고 있으면 직접 물어 보아도 알 수 없지. 나는 그 장치를 조사하고 싶은데 조작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필요해. 함께 가주시오."
"좋아요, 가죠."
치료실은 쉽게 찾아냈다.
아무도 없었다. 커크 선장은 치료대에 누워 조종 장치를 가리켰다.
"부탁해. 출력 최하로 1초나 2초. 위험은 없다고 하는데, 정말인지 어쩐지 시험해 보자."
헬렌이 스위치를 끊고 또 끊었다.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왜 그래? 헬렌 시작해 줘."
"이미 2초 정도 했습니다."
"그래? 아무렇지도 않아."
"아니,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멍해지고....... 스위치를 끊자 또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전혀 모르겠어. 다시 한 번 부탁해."
"지금은 어떤 느낌입니까?"
"뭐라고 할까 확실하지 않아. 다만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다시 한 번 시험해 보려고 하니까 말야."
"벌써 실험해 보았어요. 선장님의 마음은 텅 비어서 시간의 경과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허허, 과연! 애덤스는 별로 대수로운 일은 생기지 않는다고 했으나 굉장한 효과가 있는데 그 의사는 밖으로부터의 암시를 받기 쉽게 된다고 말했는데 시험해 주지 않겠어."
"예."
"그런데 이 일이 끝나면 어딘가 주방을 찾아내어 뒤져야겠어. 배가 고파."
"효과가 있었어요."
헬렌의 소리가 긴장되어 있었다.
"저는 지금 2초 동안 아주 낮은 강도로 조정하여 '당신은 지금 굶주리고 있어'하고 말해 보았어요. 그러니까......."
"아무 것도 들은 기억이 없어. 어쨌든 다시 한 번 해보게. 의문을 남겨 두고 싶지 않으니까."
"그것이 좋지요."
헬렌의 말 대신 굵은 애덤스의 소리가 났다. 놀라 몸을 일으키자 눈앞에 특수 방사선 총의 총구가 불쑥 나와 있었다.
낮에 본 의사가 애덤스를 따라와서 헬렌에게 총구를 바싹대고 있었다.
애덤스는 말했다.
"형무소나 정신병원에서도 항상 모든 회화, 모든 소리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 좋아. 이제부터 한번 이상적인 실험을 해보자, 누워!"
애덤스는 컨트롤 컴퓨터로 다가가서 다이얼을 최대로 돌리고 스위치를 넣었다. 벌써 커크 선장에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견딜 수 없는 고통의 파도가 습격하여 방안의 모든 것이 지워졌다.
앞서와 같이 시간의 경과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커크 선장이 알고 있는 것은 자기가 일어서서 애덤스에게 특수 방사선 총을 넘겨주는 일이었다.
고통스러웠다. 원인은 정신을 차려서 보니까 헬렌의 사랑이었다. 헬렌은 거기에서 없어지고 있었다. 홀로 있으니까 고통스러웠다.
<헬렌을 만나기만 하면 거짓말을 하고, 속이고, 우주선을 버리고, 명성을 잃어도 괜찮다. 헬렌을 만나고 싶다!>
커크 선장은 울기 시작했다.
애덤스는 커크의 특수 방사선 총을 의사에게 주면서 말했다.
"헬렌은 여기에는 없어요. 그 사람을 당장에 되돌려 보내 주겠다. 아, 이제 시간이다. 너의 우주선과 연락을 취하여 여기서는 아무런 이상도 없다는 것을 우주선의 부하들에게 알려 주게. 헬렌을 만나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헬렌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커크의 마음은 찔리는 것처럼 아팠다. 커크는 통신기를 꺼내어 찰칵 스위치를 넣었다.
"선장으로부터...... 엔터프라이즈 호에."
어쩐지 말하는 것이 매우 곤란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커크는 생각했다.
"예, 여기는 엔터프라이즈 호."
스팍 항해사의 소리였다.
"모든 것은 이상 없다. 스팍! 나는 아직 애덤스 박사와 함께 있다."
"선장님, 매우 지치신 것 같습니다. 문제없겠습니까?"
"전혀 없다. 6시간 후에 또 연락하겠다. 이상 통신을 끊는다."
커크가 통신기를 주머니에 넣자 애덤스가 손을 내밀었다.
"선장, 그것도!"
커크는 망설였다.
애덤스는 컨트롤 패널에 손을 내밀었다. 아픔이 되살아나고 강도가 2배가 되고 4배가 되었다. 이윽고 진짜 무의식이 커크 선장을 사로잡았다.
 
이마에 젖은 헝겊이 닿는다. 여자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커크 선장은 의식을 되찾았다. 눈을 떠보니 탠타르스 식민지 침실의 침대 위였다.
누구의 손인가 눈을 살짝 덮고 수건이 다시 떨어졌다. 헬렌의 소리가 났다.
"선장님, 저 사람들이 당신을 치료실에서 데리고 나왔어요. 여기는 침실이어요. 자, 일어나셔요."
"헬렌, 사랑하고 있어......."
커크 선장은 손을 내밀려고 했으나 힘이 완전히 빠져있었다.
"선장님, 그 사나이가 당신의 마음에 심은 것이어요. 애덤스는 광선을 비춰 놓고,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헬렌!"
커크 선장은 팔꿈치를 짚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 고통이 가슴을 적셨다.
"그래......, 그렇다고 생각해. 그 장치는 완전하지 못해. 어느 정도는 기억이 있어."
"잘 됐어요. 그럼 다시 한 번 머리를 식히겠어요? 헝겊을 적셔 오겠어요."
헬렌이 가버리자 커크 선장은 억지로 일어섰다. 현기증이 나기는 하나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문까지 걸어가서 밀어보았다. 물론 밖에서 잠가 놓았다.
애덤스 박사는 커크 선장에게 헬렌을 사랑하고 있다고 암시를 주었던 것이다. 방에 두 사람을 가둬 놓고 커크 선장에게 엔터프라이즈 호의 일을 잊어버리게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 수법에 넘어갈 줄 알아!>
커크 선장은 실내를 둘러보았다.
에어컨디셔너의 철책을 밀어보았다. 약간 휘었다.
"됐다!"
커크 선장은 온 몸에 힘을 주어 철책을 밖으로 밀었다. 다시 한 번 금속이 비틀려 끊어지는 희미한 소리가 나고 철책은 벗겨졌다. 무릎을 꿇고 뻥 뚫린 구멍에 머리를 넣어 보았더니 그것은 보통 통기관이 아니라 배관 수리용의 통로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체격이 좋은 선장은 어깨가 걸렸다. 커크 선장은 헬렌 쪽에 손을 내밀고 꼭 껴안은 척 했다.
"미안, 감시받고 있을 지도 모르니까."
커크는 속삭였다.
"이 통로는 여기저기에 통하고 있을 거다. 전원이 있는 곳에도....... 가봐 줘. 시설 전체를 정전시키면 스팍들이 이상 상태라고 알고 와 줄 거야. 부탁해."
"예."
"전선에 닿지 마. 덫일지도 몰라."
"예."
헬렌은 한 번만 커크 선장의 등에 돌린 손에 힘을 주었다. 커크 선장도 힘을 주었다. 그리고 나서 두 무릎을 바닥에 붙이고 몸을 비틀어 통로 속으로 겨우 들어갔다.
커크 선장은 철책을 본래대로 끼워 넣는데 고생했다. 겨우 끝났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 의사였다. 특수 방사선 총을 들고 방을 둘러보고 물었다.
"아가씨는?"
"너희들 패거리가 데리고 갔어. 그런데 조금이라도 그 사람에게 상처만 입혀 봐라. 쳐죽일 테다!"
커크는 몸을 구부리면서 썩 앞에 나섰다. 권총 끝이 움직였다.
"물러서라! 괜한 짓을 하면 사정없이 쏠 테다. 내 앞을 지나 복도에 나가라."
"멍청하게 방아쇠를 당겨 봐라. 두목에게 변명을 할 수 없어. 좋아 나가기로 하지."
애덤스는 치료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커크는 내려치듯이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이건."
실험대를 가리키며 또 말했다.
"이건 어쩔 작정이야. 협력하고 있으니까 가르쳐 주어도 좋잖아."
"허헛, 아무 말도 할 것 없어. 누워 주게 선장! 좋아, 그런데......."
광선이 선장의 머리를 찔렀다. 반사적으로 반항을 하여 시간의 경과만은 알았으나 마치 머리 속의 꼭지를 누가 열어놓은 것 같았다. 빠른 속도로 의지가 흘러 나가는 느낌이었다.
애덤스가 말했다.
"자네는 나를 완전히 믿고 있다. 신용하고 있다. 신용하지 않는다는 마음을 가지면 그와 동시에 강렬한 아픔이 온다. 자네는 배신하지 못한다."
"믿고 있어."
커크는 엉뚱한 소리로 말했다.
"믿고 있어. 신용하고 있어. 그러니까 멈춰 줘. 멈춰 줘!"
애덤스는 스위치를 끊었다. 고통은 좀 약해졌다.
"이제 됐다. 겔다는 특별히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서 처치가 곤란했어."
"무슨 목적으로 이런 짓을 하는 거냐? 당신은 유명하며 훌륭한 일을 했어. 그런데도......?"
"허허, 아직도 질문할 힘이 남아 있다니....... 놀랐는데? 나는 이제 남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 싫어졌을 뿐이다. 나는 홀로 편하게 살고 싶다. 선택된 우수한 인간으로....... 자네도 협력해 주겠지?"
"물론이다. 그런데 좀더 신용해 주어......."
"그렇다면 당연히, 그러나 인류 전체를 신용할 수는 없어. 그놈들이 내게 넘겨 준 것은 오직 이 탠타르스만이 아닌가?"
문이 떨리는 소리가 나고 여의사 리시가 들어왔다.
"헬렌이 없어졌습니다. 아무도 데리고 나가지는 않았습니다. 저절로 사라졌습니다."
"무엇이?"
애덤스는 찰칵 스위치를 넣었다. 광선이 최대의 출력으로 커크 선장에게 흘러 들어갔다. 커크의 머리 속은 자꾸만 텅 비어갔다.
"어디 있어? 헬렌은 어디 있냐?"
"나는...... 모른다."
아픔이 가해졌다.
"대답해! 어디냐!"
"모른다!"
대답을 하라고 하나 무리한 일이었다. 커크는 헬렌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 고통이 심하기 때문에 질문에 직접 대답할 밖에 여유가 없다. 애덤스도 이윽고 이것을 느꼈다.
광선의 강도가 좀 약해졌다.
"자네. 그 여자를 어디로 보냈지? 어떤 명령을 했어? 대답해?"
고통이 점점 더 심해졌다. 오히려 황홀한 느낌마저 느끼기 시작했을 때 전등이 일제히 꺼지고 희미한 전등이 켜졌다.
커크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생각하기보다 먼저 훈련으로 단련된 반사 신경을 즉시 사용했다.
그 순간 의사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쓰러지고 애덤스와 리시는 특수 방사선 총 앞에 서 있었다.
"시간이 아깝다."
커크는 의식을 빼앗아 버릴 때 사용하는 특수 방사선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고독과 공포의 덩어리가 되어 복도로 뛰어 나갔다.
"헬렌!"
어떻게 해서라도 헬렌의 곁으로 가고 싶었다. 머리 속에는 믿으라고 명령한 사람을 배신한 고통의 하얀 선이 관통되고 있는 이외에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
커크 선장은 발전실을 찾기 위해 시설의 중심부로 향하여 달렸다. 복도에는 흐리멍덩한 눈을 하고 있는 환자들이 갑자기 정전이 되자 웬일인가 하고 몰려 나와 우왕좌왕하고 있었으나 상관하지 않고 달렸다.
마치 언제 그칠지도 모르는 악몽 속을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저쪽에서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헬렌이었다.
커크 선장과 헬렌은 말도 없이 서로 껴안았다. 그 때 부웅 하고 귀에 익은 낮은 소리가 들려왔다.
실체화가 행해질 때 나는 소리였다. 스팍의 소리가 났다.
 
"커크 선장님! 어떻게 된 겁니까?"
헬렌은 커크에게서 물러섰다.
"선장님 때문은 아닙니다. 자, 빨리! 애덤스는 어디에?"
"위쪽이다."
커크의 소리는 맥이 풀려 있었다.
"치료실이다. 헬렌, 헬렌......."
"커크 선장님,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안 돼요."
 
기묘한 최후
 
애덤스는 치료대 위에 길게 누워 있었다. 스위치는 넣은 대로며 장치는 정상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컨트롤 패널(컴퓨터)의 옆에서 리시가 무표정한 얼굴로 서있었다.
스팍 항해사와 우주선의 보안 대원 전원의 호위를 받으며 커크와 헬렌이 들어가자 리시는 겨우 스위치를 끊었다.
맥코이가 실체화로 어디에선가 나타나서 애덤스의 위에 몸을 구부렸다.
"죽었어."
"그럴 리가 없어요. 장치는 사람을 죽일 만한 힘은 내지 않고 있었는데……."
헬렌이 말하자 리시가 차가운 소리로 말했다.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난 광선을 보내어 텅 비게 하고 아무 말도 걸어 주지 않았어요."
"그것만으로 사람이 죽어요?"
헬렌이 물었다.
그러자 맥코이가 대답했다.
"이유가 없이 사람은 죽지 않는데......."
"아냐, 나는 무엇인가 조금 알 것 같이 생각되는데......."
쿵쿵 울리는 머리를 잡고 커크가 말했다.
또 리시의 차가운 소리가 울리었다.
"이 사람은 고독이 원인이 되어 죽었습니다. 그걸로 충분해요."
 
"우선 어떻게 하겠습니까? 선장님."
"겔다 박사를 여기 오게 할까? 그리고 내게 걸었던 묘한 암시를 지워버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 헬렌에게 실례를 했어. 그러나......."
커크 선장의 마음속에는 아직 헬렌에게 향한 마음으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헬렌이 조용히 대답했다.
"괜찮아요, 선장님. 무섭기는 했지만......."
잠시 후에 맥코이가 말했다.
"외로움이 원인이 되어 사람이 죽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요."
"그런 일은 없다."
커크의 소리는 가라앉고 있었다.
이제는 완전히 회복되어 평상시의 커크 선장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뱀주인자리 70번 별
 
우주 공간을 조난 신호인 SOS가 퍼져가고 있었다. 신호를 받은 엔터프라이즈 호의 브리지는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라? 우주선 이름은?"
"선장님, 우주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강력한 초발전기가 아니면 보낼 수 없는 전파입니다. 이러한 발신기를 우주선에 싣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방향은?"
"뱀주인자리에 있는 70번 별의 태양계 방향입니다."
선내의 라이브러리 테이프가 그 별의 구역에 관한 기록을 브리지에 보내왔다.
뱀주인자리 70번 태양계의 제 4행성은 인류가 올라간 최초의 행성이었다.
500년 정도 옛날 지구에 '차가운 평화'라고 불리는 정치적 분쟁이 일어나 우수한 장비를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그 별로 망명 이주했던 것이다.
그 후 한 번 그 곳에 방문한 우주선이 있었다. 그들은 박해를 받은 일을 되새겨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포격을 가했다.
은하계에는 그 외에 더욱 흥미 깊은 별이 수없이 많이 있다. 대규모의 탐험대의 제 1진은 아주 옛날에 지나갔다. 뱀주인자리의 70번 별과 같은 세계는 탐험대를 환영해 주지도 않는데 누가 관심을 가질까? 아무도 가지 않기 때문에 그 별은 외로운 평화를 즐기게 되었던 것이다.
그 행성에서 SOS가 나오고 있다는 것은 구조를 바란다는 것이다. 발신 후 10년 정도 지나서 지구에 전파가 닿을 예정이었으나 항성간의 공전(공간 전리층)을 관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마침 엔터프라이즈 호가 그 별 근처를 가까이 접근하는 순간 그 신호를 받게된 것이다.
"즉시 구조하러 간다."
커크 선장은 외쳤다,
엔터프라이즈 호는 별의 바다를 흐르는 것처럼 날아가서 점점 그 별에 접근했다.
광대한 바다와 무늬처럼 떠 있는 구름.......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었다. 숲으로 뒤덮인 대륙이 세 개, 그 사이 사이로 크고 작은 섬들.......
"스크린의 배율을 높여 줘."
당장 대륙 부분이 크게 비치었다.
도시가 있고, 그 주위에 푸른 농지가 보였다.
엔터프라이즈 호는 행성의 밤 쪽으로 돌아가 보았다. 사람이 살고 있는 별이라면 불빛이 보일 것이었으나 캄캄했다.
"이상한데? 우라 통신사, 아직 응답은 없는가?"
"예, SOS 밖에 들려오지 않습니다. 이 쪽에서 보낸 호출에는 대답이 없습니다."
"응!"
생각에 잠긴 선장에게 스팍 항해사가 말했다.
"이젠 늦은 것 같아요. 선장님."
"그런 것 같은데....... 그러나 어쨌든 내려가 보자. 스팍, 맥코이 박사, 그리고 제니와 보안부원 중에서 두 사람을 뽑아서 전송실로!"
 
조사대 상륙
 
조사대 일행이 실체화한 것은 가장 큰 도시의 중앙 광장이었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커크 선장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건물은 어느 것이나 망명자가 지구를 탈출한 2100년대 초기의 것이었다. 먼 옛날부터 아무도 살지 않고 다만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창문은 활짝 열려있고 바람에 날려온 흙이나 먼지가 길다란 파도처럼 가장자리에 쌓여 있었다.
금이 간 보도에는 잡초가 높이 우거지고 있었다.
광장에는 승용차와 같은 것이 녹이 슬어 조각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전쟁이 있었던 것은 아닌 모양이군."
"급성 전염병이 돌았는지도 모릅니다."
스팍 항해사와 맥코이 박사는 낮은 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큰 소리는 도저히 낼 수가 없었다. 무섭도록 조용했기 때문이다.
커크가 서 있는 바로 옆은 먼지가 앉은 분수였다. 그 가까이에 낡은 어린이용 세발 자전거가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녹슬기는 했으나 아직 사용할 수 있는 모양으로, 건물 속에라도 보관해 두었던 것 같이 보였다. 그 옆에 승용차가 몹시 녹이 슬어 있는데, 소형의 어린이용 자전거가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커크는 문득 핸들에 붙어있는 부저의 버튼을 눌러 보았다.
"리리리링......!"
하고 작은 소리가 울리었다. 조사대 일행은 그 자전거를 둘러싸고 살펴보았다.
그 때 뒤에서 성난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만지지 마! 그건 내 것이란 말이야!"
일행은 얼른 뒤돌아 섰다.
하나의 휴머노이드(지구의 인류와 비슷한 체격을 한 딴 별의 생물)가 바로 가까운 건물에서 뛰어나와 두 팔을 들고 돌진해 왔다. 무척 빨랐다.
커크 선장마저도 제대로 관찰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그것은 낡아빠진 옷을 입은 늙은이라는 인상이 들었다. 그 때 그는 맥코이 박사에게 달려들었다.
맥코이 박사는 얻어맞고 쓰러졌다.
남은 조사 대원이 재빨리 달려들었으나 상대는 굉장한 힘으로 날뛰었다. 커크 선장이 정면으로 마주서자 이빨을 드러내고 안타까워서인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커크는 사정없이 주먹에 힘을 주어 때렸다. 그러나 상대가 늙었다고 생각하고 힘껏 때리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상대는 맥없이 쓰러지고, 이어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피부는 점 투성이이고 틀림없는 노인인데, 더럽고 찢어진 셔츠에 짧은 바지, 그리고 운동화를 신은 어린애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울먹이며 떨리는 손으로 자전거를 가리키면서 말하는 것이다.
"고쳐 줘요! 누가 고쳐 줘요!"
커크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으나 불쌍해졌다.
"우리들이 고쳐 줄께."
그러자, 그는 킥킥 웃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소리는 점차로 높아지고 드디어 화난 노인의 소리로 변했다. 길다랗게 손톱이 자란 손으로 세발 자전거를 잡고 무기로써 쓸 듯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더니 문득 자기 팔의 점을 보았다. 순간 또 울기 시작했다.
"고쳐줘요! 부탁이니까 고쳐줘요. 빨리, 빨리."
눈을 부릅뜨고 어깨로 숨을 쉬기 시작했는데, 이윽고 벌렁 뒤로 나자빠지더니 뻣뻣하게 굳어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맥코이 박사가 무릎을 꿇고 굳어진 몸에 청진기를 댔다.
"믿을 수 없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야."
"아니......, 이게 죽었다는 건가?"
커크가 기웃거렸다. 맥코이가 얼굴을 들었다.
"아니, 살아있다는 건가? 체온이 150도를 넘고 있습니다. 이런 높은 체온으로 살아 있다니......."
"아니 정말인가?"
커크 선장은 얼른 얼굴을 들었다.
왼쪽 골목에서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또?"
 
소녀 밀리
 
"우리들은 감시를 받고 있는 모양이군. 저쪽에 하나가 있어. 붙잡으면 무슨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다. 해 보자!"
커크 선장이 속삭이듯이 말하고 조사대는 말없이 지금 소리가 난 골목으로 달려갔다. 앞에서 도망치는 발자국 소리가 났다. 골목은 막혀 있었으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행은 특수 방사선 총을 들고 막다른 곳에 있는 주택 같은 건물 속으로 들어갔다.
조심조심 수색하면서 거실 같은 방으로 들어갔다. 먼지가 뽀얗게 앉은 피아노가 있고 악보대에 어린이용 연습곡집이 펴져 있었다. 낡을 대로 낡은 그 책에는 '연습, 연습, 연습!' 이라고 쓴 낙서가 있다. 누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방이었다.
커크 선장은 벽장을 쳐다보았다.
<숨었다면 여기다!>
문에 귀를 대어보니 숨소리가 들리고 달칵 소리가 났다.
커크는 다른 사람들에게 손짓으로 여기 있는 것 같다고 시늉을 하자 스팍과 보안 부원이 얼른 벽장을 둘러쌌다.
커크 선장은 불렀다.
"나오라! 해를 주지 않는다. 어서 나오라!"
대답은 없었으나 숨소리는 이제 확실히 들렸다. 커크는 재빨리 문을 열었다.
벽장 속에는 낡은 옷 무더기와 우산이 하나, 그리고 낡은 신이 몇 켤레 먼지를 쓰고 있었다.
 
나이는 겨우 13, 4살의 검은 머리칼의 소녀로 크게 뜬 눈이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있었다.
"제발 아프게 하지 말아요! 부탁이어요! 왜 또 되돌아왔지요?"
"아프게 하지 않는다."
커크는 부드럽게 소녀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협력해줘요, 자."
그러나 소녀는 벽장 안쪽으로 뒷걸음을 치려고만 할뿐이었다. 여성 사관 제니가 몸을 구부렸다.
"괜찮아, 약속해요. 아무도 아프게 안 해요."
"나, 당신들이 한 일을 알고 있어요. 큰 소리로 외치며 불에 태워 죽였어요."
"우리들은 다르다. 나와서 이야기해 줘요."
소녀는 의심하는 눈치였으나 그래도 제니의 말에 벽장 속에서 나와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서는 뽀얗게 먼지가 일어났다.
"당신들은 후리(속임수) 놀이를 해요? 전 규칙을 몰라 못 해요."
커크가 말했다.
"우리들도 몰라. 그보다도, 모두 어떻게 됐지? 전쟁? 그렇지 않으면 전염병? 너희들만 여기 있는 이유는 뭐지? 이야기해 줘."
"알고 있죠? 그걸 한 건 당신들이어요. 그래프스가 했어요."
"그래프스? 우리들이......."
"당신들은 그래프스여요. 그래요. 그걸 했어요."
제니가 커크에게 속삭였다.
"선장님! 그래프스라는 건 '그른압프스'라는 말인데, 어른이란 뜻이어요."
맥코이 박사는 방안을 돌아다니며 무엇인가 검사를 하다가 돌아왔다.
"선장님, 이 먼지는 300년 동안 조금씩 쌓여져 온 것입니다. 방사능은 물론 화학적인 오염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보통 먼지입니다."
커크 선장은 소녀에게로 돌아섰다.
"이봐, 아가씨? 이름이 뭐지?"
"밀리."
"좋은 이름이구나. 밀리, 나는 커크다. 그래프스가 큰 소리로 외치고 불에 태워 죽였다고 했지. 왜 그런 짓을 했지?"
"병들었기 때문이지요. 어린애들은 병에 걸리지 않아요. 그래서 숨어 있었어요. 저, 저의 후리는 이거로 좋지요?"
"그런데 넌 지금 병에 걸렸다고 했는데 걸린 사람은 모두 죽었어?"
"예, 그래프스는 반드시 죽어요."
그것은 사실이었다. 어른이 먼저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들은 어때?"
"지 온리? 물론 죽지 않아요. 우리들은 모두 여기 있어요."
맥코이가 물었다.
"또 있어? 몇 명 정도지?"
"있는 사람 모두."
커크는 스팍에게 말했다.
"보안 부원을 데리고 또 생존자가 있는지 조사해 보게. 이봐, 밀리! 그래서 그래프스는 모두 이젠 여기에 없는 거지?"
"예.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는....... 이제 당신들도 그 그래프스처럼 큰 소리로 외치고 날뛰며 사람을 해치게 돼요."
맥코이가 또 물었다.
"밀리, 밖에서 습격해 온 것이 있었다는데, 너는 보고 있었겠지? 그것이 그래프스인가?"
"그래요."
소녀는 몸을 떨었다.
"프로이드라는 아이여요. 저 아이도 그래프스가 되었지요. 나도 지금 되어가고 있고요. 그래서 이제 딴 애들과 같이 있을 수가 없지요. 모두가 겁내요."
"뭘 겁 내지?"
커크가 물었다.
"프로이드를 보았지요? 굉장히 난폭해져요, 피부에 저 무서운 점이 나오면 곧 살인을 좋아하는 그래프스가 되어요. 당신들은 어디서 왔지요?"
소녀는 커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응, 우리들은 먼데서 왔어. 언제나 먼 별을 돌고 있어. 그래서 많은 걸 알고 있다. 잘 하면 밀리 너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네가 협력해 주기만 하면."
"그래프스는 도와주지 않아요. 이렇게 된 것은 그 사람들 때문이지요."
"응, 우리들이 아니야. 우리들은 달라. 믿어 줘."
제니가 옆에서 손을 내밀고 살짝 밀리의 뺨을 어루만졌다.
"이봐. 부탁이야 믿어 줘."
그리고 나서 한참 후에야, 밀리는 비로소 생글 웃어 보였다. 그러나 밀리가 말을 하기 전에 바깥이 갑자기 소란해졌다.
지붕 위에서 깡통을 굴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특수 방사선 총을 쓸 때 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썩 먼 곳에서 많은 아이들의 높은 소리가 왁자지껄했다.
"냐아, 냐아, 냐아, 냐아."
"보안 부원!"
스팍이 커다란 소리로 불렀다. 보안 부원의 응답소리 대신 아까보다 더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냐아, 냐아, 냐아, 냐아, 냐아!"
소리는 메아리쳐 시끄러웠으나 이윽고 딱 그쳤다. 주위는 다시 조용해졌다.
커크는 밀리에게 말했다.
"친구가 발견되는 것이 싫은 모양이구나."
"그래요."
맥코이가 말했다.
"숨바꼭질은 끝이 없어요.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디엔가 기록이 남아 있을 겁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선 원인을 규명하지 않고서는....... 아마 대중 위생의 중심 기관을 조사하면 알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봐, 밀리, 가르쳐 줘. 이 근처에 의사들이 있었던 건물은 없어?"
"알아요. 알지만......"
밀리는 아주 싫은 듯이 말했다.
"의사가 바늘을 휘두르는 곳 말이죠? 싫은 건물이어요. 아무도 가지 않아요."
"우리들은 거기에 가고 싶다. 너를 도와주는 데 필요하다. 데리고 가줄 수 있어?"
커크가 손을 내밀자 밀리는 수줍은 듯이 있었는데 살짝 자기의 손을 올려놓고 얼굴을 들었다. 눈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커크라고, 좋은 이름이네요."
"고맙다. 나는 너의 이름도 그리고 너도 좋아."
"당신이 그래프스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상냥스러운 걸요."
밀리는 얌전하게 일어섰다. 그때 밀리는 좀 손에 힘을 주어 쥐었다가 살짝 놓았다.
"왜 그래? 밀리?"
밀리는 아래를 보고 있었다.
"벌써 시작됐어요."
커크는 밀리의 손을 보았다. 손등에는 참새알 만한 푸른 점이 하나 떠오르고 있었다
 
피부에 푸른 점이
 
연구실은 설비가 잘 되어 있었다. 더욱이 창이 없는 건물이어서 먼지도 그다지 들어오지 않았고....... 어쩐지 무덤 속과 같은 느낌은 나지만 괜찮다고 커크 선장은 생각했다.
푸른 점은 벌써 조사 대원 전원의 피부에도 나타나고 있었다. 스팍 항해사의 점만이 작고 퍼지는 속도도 느린 것 같았다. 이 것은 다른 조사 대원이나 이 별의 주민과 출신이 다르기 때문에 저항력도 다른 모양이었다.
맥코이 박사는 푸른 점의 조직을 베어 내어 여러 가지 배양기(세균을 키우기 위해 사용하는 액체나 고체)를 사용하여 배양에 착수했다. 이윽고 배양 접시 위에 주름이 잡히고 반짝반짝 빛나는 푸른 반점이 생겨났다.
조사해 보니 그것은 콜레라균에 흡사한 번식력이 강한 박테리아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선장님, 이것이 병의 직접 원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주선에서 실험 동물을 실체화해 보았는데 이 박테리아만으로써는 감염될 수 없습니다. 또 하나 이것과 관계가 있어서 협력하고 있는 미생물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바이러스(초현미경적인 크기의 아주 작은 미립자이며, 산 세포 속에서만 증식하는 병원체)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배양한 박테리아만으로써는 감염이 일어나지 않으나 나의 손이 실험 동물에 닿으니까 감염되었습니다."
"알았어. 어쨌든 강한 전염력이 있군. 나와 제니는 밀리에게서 옮았으며, 다른 사람들은 처음의 두 사람으로부터 전염됐다. 이 이상 병이 퍼지지 않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커크는 통신기를 향해 말했다.
"커크 선장으로부터 엔터프라이즈 호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누구를 막론하고 다음 명령이 있을 때까지 절대로 여기 내려오는 것을 금지한다. 다시 말한다. 누구를 막론하고 내려오는 것을 금지한다. 이 행성은 전염병의 병균으로 더러워지고 있다. 우리들이 돌아갈 때까지 살균 처치를 준비해라."
맥코이가 옆에서 말했다.
"계산기를 내려보내라고 하셔요."
"그렇지. 계산기가 필요해. 알았어. 휴대용 생물 계산기 중 가장 큰 것, 고양이의 두뇌로 만든 그것 말이다. 그걸 내려보내라."
맥코이 박사는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스팍 항해사는 벽의 큰 서류함을 조사하고 있었다. 스팍이 서류철을 펼치고 커크를 불렀다.
"선장님, 이런 서류철이 서랍에 많이 있습니다. 이걸 조사하면 무엇인가 알 수 있을 겁니다. 휴대용의 생물 계산기 정도로는 자료의 처리에 1년 정도 걸립니다.""통신기를 사용하여 우주선의 컴퓨터로 하게 하자. 그런데 무슨 서류냐?"
커크는 서류의 목차를 읽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경과보고. 생명 연장 계획 유전학 부문.」
"좋아, 일을 착수하자. 제니, 서류를 종류별로 구분하자. 우선 긴 테이블 위에 서류철을 유전학 부문, 바이러스학 부문, 면역학 부문, 그 외 여러 가지 같은 부문별로 구분하여 놓아라. 밀리!"
"예?"
"어려운 말의 의미는 몰라도 종류 별로 구분하면 된다. 자, 너도 도와주겠지?"
밀리는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생명 연장 계획
 
서류며 그 외 연구실에 있는 자료를 맞추어 가는 동안 애가 탈 만큼 느렸으나 생명 연장 계획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원리는 신체의 세포에 갑자기 변화를 일으키게 하여 늙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며, 그 갑작스러운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것은 일종의 바이러스였다. 어린이가 갓 태어났을 때 바이러스를 혈관에 주사하면 어른이 되기 직전에 호르몬에 의해 힘을 잃기까지의 사이, 성장의 속도를 몹시 느리게 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잘 되지 못했어. 생명은 연장되나 그것은 어릴 때뿐이며 어른이 되자 바이러스는 신체의 밖으로 나가 버린다. 그리고 나서 다음에는 병의 기본이 되어 다시 한 번 침입하게 되고 곁들여 푸른 점을 만드는 박테리아도 들어간다."
맥코이 박사가 설명했다. 제니는 자꾸만 밀리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어린 시절이 길다는 건 좋아요. 꿈 같아요."
"제니, 꿈은 꿈이라도 악몽이야. 주사를 맞은 사람은 100년이 지나야 보통 한 달의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어른이 되자마자 죽고 많다."
커크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맥코이가 맞장구를 쳤다.
"어린이들이 아직 이 만큼 많이 살아 남아 있다는 것이 놀랍다. 밀리, 그래프스가 모두 죽은 후 너희들은 어떻게 해서 살아 왔지?"
"배는 고파도 찬장 안에는 깡통이 가득해요. 마미도 있고......."
"마미?"
"이렇게 하는 것 있잖아요."
밀리는 회전식으로 깡통을 여는 모양을 했다. 제니는 웃음이 나왔다.
"커크, 당신들은 이제 가버릴 거여요?"
커크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아직은 안 가. 우리들은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어. 맥코이, 실험 데이터는 발견이 안 됐나?"
"선장님, 지하의 귀중품 보관소에 있지 않을까요?"
"빨리 알아봐 주게. 바이러스를 고정시키고 합성하여......."
"어머, 잘 됐어!"
밀리가 안심하듯이 말했다
"여러분들, 아직 가버리지 않지요? 이제부터라도 조금은 즐길 시간이 있는 걸, 기뻐요."
"밀리, 그건 조금 곤란해. 미스터 스팍, 다른 아이들에게는 접근하지 못한 게 아닌가?"
"그들은 지리에 밝은 데다가 굉장히 빨라요."
"알았어. 다른 방법으로 하자! 밀리, 아이들을 찾아내는데 도와주지 않겠어?"
"찾아 내지 못해요. 모두 무서워서 숨어 있는 걸요. 저도 무서워들 하니까......."
"어쨌든 해 보자. 너는 이해를 해 주었잖아?"
밀리는 큰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전 이젠 지 온리가 아니어요. 어른이 된 걸요."
밀리는 일어서 방에서 밖으로 달려갔다. 제니가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작은 아이가......."
제니가 말하고 커크가 말을 받았다.
"너보다 300살이나 더 많아. 제니, 그러나 저 애는 감정이 너무 예민한데......."
1분 정도가 되자 밀리는 천연스러운 얼굴로 되돌아와서, 무엇인가 도와주고 싶어하는 얼굴을 했다. 맥코이가 연필을 깎아달라고 부탁하자 얼른 깎기 시작했으나 눈은 커크에서 떼지 않았다.
커크는 모르는 척 했다.
엔터프라이즈 호에서 통신이 들어왔다.
"선장님입니까? 여기는 컴퓨터실의 화렐입니다. 준비가 되었습니다."
"좋아! 대기하고 명령을 기다려. 스팍, 무엇부터 계산을 시킬까?"
밀리가 한 줌 가량의 연필을 내흔들며 다가왔다.
"이만큼 있으면 돼요? 선장님!"
"응! 좀더 깎아주었으면 고맙겠는데......."
"좋아요. 깎아 드리겠어요."
스팍이 테이블 위에 서류를 펼쳤다. 커크와 맥코이가 다가왔다. 밀리는 재미없다는 듯이 거기서 물러섰다.
"이 서류인데요. 실험 데이터입니다. 지하실에서 발견했습니다. 기록한 의사도 병에 걸려 있었던 모양입니다. 기분이 나빠서 과연 제 정신으로 기록했는지 어쨌는지 자신을 가질 수 없다고 쓰여져 있습니다."
커크가 물었다.
"응, 이 바이러스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기록은?"
"그것이 없어요. 이 사람은 다른 사람이 그러한 기록을 하고 있는 줄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다만 우리들의 눈에 띄지 않을 뿐인지도 모르지요. 여기 있는 것은 병의 증세가 발열과 관절의 통증, 시력이 약해지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기록이어요. 점차로 정신에 이상이 생기고....... 맥코이, 박테리아가 역시 이 병에 관계되고 있어. 정신 이상을 일으키는 것은 박테리아야."
"응, 우리들은 우선 바이러스의 침입을 받았어. 그와 동시이거나 좀 늦게, 또다시 박테리아의 침입을 받는다. 우리들은 밀리처럼 오랫동안 병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어른들이니까 미치는 속도는 빠르다. 그리고 죽게 된다."
"그래, 어느 정도 시간이 있어? 맥코이."
커크의 소리는 낮았다.
"몰라요. 밀리는 5주일이나 6주일 동안 더 살 것입니다."
밀리가 또 다가와서 말했다.
"선장님, 이거로 충분해요?"
밀리는 손에 연필을 들어 보였다.
커크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안돼!"
밀리는 울상이 되었다.
"미안해요. 선장님! 전 방해를 하려고 한 건 아니어요."
"아, 밀리! 네게 말한 게 아니야. 스팍, 우리들은 또 싸움의 상대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화렐에게 숫자를 주었으니까 적어도 남은 시간은 알게 되겠지만....... 맥코이, 바이러스만 붙잡으면 24시간 후에는 우주선에서 백신을 만들어 줄 텐데 말야."
"그 실마리를 잡을 수 없어요. 다시 한 번 여기 녀석들이 한 것과 같은 실험을 하면 좋겠는데....... 그렇지, 녀석들이 한 실험의 진행표를 다시 한 번 만듭시다. 회계보고 서류, 주문 전표, 그러한 것으로 산출할 수 있을 겁니다."
"그건 대규모의 작업이다."
그 때 커크의 통신기가 울렸다.
"여긴 커크다."
"화렐로부터 조사대에 전합니다. 스팍이 보낸 숫자는 7일째에서 끊어져 있습니다."
연구실 안은 연필을 깎는 소리만이 울렸다. 스팍이 말했다.
"맥코이의 생각은 높이 평가되지만 유감스럽게도 남은 시간이 없다."
"그렇다고도 말할 수 없어. 스팍."
맥코이가 말했다.
"박테리아가 미치게 하는 원인을 알면, 그것은 항생물질로 막을 수 있어. 바이러스가 신체에 들어가 일으키는 병은......."
쨍그랑! 마룻바닥에 병이 떨어져 깨지는 소리가 났다. 커크가 되돌아보자 제니가 맥코이 박사의 지시로 크롬산으로 슬라이드를 씻다가 마룻바닥에 떨어뜨린 것이다.
썩게 하는 힘이 강한 노랑 색의 액체가 튀었다. 약물 방울이 제니의 발에 떨어진 것을 보고 커크는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고 탈지면으로 닦으려고 했다.
"좋아요. 그렇게 해 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제니는 울면서 방에서 달려나갔다. 커크가 뒤를 쫓았다.
"여기서 일을 계속해야 한다. 1분이라도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제니는 복도의 벽을 향해 흐느끼고 있었다. 커크는 다시 한 번 무릎을 꿇고 퍼런 점을 보지 못한 척 하면서 약물을 닦기 시작했다.
이윽고 제니는 울음을 그치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우주선 위에서라면 저의 발 같은 것엔 눈길도 보내지 않으실 테지요?"
커크는 일부러 마구 웃어댔다.
"그게 선장의 괴로운 점이야. 오로지 선내의 규칙에 따라야 하니 말야. 자, 이제 됐어. 비눗물로 씻으면 돼."
"예."
커크는 일어섰다. 제니는 다시 침착해졌다.
"선장님, 괜히 추태를 보여드려 미안해요."
"알았어."
"마음을 굳게 먹으려고 해도 생각이 아무래도 그쪽으로 가요. 저 무서워요."
"나 역시 무서워. 내가 당신들을 여기 데리고 왔어. 그걸 생각하면 100배로 더 무서워."
"당신이?"
"그래, 나 역시 그래프스와 같은 최후는 싫어."
"무서워하시는 것 같지 않아요."
"무서워하지 않을 수 없을 때에 태연하게 하는 것은 바보짓이야. 다만 무서워서 자지러지거나, 다른 사람의 태도를 보고 허둥대는 그런 약자는 되고 싶지 않아."
"알았습니다."
제니는 허리를 쭉 폈으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미안해요. 울지 않는 브리지 사관을 새로 임명하시는 게 좋겠어요."
"너의 배치 이동은 인정하지 않아."
커크는 격식을 갖추어 말했으나 그러면서도 상냥하게 제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제니는 생긋 웃으며 커크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저절로 연구실 문 쪽을 향하고 있었다.
"밀리!"
문에 밀리가 서 있었다. 두 주먹을 입에 대고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놀라움과 항의와 미움으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없어진 통신기
 
커크가 말을 걸려고 하자 밀리는 휙 등을 돌리고 달아났다.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사라졌다. 커크는 단념한 듯이 말했다.
"꽤 신경을 쓰게 하는 소녀군."
두 사람이 실내에 들어가자 맥코이 박사가 작업을 하고 있다가 얼굴을 들었다.
"밀리가 나갔어요. 어디로 갔어요?"
"글쎄, 모르겠는데? 지 온리를 찾으러 갔는지, 그렇지 않으면 도와주는 일이 싫어진 건가? 어쨌든 좋아. 이제 그 애를 걱정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뭘 하면 되지, 맥코이?"
"아까 제니의 사고로써 깨달았습니다. 여기에선 강한 약품이 많고, 전염성의 물질도 만져야 하므로 정복을 벗고 실험복으로 갈아 입으셔요. 정복은 옆방에 두지 않으면 우주선에 돌아가서 불에 태워서 버려야 하니까요."
"좋아, 갈아입지. 그리고 특수 방사선 총은 어떻게 하지?"
"여기에 두면 돌아갈 때 버리고 갈 염려가 있습니다. 비상총 한 자루만 두고 다른 것은 모두 옆방으로……."
"알았어. 그리고 어떻게 하지?"
"의학적 분석은 대체로 끝났습니다. 이제부터는 통계학적 분석입니다. 제 생각인데, 스팍의 지휘에 따라야 합니다. 숫자를 취급하는 것은 스팍 쪽이 전문입니다."
커크는 빙그레 웃었다.
"좋아! 그럼 스팍, 지휘를 부탁해."
"알았습니다. 우선 회계 보고의 서류와 전표를 찾아내야 합니다."
분담해서 했기 때문에 회계보고도 전표도 곧 찾아냈다. 어떤 관청에서나 이런 것은 잘 보관해 두는 법인데, 멀리 12광년이나 여행을 와서도 이 별의 사람들은 그 습관을 버리지 않았다.
이 서류를 중요한 것부터 10등급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각 등급마다 중요한 차례로 또 10등급으로 나눴다. 이 중 등급 5이상의 것들을 생물 계산기에 걸어 코드(전선 부호)로 짜서 엔터프라이즈 호의 컴퓨터에 보내는 것이다. 코드로 짜는 것은 무척 빨리 진행됐다. 그러나 생물 계산기로서는 견본을 짜 맞춘 것인지, 의학적인 것인지, 아니면 돈의 출납인지, 단지 경비처럼 보이게 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지휘는 스팍이 진행했으나 맥코이 박사도 붙어 있었다.
모든 것을 끝내는데 24시간 계속하여 꼭 이틀이 걸렸다. 그러나 사흘 째 아침 스팍이 말했다.
"이 카드의 뭉치에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밀리, 그걸 싸서 서랍 속에 넣어다오."
"예."
밀리는 전날에 돌아와 있었다. 어디로 가서 무엇을 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태도는 전처럼 협조적이었다.
"남은 것은 우주선의 컴퓨터의 일이다. 아마, 대체적인 예측은 나도 할 수 있지만......."
맥코이 박사는 지치고 있었다.
"스팍, 화렐을 불러 주게. 이제 1시간이면 해답이 나온다."
커크 선장은 힘을 냈다. 스팍은 끄덕이고 옆방으로 갔으나 곧 되돌아왔다. 감정을 잘 나타내지 않는 종족이기는 하나 커크는 저도 모르게 불안 같은 것을 느꼈다.
"왜 그래? 스팍."
"통신기가 없어졌습니다. 선장님, 어느 정복의 주머니에도 통신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제니가 당황했다.
커크는 저절로 눈길이 모아지는 것을 느끼고 밀리 쪽으로 돌아섰다. 밀리는 조마조마해 하고 있었다.
"뭔가 알고 있지? 밀리."
"아뇨. 아마 지 온리가 가지고 갔을 거여요. 모두 후리 놀이를 하고 있겠지요. 물건을 훔쳐다가 숨기는 걸 제일 좋아해요."
"어디로 가지고 갔지?"
"전 몰라요."
커크는 크게 두 걸음으로 걸어서 밀리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았다.
"큰일이야, 이건 정말. 우리들에겐 통신기가 필요하다. 만약 없으면 영원히 병을 고치지 못 한다. 우리들은......."
갑자기 밀리는 킥킥 웃기 시작했다.
"그러면 당신들은 가지 못하죠? 계속 여기 있는 거지요?"
"죽고 만다! 자, 아이들이 어디에 감췄는지 가르쳐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밀리는 가슴을 펴고 듣고 있었다.
"그래요....... 그러나 저는 가르쳐 드릴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어요."
밀리는 어른의 흉내를 냈다. 어딘지 모르게 제니의 말버릇 같았는데 도중에서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고 웃어댔다.
커크는 괴로운 얼굴을 하고 말했다.
"닥쳐! 너의 생명도 위태롭게 되었어."
"어머, 그렇지 않아요. 당신들보다 내가 더 오래 산다는 걸 들었는데요."
밀리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헌 옷을 입고 있으나 매우 매력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소녀인 것이다. 그러나 커크는 통신기의 분실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선장님, 그래도 당신이 나에게 아주 친절하게 해 주신다면 친구들에게 물어볼 순 있어요.. 그럼 여러분, 안녕!"
소녀는 손을 흔들면서 나가버렸다. 후우 하고 차가운 숨을 내쉬는 소리가 연구실에 울렸다.
 
조사대 위태롭다
 
"스팍, 우주선과의 연락이 끊겼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내려오지 말라고 말했으니까 여느 때처럼 누군가가 쫓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 일을 어떻게 하지?"
커크 선장은 스팍 항해사에게 물었다.
"선장님, 생물 계산기로서는 어쩔 수가 없는 데요. 우주선의 계산기라면 몇 초로 끝날 일이 몇 시간이나 걸립니다. 첫째로 분석 능력이 없습니다."
"응, 이봐 맥코이! 인간의 두뇌는 계산기가 발명되기 전부터 활동해 왔잖아. 어떻게 안 될까?"
맥코이는 지긋지긋한 모양이었다.
"인간의 두뇌, 그건 물론 크게 활동시키고 있어요. 그러나, 시간을 단축시켜 준다는 것이 계산기의 장점이죠. 그 시간이 없으니까."
"그건 알고 있어!"
커크 선장의 소리는 화가 나 있었다.
"알고 있으면 좋아요. 인간의 두뇌를 활동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지. 루이 파스퇴르(19세기의 프랑스의 세균학자)는 계산기 없이 했으니까. 그러나 파스퇴르는 나보다 현명했어. 좋아, 하자. 스팍, 그 생물 계산기에서 카드를 뽑아 줘. 다시 한 번 하기로 하자. 무엇부터 하지? DNA(디옥시리보 핵산의 약칭. 단백질과 결합하여 세포핵 내의 염색체의 중요한 성분을 이룸)의 분석을 합시다."
스팍은 생물 계산기에 다가섰다.
"정말 자네의 생각을 모르겠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이야?"
"어쨌든 설명할 여유가 없는 겁니다. 우선 코드가 LTS 426으로 되어 있는 걸 골라, 고양이(고양이의 뇌를 사용한 생물 계산기)에게 부탁하여 그 속에서 코드화 되지 않은 공통된 요소를 골라 가려 뽑는 것입니다."
"좋아, 알았어."
맥코이와 스팍은 바쁜 듯이 일을 착수했다. 커크는 멍청하게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의학도 통계학도 상식 정도 밖에 모르고 있으니까 도와 줄 수가 없다.
시간은 점점 흘러 이윽고 나흘째가 됐다. 맥코이가 흥분제를 모두에게 배급했으나 동작은 마치 물 속에 있는 것처럼 느릿느릿했다.
그날 몇 시경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밀리가 또 연구실에 나타났다. 재미가 있다는 듯이 일하는 것을 바라보고 기웃거리기도 하고....... 그러나 모두는 그에 무관심했다.
밀리는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뭔가 주의를 끌려고 눈앞에 서기도 하고 말을 걸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도 상대를 해 주지 않았다.
드디어 밀리는 마룻바닥을 구두 뒤꿈치로 똑똑 소리를 냈다.
커크가 뒤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만 둬! 그만 두지 않으면 너의 가느다란 목뼈를 분질러 버릴 테다."
마룻바닥을 울리는 소리는 곧 그쳤다. 맥코이가 말했다.
"다시 한 번 그 고양이에게 넣어 주시오. 스팍, 지금 우리들은 D 2의 기능인 T를 전부 뽑아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그것이 두 개 이상 있으면 이젠 단념하는 수밖에 없어요."
생물 계산기는 낮게 소리를 냈다. 스팍이 꽂은 22장의 카드를 가려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장을 짜르륵 뽑아 냈다.
휴 하고 맥코이가 휘파람 소리를 냈다.
커크가 물었다.
"저것이 해답인가? 저걸로 백신을 만들 수 있어? 맥코이!"
"천만에, 아직 멀었어요."
"집어던지고 싶으나 그럴 수는 없지."
스팍이 중얼거렸다.
"정말 그렇게는 할 수 없지. 다음은 바이러스를 합성한다. 그리고 나서 죽은 바이러스의 백신 제조다. 잘 될까? 아니, 잘 되지 않는다면…… 백신이 안 된다면……? 아니 조사해 보자! 선장님, 보안부원을 깨워 줘요. 병을 씻어야 작업을 할 수 있어요."
"……."
커크는 이마를 닦았다.
"맥코이, 나는 기분이 나빠졌어. 다른 사람은 그렇잖아? 앞으로 48시간이 남아 있는 것으로 되는데, 과연 우리들의 이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잘 해 주지 앉으면 곤란해요.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하니까."
"바이러스를 간단히 만드는 방법이......."
스팍의 말소리가 들려 왔으나 커크 선장은 이제는 간단한 방법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여 아무 것도 모르게 됐다. 스팍은 무엇을 말하고있는 것일까?
"누가 나에게 씻을 병을 줘요. 이대로 있다간 쓰러지겠어."
이 때부터 또 20시간이 흘렀다.
제니가 발광하여 난폭해져서 가죽끈으로 묶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고 한 시간 늦게 보안 부원이 같은 운명을 걸었다. 두 사람 모두 푸른 점 투성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작은 점이 이어져 전신을 덮어 갔다.
밀리는 때때로 사라졌으나 또 나타나서 구경을 했다. 이젠 커크도 일부러 밀리를 무시할 것도 없었다. 주의하고 있는 것은 스팍과 맥코이에 대한 지시이며,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지쳐서 머리가 멍해진 커크 선장은 말없이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 맥코이가 또 어떤 지시를 하는 소리가 연구실에 울렸다.
"모든 것은 이미......, 살아 있는 것을 한 마리, 커크! 커크! 포르말린을 2그램 넣어!"
"응."
그로부터 한참 동안은 아무 기억도 없다. 정신을 차렸을 때 커크의 눈앞에는 투명한 액체가 들어 있는 시험관이 있었다.
거기에 분무식 주사 바늘이 꽂아졌다. 꽂아진 손은 맥코이의 손이다. 터널 속에서 무엇을 기웃거리는 것 같은 것밖에 보이지 않는다.
멀리서 맥코이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이 항독제(생물의 체내에 들어가서 독물과 결합하여 무독의 물질로 바꾸는 것)이거나 그렇지 않은 것일텐데, 그것을 확실히 가르쳐 주는 것은 계산기뿐이다."
커크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들었다.
"제니가 당했다. 보안 부원도 죽고 말았어. 두 사람 모두 종점 앞에까지 가 있다."
"선장님! 이럴 때엔 명령은 듣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 일행 속에서 실험 동물은 나뿐입니다."
바늘이 시험관에서 뽑아졌다.
커크는 손을 내밀어 맥코이의 손을 눌러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심한 통증으로 관절이 쑤시고 머리가 지끈지끈거렸다.
"잠깐만, 기다려! 독일지도 모른다."
꽝꽝 울리는 머리를 억지로 돌리자, 터널과 같은 것 속에 밀리의 모습이 들어왔다. 윤곽이 흐려져 보인다.
느슨하게 기울어진 마룻바닥을 한 걸음 한 걸음 비상한 노력으로 걸어, 커크는 밀리 쪽으로 다가갔다.
"밀리, 말을 들어야 해. 어쨌든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밀리는 뒤돌아 섰다. 커크는 손을 내밀고 밀리의 턱을 잡아 자기 쪽으로 돌아서게 했다.
<지독한 얼굴이었을 거다.......>
커크는 멍하니 생각했다. 충혈된 눈의 주위는 검어지고 땀과 흙투성이의 수염이 긴 얼굴....... 입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밀리, 앞으로 두세 시간 밖에 없어. 우리들...... 너희들...... 지 온리도 그래프스도 아무도 없어져버린다. 영원히......한 사람도...... 그걸, 그걸 돌려다오. 기계를...... 통신기를...... 너는...... 밀리...... 생각해 줘...... 부탁이야."
밀리는 눈을 돌리더니 묶여 있는 제니 쪽을 보았다. 커크는 억지로 다시 한 번 자기 쪽을 보게 했다.
"자, 밀리! 부탁이다. 밀리! 밀리......."
밀리는 길게 숨을 한 번 들이키었다.
"좋아요! 하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가져오도록 하겠어요."
밀리는 커크의 손을 뿌리치고 나가버렸다.
 
희생이 된 맥코이
 
"이 이상 기다릴 순 없습니다."
맥코이가 조용히 말했다.
"계산기가 해답을 내어도 어떻게 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대로 실험을 계속합시다."
스팍의 소리도 냉정했다.
"그 항독제는 치명적인 작용이 있다고 생각해요. 일년 치의 월급을 걸어도 좋아."
커크는 희미한 눈으로 맥코이가 흰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 것을 보았다.
"좋고 말고, 하겠어."
커크는 외쳤다.
"어리석은 짓은 그만 둬!"
그러나 이미 늦었다. 맥코이는 자기의 팔에 분무식 주사 의 바늘 끝을 대고 있었다. 맥코이는 주사기를 테이블 위에 살짝 놓고 의자에 앉았다."이렇게 주사를 놓았지만 아프지도 않다."
맥코이는 눈을 뒤집어 뜨며 테이블 끝을 잡았다.
"......알았어요.......여러분......모든 일이 전혀......."
머리가 쿵 하고 앞으로 넘어졌다. 커크는 힘 빠진 소리를 냈다.
"침대로 운반하자. 도와 줘."
스팍과 함께 맥코이를 운반하고 얼굴을 보았다. 평화스러운 표정이었다.
커크는 맥코이의 맥을 짚어 보았다. 고르지는 않았으나 멈출 것 같지도 않았다.
"독이 아니었던가? 아니, 아직 모른다."
스팍이 들여다보았다.
"내가 실험대가 되어도 좋았어요."
"자네야 특수하니까."
"아니, 나도 어쩐지 종점 같습니다. 환각이 시작되었습니다. 선장님, 어린애들이 많이 옵니다."
"그래."
커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스팍이 환각이 시작되었다면 자기에게도 시작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같은 환각을 본다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수많은 어린이들이 행렬을 지어 연구실로 들어온다. 키가 같지 않고 나이, 모습이 제각기다. 키다리가 있는가 하면 꼬마도 있다. 이십대의 청년도, 아장아장 걷는 아이도 있다.
거기다가 옷이 묘했다. 예복에 군복, 우주 비행사복에 스포츠복. 소녀들은 대부분 파티용 드레스를 입고 보석을 듬뿍 달고 있었다. 옷깃을 끌며 털 코트를 걸친 소녀도 5, 6명은 있다.
중심은 빨강 머리의 가발....... 아직도 정가표가 달려 있는 가발을 쓴 키 큰 소년이었다. 그 뒤에 뚱뚱한 소년이 왕관을 놓은 검은 함을 들고 있다.
마치 어린이 십자군(중세기 유럽 각지에서 그리스도 교도가 성지 예루살렘을 회교도로부터 빼앗기 위해 생겼던 군대)같았다. 미치광이 행진이었다.
밀리의 모습도 보였다.
자세히 보니까 아이들 중에 조사대의 장비를 가지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통신기는 3대 모두 있었다. 제니와 보안 부원은 처음부터 가지고 오지 않았으니까.
특수 방사선 총을 빨강 가발의 소년이 허리에 차고 있었다.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것은 커크 등이 매우 지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위험하다. 우리들을 향해 사용하지는 않았을까?>
하고 커크는 생각했다.
가발의 소년은 커크의 생각을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입을 열었다.
"나는 이걸 루이스에 대해 사용했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함께 학교놀이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루이스는 그래프스로 되어 버렸습니다. 그 아이는 나보다 좀 나이 많은 여자였습니다."
소년은 특수 방사선 총을 내밀었다. 커크는 멍청하게 받아 쥐었다.
다른 아이들도 다가와서 조사대의 장비를 하나하나 엄숙한 얼굴로 테이블 위에 놓았다.
밀리가 두려워하면서 커크 쪽으로 다가왔다.
"미안해요.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만....... 그러나 찾아내는데 고생은 했지만......, 이젠 늦었어요?"
"그럴지도 몰라....... 스팍, 화렐에게 통신을 보낼 힘이 있어?"
"해 보겠습니다."
 
안녕 밀리
 
화렐은 통신을 받고 깜짝 놀랐으나 즉시로 컴퓨터를 조작하여 계산에 착수했다.
커크는 맥코이의 동태를 살펴보러 갔다. 밀리도 쫓아왔다.
<여러 가지로 귀찮은 일을 일으켰으나 통신기를 돌려주려고 생각한 것은 밀리가 사실은 정상적인 아이이기 때문일까?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모든 것이 안 되어 멸망해 버린다면....... 울어도 울어도 소용없는 노릇이다. 밀리는 300년 동안 기다리고 기다려 겨우 장미 빛의 청춘을 맞이한 셈이다. 그걸로 끝나버리게 되는가?>
커크는 밀리의 몸에 팔을 올렸다. 밀리는 기쁜 듯이 쳐다보았다.
"아니?"
<이번 것은 환각인가 그렇지 않으면......?>
커크는 맥코이에게 얼굴을 대 보았다. 그 퍼런 점이 점점 없어져갔다.
"스팍! 와 줘!"
스팍이 왔다. 들여다보면서 끄덕였다.
"사라져 갑니다. 이제 귀찮은 부작용만 없으면......."
통신기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스팍은 이야기를 중단하고 응답했다.
"예, 여기는 스팍."
"화렐로부터 조사대에 보고. 결과는 정확했습니다. 맥코이 박사의 항독제는 완전합니다. 이걸 어떻게 해서 해답을 냈습니까?"
커크와 스팍이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스팍이 말했다.
"맥코이 박사의 두뇌 속에서 했어."
커크는 네모진 기계를 두들기며 말했다.
"이와 같이 고양이 컴퓨터도 도와주었다."
맥코이가 눈을 떴다. 자꾸만 일어나려고 했다.
"맥코이! 고마와. 항독제의 주사는 성공이다. 제니에게도 보안 부원에게도 놓아도 좋은가?"
"예....... 선장님도, 스팍도......."
1주일 후 조사대는 많은 항독제를 주민들에게 만들어 주고 떠났다.
엔터프라이즈 호의 브리지에서 조사대 일행은 멀어져 가는 행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니가 말했다.
"저 걱정이어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역시 그 아이들은 아이여요. 괜찮을까요?"
"괜찮아. 그 아이들은......!"
커크의 소리는 밝았다.
"밀리를 봐. 저 애가 해 준 일은 훌륭한 것이었잖아? 좀 이끌어 주면 얼마든지 협력하지 않았어? 그리고 지구에도 전파를 보냈다. 우주 중앙 정부는 교사나 기술자와 관리를 많이 보낼 것이다."
"그래요. 선장님!"
"뭐가?"
"밀리, 그 애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장난을 친 것이어요."
"알고 있었어."
커크는 더욱 멀어지는 행성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알고 있었다는 건 자만일까? 제니, 그러나 그 밀리는 살고 있는 행성이 우리와 다르다. 나이도 다르니까 단념하지 않으면......."
커크가 제니 쪽을 돌아서지 않고 말하고 있는 것은 울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끝>
 
 
대영 박물관의 도적
ALL THE TIME IN THE WORLD
 
아서 클라크 ARTHUR C. CLARKE 작
 
이상한 손님
 
밤이었다. 누가 문을 조용히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경찰일까?>
그러나 애쉬튼은 당황하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자기와 비교할만한 인물은 소설에 나오는 프랑스의 대도적 아르센 루팡 정도일 것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는 예사로운 태도를 취하기 위하여 책을 손에 들고 대답했다.
"예, 들어오십시오."
문이 천천히 열렸다. 방에 들어온 사람은 굉장히 아름다운 여자였다.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고상하고 위엄이 넘쳐흘렀다. 애쉬튼은 오랫동안 런던에 살고 있었으나 이러한 귀부인이 런던 아니 영국 내에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귀부인은 말을 꺼냈다.
"애쉬튼 씨, 시간을 허비할 것 없이 곧 용건을 말하겠습니다. 나는 당신의 직업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명함 대신에 이러한 물건을 드리겠습니다."
귀부인은 핸드백에서 두툼한 지폐 뭉치를 꺼내서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애쉬튼은 어리둥절한 채 그 것을 집어들고는 깜짝 놀랐다. 5파운드 짜리로 백 장은 될 것 같았다.
지폐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것이었다.
애쉬튼은 한 장 빼내서 조사해 보니 틀림없는 진짜였다. 설사 위조 지폐일지라도 이 정도 같으면 충분히 사용할 수가 있겠다.
애쉬튼은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고서 말했다.
"이것은 어디서 구했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섣불리 가지고 있다가 경찰에 쫓기게 된다면 재미없으니까요."
"조금 전까지는 영국 은행의 금고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쓸 방법이 없으시거든 아무 걱정 마시고 난로에 집어넣어 주십시오. 내가 진심에서 당신에게 어떤 일을 부탁하려고 왔다는 것만 알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그 일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겁니까?"
귀부인은 또 핸드백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더니 애쉬튼에게 넘겨주었다.
"여기에 적혀 있는 물건을 훔쳐 주십시오. 정한 시간에 정한 장소까지 훔친 물건을 운반해 주신다면 요구하는 대로 보수를 지불하겠습니다."
애쉬튼은 그 종이를 들여다보더니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다짐받듯이 귀부인을 쳐다보았다.
"혹시 정신이 어떻게 된 것이 아니신지요?"
"이미 진심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애쉬튼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여기에 적혀 있는 물건은 모두가 대영 박물관에 있는, 가격을 붙일 수 없을 만한 국보급뿐입니다. 아시겠지만 대영 박물관은 각종 도난 방지 장치와 감시인 등으로 물샐 틈 없이 감시되고 있습니다. 또 운 좋게 훔쳐낸다고 해도 딴 사람에게 팔 수도 없습니다."
"팔려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수집가입니다."
귀부인은 담담한 소리로 대답했다.
애쉬튼은 마음에 집히는 데가 있었다.
<아무래도 본심이 아니야. 수집가 중에는 종종 머리가 이상한 사람이 있지.>
그러나 그 귀부인은 돈을 엄청나게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
애쉬튼은 그 돈에 마음이 끌렸다.
"일을 한다면 얼마를 주시겠습니까?"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100만 파운드, 어떻습니까?"
그렇게 말하고 애쉬튼은 빙긋이 웃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착수금은 별도로 10만 파운드를 지금 드리겠습니다."
핸드백에서 지폐 뭉치를 꺼내더니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애쉬튼은 덜덜 떨리는 몸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부인의 진심은 잘 알겠습니다만, 그러나 대영 박물관쯤 되면 사실은 신의 힘이라도 빌리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귀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신은 아니지만 도와 드리지요. 당신은 내가 여기에 오고 난 후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했습니까? 창 밖을 내다보십시오."
애쉬튼은 창의 커튼을 손가락으로 살며시 밀고 밖을 내다보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거리를 달리고 있어야할 자동차가 모두 정지하고 있었다. 많지 않은 사람들도 그림과 같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걸으려고 들었던 한 발이 들린 그대로였다. 먼 곳의 네온도 빛이 정지되어 있었고 바람에 날린 광고지가 공간에 떠서 정지되고 있었다. 영사기가 고장이 나서 움직이지 않는 필름이 그대로 계속 비춰지고 있는 그런 상태였다.
애쉬튼은 귀부인을 돌아보았다.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고, 근육은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니, 당신은 무엇이지요? 혹시 마, 마녀인가요?"
"20세긴데 잠꼬대 같은 말은 그만 두시죠. 하여튼 밖에서 있어나고 있는 저 일을 설명해 드리지요. 저 밖의 1분은 이 안의 1년과 같게 되어 있을 뿐입니다. 예를 들면 당신에게 달려드는 사람이 있어서 그 동작이 30초 걸렸다고 하면 당신 쪽으로 본다면 그 동작은 반년이나 걸리는 느린 동작인 것입니다. 당신은 아주 천천히 움직여도 됩니다. 아시겠어요? 즉 딴 사람이 눈 깜짝하는 사이에 당신은 빛보다도 빠른 속도로 일할 수가 있고, 당신이 하는 일을 다른 사람이 도저히 볼 수 없습니다."
귀부인은 핸드백에서 은 같은 금속으로 만든 팔찌를 꺼냈다. 다이얼과 스위치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애쉬튼씨, 이것을 팔에 끼우고 있을 동안에는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대영 박물관에 대낮에 당당하게 들어가서 감시인이 옆에 있건 말건 눈 깜짝하는 사이에 당신은 여기에 적혀 있는 것을 전부 훔쳐 낼 수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눈을 한 번 깜짝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초의 몇 분의 1밖에 안 되는 순간에 불과하지만 당신으로서는 적어도 며칠이 될 만큼 여유 있는 시간이 되니까요. 물건을 훔쳐 가지고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지정한 장소에 물건을 건네 준 다음 팔찌의 스위치를 끊으면 정상적인 시간으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일이 끝나고 나서 내게 보수를 받기까지는 스위치를 끊어서는 안 됩니다. 아시겠지요?"
부인은 계획을 더 자세히 설명한 다음 반시간쯤 뒤에 귀부인은 돌아갔다.
애쉬튼은 잠시 동안 어리벙벙하였다.
범죄 사상 이러한 힘을 가진 자는 자기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어리둥절했다.
 
행동 개시
 
애쉬튼은 동료 중에서 한 사람을 조수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이것은 밤새도록 생각한 결과였다. 애쉬튼은 지금까지 혼자 일을 해 왔다. 딴 사람의 힘을 빌리는 짓은 금물이었다.
그러나 이번 일만은 자기 혼자서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는 토니를 택하였다.
토니의 집은 경찰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격언을 그대로 해 보고자 했다.
마침 토니는 집에 있었다.
"애쉬튼, 이렇게 아침 일찍 오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군요. 그런데, 자네도 색다른 팔찌를 끼고 있잖은가? 그런 팔찌는 나 혼자만 가진 줄 알고 있었는데......."
"뭐라고? 그렇다면 그 여자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일을 부탁한 모양이군. 지금 바빠?"
"조금, 일을 계획하는 중이야."
"음, 국립 미술관이겠군."
애쉬튼이 넘겨짚어서 말하자 토니는 깜짝 놀라면서,
"누가 자네에게 가르쳐 주었나?"
하고 묻는 것이었다.
"짐작이지. 너는 미술품 전문이니까. 굉장한 귀부인이 팔찌를 넘겨주면서 물건의 이름과......."
애쉬튼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토니가 가로채서 말했다.
"틀린다. 대답할 의무는 없지만, 찾아온 사람은 남자였다. 공작이나 백작 같은 점잖은 사람이었다."
애쉬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것은 그 귀부인 혼자만의 계획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하고 생각하고 나서 입을 열었다.
"우리들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인물은 도대체 누구일까?"
이 일에 대해서는 토니도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던 의문이었다.
"애쉬튼, 뒤에 숨어 있는 인물은 상상도 못할 만한 거물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들은 이런 훌륭한 마법의 팔찌를 가지고 있으면서 왜 자기 자신이 직접 하지 않는 것일까?"
"신분이 높은 사람들은 여송연을 입에 물고 딴 사람을 턱으로 명령하는 것이 취미겠지. 단 나는 과학에 대해선 전혀 모르니까 이 팔찌의 마술이 아무래도 의심스럽다."
애쉬튼은 토니를 조수로 쓰는 것을 포기했다. 토니는 같은 종류의 할 일을 맡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좀 알려진 도둑들은 갑작스레 큰 일을 맡고 파리의 루블 미술관, 스페인의 마드리드 미술관 등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저녁쯤은 세계 전역에서 대단한 소동이 벌어질 것이 틀림없다.
애쉬튼이 책임진 대영 박물관을 습격하는 일은 오늘 낮 2시에 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그는 점심을 끝내고 대영 박물관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호주머니에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나 필요할 것 같은 큰 자루가 착착 접혀져 들어가 있었다.
박물관의 정면 현관의 돌계단을 올라갈 때에 애쉬튼은 팔찌의 스위치를 넣었다. 그 순간 수위와, 관람객 그리고 안내인도, 돌층계를 오르내리는 사람들 모두가 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처럼 그 동작 그대로 동작을 멈추는 것이었다. 아니, 그들이 정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단지 애쉬튼만이 이상한 팔찌의 힘으로 1분을 1년으로 연장시키는 특수한 시간 속에 들어가 있을 뿐이었다.
애쉬튼은 동상으로 변해 버린 수위 앞을 지나갈 때 장난 삼아 입장권을 보였다. 그러나 수위에게는 애쉬튼도 입장권도 빛이 없는 번갯불 같아서 보일 까닭이 없었다. 애쉬튼은 도서실에 들어가서 목록에 있는 양피지의 오래 된 책을 여러 권 찾아내서 큰 자루 안에 집어넣었다. 이것은 문화의 유산으로 대단히 귀중한 것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은 이러한 헌 책에는 눈도 돌리지 않고 보석이 박혀 있는 왕관 같은 것을 좋아할 것이다.
<나를 조종하고 있는 인물은 정말 수준 높은 수집가임에 틀림없다.>
애쉬튼은 자기도 문화적 직분을 다 완수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기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옛날 식기류의 전람실에서도 일은 간단하였다.
'폴란드 화병'을 훔칠 때에는 애쉬튼은 대담하게도 유리 케이스를 두들겨 깨뜨리고 화병을 꺼냈다.
<5초 후에는 경고가 박물관 전체에 울려서 큰 소동이 일어나겠지.>
그러나, 애쉬튼은 그 5초가 며칠간에 해당되는 것이다. 절대로 붙들리지 않는다. 이미 멀리 달아난 다음이니까.
애쉬튼은 차례로 유리를 깨뜨리고 큰 자루 안에 물건들을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미르덴홀의 보가'라고 말하는 은으로 만든 화분을 제일 마지막으로 훔쳐내고 애쉬튼은 큰 자루를 어깨에 메고 유유히 박물관을 나왔다.
돌계단의 사람들은 애쉬튼이 들어올 때 하고 있던 그대로의 자세를 아직까지 취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한 발을 들고 있고 한 사람은 눈을 옆으로 돌리며 동행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훔친 물건은 하이 홀본 지구의 통행인이 드문 뒷골목에서 넘겨주기로 되어 있었다. 애쉬튼은 큰 부대를 어깨에 메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걸어갔다.
그는 모욕을 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름난 대도적이 생전 처음 보는 귀부인에게 말려들어 엄청난 액수의 돈에 팔려서 자기에게는 조금도 필요가 없는 골동품을 대영 박물관에서 훔쳐내어 땀을 뻘뻘 흘리며 운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이 시간에 파리, 마드리드, 로마 등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이름 깨나 있는 도둑들이 그 명예를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누구인지도 모르는 딴 사람을 위해서 일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이 직업에는 동업자 조합이라는 것이 없지만 애쉬튼은 명 예와 자존심이 있는 인물이라서 동업자의 모욕까지 생각하고 그 부끄러움을 자기 한 몸에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었다.
<순순히 보수를 받고는 '네, 고맙습니다' 라고 하고 이 일을 끝낸다면 대도적인 내 일생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는 것이리라.>
사실을 말하면 명예와 체면 문제뿐만이 아니라 그 어떤 욕심이 부풀어오르는 것이었다.
 
아직 시간은 있다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귀부인이 모습을 나타냈다. 애쉬튼은 큰 자루를 땅에 내려놓고 심호흡을 하면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귀부인은 전과 같이 냉정하고 우아하였다. 애쉬튼은 거래를 시작하였다.
"약속한 물건은 모두 저 속에 틀림없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대개 일이라는 것은 의논하기에 달린 것인데 보수로 받을 백만 파운드는 사양하겠습니다. 돈은 한 푼도 필요가 없습니다. 그 대신 이것을 갖고 싶습니다."
애쉬튼은 팔찌를 낀 손을 들었다. 거기에는 엄청나게 신비한 마력을 가진 팔찌가 태양 빛에 번쩍이고 있었다. 귀부인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애쉬튼을 바라보았다. 그 표정은 '모나리자의 미소' 같다고 애쉬튼은 느꼈다.
<명화 '모나리자의 미소'도 이들의 수집품으로 될 운명의 노예인지도 모른다. 루블 박물관에서는 어느 정도나 훔쳐냈을까?>
귀부인은 말했다.
"그 팔찌는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물건입니다. 설사 세계의 모든 돈을 다 내놓아도......."
"내가 대영 박물관에서 운반해 온 물건도 돈으로 살 수 없는 물건입니다."
"애쉬튼 씨, 당신은 그 팔찌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영국 은행이든지 왕궁이든지 버젓이 들어가서 마음 내키는 대로 훔칠 작정이지요?"
"그러면 어떻단 말입니까? 당신도 원하는 물건을 구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딴 사람의 눈에 곧 발견되고 말 것입니다. 우주의 어떤 별에 박물관을 세워서 혼자 즐기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 충고는 농담이 아닙니다."
한참 동안 가만히 애쉬튼을 바라보기만 하던 귀부인은 또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시다면 팔찌는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소원이신 모양이니까. 곁들여 나는 우리들의 정체를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 수 밑지니까요. 우리들은 미래에서 왔습니다."
"미래?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애쉬튼은 팔찌를 낀 손을 뒤로 돌리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믿고 안 믿고는 당신의 자유입니다. 당신은 팔찌를 돌려주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지요? 좋습니다.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그 팔찌는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는 더 귀중한 물건이라는 것을 말해 둡니다."
그 순간 애쉬튼은 문득,
<이 팔찌를 되돌려 주는 것이 좋을는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귀부인은 애쉬튼의 그 마음을 알아챈 것 같았다.
"아니오, 이미 늦었습니다. 내가 나의 정체를 밝힌 이상 당신은 당신의 생명이 있을 동안,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보증하겠습니다. 그 팔찌는 결코 부서지지도 않고......."
그리고 또 전번과 같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계속했다.
"애쉬튼 씨, 조금 같이 걷지 않겠습니까? 저 자루는 여기에 그냥 놔둬도 괜찮습니다. 동료들이 가지러올 때까지 시간이라는 것은 거의 정지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난 임무를 끝마쳤으니 당신들의 세계를 마지막으로 구경해 보고 싶습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도데남 코드 거리까지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도로 위에 얼어붙은 것 같이 움직이지 않는 군중을 보았다.
귀부인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조금 전에 미래에서 과거로 되돌아온 것을 '엉터리다'라고 말했지요? 그것은 확실히 그렇습니다. 과거로 되돌아간다면 역사를 변경시킬 수 있겠지요. 예를 들면 제 2차 대전 전의 과거로 되돌아가서 히틀러에게 정신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주사해서 성격을 바꾼다면 히틀러는 총통이 되지 않고, 그렇게 되면 제 2차 대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실제로는 제 2차 대전이 폭발되어 비참한 일들이 일어나고 정신병자 히틀러 총독은 지하실에서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역사상의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과거로 가서 제 2차 대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손을 쓸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렇고 말고요. 부인, 나는 도둑이지만 학문은 닦은 셈입니다. 당신이 나의 집을 방문하셨을 때 내가 읽고 있던 책을 기억하시겠습니까? 그것은 철학책인데 철학의......."
애쉬튼은 가슴을 활짝 폈다. 이제는 슬슬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인과 이별하고 싶었다. 원하던 물건을 차지하게 되었으니.......
그때 귀부인은 어떤 생각인지는 몰라도 전의 이야기를 되풀이하였다.
"그렇고 말고요. 과거로 되돌아가서 역사를 변경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애쉬튼 씨, 당신들의 세계에는 이제 와서 변경시킬 만한 역사는 없습니다. 당신들의 역사는 끝나 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귀부인은 도로 저쪽 편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신문 파는 소년이 신문 판매대 앞에서 동상과 같이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리고 신문 판매대에는 신문의 톱기사를 오려 놓은 신문 조각이 붙여져 있었다.
애쉬튼은 그것을 읽었다.
영국, 초메가톤 핵폭발 실험 준비 완료!
영국 의회는 오늘 오후 5시, 드디어 핵폭발 실험을 단행할 것을 결정했다.
애쉬튼의 귀에는 귀부인의 소리가 굉장히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나는 미래에서 왔습니다 라고 말씀드렸지요. 나는 그 핵실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자기들이 살고 있는 행성의 구조에 대해서 거의 생각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 대지의 3,000킬로미터 밑의 지구는 액체 상태의 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핵은 압축된 물질로 되어 있고, 그것을 감싸고 있는 바깥쪽이 튼튼하기 때문에 유지되어 왔던 것입니다. 안에서 밖으로 내미는 힘과 밖에서 안으로 누르는 힘이 마치 시소같이 균형이 적당히 잡혀 있어 무사한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저녁에 실시되는 핵실험은 기어코 그 균형을 깨뜨리고 맙니다. 아니, 깨뜨렸습니다 라고 고쳐 말하겠습니다. 우리들은 미래에서 왔기 때문에 이미 결과를 알고 있습니다. 핵폭발 실험으로 인하여 갈라진 장소로 말미암아 균형이 무너지게 된 것을 시작으로 해서 지구가 생긴 이래의 지진과 화산 활동을 모두 합친 것 같은 에너지로써 지구의 핵이 대폭발을 일으켜 대양과 대륙은 모두 우주로 날아가 버리고 소행성이 흩 어진 띠 같은 모양이 되고 맙니다. 우리들은 지구 역사의 이 비참한 종말을 슬퍼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지구의 문화재가 어떤 것이었다는 것을 우주 박물관에 보관해 두기 위하여 십만 년 후의 미래에서 시간 여행을 해 왔습니다. 이 타는 기계를 당신들의 SF에 나오는 타임 머신이라고 불러도 좋겠지요. 그러나 지구가 파멸되지 않도록 우리들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손을 쓰는 것은 용서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주의 역사'는 변동시킬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여튼 '지구의 역사'는 끝났습니다. 끝난 역사 안에서 작은 일이지만 그 문화재를 구출할 수 있는 것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일입니다. 애쉬튼씨, 당신은 욕심 때문에 부당한 도둑질에 가담했다는 생각이 들겠습니다만 결과로는 지구의 문화재의 일부를 구해내게 된 것입니다. 자, 나는 이제 슬슬 되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시간 여행 우주선은 약 십만 년 후의 지구의 잔해 옆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팔찌는 당신의 것입니다. 우리들을 위해서 일해 주신 보답으로 드리겠습니다."그 말을 마치고 귀부인은 사라지고 말았다. 애쉬튼만이 정지되어 있는 시간 안에 홀로 남아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애쉬튼의 손목에는 팔찌가 끼어 있었다. 스위치를 끊을 수도 없었다. 끊어서 정상적인 시간 속으로 되돌아간다면 채 한 시간도 못 돼서 자기도 지구의 최후와 함께 소멸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핵실험은 이미 착수되고 있을 것이다.
애쉬튼은 길가에 엉거주춤 앉아서 양손으로 이마를 짚고 있었다.
<냉정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아무튼 팔찌가 있으니 스위치를 끊지 않는 한 나에게는 시간의 여유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보통 사람의 1분간이 나에게는 1년간이니, 1시간은 60년에 해당된다. 그러나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동상처럼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세계 속에서 단지 나만 홀로 다른 시간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스위치를 끊어서....... 아니 천천히 생각하자. 천천히....... 아직 생각할 만한 시간의 여유는 충분히 있으니까. 아직 생각할 만한 시간은.......>
 
<끝>
 
작품 해설
 
우주 시대의 인간애
 
이 「우주 대작전」은 미국 NBC 텔레비전 회사에서 제작한 스타트렉이라는 SF 시리즈 프로그램을 토대로 하여 소설로 고쳐 쓴 것입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기는 소설을 시나리오(영화 대본)로 고치는 것인데 이 작품은 그 반대인 것입니다.
이 일을 한 사람은 제임스 블리쉬라는 미국의 유명한 SF 작가입니다.
블리쉬는 1921년 미국에서 태어났으며 콜롬비아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생물학자가 되기 위하여 공부하였으나 어느 사이에 소설을 쓰게 되었고 성적도 과학보다 문학 쪽이 좋았습니다.
의학 연구소와 학교에도 근무했으며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에 큰 제약 회사의 과학 편집을 담당하게 되면서 창작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우주 도시 시리즈를 위시하여 많은 SF를 썼는데 특징은 관찰을 중심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 「우주 대작전」은 원래 일곱 개의 단편인데 소년 소녀를 위하여 여섯 개의 단편으로 고쳐 쓴 것입니다.
보통 소년 소녀용으로 고칠 때에는 기복이 많고 이야기를 흥미 있게 쓰고 남녀의 관계는 보통 생략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그 부분을 너무 많이 생략하면 작품의 생명이 없어지게 되므로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도록 노력을 기울인 것입니다.
어린 독자도 꼭 한 번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뜻에서라고 합니다.
꼭 먼 미래의 우주 시대의 남녀간의 사랑 혹은 인간애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인으로서도 깊이 생각해야 할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엔터프라이즈 호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복잡한 인간 관계는 현재 지구상의 각종 문제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종 차별 문제, 호전적인 민족, 독선적인 과학자, 작은 것을 위해 큰 것을 외면하는 사람 등, 현실의 문제를 그대로 우주 시대라는 시간과 장소만 옮긴 것입니다.
즉 이 말은 과학의 발달로 환경이 아무리 변화해도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인간 관계는 영원히 변함없다는 것이죠.
세이스스별에서 온 찰리 소년의 욕망과 그 좌절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초능력을 끝까지 감추었다면 찰리 소년은 세이스스 성인에게 발각되지 않고 평범하게 인간답게 살 수 있었겠지요. 자랑하고 싶은 욕망이 자신을 다시 외롭게 살게 만든 겁니다.
자신이 행복하고 불행하고 하는 것은 오직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찰리의 불행은 찰리가 선택한 것입니다.
레그르스별 최후의 생물과 싸우는 공포와 또한 맥코이 박사와 낸시의 사랑, 즉 아름다워서 사랑하는가? 사랑하기 때문에 아름다운가? 하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것입니다.
다음의 승무원들이 원인 모르게 미치는 이야기는 우리들이 매일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마음 속 깊이에는 무엇을 생각하고 바라며, 진실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공포와 쓴웃음으로 뒤섞인 엉뚱한 세계를 생각하게 해줍니다.
의지라는 것은 과연 정신적인 것일까요? 아니면 육체적인 것일까요? 육체적인 것이 조금 강조된 것 같습니다. 몸이 아프면 의지가 약해집니다. 그러나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굳센 의지가 필요한 것입니다. 묘한 관계이지요.
물론 커크 선장처럼 육체도 강하고 정신도 강하다면 더 이상 좋을 게 없겠지요.
다음 로뮬르스 성인과의 전쟁에서는 커크 선장의 생각과 결단력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신랑이 죽었습니다. 신부의 슬픔은 어떨까요? 전쟁이란 옛날이나 지금이나 미래에서나 비극인 것입니다. 언젠가는 전쟁이 없어져야 하겠습니다.
전쟁을 좋아하는 로뮬르스 성인, 지금도 그런 국가들이 많지요. 그래서 전쟁은 없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애덤스 박사의 이야기는 고독한 과학자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존경받는 과학자에서 잔인한 범죄자로 바뀌며 결국 죽게 되는데 그 원인은 고독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주위에 항상 좋은 친구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하겠습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니까요.
외톨이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들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말고 같이 다정하게 어울리도록 끌어 주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 얘기인 아이들만 남아 있는 행성에서 벌어진 사건은 여러 가지의 의미가 있습니다.
늙지 않겠다는 욕망이 낳은 비극입니다. 그 가능성은 미래의 일이니까 젖혀 두기로 하고 순수하게 생각해 봅시다.
분명히 어린 시절이 길다는 것은 좋겠지요. 그러나 우린 다른 동물들을 생각해보면 인간은 너무나 욕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물들 중에서 인간만큼 어린 시절이 긴 동물은 없습니다.
오히려 청년 시절이 길어야 하겠지요. 요즘의 의학도 이 소설처럼 어린 시절을 연장하려는 것보다는 청년 시절을 길게 하는 것을 연구해야 할겁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 확실히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전체적으로 커크 선장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훌륭한 지도자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나마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지도자란 것이 어려운가!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뽐내고 싶은 욕심에서, 남을 부리고 싶은 욕심에서, 열등감이 숨겨져 있는 우월감에서 지도자가 되려고 합니다. 우리는 역사상 소수의 욕심을 위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희생된 경우를 많이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소설에서 단지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서만 읽고 말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진짜 이야기 즉, 인간애를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과학 지식을 널리 보급
 
「대영 박물관의 도적」을 쓴 아서 클라크는 영국 사람으로 현재 세계의 SF 작가들 가운데서도 최고의 인기가 있는 제 1급의 작가입니다.
이미 소개된 「해저 정찰대」와 「우주 스테이션」은 가까운 미래를 무대로 한 SF이고, 「유년기의 끝」, 「도시와 별」 같은 작품처럼 아주 먼 미래를 무대로 한 SF가 있습니다. 또한 우주, 해양, 미래 등의 과학 해설자로도 유명하며, 과학 지식을 널리 보급시킨 것으로도 크게 인정받고 있는 작가입니다.
우주 대작전
블리쉬 작 ․ 박 홍근 역
 
아이디어 회관 과학 문고
224p. 19 cm (SF세계 명작 21)
 
초 판      1976년 6월 1일
재 판      1977년 3월 1일
역 자      박 홍근
제 판      명립 정판사
옵셋 인쇄  장원 정판사
활판 인쇄  삼정 인쇄소
제 본      영지 제책사
발행인     박 훈
발행처     아이디어회관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5가 19-29
      등 록 제 2-213호
      전 화 (26) 1975. (25) 1970
값 450원
 
 
 
  우주 대작전
STAR TREK
 
제임스 블리쉬 JAMES BLISH
박 홍근 역
 
제임스 블리쉬
1921년 미국 태생. 우주 도시 시리즈를 위시하여 많은 SF를 썼는데 특징은 과학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다.
 
편집위원
아동문학가 이 원수․박 홍근/ 문학박사 최 인학
공학박사 양 옥룡/ 이학박사 김 희규
전 교육감 김 성묵
 
 
 
책머리에
 
이 「우주 대작전」은 미국 NBC 텔레비전 회사에서 제작한 스타 트렉이라는 SF 시리즈 프로그램을 토대로 하여 소설화한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원래 일곱 개의 단편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어린 독자들을 위하여 여섯 개의 단편으로 고쳐 쓴 것입니다.
이 소설은 대우주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지구인과 우주인과의 관계를 인간애를 중심으로 엮은 것입니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 지구에서는 물론, 대우주 세계에서도 역시 변함이 없습니다.
서로 돕고 사랑하는 사회는 어떤 역경에도 이겨낼 수 있지만 자만과 독선으로 자기 자신만을 위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마저 망쳐 버리는 결과가 되고 맙니다.
엔터프라이즈 호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인간 관계는 현재 지구상의 각종 사회 문제의 거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는 이 소설에서 단지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만 읽어 넘길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생생한 인간 관계를 살펴보고 우리들의 사회 생활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차 례>
 
기묘한 방문객·················· 6
찰리의 첫사랑·················· 16
세이스스 성인·················· 32
암흑 행성의 주민················ 44
시체 해부···················· 52
제2의 희생자·················· 54
그 정체는?··················· 57
결 말······················ 65
여섯 명의 변사체················ 66
미친 승무원··················· 68
엔터프라이즈 호의 위기············· 78
수수께끼는 해결················· 84
로뮬르스 성인의 공격·············· 87
시각 차단 스크린················ 91
무서운 신병기·················· 97
스팍과 비슷하다················ 100
전 우주의 평화를 위하여············ 106
부산한 결혼식················· 109
전쟁은 끝났다················· 110
흉악범이 잠입하다··············· 116
식민지의 주민················· 123
애덤스 박사의 실험··············· 125
암시에 걸린 선장················ 129
기묘한 최후·················· 141
뱀주인자리 70번 별·············· 143
조사대 상륙·················· 145
소녀 밀리··················· 148
피부에 푸른 점이················ 156
생명 연장 계획················· 159
없어진 통신기················· 167
조사대 위태롭다················ 171
희생이 된 맥코이················ 177
안녕 밀리··················· 181
 
대영 박물관의 도적
 
이상한 손님·················· 185
행동 개시··················· 189
아직 시간은 있다················ 195
 
작품 해설··················· 203
 
 
등장인물
 
커크 선장 : 400명의 승무원을 태우고 있는 우주 조사선 엔터프라이즈 호의 선장으로 승무원의 신뢰를 받고 있으며 암흑의 우주에서 20년간 활약을 해온 용감한 사람
스팍 항해사 : 지구인과 발칸 성인 사이에 태어난 혼혈 우주인. 생김은 지구인과 비슷하지만 감정의 표현은 전혀 다름.
맥코이 박사 : 우주선 의무실 수석 의사. 여러 가지 우주병에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치료하는 용기 있는 의사로서 커크 선장의 중요한 조언자.
자니스 랜드 : 제니라는 애칭을 가진 브리지 사관. 커크 선장을 마음속으로 좋아한다.
우라 통신사 : 아프리카의 반스 족 출신의 여성 승무원으로 냉정하고 침착한 성격을 갖고 있다.
스콧 기관장 : 직무에 충실하고 민첩하기 때문에 커크 선장의 신뢰를 받고 있는 유능한 우주 비행사.
헬렌 노엘 : 맥코이 박사의 조수로서 범죄자 식민지에서 커크 선장을 도와 위기에서 벗어나게 한 여성 의학박사.
밀리 : 생명 연장 계획에 의해 300년만에 어른이 됐지만 곧 죽게 될 비극적인 행성의 소녀
 
 
기묘한 방문객
 
400명의 승무원을 태운 제 1급 우주선 엔터프라이즈 호의 선장 제임스 커크는 우주에서 20년 이상 활약을 해 온 노련하고 용감한 사람이었다.
그 커크도 이번만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이렇게까지 성가시게 구는 놈은 정말 처음인걸."
이 명 선장을 골치 아프게 만드는 녀석은 겨우 17세 밖에 안 된 소년이었다. 찰스 에번스라고 하는 부모의 탐험선이 세이스스라는 행성에 불시착했을 때 홀로 살아 남았던 소년이었다. 그로부터 14년 동안 귀양살이처럼 내버려져 있었는데 측량선 안타레스 호에 우연히 구출되었던 것이었다.
안타레스 호는 작은 우주선이기 때문에 10배나 큰 엔터프라이즈 호에 옮기게 되었던 것이었다. 찰리(찰스 에번스의 애칭) 소년은 낡은 옷을 입고 소지품을 모조리 넣은 낡은 가방을 안고 왔던 것이었다.
찰리 소년을 데리고 온 안타레스 호의 사관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마음이 착한 소년입니다."
라든지,
"머리도 좋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라든지,
"혼자서 안타레스 호를 날게 할 수도 있을만한 실력이 있습니다."
라는 등등의 칭찬만 잔뜩 늘어놓았는데, 칭찬할 대로 칭찬을 하고 나더니 브랜디 한 병 내놓으라고 조르지도 않고 급히 떠나가 버렸다. 커크 선장은 이것이 우선 마음에 꺼림칙했다.
찰리 소년이 쉴새 없이 눈을 두리번거리며 불안해하는 것은 오랫동안 혼자 외롭게 살아온 것을 생각하면 조금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또 여성 승무원인 자니스 랜드가 거주 구역으로 데리고 가려 할 때,
"이게 여자애입니까?"
하고 큰 소리로 선장에게 물은 것도 깜짝 놀랄 일은 아니었다.
다음 날 의사인 레트 맥코이 박사가 찰리 소년의 신체 검사를 한 보고에 의하면 어리나 상처도 없고 건강하며 영양 상태도 무척 좋았다.
이것이 또한 커크 선장에게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참 이상해. 세 살 때부터 그 별에서 혼자 고생해왔을 게 아닌가? 본인은 뭐라고 하지? 맥코이."
"불시착할 때 부모는 돌아가셨고......, 영어는 난파선의 기억 뱅크와 이야기를 하여 알게 되었으며, 먹는 것은 난파선의 저장 식량도 있었고, 또 근처에도 먹을 것이 좀 있었다고 하더군요. 아무의 도움도 없이 살아온 모양입니다."
"으음."
"우주선의 규칙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걸 보면 안타레스 호에서 몇 번이나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번에는 잘해 보려는 모양입니다. '뭘, 너무 조급하게 할 필요는 없어. 언제나 상대를 주의하여 보고 그래도 모를 때에는 웃는 얼굴로 얌전히 묻는 것이 좋아'라고 말해 주었더니 자기는 꽤 성질이 급하다고 하더군요.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여서 '신체 검사가 끝났어'라는 뜻에서 엉덩이를 툭 치자 대들려고 했어요. 이해시키는데 무척 애를 먹었습니다."맥코이의 이야기는 커크 선장만이 아니라 그때 브리지(우주선 조타 사령실)에 있던 발칸이라는 별나라 사람인 일등 항해사 스팍과 당직인 여성 승무원 제니(자니스 랜드의 애칭)도 듣고 있었다.
"지구의 역사며 전설은 나도 좀 읽은 일이 있는데 어린아이가 황야에서 혼자 살아온 이야기는 많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일등 항해사 스팍이 말했다.
"그런데 언제나 어린아이를 보살펴주는 이리가 있게 되어 있어요."
제니가 말했다.
"그럼, 저 애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리의 역할을 한 것은 세이스스별의 주민일까요? 스팍 씨."
"글쎄, 모르겠어."
맥코이가 말했다.
"하여튼 찰리가 세이스스에는 사람 같은 건 없다고 몇 번이나 말했어."
"세이스스에는 사람 같은 고등생물이 없다고 해. 그런데 조사대는 세이스스별에서 굉장히 진보된 인공물을 발견하기도 하고, 이 우주선의 라이브러리 테이프(책 대신 테이프를 저장해 둔 도서관. 현재의 컴퓨터보다 더 소형임)로 조사해 보았는데 식용이 될만한 식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더군."
네 사람 모두 말이 없었다.
찰리 소년은 왜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무엇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커크 선장이 말했다.
"어쨌든 우리로서는 그 아이를 다음에 잠시 머물러 보급을 받을 제 5 식민성으로 보낸다. 이 선내에 있는 동안은 선내에서 하는 일을 분담시켜 일과를 지키게 하자. 보내진 다음에는 경험이 풍부한 교육 전문가가 맡아 주겠지. 미스 제니, 어떻게 생각하지?"
"글쎄요......?"
제니는 좀 망설이고 나더니 말했다.
"이런 것은 말하지 않아도 좋겠지만 그 애가 어제 내 뒤를 쫓아와서 복도에서 향수병을 주었어요. 우주선의 창고에는 없는 것이었어요."
"허어."
맥코이 의사가 눈을 크게 떴다.
"대체 어디서 얻었느냐고 물으려 하는데 갑자기 저의 엉덩이를 툭 치지 않겠어요. 좋아한다는 표현이라나요."
와아 하고 웃음소리가 일어났다. 커크 선장이 조용히 하라고 손을 들고 물었다.
"제니, 다른 것은?"
"별로....... 그 애는 트럼프 게임을 잘 해요. 카드를 다루는 솜씨가 굉장했어요. 제가 오락실에 있는데 그 애가 들어왔어요. 마침 우라 통신사가 '사랑스러운 찰리'라는 노래를 불렀지요. 놀려 주는 줄로 알고 부루퉁하고 있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선 저의 옆에 앉아서 게임을 구경하고 있었어요. 그러는 동안에 저만 자꾸 이기게 했어요. 맹세해도 좋아요. 카드에 손도 대지 않고 그랬어요. 깜짝 놀라자, 척 손을 내밀고 어이없을 만큼 멋지게 요술을 해 보였어요."
"안타레스 호의 승무원에게서 배웠겠지."
커크 선장이 말하자 맥코이 의사가 덧붙였다.
"엉덩이를 두들기는 것은 내가 가르쳐 준 것 같애."
"이건 골칫거리인데....... 어쨌든 찰리와는 잘 지내도록 조심하지 않으면 야단나겠는걸......."
 
안타레스 호 폭발
 
커크 선장이 거주 구역의 선실에 들어가자 찰리 소년은 벌떡 일어섰다. 손가락, 팔꿈치, 무릎 등 관절(뼈마디)이라는 모든 관절은 반대 방향으로 팽팽하게 뒤로 젖혀진 것 같았다.
"나는 아무 것도 나쁜 짓을 하지 않았어요!"
커크 선장은 상냥하게 말했다.
"좋아 좋아, 찰리. 좀 들여다봤을 뿐이야. 어떻게 지내고 있나 해서 말야."
"난 잘 알고 있어요. 나는...... 저 물어 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으응, 뭐지? 뭐든지 물어 봐."
"예, 저어 나 복도에서 미스 제니의 엉덩이를 툭 쳤어요. 그러자 그 여자는 싫어했어요. ‘왜 싫어하는지 선장이 설명해 줄 거야'라고 하던데요. 왜 싫어하지요?"
"아, 그건 말야."
커크 선장은 억지로 웃음을 참았다.
"미스 제니는 여자니까. 여자를 상대할 때에는 해서 좋은 일과 하지 않아야 하는 일이 남자와 달라지는 거야. 이번 경우는, 어떻게 라도 여자를 쳐선 안 되는데 쳤기 때문이야."
"그런 겁니까?"
"그런 거야. 그런데 찰리, 나는 너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려고 생각하여 그에 대한 일과표를 만들었어."
"감사합니다. 선장님, 나를 좋아하나요?"
솔직한 질문이었다. 커크 선장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아직 몰라. 사람을 좋아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우선 잘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겠지. 사람이란 그렇게 쉽게 좋아지거나 싫어지거나 하는 것이 아니란다. 알겠니?"
"예."
그때 선내 통화기에서 우라 통신사의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왔다.
"커크 선장님!"
선장은 찰리 소년에게 말했다.
"좀 실례하겠어, 찰리."
그리고 나서 선내 통화기로 향했다.
"여기는 커크. 말하라."
"안타레스 호의 라마트 선장이 채널 D에 나와 계십니다. 선장님께 직접 말하고 싶답니다."
"알았어. 곧 브리지에 가겠다."
커크가 스위치를 끊자 동시에 찰리 소년이 말했다.
"나도 같이 가도 좋습니까?"
"응, 이건 우주선의 일이니까, 허용되지 않는 일이야. 알겠니?"
"난, 누구에게도 괴로움은 끼치지 않겠습니다. 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찰리 소년은 사람을 잘 따랐다. 오랫동안 홀로 살아 왔기 때문에 사람을 그리워한다는 것을 알고 커크 선장은 측은하게 생각했다.
"응, 좋아. 그러나 브리지에 오는 것은 내가 허락했을 때 만이다. 알았지?"
"예."
찰리 소년은 강아지처럼 커크 선장의 뒤를 따라 선실을 나왔다.
브리지에서는 우라 통신사가 반스 족(아프리카에 사는 흑색 인종의 부족. 곱슬곱슬한 머리칼, 넓은 코, 말려 올라간 두터운 입술을 가졌다.) 특유의 특징을 가진 얼굴에, 부족의 용사와 같은 늠름한 표정을 하고 마이크로폰을 향해 말하고 있었다.
"좀 더 전압을 높여 주십시오. 안타레스 호, 그쪽 전파가 약한 것 같습니다."
"이것이 최대 출력입니다."
잡음에 섞이어 라마트 선장의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이제 곧 커크 선장님과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대로 좋아."
커크 선장은 마이크로폰을 손에 들고 말했다.
"여기는 커크, 라마트 선장!"
"아아, 됐어! 전파의 유효 한계가 다 되어 가고 있어요. 빨리 경고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소리는 도중에서 뚝 끊어졌다. 스피커에서는 성운의 공전(별들의 집단에서 공간으로 파생되는 전파)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통신사, 다시 한 번 물어 봐 주게."
"예."
우라 통신사는 허둥대며 말했다.
"선장님, 이젠 송신은 하지 않는 모양인데요."
"그래? 채널 D는 수신 상태 그대로 두게."
"예."
커크 선장의 뒤에서 찰리 소년이 조용히 말했다.
"그건 낡은 우주선이었어요. 그다지 특징이 있는 구조의 우주선은 아니었어요."
"…………."
커크 선장은 흘끔 찰리 소년을 보고, 그리고 스팍 일등 항해사 쪽으로 돌아섰다.
"스팍, 탐지 장치로 안타레스 호를 확인해 주게."
"이미 해 봤습니다. 그러나 흐려져 있습니다. 멀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미하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닙니다."
"음……."
커크 선장은 찰리 소년을 뒤돌아보았다.
"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만 해?"
찰리 소년은 생각지도 않는 물음에 당황한 모양이었다.
"모르겠습니다."
탐지 장치를 다루면서 스팍이 말했다.
"희미해진 구역이 점점 넓어져 갑니다. 가장자리를 따라 여기저기 점이 있습니다. 아마 파편일 겁니다."
"음, 그러니까 안타레스 호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거지?"
"커크 선장님, 이 파편이 안타레스 호입니다."
스팍의 소리는 조용했다.
"달리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확실히 그 우주선은 폭발을 했습니다."
커크 선장은 스팍의 보고를 듣는 동안 계속 찰리 소년의 눈을 곧바로 지켜보고 있었다.
찰리 소년은 말했다.
"가엾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거북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으나 그뿐이었다.
"그러나, 그 우주선의 사람들은 죽어도 조금도 불쌍하지 않아요. 별로 친절하지 않은 사람들이었으니까요. 그 사람들은 나를 조금도 좋아해 주지 않았어요. 정말 그랬어요."
누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커크 선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는데, 한참 후에야 겨우 힘을 빼고 말했다.
"찰리, 너는 우선 인간답지 못한 차디찬 마음을 고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자기 중심적이라고 할까? 제멋대로 라고 할까? 좋지 않은 성격이다. 나쁜 성질을 고치지 않고서는 너는 짐승 밖에는 되지 않는다."
라고 말하고 커크 선장은 입을 다물었다.
찰리 소년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찰리의 첫사랑
 
커크는 선장실의 의자에 앉은 채 얼굴을 들고 제니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애를 어떻게 했다고? 엉덩이를 두들겨 주었다고 지나친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닙니다. 그 애는 말은 잘 하지 못했으나 나를 잡고 좋아한다고 했어요."
"과연 그 녀석은 17살의 사내이며, 제니는 아름다운 여성이니까 말야."
"선장님! 진지하게 생각해 주십시오. 그 애는 처음 여자를 만나 흥분하고 있었습니다. 그 애에게는 도대체 딱 잘라 거절할 수가 없잖아요. 뺨이라도 때려주고 싶지만 그 때문에 시끄러운 문제라도 일어나게 되면 어떻게 하죠?"
"그거 곤란한데....... 어쨌든 그 애를 만나 보자."
"부탁합니다."
제니는 나갔다.
커크 선장은 부저를 울려 찰리를 불렀다. 찰리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곧 왔다.
"들어와 찰리. 거기 앉아라."
소년은 선장의 책상 건너 쪽 의자에 마치 덫 위에 앉는 것처럼 조심조심 앉았다. 그리고 나서 커크 선장이 말하기 전에 말을 꺼냈다.
"미스 제니, 그 여자 때문이죠?"
"응, 물론. 그러나 무엇보다도 너 자신의 일이다. 너는 배워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
"그래요. 하여튼 나는 무엇을 하거나 모두 틀려 있습니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방해가 되고 있습니다. 맥코이 의사님은 규칙을 가르쳐 주지 않습니다. 나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나는 내가 무엇인지, 무엇이 되면 좋은지, 도대체 누구인지조차도 알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다가 왜 미스 제니의 일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응, 인간은 그렇게 하여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마음이 아프다고 했는데, 뭐 너 뿐만이 아니야. 사람이라면 모두 그렇단다. 피할 수도 없고 속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나는 벌써 제 정신이 아닙니다. 미스 제니는 다른 사람에게 나를 넘겨주려 합니다. 미스 로튼입니다. 그러나 그 분은 여자는 여자지만 이미 처녀다운 모습이 나지 않는 사람입니다. 우주선에는 제니 만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나는 미스 제니가 좋습니다. 다른 여자는 아무도 좋아지지가 않습니다. 왜 그런지 정말 이상해요. 혹시 잘못 된 건 아닐까요?"
커크는 조용히 말했다.
"이상한 것도 없고 잘못된 것도 아니다. 그것이 바로 마음을 아프게 하는 원인이라는 것도 나는 잘 안다. 들어 봐라, 찰리. 우주에는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백만 개가 있다고 한다면 할 수 없는 것은 그 것의 억 배 이상이 된다. 미스 제니도 그 중의 하나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
"나는 그런 것이 싫습니다."
"응, 나 역시 싫어. 유쾌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참고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 그래, 너 이제부터 맨손으로 호신술을 배우도록 일과표를 만들어 놓았는데 함께 체육관으로 가서 레슬링을 하지 않겠니?"
"네."
"몇 세기 전부터 운동은 너와 같은 마음의 상처를 낫게 하며, 그를 잊어버리게 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정말인지 어쩐지 시험해 보자."
 
무서운 초능력
 
찰리 소년은 정말 재주가 없었다. 맥코이 의사의 조수로서 사관인 샘 앨리스가 연습복을 입고 새 제자의 상대가 되어 주고 있었다.
"자빠지면 매트를 두들겨라! 이렇게 말야."
앨리스는 자기가 매트에 쓰러지고서는 손으로 두들기고 뒹굴고 굴러서 보기 좋게 일어섰다.
"손으로 두들겨 충격을 흡수해 버리는 거다. 자, 해봐라, 찰리!"
"난 못 해요."
커크 선장도 연습복을 입고 옆에서 격려했다.
"처음엔 누구나 못 하지만 계속 연습을 하면 된다. 해 봐, 찰리."
"예."
찰리는 볼품없이 쓰러졌는데 매트를 두들기는 것이 늦어서 쿵 소리가 났다. 커크 선장이 말했다.
"좋아, 다시 한 번 해."
쓰러지며 탕 하고 매트를 두들겼다.
"좋아, 그걸 잊지마. 다음은 어깨돌이다. 앨리스! 해 보여라."
앨리스는 매트에 몸을 던져 빙글 돌더니 곧게 일어섰다. 가볍고 능숙한 어깨돌이였다.
"찰리, 해 봐."
"난 그런 걸 하고싶지 않아요."
"이게 연습이라는 거다. 어렵지는 않아. 보아라."
커크 선장은 자기도 해 보였다.
"자, 네 차례다. 찰리."
"싫습니다. 나는 마룻바닥을 굴러 돌아다니는 게 아니라 싸우는 걸 배우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우선 다치지 않고 넘어지는 법을 배우는 거야. 그런 기술을 배워두지 않으면 안 된다. 이봐 앨리스, 둘이서 해 보여주기로 하자. 던지기를 두 가지 정도 내게 걸어주게."
"좋아요."
앨리스와 커크는 맞붙었다. 상대에 비하면 체격이 작은 커크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넘어졌다가 곧 일어서는 것을 안쪽에서 몸을 들어올려 보기 좋게 넘겼다. 커크는 한 번 구르더니 벌떡 일어났다.
커크 선장은 운동을 즐겼다는 만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찰리! 어때, 재미있지."
"예."
"나하고 맞서 볼까?"
찰리 소년은 커크 선장과 맞붙어 방금 전에 앨리스가 한 방법을 흉내 내었다. 힘은 세지만 합리적으로 사용하지 않 아서 기술이 잡히지 않는다. 커크 선장은 던지기를 했다. 찰리 소년의 몸은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손대중을 한 것 같았으나 매트를 두들기는 것을 잊어버려 충격이 큰 모양이었다.
찰리 소년은 그래도 일어서서 분노의 불길이 반짝거리는 눈으로 커크 선장을 쏘아보았다.
앨리스는 깔보듯이 웃고 있었다.
"안되겠다. 더 넘어지는 연습을 계속해라. 찰리."
찰리 소년은 얼른 앨리스 쪽을 돌아서며 낮은 소리로 힘을 주어 말했다.
"웃지 말아요."
"그렇게 화를 내지마. 화를 내기 때문에 진다."
앨리스는 크게 웃어댔다. 찰리 소년은 말했다.
"웃지 말아요!"
앨리스는 두 팔을 벌리고 미안하다는 몸짓을 했으나 아직 웃음을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정확히 1초가 지났을 때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전구가 터진 것 같은 펑 하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앨리스의 모습은 사라지고 말았다.
커크 선장은 바로 전까지 앨리스가 있었던 자리를 어이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찰리 소년은 잠깐 동안 얼어붙은 것처럼 서 있었다. 이윽고 문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커크 선장이 말했다.
"잠깐만!"
찰리 소년은 멈춰 섰으나 뒤돌아보려 하지 않으며 말했다.
"저 사람은 나를 비웃었습니다. 남을 보고 웃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닙니다. 나는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그다지 열심히 하는 것 같이는 보이지 않았는데. 뭐 괜찮다. 그보다도 이건 어떻게 된 거야? 넌 나의 사관에게 무엇을 했어?"
"그 사람,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찰리 소년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건 대답이라고 할 수 없어."
"내가 알고 있는 건 그 것뿐입니다. 사실은 그런 것을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 사람이 시켰습니다. 나를 비웃었으니까요."
"……………."
커크 선장은 생각했다.
<만약에 제니가 이 아이를 때리면 어떻게 될까? 안타레스 호의 폭발 사건도 있었는데.......>
커크 선장은 체육관의 선내 통화기 스위치를 넣었다. 여기서 찰리는 뒤돌아보고 커크가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여기는 커크 선장이다. 지금 체육관에 있다. 보안 부원을 두 명 보내 주게. 빨리!"
찰리가 말했다.
"나를 어쩌려는 겁니까?"
"선실에 보낼 뿐이다. 넌 거기서 얌전히 있어다오."
"나의 몸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못합니다. 닿으면 그 사람들도 사라져 버리게 할 테니까요."
"보안 부원은 너에게 상처는 입히지 않아."
찰리는 말없이 있었으나, 우리 안의 맹수와 같은 눈초리를 하고 있었다.
문이 열렸다.
특수 방사선 총의 가죽 총집을 찬 보안 부원 두 명이 커크 선장 쪽을 향하여 서 있었다. 선장은 찰리에게 말했다.
"그 사람들과 함께 가야 한다. 찰리, 나중에 우리 두 사람 모두 머리를 식힌 다음에 이야기를 하자."
보안 부원은 찰리의 팔을 잡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팔을 잡으려고 했다. 그 때였다. 한 사람은 밀리어 제자리로 물리쳐지면서 비틀거리기만 했으나 또 한 사람은 돌풍에 채어가듯 날리어 벽에 부딪혔다.
부딪힌 쪽은 얼른 허리의 특수 방사선 총에 손을 댔다. 커크 선장은 외쳤다.
"안돼! 쏘지마!"
그러나 명령이 늦었다.
보안 부원이 총구를 소년 쪽으로 돌렸다. 그러나 그 순간 이미 권총은 그의 손에 없었다. 권총은 앨리스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찰리 소년은 커크 선장을 쏘아보고 있었다. 커크 선장도 쏘아보며 말했다.
"솜씨는 충분히 알았다. 이젠 선실로 돌아가라."
"싫습니다."
"그럼, 내가 데리고 갈까?"
커크 선장은 소년에게 다가섰다.
"자아, 내 말대로 하겠니? 그렇지 않으면 권총이나 앨리스와 같은 곳에 나를 보내버리든지, 어느 쪽을 택하겠니?"
찰리 소년은 머리를 떨어뜨렸다.
"말씀하신 대로 하겠습니다."
찰리 소년은 보안 부원과 함께 체육관을 나갔다.
커크 선장은 안심된다는 듯이 크게 숨을 쉬고 선내 통신기로 향했다.
"즉시로 사관 집합! 빨리."
그러나 브리지에 엔터프라이즈 호의 사관 전원이 모이는 동안에 찰리 소년도 서둘러서 선내 특수 방사선 총을 한 자루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게 했던 것이다.
커크 선장이 사건을 간단히 설명하자, 맥코이 의사가 말했다.
"그 애에게 이러한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되니 세이스스별에서 홀로 생활할 수 있었다는 이유를 알겠습니다. 물건을 사라지게 하기도 하고 반대로 물건을 나타나게 하는 힘도 있을 것 같아요. 향수병처럼 말입니다."
"그 애는 인간이 아니라 세이스스별의 고등생물이 아닐까요?"
커크 선장이 말하자 맥코이는 끄덕이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곤 말할 수 없지만 나로선 믿을 수가 없습니다. 신체 검사를 할 때 겉만이 아니라 혈액형도 조사했습니다. 신체 기능 컴퓨터에도 걸었습니다. 만약에 인간이 아닌 점이 있었다면 기계는 16가지 음색의 벨을 울려 주었을 것입니다. 그 애는 인간임에 틀림없습니다."
스팍 항해사가 말했다.
"글쎄, 힘은 초인간적이기는 하나 아마 안타레스 호의 폭발도 그 아이가 한 짓이라고 한다면 정말 엄청난 먼 거리까지 굉장한 힘을 보내는데요."
"정말 그런 녀석이라면 간단히 가둬 둘 수는 없겠는데......."
맥코이가 말을 끊자 커크 선장이 계속 했다.
"그 아이를 제 5식민성에 데리고 간다면 어떤 일을 저지른다고 생각해? 이 우주선 안이라면 또 좋지만 자유로운 환경에 놓아주면....... 그 아이는 아직 소년이다. 아마 인간이겠지만 이때까지는 다른 인간을 알지 못하며 탐나는 것이 많은데 손에 들어오지는 않으므로 초조해하고 있는 거야. 마음속으로는 인간의 한 사람으로서 사랑을 받고, 필요한 존재가 되려고 원하고 있을 것이나 잘 안 되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인간만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거야. 우리들만 해도 17세 정도였을 때에는 그렇게 생각했으며, 만약에 그런 방해자를 깨끗이 없애버리는 힘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 나이의 소년이라면 대체로 가지고 있는 꿈인데, 찰리에게 있어서는 꿈이 아니다. 실제로 할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말야. 다른 말로 하면 여러분이 무사히 있고 싶다고 원한다면 절대로 놈을 화를 내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펑하고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선장님!"
스팍 항해사가 말했다.
"정말이지, 어떻게 하면 놈을 화내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그 아이의 기분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며 조심하고 싶어도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 아이는 은하계에서 가장 파괴적인 무기입니다."
"아니, 그렇지 않아."
커크 선장이 정정했다.
"그 아이는 무기가 아니야.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 것이 적당해. 그 아이는 귀찮은 일을 일으키기는 해도 악의로써 한 게 아니야. 순진해서라고 생각해, 순진한 아이가 위험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 거야."
"호랑이도 제 말을 하면 온다더니 그 아이가 와요."
맥코이가 겉으로는 태연한 것 같이 말했다. 커크 선장은 의자를 돌려서 보았다.
엘리베이터 쪽에서 싱글벙글 밝은 얼굴로 찰리 소년이 걸어왔다. 은하계에서 가장 파괴적인 무기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었다.
"또 오는구나!"
"찰리, 선실에 있으라고 했잖아?"
커크 선장은 엄하게 말했다. 찰리는 얼굴이 굳어졌다.
"선장님, 선실에 있는 것은 싫증이 났습니다."
"좋아, 할 수 없어. 그렇지. 말이 난 김에 한 가지 물어보겠는데 대답해 줘. 안타레스 호에서 일어난 사건은 너의 책임이냐?"
"왜 그런 걸 묻습니까?"
"알고 싶어서 묻는 거야! 대답해 줘."
브리지에 있는 사관들은 몸이 굳어져 있었다. 이윽고 찰리 소년은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요. 내가 한 것입니다. 나스트 발전기의 구부러진 방음 장치를 지워버렸습니다. 이미 깨지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깨지기 시작했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 가르쳐 주었으면 좋았을 게 아니냐?"
"왜 그래요? 안타레스 호의 사람들은 내게 조금도 친절하게 해 주지 않았습니다. 이 우주선에 나를 데리고 올 때에도 귀찮은 걸 없애서 시원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이제 그 사람들은 아무 것도 못 해요. 없어져 버렸으니까요?"
"과연! 그러면 우리들을 어떻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지? 대답해!"
"아아, 당신들은 달라요. 나는 제 5 식민성으로 가지 않으면 안 되니까. 지워 버릴 수는 없는 걸요. 그러나 친절하게 대해 주지 않는다면 뭔가 다른 방법을 생각하겠어요."
하고는 찰리 소년은 나가버렸다.
맥코이는 이마의 땀을 닦으면서 말했다.
"휴우! 선장님, 조마조마했어요. 정말 위험한 짓을 하는 녀석이군요."
"뭘! 어떻게 해 봤자 그 아이가 무엇 때문에 화를 내는가를 알 수 없으니까 마찬가지야. 차라리 조금도 마음에 두지 않고 모르는 척 하는 쪽이 좋아. 늘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것 같이 조심한다는 것은 할 수도 없어."
"선장님!"
스팍이 천천히 말했다.
"어떨까요? 그 아이는 영리하며 초인간적인 힘도 가지고 있으니까 감방에 가둬 두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유로이 돌아다니게 내버려두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선실의 출입구에 역장(전장과 자장 등 물리학에서 말하는 힘의 장소)을 마련할 것을 생각했습니다. 제 5갑판의 중앙 통로에는 실험실용 회로선이 전부 통하고 있으니까 그걸 이용하여 역장을 만들면 혹시 효과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작업의 필요시간은?"
커크 선장은 거침없이 물었다.
"약 72시간."
"미스터 스팍, 즉시 작업을 개시하라."
스팍 항해사는 끄덕이고 나갔다. 커크 선장은 계속해서 명령을 내렸다.
"우라 통신사, 제 5 식민성을 불러 주게 총독과 직접 이야기하고 싶다."
"예, 선장님."
"칼 항해사, 본선의 항로를 변경해서 제 5식민성에서 벗어나게 해 줘. 다만 후에 다시 제 코스로 돌아올 수 있을 정도로."
"알겠습니다, 선장님!"
커크 선장이 거기까지 말했을 때 둔한 스파크의 소리가 나고 우라 통신사가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우라 통신사는 두 손을 배전반에서 떼고 손을 쥐고 몸을 비틀고 있었다.
맥코이가 옆으로 뛰어가서 손을 만지려고 했다.
"괜찮아요. 이제는 괜찮아요. 좀 충격을 받은 것뿐이어요. 그런데 왜 배전반에 이렇게 전기가 통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우라 통신사가 말하자 커크 선장의 엄한 소리가 들렸다.
"알 것 같군. 다시 명령할 때까지 닿지 않도록. 맥코이, 치료를 부탁해."
"가벼운 화상입니다. 그러나 다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군요."
맥코이가 말하자 칼 항해사가 말했다.
"이 조정 컴퓨터는 코스의 변경을 받아 주지 않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좌표를 보내려 해도 안 됩니다."
커크 선장이 무엇인가 말하려고 했을 때 뒤에서 찰리 소년의 소리가 났다.
"나는 빨리 제 5 식민성으로 가고 싶어요."
찰리 소년은 브리지에 들어오려고 하다가 커크 선장의 화난 얼굴을 눈치 채고 멈춰 섰다.
"찰리, 통신기는 어떻게 했어?"'
"그런 걸 말할 필요 없어요.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내가 가만히 안 있겠어요."
"너의 도움을 받으려고는 생각하지 않아. 유감스럽게도 너의 항해를 막을 길은 없으나 확실히 말해 둔다. 나는 네가 좋지 않다. 조금도 좋지 않아. 자, 나가 줘."
"나가겠습니다. 좋아해 주지 않아도 걱정하지 않아요. 곧 좋아지게 해 보일 테니까."
소년은 나갔다. 맥코이가 투덜대며 욕지거리를 시작하는 것을 말리며, 커크 선장이 말했다.
"맥코이, 욕지거리를 해 봤자 소용없어. 우라 통신사! 선내 통화는 사용할 수 있나?"
"예, 이상이 없습니다. 선장님."
"그래, 그럼 미스 제니를 불러 주게. 고마워, 제니. 한 가지 싫은 일을 맡아 줘야겠다. 가장 싫은 일이야. ......그 애를 선실로 유인하라. ......그래, 그대로야. 물론 감시는 하고 있으나, 그 애를 만약에 화나게 하면 이젠 끝이야. 우리들은 아무런 방법도 없어. 싫으면 싫다고 말해 줘. 명령은 아니야. ......어쨌든 잘 되어 나가지는 않을 테니까."
제니가 대답했다.
"잘 되지 않더라도 제가 그 일을 맡지 않았다고 하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요."
 
세이스스 성인
 
스팍 항해사의 손이 역장을 발생시키는 키를 더듬고 있었다.
제니가 자기의 선실에 홀로 있는 모습을 아까부터 숨겨둔 카메라가 포착하여 비추고 있었다.
커크 선장은 몹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으나 드디어 문이 슬쩍 열리고 찰리 소년의 모습이 카메라에 비쳤다.
기대와 의혹이 뒤섞인 얼굴로 소년은 말했다.
"당신이 불러 주어 기쁘긴 하지만, 그러나 나는 이제 누구도 믿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은 미움으로 가득 차 있는 걸요."
"아니어요. 찰리, 당신은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아요."
"그럼, 당신은 날 좋아해 주겠어요?"
"예, 적어도 당신을 올바른 인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그렇지 않으면 방에 들어오라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 아니겠어요?"
"당신은 상냥한 사람이므로 나도 상냥하게 대해 줄 수 있어요. 자, 이걸 드리겠어요."
찰리는 등에 감추고 있던 손을 앞에 내놓았다. 손에는 핑크 색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있었다.
우주선 안에 장미 나무는 없을 텐데, 그것은 찰리 소년이 초인적인 힘으로 출현시킨 것이 틀림없었다.
"책에 여자는 핑크 색을 좋아한다고 써 있었어요. 마음에 들어요?"
"고마와요, 찰리."
"이 선실로 와 달라고 했지요? 여자가 그런 말을 할 때에는 다른 의미가 있다고 책에 써 있었지만......."
"찰리, 실은 꼭 말할 것이 있어요."
"나는 다만 당신을 정답게 대해 주고 싶을 뿐이오."
찰리 소년은 손을 내밀어 제니의 얼굴에 대려고 했다. 제니는 본능적으로 손을 피하여 문 쪽으로 도망치려고 했다.
문은 닫혀 있었다. 열리지 않게 브리지에서 리모트컨트롤(먼데서 조작하는 것)하는 문인 것이다.
"왜 도망치죠? 정답게 해 주고 싶을 뿐이라는데."
"찰리, 그건 조금 전 말과는 다르지 않아요."
"그게 무슨 말인가요?"
"모든 사람들이 찰리에게 정답게 해 주면 되는 게 아니어요? 당신은 다른 사람에게 정답게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거짓말이야. 나 역시 정답게 해 주고 싶어."
"그래요? 그렇다면 앨리스는 어디 있어요?"
"몰라. 제니, 그 사람들은 정답게 해 주고 싶었는데 하지 못하게 했어. 나는 당신들이 탐내는 것은 무엇이나 갖다 줄 수도 있어요. 또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데, 당신들은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으니까."
"좋아요. 그럼 부탁이 있어요. 나를 사라지게 해 주셔요. 지금 바라고 싶은 일은 그 것뿐이어요."
"그러나......, 그러나 제니,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소년의 말소리는 정열적이었다.
"아니, 당신은 '사랑하고 있어요'의 말뜻을 알지 못해요."
"그럼 가르쳐 줘요."
소년은 제니에게 손을 내밀었다. 제니의 등 쪽은 리모트컨트롤의 문이었다. 쓱 열리자 얼른 제니는 밖으로 나왔다.
찰리가 뒤쫓으려고 했으나 덜컥 닫히고 말았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역장 발생기가 작동해서 역장이 문 앞에 펼쳐졌기 때문에 찰리의 몸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쳐 퉁겨 나갔다. 찰리는 가쁜 숨을 내쉬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서 있었다.
"그래, 그랬던가? 그럼 좋다!"
라고 중얼거리며 찰리 소년은 문을 향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비밀 카메라가 뒤를 쫓아다녔다.
이번에는 마치 역장 같은 것은 없는 것처럼 쉽게 지나가 문을 쏘아보자 문이 스르르 열렸다. 거기에 제니가 있었다.
"왜 그런 짓을 했어요? ......좋아요. 대답해 주지 않아도....... 당신까지 날 속였습니다. 이제 나는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나는 지금부터는 필요한 사람 이외에는 아무도 만나지 않기로 결심했어요. 제니, 당신은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닌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그 순간 팡 소리와 함께 제니의 모습은 사라지고 말았다.
브리지에서 비밀 카메라를 보고 있던 커크 선장은 세계 전체가 뿌연 잿빛으로 물든 것처럼 생각되었다.
"찰리! 커크 선장이다."
선내 통화기로 커크 선장은 말했다.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를 속여 함정에 빠뜨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좀 더 일해 주어야겠소. 엔터프라이즈 호는 너무 커서 나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이런 짓을 하면 당신 대신 다른 사 람을 지워버릴 테니깐....... 지금부터 브리지로 갑니다."
"나는 너를 붙잡을 수는 없으니까 말야."
"물론 반인간 밖에 안 되는 나에게는 무엇이나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라고 하는 선장에게는 할 수 없는 일 뿐. 어찌하면 나의 쪽이 인간이며......."
커크 선장은 선내 통화기의 스위치를 끊었다.
스팍 항해사가 말했다.
"이제 이것으로 끝이야."
"스팍, 그 발생시킨 역장은 두 번째에는 왜 쓸모가 없었을까?"
"예, 놈은 빛처럼 쉽게 빠져나갔어요. 놈이 못하는 일은 거의 없는 모양이군요."
"엔터프라이즈 호를 홀로 제 5 식민성까지 운행하는 일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것이 조금 위안이 되겠군요."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 찰리 소년이 오고 있었다. 모두 그 순간 입을 다물었다.
소년은 우쭐대며 브리지를 걸어다니다가 조타석에 있는 칼 항해사에게 손을 흔들며, 거기서 비키라는 동작을 했다. 칼 항해사는 선장을 흘깃 보고는 얌전히 일어섰다.
대신 조타석에 앉은 찰리 소년이 장치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배가 갑자기 기울자 소년은 무척 당황해 하며 손을 뗐다.
"어떻게 하면 좋은지 해 보아요."
"30년 이상 훈련을 쌓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기술입니다."
"그런 걸 묻고 있는 게 아닙니다."
소년의 말소리가 높아졌다. 커크 선장이 말했다.
"칼 항해사, 괜찮아. 해 보여 줘라. 흉내를 내다가 아마 우주선을 날려보내게 될 거다. 그래도 이 애를 제 5 식민성에다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우라 통신사가 끼어 들었다.
"선장님, 외부로부터의 통신이 들어와 있습니다. 채널 F 우주선간의 통신입니다. 다만, 계기의 위치에 나와있을 뿐이며, 내용은 들을 수 없습니다. 이 쪽의 수신 장치가 고장이므로."
찰리 소년이 떠들어댔다.
"그런 건 내버려 둬."
우라 통신사가 커크 선장을 향해 계속 말했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선장님."
또 찰리 소년이 떠들어댔다.
"선장은 나야. 내버려두라고 했어."
커크 선장은 소년이 떠들어대면 떠들수록 무엇인가 겁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웬일인지 채널 F의 호출을 꼭 수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커크 선장은 말했다.
"찰리, 지금 들어오고 있는 통신은 너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
"그런 걸 알게 뭐여요. 알아도 가르쳐 드릴 수는 없어요."
찰리 소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손가락도 벌벌 떨고 있었다. 반대로 커크 선장의 목소리는 쨍쨍 울렸다.
"그럼 가르쳐 주지 않아도 좋다. 제 5 식민성까지 앞으로 12시간. 그러나 이대로 갈 거라고는 생각하진 않겠지. 너도 이제 힘의 한계까지 다 써 버렸어. 그러나 아직 싸울 상대가 있다. 그는 이 커크다."
"지워 버릴 테다!"
"좋아. 할 수 있다면. 그러나 나를 지워버리면 제 5 식민성엔 가지 못하고 만다. 너는 나를 이길 텐가? 어때?"
"……………."
"자아, 이 우주선을 돌려 달라. 승무원 2명도 돌려보내라. 너의 아래턱뼈를 부셔버리고라도 나는 그렇게 하겠다."
커크 선장은 주먹을 불끈 쥐고 앞으로 나왔다. 그러자 그 순간 진눈깨비와 같은 차가운 아픔이 몸 안으로 뚫고 들어가면서 커크 선장은 갑판에 내던져지고 말았다. 신음 소리를 내며 선장은 일어섰다.
"미안합니다. 용서해 주셔요."
찰리 소년은 땀을 흘리면서 어깨로 숨을 쉬고 있었다. 목소리는 힘이 없었다.
그러자 통신 장치가 갑자기 큰 소리를 내며 확실하게 수신이 들어왔다. 우라 통신사가 장치에 손을 내밀려고 하자 찰리가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안 된다고 했잖아."
커크 선장은 찰리 소년의 바로 옆으로 뛰어가서 주먹을 쳐들었다.
뒤에서 칼 항해사가 말했다.
"컴퓨터의 기능이 회복되었습니다. 코스 변경이 가능합니다. 조종 장치 이상 없음!"
찰리 소년은 울고 있었다. 울면서 뒤로 물러섰다. 선장은 조금 전의 당당한 기세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맥이 빠져, 들고 있던 주먹을 내렸다.
펑!
브리지에 제니의 모습이 나타났다. 얼굴이 창백하고 비틀거렸으나 다른 큰 이상은 없는 것 같았다.
펑!
"좀 훈련이 지나쳤어요. 선장님."
앨리스가 말하면서 나타났다.
"아니, 이건 어떻게 된 거야?"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우라 통신사가 침착한 소리로 말했다.
"통신이 들어와 있습니다. 바른쪽 전방에서 접근하는 우주선의 선적은 세이스스별이라고 합니다."
찰리는 짐승 같은 괴상한 소리를 지르고 갑판에 쓰러져 두 주먹으로 바닥을 쳤다.
"듣지 말아요! 듣지 말아요. 부탁이어요. 나는 이제 그 작자들과 사는 것은 싫어요. 이봐요. 부탁이어요. 모두 친구라고 했잖아요. 기억하지요? 내가 이 우주선에 왔을 때의 일을?"
찰리 소년은 커크를 슬픈 눈초리로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태어난 저 제 5 식민성에 데려다 주셔요.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커크 선장은 말없이 듣고 있었다.
스팍 항해사가 냉정한 소리로 말했다.
"선장님, 저기서 무슨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저 실체화하는 것과 같은 것을 보십시오!"
커크가 제 정신으로 돌아와 스팍이 가리키는 곳을 보자 확실히 이상한 일이 브리지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무엇인가 점차로 실체화(SF에서 생각하고 있는 운송과 이동의 수단. 텔레포테이션과 같은 것으로 물체가 지금 있는 곳에서 사라져 딴 곳에 나타나도록 한다)되어 가고 있으며, 저 쪽의 스팍의 몸이 희미한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게 되어 있었다.
과장해서 말하면 인간의 3분의 2정도의 계란형의 것이 흔들흔들 흔들리며 모양을 바꾸어 가고 있었다. 내부에 여러 가지 색깔의 무늬를 그리며 움직였다.
순간 인간의 얼굴 비슷한 것이 엿보이는가 하면 다음 순간에는 전혀 딴 것으로 변하고 또, 멀리서 거대한 건물이 비뚤어져 보이는 것 같은 모양으로 변해 갔다.
아마 그것은 어떤 모양이나 그다지 오래 간직하지는 못 하는 모양이다.
이윽고 그것이 말하기 시작했다. 굵고 낮은 소리로 떨리는가 하면 유령처럼 흔들흔들 거리며 희미해지기도 하고 엉뚱한 높은 소리가 되기도 하여 스피커에서 들려 오는 것이었다.
"우리들은 이번 사건을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알아차렸을 때에는 그 소년은 우리들 집에서 사라진 다음이었다. 우리들은 소년을 찾았으나, 우리 종족 사이에서는 우주 여행을 오랫동안 등한히 했던 기술이었기 때문에 발견이 늦어진 것이었다. 소년의 장난에 의해 최초의 우주선 승무원들의 생명을 잃게된 것을 슬프게 생각한다. 그러나 소년이 보내준 것은 단순히 우리들에게 보내져 온 것이기 때문에 모조리 돌려보내 주겠다. 무기까지."
브리지의 바닥에 특수 방사선 총이 우르르 쏟아졌다.
"우리들은 다시 소년을 통제하에 두기로 했다. 이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데리고 가겠다."
"싫어, 싫어, 싫어요!"
찰리 소년이 울면서 커크 선장에게 매달린다.
"이제는 그런 짓을 절대로 하지 않겠습니다. 얌전하게 있을 테니까 안타레스 호의 사건도 용서해 주셔요. 제발 함께 데리고 가 주셔요. 예!"
커크 선장은 가만히 있었다.
맥코이가 말했다.
"신용할 수 있을까요? 믿지 못하겠는데......."
"아니......."
커크 선장은 눈앞의 이상한 세이스스 종족을 지켜보고 말했다.
"믿을 수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는 문제야. 우주선을 파괴했으니까 찰리는 벌을 받는다. 그러나 다른 손해는 보상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아이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세계에 되돌아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맥코이가 외쳤다.
"선장님! 혹시 정신이 어떻게 된 게 아닙니까?"
"닥쳐! 소년은 우리들의 일원이다. 그 초능력만 버린다면......."
달걀형의 세이스스 성인이 말했다.
"그건 안 된다. 그 애가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들이 준 능력은 빼앗을 수는 없다. 이제부터도 그 능력을 사용할 것이다. 그런 소년이 당신들의 세계에 들어가면 당신들의 종족을 멸망시키거나 또는 당신들이 결국 소년을 죽이게 될 것이다. 그 애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은 우리뿐이다."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당신들이 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것은 감옥이다. 인생의 절반도 살지 않았는데."
"할 수 없다. 책임은 우리들에게 있다. 우리들이 돌봐 주어야 한다. 자, 가자, 찰스 에번스!"
찰리 소년은 부르짖었다.
"그만 두게 해요! 데려 가지 못하게 해 줘요! 선장님! 제니! 나는 그들에게 침해당할 수가 없어요!"
소리는 갑자기 사라졌다. 소년의 모습도 세이스스 성인도 보이지 않게 되고 엔터프라이즈 호의 여러 가지 기계의 조용한 소음만이 들릴 뿐이었다.
그리고,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울며 외치는 것 같은 비통한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것은 아름다운 제니의 울음 소리였다.
 
암흑 행성의 주민
 
레그르스별에는 고고학자의 이름을 붙인 크레이터 캠프라는 분화구가 있었다. 옛날에는 신전이 있었던 곳인데 지금은 완전히 무너진 유적으로 고고학자 크레이터가 세운 오두막이 몇 채 있을 뿐이었다. 주위에는 발굴의 도구며 방수천(방수제를 발라 가공한 피륙)이 흩어져 있었다.
분화구의 주위는 끝없는 황야였다. 여기저기에 가시 돋은 작은 키 나무가 서 있을 뿐이었다. 분화구는 그 외에도 많이 있었다. 몇 천 년 전에는 거기에도 누군가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은하계에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 폐허가 여기저기 있어서 고고학자들은 그것을 발견하여 발굴하려고 돌아다녔다. 그러나 대개는 폐허가 있는 행성 위를 100회 정도 돌아다녀도 끝내는 손도 대보지 못하고 마는 일이 허다했다.
실제로 폐허를 확인하고 발굴 중에 있는 크레이터 박사는 운이 좋은 고고학자였다.
 
우주선 엔터프라이즈 호가 마침 크레이터 박사가 있는 레그르스별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다른 행성의 조사원은 일 년에 한 번은 우주선 의사의 건강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규칙에 따라 착륙하게 되었다.
맥코이 의사와 비번 승무원 다넬과 호기심으로 따라온 커크 선장 등 세 사람이 실체화하여 내렸다.
진기한 발굴의 현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커크 선장은 무언가 마음이 내키지 않는 기분이 되어 있었다. 모두 규칙 대로였다. 예외는 크레이터 박사의 아내 낸시가 젊었을 때 맥코이의 애인이었다는 사실뿐이었다. 그런데 커크 선장은 자기도 모르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초조한 기분이 들었다.
이윽고 신전에서 낸시가 나와 일행을 맞아 주었다. 낸시는 크게 두 팔을 벌리고 다가왔다. 맥코이는 좀 주저하다가 그 손을 잡았다.
"레오날드! 좀 얼굴을 자세히 보여 줘요."
"낸시, 당신은 조금도 늙지 않았군."
맥코이가 기쁜 소리를 지르므로 커크 선장은 웃음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낸시는 틀이 잡힌 얼굴이기는 하나 특별한 미인은 아니었다. 그리고 머리칼이 희끗희끗하고, 얼굴에 주름이 많은 40이 넘은 수수한 여성이었다.
언제나 연구와 진료에 나날을 보내는 성실한 인간인 맥코이가 이런 여성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는 것은 그래도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낸시의 늙음을 깨닫지 못한다는 일은 조금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맥코이가 소개했다.
"낸시, 이 분은 엔터프라이즈 호의 선장 제임스 커크, 그리고 이쪽은 승무원 다넬."
낸시는 선장에게 웃는 얼굴을 짓고, 그리고 승무원에게도 미소를 지었다. 그 다넬은 형편없는 꼴이었다. 단정치 못하게 입을 헤 벌리고 정신없이 낸시의 얼굴을 지켜보고 있었다.
커크는 다넬이 발이 닿는 곳에 있었다면 걷어차고 싶었다.
"자아, 여러분 들어오십시오."
낸시가 앞에 섰다.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요. 밥(크레이터 박사의 애칭)은 흙 파는 일을 시작하면 정신이 없어요. 침실은 몇 개가 있어요. 자, 세도 씨, 들어와요."
낸시는 벽이 무너질 듯한 낮은 문안으로 몸을 구부리며 들어갔다.
"세도라니 누구를 말하는 거죠?"
커크 선장이 묻자 맥코이는 어색하게 말했다.
"납니다. 옛날의 애칭입니다."
커크 선장도 뒤따랐다.
"이봐, 뭘 보고 있어? 다넬."
"미안합니다. 저 사람을 보니 리그리의 행성에서 알게 된 여자가 회상되어서요. 그 여자는......."
"그 정도로 좋아. 다음은 혼자서 천천히 생각하게. 그렇지, 자네는 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 같군."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근처를 좀 돌아보고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넬은 정말 고마운 모양이었다.
"부르면 곧 올 수 있는 곳에 있어 주게."
커크 선장의 소리는 좀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다넬이 승무원 이외의 여성을 만난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었다. 기쁜 얼굴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웠으나 그 흥분하는 태도는 보통이 넘었다.
남은 두 사람은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커크 선장은 생각했다. 이대로 말없이 있는 것이 좋은지, 그렇지 않으면 곧 엔터프라이즈 호로 되돌아가는 것이 좋은지 망설이고 있었다.
결단을 내리기 전에 다행히 크레이터 박사가 모습을 나타냈다. 손가락은 울퉁불퉁하고 광대뼈가 튀어나온 딱딱한 사 나이였다. 유별나게 큰 키를 남루한 작업복으로 감싸고 있었다.
눈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지성의 빛이기는 하나 동시에 괴로움의 빛이기도 했다.
"크레이터 박사! 나는 선장 커크, 이쪽은......."
"당신들이 누구인가는 알고 있소."
크레이터 박사는 손을 내저으며 말을 가로막았다.
"여기서는 당신들이 필요 없습니다. 소금과 아스피린과 그리고 그와 비슷한 약을 좀 두고 가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건강 진단은 법률로 정해져 있습니다. 협력해 주시면 맥코이 박사가 재빨리 끝낼 것입니다."
맥코이는 벌써 진찰 기구를 꺼내고 있었다. 크레이터 박사가 말했다.
"맥코이 박사! 들은 일이 있소. 낸시에게서 들었지요."
진찰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조용히 숨을 쉬고....... 낸시가 우리들이 왔다는 걸 말했었지요?"
크레이터 박사는 잠시 동안 말이 없었다가 말했다.
"당신들 벌써 낸시를 만났소?"
"예."
커크가 옆에서 말했다.
"도착했을 때 여기 있었어요. 당신을 찾아 나갔는데, 만나지 않았습니까?"
"아아, 과연 그랬던가? 낸시도 기뻐하고 있소. 나 역시 기쁘고요. 그 사람이 오랜만에 옛날 친구들을 만났으니까. 나는 고독을 즐기지만 그 사람은 달라요."
"그렇겠지요."
크레이터 박사의 태도가 갑자기 친밀해졌다. 커크 선장은 어쩐지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맥코이는 청진기를 넣고 혓바닥을 누르는 주걱을 꺼냈다.
"그 사람은 전혀 변하지 않았어. 입을 크게 벌리시오."
크레이터 박사는 마지못해 입을 벌렸다. 목구멍을 쥐어짜는 것 같은 공포의 외침이 들려왔다. 커크 선장은 순간 크레이터 박사의 입에서였다고 생각했다. 또 한 번 비명이 침묵을 깼다. 분명 여자의 소리였다.
세 사람은 일제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밖에 나가자 커크와 맥코이는 뛰었다. 크레이터 박사는 뒤에 처졌다. 분화구 너머 가까운 곳에 낸시가 두 주먹을 입에 대고 멈추어 서 있었다.
그리고 발 아래에는 다넬이 쓰러져 있었다. 맥코이는 낸시에게는 눈길도 보내지 않고 다넬 옆에 꿇어앉았다.
다넬은 엎드려 있었다. 맥을 짚어보고 나서 맥코이는 그의 얼굴을 조용히 옆으로 돌렸다.
승무원 다넬이 이미 숨을 거두고 있는 것은 커크 선장도 알 수 있었다. 다넬의 얼굴에는 작은 반지 같은 붉은 반점이 몇 개 떠오르고 그것은 점차로 희미해져 갔다.
커크는 긴장된 소리로 말했다.
"무엇에 당했을까?"
"글쎄, 진공 반점 같기도 하고, 페타키 병일지도 몰라요. 아니, 무엇인가 가지고 있군."
맥코이는 다넬이 틀어쥐고 있는 주먹을 천천히 폈다. 크레이터 박사도 들여다보았다.
죽은 사람의 손에 쥐어지고 있는 것은 비틀어져 있고 꺼끌꺼끌한 식물의 뿌리와 같은 것이었으며, 일부분이 끊어져 있었다.
커크 선장은 낸시 쪽으로 돌아섰다.
"무엇이 있었습니까?"
크레이터 박사가 듣기에 괴로운 소리로 외쳤다.
"아내에게 그렇게 추궁하는 말씨를 쓰지 마시오. 이 사람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해지고 있소."
"아직 누구 때문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어요. 부하가 죽었는데 목격자는 부인 혼자입니다."
커크의 소리는 거칠었다. 맥코이가 일어서서 조용한 소리로 낸시에게 말했다.
"무엇을 봤는지 좀 이야기해 주면 돼요. 낸시!"
"나는 다만......."
낸시는 곧 침을 삼켰다. 필사적으로 침착해지려고 하는 것 같았다.
"밥......, 밥을 찾아갔다가 보이지 않길래 되돌아섰을 때입니다. 이 사람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사람은 보르지아 뿌리를 가지고 냄새를 맡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이미 시간이 늦었어요. 이 사람은 뿌리를 물어뜯고 있었어요. 얼굴이 점점 비뚤어지며 쓰러져......."
낸시는 두 손안에 얼굴을 파묻고 말았다. 맥코이가 어깨에 살짝 손을 얹었다. 커크 선장은 침착하게 다음 질문을 했다.
"다넬과 떨어져 있었으니까 소리를 치려고 했었지요? 멀리서도 무슨 뿌리인지 잘 알았군요?"
"유도 심문이다."
하고 크레이터 박사가 말했다. 낸시는 얼굴을 들었다.
"밥, 부탁이어요. 화를 내지 마셔요. 지금 비로소 알았어요. 새로운 세계에 와서 낯선 식물에 손을 댄다는 것은 위험합니다."
다넬 역시 그 정도의 상식은 있었을 것이다. 커크는 말했다.
"맥코이, 철수하자. 건강 진단은 내일이라도 다시 하면 된다."
"다시 할 필요는 없소,"
크레이터 박사가 말했다.
"생활 용품을 가져 왔으면 이제 다시 오지 않아도 좋겠소. 선장."
"그렇게는 안 됩니다. 크레이터 박사."
커크는 이렇게 말하고 통신기의 스위치를 넣었다.
"커크 선장이다. 빔(가늘고 긴 다발로 발사되는 성질을 가지는 광선의 일종)을 발사해라."
 
시체 해부
 
선내 의무실의 테이블 위에는 해부된 다넬의 시체가 누워 있었다. 도대체 누구인지 분별할 수 없을 만큼 달라져 버렸다.
커크 선장은 통신 컴퓨터의 옆에 서서 맥코이가 다넬의 뇌를 엷은 그릇 속에 넣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서 맥코이는 손을 종이처럼 하얗게 될 때까지 열심히 씻기 시작했다.
커크 선장은 이때까지 많은 시체를 보아왔다. 그러나 시체를 해부하여 사인을 조사하는 이번과 같은 일에 입회한 것은 처음이었다. 불쾌한 기분이었다.
맥코이가 사무적으로 말했다.
"독물인지도 몰라요. 보트리누스 균(식중독을 일으키는 균)일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위 속에서는 식물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이빨 사이도 조사해 보았으나 역시 마찬가집니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모세 혈관이 몹시 다친 것과 얼굴에 그 반점이 나타나 있는 것뿐입니다."
맥코이는 시체를 덮었다.
"이제부터 혈액의 화학 검사를 하겠습니다. 보르지아의 뿌리가 어떤 증세를 일으키는가를 조사하지 않으면......."
"그 식물에 대해서는 스팍이 책을 보고 조사를 시작했다. 위나 이빨 사이에도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은 즉 다넬이 씹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 어쨌든 일류 우주 비행사가 주운 식물의 뿌리를 입에 넣겠나?"
"그러면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요? 낸시는 살인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여성이 아니며, 또 죽일 이유가 없어요."
"살인을 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야. 잠깐 기다려. 보고가 왔어. 미스터 스팍 말하게."
선내 통화기에서 스팍 항해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보르지아의 뿌리에 관한 자료는 6년 전에 크레이터 박사 부부가 연구 계획서에서 보고한 것 이외에는 없습니다. 그 것에 의하면 바곳(성탄꽃과에 속하는 다년초의 일종)이며 리리음과의 식물과 매우 흡사합니다. 20에서 50종류의 알칼로이드(식물 중에 포함되는 염분의 화합물)를 포함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나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생뿌리는 생쥐에게 유해하다고 되어있으나 인간에 대해서의 반응은 씌어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저........."
"다만 무엇인가?"
맥코이가 물었다.
"유감스럽지만 증세에 관한 것은 아닙니다. 보고에 의하면 보르지아의 뿌리는 향기로운 냄새를 가지고 있으며 타피오카에 흡사한 달콤하고 부드러운 향기가 나며 식욕을 돋구는데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고맙다."
커크 선장은 스위치를 끊었다.
"이봐. 맥코이, 난 다넬이 좋은 향기가 나는 정도로 물어뜯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그럼 어떻게 생각합니까?"
"아직 모르겠으나 좀더 크레이터 박사 부부에 대해서 조사가 필요한데 도와주겠어?"
"물론 도와드리겠습니다."
맥코이는 흥미가 없는 듯이 말하고 또 뒤로 돌아서 손을 씻기 시작했다.
 
제2의 희생자
 
크레이터 박사 부부를 조사하는 커크 선장의 방법은 간단하며 과감한 것이었다. 경찰권을 가지는 선장의 이름으로,
<범죄를 수사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하다.>
라고 엔터프라이즈 호로 출두할 것을 명령한 것이었다.
크레이터 박사는 화를 내고 있었다.
"월권이다! 연구의 방해다! 너희들이 불법 침입자가 아니냐? 고소를 하겠다."
"알았습니다. 그러나 승무원 한 사람이 살해되었습니다. 범인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것은 당신들에게도 위험한 것입니다."
커크는 침착했다.
"선장! 우린 이 별에 와서 벌써 5년이나 되었소. 나쁜 감정을 가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오."
"꼭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5년이건 일생 동안이건 단 둘이서 행성 전체를 살필 수는 없습니다. 어떤 것이 어슬렁거리고 있을지 알 수 없어요. 우리 엔터프라이즈 호의 임무의 하나는 이러한 장소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일입니다."
맥코이가 혈액을 분석한 결과를 보고해 온 것은 크레이터 박사의 부부가 우주선에 도착한 직후였다.
맥코이는 텔레비전 스크린을 통하여 심각한 얼굴로 말하고 있었다.
"사인은 충격입니다. 매우 특수한 충격입니다. 혈액을 분석하여 알았는데, 염분이 크게 감소되고......, 아니 혈액만이 아니고, 몸 전제를 찾아도 염분은 1밀리그램도 찾을 수 없습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얼굴의 반점과의 관계는?"
"있습니다. 염분이 없어졌기 때문에 모세 혈관이 파괴되었습니다. 어쨌든 독살은 아닙니다."
"역시 그런가? 보르지아의 뿌리 같은 건 우리들의 눈을 속이기 위한 위장이었군. 좋아! 빨리 크레이터 박사 부부를 조사하자. 자네는 이번 사건에서는 여러 가지로 지쳤지. 이틀 동안이나 잠자지 않았으니....... 진정제라도 먹고 침대에 들어가게."
"괜찮습니다."
"명령이다!"
커크는 이렇게 말하며, 스위치를 끊고 크레이터 박사 부부가 와 있는 주거실로 향했다.
그러나 거기는 크레이터 박사 혼자 있었다. 낸시가 보이지 않는다.
"낸시는 없어요. 나라도 전송실에 가까이 가기만 하면 달아나 버리겠소. 불잡아 달라고 부탁한 기억은 없으니까요."
"다넬도 죽여 달라고 부탁한 건 아니야. 부인이 어딘가 가서 위험한 처지를 당하고 있을 지도 모르는데 침착하시군요. 무엇 때문인가요?"
"위험할 건 없어요. 당신 멋대로의 상상이오."
"다넬의 시체도 상상의 결과입니까?"
크레이터 박사는 어깨를 움츠렸다.
"그 사나이를 죽인 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알 수 없소. 모르겠다니까요."
크레이터 박사가 말하지 않으므로 커크는 브리지에 되돌아와서 낸시의 선내 수색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전송실에 가까이간 사람은 없었고 어디에나 낸시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 선내 수색으로 다른 것이 발견되었다.
승무원 반 할트의 시체가 12호 갑판에 쓰러져 있었던 것이다. 시체에는 다넬과 같은 반점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 정체는?
 
커크 선장은 화가 났다. 그리고 맥코이를 흔들어 깨웠다.
"맥코이, 잠자고 있는 걸 깨워 미안하지만 이젠 참을 수 없어. 이렇게 된 이상 펜타졸을 먹여서라도 크레이터 박사를 철저하게 조사하자."
"뭐?"
맥코이는 진정제를 먹어서 엉뚱한 소리를 했다.
"펜타졸......, 진실을 토하게 하는 약....... 음! 박사의 인권은 어떻게 됩니까?"
"소송하고 싶으면 소송하게 하는 게 좋아. 박사에게로 빨리 가 주게."
1시간 후, 크레이터 박사는 침대에 누워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상태가 되었다. 펜타졸의 효과가 난 것이다. 머리 위를 덮는 것처럼 커크 선장은 얼굴을 가까이했다. 맥코이와 스팍 항해사가 주저하는 안색으로 뒤에 서 있었다.
"낸시는 어디 있어? 부인은 어디에?"
"몰라. 가엾은 낸시! 사랑하고 있었어....... 그 종족의 최후의 놈이......."
"설명을 계속하시오!"
"철 비둘기가......, 들소가......, 아아, 기분이 나빠진다."
맥코이가 커크의 말에 의해 맥을 조사하고 눈꺼풀을 뒤집어 보았다.
"계속하셔요, 선장님!"
"좋아. 들소가 어떻게 했다고?"
커크는 시시해졌다. 아까부터 같은 것, 알맹이 없는 이야기의 되풀이였다.
"몇 백만이라는 들소의 무리가 초원이라는 초원을 다 차지하고......, 단 한 무리로서 3개의 주를 덮었다. 이동할 때에는 천둥 같은 소리를 내고......, 그러나 지금은 죽어버렸다. 여기의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여기? 여기란 아래의 행성인가?"
"그렇다. 그들의 신전은...... 위대한 시...... 한때는 몇 백만이 있었는데, 남아 있는 것은 단 하나.......낸시는 이해했다."
"낸시는 어디에 있어?"
"언덕 위에 묻었다. 죽었어....... 그것에 의하여 죽었어......."
"죽었어? 묻었어? 언제 일이냐?"
"1년 전, 아니 2년이 되는가. 낸시는...... 아니, 그들은 소금이 필요했었어. 소금이 없어져 그들은 죽었어. 단 하나를 남기고 모두 죽었어."
커크 선장은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스팍이 바꾸어 질문을 했다
"부인은 죽지 않았지요?"
"아니, 죽었다. 낸시는 그들의 최후의 한 사람."
"잘 모르겠어. 그들의 최후의 한 사람....... 그들의 최후의 한 사람이 낸시?"
"그렇다."
"변장하고 있습니까?"
"아닌데, 아니야, 낸시로 될 수 있어. 누구라도 될 수 있으니까. 그놈이 낸시를 죽였을 때 나는 그놈을 죽이려고 했으나 죽이지 못했다. 그것이 최후의 한 녀석이었다."
크레이터 박사는 몸을 비틀었다. 맥코이가 맥을 보고 말했다.
"이 이상 계속하면 생명이 위험합니다."
"이젠 끝났다. 맥코이!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아래의 행성에는 누구라도 될 수 있는 생물이 최후의 하나가 살고 있었다. 크레이터 박사는 그것을 상대로 하여 즐겁게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 한 마디만 묻자. 크레이터 박사, 그 생물을 분별하는 방법은?"
"있어. 나는 알 수 있어."
"우리들에게 협력할 생각은?"
"없는데."
커크 선장은 처음부터 기대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질문을 중지했다.
"즉시로 조직적인 수색을 개시한다. 저항하면 때려 눕혀라. 수단은 뭐라도 좋다."
커크 선장은 성큼성큼 브리지로 걸어가서 명령을 내렸다.
"제 3 종 전원 배치!"
전 승무원에게 무장을 시켜 2명을 1조로 해서 모든 갑판과 통로 등에 배치시켰다.
커크 선장은 선내 통화기를 사용하여 구체적인 지시를 보냈다.
"이 우주선에는 쓸데없는 인간이 한 사람 우리들의 누구인가로 둔갑하여 붙어와 있다. 우라 통신사는 모든 방을 텔레비전으로 감시하라. 딴 장소에서 같은 사람을 두 번 보았을 경우는 즉시로 경보를 울려라. 알았나?"
그 때 뒤에서 사람의 기척이 났다. 커크 선장은 얼른 뒤돌아 섰다.
스팍 항해사였다. 옷은 마구 찢어지고 숨소리가 사나왔다.
"왜 그래? 스팍!"
"저건 맥코이라고 생각되는데......, 아니 맥코이가 아니야. 선장님이 선실을 나갔을까 말까 했을 때 놈은 갑자기 달려들었습니다. 무기를 빼앗겼습니다. 어디 갔는지 모릅니다."
"맥코이가? 그렇다면 그놈 펜타졸 때문에 찌푸린 얼굴을 했었지? 알았다. 놈이 간 곳은 저기다. 나왔던 곳에 되돌아갔어."
"행성입니까?"
"아니, 그렇지 않아, 맥코이의 선실이다."
커크가 일어서려고 하자 스팍이 말했다.
"우선 확인하고 나서 합시다. 선장님, 맥코이는 아직 살해되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그건 그렇다."
커크는 선내 통화기의 다이얼을 돌려 맥코이의 선실을 부르려고 했으나 좀 망설이다가 그만두었다. 그 대신 오버라이트의 단추를 눌렀다. 이렇게 해 두면 부저를 울리지 않고 저쪽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맥코이는 선실에 있었다. 거기에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침대에서 잠들고 있고 또 한 사람은 닫은 문 안쪽에 서서 방 안쪽을 보고 있었는데, 이윽고 걷기 시작하여 비밀 카메라의 앞을 가로질렀다. 순간 시선이 가로막혔으나 곧 다시 비쳐 보였다. 그런데 그것은 맥코이가 아니었다.
낸시였다. 낸시는 침대에 앉아 맥코이를 흔들어 깨웠다. 맥코이는 중얼거릴 뿐 일어나지 않는다.
"맥코이, 일어나! 이봐, 일어나! 도와줘요."
훌륭한 연기였다. 다른 별의 생물인데도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진심으로 도움을 청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낸시는 다시 한 번 맥코이를 흔들어 깨웠다. 눈을 뜨고 이윽고 천천히 일어났다.
"낸시, 어떻게 된 거야 이건?"
"절 좀 도와 주셔요."
"겁내고 있구나."
"그래요. 부탁입니다. 도와 주셔요. 모두 절 죽이려고 해요."
"누가? 안심해. 아무도 죽이려고 하지 않아."
커크 선장은 스위치를 끊었다.
"놈은 맥코이를 죽이려 하는 것 같지 않아. 마음이 달라지기 전에 빨리 가자."
이윽고 커크 선장과 스팍 항해사는 맥코이의 선실에 뛰어들었다. 맥코이와 낸시가 놀란 듯이 돌아섰다. 낸시는 울기 시작했다.
"떨어져라, 맥코이."
커크는 총을 겨누었다.
"어찌된 겁니까? 선장님!"
"그 놈은 낸시가 아니다."
"농담 마시오. 정신이 돈 게 아닙니까?"
"정신은 바르다. 그 놈은 승무원을 두 명씩이나 죽였단 말이다."
스팍이 말했다.
"크레이터 박사도 죽었다! 아까."
"증거를 보여 주겠다."
커크는 틀어쥐었던 한 쪽 주먹을 내밀고 천천히 폈다. 하얗고 조그마한 덩어리가 있었다.
"낸시, 필요하지? 순수한 소금이다."
낸시는 한 걸음만 앞으로 나왔으나 멈춰 섰다.
"당신!"
맥코이가 낮은 소리로 불렀다.
"이 사람들을 내보내 줘요. 나를 사랑한다면......."
"아아, 좋아."
맥코이의 소리는 쉬어 있었다.
"선장님! 스팍! 낸시를 이렇게 겁내게 해선 곤란해."
"겁내서인가? 아니 당황해서야. 잘 보고 있어, 맥코이."
낸시는 최면술에라도 걸린 것처럼 비실비실 앞으로 나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리고 갑자기 돌풍 같은 행동으로 덤벼들었다.
커크 선장은 재빨리 이 상대가 인간과는 비슷하지도 않은 뚱뚱한 황소 같은 몸집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촉수가 쭉 뻗치더니 얼굴에 닿는 것이었다.
그 순간 커크는 터지는 듯한 비명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결 말
 
현기증이 한참 동안 남아 있었다. 스팍의 특수 방사선 총에 맞은 것이다. 맥코이는 감정적인 충격으로 멀뚱멀뚱하고 있었다.
세 사람이 브리지에 되돌아 왔을 때에는 크레이터 박사의 행성은 아득히 멀어지고 있었다.
스팍이 말했다.
"소금, 소금이 필요해서 사람을 습격했었군. 크레이터 박사는 그걸 이용해서 그놈들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응, 그 종족이 멸망한 것은 소금의 공급 문제 뿐만은 아니라고 생각해."
하고 커크는 말했다.
"그런데 맥코이, 놈은 처음에 어떻게 자네의 선실에 들어갔지?"
"아, 진정제를 먹은 후에 낸시가 들어와서 '나는 이제는 남편을 사랑하지 않으니까 지구로 데리고 가주셔요.'하고 말했어. 그리고......."
맥코이는 슬픈 듯이 먼 곳을 보는 것 같은 표정을 했다. 커크는 말했다.
"응, 알고 있어. 말하고 싶지 않으면 그 다음은 하지 않아도 좋아. 전원 배치 명령으로 큰 소동이 있었는데 잘도 잠들고 있었지."
"낸시에게 한 알 더 먹혔을 지도....... 알 수 없는 일이 있어. 스팍, 자네는 크레이터 박사의 방에서 그 생물에게 습격 받았을 때 어떻게 탈출했지? 그놈은 힘이 강한데,"
스팍은 싱글벙글 웃었다.
"다행히도 나의 조상은 너희들 조상과는 전혀 다른 바다에서 알을 낳고 있었던 모양이야. 맥코이, 나의 혈액 속의 염분은 자네와는 다르니까 식욕을 자극하지 않았던 모양이지?"
"과연!"
맥코이는 끄덕였다. 그리고 커크 선장 쪽으로 눈을 보냈다.
"선장님, 무언가 아직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습니까? 침울한 얼굴을 하고 있군요."
"응, 나는 지금 들소의 일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야."
 
여섯 명의 변사체
 
파멸되어 가는 행성이 있었다. 항해도에는 ULAPG 42821 DB라고 기입되고 있으나 엔터프라이즈 호의 승무원들이 '라 피그'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는 별이다.
라 피그라는 이름 자체는 재미있는 것 같으나 직경 1만 6천 킬로미터의 바위덩어리이며, 지면은 얼어붙고 중심 부분이 줄어들어 비틀려서 바로 가루가 되어버릴 직전에 놓인 별이었다.
우주선 엔터프라이즈 호에 주어진 임무는 라 피그에 있는 관측소에 배치되어 있는 6명의 연구원을 구출하는 것과, 그리고 가까이에 머물면서 행성이 과열되는 모습을 관찰하여 그 자료를 지구에 보내는 일이었다.
스팍 항해사가 조수 한 사람을 데리고 관측소를 향해 출발해갔다. 그러나 구출할 상대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관측소는 열려져 있었고, 바닥과 기계 그리고, 의자에도 두터운 얼음이 얼어붙어 있었다. 동력이 멈춰진 조용한 속에서 직원은 6명 모두 죽어 있었다.
안전 장비를 하고, 상반신을 구부리고 벽장에 기대어 죽어 있는 사람이 1명, 복도로 통하는 입구에 얇은 옷을 입고 있는 여성이 1명으로 얼음이 덮여 있었으나 동사가 아니라 질식사였다.
나머지 4명의 시체는 관측소의 지하에 있었다. 기사는 생명 유지 장치의 스위치를 모조리 끊고 그대로 거기서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전력은 아직 충분히 남아 있는데 왜 스스로 생명 유지 장치의 스위치를 끊은 것일까?
침대 속에서 죽은 사람이 2명, 그리고 최후에 발견한 시체는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다가 죽은 것 같았다. 그것도 옷을 입은 채로…….
"선장님, 그 외에는 별다른 일이 없었습니다."
스팍 항해사는 보고에 덧붙였다.
"다만 좀 이상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낮은 온도에서는 당연히 물이 얼어야 할텐데 여기 저기에 얼지 않는 물이 괴어 있었습니다. 그 견본을 가지고 와서 연구실에 넘겼습니다. 6명의 시체는 시체실에 운반했고요."
"수고가 많았어. 스팍! 관측소 안에 휘발성(보통 온도로 기체가 되는 성질의 것)이 심한 독물이 터져 나온 것이 아닐까? 한 사람은 그것을 급하게 씻어버리려고 샤워실로 달려가고, 한 사람은 옷을 벗고......."
"그럼, 기사가 생명 유지 장치의 스위치를 끊은 것은?"
"모르겠어. 손들었다. 모든 기능이 마비되자 도리어 자살해 버린 것이 아닐까?"
우주선 엔터프라이즈 호는 관측 궤도를 돌기 시작했다. 6명의 변사체의 수수께끼 같은 것을 풀 여유가 없었다. 라 피그의 파열 시간이 다가왔던 것이다.
 
미친 승무원
 
같은 시간에 오락실에서 홀로 식사를 하고 있는 사나이가 있었다. 스팍을 따라 라 피그에 갔다가 갓 돌아온 조 트모린이었다.
옆에 조종사 칼 항해사와 라일리가 펜싱이 체육적으로 좋으냐 나쁘냐를 논쟁하고 있었다.
칼 항해사는 매우 좋다는 입장에서 말을 많이 했고 옆의 조에게 호소하여 그 지지를 청했다.
"그렇잖아, 조?"
대답 대신 조는 갑자기 화를 냈다. 종잡을 수는 없으나 라 피그에서 발견한 6명의 사망자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았다.
"인간 같은 건 말야. 이 우주에 존재할 가치가 없어. 전혀 없는 거야."
흥분하여 지껄이며 불고기용의 칼을 손에 들고 일어섰다. 칼 항해사도 라일리도 조가 습격하는 줄로 알고 격투가 벌어졌다. 그러나 조는 칼로 자기를 찌르려고 하는 것이었다.
세 사람 모두 피투성이가 되고 자기의 가슴에 칼을 꽂은 조는 달려온 보안 부원에게 끌려 병실로 갔다.
이 사건도 자세히 조사할 여유가 없었다. 라 피그의 파열이 시작되고, 경보가 울려서 칼 항해사와 라일리도 브리지로 달려갔다.
파열이 끝나자 행성의 중량이 변화되고 중력의 중심도 변화되었다. 엔터프라이즈 호의 관측 궤도는 컴퓨터도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일으켰다.
거기다가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공간이 순간 온통 파편이 흩어져 있어서 브리지의 사관들은 인간의 두뇌로써 그를 보충하기에 바빴다.
조가 죽었다는 맥코이의 보고가 닿은 것은 24시간 후였다.
그리고 맥코이가 이 사건에 관하여 협의를 청했는데 커크 선장이 회답한 것은 4시간 후였다.
그 무렵 행성의 파열의 진행이 둔해져 1시간 정도 안정되어 있을 것 같이 보였다.
커크 선장은 감시를 칼 항해사와 라일리에게 맡기고 맥코이의 의무실로 갔다.
"죽은 조가 라 피그에 내린 구출 대원이 아니었다면 바쁘신 데 일부러 이렇게 부르지는 않습니다. 선장님. 이 사건에는 아무래도 수상한 점이 있습니다."
"뭐가 수상해?"
"조가 자살하려고 했던 일, 아니 정말로 죽은 일을 생각할 때 그는 자살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봅니다. 또 채용할 때는 물론, 바로 얼마 전에도 검사를 했습니다. 거기다가 가슴에 꽂은 칼은 장을 상하게는 했으나, 세균 감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죽었습니다."
"살 수 있는 힘이 없어졌겠지. 맥코이."
"사망 진단서에는 그렇게는 쓸 수 없습니다. 패혈증이라든지, 뇌출혈이라든지, 사망의 직접 원인이 없으면....... 조는 혈액의 순환이 약해졌을 정도며 직접 원인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라 피그의 사망자들의 진단은?"
"그겁니다. 그 여섯 명도 직접 사인은 결국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스팍이 관측소에서 가지고 돌아온 물은?"
맥코이는 어깨를 움츠렸다.
"독물이 아닐까 하고 나는 생각했으나 그건 보통 물이었어요. 광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빙점(액체 또는 기체가 얼어붙을 때의 온도) 이하로 낮아져 있는 정도였습니다. 취급은 주의하고 있습니다. 세균학적으로는 전혀 해가 없고 화학적으로도 거의 순수한 물입니다. 연구실에서는 새로운 각도에서 또 검사에 착수하겠지만."
"그래......? 나는 스팍로부터 눈을 떼지 않고 감시하지. 조와 스팍이 라 피그에 내렸는데 그 사나이는 신체의 물질이 전혀 달라."
커크 선장은 나갔다.
통로를 걸어 돌아가자 저쪽에서 오고 있는 칼 항해사를 보고 커크는 놀랐다.
제복을 벗고, 검은 반소매 셔츠에 타월을 목에 걸고 펜싱 칼을 겨드랑이에 끼고 유유히 걸어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금은 아직 경보가 해제된 것은 아니다. 자기의 부서를 떠나다니!
칼 항해사는 칼을 흔들며 칼끝을 천장으로 돌렸다.
그리고 나서 그것을 두 손 사이에 내리고 얼굴 앞에 끝을 놓았다. 잠깐 사이에 칼을 칼집에서 뽑고 있었다.
"칼 항해사!"
"엉!"
칼 항해사는 얼른 뒤로 물러서서 가볍게 방어의 자세를 취했다. 칼끝으로 원을 그리며 커크 선장 앞으로 다가왔다.
칼 항해사는 연극 담당자였다.
"그래 너는 여왕의 위병인가? 그렇잖으면 재상 리슐리외(17세기의 프랑스의 정치가)의 신하인가? 이름을 대라. 대 라!"
"칼 항해사. 자기 부서로 돌아가라."
칼 항해사는 척척 전진해 왔다.
"네놈, 나를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에잇, 비겁한 놈 칼을 뽑아라!"
"이제 됐어, 즉시 병실로! 명령이다!"
"너를 여기 두고서? 안 되지. 안 되고 말고!"
칼 항해사는 갑자기 달려 왔다. 커크는 뒤로 물러서며 특수 방사선 총을 빼들고 손가락으로 의식 박탈의 단추를 눌렀다.
그러나 칼 항해사는 몸을 날리어 상부 통로의 트랩에 뛰어올라 사라지고 말았다. 열어놓고 간 통로의 맨홀에서 칼 항해사의 소리가 울려왔다.
"비......우우우우우, 겁......우우우우 한자아아아....."
커크는 브리지로 나갔다.
"라일리는 어디 갔어?"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말없이 훌쩍 나갔다는 것입니다. 알고 있는 건 할리스 혼자 뿐입니다."
스팍은 사령석을 커크에게 내주며 말했다.
"이상하게 된 것 같습니다. 난폭한 짓은 하지 않았지만 칼 항해사는 어디 있느냐고 묻자, '걱정은 마시오. 라일리가 여기 있으니까'하고 말했으나 난처해 있었습니다."
"그래, 칼 항해사와 같구나. 칼을 휘두르며 도망쳐 버렸어. 우라 통신사, 보안부에 지령이다. 그들을 찾아서 감금해 주기를 바란다고. 아아, 그들과 접촉한 승무원은 전원 의사의 검사를 받도록 하라."
"정신병의 검사죠. 이 발작은 의식의 밑바닥에 깔려있던 자기의 상상이 의식의 표면에 떠올라서 일으키는....... 조는 인간의 무력한 죽음을 보고, 무력감에 사로잡혔던 것이 표면에 나타났습니다. 라일리도, 칼 항해사도 중세의 검객이나 된 듯이 펜싱을 하고 있었는데 진짜가 된 거야."
"그럴 지도 몰라요. 그래, 현재의 라 피그의 상태는?"
"또 파열의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응, 배를 안정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커크 선장은 사령석에 돌아앉았다.
그 때, 조타수의 소리가 났다.
"선장님, 키가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럼 하부 로켓에 점화!"
조타수는 스위치를 넣었으나,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선장님! 틀렸습니다."
"메인 엔진에 점화를 해라! 한 대만. 초광속 비행으로 바꿔라."
"안 됩니다. 선장님!"
"그러나 어쩔 수 없어!"
"기관실 응답해요! 미스터 스콧!"
스팍이 선내 통화기에 향하고 있었다.
"동력을 보내라. 조타 장치가 듣지 않는다."
응답은 없었다.
커크 선장은 엄지손가락을 세워 엘리베이터를 가리켰다.
"미스터 스팍, 아래에 가보고 와 주게."
"예."
스팍이 엘리베이터에 다가서자 그 문이 스르륵 열리고, 칼 항해사가 칼을 손에 들고 뛰어나왔다.
"있었구나. 리슐리외! 찾아냈도다."
"칼 항해사! 칼을 버려라."
"뭐라고 아니꼬운 놈. 여왕과 프랑스의 명예를 걸고. 자, 승부다. 에잇!"
스팍은 하마터면 찔릴 뻔했다. 커크는 뛰어들어 덮치려 했으나 칼 항해사는 즉시로 칼을 다시 바로 쥐었다.
"자아 오너라, 리슐리외. 미운 놈."
기세가 좀 솟았다. 그 전에 우라 통신사가 뒤로 돌아갔으나 눈치 챘다.
"오오, 이건 아름다운 아가씨!"
"아름답지도 젊지도 않아!"
우라는 칼 항해사의 왼쪽 어깨 너머로 일부러 뜻이 있는 듯한 눈길을 보냈다. 따라서 칼 항해사가 그쪽을 향했을 때, 스팍의 손이 바른쪽 어깨를 재빨리 잡았다. 신경을 압박하고, 고통을 가져오게 하는 발칸 성인의 독특한 방법이었다. 칼 항해사는 픽 갑판 위에 쓰러졌다. 커크 선장은 이젠 칼 항해사에게는 상관하지 않고 선내 통화기로 향했다.
"미스터 스콧! 동력이 필요하다. 스콧! 기관실, 응답해!"
선내 통화기에서 울려나온 것은 느린 듯한 높은 소리였다.
"불렀어?"
"라일리지?"
커크 선장은 분노를 억지로 눌렀다.
"그렇다. 이쪽은 엔터프라이즈 호의 선장 토마스 라일리다. 그런데 그쪽은 누구지?"
"커크다. 정신차려?"
"뭐, 커크? 아아, 그런 이름의 사관도 있었나?"
"라일리, 여기는 선장 커크다. 기관실에서 나오라. 스콧을 내 줘. 스콧은 어디로 갔어?"
라일리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알았어. 잘 들어라! 취사장의 쿡 여러분! 이쪽은 선장인데 오늘은 승무원에게 아이스크림의 배급을 두 배로 한다. 재료는 선장인 내가 선택한다. ……그리고......."
커크는 엘리베이터로 달렸다. 스팍이 얼른 사령석에 앉았다.
"선장님, 우주선은 하강 중입니다 현재의 하강 속도로 앞으로 20분이면 행성 대기권 바깥 층에 돌입합니다."
"좋아, 알았다."
커크는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바보 같은 놈. 어떻게 되나 두고 봐라! 브리지 전 대원, 동력이 올 때까지 대기!"
엘리베이터는 커크를 싣고 문을 닫았다.
라일리가 또 떠들어댔다.
노래가 가락에 맞지도 않는 엉뚱한 노래가 선내에 울려 퍼졌다.
"고향의 별로 돌아가자. 너를 데리고 가자. 오오 사랑하는 캐서린......."
만약에 이런 발작이 있은 후 원인 불명의 죽음이 닥쳐온다는 사실이 없고, 파열하는 행성의 부서진 조각이 소용돌이치는 속에 엔터프라이즈 호가 떨어져 가는 것이 아니라면, 참으로 우스꽝스러운 일 뿐일 것이다.
커크 선장이 기관실 앞에 닿자 스콧과 승무원 2명이 문 밖에서 무엇인가 작업 중이었다.
"문을 열어야 합니다. 라일리란 놈이 뛰어들어와서 브리지에서 선장이 부른다고 하기에 밖에 나가니까 안에서 문을 잠가버리고 말았어요."
"그놈은 조타 장치와 동력의 스위치를 모두 끊어버렸다. 스콧, 보조 기관으로 어떻게 안 될까?"
"무리입니다. 놈이 이 속의 메인 컨트롤 컴퓨터를 움직이기 때문에."
스콧은 승무원의 한 사람에게 명령했다.
"이봐! 나의 방에 가서 격벽(물건과 물건을 떨어지게 하는 벽)의 도면을 가지고 오라."
승무원은 끄덕이고 달려갔다.
"스콧, 전지로써 키 쪽에 동력을 집어넣을 수 없을까? 하강은 저지할 수 없겠으나 적어도 안정만은 유지시키고 싶다. 시간은 이제 19분밖에 없다."
"해 봅시다!"
"부탁한다!"
커크는 브리지에 되돌아갔다. 되돌아가는 도중에도 계속 라일리의 노래가 들려왔다.
"오오, 캐서린. 눈물에 젖어서......."
 
엔터프라이즈 호의 위기
 
브리지에 되돌아와서 커크는 외쳤다.
"저 시끄러운 노래 소리를 어떻게 하지 못하게 못 해. 우라?"
"막을 수가 없습니다. 저쪽 주 전원 장치의 채널이라면 라일리가 어느 것이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응, 좋은 생각이 있어. 스팍. 선내의 구획을 봉쇄해 줘. 전염병이라면 전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동시에......."
"알겠습니다. 선장님."
스팍 항해사는 끝까지 말하지 못했다. 선내의 전간막이 벽을 내리는 장치를 작용시키니까 자동적으로 경보 버저가 울렸다.
큰 소리에 라일리의 노래는 사라졌다.
버저가 멎고 잠깐 사이 침묵의 시간이 있었으나 라일리가 지껄이는 소리가 또 흘러 왔다.
"우라 통신사! 여기는 선장 라일리. 내 노래를 방해했지? 네겐 아이스크림을 주지 않겠어."
"남은 시간 17분."
스팍이 말했다. 라일리의 지껄이는 소리는 계속되고 있었다.
"1900시! 선내 볼링장에서 대 무도회를 열기로 했다. 앗핫핫! 어때 좋지? 여자 승무원에게는 모두 향수 한 병을 지급하고, 남자 승무원에게는 에...... 급료를 한 등급씩 올려 주기로 한다. 그리고 캔디의 배급을 할 테니까 전원 대기하라!"
"우라. 선내 통화기가 점령되기 전에 칼 항해사에 관한 보고는 없었는가?"
"맥코이가 진정제를 놓아주고 병실에 누워 있게 했습니다. 검사의 결과는 모두 이상 없었습니다. 설명을 듣기 전에 선내 통화기는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래, 그럼 당장은 라일리가 문제로구나."
전령이 브리지에 뛰어들었다.
"선장님, 스콧로부터 전언입니다. 지금 전지로 조종 장치에 임시 회로를 완료. 스콧은 기관실에 돌입을 재개, 14분 후에는 입실 가능입니다."
"수고했어...... 14분. 엔진을 조정하여 다시 한 번 작동시키는데 또 3분은 걸리지 않을까? 좋아, 미스터 스콧에 전언. 어떤 방법으로도 좋아. 주요 도선 외의 회로는 끊고 칸막이 벽에 넣으라고 해. 시간이 없다."
라일리의 소리가 또 들려왔다.
"다음 주의 사항. 앞으로 여자 승무원은 머리칼을 어깨에 내려지도록 할 것. 화장은 삼갈 것......."
"선장님!"
스팍은 다급한 소리가 되었다.
"잠깐만, 보안 부원 두 명을 스콧의 작업반에 보내자. 그놈은 무장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이미 수배를 했습니다. 실은 선장님."
"......별의 바다를 넘어서 가자, 아아 캐서린, 사랑하는 캐서린 ......."
"선장님, 기분이 나빠져 갑니다."
스팍은 정신을 차려 말했다.
"병실로 갈 허가를 해 주십시오."
커크 선장은 자기의 이마를 쳤다.
"드디어 너도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구나."
"다만 기분이......."
"알았다, 그러나 구획 봉쇄 중이다. 병실에는 갈 수 없을 거다."
"그럼 내 거주실에 감금해 주십시오."
"좋아, 허가한다."
커크 선장은 걱정이 되었다. 조와 스팍을 따로 가둬두면, 그 전염성 환자와 가장 오랫동안 접촉한 것은 자기인 것이다.
"우라 통신사, 부서를 떠나도 좋다. 현재로선 쓸모가 없다. 그보다도 해 주어야 할 일이 있다. 휴대용 통신기와 도청기를 가지고 병실의 바로 위 용마루까지 가거라."
"예!"
"벽을 두들겨, 맥코이의 신경을 건드려 방에서 말하게 하고 도청기로 물어라. 그것을 여기에 중계해 줘."
"예, 선장님."
우라 통신사가 나가 버리자, 브리지에는 커크 선장 홀로 되었다. 영사막을 보기도 하고, 또 돌아다니기도 하여 귀중한 시간이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그때, 커크의 바지 뒷 주머니에서 버저가 울리었다.
"여기는 커크."
"우라입니다. 맥코이와 연락이 됐습니다. 맥코이는 부분적인 해결은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분적이라는 것은 어떤 건가 물어주게."
커크는 기다렸다. 배 안에서 두터운 금속의 철기둥을 망치로 두들겨 한마디 한마디의 말을 전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선장님, 맥코이는 우주선의 에어컨디셔너(공기를 바꾸어 넣는 일) 계통에 무엇인가 파스의 일종을 넣으려하고 있습니다. 병실에서 조종할 수 있어서 가스는 급속히 퍼지는 모양입니다. 칼 항해사나 다른 환자의 몸에는 좋은 결과를 줄 거라고 생각되지만, 건강한 승무원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는지는 분명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맥코이에게 지금 기분은 어떠냐고 물어주게."
다시 한 번 오래 기다리게 되었다.
"아까는 기분이 나빴는데, 해독 가스 때문에 지금은 나아진 모양입니다."
정말로 그러한가? 맥코이가 만약에 병에 걸려 있다면 어떤 가스를 보낼지 모른다. 허가하지 않아도 맥코이는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는 것이다.
"칼 항해사에게 무엇인가 말하게 하라. 정말로 제 정신으로 되돌아왔는지, 확인해 주게."
또 기다리게 되었다.
시간은 앞으로 10분밖에 없었다. 그 중의 3분은 엔진의 출력을 높이는데 소비하게 된다. 맥코이의 해독 가스는 어느 정도의 속도로 퍼지는지, 병을 치료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지.......
"선장님. 맥코이가 '칼 항해사를 일어나게 할 수는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의사의 권한으로 그렇게 결정한 모양입니다."
과연 의사에게는 선장의 권한보다 뚜렷한 권한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미친 사람의 교활한 흉계라고도 생각되었다.
"그래, 좋아! 적당히 하라고 해!"
"알았습니다, 선장님!"
커크 선장은 수신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앞으로 9분.
그 때, 라일리의 노래 소리가 알아듣기 어렵게 흘러나오다가 이윽고 멈추었다.
침묵이 흘렀다.
커크 선장은 머리가 지끈지끈한 것을 알았다.
빨리 걸어 우라 통신사의 자리에 가자, 기관실을 부르는 버저를 울렸다. 스피커에서 찍 소리가 나고 라일리의 허둥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는 라일리인데......."
"라일리, 커크다. 자네 지금 어디 있지?"
"예! 저, 아마 기관실 같은데, 부서를 떠나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커크는 깊이 숨을 들이켰다.
"걱정마! 어쨌든 곧 동력을 보내 주게. 문을 열고 기관장을 들여 넣어라. 그런데 문에서 떨어져 있어라. 특수 방사선 총으로 칸막이 벽을 끊고 있는 중이니까. 알겠나!"
"알았습니다. 동력과 문에 대한 것...... 예!"
"곧 시작해라."
"예, 선장님!"
우릉우릉 소리가 나고, 비상문이 열리고 무거운 소리가 났다. 커크는 비상 소집의 단추를 급히 누르고 외쳤다.
"사관 전원, 브리지에 집합! 6분 후에 추락 위험이 있음. 즉시 행동으로 옳길 것!"
동력 계기 컴퓨터의 바늘이 일제히 흔들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라일리가 엔진을 작동시켰던 것이다. 이윽고 라일리의 미안해하는 소리가 선내에 방송되었다.
"오늘밤의 무도회는 중지합니다."
 
수수께끼는 해결
 
위기는 사라졌다. 새로운 궤도가 정해지고 관측이 계속되게 되었다.
"맥코이, 감사해."
커크 선장은 브리지가 정상 활동을 시작하자 겨우 맥코이에게 인사를 했다.
"아니."
라고 맥코이는 지쳐서 조그맣게 말했다.
"설명이 듣고 싶어?"
"응, 듣고 싶다."
"선인장의 일종으로 물을 비치해 두는 놈이 있어."
"선인장?"
"그래, 바운드 워터(묶인 물)라는 저수 방식이야."
맥코이는 지쳤기 때문인지 반말로 거칠게 말했다.
"바운드 워터는 유기물의 분자의 일부가 되어 있으나 오랜 시간 후에는 결합이 녹아 스며 나온다."
"무슨 소리냐?"
"잠자코 들어주시오. 바운드 워터의 물이 되는데는 결합을 촉진시키는 중개가 필요해. 스팍이 가지고 온 액체 속에 그것이 있었어. 이것이 혈액에 들어가면 작용을 개시하여 혈청을 여러 겹으로 결합시킨다."
"흐흥, 그래?"
"혈액에선 영양물을 뽑아들이기 어렵게 되는 거다. 그래서 뇌에 영양분이 가지 못하게 되고 정신 이상을 일으킨다."
"으응."
"혈청 결합이 진행되면 혈액은 농도가 높아지고 심장의 힘으로서는 피의 순환을 시키지 못하게 된다. 나는 이 사실을 규명하여 중개 역할을 하는 물질의 화학적 성질을 바꾸어 작용하지 못하게 하는 독물을 발견하려고 했어. 시간이 걸려서 건강체에의 작용, 부작용까지는 확인하지 못하고 가스를 방출시킨 거다."
"시간이 맞아서 잘 됐다. 모두 건강하게 되어......아, 스팍 항해사가 오지 않았구나! 우라 통신사, 스팍의 거주구를 불러 주게."
"예."
스위치가 철컥 들어갔다.
선내 통화기에서 아라비아 풍의 이상한 소음이 들렸다. 그건 발칸 성의 악기로서, 시끄러워서 스팍은 언제나 혼자서 선내에서 연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시끄러운 소리에 맞춰서 스팍이 귀에 거슬리는 소리로 노래하고 있었다.
"아라브, 웨스 크로니슈 스프라이 푸우 리스쯔우. 올 엔 루쥬크 마질 아우오!"
커크는 얼굴을 찡그렸다.
"정신이 올바른지 아닌지 짐작을 못하겠어. 저 사나이는 특별하니까 해독 가스가 부작용을 일으켰는지 모른다. 맥코이, 조사하러 가게."
"귀를 틀어막고, 곧 가겠습니다."
맥코이는 나갔다. 스팍은 아직 노래를 하고 있었다.
"리지이 베베. 프사르크 피이루쯔우 후로르 옴!"
소리는 점점 열을 띠고 그것만 들어도 숨이 막힐 것 같이 되었다. 커크는 선내 통화기의 스위치를 끊었다. 이러한 굉장한 소리를 듣는 정도라면 저 '오오 캐서린!'을 다시 한 번 더 듣는 게 나은 편이었다.
"그렇지만 말야."
커크 선장이 좀 반성을 했다.
스팍에게는 라일리의 소리가 이처럼 견딜 수 없게 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후우!"
커크 선장은 한숨을 내쉬고 의자의 등에 기대어 스크린에 비치는 라 피그의 최후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라 피그는 이제 여기저기가 마구 부풀어올랐다. 그건 하늘에 뜬 먼지에 지나지 않았다.
"인간의 뇌와 같은 모양이구나."
<흡사한 것은 엄밀히 말하면 겉면뿐이다.>
하고 커크 선장은 생각했다.
행성의 파열은 철저했다. 그러나 인간의 뇌는 다르다. 기회가 있으면 회복되는 것이다.
 
로뮬르스 성인의 공격
 
로뮬르스 성인의 반란이 시작되었을 때, 커크 선장은 우주선 엔터프라이즈 호의 강당에서 결혼식을 주례하기 위하여 대기하고 있었다. 선장은 결혼식을 맡아볼 수 있는 우주선에서의 유일한 사람이었다.
결혼하는 것은 로버트 톰린슨 기술사와 안젤라 마틴 2등 기술사로서 두 사람 모두 이 우주선의 승무원이었다.
항성에서 항성에의 여행은 준광속(빛에 가까운 속도)으로 달려도 오랜 세월이 걸리며, 결혼하려고 하는 사람이 나타나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우주선에는 '모든 행성의 모든 신앙에도 사용될 수 있게'라는 목적으로 강당이 만들어져 있었으며 식은 거기서 올려지게 되어 있었다.
커크 선장이 강당에 들어가자, 기관장인 스콧이 소형 텔레비전 카메라로 결혼식 광경을 우주선내에 방송하려고 조정 중이었다.
이 특별 중계 프로그램은 로뮬르스 레무스 중립 지대의 관측 위성에도 방영되게 되어 있었다.
신랑을 승무원들이 둘러싸고 무엇인가 말하고 있었다. 선장은 연단에 올라갔다.
선내 통화기에서 낮은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고 제니와 신부인 안젤라가 나란히 조용하게 들어왔다.
커크 선장은 기침을 했다.
그 때 선내 경보 버저가 울려 퍼졌다. 안젤라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승선하여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처음 듣는 버저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버저의 소리를 대신하여 우라 통신사의 소리가 들려왔다.
"커크 선장님! 브리지에! 커크 선장님!"
그러나 커크 선장은 벌써 버저 소리가 났을 때 강당에서 뛰어나와 달리고 있었다.
식은 시작되지 않았던 것이다.
 
브리지에 뛰어올라 갔더니, 우라 통신사의 옆에 스팍 항해사가 버티고 서 있었다. 지구인의 어머니와 발칸 성인의 아버지와의 결혼으로 태어난 스팍은 지구인과는 감정의 표현이 다르며, 우라 통신사도 반스 족 출신답게 냉정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브리지에는 팽팽히 긴장된 공기가 넘치고 있었다. 커크가 물었다.
"무슨 일이냐?"
스팍 항해사가 대답했다.
"전초 위성 (다른 항성계의 행성의 둘레를 돌며 경계하는 인공위성) 4023의 사령관 한센으로부터의 보고입니다. 중립 공역에 침입자의 전파 반응이 나타나 있는 모양입니다."
"상대방의 정체는 확인했나?"
"아직 못 했습니다. 엔진의 형은 신식인 모양이니까 로뮬르스 성인의 우주선이 아닐까요?"'
여기 중립 공역은 한때는 가장 무서워했던 로뮬르스 성인이 태양계를 둘러싸고 설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전초 위성이 감시하고 중장비의 우주선이 가까운 곳을 지나게 된 지금, 어떤 우주선이 나타난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중립 공역이 설정된 이래 50여 년간 한 번도 모습을 나타낸 일이 없었다.
통신기에는 밖으로부터의 소리가 끼여들었다.
"여기는 한센. 지금 상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로뮬르스의 마크를 달고 있습니다."
"무엇이라고?"
커크 선장은 통신 컴퓨터에 다가서서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커크 선장이다. 상대방의 우주선에 통신을 해 봤는가?"
"했습니다. 응답이 없습니다. 선장님, 도와주시겠습니까?"
"물론이다."
"상대방은 점점 접근해옵니다."
순간, 한센의 소리는 끊어졌다가, 또 계속되었다
"......실례, 지금 또 감시 장치에서 사라졌습니다."
"그 감시 장치의 화면을 보내 주게. 우라, 브리지의 감시 스크린으로 수상해라."
스크린에는 별이 비칠 뿐이었다.
갑자기 커다란 우주선의 모습이 나타났다. 둥근 지붕이 붉은 원반과 같은 선체로 엔터프라이즈 호와 흡사하다. 그것이 점점 커진다.
전초 위성에 접근되고 있는 것이다.
"우라, 비율을 높여다오!"
"예!"
수상한 우주선의 모습이 확대되었다. 스콧 기관장이 가리켰다. 우주선의 아래쪽에 줄무늬가 있고 날개를 펼친 육식조(고기를 먹는 새)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틀림없이 로뮬르스별의 표시였다.
"또 보여집니다. 접근 중, 그 쪽에서도 보입니까?"
한센의 소리는 다급했다.
"아아, 보인다. 저건......?"
커크 선장이 말했을 때, 스크린에 하얀빛이 가득 찼다. 우라가 급하게 다이얼을 돌려 광도를 낮추었다. 커크는 눈부신 듯이 눈을 깜박이며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로뮬르스별의 우주선 아래쪽에서 어뢰 같은 것이 튀어나와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센이 외쳤다.
"저쪽은 포문을 열었다! 스크린이 듣지 않아요! 우리들은 이제......."
엔터프라이즈 호의 감시 스크린이 빛났으나 새까맣게 변했다. 확성기에 끼끼 하는 잡음이 들어 왔다.
"전투 배치에 서라!"
커크는 침착하게 우라 통신사에게 말했다.
"전선에 경보를 울려 주게. 스팍, 전속력으로 적의 진로를 막아라,"
 
시각 차단 스크린
 
로뮬르스 성인이라는 것은 어떤 종족인가?
그것은 로뮬르스 레무스 계라고 불리는 쌍둥이 행성에 사는 종족으로 전문가의 의견에 의하면, '한 때 이 공역 일대에 집단 이주해서 일부의 호전적인 종족을 추방하고 이 쌍둥이의 행성에 살게 되었을 것이다'라고 한다.
로뮬르스 성인은 이렇다 할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성간 연합(별나라들 간의 모임)의 우주 선대에 공격을 해 온 일이 있었다.
로뮬르스 성인의 우주선은 얼빠진 원기둥 모양이며 원시적인 것이었는데, 승무원은 포로가 되는 일이 없었다.
죽을 때까지 싸우고, 또 상대가 살아 있는 한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자랑으로 삼고 있었다.
그러므로 전쟁은 25년 동안 계속되었다. 전쟁 중 우주와 바다에서 주워 올린 로뮬르스 성인의 시체로 겨우 그 모습을 알게 되었다. 휴머노이드(의인류: 지구의 인류와 비슷한 구조를 한 다른 별의 생물. 지구의 인류가 돌연변이로 된 것은 신인류 또는 초인류라고 한다)이며 발칸 성인의 모습과 매우 비슷했다.
전쟁 후 로뮬르스 레무스의 태양계를 둘러싸고, 관측 전초 위성에 둘러싸인 중립 공역이 설정되었다. 그 후 50년 동안 감시가 지속되어 왔으나, 우주선이나 신호 하나 보내지지 않았던 것이다. 힘을 쌓아 무기를 준비하여 반격의 기회를 엿보는지, 또는 큰 타격을 받아 단념했거나 종족의 사기가 떨어졌는지 모두 추정일 뿐이었다.
지금 확실한 것은 다시 로뮬르스별의 마크를 단 우주선 한 척이 나타나서 성간 연합의 전초 위성에 공격을 걸어온 것뿐이었다.
 
엔터프라이즈 호의 승무원들은 명령이 내리자 번개같은 신속한 움직임으로 전투배치에 나섰다. 승무원들은 한 번도 전쟁을 해 본 일이 없었다는 사실을 의심할 만큼 재빨랐다.
운이 나쁘게 결혼식을 연기한 두 사람만 해도 특수 방사선포의 포좌에 서 있었다. 그러나 아직 겨눠야 할 상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브리지에서는 커크가 선장 자리에 앉고, 양쪽에 스팍과 스콧이 서 있었다. 우주선의 운전은 2등 항해사 스타일즈와 키가 큰 칼 항해사가 맡고 있었고, 우라 통신사는 통신 컴퓨터 앞에 있었다.
"위성 4023, 24, 25를 불렀으나 응답이 전혀 없고 침입하는 우주선도 없음."
"아직 엄중 경계! 이상을 확인하면 즉시로 보고하라고 다른 전초 위성에 전해라."
"예."
"4023의 담당 공역에 들어갑니다."
칼 항해사가 말했다. 커크 선장은 우라 통신사 쪽을 보았다.
"뭔가 수신되지 않는가?"
"없습니다. 다만 갑자기 빛의 동그라미 현상이 들어왔습니다. 아마 파괴물의 파편에 의한 것이며 아직 분산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위치는?"
"4023이 있었던 곳입니다. 컴퓨터에 의한 체크를 합니다만, 그러나......."
"그럼 우선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건가?"
커크 선장의 소리는 엄숙했다.
"로뮬르스 성인은 50년 전보다 큰 공격력을 가진 것 같다."
스타일즈가 낮을 소리로 물었다.
"그 병기는 어떤 것입니까?"
"응, 추측하기보다 조사하는 게 빨라. 미스터 스팍, 트럭터(자료를 모으기 위한 무인 비행기)를 내보내어 파괴물의 파편을 조금만 주워와 주게. 그 위성이 무엇으로 되어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변했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실험실의 의견을 듣고 싶다."
"알았습니다."
스팍 항해사는 선내 통화기로 선내의 과학 연구부를 불러내어 명령을 실행으로 옮겨갔다.
 
"선장님!"
우라 통신사의 소리가 여느 때와는 달라지고 있었다.
"왜 그래?"
"저, 지금 무엇인가 잡은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무엇인가 움직이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각에도 비치지 않으며 레이더로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에너지도 제로입니다. 컴퓨터에 드 브로이파의 변조(방송 전류의 주파수를 일정하게 하고 진폭을 전화 전류에 의해서 변화시키는 일)가 나타나 있습니다. 무엇인가 매우 작고 밀도가 큰 것이 가까운 곳에 있든지, 매우 크고 밀도가 낮은 혜성과 같은 것이 먼 곳에 있거나 그 어느 쪽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찾아봐도 발견할 수가 없었습니다."
"음......, 어때 항해사!"
커크는 스타일즈의 의견을 물었다.
"로뮬르스 레무스 태양계 내에는 엔터프라이즈 호 가까이에 식어버린 혜성이 하나 있습니다."
스타일즈는 곧 대답했다.
"방향은 은하 동쪽 973, 거리 광속으로 1.3시간, 진로는......?"
"그거라면 이미 포착하고 있어요."
우라 통신사가 말을 가로막았다.
"이건 그것과는 별개의 것입니다. 엔터프라이즈 호의 속도의 2분의 1의 속력으로 중립 공역의 내부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지는 전자장(전기와 자기가 함께 작용하는 곳)은 처음 보는 것입니다. 천연적인 것이 아닌 인공의 전자장입니다."
"그대로야, 그건 시각 차단 스크린이다."
스팍이 당연한 것을 말한다는 듯이 말했다. 스타일즈는 '흥'하고 콧소리를 냈으나, 커크 선장은 스팍이 엉터리를 말한 일이 없다고 믿고 있었다.
"설명해 주게, 스팍."
"선장님! 진로는 4025 위성을 소멸시킨 우주선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꼭 맞아요. 호프만 D 행성을 따라서 로뮬르스 성과의 사이를 차단하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이미 가리키고 있습니다만."
"우라 통신사, 어떻게 생각해?"
커크는 우라에게 물었다.
"모두 그대로입니다."
우라는 불만인 듯했으나 스팍은 계속했다.
"둘째로, 한센 사령관이 적의 그림자를 바로 정면에서 놓친 것입니다. 다음에 나타났을 때에는 공격 개시의 직전이었습니다. 적선은 그리고 나서 또 모습을 감추고 그 이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셋째로, 시각 차단 스크린을 만드는 일은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다는 것이며 엔터프라이즈 호 정도로 큰 우주선이라도 우주선이 가지는 능력을 모조리 사용한다면 가능합니다. 특수 방사선포나 특수 방사선 총 등에 대량의 능력을 빼앗기기 때문에 안 될 뿐입니다."
"음, 그래서 엔터프라이즈 호의 코밑을 스쳐서 중립 공역으로 들어간 것도 알겠어. 로뮬르스 녀석들, 자신을 얻어서 이번에는 우리들을 향해 공격해 올지도 모른다. 칼 항해사, 우라 통신사가 잡은 이동하는 물체의 진로와 속도를 계산해서 추적하도록 하라. 단 중립 공역에는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할 것. 이상이다."
"알았습니다."
"미스 우라, 우주선과 모성(로뮬르스별) 사이에 오가는 말을 놓치지 않도록 조심해 줘."
"예."
"미스터 스팍, 미스터 스콧. 두 사람은 작전실로. 맥코이도 불러서....... 로뮬르스에 대해서 아는 것을 복습한다. 여러분, 질문은?"
질문은 없었다. 커크 선장은 말했다.
"그럼 여러분! 말한 대로 부탁한다."
 
무서운 신병기
 
작전실에서의 회합이 아직 계속될 때에 스팍은 과학 연구부로 불려 갔다.
스콧도, 맥코이도 마음을 놓았다. 커크 선장까지도 부하인 1등 항해사의 솜씨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으나 선장과 함께 있으니 편한 마음으로는 돌아가지 않는 것이었다.
커크는 힘 빠진 어조로 말했다.
"큰 일이 날 것 같은데. 이 중립 공역의 경계에는 성간 연합에 참가하고 있는 여러 가지 행성에서 병사가 파견되어 있어. 거기를 우리들이 정당한 이유도 없이 우주선으로 가로지르면 시끄러운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내전이 일어날지도 몰라."
"3개의 전초 위성이 없어진 것은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습니까?"
스콧은 분한 모양이었다.
커크도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안 되겠는데....... 문제는 로뮬르스 성인의 우주선이라는 증거가 없는 것이다. 상대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어쩔 수 없다. 나만 해도 그 로뮬르스 성인이 갑자기 우리들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우수한 우주선을 가지고 나타나고, 게다가 시각 차단 스크린을 쳤다고 누가 말한다면 도저히 믿으려고 하지 않을 거야. 더군다나 한편에서는 이렇게 회의 중에도 언제 어느 때 놈들의 공격을 받을지도 전혀 모르고 있는 거야. 행동을 취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 것은 더욱 위험하고......."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스팍이 돌아왔다.
"선장님!"
"괜찮아. 잡담 중이었어. 어서 보고를 해 주게. 스팍!"
"예."
스팍은 두터운 서류 뭉치를 안고 있었다. 한쪽 손은 힘없이 내려뜨리고 있었으나, 또다른 주먹은 힘주어 쥐고 있었다.
발칸 성인은 무표정하니까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나 내부의 긴장이 자세에 뚜렷이 나타나 있는 것 같았다.
"여기에 파괴물의 분석 자료가 있습니다. 요점을 말하겠습니다. 전초 위성 4023에서 사용된 로뮬르스 성인의 병기는 분자 내의 자장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떻게 되는 거지?"
맥코이가 거칠게 물었다.
스팍의 손은 주먹을 쥔 채로 올리고, 제도용 방안 흑판 위를 쓰다듬듯이 움직였다. 순간, 끌려가듯 팔이 움직이고 한 줄기 빛이 번쩍 흑판에서 나왔다. 흑판은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분자 내의 자장은 금속을 순간적으로 무력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이와 같이...... 금속 결정은 응집력(흩어지거나 녹지 않고 굳어지는 힘)을 잃고 가루가 됩니다. 알겠습니까? 맥코이!"
"요술인가, 농담인가? 스팍!"
커크 선장이 맥코이를 눈짓으로 주의를 주었다.
"스팍, 앉아라. 잘 알았어. 그놈들은 분자 내의 자장을 실용 병기화하고 있구나."
"그렇습니다."
"그래, 분자 내의 자장과 시각 차단 스크린이라? 어쩌면 좋지? 우리 쪽에서 공격하는 방법은? 스콧, 상대가 보이지 않으니까 공격은 할 수 없다. 공격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
스콧 기관장은 대답했다.
"어쨌든 완전 무장을 하고, 재빨리 행동하는 일입니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우라 통신사가 드 브로이파를 포착했습니다. 그들은 이쪽이 코스를 포착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속력은 이쪽이 빠르니까......."
"그렇다면 언젠가는 쫓아가겠는데, 쫓아가서 그 때 어떻게 해야지? 그러나 화력은 저 쪽이 우수하다. 상대를 볼 수도 없다."
"예, 당장은 그렇습니다 선장님, 이건 세력의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반반입니다."
"음! 잘못하다간, 항성간 전쟁이 시작되고 만다. 위험할 때다. 신중하게 잘 생각해야 하겠다."
그 때 선내 통화기의 버저가 울리고 우라 통신사의 소리가 흘러 나왔다.
"커크 선장님!"
커크는 손바닥에 땀을 쥐고 들었다.
"목표의 우주선의 위치를 알았습니다. 아직 모습은 보이지 않으나, 소리는 자꾸만 들립니다."
 
스팍과 비슷하다
 
일동은 작전실을 나와 브리지로 달려갔다.
중앙 스피커에서 빠른 말, 이제까지 듣지 못했던 말이 들린다. 목 쉰 소리였다.
우라 통신사는 수신 장치에 두 손을 살짝 올려놓고, 그 소리를 제대로 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갑판에서는 수신 테이프를 분석 팀에게 넘겨주기 위한 녹음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둘의 선내 통화가 장치에서 들려오는 것입니다. 임피던스(전기 회로에 교류가 흘렀을 때의 전압과 전류와의 비)의 높은 변조 전파에 의한 매우 약한 신호입니다. 앗, 들리지 않는다. 자, 또 들립니다. 스콧, 당신인가요? 나의 목에 숨을 내쉬고 있는 것이?"
"미안, 아가씨. 뭔가 도와 드릴 것은?"
"그럼 이 테이프의 내용을 컴퓨터에 계산하게 해 줄 수 없겠어요? 손목이 피로해졌어요. 전체의 모습도 알만해요."
"좋아."
컴퓨터 위에서 스콧의 손가락이 훨훨 춤추는 것처럼 움직였다. 이윽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의 음량이 안정되자 우라 통신사는 긴 한숨을 내쉬고 의자에 기대었다.
"우라!"
커크가 말을 걸었다.
"정말 새어나오는 전파로 전체의 모양을 그려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그려내지 못할 이유는 없어요. 이만큼 새어나오면 눈에 보이는 광선은 차단되어도 새로운 의문을 많이 열어준 것이나 같아요. 어쨌든 시험해봐요."
한참 동안은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스타일즈가 스콧에게서 컴퓨터의 일을 이어받아 계산을 진행했다.
"무엇인가 알 것 같습니다, 선장님!"
우라 통신사가 다시 바로 앉았다. 커크는 칼 항해사에게 물었다.
"코스에 변화는?"
"없습니다. 여전히 모성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됐어요. 알았어요. 자, 이겁니다."
우라 통신사의 소리가 튕겼다. 중앙 스크린이 밝아졌다. 로뮬르스 성인들의 모니터 카메라(망을 보거나 감시하는 카메라)나 무엇에 영상이 포착되었을 것이라고 커크는 판단했다. 비추인 것은 상대편 우주선의 브리지였다. 주사계기(사진 전송이나 텔레비전 등에서 보내려는 영상의 빛 에너지를 전기적 에너지로 바꾸고 또 그 반대로 전기적 에너지를 빛 에너지를 바꾸어서 원상대로의 영상을 재현시키는 장치)의 앞에 세 명의 로뮬르스 성인이 앉아 있는 것이다.
모니터 카메라라면 엔터프라이즈 호에도 곳곳에 있는데 브리지에만은 없었다. 브리지를 누가 감시하는 묘한 일을 하는 작자들이다.
세 사람 모두 두꺼운 헬멧을 쓰고 이리 머리의 마크가 달린 군복을 입고 있다.
바로 앞에 크게 비치고 있는 것은 사령관인 듯 했다. 좁은 브리지에서 머리의 바로 위에 수많은 굵은 파이프가 있었다.
커크 선장은 사령관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흰옷을 입었고 왠지 이 사나이만이 헬멧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피부의 색깔, 귀가 붙은 모양 무엇이나 스팍 항해사와 흡사하다.
모두 거의 일제히 발칸 성인인 스팍 쪽을 돌아보았다. 커크는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않았는데 기척으로 알았다.
브리지는 한참 동안 엔진의 소리와 로뮬르스 성인의 말소 리만으로 가득 찼다. 그 때 스타일즈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과연 우리 쪽 우주선과 흡사하다고 생각했더니 녀석들은 스파이를 쓰고 있었어."
커크 선장은 못 들은 척했다. 그리고 우라 통신사에게 말했다.
"우라, 저 말을 해독하라."
"예."
스타일즈가 또 꽤 큰 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의미는 잘 알 수 없으나 이제 흘려버릴 수는 없었다.
"스타일즈, 뭐라고 했어?"
"혼잣말입니다. 선장님."
"더 똑똑히 들려주게."
"아니, 별로 큰 일은 아니......."
"좋으니까 되풀이 해. 명령이다!"
커크의 말은 강한 어조였다. 스팍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스타일즈와 커크를 보고 있다.
"알았습니다. 나는 단지 저 말의 해독이라면 분석팀이나 컴퓨터를 사용하는 것보다 스팍에게 부탁하는 편이 옳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그들은 스팍의 출신 종족과 비슷하니까 말입니다. 모습을 한 번 보면 누구든지 알아요."
"그거야말로 좋은 담당자일 거다. 그러나 내놓은 의견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어. 스팍, 자네는 저 녀석들의 말을 알아? 불쾌하겠지만 만약에 알고 있다면 가르쳐 주게."
"유감스럽게도 알지 못합니다."
스팍이 말했다.
"이 공역의 종족들은 거의가 동일한 조상으로부터 파생된 것입니다. 그러나 발칸 성은 지구와 같이 역사 시대(문자를 발명하고 문헌이 남게 된 때부터의 시대)에 들어와서는 로뮬르스 성인과 교섭이 없었습니다. 어쩐지 우리 모성의 말과 비슷해요. 같은 어원의 말이 있는 것 같으나 모르겠습니다. 영어에도 그리스어가 어원으로 섞여 있어도, 그리스어는 알지 못하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시간이 있으면 실마리 정도는 캐보겠지만......."
커크는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그 먼저 스피커의 이야기도 그치고 스크린의 영상도 사라졌다. 우라 통신사가 보고했다.
"전파를 막아버렸습니다. 통신을 가로채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어쩐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 감시를 계속하여 또 포착되면 알려 주게. 스팍에게 녹음 테이프를 복사하여 주게."
"예."
"맥코이와 스콧, 자네들은 나의 선실로 빨리 와주게."
커크는 일어서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고 있었으나 미리 계산하고 있었던 것처럼 좀 가다가 스타일즈에게로 돌아섰다.
"그리고 스타일즈, 자네의 제안은 쓸모가 있을지 모르나 당장에는 편견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되는 점이 있어. 스팍에 대한 감정은 자네의 가슴에만 간직해야 한다. 이제부터 그런 생각이 떠오르면 브리지에서 홀로 중얼거리지 말고 반드시 나에게 들려주게."
스타일즈는 핏기가 없어질 정도로 힘이 없었다.
"알았습니다."
 
전 우주의 평화를 위하여
 
자기의 선실에서 커크 선장은 두 발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씁쓰레한 얼굴을 하고 의사와 기관장을 바라보았다.
"시끄러운 문제를 가득 안고 있는 데도 아직 모자란다는 것뿐이구나. 확실히 스팍은 이상한 작자야. 보통 때에도 가끔 화를 내는 일이 있는데 그것은 우연의 일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타이밍이 나쁘다."
맥코이가 말했다.
"선장님, 정말로 우연한 일치라고 하면 말입니다."
"아마 그럴 거야. 나는 스팍을 믿고 있어, 그는 유능한 사관이다. 그런데 지구의 표준으로 볼 때 태도가 좋진 않아. 그리고 스타일즈의 태도도 좋은 건 아니지. 그런데 그 문제는 그렇다하고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거지 ? 로뮬르스 성인은 아직 달리고 있고 2, 3시간 후에는 중립 공역에 닿는다. 우리들은 어디까지 추적해야 할까?"
"그렇게 하면 전쟁이 돼요. 내전이 일어나......."
맥코이는 머리를 흔들었다.
"맥코이, 우리들은 이미 세 개의 전초 위성과 60명의 생명을 잃고 있어. 한센과 나는 함께 학교에 다닌 사이야. 몰랐었던가? 그건 그렇다하고, 스콧, 자네의 의견은?"
"60명의 생명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 엔터프라이즈 호에도 400명 가까이 타고 있어요. 로뮬르스 성인의 병기를 막을 방법이 없어요. 이쪽에서 특수 방사선포를 쏘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상대가 우선 중립 공역에 되돌아가 준다면 다시 성간 연합에 보고하여 해군에 뒤처리를 맡기고 싶은 데요. 그 동안에 적의 병기에 대해 연구도 할 수 있습니다."
"말도 알 수 있게 되고 녹음 녹화는 엔터프라이즈 호 이외에는 없는 귀중한 자료입니다. 만약에 전쟁에까지 끌고 가서 지기라도 하면 그것은 모조리 잃어버립니다."
맥코이도 전투는 피하자는 의견이었다. 커크 선장은 잠시 생각을 하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한 마디도 동의할 수 없으나 항행 일지에는 기록해두기로 하자. 다른 의견은?"
"없습니다."
맥코이의 말소리가 따지는 것 같았다.
"결국, 당신은 선장. 자기의 생각대로 하는 사람이며, 그 권리도 있소."
"나는 다만 이 전쟁을 막을 생각뿐이오. 이 우주선에는 400명의 생명과 그 속에는 결혼식까지 올리려고 한 젊은 아가씨도 있어요. 그러나 어떻게 하든지 막지 않으면 큰 전쟁이 됩니다."
커크 선장은 손톱 끝을 어두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가 덧붙였다.
"이 로뮬르스 성인의 침입은 우리들의 실력을 떠보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두 종류의 신병기를 가지고 갑자기 중립 공역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엔터프라이즈 호의 눈앞에서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대량 살인과 파괴를 행한 것이다. 그 의도는 자기들의 신병기의 실험이기도 하지만 우리들의 의도를 시험하려는 것이기도 하다. 50년 전에는 우리들이 그들을 물리쳤다. 그 후 그들은 우리들이 약해지고 있지 않는가를 확인하고 싶어하는 거다."
커크는 열을 올려 말했다.
"승산이 없다고 하여 동지가 살해되고 재산이 파괴되는 것을 그대로 볼 수 있느냐 말이다. 여기서 안전 제일로 행동한다고 중립 공역의 법률을 위반해 가며 침입하는 자를 놔둔다면 과연 그들은 앞으로 어느 정도 우리들에게 평화를 즐기게 해 줄 수 있을까? 우리들이나 지구에 있어서도 이제 평화로운 미래가 보장된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것을 그 녀석들에게 가르쳐 줄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는데?"
맥코이도, 스콧 기관장도 끄덕이며 들었다. 스콧이 말했다.
"옳은 생각입니다. 선장님."
"맥코이는 어때?"
"알았습니다. 단, 한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특수 방사선포 갑판에 있는 그 젊은 사람과 아가씨를 결혼시켜줍시다."
"이 중대한 때에? 결혼식에 적당한 때라고 생각하는가?"
"적당한 시기가 과연 두 사람에게 올는지 의문입니다.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떳떳하게 부부로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커크 선장은 싱긋 웃었다.
"좋아, 자네의 말대로 하자. 그러나 빨리 서둘러야 한다."
 
부산한 결혼식
 
회의가 10분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커크 선장이 깨달은 것은 브리지에 되돌아와서였다.
브리지에 변한 일은 없었다. 로뮬르스 성인의 우주선은 드 브로이파에 의해 다시 탐지되고 있으며 아직도 중립 공역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속도가 상당히 떨어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녀석들은 우리들의 기미를 알지 못하는지, 그렇지 않으면 함정에 빠뜨려 넣으려고 하는지, 어느 쪽이건 이대로 쫓아가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비스듬히 접근하여, 신경을 건드려 보자. 스팍, 좋은 코스를 발견해주게."
스타일즈와 칼 항해사가 좀 떠들썩했으나 커크 선장은 모르는 척했다. 스팍을 믿고 있는 것이다.
"나는 결혼식을 끝내고 오겠다."
잠시 후 강당에서는 커크 선장의 보통 때보다 좀 빠른 말소리가 울리었다.
"우주법의 규정에 따라 우리들은 이 여성 안젤라 마틴과 이 남성 로버트 톰린슨의 부부의 약속을 맺어주기 위하여 여기 모였다. 그리하여 나는 성간 연합의 제 1급 우주선 엔터프라이즈 호의 선장으로서 부여된 권한에 의해 두 사람이 부부가 된 것을 선언한다."
톰린슨은 커크의 재촉을 받고 겨우 신부에게 입을 맞추었다. '와' 하고 환성이 일어났다. 제니는 달려가서 안젤라의 볼에 키스를 했다. 맥코이는 톰린슨의 손을 잡고 힘차게 흔들고 어깨를 쳤다. 곁들여 신부에게 키스하려고 하다가 커크의 제지를 받았다.
"그건 선장의 특권이다."
그러나 선장의 모처럼의 특권도 실제로는 실현되지 않았다. 벽의 스피커가 선장을 호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스팍의 소리였다.
"포기하지!"
커크 선장은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이제 곧 간다. 스팍!"
 
전쟁은 끝났다
 
스팍이 선택한 코스는 그 차가운 혜성을 이용하는 일이었다.
천체 위치 추산력(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항성이 지구를 도는 것으로 만들어져 있는 천동설 쪽이 편리하지만, 우주공간에 나가면 지구에서 보는 별의 위치나 움직임은 아무 소용이 없어서 우주 생활에 알맞게 만든 달력임)을 조사하고 컴퓨터에 걸어 지금부터 440초 후에 혜성이 엔터프라이즈 호와 로뮬르스 우주선과의 사이를 가로지르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좋아, 그 곳으로 가자. 혜성이 사이에 들어오면 최대 속력으로 접근한다. 스콧, 특수 방사선포실에 포격의 필요가 있다고 전해라. 감각 장치의 눈금은 영으로 해 두어라."
스팍이 말했다.
"접근하기까지 앞으로 60초!"
스타일즈가 질문했다.
"특수 방사선포의 탄환이 그들의 방벽을 관통하지 못하면 어떻게 합니까? 선장님."
"응, 그럴 가능성도 많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어."
"......30......20......15......10, 9, 7, 6, 5, 4, 3, 2, 1, 0!"
우주선은 갑자기 혜성으로 다가갔다. 스크린 가득히 혜성이 펼쳐졌다.
"좋아, 여기다. 톰린슨 쏴라!"
선내의 조명이 어두워졌다가 순간 다시 밝아졌다. 특수 방사선포의 굉장한 소리가 딱 그쳤다.
"에너지를 지나치게 내서입니다."
스팍이 감정이 없는 소리로 말했다.
"메인 코일이 타버렸구나."
하고 말하면서 스팍이 컴퓨터의 뚜껑을 열고 회로선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스타일즈가 좀 망설이다가 도와주려고 다가갔다.
칼 항해사가 외쳤다.
"선장님! 상대방의 우주선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명중되었습니다."
"아직 충분하지 않아. 전 속력으로 후퇴! 안전한 코스로 진입하라."
그러나 스크린에는 그 위성 4023을 파괴한 것과 같은 종류의 공중 어뢰가 엔터프라이즈 호를 향하여 돌진해 오는 모습이 비쳤다.
"앞으로 2분 후면 명중하게 됩니다."
칼 항해사의 소리가 높아졌다.
"제니, 90초 후에 통신 로켓을 투하해 줘."
커크가 말했다. 이제 최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스크린에 비치는 공중 어뢰는 모양이 찌그러지고 점차로 납작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벗어나는 듯이 바깥쪽으로 말려 올라가, 파란 에너지의 꼬리가 길어지더니 갑자기 어두워졌다.
사정 거리(탄환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한계가 있었던 모양이다.
엔터프라이즈 호의 선체는 심하게 기울어졌다. 몇 사람이 바닥에 쓰러졌다. 스팍도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계기 컴퓨터가 터지고 불꽃이 튀었다.
"스콧, 손상을 보고하라!"
"선창의 일부에 금이 갔습니다. 그 외의 손상은 대단하지 않고, 중앙 방사선포는 아직 움직이지 않습니다. 코일을 교환하기까지는 공격이 불가능합니다."
우라 통신사가 보고했다.
"전방에 파괴물의 파편이 떠 있습니다. 사상자의 시체 같은 것도!"
왓 하고 함성이 올랐다. 커크는 손을 흔들어 제지했다.
"저쪽의 선내 통화기로부터 소리는? 우라!"
"없습니다. 시각 차단 스크린이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드 브로이파의 그림자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혜성이 방해하고 있습니다."
"음……."
커크는 생각에 잠겼다.
<모습을 자유롭게 지워버릴 수 있는 적은 이쪽의 병기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모성으로 돌아가 버린다. 그러면 다음 출현할 때에는 방어가 완벽한 대선대가 밀려오게 된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적선을 모성으로 돌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 그래, 그들의 병기의 사정 거리는 짧다. 그래서 무력한 3개의 전초 위성에 공격을 하고 후퇴했다. 이렇게 하여 이 쪽의 우주선을 고립시키고 지금은 측면에서 공격한다. 이번에는 뒤로 돌아와서 공격할지? 나 같으면 그렇게 하겠다. 이 우주선의 전리 항적 (해가 지나가면 지나간 흔적이 남는 것과 같이 광자 우주선이 지나간 다음에는 우주 공간에 변화가 일어나 지나간 흔적이 남는다. 전리는 이온화라고도 말하고 기체 이온이 일어나는 현상이다)에 들어가서 바싹 달라붙는다. 가는 쪽에는 응원의 함대를 기다리게 해 둔다. 이건가?>
"표류하는 파편은?"
우라 통신사가 물었다.
"낡은 수법이다. 옛날 잠수함에 잘 사용한 눈가림이다. 칼 항해사, 우주선의 방향을 바꿔라. 중앙 특수 방사선포의 포열이 곧바로 선미로 돌려지도록....... 스팍, 메인 코일의 교환을 기다리고 있을 수 없다. 특수 방사선포 갑판에 가서 수동으로 발포하는 지휘를 취해 주게. 스타일즈, 자네도 가서 그걸 도와 줘. 방향 전환이 끝나면 명령과 동시에 발사한다."
두 사람은 끄덕이고 나갔다.
방향 전환이 시작되고 있었다. 스크린은 지금까지 뒤의 방향이었던 공간을 포착하고 있었는데 전리 항적에 덮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혜성의 꼬리가 가스체에 뒤섞인 전방과 같았다.
이윽고 로뮬르스 우주선은 셋째 번의 행동을 개시했다. 그 위치는 커크 선장의 예상대로 이며 전리 항적의 중앙이었다.
우주선의 방향 전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커크는 이를 악물고 기다렸다. 스크린 위에 십자선이 유령처럼 흔들려 보이는 전리 항적 속의 적의 우주선에 다가갔다. 저쪽이 완전히 모습을 나타내면 공격해 올 것이다.
"지금이다. 스팍 빨리 발사해라!"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커크 선장은 특수 방사선포의 갑판에 이어지는 선내 통화 스크린의 스위치를 넣었다.
화면에는 녹색의 증기가 소용돌이치고 바닥에 두 사람이 쓰러져 있다.
코와 입을 누르고 있는 스타일즈가 보이기 시작했다. 포 자리에 닿으려고 애쓰다가 목구멍을 쥐고 쓰러졌다.
"스콧! 저건 뭐냐? 녹색의 안개 같은 건?"
"냉각액입니다. 보셔요, 스팍이......."
스크린에는 엎드려 기어가는 스팍의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뒹굴고 있는 시체 위에 로뮬르스 우주선의 파란 에너지의 화살이 퍼부어지고 있었다
모두가 꿈속에서의 일처럼 느릿느릿 움직이고 있는 그러한 느낌이었다.
이윽고 스팍은 겨우 중앙 특수 방사선포의 조정 컴퓨터에 닿자 몸을 일으켜 무릎을 꿇고 냉각액으로 마비된 손가락을 계기 위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나서 손바닥으로 발사 단추를 두 번 두들기고 그대로 쓰러졌다.
순간, 조명이 어두워졌다.
로뮬르스 성인의 우주선은 폭발되었다. 엔터프라이즈 호에서는 3명의 사망자가 생겼다. 톰린슨과 조수와 그리고 스타일즈였다. 안젤라는 냉각액이 뿜어졌을 때 그 갑판에 없었기 때문에 죽음을 면했다. 단 반나절 사이에 남편과 사별한 것이다.
커크 선장은 모든 것을 항행 일지에 기록했다.
3, 4명의 희생자로 본격적인 전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제 2차 로뮬루스 별과의 전쟁은 끝났다.
 
흉악범이 잠입하다
 
탠타르스 범죄자 식민지의 총독인 트리스탄 애덤스 박사로부터의 통신입니다."
우라 통신사가 커크 선장에게 마이크를 들어 넘겨주었다.
"커크 선장입니다. 또 하물이 남아 있었습니까? 박사님."
"아니, 하물은 모조리 운반했소. 엉뚱한 것까지 운반된 모양이오."
"예?"
"사이몬 반 겔다라는 사나이가 짐짝 속에 숨어서 탈출한 걸 발견했소. 지금 엔터프라이즈 호 안에 있을 것이오. 수사해 주기 바라오. 겔다는 흉악성을 발휘할 염려가 있으니까 주의하시오."
"알았습니다. 곧 수배하겠습니다."
화물을 창고에 넣고 아직 3분밖에 지나지 않았다. 즉시로 수사가 시작되었으나 그때는 이미 늦었다. 겔다는 재빨리 짐짝에서 나와 으슥한 데서 승무원을 몰래 습격하여 옷과 특수 방사선 총을 빼앗았던 것이다.
그대로 브리지에 나타나서 또 3분 정도의 선내의 활동을 마비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유명한 스팍 항해사의 신경 압박의 방법에 붙잡혀 병실로 끌려갔다.
정말 그것으로 끝이 난 것이었다. 보통 체포된 자는 정해진 대로 과학적 검사를 받고 호송선으로 탠타르스에 도로 보내진다. 그리고 애덤스 박사의 치료를 받게된다.
범죄자를 사회에 복귀시키자 라는 애덤스 박사의 오랜 주장과 노력을 커크 선장은 오래 전부터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한 번도 탠타르스 식민지를 찾아가 본 일이 없었기 때문에 겔다를 되돌려보내는 이 기회에 꼭 방문하고 싶다고 커크는 생각했다.
또 겔다라는 사나이에게도 흥미가 있었다. 우선 범죄자의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다. 탠타르스에 보내져오는 것은 범죄자 외에 정신 이상자도 있다는 것을 커크 선장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선장은 병실로 갔다.
죄수는 또 난폭한 짓을 하지 못하도록 묶여 있었다. 침착하게 하는 조치를 해서 실체 기능 테스트를 받고 있었다. 깊이 잠들고 있는 얼굴은 마치 아이들처럼 순진했다.
맥코이가 컴퓨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뇌파 전위 기록기에 이상한 파도가 눈에 뜨이는데 정신 분열증(정신병의 일종)은 아닙니다."
침대에서 신음하는 것 같은 울부짖는 소리가 났다. 의식이 되돌아온 모양으로 자꾸만 몸부림쳤다.
"보고에 의하면 잘 지껄인다고 했잖아."
하고 커크 선장이 말했다.
"그러나 그다지 뜻이 있는 말은 못 합니다. 말한 후 곧 잊어버리고 다른 말을 지껄입니다. 별로 엉터리 같은 느낌은 들지 않으나 좀더 조사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 유감입니다."
침대 위의 신음은 말소리로 변했다.
"그놈하고 손을 끊어라! 그놈을 다시 데려 와!"
커크가 들여다보며 물었다.
"너의 이름은?"
"내 이름......, 내 이름......."
사나이는 아직 몸부림쳤다. 묶여져 있기 때문이 아니라 무엇인가 다른 고통이 사나이를 괴롭히는 모양이었다.
"나의 이름은 사이몬, 사이몬....... 사이몬 반 겔다. 나의 이름을 들은 것이 처음이지?"
맥코이가 대답했다.
"아까도 같은 말을 했어요."
"내가? 잊었어. 나는 탠타르스 식민지에서 총독의 한 사람이었다. 죄수가 아니야. 나는......조수다......졸업하여...... 에......."
사나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박사 학위를 땄다."
생각하려면 고통이 심해지는 모양이었다. 커크 선장이 조용히 말했다.
"이젠 됐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겔다는 이를 악물었다.
"놈들은 나의 기억을 지워 버렸어. ……편집하고 조정하고……, 잊지 않아! 잊어버리지 않아! 절대로 나는 거기로 다시 가지 않아. 죽는 게 낫지. 죽는다! 죽어!"
사나이는 또 몸부림쳤다.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지고 큰 소리를 질렀다.
맥코이가 한 걸음 다가서더니 분무식 피하 주사를 놓는 소리가 씨익 하고 났다. 외침은 점점 조용해지고 중얼거리다가 이윽고 그쳤다.
"무엇인가 예상되는 일은?"
하고 커크가 물었다.
"한 가지만은 확실합니다. 이 사나이는 그 형무소라기보다 요양지라고 하는 곳으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감옥은 뭐라고 해도 감옥이니까요."
"또는 거기서 무엇인가 좋지 않은 일이 행해지고 있든지 말야……. 잘 감금해라. 좀 조사해보자."
커크 선장이 브리지에 되돌아오자 스팍 항해사가 라이브러리 테이프의 라인을 뷰어(보는 장치)에서 떼어내고 있는 중이었다.
"선장님, 조사했습니다. 틀림없이 우리 우주선에 잠입한 죄수는 반 겔다 박사입니다."
"뭐?"
"애덤스 박사의 조수로서 6개월 전에 탠타르스 식민지에 근무를 명령받은 사람입니다. 직원입니다. 전문 분야에서는 존경을 받고 있는 사람입니다."
커크 선장은 좀 생각하고 나서 우라 통신사 쪽으로 돌아섰다.
"우라 통신사, 탠타르스의 애덤스 박사를 불러 주게. 아, 박사님. 이쪽은 엔터프라이즈 호의 선장 커크입니다. 그 도망자의 일인데......."
"이상은 없어요? 다들 무사합니까? 난폭해지면......."
"아니, 모두 무사합니다. 박사님께 물으면 무엇인가 알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의사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습니다."
"아, 그럴 겁니다. 반 겔다 박사는 어떤 실험......특수한 빔의 실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성공하면 손을 댈 수 없는 성격이라도 고칠 수 있는 실험이었습니다. 반 겔다 박사는 자기를 실험대로 한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위험하게......."
애덤스의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을 때 맥코이가 브리지에 들어왔다. 한참 동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 커크 선장에게 스위치를 끊으라는 시늉을 했다.
커크 선장은 마이크로 향해 갔다.
"좀 기다려 주십시오."
우라 통신사가 스위치를 끊자 커크 선장은 맥코이에게 돌아섰다.
"뭐냐?"
"지금 이야기는 거짓말입니다. 겔다 박사는 어디가 나쁜지는 몰라도 본인 스스로 했다는 건 거짓말이오."
"증거는?"
"다만 인상이지만......."
"그건 말도 안돼.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은 보통 형무소 소장이 아니오. 죄수의 형무소 생활을 즐겁게 해주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주는 위대한 일을 한 애덤스 박사다. 과거 20년 동안에 해 놓은 일은 인류의 40세기에 걸치는 일보다 크다. 그러한 사람을 이유 없이 비난하는 것은 안 돼,"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조사를 의뢰해 봤으면 어떨까요? 부정이 있는지 어떨지....... 의뢰해서 나쁠 일은 없을 것 같아요."
"그건 그래."
커크 선장은 우라 통신사 쪽을 끄덕이어 보였다.
다시 스위치가 넣어졌다.
"애덤스 박사? 지금 우리 사관이 의견을 말했는데, 다시 말해서 성간 조사선 엔터프라이즈 호의 선장인 나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조사를 하여 정식 보고서를 만들겠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커크 선장, 오셔서 조사를 하시겠습니까? 좀처럼 손님이 없는 곳이 돼서 환영합니다. 다만 될 수 있는 한 적은 인원으로 오십사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우리들은 일의 성질상 관계없는 사람의 방문을 제한하여야 되겠지요."
"알았습니다. 엔터프라이즈 호로부터의 송신을 끝냅니다. 이거로 좋아? 맥코이."
"예."
"좋다. 어쨌든 조사가 끝나기까지 겔다는 여기에 둔다. 에......, 자네의 부하 중에 정신 의학과 형벌학을 전공한 사람이 없는가? 양쪽을 겸한 사람이면 더욱 좋아. 보내 주지 않겠어?"
"있어요. 헬렌 노엘. 그 여성은 의학 박사로서 범죄자를 재생시키는데 대한 논문도 썼습니다."
"좋아. 그럼 출발은 1시간 후."
 
식민지의 주민
 
엔터프라이즈 호의 사관이나 선원 중에는 여성이 꽤 많으나 특히 헬렌 노엘은 젊고 눈부실 만큼 미인이었다.
커크 선장이 헬렌을 알게 된 것은 크리스마스 파티 때이며, 이 때 승무원 중에 아름다운 여성이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탠타르스별은 차가운 생명이 없는 세계이며, 대기는 거의가 질소로 황폐해 쓸모 없는 곳이었다. 식민지는 모두 지하에 설치되어 지상에는 전송실, 엘리베이터의 탑승장, 그 외에 작은 건물이 있을 뿐이었다.
애덤스 박사는 두 사람을 사무실에서 맞이했다. 박사는 코 옆에 까만 점이 있었다. 몸집이 큰 부드러운 얼굴을 한 40대의 중간 정도의 사람이었다.
유머를 잊지 않고, 때때로 브랜디를 권했다. 명성이 높은 사람인데도 마음 편하게 사귈 수 있는 사람이며 방안이 어지간히 흩어져 있어 친밀감을 주었다.
박사의 옆에 키가 훨씬 큰, 얼굴빛은 좀 좋지 않으나 이목구비가 정연한 젊은 여성이 있었다.
"이 분은 미스 리시(망각이라는 의미)."
박사는 이렇게 소개했는데 커크 선장은 왠지 좀 기분이 나빴다. 아마 목소리와 몸짓에서 웬일인지 인간다운 것을 느낄 수 없었다.
"리시는 치료를 받으려고 여기에 와서 결국 의사로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매우 훌륭합니다. 이 여성은......."
"저는 일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리시가 딱딱하게 말했다. 커크 선장은 애덤스 박사에게 눈으로 허락을 청하고 나서 물어 보았다.
"여기 오시기 전에는?"
"딴 사람이었어요. 원한과 미움에 가득 찬 딴 사람이었습니다."
"어떤 사건이 있었습니까7"
"모릅니다."
애덤스 박사가 말했다.
"치료의 방법으로 기억 상실이라는 방법이 있습니다. 기억의 무거운 짐에 견딜 수 없는 사람에게서 그 무거운 짐을 없애 주는 것입니다. 하루의 괴로움은 하루로서 충분하다라고 하는 거죠. 자, 시찰을 해 보시겠습니까?"
"예, 전부 보여 주실 시간은 없을 것 같군요. 우선 겔다 박사가 실험하고 있었다는 장치, 그 실험을 보고 싶습니다."
"알았습니다. 따라 오십시오."
"좀 기다려 주십시오."
커크 선장은 바지 뒷주머니에서 통신기를 꺼냈다
"우주선과는 끊임없이 연락을 취합니다."
스팍 항해사의 소리가 통신기에서 전해져 왔다.
"겔다는 아직 회복이 안 됐습니다. 맥코이 박사가 두세 가지 간단한 사실을 밝혀내고 있습니다. 겔다가 말하는데 애덤스는 겔다에게 악의를 가지고 있어 그 실험 장치는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자세한 것은 모르겠습니다."
"알았어. 연락은 4시간마다. 여기는 아직까지 공명정대. 문제는 없는 것 같이 보인다. 통신을 끝낸다."
뒤돌아보자 애덤스 박사가 싱글거리고 서 있었다.
"좋습니까? 그럼 이쪽으로."
 
애덤스 박사의 실험
 
겔다가 위험하다는 그 실험실은 보통 치료실이었다. 방사선 의학의 치료실과 흡사했다. 커크와 애덤스와 헬렌 세 사람이 들어갔을 때 치료대의 위에 정신을 잃은 환자가 홀로 누워 있었다.
천장에서 내려진 작고 복잡한 장치에서 환자의 이마에 레이저 광선과 같은 가느다란 광선이 직선으로 비치고 있었다.
문 가까이에는 컨트롤 컴퓨터가 있고 거기에 의사가 한 사람 제복을 입고 서 있었다. 어떤 방사선인지는 알 수 없으나 보호복도 걸치지 않고 태연하게 가까이에 서 있는 것으로 보아 별로 위험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것이 문제의 장치입니다."
애덤스 박사가 조용한 소리로 설명했다.
"신경 강화기 또는 신경 제동기라고 합니다. 반대로 말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두 가지 모두 같은 작용을 하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신경이 전해지는 감도를 높이면 두뇌 내부의 교차 접촉점이라는 곳의 작용이 크게 증가됩니다. 감도를 더욱 높여 어느 한계를 넘으면 반대로 신경이 그 작용을 하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이것을 이용하여 환자가 안고 있는 고뇌와 소원을 처리하기 쉽게 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효과가 일시적이어서 기대할 만큼 쓸모가 있을는지는 아직 의문입니다."
"음."
커크 선장은 말했다.
"아직 의문인데......?"
"왜 그것을 사용하는가 말입니까? 선장님, 이유는 단 한 가지 희망입니다. 포악스럽게 된 환자의 진정에는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자세히 말하면 고비를 넘기기 위한 것에 불과합니다."
"진정제와 같은 거군요."
헬렌이 덧붙였다.
"끊임없이 환자의 혈관 내에 진정제를 보내어 환자를 진정시킬 수 있어요."
애덤스 박사는 끄덕였다.
"나의 목적도 거기에 있어요."
커크 선장은 치료대 위의 환자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제복의 의사에게 얼굴을 돌리고 물었다.
"그 장치의 조작은 어렵습니까7"
"아니요, 간단합니다."
의사는 말했다.
"전류의 강도를 재면서 스위치를 넣거나 끊을 뿐입니다. 환자가 휴식하고 있을 때의 출력을 뇌파에 맞추도록 해 왔으나 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동안에 뇌는 밖에서의 암시를 아주 받기 쉽습니다. 암시를 주어 치료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컴퓨터의 테이프에 맡기는 것처럼은 안 됩니다."
"이와 같은 이유인데, 환자의 앞에서는 길게 이야기할 수 없으니 설명은 사무소에서 하겠습니다."
애덤스 박사의 말소리에는 약간 초조해하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커크 선장은 관계하지 않았다.
"나는 하고 싶은 질문을 하고 싶을 때 마치고 싶습니다."
"선장님은 직선적(자기가 생각한 대로 말하거나 행동을 함)인 분이어요."
헬렌이 애덤스 박사에게 말하자 박사는 싱글거리는 얼굴이 되었다.
"선장을 보고 있으니까, '한 발로 서 있는 동안에 세계의 모든 지혜를 가르쳐라'하고 요구한 옛날의 학자를 생각하게 되는군요."
커크는 그러나 버티었다.
"나는 단지 확인하고 싶을 뿐입니다. 여기가 실제로 겔다 박사가 위험을 받았다고 말하는 곳인지 아닌지를......."
"틀림없습니다. 여기입니다. 이 장치입니다. 겔다는 고집쟁이여서 무엇이나 혼자서 실험을 해 왔지요. 광선의 강도를 최대로 높였습니다. 그러면 머리를 상하게 되는 것도 당연합니다."
"부주의한 사나이군요. 알았습니다. 박사, 다른 곳을 보여 주십시오."
"그러죠. 완쾌한 환자도 만나고 싶은 거죠."
 
암시에 걸린 선장
 
그날 밤 애덤스 박사가 준비해 준 침실에 가자, 커크 선장은 즉시로 엔터프라이즈 호를 불러냈다.
아직 새로운 일은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맥코이가 겔다의 기억의 상처와 맞서 연구하고 있었다. 진실을 알 수 있는 실마리는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겔다는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쳐 같은 말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저 놈은 우리를 텅 비게 만든다......그리고...... 우리들을...... 저놈 자신으로 가득 채운다...... 가득 차기 전에 도망쳐라...... 텅 빈다...... 쓸쓸하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거의 의미가 없는 말이었다.
그러나 보고를 받은 커크 선장에게는 무엇인가 생각되는 것이 있었다.
한참 후에 선장은 살짝 복도로 빠져나갔다. 발소리를 죽이면서 헬렌 노엘의 침실로 갔다.
헬렌은 문안에서 말했다.
"선장님, 안 돼요. 여성의 침실에 혼자서 이렇게 밤늦게 오시면 곤란해요."
커크는 말했다.
"공용 연락이야. 누가 보기 전에 안에 넣어 줘."
"그래도......."
"명령이다!"
헬렌은 망설이다가 옆으로 물러섰다. 커크는 재빨리 안에 들어가 손을 뒤로하여 문을 닫았다.
"고마워! 그런데 헬렌, 오늘 본 환자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어떻다니요? 모두 아무런 고통 없이 행복한 듯 했으며 온순하고......."
"좀, 정신이 빠진 사람 같은 느낌이 안 들었어?"
"예, 본시 정상적인 사람들은 아니니까."
"과연! 그런데, 나는 그 치료실을 다시 한 번 꼭 보고 싶어. 당신은 나보다 훨씬 이론이 밝을 테니까 좀 가르쳐 주기를 바라오."
"왜 애덤스 박사에게 직접 물어 보시지 않아요?"
"응, 만약에 애덤스 박사가 거짓말을 하거나 감추고 있으면 직접 물어 보아도 알 수 없지. 나는 그 장치를 조사하고 싶은데 조작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필요해. 함께 가주시오."
"좋아요, 가죠."
치료실은 쉽게 찾아냈다.
아무도 없었다. 커크 선장은 치료대에 누워 조종 장치를 가리켰다.
"부탁해. 출력 최하로 1초나 2초. 위험은 없다고 하는데, 정말인지 어쩐지 시험해 보자."
헬렌이 스위치를 끊고 또 끊었다.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왜 그래? 헬렌 시작해 줘."
"이미 2초 정도 했습니다."
"그래? 아무렇지도 않아."
"아니,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멍해지고....... 스위치를 끊자 또 얼굴을 찡그렸습니다."
"전혀 모르겠어. 다시 한 번 부탁해."
"지금은 어떤 느낌입니까?"
"뭐라고 할까 확실하지 않아. 다만 기다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다시 한 번 시험해 보려고 하니까 말야."
"벌써 실험해 보았어요. 선장님의 마음은 텅 비어서 시간의 경과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허허, 과연! 애덤스는 별로 대수로운 일은 생기지 않는다고 했으나 굉장한 효과가 있는데 그 의사는 밖으로부터의 암시를 받기 쉽게 된다고 말했는데 시험해 주지 않겠어."
"예."
"그런데 이 일이 끝나면 어딘가 주방을 찾아내어 뒤져야겠어. 배가 고파."
"효과가 있었어요."
헬렌의 소리가 긴장되어 있었다.
"저는 지금 2초 동안 아주 낮은 강도로 조정하여 '당신은 지금 굶주리고 있어'하고 말해 보았어요. 그러니까......."
"아무 것도 들은 기억이 없어. 어쨌든 다시 한 번 해보게. 의문을 남겨 두고 싶지 않으니까."
"그것이 좋지요."
헬렌의 말 대신 굵은 애덤스의 소리가 났다. 놀라 몸을 일으키자 눈앞에 특수 방사선 총의 총구가 불쑥 나와 있었다.
낮에 본 의사가 애덤스를 따라와서 헬렌에게 총구를 바싹대고 있었다.
애덤스는 말했다.
"형무소나 정신병원에서도 항상 모든 회화, 모든 소리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가? 좋아. 이제부터 한번 이상적인 실험을 해보자, 누워!"
애덤스는 컨트롤 컴퓨터로 다가가서 다이얼을 최대로 돌리고 스위치를 넣었다. 벌써 커크 선장에게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견딜 수 없는 고통의 파도가 습격하여 방안의 모든 것이 지워졌다.
앞서와 같이 시간의 경과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커크 선장이 알고 있는 것은 자기가 일어서서 애덤스에게 특수 방사선 총을 넘겨주는 일이었다.
고통스러웠다. 원인은 정신을 차려서 보니까 헬렌의 사랑이었다. 헬렌은 거기에서 없어지고 있었다. 홀로 있으니까 고통스러웠다.
<헬렌을 만나기만 하면 거짓말을 하고, 속이고, 우주선을 버리고, 명성을 잃어도 괜찮다. 헬렌을 만나고 싶다!>
커크 선장은 울기 시작했다.
애덤스는 커크의 특수 방사선 총을 의사에게 주면서 말했다.
"헬렌은 여기에는 없어요. 그 사람을 당장에 되돌려 보내 주겠다. 아, 이제 시간이다. 너의 우주선과 연락을 취하여 여기서는 아무런 이상도 없다는 것을 우주선의 부하들에게 알려 주게. 헬렌을 만나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헬렌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커크의 마음은 찔리는 것처럼 아팠다. 커크는 통신기를 꺼내어 찰칵 스위치를 넣었다.
"선장으로부터...... 엔터프라이즈 호에."
어쩐지 말하는 것이 매우 곤란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커크는 생각했다.
"예, 여기는 엔터프라이즈 호."
스팍 항해사의 소리였다.
"모든 것은 이상 없다. 스팍! 나는 아직 애덤스 박사와 함께 있다."
"선장님, 매우 지치신 것 같습니다. 문제없겠습니까?"
"전혀 없다. 6시간 후에 또 연락하겠다. 이상 통신을 끊는다."
커크가 통신기를 주머니에 넣자 애덤스가 손을 내밀었다.
"선장, 그것도!"
커크는 망설였다.
애덤스는 컨트롤 패널에 손을 내밀었다. 아픔이 되살아나고 강도가 2배가 되고 4배가 되었다. 이윽고 진짜 무의식이 커크 선장을 사로잡았다.
 
이마에 젖은 헝겊이 닿는다. 여자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커크 선장은 의식을 되찾았다. 눈을 떠보니 탠타르스 식민지 침실의 침대 위였다.
누구의 손인가 눈을 살짝 덮고 수건이 다시 떨어졌다. 헬렌의 소리가 났다.
"선장님, 저 사람들이 당신을 치료실에서 데리고 나왔어요. 여기는 침실이어요. 자, 일어나셔요."
"헬렌, 사랑하고 있어......."
커크 선장은 손을 내밀려고 했으나 힘이 완전히 빠져있었다.
"선장님, 그 사나이가 당신의 마음에 심은 것이어요. 애덤스는 광선을 비춰 놓고, 당신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했어요."
"헬렌!"
커크 선장은 팔꿈치를 짚고 겨우 몸을 일으켰다. 고통이 가슴을 적셨다.
"그래......, 그렇다고 생각해. 그 장치는 완전하지 못해. 어느 정도는 기억이 있어."
"잘 됐어요. 그럼 다시 한 번 머리를 식히겠어요? 헝겊을 적셔 오겠어요."
헬렌이 가버리자 커크 선장은 억지로 일어섰다. 현기증이 나기는 하나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문까지 걸어가서 밀어보았다. 물론 밖에서 잠가 놓았다.
애덤스 박사는 커크 선장에게 헬렌을 사랑하고 있다고 암시를 주었던 것이다. 방에 두 사람을 가둬 놓고 커크 선장에게 엔터프라이즈 호의 일을 잊어버리게 하려고 했던 것이다.
<그 수법에 넘어갈 줄 알아!>
커크 선장은 실내를 둘러보았다.
에어컨디셔너의 철책을 밀어보았다. 약간 휘었다.
"됐다!"
커크 선장은 온 몸에 힘을 주어 철책을 밖으로 밀었다. 다시 한 번 금속이 비틀려 끊어지는 희미한 소리가 나고 철책은 벗겨졌다. 무릎을 꿇고 뻥 뚫린 구멍에 머리를 넣어 보았더니 그것은 보통 통기관이 아니라 배관 수리용의 통로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체격이 좋은 선장은 어깨가 걸렸다. 커크 선장은 헬렌 쪽에 손을 내밀고 꼭 껴안은 척 했다.
"미안, 감시받고 있을 지도 모르니까."
커크는 속삭였다.
"이 통로는 여기저기에 통하고 있을 거다. 전원이 있는 곳에도....... 가봐 줘. 시설 전체를 정전시키면 스팍들이 이상 상태라고 알고 와 줄 거야. 부탁해."
"예."
"전선에 닿지 마. 덫일지도 몰라."
"예."
헬렌은 한 번만 커크 선장의 등에 돌린 손에 힘을 주었다. 커크 선장도 힘을 주었다. 그리고 나서 두 무릎을 바닥에 붙이고 몸을 비틀어 통로 속으로 겨우 들어갔다.
커크 선장은 철책을 본래대로 끼워 넣는데 고생했다. 겨우 끝났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 의사였다. 특수 방사선 총을 들고 방을 둘러보고 물었다.
"아가씨는?"
"너희들 패거리가 데리고 갔어. 그런데 조금이라도 그 사람에게 상처만 입혀 봐라. 쳐죽일 테다!"
커크는 몸을 구부리면서 썩 앞에 나섰다. 권총 끝이 움직였다.
"물러서라! 괜한 짓을 하면 사정없이 쏠 테다. 내 앞을 지나 복도에 나가라."
"멍청하게 방아쇠를 당겨 봐라. 두목에게 변명을 할 수 없어. 좋아 나가기로 하지."
애덤스는 치료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커크는 내려치듯이 말했다.
"어떻게 된 거야, 이건."
실험대를 가리키며 또 말했다.
"이건 어쩔 작정이야. 협력하고 있으니까 가르쳐 주어도 좋잖아."
"허헛, 아무 말도 할 것 없어. 누워 주게 선장! 좋아, 그런데......."
광선이 선장의 머리를 찔렀다. 반사적으로 반항을 하여 시간의 경과만은 알았으나 마치 머리 속의 꼭지를 누가 열어놓은 것 같았다. 빠른 속도로 의지가 흘러 나가는 느낌이었다.
애덤스가 말했다.
"자네는 나를 완전히 믿고 있다. 신용하고 있다. 신용하지 않는다는 마음을 가지면 그와 동시에 강렬한 아픔이 온다. 자네는 배신하지 못한다."
"믿고 있어."
커크는 엉뚱한 소리로 말했다.
"믿고 있어. 신용하고 있어. 그러니까 멈춰 줘. 멈춰 줘!"
애덤스는 스위치를 끊었다. 고통은 좀 약해졌다.
"이제 됐다. 겔다는 특별히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서 처치가 곤란했어."
"무슨 목적으로 이런 짓을 하는 거냐? 당신은 유명하며 훌륭한 일을 했어. 그런데도......?"
"허허, 아직도 질문할 힘이 남아 있다니....... 놀랐는데? 나는 이제 남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 싫어졌을 뿐이다. 나는 홀로 편하게 살고 싶다. 선택된 우수한 인간으로....... 자네도 협력해 주겠지?"
"물론이다. 그런데 좀더 신용해 주어......."
"그렇다면 당연히, 그러나 인류 전체를 신용할 수는 없어. 그놈들이 내게 넘겨 준 것은 오직 이 탠타르스만이 아닌가?"
문이 떨리는 소리가 나고 여의사 리시가 들어왔다.
"헬렌이 없어졌습니다. 아무도 데리고 나가지는 않았습니다. 저절로 사라졌습니다."
"무엇이?"
애덤스는 찰칵 스위치를 넣었다. 광선이 최대의 출력으로 커크 선장에게 흘러 들어갔다. 커크의 머리 속은 자꾸만 텅 비어갔다.
"어디 있어? 헬렌은 어디 있냐?"
"나는...... 모른다."
아픔이 가해졌다.
"대답해! 어디냐!"
"모른다!"
대답을 하라고 하나 무리한 일이었다. 커크는 헬렌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한다. 고통이 심하기 때문에 질문에 직접 대답할 밖에 여유가 없다. 애덤스도 이윽고 이것을 느꼈다.
광선의 강도가 좀 약해졌다.
"자네. 그 여자를 어디로 보냈지? 어떤 명령을 했어? 대답해?"
고통이 점점 더 심해졌다. 오히려 황홀한 느낌마저 느끼기 시작했을 때 전등이 일제히 꺼지고 희미한 전등이 켜졌다.
커크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생각하기보다 먼저 훈련으로 단련된 반사 신경을 즉시 사용했다.
그 순간 의사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쓰러지고 애덤스와 리시는 특수 방사선 총 앞에 서 있었다.
"시간이 아깝다."
커크는 의식을 빼앗아 버릴 때 사용하는 특수 방사선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고독과 공포의 덩어리가 되어 복도로 뛰어 나갔다.
"헬렌!"
어떻게 해서라도 헬렌의 곁으로 가고 싶었다. 머리 속에는 믿으라고 명령한 사람을 배신한 고통의 하얀 선이 관통되고 있는 이외에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다.
커크 선장은 발전실을 찾기 위해 시설의 중심부로 향하여 달렸다. 복도에는 흐리멍덩한 눈을 하고 있는 환자들이 갑자기 정전이 되자 웬일인가 하고 몰려 나와 우왕좌왕하고 있었으나 상관하지 않고 달렸다.
마치 언제 그칠지도 모르는 악몽 속을 헤매고 있는 것 같았다.
저쪽에서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헬렌이었다.
커크 선장과 헬렌은 말도 없이 서로 껴안았다. 그 때 부웅 하고 귀에 익은 낮은 소리가 들려왔다.
실체화가 행해질 때 나는 소리였다. 스팍의 소리가 났다.
 
"커크 선장님! 어떻게 된 겁니까?"
헬렌은 커크에게서 물러섰다.
"선장님 때문은 아닙니다. 자, 빨리! 애덤스는 어디에?"
"위쪽이다."
커크의 소리는 맥이 풀려 있었다.
"치료실이다. 헬렌, 헬렌......."
"커크 선장님,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안 돼요."
 
기묘한 최후
 
애덤스는 치료대 위에 길게 누워 있었다. 스위치는 넣은 대로며 장치는 정상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컨트롤 패널(컴퓨터)의 옆에서 리시가 무표정한 얼굴로 서있었다.
스팍 항해사와 우주선의 보안 대원 전원의 호위를 받으며 커크와 헬렌이 들어가자 리시는 겨우 스위치를 끊었다.
맥코이가 실체화로 어디에선가 나타나서 애덤스의 위에 몸을 구부렸다.
"죽었어."
"그럴 리가 없어요. 장치는 사람을 죽일 만한 힘은 내지 않고 있었는데……."
헬렌이 말하자 리시가 차가운 소리로 말했다.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난 광선을 보내어 텅 비게 하고 아무 말도 걸어 주지 않았어요."
"그것만으로 사람이 죽어요?"
헬렌이 물었다.
그러자 맥코이가 대답했다.
"이유가 없이 사람은 죽지 않는데......."
"아냐, 나는 무엇인가 조금 알 것 같이 생각되는데......."
쿵쿵 울리는 머리를 잡고 커크가 말했다.
또 리시의 차가운 소리가 울리었다.
"이 사람은 고독이 원인이 되어 죽었습니다. 그걸로 충분해요."
 
"우선 어떻게 하겠습니까? 선장님."
"겔다 박사를 여기 오게 할까? 그리고 내게 걸었던 묘한 암시를 지워버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 헬렌에게 실례를 했어. 그러나......."
커크 선장의 마음속에는 아직 헬렌에게 향한 마음으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헬렌이 조용히 대답했다.
"괜찮아요, 선장님. 무섭기는 했지만......."
잠시 후에 맥코이가 말했다.
"외로움이 원인이 되어 사람이 죽다니 믿을 수 없는 일이요."
"그런 일은 없다."
커크의 소리는 가라앉고 있었다.
이제는 완전히 회복되어 평상시의 커크 선장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뱀주인자리 70번 별
 
우주 공간을 조난 신호인 SOS가 퍼져가고 있었다. 신호를 받은 엔터프라이즈 호의 브리지는 긴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라? 우주선 이름은?"
"선장님, 우주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강력한 초발전기가 아니면 보낼 수 없는 전파입니다. 이러한 발신기를 우주선에 싣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방향은?"
"뱀주인자리에 있는 70번 별의 태양계 방향입니다."
선내의 라이브러리 테이프가 그 별의 구역에 관한 기록을 브리지에 보내왔다.
뱀주인자리 70번 태양계의 제 4행성은 인류가 올라간 최초의 행성이었다.
500년 정도 옛날 지구에 '차가운 평화'라고 불리는 정치적 분쟁이 일어나 우수한 장비를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그 별로 망명 이주했던 것이다.
그 후 한 번 그 곳에 방문한 우주선이 있었다. 그들은 박해를 받은 일을 되새겨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포격을 가했다.
은하계에는 그 외에 더욱 흥미 깊은 별이 수없이 많이 있다. 대규모의 탐험대의 제 1진은 아주 옛날에 지나갔다. 뱀주인자리의 70번 별과 같은 세계는 탐험대를 환영해 주지도 않는데 누가 관심을 가질까? 아무도 가지 않기 때문에 그 별은 외로운 평화를 즐기게 되었던 것이다.
그 행성에서 SOS가 나오고 있다는 것은 구조를 바란다는 것이다. 발신 후 10년 정도 지나서 지구에 전파가 닿을 예정이었으나 항성간의 공전(공간 전리층)을 관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마침 엔터프라이즈 호가 그 별 근처를 가까이 접근하는 순간 그 신호를 받게된 것이다.
"즉시 구조하러 간다."
커크 선장은 외쳤다,
엔터프라이즈 호는 별의 바다를 흐르는 것처럼 날아가서 점점 그 별에 접근했다.
광대한 바다와 무늬처럼 떠 있는 구름.......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었다. 숲으로 뒤덮인 대륙이 세 개, 그 사이 사이로 크고 작은 섬들.......
"스크린의 배율을 높여 줘."
당장 대륙 부분이 크게 비치었다.
도시가 있고, 그 주위에 푸른 농지가 보였다.
엔터프라이즈 호는 행성의 밤 쪽으로 돌아가 보았다. 사람이 살고 있는 별이라면 불빛이 보일 것이었으나 캄캄했다.
"이상한데? 우라 통신사, 아직 응답은 없는가?"
"예, SOS 밖에 들려오지 않습니다. 이 쪽에서 보낸 호출에는 대답이 없습니다."
"응!"
생각에 잠긴 선장에게 스팍 항해사가 말했다.
"이젠 늦은 것 같아요. 선장님."
"그런 것 같은데....... 그러나 어쨌든 내려가 보자. 스팍, 맥코이 박사, 그리고 제니와 보안부원 중에서 두 사람을 뽑아서 전송실로!"
 
조사대 상륙
 
조사대 일행이 실체화한 것은 가장 큰 도시의 중앙 광장이었다. 거기에는 아무도 없었다.
커크 선장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건물은 어느 것이나 망명자가 지구를 탈출한 2100년대 초기의 것이었다. 먼 옛날부터 아무도 살지 않고 다만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창문은 활짝 열려있고 바람에 날려온 흙이나 먼지가 길다란 파도처럼 가장자리에 쌓여 있었다.
금이 간 보도에는 잡초가 높이 우거지고 있었다.
광장에는 승용차와 같은 것이 녹이 슬어 조각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전쟁이 있었던 것은 아닌 모양이군."
"급성 전염병이 돌았는지도 모릅니다."
스팍 항해사와 맥코이 박사는 낮은 소리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큰 소리는 도저히 낼 수가 없었다. 무섭도록 조용했기 때문이다.
커크가 서 있는 바로 옆은 먼지가 앉은 분수였다. 그 가까이에 낡은 어린이용 세발 자전거가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
녹슬기는 했으나 아직 사용할 수 있는 모양으로, 건물 속에라도 보관해 두었던 것 같이 보였다. 그 옆에 승용차가 몹시 녹이 슬어 있는데, 소형의 어린이용 자전거가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커크는 문득 핸들에 붙어있는 부저의 버튼을 눌러 보았다.
"리리리링......!"
하고 작은 소리가 울리었다. 조사대 일행은 그 자전거를 둘러싸고 살펴보았다.
그 때 뒤에서 성난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만지지 마! 그건 내 것이란 말이야!"
일행은 얼른 뒤돌아 섰다.
하나의 휴머노이드(지구의 인류와 비슷한 체격을 한 딴 별의 생물)가 바로 가까운 건물에서 뛰어나와 두 팔을 들고 돌진해 왔다. 무척 빨랐다.
커크 선장마저도 제대로 관찰할 수 없을 정도였는데, 그것은 낡아빠진 옷을 입은 늙은이라는 인상이 들었다. 그 때 그는 맥코이 박사에게 달려들었다.
맥코이 박사는 얻어맞고 쓰러졌다.
남은 조사 대원이 재빨리 달려들었으나 상대는 굉장한 힘으로 날뛰었다. 커크 선장이 정면으로 마주서자 이빨을 드러내고 안타까워서인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었다.
커크는 사정없이 주먹에 힘을 주어 때렸다. 그러나 상대가 늙었다고 생각하고 힘껏 때리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상대는 맥없이 쓰러지고, 이어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피부는 점 투성이이고 틀림없는 노인인데, 더럽고 찢어진 셔츠에 짧은 바지, 그리고 운동화를 신은 어린애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울먹이며 떨리는 손으로 자전거를 가리키면서 말하는 것이다.
"고쳐 줘요! 누가 고쳐 줘요!"
커크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으나 불쌍해졌다.
"우리들이 고쳐 줄께."
그러자, 그는 킥킥 웃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
소리는 점차로 높아지고 드디어 화난 노인의 소리로 변했다. 길다랗게 손톱이 자란 손으로 세발 자전거를 잡고 무기로써 쓸 듯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더니 문득 자기 팔의 점을 보았다. 순간 또 울기 시작했다.
"고쳐줘요! 부탁이니까 고쳐줘요. 빨리, 빨리."
눈을 부릅뜨고 어깨로 숨을 쉬기 시작했는데, 이윽고 벌렁 뒤로 나자빠지더니 뻣뻣하게 굳어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맥코이 박사가 무릎을 꿇고 굳어진 몸에 청진기를 댔다.
"믿을 수 없어.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야."
"아니......, 이게 죽었다는 건가?"
커크가 기웃거렸다. 맥코이가 얼굴을 들었다.
"아니, 살아있다는 건가? 체온이 150도를 넘고 있습니다. 이런 높은 체온으로 살아 있다니......."
"아니 정말인가?"
커크 선장은 얼른 얼굴을 들었다.
왼쪽 골목에서 말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또?"
 
소녀 밀리
 
"우리들은 감시를 받고 있는 모양이군. 저쪽에 하나가 있어. 붙잡으면 무슨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다. 해 보자!"
커크 선장이 속삭이듯이 말하고 조사대는 말없이 지금 소리가 난 골목으로 달려갔다. 앞에서 도망치는 발자국 소리가 났다. 골목은 막혀 있었으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일행은 특수 방사선 총을 들고 막다른 곳에 있는 주택 같은 건물 속으로 들어갔다.
조심조심 수색하면서 거실 같은 방으로 들어갔다. 먼지가 뽀얗게 앉은 피아노가 있고 악보대에 어린이용 연습곡집이 펴져 있었다. 낡을 대로 낡은 그 책에는 '연습, 연습, 연습!' 이라고 쓴 낙서가 있다. 누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방이었다.
커크 선장은 벽장을 쳐다보았다.
<숨었다면 여기다!>
문에 귀를 대어보니 숨소리가 들리고 달칵 소리가 났다.
커크는 다른 사람들에게 손짓으로 여기 있는 것 같다고 시늉을 하자 스팍과 보안 부원이 얼른 벽장을 둘러쌌다.
커크 선장은 불렀다.
"나오라! 해를 주지 않는다. 어서 나오라!"
대답은 없었으나 숨소리는 이제 확실히 들렸다. 커크는 재빨리 문을 열었다.
벽장 속에는 낡은 옷 무더기와 우산이 하나, 그리고 낡은 신이 몇 켤레 먼지를 쓰고 있었다.
 
나이는 겨우 13, 4살의 검은 머리칼의 소녀로 크게 뜬 눈이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있었다.
"제발 아프게 하지 말아요! 부탁이어요! 왜 또 되돌아왔지요?"
"아프게 하지 않는다."
커크는 부드럽게 소녀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협력해줘요, 자."
그러나 소녀는 벽장 안쪽으로 뒷걸음을 치려고만 할뿐이었다. 여성 사관 제니가 몸을 구부렸다.
"괜찮아, 약속해요. 아무도 아프게 안 해요."
"나, 당신들이 한 일을 알고 있어요. 큰 소리로 외치며 불에 태워 죽였어요."
"우리들은 다르다. 나와서 이야기해 줘요."
소녀는 의심하는 눈치였으나 그래도 제니의 말에 벽장 속에서 나와 의자에 앉았다.
의자에서는 뽀얗게 먼지가 일어났다.
"당신들은 후리(속임수) 놀이를 해요? 전 규칙을 몰라 못 해요."
커크가 말했다.
"우리들도 몰라. 그보다도, 모두 어떻게 됐지? 전쟁? 그렇지 않으면 전염병? 너희들만 여기 있는 이유는 뭐지? 이야기해 줘."
"알고 있죠? 그걸 한 건 당신들이어요. 그래프스가 했어요."
"그래프스? 우리들이......."
"당신들은 그래프스여요. 그래요. 그걸 했어요."
제니가 커크에게 속삭였다.
"선장님! 그래프스라는 건 '그른압프스'라는 말인데, 어른이란 뜻이어요."
맥코이 박사는 방안을 돌아다니며 무엇인가 검사를 하다가 돌아왔다.
"선장님, 이 먼지는 300년 동안 조금씩 쌓여져 온 것입니다. 방사능은 물론 화학적인 오염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보통 먼지입니다."
커크 선장은 소녀에게로 돌아섰다.
"이봐, 아가씨? 이름이 뭐지?"
"밀리."
"좋은 이름이구나. 밀리, 나는 커크다. 그래프스가 큰 소리로 외치고 불에 태워 죽였다고 했지. 왜 그런 짓을 했지?"
"병들었기 때문이지요. 어린애들은 병에 걸리지 않아요. 그래서 숨어 있었어요. 저, 저의 후리는 이거로 좋지요?"
"그런데 넌 지금 병에 걸렸다고 했는데 걸린 사람은 모두 죽었어?"
"예, 그래프스는 반드시 죽어요."
그것은 사실이었다. 어른이 먼저 죽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이들은 어때?"
"지 온리? 물론 죽지 않아요. 우리들은 모두 여기 있어요."
맥코이가 물었다.
"또 있어? 몇 명 정도지?"
"있는 사람 모두."
커크는 스팍에게 말했다.
"보안 부원을 데리고 또 생존자가 있는지 조사해 보게. 이봐, 밀리! 그래서 그래프스는 모두 이젠 여기에 없는 거지?"
"예. 그런 일이 있은 후부터는....... 이제 당신들도 그 그래프스처럼 큰 소리로 외치고 날뛰며 사람을 해치게 돼요."
맥코이가 또 물었다.
"밀리, 밖에서 습격해 온 것이 있었다는데, 너는 보고 있었겠지? 그것이 그래프스인가?"
"그래요."
소녀는 몸을 떨었다.
"프로이드라는 아이여요. 저 아이도 그래프스가 되었지요. 나도 지금 되어가고 있고요. 그래서 이제 딴 애들과 같이 있을 수가 없지요. 모두가 겁내요."
"뭘 겁 내지?"
커크가 물었다.
"프로이드를 보았지요? 굉장히 난폭해져요, 피부에 저 무서운 점이 나오면 곧 살인을 좋아하는 그래프스가 되어요. 당신들은 어디서 왔지요?"
소녀는 커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응, 우리들은 먼데서 왔어. 언제나 먼 별을 돌고 있어. 그래서 많은 걸 알고 있다. 잘 하면 밀리 너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네가 협력해 주기만 하면."
"그래프스는 도와주지 않아요. 이렇게 된 것은 그 사람들 때문이지요."
"응, 우리들이 아니야. 우리들은 달라. 믿어 줘."
제니가 옆에서 손을 내밀고 살짝 밀리의 뺨을 어루만졌다.
"이봐. 부탁이야 믿어 줘."
그리고 나서 한참 후에야, 밀리는 비로소 생글 웃어 보였다. 그러나 밀리가 말을 하기 전에 바깥이 갑자기 소란해졌다.
지붕 위에서 깡통을 굴리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특수 방사선 총을 쓸 때 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썩 먼 곳에서 많은 아이들의 높은 소리가 왁자지껄했다.
"냐아, 냐아, 냐아, 냐아."
"보안 부원!"
스팍이 커다란 소리로 불렀다. 보안 부원의 응답소리 대신 아까보다 더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냐아, 냐아, 냐아, 냐아, 냐아!"
소리는 메아리쳐 시끄러웠으나 이윽고 딱 그쳤다. 주위는 다시 조용해졌다.
커크는 밀리에게 말했다.
"친구가 발견되는 것이 싫은 모양이구나."
"그래요."
맥코이가 말했다.
"숨바꼭질은 끝이 없어요.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어디엔가 기록이 남아 있을 겁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선 원인을 규명하지 않고서는....... 아마 대중 위생의 중심 기관을 조사하면 알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봐, 밀리, 가르쳐 줘. 이 근처에 의사들이 있었던 건물은 없어?"
"알아요. 알지만......"
밀리는 아주 싫은 듯이 말했다.
"의사가 바늘을 휘두르는 곳 말이죠? 싫은 건물이어요. 아무도 가지 않아요."
"우리들은 거기에 가고 싶다. 너를 도와주는 데 필요하다. 데리고 가줄 수 있어?"
커크가 손을 내밀자 밀리는 수줍은 듯이 있었는데 살짝 자기의 손을 올려놓고 얼굴을 들었다. 눈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커크라고, 좋은 이름이네요."
"고맙다. 나는 너의 이름도 그리고 너도 좋아."
"당신이 그래프스라고는 생각되지 않아요. 상냥스러운 걸요."
밀리는 얌전하게 일어섰다. 그때 밀리는 좀 손에 힘을 주어 쥐었다가 살짝 놓았다.
"왜 그래? 밀리?"
밀리는 아래를 보고 있었다.
"벌써 시작됐어요."
커크는 밀리의 손을 보았다. 손등에는 참새알 만한 푸른 점이 하나 떠오르고 있었다
 
피부에 푸른 점이
 
연구실은 설비가 잘 되어 있었다. 더욱이 창이 없는 건물이어서 먼지도 그다지 들어오지 않았고....... 어쩐지 무덤 속과 같은 느낌은 나지만 괜찮다고 커크 선장은 생각했다.
푸른 점은 벌써 조사 대원 전원의 피부에도 나타나고 있었다. 스팍 항해사의 점만이 작고 퍼지는 속도도 느린 것 같았다. 이 것은 다른 조사 대원이나 이 별의 주민과 출신이 다르기 때문에 저항력도 다른 모양이었다.
맥코이 박사는 푸른 점의 조직을 베어 내어 여러 가지 배양기(세균을 키우기 위해 사용하는 액체나 고체)를 사용하여 배양에 착수했다. 이윽고 배양 접시 위에 주름이 잡히고 반짝반짝 빛나는 푸른 반점이 생겨났다.
조사해 보니 그것은 콜레라균에 흡사한 번식력이 강한 박테리아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선장님, 이것이 병의 직접 원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우주선에서 실험 동물을 실체화해 보았는데 이 박테리아만으로써는 감염될 수 없습니다. 또 하나 이것과 관계가 있어서 협력하고 있는 미생물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바이러스(초현미경적인 크기의 아주 작은 미립자이며, 산 세포 속에서만 증식하는 병원체)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배양한 박테리아만으로써는 감염이 일어나지 않으나 나의 손이 실험 동물에 닿으니까 감염되었습니다."
"알았어. 어쨌든 강한 전염력이 있군. 나와 제니는 밀리에게서 옮았으며, 다른 사람들은 처음의 두 사람으로부터 전염됐다. 이 이상 병이 퍼지지 않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커크는 통신기를 향해 말했다.
"커크 선장으로부터 엔터프라이즈 호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누구를 막론하고 다음 명령이 있을 때까지 절대로 여기 내려오는 것을 금지한다. 다시 말한다. 누구를 막론하고 내려오는 것을 금지한다. 이 행성은 전염병의 병균으로 더러워지고 있다. 우리들이 돌아갈 때까지 살균 처치를 준비해라."
맥코이가 옆에서 말했다.
"계산기를 내려보내라고 하셔요."
"그렇지. 계산기가 필요해. 알았어. 휴대용 생물 계산기 중 가장 큰 것, 고양이의 두뇌로 만든 그것 말이다. 그걸 내려보내라."
맥코이 박사는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스팍 항해사는 벽의 큰 서류함을 조사하고 있었다. 스팍이 서류철을 펼치고 커크를 불렀다.
"선장님, 이런 서류철이 서랍에 많이 있습니다. 이걸 조사하면 무엇인가 알 수 있을 겁니다. 휴대용의 생물 계산기 정도로는 자료의 처리에 1년 정도 걸립니다.""통신기를 사용하여 우주선의 컴퓨터로 하게 하자. 그런데 무슨 서류냐?"
커크는 서류의 목차를 읽었다. 거기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경과보고. 생명 연장 계획 유전학 부문.」
"좋아, 일을 착수하자. 제니, 서류를 종류별로 구분하자. 우선 긴 테이블 위에 서류철을 유전학 부문, 바이러스학 부문, 면역학 부문, 그 외 여러 가지 같은 부문별로 구분하여 놓아라. 밀리!"
"예?"
"어려운 말의 의미는 몰라도 종류 별로 구분하면 된다. 자, 너도 도와주겠지?"
밀리는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생명 연장 계획
 
서류며 그 외 연구실에 있는 자료를 맞추어 가는 동안 애가 탈 만큼 느렸으나 생명 연장 계획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원리는 신체의 세포에 갑자기 변화를 일으키게 하여 늙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며, 그 갑작스러운 변화를 일으키게 하는 것은 일종의 바이러스였다. 어린이가 갓 태어났을 때 바이러스를 혈관에 주사하면 어른이 되기 직전에 호르몬에 의해 힘을 잃기까지의 사이, 성장의 속도를 몹시 느리게 하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잘 되지 못했어. 생명은 연장되나 그것은 어릴 때뿐이며 어른이 되자 바이러스는 신체의 밖으로 나가 버린다. 그리고 나서 다음에는 병의 기본이 되어 다시 한 번 침입하게 되고 곁들여 푸른 점을 만드는 박테리아도 들어간다."
맥코이 박사가 설명했다. 제니는 자꾸만 밀리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어린 시절이 길다는 건 좋아요. 꿈 같아요."
"제니, 꿈은 꿈이라도 악몽이야. 주사를 맞은 사람은 100년이 지나야 보통 한 달의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어른이 되자마자 죽고 많다."
커크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맥코이가 맞장구를 쳤다.
"어린이들이 아직 이 만큼 많이 살아 남아 있다는 것이 놀랍다. 밀리, 그래프스가 모두 죽은 후 너희들은 어떻게 해서 살아 왔지?"
"배는 고파도 찬장 안에는 깡통이 가득해요. 마미도 있고......."
"마미?"
"이렇게 하는 것 있잖아요."
밀리는 회전식으로 깡통을 여는 모양을 했다. 제니는 웃음이 나왔다.
"커크, 당신들은 이제 가버릴 거여요?"
커크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니, 아직은 안 가. 우리들은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어. 맥코이, 실험 데이터는 발견이 안 됐나?"
"선장님, 지하의 귀중품 보관소에 있지 않을까요?"
"빨리 알아봐 주게. 바이러스를 고정시키고 합성하여......."
"어머, 잘 됐어!"
밀리가 안심하듯이 말했다
"여러분들, 아직 가버리지 않지요? 이제부터라도 조금은 즐길 시간이 있는 걸, 기뻐요."
"밀리, 그건 조금 곤란해. 미스터 스팍, 다른 아이들에게는 접근하지 못한 게 아닌가?"
"그들은 지리에 밝은 데다가 굉장히 빨라요."
"알았어. 다른 방법으로 하자! 밀리, 아이들을 찾아내는데 도와주지 않겠어?"
"찾아 내지 못해요. 모두 무서워서 숨어 있는 걸요. 저도 무서워들 하니까......."
"어쨌든 해 보자. 너는 이해를 해 주었잖아?"
밀리는 큰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전 이젠 지 온리가 아니어요. 어른이 된 걸요."
밀리는 일어서 방에서 밖으로 달려갔다. 제니가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작은 아이가......."
제니가 말하고 커크가 말을 받았다.
"너보다 300살이나 더 많아. 제니, 그러나 저 애는 감정이 너무 예민한데......."
1분 정도가 되자 밀리는 천연스러운 얼굴로 되돌아와서, 무엇인가 도와주고 싶어하는 얼굴을 했다. 맥코이가 연필을 깎아달라고 부탁하자 얼른 깎기 시작했으나 눈은 커크에서 떼지 않았다.
커크는 모르는 척 했다.
엔터프라이즈 호에서 통신이 들어왔다.
"선장님입니까? 여기는 컴퓨터실의 화렐입니다. 준비가 되었습니다."
"좋아! 대기하고 명령을 기다려. 스팍, 무엇부터 계산을 시킬까?"
밀리가 한 줌 가량의 연필을 내흔들며 다가왔다.
"이만큼 있으면 돼요? 선장님!"
"응! 좀더 깎아주었으면 고맙겠는데......."
"좋아요. 깎아 드리겠어요."
스팍이 테이블 위에 서류를 펼쳤다. 커크와 맥코이가 다가왔다. 밀리는 재미없다는 듯이 거기서 물러섰다.
"이 서류인데요. 실험 데이터입니다. 지하실에서 발견했습니다. 기록한 의사도 병에 걸려 있었던 모양입니다. 기분이 나빠서 과연 제 정신으로 기록했는지 어쨌는지 자신을 가질 수 없다고 쓰여져 있습니다."
커크가 물었다.
"응, 이 바이러스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기록은?"
"그것이 없어요. 이 사람은 다른 사람이 그러한 기록을 하고 있는 줄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다만 우리들의 눈에 띄지 않을 뿐인지도 모르지요. 여기 있는 것은 병의 증세가 발열과 관절의 통증, 시력이 약해지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기록이어요. 점차로 정신에 이상이 생기고....... 맥코이, 박테리아가 역시 이 병에 관계되고 있어. 정신 이상을 일으키는 것은 박테리아야."
"응, 우리들은 우선 바이러스의 침입을 받았어. 그와 동시이거나 좀 늦게, 또다시 박테리아의 침입을 받는다. 우리들은 밀리처럼 오랫동안 병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어른들이니까 미치는 속도는 빠르다. 그리고 죽게 된다."
"그래, 어느 정도 시간이 있어? 맥코이."
커크의 소리는 낮았다.
"몰라요. 밀리는 5주일이나 6주일 동안 더 살 것입니다."
밀리가 또 다가와서 말했다.
"선장님, 이거로 충분해요?"
밀리는 손에 연필을 들어 보였다.
커크가 큰 소리로 말했다.
"안돼!"
밀리는 울상이 되었다.
"미안해요. 선장님! 전 방해를 하려고 한 건 아니어요."
"아, 밀리! 네게 말한 게 아니야. 스팍, 우리들은 또 싸움의 상대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 화렐에게 숫자를 주었으니까 적어도 남은 시간은 알게 되겠지만....... 맥코이, 바이러스만 붙잡으면 24시간 후에는 우주선에서 백신을 만들어 줄 텐데 말야."
"그 실마리를 잡을 수 없어요. 다시 한 번 여기 녀석들이 한 것과 같은 실험을 하면 좋겠는데....... 그렇지, 녀석들이 한 실험의 진행표를 다시 한 번 만듭시다. 회계보고 서류, 주문 전표, 그러한 것으로 산출할 수 있을 겁니다."
"그건 대규모의 작업이다."
그 때 커크의 통신기가 울렸다.
"여긴 커크다."
"화렐로부터 조사대에 전합니다. 스팍이 보낸 숫자는 7일째에서 끊어져 있습니다."
연구실 안은 연필을 깎는 소리만이 울렸다. 스팍이 말했다.
"맥코이의 생각은 높이 평가되지만 유감스럽게도 남은 시간이 없다."
"그렇다고도 말할 수 없어. 스팍."
맥코이가 말했다.
"박테리아가 미치게 하는 원인을 알면, 그것은 항생물질로 막을 수 있어. 바이러스가 신체에 들어가 일으키는 병은......."
쨍그랑! 마룻바닥에 병이 떨어져 깨지는 소리가 났다. 커크가 되돌아보자 제니가 맥코이 박사의 지시로 크롬산으로 슬라이드를 씻다가 마룻바닥에 떨어뜨린 것이다.
썩게 하는 힘이 강한 노랑 색의 액체가 튀었다. 약물 방울이 제니의 발에 떨어진 것을 보고 커크는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고 탈지면으로 닦으려고 했다.
"좋아요. 그렇게 해 주시지 않아도 괜찮아요."
제니는 울면서 방에서 달려나갔다. 커크가 뒤를 쫓았다.
"여기서 일을 계속해야 한다. 1분이라도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제니는 복도의 벽을 향해 흐느끼고 있었다. 커크는 다시 한 번 무릎을 꿇고 퍼런 점을 보지 못한 척 하면서 약물을 닦기 시작했다.
이윽고 제니는 울음을 그치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우주선 위에서라면 저의 발 같은 것엔 눈길도 보내지 않으실 테지요?"
커크는 일부러 마구 웃어댔다.
"그게 선장의 괴로운 점이야. 오로지 선내의 규칙에 따라야 하니 말야. 자, 이제 됐어. 비눗물로 씻으면 돼."
"예."
커크는 일어섰다. 제니는 다시 침착해졌다.
"선장님, 괜히 추태를 보여드려 미안해요."
"알았어."
"마음을 굳게 먹으려고 해도 생각이 아무래도 그쪽으로 가요. 저 무서워요."
"나 역시 무서워. 내가 당신들을 여기 데리고 왔어. 그걸 생각하면 100배로 더 무서워."
"당신이?"
"그래, 나 역시 그래프스와 같은 최후는 싫어."
"무서워하시는 것 같지 않아요."
"무서워하지 않을 수 없을 때에 태연하게 하는 것은 바보짓이야. 다만 무서워서 자지러지거나, 다른 사람의 태도를 보고 허둥대는 그런 약자는 되고 싶지 않아."
"알았습니다."
제니는 허리를 쭉 폈으나 눈에서는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미안해요. 울지 않는 브리지 사관을 새로 임명하시는 게 좋겠어요."
"너의 배치 이동은 인정하지 않아."
커크는 격식을 갖추어 말했으나 그러면서도 상냥하게 제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제니는 생긋 웃으며 커크를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저절로 연구실 문 쪽을 향하고 있었다.
"밀리!"
문에 밀리가 서 있었다. 두 주먹을 입에 대고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눈에는 놀라움과 항의와 미움으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없어진 통신기
 
커크가 말을 걸려고 하자 밀리는 휙 등을 돌리고 달아났다. 발자국 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사라졌다. 커크는 단념한 듯이 말했다.
"꽤 신경을 쓰게 하는 소녀군."
두 사람이 실내에 들어가자 맥코이 박사가 작업을 하고 있다가 얼굴을 들었다.
"밀리가 나갔어요. 어디로 갔어요?"
"글쎄, 모르겠는데? 지 온리를 찾으러 갔는지, 그렇지 않으면 도와주는 일이 싫어진 건가? 어쨌든 좋아. 이제 그 애를 걱정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뭘 하면 되지, 맥코이?"
"아까 제니의 사고로써 깨달았습니다. 여기에선 강한 약품이 많고, 전염성의 물질도 만져야 하므로 정복을 벗고 실험복으로 갈아 입으셔요. 정복은 옆방에 두지 않으면 우주선에 돌아가서 불에 태워서 버려야 하니까요."
"좋아, 갈아입지. 그리고 특수 방사선 총은 어떻게 하지?"
"여기에 두면 돌아갈 때 버리고 갈 염려가 있습니다. 비상총 한 자루만 두고 다른 것은 모두 옆방으로……."
"알았어. 그리고 어떻게 하지?"
"의학적 분석은 대체로 끝났습니다. 이제부터는 통계학적 분석입니다. 제 생각인데, 스팍의 지휘에 따라야 합니다. 숫자를 취급하는 것은 스팍 쪽이 전문입니다."
커크는 빙그레 웃었다.
"좋아! 그럼 스팍, 지휘를 부탁해."
"알았습니다. 우선 회계 보고의 서류와 전표를 찾아내야 합니다."
분담해서 했기 때문에 회계보고도 전표도 곧 찾아냈다. 어떤 관청에서나 이런 것은 잘 보관해 두는 법인데, 멀리 12광년이나 여행을 와서도 이 별의 사람들은 그 습관을 버리지 않았다.
이 서류를 중요한 것부터 10등급으로 분류했다. 그리고 각 등급마다 중요한 차례로 또 10등급으로 나눴다. 이 중 등급 5이상의 것들을 생물 계산기에 걸어 코드(전선 부호)로 짜서 엔터프라이즈 호의 컴퓨터에 보내는 것이다. 코드로 짜는 것은 무척 빨리 진행됐다. 그러나 생물 계산기로서는 견본을 짜 맞춘 것인지, 의학적인 것인지, 아니면 돈의 출납인지, 단지 경비처럼 보이게 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지휘는 스팍이 진행했으나 맥코이 박사도 붙어 있었다.
모든 것을 끝내는데 24시간 계속하여 꼭 이틀이 걸렸다. 그러나 사흘 째 아침 스팍이 말했다.
"이 카드의 뭉치에 모든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밀리, 그걸 싸서 서랍 속에 넣어다오."
"예."
밀리는 전날에 돌아와 있었다. 어디로 가서 무엇을 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나, 태도는 전처럼 협조적이었다.
"남은 것은 우주선의 컴퓨터의 일이다. 아마, 대체적인 예측은 나도 할 수 있지만......."
맥코이 박사는 지치고 있었다.
"스팍, 화렐을 불러 주게. 이제 1시간이면 해답이 나온다."
커크 선장은 힘을 냈다. 스팍은 끄덕이고 옆방으로 갔으나 곧 되돌아왔다. 감정을 잘 나타내지 않는 종족이기는 하나 커크는 저도 모르게 불안 같은 것을 느꼈다.
"왜 그래? 스팍."
"통신기가 없어졌습니다. 선장님, 어느 정복의 주머니에도 통신기가 보이지 않습니다."
제니가 당황했다.
커크는 저절로 눈길이 모아지는 것을 느끼고 밀리 쪽으로 돌아섰다. 밀리는 조마조마해 하고 있었다.
"뭔가 알고 있지? 밀리."
"아뇨. 아마 지 온리가 가지고 갔을 거여요. 모두 후리 놀이를 하고 있겠지요. 물건을 훔쳐다가 숨기는 걸 제일 좋아해요."
"어디로 가지고 갔지?"
"전 몰라요."
커크는 크게 두 걸음으로 걸어서 밀리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았다.
"큰일이야, 이건 정말. 우리들에겐 통신기가 필요하다. 만약 없으면 영원히 병을 고치지 못 한다. 우리들은......."
갑자기 밀리는 킥킥 웃기 시작했다.
"그러면 당신들은 가지 못하죠? 계속 여기 있는 거지요?"
"죽고 만다! 자, 아이들이 어디에 감췄는지 가르쳐 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밀리는 가슴을 펴고 듣고 있었다.
"그래요....... 그러나 저는 가르쳐 드릴 만한 것은 아무 것도 없어요."
밀리는 어른의 흉내를 냈다. 어딘지 모르게 제니의 말버릇 같았는데 도중에서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고 웃어댔다.
커크는 괴로운 얼굴을 하고 말했다.
"닥쳐! 너의 생명도 위태롭게 되었어."
"어머, 그렇지 않아요. 당신들보다 내가 더 오래 산다는 걸 들었는데요."
밀리는 문 쪽으로 걸어갔다. 헌 옷을 입고 있으나 매우 매력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한 소녀인 것이다. 그러나 커크는 통신기의 분실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선장님, 그래도 당신이 나에게 아주 친절하게 해 주신다면 친구들에게 물어볼 순 있어요.. 그럼 여러분, 안녕!"
소녀는 손을 흔들면서 나가버렸다. 후우 하고 차가운 숨을 내쉬는 소리가 연구실에 울렸다.
 
조사대 위태롭다
 
"스팍, 우주선과의 연락이 끊겼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내려오지 말라고 말했으니까 여느 때처럼 누군가가 쫓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 일을 어떻게 하지?"
커크 선장은 스팍 항해사에게 물었다.
"선장님, 생물 계산기로서는 어쩔 수가 없는 데요. 우주선의 계산기라면 몇 초로 끝날 일이 몇 시간이나 걸립니다. 첫째로 분석 능력이 없습니다."
"응, 이봐 맥코이! 인간의 두뇌는 계산기가 발명되기 전부터 활동해 왔잖아. 어떻게 안 될까?"
맥코이는 지긋지긋한 모양이었다.
"인간의 두뇌, 그건 물론 크게 활동시키고 있어요. 그러나, 시간을 단축시켜 준다는 것이 계산기의 장점이죠. 그 시간이 없으니까."
"그건 알고 있어!"
커크 선장의 소리는 화가 나 있었다.
"알고 있으면 좋아요. 인간의 두뇌를 활동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지. 루이 파스퇴르(19세기의 프랑스의 세균학자)는 계산기 없이 했으니까. 그러나 파스퇴르는 나보다 현명했어. 좋아, 하자. 스팍, 그 생물 계산기에서 카드를 뽑아 줘. 다시 한 번 하기로 하자. 무엇부터 하지? DNA(디옥시리보 핵산의 약칭. 단백질과 결합하여 세포핵 내의 염색체의 중요한 성분을 이룸)의 분석을 합시다."
스팍은 생물 계산기에 다가섰다.
"정말 자네의 생각을 모르겠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이야?"
"어쨌든 설명할 여유가 없는 겁니다. 우선 코드가 LTS 426으로 되어 있는 걸 골라, 고양이(고양이의 뇌를 사용한 생물 계산기)에게 부탁하여 그 속에서 코드화 되지 않은 공통된 요소를 골라 가려 뽑는 것입니다."
"좋아, 알았어."
맥코이와 스팍은 바쁜 듯이 일을 착수했다. 커크는 멍청하게 어찌할 바를 몰라 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의학도 통계학도 상식 정도 밖에 모르고 있으니까 도와 줄 수가 없다.
시간은 점점 흘러 이윽고 나흘째가 됐다. 맥코이가 흥분제를 모두에게 배급했으나 동작은 마치 물 속에 있는 것처럼 느릿느릿했다.
그날 몇 시경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밀리가 또 연구실에 나타났다. 재미가 있다는 듯이 일하는 것을 바라보고 기웃거리기도 하고....... 그러나 모두는 그에 무관심했다.
밀리는 점점 기분이 나빠졌다. 뭔가 주의를 끌려고 눈앞에 서기도 하고 말을 걸기도 했다. 그러나 아무도 상대를 해 주지 않았다.
드디어 밀리는 마룻바닥을 구두 뒤꿈치로 똑똑 소리를 냈다.
커크가 뒤돌아보지도 않고 말했다.
"그만 둬! 그만 두지 않으면 너의 가느다란 목뼈를 분질러 버릴 테다."
마룻바닥을 울리는 소리는 곧 그쳤다. 맥코이가 말했다.
"다시 한 번 그 고양이에게 넣어 주시오. 스팍, 지금 우리들은 D 2의 기능인 T를 전부 뽑아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만약에 그것이 두 개 이상 있으면 이젠 단념하는 수밖에 없어요."
생물 계산기는 낮게 소리를 냈다. 스팍이 꽂은 22장의 카드를 가려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장을 짜르륵 뽑아 냈다.
휴 하고 맥코이가 휘파람 소리를 냈다.
커크가 물었다.
"저것이 해답인가? 저걸로 백신을 만들 수 있어? 맥코이!"
"천만에, 아직 멀었어요."
"집어던지고 싶으나 그럴 수는 없지."
스팍이 중얼거렸다.
"정말 그렇게는 할 수 없지. 다음은 바이러스를 합성한다. 그리고 나서 죽은 바이러스의 백신 제조다. 잘 될까? 아니, 잘 되지 않는다면…… 백신이 안 된다면……? 아니 조사해 보자! 선장님, 보안부원을 깨워 줘요. 병을 씻어야 작업을 할 수 있어요."
"……."
커크는 이마를 닦았다.
"맥코이, 나는 기분이 나빠졌어. 다른 사람은 그렇잖아? 앞으로 48시간이 남아 있는 것으로 되는데, 과연 우리들의 이성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잘 해 주지 앉으면 곤란해요. 이제부터가 더욱 중요하니까."
"바이러스를 간단히 만드는 방법이......."
스팍의 말소리가 들려 왔으나 커크 선장은 이제는 간단한 방법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여 아무 것도 모르게 됐다. 스팍은 무엇을 말하고있는 것일까?
"누가 나에게 씻을 병을 줘요. 이대로 있다간 쓰러지겠어."
이 때부터 또 20시간이 흘렀다.
제니가 발광하여 난폭해져서 가죽끈으로 묶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리고 한 시간 늦게 보안 부원이 같은 운명을 걸었다. 두 사람 모두 푸른 점 투성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작은 점이 이어져 전신을 덮어 갔다.
밀리는 때때로 사라졌으나 또 나타나서 구경을 했다. 이젠 커크도 일부러 밀리를 무시할 것도 없었다. 주의하고 있는 것은 스팍과 맥코이에 대한 지시이며, 그대로 움직이는 것이 고작이었다.
지쳐서 머리가 멍해진 커크 선장은 말없이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 맥코이가 또 어떤 지시를 하는 소리가 연구실에 울렸다.
"모든 것은 이미......, 살아 있는 것을 한 마리, 커크! 커크! 포르말린을 2그램 넣어!"
"응."
그로부터 한참 동안은 아무 기억도 없다. 정신을 차렸을 때 커크의 눈앞에는 투명한 액체가 들어 있는 시험관이 있었다.
거기에 분무식 주사 바늘이 꽂아졌다. 꽂아진 손은 맥코이의 손이다. 터널 속에서 무엇을 기웃거리는 것 같은 것밖에 보이지 않는다.
멀리서 맥코이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이 항독제(생물의 체내에 들어가서 독물과 결합하여 무독의 물질로 바꾸는 것)이거나 그렇지 않은 것일텐데, 그것을 확실히 가르쳐 주는 것은 계산기뿐이다."
커크는 귀에 거슬리는 소리를 들었다.
"제니가 당했다. 보안 부원도 죽고 말았어. 두 사람 모두 종점 앞에까지 가 있다."
"선장님! 이럴 때엔 명령은 듣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 일행 속에서 실험 동물은 나뿐입니다."
바늘이 시험관에서 뽑아졌다.
커크는 손을 내밀어 맥코이의 손을 눌러 막으려고 했다. 그러나 심한 통증으로 관절이 쑤시고 머리가 지끈지끈거렸다.
"잠깐만, 기다려! 독일지도 모른다."
꽝꽝 울리는 머리를 억지로 돌리자, 터널과 같은 것 속에 밀리의 모습이 들어왔다. 윤곽이 흐려져 보인다.
느슨하게 기울어진 마룻바닥을 한 걸음 한 걸음 비상한 노력으로 걸어, 커크는 밀리 쪽으로 다가갔다.
"밀리, 말을 들어야 해. 어쨌든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밀리는 뒤돌아 섰다. 커크는 손을 내밀고 밀리의 턱을 잡아 자기 쪽으로 돌아서게 했다.
<지독한 얼굴이었을 거다.......>
커크는 멍하니 생각했다. 충혈된 눈의 주위는 검어지고 땀과 흙투성이의 수염이 긴 얼굴....... 입도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밀리, 앞으로 두세 시간 밖에 없어. 우리들...... 너희들...... 지 온리도 그래프스도 아무도 없어져버린다. 영원히......한 사람도...... 그걸, 그걸 돌려다오. 기계를...... 통신기를...... 너는...... 밀리...... 생각해 줘...... 부탁이야."
밀리는 눈을 돌리더니 묶여 있는 제니 쪽을 보았다. 커크는 억지로 다시 한 번 자기 쪽을 보게 했다.
"자, 밀리! 부탁이다. 밀리! 밀리......."
밀리는 길게 숨을 한 번 들이키었다.
"좋아요! 하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가져오도록 하겠어요."
밀리는 커크의 손을 뿌리치고 나가버렸다.
 
희생이 된 맥코이
 
"이 이상 기다릴 순 없습니다."
맥코이가 조용히 말했다.
"계산기가 해답을 내어도 어떻게 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대로 실험을 계속합시다."
스팍의 소리도 냉정했다.
"그 항독제는 치명적인 작용이 있다고 생각해요. 일년 치의 월급을 걸어도 좋아."
커크는 희미한 눈으로 맥코이가 흰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 것을 보았다.
"좋고 말고, 하겠어."
커크는 외쳤다.
"어리석은 짓은 그만 둬!"
그러나 이미 늦었다. 맥코이는 자기의 팔에 분무식 주사 의 바늘 끝을 대고 있었다. 맥코이는 주사기를 테이블 위에 살짝 놓고 의자에 앉았다."이렇게 주사를 놓았지만 아프지도 않다."
맥코이는 눈을 뒤집어 뜨며 테이블 끝을 잡았다.
"......알았어요.......여러분......모든 일이 전혀......."
머리가 쿵 하고 앞으로 넘어졌다. 커크는 힘 빠진 소리를 냈다.
"침대로 운반하자. 도와 줘."
스팍과 함께 맥코이를 운반하고 얼굴을 보았다. 평화스러운 표정이었다.
커크는 맥코이의 맥을 짚어 보았다. 고르지는 않았으나 멈출 것 같지도 않았다.
"독이 아니었던가? 아니, 아직 모른다."
스팍이 들여다보았다.
"내가 실험대가 되어도 좋았어요."
"자네야 특수하니까."
"아니, 나도 어쩐지 종점 같습니다. 환각이 시작되었습니다. 선장님, 어린애들이 많이 옵니다."
"그래."
커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스팍이 환각이 시작되었다면 자기에게도 시작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같은 환각을 본다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수많은 어린이들이 행렬을 지어 연구실로 들어온다. 키가 같지 않고 나이, 모습이 제각기다. 키다리가 있는가 하면 꼬마도 있다. 이십대의 청년도, 아장아장 걷는 아이도 있다.
거기다가 옷이 묘했다. 예복에 군복, 우주 비행사복에 스포츠복. 소녀들은 대부분 파티용 드레스를 입고 보석을 듬뿍 달고 있었다. 옷깃을 끌며 털 코트를 걸친 소녀도 5, 6명은 있다.
중심은 빨강 머리의 가발....... 아직도 정가표가 달려 있는 가발을 쓴 키 큰 소년이었다. 그 뒤에 뚱뚱한 소년이 왕관을 놓은 검은 함을 들고 있다.
마치 어린이 십자군(중세기 유럽 각지에서 그리스도 교도가 성지 예루살렘을 회교도로부터 빼앗기 위해 생겼던 군대)같았다. 미치광이 행진이었다.
밀리의 모습도 보였다.
자세히 보니까 아이들 중에 조사대의 장비를 가지고 있는 아이가 있었다. 통신기는 3대 모두 있었다. 제니와 보안 부원은 처음부터 가지고 오지 않았으니까.
특수 방사선 총을 빨강 가발의 소년이 허리에 차고 있었다.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것은 커크 등이 매우 지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위험하다. 우리들을 향해 사용하지는 않았을까?>
하고 커크는 생각했다.
가발의 소년은 커크의 생각을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입을 열었다.
"나는 이걸 루이스에 대해 사용했습니다. 할 수 없었습니다. 함께 학교놀이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루이스는 그래프스로 되어 버렸습니다. 그 아이는 나보다 좀 나이 많은 여자였습니다."
소년은 특수 방사선 총을 내밀었다. 커크는 멍청하게 받아 쥐었다.
다른 아이들도 다가와서 조사대의 장비를 하나하나 엄숙한 얼굴로 테이블 위에 놓았다.
밀리가 두려워하면서 커크 쪽으로 다가왔다.
"미안해요.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만....... 그러나 찾아내는데 고생은 했지만......, 이젠 늦었어요?"
"그럴지도 몰라....... 스팍, 화렐에게 통신을 보낼 힘이 있어?"
"해 보겠습니다."
 
안녕 밀리
 
화렐은 통신을 받고 깜짝 놀랐으나 즉시로 컴퓨터를 조작하여 계산에 착수했다.
커크는 맥코이의 동태를 살펴보러 갔다. 밀리도 쫓아왔다.
<여러 가지로 귀찮은 일을 일으켰으나 통신기를 돌려주려고 생각한 것은 밀리가 사실은 정상적인 아이이기 때문일까?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모든 것이 안 되어 멸망해 버린다면....... 울어도 울어도 소용없는 노릇이다. 밀리는 300년 동안 기다리고 기다려 겨우 장미 빛의 청춘을 맞이한 셈이다. 그걸로 끝나버리게 되는가?>
커크는 밀리의 몸에 팔을 올렸다. 밀리는 기쁜 듯이 쳐다보았다.
"아니?"
<이번 것은 환각인가 그렇지 않으면......?>
커크는 맥코이에게 얼굴을 대 보았다. 그 퍼런 점이 점점 없어져갔다.
"스팍! 와 줘!"
스팍이 왔다. 들여다보면서 끄덕였다.
"사라져 갑니다. 이제 귀찮은 부작용만 없으면......."
통신기가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스팍은 이야기를 중단하고 응답했다.
"예, 여기는 스팍."
"화렐로부터 조사대에 보고. 결과는 정확했습니다. 맥코이 박사의 항독제는 완전합니다. 이걸 어떻게 해서 해답을 냈습니까?"
커크와 스팍이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스팍이 말했다.
"맥코이 박사의 두뇌 속에서 했어."
커크는 네모진 기계를 두들기며 말했다.
"이와 같이 고양이 컴퓨터도 도와주었다."
맥코이가 눈을 떴다. 자꾸만 일어나려고 했다.
"맥코이! 고마와. 항독제의 주사는 성공이다. 제니에게도 보안 부원에게도 놓아도 좋은가?"
"예....... 선장님도, 스팍도......."
1주일 후 조사대는 많은 항독제를 주민들에게 만들어 주고 떠났다.
엔터프라이즈 호의 브리지에서 조사대 일행은 멀어져 가는 행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니가 말했다.
"저 걱정이어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역시 그 아이들은 아이여요. 괜찮을까요?"
"괜찮아. 그 아이들은......!"
커크의 소리는 밝았다.
"밀리를 봐. 저 애가 해 준 일은 훌륭한 것이었잖아? 좀 이끌어 주면 얼마든지 협력하지 않았어? 그리고 지구에도 전파를 보냈다. 우주 중앙 정부는 교사나 기술자와 관리를 많이 보낼 것이다."
"그래요. 선장님!"
"뭐가?"
"밀리, 그 애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장난을 친 것이어요."
"알고 있었어."
커크는 더욱 멀어지는 행성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알고 있었다는 건 자만일까? 제니, 그러나 그 밀리는 살고 있는 행성이 우리와 다르다. 나이도 다르니까 단념하지 않으면......."
커크가 제니 쪽을 돌아서지 않고 말하고 있는 것은 울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끝>
 
 
대영 박물관의 도적
ALL THE TIME IN THE WORLD
 
아서 클라크 ARTHUR C. CLARKE 작
 
이상한 손님
 
밤이었다. 누가 문을 조용히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경찰일까?>
그러나 애쉬튼은 당황하지 않았다. 언제부턴가 자기와 비교할만한 인물은 소설에 나오는 프랑스의 대도적 아르센 루팡 정도일 것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는 예사로운 태도를 취하기 위하여 책을 손에 들고 대답했다.
"예, 들어오십시오."
문이 천천히 열렸다. 방에 들어온 사람은 굉장히 아름다운 여자였다.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고상하고 위엄이 넘쳐흘렀다. 애쉬튼은 오랫동안 런던에 살고 있었으나 이러한 귀부인이 런던 아니 영국 내에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귀부인은 말을 꺼냈다.
"애쉬튼 씨, 시간을 허비할 것 없이 곧 용건을 말하겠습니다. 나는 당신의 직업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명함 대신에 이러한 물건을 드리겠습니다."
귀부인은 핸드백에서 두툼한 지폐 뭉치를 꺼내서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애쉬튼은 어리둥절한 채 그 것을 집어들고는 깜짝 놀랐다. 5파운드 짜리로 백 장은 될 것 같았다.
지폐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것이었다.
애쉬튼은 한 장 빼내서 조사해 보니 틀림없는 진짜였다. 설사 위조 지폐일지라도 이 정도 같으면 충분히 사용할 수가 있겠다.
애쉬튼은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고서 말했다.
"이것은 어디서 구했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섣불리 가지고 있다가 경찰에 쫓기게 된다면 재미없으니까요."
"조금 전까지는 영국 은행의 금고에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쓸 방법이 없으시거든 아무 걱정 마시고 난로에 집어넣어 주십시오. 내가 진심에서 당신에게 어떤 일을 부탁하려고 왔다는 것만 알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그 일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겁니까?"
귀부인은 또 핸드백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더니 애쉬튼에게 넘겨주었다.
"여기에 적혀 있는 물건을 훔쳐 주십시오. 정한 시간에 정한 장소까지 훔친 물건을 운반해 주신다면 요구하는 대로 보수를 지불하겠습니다."
애쉬튼은 그 종이를 들여다보더니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다짐받듯이 귀부인을 쳐다보았다.
"혹시 정신이 어떻게 된 것이 아니신지요?"
"이미 진심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애쉬튼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여기에 적혀 있는 물건은 모두가 대영 박물관에 있는, 가격을 붙일 수 없을 만한 국보급뿐입니다. 아시겠지만 대영 박물관은 각종 도난 방지 장치와 감시인 등으로 물샐 틈 없이 감시되고 있습니다. 또 운 좋게 훔쳐낸다고 해도 딴 사람에게 팔 수도 없습니다."
"팔려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수집가입니다."
귀부인은 담담한 소리로 대답했다.
애쉬튼은 마음에 집히는 데가 있었다.
<아무래도 본심이 아니야. 수집가 중에는 종종 머리가 이상한 사람이 있지.>
그러나 그 귀부인은 돈을 엄청나게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다.
애쉬튼은 그 돈에 마음이 끌렸다.
"일을 한다면 얼마를 주시겠습니까?"
"당신이 원하시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그렇다면 100만 파운드, 어떻습니까?"
그렇게 말하고 애쉬튼은 빙긋이 웃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착수금은 별도로 10만 파운드를 지금 드리겠습니다."
핸드백에서 지폐 뭉치를 꺼내더니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애쉬튼은 덜덜 떨리는 몸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부인의 진심은 잘 알겠습니다만, 그러나 대영 박물관쯤 되면 사실은 신의 힘이라도 빌리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귀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신은 아니지만 도와 드리지요. 당신은 내가 여기에 오고 난 후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했습니까? 창 밖을 내다보십시오."
애쉬튼은 창의 커튼을 손가락으로 살며시 밀고 밖을 내다보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거리를 달리고 있어야할 자동차가 모두 정지하고 있었다. 많지 않은 사람들도 그림과 같이 움직이지 않고 있었고, 어떤 사람은 걸으려고 들었던 한 발이 들린 그대로였다. 먼 곳의 네온도 빛이 정지되어 있었고 바람에 날린 광고지가 공간에 떠서 정지되고 있었다. 영사기가 고장이 나서 움직이지 않는 필름이 그대로 계속 비춰지고 있는 그런 상태였다.
애쉬튼은 귀부인을 돌아보았다.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고, 근육은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니, 당신은 무엇이지요? 혹시 마, 마녀인가요?"
"20세긴데 잠꼬대 같은 말은 그만 두시죠. 하여튼 밖에서 있어나고 있는 저 일을 설명해 드리지요. 저 밖의 1분은 이 안의 1년과 같게 되어 있을 뿐입니다. 예를 들면 당신에게 달려드는 사람이 있어서 그 동작이 30초 걸렸다고 하면 당신 쪽으로 본다면 그 동작은 반년이나 걸리는 느린 동작인 것입니다. 당신은 아주 천천히 움직여도 됩니다. 아시겠어요? 즉 딴 사람이 눈 깜짝하는 사이에 당신은 빛보다도 빠른 속도로 일할 수가 있고, 당신이 하는 일을 다른 사람이 도저히 볼 수 없습니다."
귀부인은 핸드백에서 은 같은 금속으로 만든 팔찌를 꺼냈다. 다이얼과 스위치 같은 것이 붙어 있었다.
"애쉬튼씨, 이것을 팔에 끼우고 있을 동안에는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대영 박물관에 대낮에 당당하게 들어가서 감시인이 옆에 있건 말건 눈 깜짝하는 사이에 당신은 여기에 적혀 있는 것을 전부 훔쳐 낼 수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눈을 한 번 깜짝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초의 몇 분의 1밖에 안 되는 순간에 불과하지만 당신으로서는 적어도 며칠이 될 만큼 여유 있는 시간이 되니까요. 물건을 훔쳐 가지고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지정한 장소에 물건을 건네 준 다음 팔찌의 스위치를 끊으면 정상적인 시간으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그리고 일이 끝나고 나서 내게 보수를 받기까지는 스위치를 끊어서는 안 됩니다. 아시겠지요?"
부인은 계획을 더 자세히 설명한 다음 반시간쯤 뒤에 귀부인은 돌아갔다.
애쉬튼은 잠시 동안 어리벙벙하였다.
범죄 사상 이러한 힘을 가진 자는 자기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머리가 어리둥절했다.
 
행동 개시
 
애쉬튼은 동료 중에서 한 사람을 조수로 사용하기로 하였다. 이것은 밤새도록 생각한 결과였다. 애쉬튼은 지금까지 혼자 일을 해 왔다. 딴 사람의 힘을 빌리는 짓은 금물이었다.
그러나 이번 일만은 자기 혼자서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는 토니를 택하였다.
토니의 집은 경찰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격언을 그대로 해 보고자 했다.
마침 토니는 집에 있었다.
"애쉬튼, 이렇게 아침 일찍 오다니....... 정말 신기한 일이군요. 그런데, 자네도 색다른 팔찌를 끼고 있잖은가? 그런 팔찌는 나 혼자만 가진 줄 알고 있었는데......."
"뭐라고? 그렇다면 그 여자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일을 부탁한 모양이군. 지금 바빠?"
"조금, 일을 계획하는 중이야."
"음, 국립 미술관이겠군."
애쉬튼이 넘겨짚어서 말하자 토니는 깜짝 놀라면서,
"누가 자네에게 가르쳐 주었나?"
하고 묻는 것이었다.
"짐작이지. 너는 미술품 전문이니까. 굉장한 귀부인이 팔찌를 넘겨주면서 물건의 이름과......."
애쉬튼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토니가 가로채서 말했다.
"틀린다. 대답할 의무는 없지만, 찾아온 사람은 남자였다. 공작이나 백작 같은 점잖은 사람이었다."
애쉬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이것은 그 귀부인 혼자만의 계획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하고 생각하고 나서 입을 열었다.
"우리들을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인물은 도대체 누구일까?"
이 일에 대해서는 토니도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던 의문이었다.
"애쉬튼, 뒤에 숨어 있는 인물은 상상도 못할 만한 거물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들은 이런 훌륭한 마법의 팔찌를 가지고 있으면서 왜 자기 자신이 직접 하지 않는 것일까?"
"신분이 높은 사람들은 여송연을 입에 물고 딴 사람을 턱으로 명령하는 것이 취미겠지. 단 나는 과학에 대해선 전혀 모르니까 이 팔찌의 마술이 아무래도 의심스럽다."
애쉬튼은 토니를 조수로 쓰는 것을 포기했다. 토니는 같은 종류의 할 일을 맡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좀 알려진 도둑들은 갑작스레 큰 일을 맡고 파리의 루블 미술관, 스페인의 마드리드 미술관 등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저녁쯤은 세계 전역에서 대단한 소동이 벌어질 것이 틀림없다.
애쉬튼이 책임진 대영 박물관을 습격하는 일은 오늘 낮 2시에 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그는 점심을 끝내고 대영 박물관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호주머니에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나 필요할 것 같은 큰 자루가 착착 접혀져 들어가 있었다.
박물관의 정면 현관의 돌계단을 올라갈 때에 애쉬튼은 팔찌의 스위치를 넣었다. 그 순간 수위와, 관람객 그리고 안내인도, 돌층계를 오르내리는 사람들 모두가 그 자리에 얼어붙은 것처럼 그 동작 그대로 동작을 멈추는 것이었다. 아니, 그들이 정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보통 때와 마찬가지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단지 애쉬튼만이 이상한 팔찌의 힘으로 1분을 1년으로 연장시키는 특수한 시간 속에 들어가 있을 뿐이었다.
애쉬튼은 동상으로 변해 버린 수위 앞을 지나갈 때 장난 삼아 입장권을 보였다. 그러나 수위에게는 애쉬튼도 입장권도 빛이 없는 번갯불 같아서 보일 까닭이 없었다. 애쉬튼은 도서실에 들어가서 목록에 있는 양피지의 오래 된 책을 여러 권 찾아내서 큰 자루 안에 집어넣었다. 이것은 문화의 유산으로 대단히 귀중한 것이다. 그러나 보통 사람은 이러한 헌 책에는 눈도 돌리지 않고 보석이 박혀 있는 왕관 같은 것을 좋아할 것이다.
<나를 조종하고 있는 인물은 정말 수준 높은 수집가임에 틀림없다.>
애쉬튼은 자기도 문화적 직분을 다 완수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기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옛날 식기류의 전람실에서도 일은 간단하였다.
'폴란드 화병'을 훔칠 때에는 애쉬튼은 대담하게도 유리 케이스를 두들겨 깨뜨리고 화병을 꺼냈다.
<5초 후에는 경고가 박물관 전체에 울려서 큰 소동이 일어나겠지.>
그러나, 애쉬튼은 그 5초가 며칠간에 해당되는 것이다. 절대로 붙들리지 않는다. 이미 멀리 달아난 다음이니까.
애쉬튼은 차례로 유리를 깨뜨리고 큰 자루 안에 물건들을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미르덴홀의 보가'라고 말하는 은으로 만든 화분을 제일 마지막으로 훔쳐내고 애쉬튼은 큰 자루를 어깨에 메고 유유히 박물관을 나왔다.
돌계단의 사람들은 애쉬튼이 들어올 때 하고 있던 그대로의 자세를 아직까지 취하고 있었다. 한 사람은 한 발을 들고 있고 한 사람은 눈을 옆으로 돌리며 동행들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훔친 물건은 하이 홀본 지구의 통행인이 드문 뒷골목에서 넘겨주기로 되어 있었다. 애쉬튼은 큰 부대를 어깨에 메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걸어갔다.
그는 모욕을 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름난 대도적이 생전 처음 보는 귀부인에게 말려들어 엄청난 액수의 돈에 팔려서 자기에게는 조금도 필요가 없는 골동품을 대영 박물관에서 훔쳐내어 땀을 뻘뻘 흘리며 운반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아마 이 시간에 파리, 마드리드, 로마 등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이름 깨나 있는 도둑들이 그 명예를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누구인지도 모르는 딴 사람을 위해서 일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이 직업에는 동업자 조합이라는 것이 없지만 애쉬튼은 명 예와 자존심이 있는 인물이라서 동업자의 모욕까지 생각하고 그 부끄러움을 자기 한 몸에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었다.
<순순히 보수를 받고는 '네, 고맙습니다' 라고 하고 이 일을 끝낸다면 대도적인 내 일생에 커다란 오점을 남기는 것이리라.>
사실을 말하면 명예와 체면 문제뿐만이 아니라 그 어떤 욕심이 부풀어오르는 것이었다.
 
아직 시간은 있다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귀부인이 모습을 나타냈다. 애쉬튼은 큰 자루를 땅에 내려놓고 심호흡을 하면서 정신을 가다듬었다.
귀부인은 전과 같이 냉정하고 우아하였다. 애쉬튼은 거래를 시작하였다.
"약속한 물건은 모두 저 속에 틀림없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대개 일이라는 것은 의논하기에 달린 것인데 보수로 받을 백만 파운드는 사양하겠습니다. 돈은 한 푼도 필요가 없습니다. 그 대신 이것을 갖고 싶습니다."
애쉬튼은 팔찌를 낀 손을 들었다. 거기에는 엄청나게 신비한 마력을 가진 팔찌가 태양 빛에 번쩍이고 있었다. 귀부인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애쉬튼을 바라보았다. 그 표정은 '모나리자의 미소' 같다고 애쉬튼은 느꼈다.
<명화 '모나리자의 미소'도 이들의 수집품으로 될 운명의 노예인지도 모른다. 루블 박물관에서는 어느 정도나 훔쳐냈을까?>
귀부인은 말했다.
"그 팔찌는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물건입니다. 설사 세계의 모든 돈을 다 내놓아도......."
"내가 대영 박물관에서 운반해 온 물건도 돈으로 살 수 없는 물건입니다."
"애쉬튼 씨, 당신은 그 팔찌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영국 은행이든지 왕궁이든지 버젓이 들어가서 마음 내키는 대로 훔칠 작정이지요?"
"그러면 어떻단 말입니까? 당신도 원하는 물건을 구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그것은 딴 사람의 눈에 곧 발견되고 말 것입니다. 우주의 어떤 별에 박물관을 세워서 혼자 즐기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이 충고는 농담이 아닙니다."
한참 동안 가만히 애쉬튼을 바라보기만 하던 귀부인은 또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시다면 팔찌는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소원이신 모양이니까. 곁들여 나는 우리들의 정체를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 수 밑지니까요. 우리들은 미래에서 왔습니다."
"미래?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애쉬튼은 팔찌를 낀 손을 뒤로 돌리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조심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믿고 안 믿고는 당신의 자유입니다. 당신은 팔찌를 돌려주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지요? 좋습니다.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그 팔찌는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는 더 귀중한 물건이라는 것을 말해 둡니다."
그 순간 애쉬튼은 문득,
<이 팔찌를 되돌려 주는 것이 좋을는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귀부인은 애쉬튼의 그 마음을 알아챈 것 같았다.
"아니오, 이미 늦었습니다. 내가 나의 정체를 밝힌 이상 당신은 당신의 생명이 있을 동안,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보증하겠습니다. 그 팔찌는 결코 부서지지도 않고......."
그리고 또 전번과 같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계속했다.
"애쉬튼 씨, 조금 같이 걷지 않겠습니까? 저 자루는 여기에 그냥 놔둬도 괜찮습니다. 동료들이 가지러올 때까지 시간이라는 것은 거의 정지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난 임무를 끝마쳤으니 당신들의 세계를 마지막으로 구경해 보고 싶습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도데남 코드 거리까지 천천히 걸었다. 그리고 도로 위에 얼어붙은 것 같이 움직이지 않는 군중을 보았다.
귀부인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조금 전에 미래에서 과거로 되돌아온 것을 '엉터리다'라고 말했지요? 그것은 확실히 그렇습니다. 과거로 되돌아간다면 역사를 변경시킬 수 있겠지요. 예를 들면 제 2차 대전 전의 과거로 되돌아가서 히틀러에게 정신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을 주사해서 성격을 바꾼다면 히틀러는 총통이 되지 않고, 그렇게 되면 제 2차 대전은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실제로는 제 2차 대전이 폭발되어 비참한 일들이 일어나고 정신병자 히틀러 총독은 지하실에서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역사상의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과거로 가서 제 2차 대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손을 쓸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렇고 말고요. 부인, 나는 도둑이지만 학문은 닦은 셈입니다. 당신이 나의 집을 방문하셨을 때 내가 읽고 있던 책을 기억하시겠습니까? 그것은 철학책인데 철학의......."
애쉬튼은 가슴을 활짝 폈다. 이제는 슬슬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부인과 이별하고 싶었다. 원하던 물건을 차지하게 되었으니.......
그때 귀부인은 어떤 생각인지는 몰라도 전의 이야기를 되풀이하였다.
"그렇고 말고요. 과거로 되돌아가서 역사를 변경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애쉬튼 씨, 당신들의 세계에는 이제 와서 변경시킬 만한 역사는 없습니다. 당신들의 역사는 끝나 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귀부인은 도로 저쪽 편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신문 파는 소년이 신문 판매대 앞에서 동상과 같이 꼼짝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리고 신문 판매대에는 신문의 톱기사를 오려 놓은 신문 조각이 붙여져 있었다.
애쉬튼은 그것을 읽었다.
영국, 초메가톤 핵폭발 실험 준비 완료!
영국 의회는 오늘 오후 5시, 드디어 핵폭발 실험을 단행할 것을 결정했다.
애쉬튼의 귀에는 귀부인의 소리가 굉장히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나는 미래에서 왔습니다 라고 말씀드렸지요. 나는 그 핵실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를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자기들이 살고 있는 행성의 구조에 대해서 거의 생각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 대지의 3,000킬로미터 밑의 지구는 액체 상태의 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핵은 압축된 물질로 되어 있고, 그것을 감싸고 있는 바깥쪽이 튼튼하기 때문에 유지되어 왔던 것입니다. 안에서 밖으로 내미는 힘과 밖에서 안으로 누르는 힘이 마치 시소같이 균형이 적당히 잡혀 있어 무사한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저녁에 실시되는 핵실험은 기어코 그 균형을 깨뜨리고 맙니다. 아니, 깨뜨렸습니다 라고 고쳐 말하겠습니다. 우리들은 미래에서 왔기 때문에 이미 결과를 알고 있습니다. 핵폭발 실험으로 인하여 갈라진 장소로 말미암아 균형이 무너지게 된 것을 시작으로 해서 지구가 생긴 이래의 지진과 화산 활동을 모두 합친 것 같은 에너지로써 지구의 핵이 대폭발을 일으켜 대양과 대륙은 모두 우주로 날아가 버리고 소행성이 흩 어진 띠 같은 모양이 되고 맙니다. 우리들은 지구 역사의 이 비참한 종말을 슬퍼했습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지구의 문화재가 어떤 것이었다는 것을 우주 박물관에 보관해 두기 위하여 십만 년 후의 미래에서 시간 여행을 해 왔습니다. 이 타는 기계를 당신들의 SF에 나오는 타임 머신이라고 불러도 좋겠지요. 그러나 지구가 파멸되지 않도록 우리들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손을 쓰는 것은 용서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우주의 역사'는 변동시킬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여튼 '지구의 역사'는 끝났습니다. 끝난 역사 안에서 작은 일이지만 그 문화재를 구출할 수 있는 것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일입니다. 애쉬튼씨, 당신은 욕심 때문에 부당한 도둑질에 가담했다는 생각이 들겠습니다만 결과로는 지구의 문화재의 일부를 구해내게 된 것입니다. 자, 나는 이제 슬슬 되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시간 여행 우주선은 약 십만 년 후의 지구의 잔해 옆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팔찌는 당신의 것입니다. 우리들을 위해서 일해 주신 보답으로 드리겠습니다."그 말을 마치고 귀부인은 사라지고 말았다. 애쉬튼만이 정지되어 있는 시간 안에 홀로 남아 있었다. 주위의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애쉬튼의 손목에는 팔찌가 끼어 있었다. 스위치를 끊을 수도 없었다. 끊어서 정상적인 시간 속으로 되돌아간다면 채 한 시간도 못 돼서 자기도 지구의 최후와 함께 소멸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핵실험은 이미 착수되고 있을 것이다.
애쉬튼은 길가에 엉거주춤 앉아서 양손으로 이마를 짚고 있었다.
<냉정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아무튼 팔찌가 있으니 스위치를 끊지 않는 한 나에게는 시간의 여유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보통 사람의 1분간이 나에게는 1년간이니, 1시간은 60년에 해당된다. 그러나 과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동상처럼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세계 속에서 단지 나만 홀로 다른 시간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가? 그렇지 않으면 스위치를 끊어서....... 아니 천천히 생각하자. 천천히....... 아직 생각할 만한 시간의 여유는 충분히 있으니까. 아직 생각할 만한 시간은.......>
 
<끝>
 
작품 해설
 
우주 시대의 인간애
 
이 「우주 대작전」은 미국 NBC 텔레비전 회사에서 제작한 스타트렉이라는 SF 시리즈 프로그램을 토대로 하여 소설로 고쳐 쓴 것입니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기는 소설을 시나리오(영화 대본)로 고치는 것인데 이 작품은 그 반대인 것입니다.
이 일을 한 사람은 제임스 블리쉬라는 미국의 유명한 SF 작가입니다.
블리쉬는 1921년 미국에서 태어났으며 콜롬비아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생물학자가 되기 위하여 공부하였으나 어느 사이에 소설을 쓰게 되었고 성적도 과학보다 문학 쪽이 좋았습니다.
의학 연구소와 학교에도 근무했으며 제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뒤에 큰 제약 회사의 과학 편집을 담당하게 되면서 창작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우주 도시 시리즈를 위시하여 많은 SF를 썼는데 특징은 관찰을 중심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 「우주 대작전」은 원래 일곱 개의 단편인데 소년 소녀를 위하여 여섯 개의 단편으로 고쳐 쓴 것입니다.
보통 소년 소녀용으로 고칠 때에는 기복이 많고 이야기를 흥미 있게 쓰고 남녀의 관계는 보통 생략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그 부분을 너무 많이 생략하면 작품의 생명이 없어지게 되므로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도록 노력을 기울인 것입니다.
어린 독자도 꼭 한 번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뜻에서라고 합니다.
꼭 먼 미래의 우주 시대의 남녀간의 사랑 혹은 인간애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대인으로서도 깊이 생각해야 할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엔터프라이즈 호를 둘러싸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복잡한 인간 관계는 현재 지구상의 각종 문제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종 차별 문제, 호전적인 민족, 독선적인 과학자, 작은 것을 위해 큰 것을 외면하는 사람 등, 현실의 문제를 그대로 우주 시대라는 시간과 장소만 옮긴 것입니다.
즉 이 말은 과학의 발달로 환경이 아무리 변화해도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인간 관계는 영원히 변함없다는 것이죠.
세이스스별에서 온 찰리 소년의 욕망과 그 좌절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초능력을 끝까지 감추었다면 찰리 소년은 세이스스 성인에게 발각되지 않고 평범하게 인간답게 살 수 있었겠지요. 자랑하고 싶은 욕망이 자신을 다시 외롭게 살게 만든 겁니다.
자신이 행복하고 불행하고 하는 것은 오직 자신에게 달려 있는 것입니다.
찰리의 불행은 찰리가 선택한 것입니다.
레그르스별 최후의 생물과 싸우는 공포와 또한 맥코이 박사와 낸시의 사랑, 즉 아름다워서 사랑하는가? 사랑하기 때문에 아름다운가? 하는 것은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것입니다.
다음의 승무원들이 원인 모르게 미치는 이야기는 우리들이 매일 평범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마음 속 깊이에는 무엇을 생각하고 바라며, 진실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을 공포와 쓴웃음으로 뒤섞인 엉뚱한 세계를 생각하게 해줍니다.
의지라는 것은 과연 정신적인 것일까요? 아니면 육체적인 것일까요? 육체적인 것이 조금 강조된 것 같습니다. 몸이 아프면 의지가 약해집니다. 그러나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는 굳센 의지가 필요한 것입니다. 묘한 관계이지요.
물론 커크 선장처럼 육체도 강하고 정신도 강하다면 더 이상 좋을 게 없겠지요.
다음 로뮬르스 성인과의 전쟁에서는 커크 선장의 생각과 결단력이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신랑이 죽었습니다. 신부의 슬픔은 어떨까요? 전쟁이란 옛날이나 지금이나 미래에서나 비극인 것입니다. 언젠가는 전쟁이 없어져야 하겠습니다.
전쟁을 좋아하는 로뮬르스 성인, 지금도 그런 국가들이 많지요. 그래서 전쟁은 없어지지 않는 것입니다.
애덤스 박사의 이야기는 고독한 과학자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존경받는 과학자에서 잔인한 범죄자로 바뀌며 결국 죽게 되는데 그 원인은 고독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주위에 항상 좋은 친구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하겠습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니까요.
외톨이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들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말고 같이 다정하게 어울리도록 끌어 주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 얘기인 아이들만 남아 있는 행성에서 벌어진 사건은 여러 가지의 의미가 있습니다.
늙지 않겠다는 욕망이 낳은 비극입니다. 그 가능성은 미래의 일이니까 젖혀 두기로 하고 순수하게 생각해 봅시다.
분명히 어린 시절이 길다는 것은 좋겠지요. 그러나 우린 다른 동물들을 생각해보면 인간은 너무나 욕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물들 중에서 인간만큼 어린 시절이 긴 동물은 없습니다.
오히려 청년 시절이 길어야 하겠지요. 요즘의 의학도 이 소설처럼 어린 시절을 연장하려는 것보다는 청년 시절을 길게 하는 것을 연구해야 할겁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 확실히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전체적으로 커크 선장의 위치를 생각해 보면 훌륭한 지도자가 어떤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나마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지도자란 것이 어려운가!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뽐내고 싶은 욕심에서, 남을 부리고 싶은 욕심에서, 열등감이 숨겨져 있는 우월감에서 지도자가 되려고 합니다. 우리는 역사상 소수의 욕심을 위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희생된 경우를 많이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소설에서 단지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서만 읽고 말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진짜 이야기 즉, 인간애를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과학 지식을 널리 보급
 
「대영 박물관의 도적」을 쓴 아서 클라크는 영국 사람으로 현재 세계의 SF 작가들 가운데서도 최고의 인기가 있는 제 1급의 작가입니다.
이미 소개된 「해저 정찰대」와 「우주 스테이션」은 가까운 미래를 무대로 한 SF이고, 「유년기의 끝」, 「도시와 별」 같은 작품처럼 아주 먼 미래를 무대로 한 SF가 있습니다. 또한 우주, 해양, 미래 등의 과학 해설자로도 유명하며, 과학 지식을 널리 보급시킨 것으로도 크게 인정받고 있는 작가입니다.
우주 대작전
블리쉬 작 ․ 박 홍근 역
 
아이디어 회관 과학 문고
224p. 19 cm (SF세계 명작 21)
 
초 판      1976년 6월 1일
재 판      1977년 3월 1일
역 자      박 홍근
제 판      명립 정판사
옵셋 인쇄  장원 정판사
활판 인쇄  삼정 인쇄소
제 본      영지 제책사
발행인     박 훈
발행처     아이디어회관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9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9 청소년 위한 SF세계명작소설 원문 사이트주소 2023-08-23 0 547
48 해저 지진 도시 F. 폴 . J. 윌리암슨 작 이 인석 역 2023-08-23 0 450
47 제 4 행성의 반란 REVOLT ON ALPHA. C 로버트 실버버그 R. SILVERBERG 지음 2023-08-23 0 525
46 절대 0도의 수수께끼 ♣ E. S. 가드너 지음 2023-08-23 0 456
45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텔레파시의 비밀 김학수 지음 2023-08-23 0 362
44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 SF 작가 협회편 북극성의 증언 서광운 지음 2023-08-23 0 326
43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4차원의 전쟁 서광운 작 2023-08-23 0 317
42 에스에프 세계 명작 《한국편》 한국SF작가협회 편 관제탑을 폭파하라 서광운 작 2023-08-23 0 330
41 양서인간 AMPHIBIAN HUMAN - 베리야에프 А. ВЕЛЯЕВ 지음 2023-08-23 0 318
40 안드로메다 성운 ANDROMEDA NEBULA - 이반 에프레모프 IVAN EFREMOV 지음 2023-08-23 0 290
39 암흑 성운 Dark Nebula 아이작 아시모프 Isaac Asimov 지음 2023-08-23 0 350
38 심해의 우주괴물- 존 윈담 지음김 상일 옮김 2023-08-23 0 254
37 불사 판매 주식회사 IMMORTALITY 로버트 세클리 ROBERT SHECKLEY 지음 2023-08-23 0 292
36 백설의 공포 - 홀덴 작 박 홍근 역 2023-08-23 0 291
35 공룡 세계의 탐험- 코난 도일 지음김 상일 옮김 2023-08-23 0 329
34 걷는 식물 트리피드 THE DAY OF THE TRIFFIDS 존 윈담 John Wyndham 지음 2023-08-23 0 300
33 강철 도시 - 아이작 아시모프 Issac Asimov 지음 2023-08-23 0 288
32 280 세기의 세계 - 레이 커밍스 Raymond Cummings 지음 2023-08-23 0 245
31 비글호의 모험 -반 보그트 A. E. VAN VOGT 지음 2022-03-31 0 590
30 지구의 마지막 날-필립 와일리 PHILIP WYLIE 지음 2021-09-22 0 731
‹처음  이전 1 2 3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