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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잡식성, 양떼같은 신조선족 (김문학)
2010년 08월 10일 16시 21분  조회:4521  추천:34  작성자: 김문학

《신조선족》월경론

23. 잡식성,풀을 찾아 모험하는 양떼같은 신조선족

 
김문학



필자가 조선어를 “잡초성”으로 지침한 이유는 사실 다른 의도가 있다.

그것은 오늘 우리의 언어구조를 통해 우리 자신의 문화구조, 국민성에 대해서 사색하고자 하는것이다. 또 그것을 통해 신조선족의 역량을 가늠하는 의도에서였다.

우리 언어의 “잡초성”은 모든 文化의 요소를 다 수용할수 있는 그런 왕성한 호기심에 의한 모험심리가 투영(投影)되어있는것이다.  “잡초성”을 또 한면 동물로 비유하면 “雜食性”으로 표현을 바꿀수도 있는데 아무거나 다 먹는 왕성한 식욕, 이문화, 이질세계로 풀을 찾아나아가는 양떼와 같이 우리 조선족, 신조선족의 모험진취적인 월경활동이 반영되고 있다.

조선어의 잡초성, 잡식성, 또는 잡종성 이같은 구조는 “신조선족”에게 가장 적용되는 문화적 모험진취심을 바탕으로 한 개방심리이리라.

세상에 100%로 순수한 언어가 없듯이 100%로 고유한 문화, 민족이란 존재할수 없다. 일본문화를 그 언어에서도 볼수 있는 바와 같이 (한자, 가다카나, 히라카나 등)언어구조가 복합하듯 문화도 잡종성을 이룬다. 그들은 이런 잡종성으로 세계에서 자신들이 위치를 확보하고 있는것이다.

필자가 우리 조선족의 언어구조의 잡종성은 일본을 능가하고 있다고 평가하는것은 신조선족에 의해 문화구조를 월경으로 활용시켜 “모험의 시대”, 즉 획기적인 신조선족 시대를 개척했기때문이다.

구조주의를 사상사적으로 개척한 세계적인 언어학자 Saussure(소셀)은 인류에게 있어서 “어떤 관념이 먼저 존재하고 거기에 이름(명칭)을 붙인것이 아니라 이름이 생긴것으로 어떤 관념이 우리의 사고속에 존재하게 됐다”고 갈파했다.

언어가 이렇게 관념을 낳는, 한 민족의 사상- 즉 사고방식, 세계인식방법을 농후하게 포함하고 있는것은 자명하다. 그러므로 외국어를 모국어 어휘에 수용, 차용하는것은 관념을 낳는 민족의 사상을” 섭취하는 행위 그 자체이다.

조선족의 조선어에는 다양한 어휘, 단어가 수용, 차용되는것은 언어의 “순결화” 운운하는 눈물겨운 “민족주의자”들에게는 부작용적인 마이너스로 보이지만 필자는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넚은 세계의 공간으로 진입하면서 풀 따라 이동하는 양떼와 같이 살길을 찾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100년전 동아시아의 근대사가 우리에게 울려주는 경종같이 좋은 사례가 있다.  “서양의 충격”에 의해 근대화에 대응한 한중일 동양3국의 방법은 그대로 언어에서 반영되었다.

복합적 언어의 우등생인 일본인이 서양의 근대화 개념,이를테면 “민족, 국가, 관념, 이성, 현상, 철학, 주관, 객관, 과학… ”등 수천개의 단어를 한자어로 (신조어)로 만들어 그속에 내포된 근대사상을 솔선 터득하고 실천에 옮겼다.

그러나 중국은 청말에 그같은 실천이 불가능했다. 한자만 사용한 이들은 기존 한자세계에 없는 개념, 술어를 신조어로 만들어 추가하는것은 자신의 언어로 기술할수 없는 의미세계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것을 시인하는 “굴복”으로 간주했던것이다. 그래서 늘 외래어를 음역하지만 또 한자가 내포한 뜻이 있기에 그 진의를 이해하기에는 힘겨운 일이었다.

조선의 태도 역시 대륙과 유사한데가 있었던것 역시 우리 100년사의 가장 큰 통절 (痛切)한 아쉬움이다.

결국 늦게나마 일본유학을 통해 청나라나 조선은 일본의 신조선어를 역수입해 일부의 여파를 거친 서양수용을 이룩한다.

현재 필자의 생각에는 우리의 조선어는 한자만 사용하면 일본어 이상의 복합적 체계의 언어로 될수 있다. 아니 이미 그렇게 되여 버렸다고 하는 편이 났다.

조선어의 일견 투박해보이나, 곰곰히 보면 무수한 야생적 또는 원초적인 풀대와도 같은 공생의 사상, 경계를 넘고 어우르는 그런 요소들이 포함돼있다는것을 우리 자신이 자각(自觉)해야 할것이다.

조선어가 제3의 조선어 형태로서, 조선족의 문화의 특질을 반영하고 있다면 그 문화의 풍부성과 바레이션, 가능성은 “신조선족”의 발랄한 활동에 의해서 현현될것이다. 왜냐하면 오직 “신조선족”의 사고, 지식체계 및 세계관 만이 현현시킬 요소가 듬뿍 충만돼 있는 까닭이다.

세계의 이질문화를 몸으로 피부로 흡수하고 있는 그들이 조선족의 문화공간을 확장시킴과 동시에 조선족 문화의 풍부성, 복합성, 유연성의 생성에 전례없는 공헌자라는 인식을 절실히 해야 한다.

세계의 풀을 찾아 모험의 월경을 하는 “양떼”들에게서 우리 조선족의 또 하나의 새로운 미래상을 예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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