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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와 미국의 교차로에서~
김 광림의 버클리통신 (11)
미국에서 살아보니(1)
개방성이 돋보이는 나라
나는 미국에 온지 이제 반년이 지났다. 그 사이 미국에서 살면서 내가 지금까지 체험했던 중국, 일본, 한국과 비교하면서 이 나라가 과연 어떤 나라인지 생각해보고 있다.
미국에서 받는 제일 강력한 인상이 이 나라에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존재하고 세계에 대하여 문호가 항상 열려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생활하다보면 이 나라에는 세계의 거의 모든 인종이 모여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같지 않다.
내가 살고 있는 버클리지역에서는 중국. 한국, 일본 사람들은 수시로 만나게 되고. 그외에도 중남미나 동아시아, 남아시아 지역 출신 사람들을 어디서도 볼 수 있다. 내가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버클리성인학교의 영어교실에는 중남미지역에서 이민으로 온 사람들이 제일 많고, 그 외에도 세계 여러나라의 출신들이 모여있다.
버클리성인학교는 두가지 점에서 미국의 개방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영어공부를 하려고 등록을 하는 때인데, 등록자의 신분증명서를 일체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니 버클리시에 주민등록을 한 사람이든 안 한 사람이든 관계없이 받아주고 있고, 미국에서 불법체류하고 있는 사람들도 여기서 공부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민간단체가 아니고, 분명히 정부가 운영하는 교육시설이 이처럼 개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이 놀랍기도 하다. 또 하나는 버클리성인학교의 수강생중에는 여러 나라에서 모여온 난민이 아주 많다는 점이다. 아마 세계의 주요 분쟁지역에서 생긴 난민을 거의 다 여기서 볼수 있는 것 같다. 난민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미국의 개방성을 넘어서 미국의 도덕성까지 돋보이게 한다.
일본은 선진국들중에서 난민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나라이고 그 때문에 국제사회의 비판도 받고 있다. 미국이 이민으로 시작된 국가이고, 국토면적이 일본에 비하여 절대적으로 넓으니 해외인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난민문제에서는 미국의 개방성, 도덕성이 일본에 비해 단연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중국의 국제사회의 위상이 높아지고 때마침 미국의 경제위기로 인하여 중국의 존재감이 커져보이는 때인데, 개방성에 있어서는 중국이 미국에서 배워야 할 점이 너무 많다고 생각된다. 단지 경제활동을 개방하여 세계의 기업들이 돈벌기 좋은 그런 나라가 아니라, 진정으로 다양한 사상과 문화에 대하여 개방하고, 절박한 상황에 빠진 난민들이 중국을 안식처로 여기는 그런 때에 중국의 국제적인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겠다고 생각된다.
미국의 개방성을 엿볼수 있는 사례가 더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에 가면 여기저기에 중국의 국기인 오성붉은기와 대만의 청천백일기가 걸려있다. 중국대륙계단체는 오성홍기를 걸고, 대만계단체는 청천백일기를 거는데, 어느 단체인든 거의 다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들로 구성되었겠는데 이렇게 버젓하게 제 모국의 깃발을 걸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캘리포니아주의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Santa Barbara군에 Solvang이라는 자그마한 마을이 있는데, 1911년에 미국으로 집단이민을 온 덴마크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마을이라 한다. 마을 전체가 덴마크의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미국속의 덴마크촌이라 할수 있는데 덴마크의 쿠키나 요리로 유명하여 관광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이 마을 도처에 미국 성조기와 나란히 덴마크 국기가 걸려있는데, 덴마크의 특색으로 관광객을 유치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모국의 주권의 상징물을 미국속에서 버젓히 걸 수 있다는 것은 그 만큼 미국 사회가 개방이 되어 있고, 관용의 정신이 살아있다고 볼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렇게 개방성이 돋보이는 나라가 국가의 상징물인 국기에 대한 집착이 두드러지는 점이 의아스럽다. 미국에 와보면 정부의 공공기관같은데는 거의다 성조
기가 걸려있고 민간회사나 개인주택들에도 굳이 국가적인 축제일이 아니어도 성조기가 걸려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세계 수많은 나라중에서 미국처럼 국기 가 많이 사용되는 나라도 드물 것이다. 이런 경향은 2001년의 ‘9,1 테러사건’ 이후에 강화됐다는 설도 있지만, 세계 각지에서 모여온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진 국민을 하나의 사상이나 종교로는 통합이 어려우니 그 대신 국민통합의 수단으로 국기가 유난히 강조되는 아닌가 생각된다.
일상생활을 통해보는 이모저모
미국에 대하여 좋게 보고 싶은 점이 더 있다. 여기서 버스를 타보면 장애자에 대한 배려가 철저하게 되어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버스마다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어, 장애자나 노인들이 훨체어를 타고 오르내릴수 있다. 일본의 공공교통도 장애자나 노인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는데 내가 잘 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버스에 리프트까지 설치되어 있는 것은 보지 못했다. 화장실에 가도 대체로 공간이 크게 만들어져 있는데 그 것은 훨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화장실 사용을 쉽게 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자전거 사용을 권장하는 취지라고 생각되는데 전철에 자전거를 가지고 탈수 있고, 모든 버스마다 앞면에는 자전거를 적재할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 져 있다. 이런 면에서는 인권을 중시하고, 친환경적인 사회를 지향하는 선진국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쓰러기수거를 보면, 버리는 것과 재활할 수 있는 것으로 단순하게 나누어져 있어, 일본이나 한국처럼 쓰러기수거가 세분화되어 있는 않은 면도 보인다.
미국에서 반년넘게 살면서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총에 대한 두려움이다. 미국 생활이 짧아서 그렇거니 하는 생각도 하지만 수년이상씩 살고 있는 유학생들도 총에 대한 두려움을 다들 어느 정도 갖고 있다. 내가 미국에 와서도 총기난사사건이 여러번 발생했는데 아마 이 것은 미국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라 할수 있다. 그 때문에 밤에 나다니려면 항상 무서움이 든다. 오바마대통령이 100년만에 미국의 국민의료건강보험제를 실현했다고 평가받는데 총기 규제에서도 획기적인 진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역설적으로 총이 보급돼 있으니 일반민가에서 주택의 보안에 별로 신경을 안 쓰는 면도 있는 것 같다. 도적이 남의 건물에 잘 못 들어갔다가는 총알이 날아올 수도 있으니 그리 쉽사리 건물에 침입할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 미국의 공공서비스는 어떤가. 너무 나무람 할 것까지는 보이지 않는데, 일본이나 한국에 비하면 세심함 배려는 모자라는 것 같다. 내가 미국에서 텔레비전을 온라인으로 구입했는데 그 것을 배달받는데 한창 신경이 쓰였다. 택비회사에서 처음 물건을 배달해왔을 때 내가 마침 아파트에 없어서 메모를 남겨두고 갔는데 거기에 내일 다시 배달한다고만 적었기에, 어느 시간대에 가져오는지 예측할 수가 없어서 두번 째 배달도 받지 못하고 세번 째에야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 세번 째에도 손님이 물건을 받지 못하면 자기절로 택배회사에 물건을 찾으러 가야 한다. 같은 경우 일본같으면 손님과 연락을 취하여 손님이 배달받을 수 있는 시간을 약정하여 가져다 주니 이런 번거로움이 거의 없다. 일본에서 배편으로 보내온 서류박스를 배달받을 때도 비슷한 문제가 있어 시간이 많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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