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력을 들추어보니 어느덧 립춘이 코앞이다. 립춘, 얼마나 포근하고 따스한 이름이냐. 립춘을 생각하니 금시 사쁜사쁜 봄이 걸어오는 발자국소리가 들려오는듯 싶고 아지랑이가 나풀나풀 날아와 온몸을 감싸안는듯 싶다. 아마도 석달이라는 기나긴 기다림끝에 만나게 되는 봄이여서 그 즐거움이 배가 되는것이리라.
봄과 얽힌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 하나가 생각난다. 고려시대의 선비들은 겨울이 시작되면 큰 종이에다 꽃송이가 백개 달린 매화나무를 그려넣고 하루밤 자고나면 한송이씩 지워버렸다. 100송이의 매화꽃이 다 지워지는 날이면 드디여 창밖에서 진짜 매화꽃이 피기 시작했다.
급해하지 않고 여유작작하게 차분한 마음으로 봄을 기다릴줄 아는 智慧로운 그 마음 가짐이 참으로 넉넉하고 군자답다.
흔히 우리 민족을 일컬어 “빨리빨리”민족, 한족을 일컬어 “만만디” 민족이라고 말들 한다. “빨리빨리”라는 말속에는 칭찬보다는 모든것을 너무 성급하게 처리한다는 비하적인 색채가 더 많이 섞여있다. 허물을 캐면 듣기 싫지만 승인할것은 과감하게 승인하여야 한다. 세상에 우리 민족처럼 이사를 자주 하는 민족도 드물다. 우리 민족은 어디에 가면 느긋이 안착하지 못하고 쩍하면 이사짐을 챙긴다. 회사에 입사했어도 어느 떡이 더 클가 하여 자주 자리를 옮기는 페단도 많다. 다른 민족한테도 이런 현상이 없진 않겠지만 상대적으로 우리 민족이 더한것 같다.. 인내가 부족하기때문이다. 인내가 없으니 때론 남한테 가볍게 보이고 사람들로부터 믿음을 잃을 때도 있게 된다.
헌데 뿌리를 캐보면 우리 민족은 사실 아주 자랑할만한 인내의 민족이다. 우리 민족은 탄생초기부터 인내의 철학에 뿌리를 두었으니말이다. 단군신화(檀君神話)가 그 증거다. 단군신화에 의하면 천제(天帝) 환인(桓因)의 아들 환웅(桓雄)이 천부인(天符印) 삼백개를 가지고 태백산 신단수아래에 내려와 신시(神市)를 열고 세상을 다스릴 때 곰 한마리와 범 한마리가 한굴에서 살고있었다. 그들이 인간이 되고싶어 환웅을 찾아와 인간이 되게 해달라고 간청하였다. 이에 환웅이 신령스러운 쑥 한줌과 마늘 21개를 주면서 100일간 꾸준히 먹으면 사람이 되리라 하였다. 그 말에 응해 그날부터 곰과 범은 사람이 되고자 실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성급한 범은 견뎌내지 못하고 중도이페하고 곰은 환웅이 시키는대로 끝까지 견지하여 마침내 아릿다운 웅녀로 되여 환웅과 배필을 묻고 아이를 낳으니 그 아이가 곧 단군인 왕검이다. 곰은 100일간의 인고를 거쳐 우리의 시조모로 된것이다.
인내의 철학에 뿌리를 둔 민족은 아마도 이 세상에서 유독 우리 민족 하나뿐이 아닌가싶다. 인내는 귀중한 진리이고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목의 하나이다.
인내는 큰 일에서도 필요하지만 작은 일에서도 필요한바 거창한 일에서 성공을 할수 있는 한 요인으로 작동할수 있을뿐아니라 친구지간의 우정, 이웃간의 화목, 가정의 우애 등을 도모하는데서도 필요하다.
조상의 인내의 피를 물려받은 우리거니 우리도 항상 인내를 생각하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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