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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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경계인(境界人)으로서의 ‘디아스포라’
2010년 05월 24일 14시 51분  조회:4771  추천:31  작성자: 김문학
 

신조선족 월경론(越境论)

7. 경계인(境界人)으로서의 ‘디아스포라’


 
김문학



    ‘경계성’, ‘양가성’, ‘혼효성’ 등 키워드는 반드시 현재 많이 유행하고있는 ‘디아스포라’와 직결된다. 최근 조선족학계나 문단에서도 ‘디아스포라’가 조선족을 해석, 해독하는 하나의 개념으로서 빈번히 소개, 담론되기도 한다. (김관웅, 김호웅 등)

   조선족 지식인으로서 처음으로 필자가 ‘디아스포라’의 문화인류학적 개념을 소개했고 또 스스로 자신을 ‘디아스포라, 월경의 디아스포라’라고 자칭했다.

   아침 식사는 북경의 레스토랑에서 우롱차에다 기름빵을 먹는다. 그리고 정오에는 김포공항에 내리자마자 서울 시내로 달려가서 삼계탕에 들큰한 동동주 한사발을, 저녁은 어느새 도쿄에 날아와서 신선한 생선회에 기린 생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킨다.

   이런 3국 동시 체험이 나에게는 일상적인 일이 된지도 오래다. 도쿄의 아담한 선술집에 홀로 앉아 생맥주를 마시며 어떤 기묘한 꿈속에 있는듯한 착각을 느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도대체 나는 어느 나라 국민일까 하는 자문자답을 수도없이 해보았다.

   나에게는 이런 ‘혼란상태’가 오히려 하나의 낙인것이다. 나는 스스로 자신을 일종의 ‘분열인간’이라고 부른다. 내가 감히 ‘분열인간’이라고 자랑삼아 큰소리 칠수있는 까닭은 지금까지의 내 인생 항로와 밀착된 체험이 있기때문이다.

   중국에서 태여나 어릴때부터 한국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규사하며 2중 언어의 문화생활을 해온 내가 20대가 끝나는 무렵에 일본으로 유학와 일본문화를 피부로 느끼며 생활한지도 벌써 10년이 가까워 온다. 그리고 또 모국인 한국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면서 모국문화를 거듭거듭 체험해왔다.

   게다가 해마다 중국에는 두세번 꼴로 일시 귀국해 현지 생활을 느끼고 온다.

   내 가슴속에는 중국문화와 일본문화, 그리고 한국문화라는 동양 세 나라의 문화에다 조선족문화까지 비빔밥같이 온통 엉키고 뒤섞여 내입에는 가장 맛있는 문화 비빔밥이 있다. 이처럼 자기자신을 분열시키고 복합화시키는 체험없이 세계화,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지향한다는 것은 허위적인 슬로건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나는 늘 자신을 가리켜 ‘삼중 인격자’, ‘무국적 지구촌민’ 이라고 말하기를 좋아한다. 벌써 50여년전에 미국의 사회학자 E.V. 스통키스가 그의 저서 에서 경계인(境界人)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경계인이란 문화적, 사회적으로 어느 한 집단에 소속되지않고 복수의 집단에 소속되긴 하나 어느 한 집단에도 완전히 빠져버리지않으며 그 귀속이 분명하지않은 인간을 가리키는 말이다.

   말하자면 이 나라와 저 나라의 경계선, 이 사회와 저 사회의 경계선을 의식하지않고 자유로이 넘나들면서 자신의 창조력을 발휘하는 인간을 가리킨다.

   최근 문화인류학에서 빈번하게 제기되는 디아스포라가 이에 해당된다. 원래 유태인의 ‘이산’이라는 뜻에서 온것인데, 자기 문화에도 이문화에도 소속되지않고 문화의 경계를 살아가면서 그것을 창조의 에너지로 삼는 지식인을 가리킨다.

   이동과 이산을 뜻하던 네거티브 개념이 국제화시대에 이르러서는 더없이 소중한 포지티브 개념으로 바뀌었다… (‘나는 즐거운 越境人’ 1999년)

   인용이 길어져서 죄송하오나 필자가 최초로 제기한 ‘디아스포라’에 대해서 맹렬히 비난하던 연변의 일부지식인들이 지금에 와서 오히려 ‘디아스포라’의 개념을 조선족문화코드를 푸는 필수적 무기로 삼고있으니 아이러니를 느끼며 또한 ‘상전창해’를 느끼게 한다.

   그토록 필자의 인격모욕까지 병행하면서 ‘디아스포라’를 사갈(蛇蝎)시 하던 분들이 아무튼 학문적인 개안(開眼)을 이루었다는 것은 경하할만한 사연이며 학계의 ‘진보;를 노정한 일이니 필자 역시 만열(滿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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