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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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사방산에 올라(김철호)
2008년 09월 01일 15시 20분  조회:2140  추천:35  작성자: 김철호

ㅡ화산구로 형성된 신비한 산 전설이 깃든 아름다운 산

한갈래 길이 가리마처럼 사라진 밀림의 웃수리에 사방대의 삼형제바위산이 운무속에서 우리 일행을 유혹하고있었다. 거무칙칙한 바위산 중턱에서 구름이 휘휘 감도는 모양은 마치 전설의 현장같기도 하였다. 하여 답사팀 일행은 저으기 숙연한 기분이 되기도 하였다. 산으로부터 내려오는 안개가 발에 밟히기도 하여 그런 기분이 더욱 짙어진다. 금방 비가 올듯하면서도 아직 비꼬치질은 없고 그저 섬득한 기운이 감돌기만 한다. 어디서 밀려온 구름인지 갑자기 사방대의 하늘가를 배회하더니 삼형제바위산을 감쪽같이 삼켜버렸다. 사방대는 우리 눈에서 홀연 사라져버렸다.
왕청현 하마탕향의 사방대는 해발 956메터로서 너무 높은 산은 아니지만 화산폭발구로 형성되여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주는 연변의 명산이다. 큰도시와 멀리떨어진 관계로 사람들의 발자국이 많이 남지 않은탓에 계곡을 가르며 흐르는 물은 그대로 마셔도 되게 깨끗하고 길옆 삼림은 제법 울창하였다.
하마탕향로인협회 회장인 김두성로인이 이날 우리 답사팀의 길안내를 맏았다. 우리는 김로인의 뒤를 부지런히 따르면서 구름속에 묻힌 사방대를 향해 발걸음을 재우쳤다.
조금후 구름사이로 가냘픈 해살이 비쳐나왔다. 그제서야 삼형제바위산을 감싸고있던 구름이 사라지면서 우뚝 솟은 괴석이 바라보인다. 흰구름이 걸린 벼랑은 한폭의 그림같았다.
<<와! 저걸 봐!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야!>>
<<한폭의 산수화구나!>>
우리 일행은 연신 감탄하면서 멀리 보이는 사방대의 바위산을 감상했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 못갔다. 구름속을 헤집으면서 비쳐오던 한줄기 해살이 사라지면서 다시금 구름이 끼더니 질금질금 비가 오기 시작했던것이다. 삼형제바위산과 사방대 전체가 다시 구름속에 파묻혀버리고 주위는 어둑칙칙해 졌다.
<<사방대는 좀 성격이 괴벽하지요. 멀리서 온 손님들의 마음을 떠보느라고 그러는 모양입니다.>>
김두성로인의 롱담이였다.
<<사방대주위엔 99개의 호수가 있다고 합니다만 저는 몇곳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하마탕에서 잔뼈를 굳혔다는 하마탕향 전하촌의 전유일촌장의 말이였다. 이번 답사에 하마탕향에서 여러 사람이 합류되였기에 답사팀은 제법 흥성흥성 했다.
<<이제 하산길에 우리가 들려 점심을 먹을 곳이 <왜가리늪>인데 사방대에서 제일 큰 호수지요.>>
하마탕향 당위부서기 김수찬씨가 말을 받았다.
<<이 근방에서 돌도끼, 돌창, 돌칼 등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김두성로인은 사방대의 래력을 잘 알고있는듯했다.
1950년대까지도 사방대는 쩍하면 우르릉 우르릉 울었댔다고 한다. 산이 운다니 괴상한 일이 아닌가. 산이 어떻게 우는가고 물으니 산 전체가 흔들리는듯 보이면서 멀리서도 들을만큼 괴상한 소리를 내는데 그럴 때에는 아예 입산을 금한다고 한다. 일제시기 일본토벌대가 사방대의 항일유격대를 소탕하러 왔다가 사방대가 울어대는 바람에 혼비백산해서 도망쳤다는 일설도 있다고 한다. 사방대의 울음소리를 들은적있는 김두성로인은 혀를 끌끌 찼다.
<<말두마시우. 큰 메돌을 갈아대는것 같은 소리는 은근하면서도 공포적이였지유. 그 소리에 공연히 마음이 산란해지면서 겁먹게 되는데 한번 운다하면 두세시간정도 끊지 않았습니다.>>
지금 보면 지진운동으로 산울림이 생긴것으로 생각되지만 그때에는 산이 노해서 그런줄로 알고 아예 산에 접근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악한 짓이란 악한 짓을 다 저지른 일제침략자들은 저들의 죄를 알아보고 하늘이 노하여 그런줄로 알고 꽁무니를 뺏을것이리라.
비오고 안개가 발목을 감아치는통에 우리는 삼형제바위부터 보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사방대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접어들 수밖에 없었다. 비는 그냥 내리고 산은 오를수록 짙은 안개에 덮히여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톺고있는 길은 층암절벽 모서리였다. 안개가 끼였기에 절벽밑이 잘 보이지 않아서 다들 별 위험성을 느끼지 못하면서 등산했다.
<<맑은 날에 등산하면 이 절벽길 옆에 다가서지도 못할겁니다. 수백길되는 절벽이니깐요.>>
김두성로인은 이렇게 말하면서 절벽과 좀 멀리 떨어져 걸으라고 당부했다. 누군가 큼직한 나무토막을 절벽밑에 던졌다. 퍼그나 시간이 걸려도 나무가 맨밑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좋이 시간이 흘러서야 우리는 산정에 올랐다. 산정에 올랐어도 안개가 휩싸여서 우리는 산의 높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이곳은 위만시기 약담배기지로 활용되기도 했지요. 항일전쟁시기에는 유격대의 숙영지이기도 했구요.>>
안개가 끼여 잘 보이지 않아 그렇지 산정은 퍼그나 넓을 것 같아 보였다.
<<항일련군 제2로군이 활약하던 곳이기도 합니다.>>
일행중 사방산의 래력을 알고있는 사람들의 주고받는 말을 들으면서 우리는 산정의 이곳저곳을 신비한 눈길로 살펴보았다.
<<여기가 산성자리예유.>>
김두성로인이 소리치자 일행을 우르르 몰려갔다. 높이가 2메터 남짓한 둔덕이 뻗어있는것이 너무도 확연히 알렸다. 다른데 산성을 여러번 본적이 있는지라 이것이 확실히 산성의 흔적이라는것이 알렸다. 사방대는 고대의 군사요새지였다고 하면서 김두성로인은 발해국시기의 옛말을 구수하게 풀어놓는다.
발해국시기였다고 한다. 홍락녀라고 하는 녀장수가 사방대를 지키고있었다. 홍락녀에게는 사랑하는 남동생이 있었는데 역시 장수였다. 동생은 50리 떨어진 대흥구의 을갑산산성을 지키고있었다. 두 오누이는 거란군이 쳐들어올 경우 봉화대에 불을 지펴 대응키로 약속하고 밤낮이 따로없이 발해의 산성을 지켰다.
시간은 살같이 흘러 두 오누이가 혜여진지도 어언 2년 세월, 오누이는 서로 보고싶어도 만날 수 없게 되자 그저 밤마다 달을 바라보며 그리군 하였다. 보고싶은 마음은 홍락녀가 더했다. 일찍 부모를 여인 홍락녀는 동생을 제손으로 키우면서 동생이 아니라 아들처럼 보살펴주었던것이다. 이 밤도 동생은 차거운 삼림속 공기를 마시면서 오랑캐들의 동정을 살피느라 잠을 못자고 있겠지. 둥근달을 바라보는 홍락녀의 마음은 산란하기 그지없었다. 남동생이 너무도 보고싶어 참을수 없었던 홍락녀는 하루는 봉화대에 올라 그만 불을 지피고말았다.
검은 연기가 삽시에 하늘 높이 치솟아올랐다. 을갑산산성을 지키고있던 동생은 사방대의 하늘가에 난데없는 검은 연기가 치솟아오르는것을 발견하고 거란군이 쳐들어온거라고 단정하게 되었다. 남동생은 즉시 병마를 출동하여 달려왔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는것은 거란군이 아니라 그리움에 젖은 눈길로 바라보는 누나 홍란녀의 아름다운 얼굴이였다.
<<장수로서 이것이 무슨 실책인가!>>
동생은 누나를 크게 책망하고는 군사를 이끌고 되돌아가버렸다. 1년도 안되여 다시 검은 연기가 사방대의 봉화대에서 솟아올랐다. 동생은 누나가 자기를 보고싶어 또 저러는것이라고 생각하고 병마를 출동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진짜로 거란군이 쳐들어왔을줄이야. 홍락녀는 끝내 거란군에게 산성을 앗기게 되었다.
김두성로인은 앞을 가리키면서 여기서 조금 더 가면 홍락녀가 마셨다는 샘터와 그녀의 발자국이 새겨진 바위가 있다면서 앞장서 숲을 헤치며 씽씽 걸었다. 우리는 부지런히 뒤를 따랐다.
<<여기예유.>>
김두성로인은 가랑잎이 덮인 너럭바위를 손으로 쓸면서 발자국을 찾아냈다. 과연 사람 발자국 모양의 자국이 드러났다. 금방 옆에 새긴듯한 동그란 구멍이 하나 뚫려져있느데 나무꼬챙이로 뚜지니 한자 남짓 깊어보였다. 산성을 앗긴것이 통분한 홍락녀는 산악같이 울부짖으면서 오른 발을 쾅 굴렀다. 그래서 생긴 것이 이 발자국! 이번에는 오른손에 쥐고있던 창을 바위에 콱 박았다. 그때 창날이 박힌 자리가 이 구멍이란다.
사람들은 다투어 발자국에 자기의 발을 담아보았다. 장수의 발자국이여서인지 두 발이 다 들어가고도 자리가 남았다.
발자국이 새겨진 바위에서 서너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맑은 샘이 흐르고있었는데 홍락녀가 마시면서 힘을 키우던 샘이라고 한다. 파란 샘줄기가 바위쯤으로 흘러나오고있었다. 샘이 고이라고 누군가 돌을 쌓아놓은 흔적이 알렸다.
우리는 머리를 틀어박고 샘물을 마셨다. 가슴이 쩡해나게 차거운 샘이였다. 약간 달큰하면서도 시원해 정신이 번쩍 났다.
샘으로 목을 축이고나서 협곡을 타고 내렸다. 집채같은 바위굽에 발을 옮겨디디면서 한사람 한사람 부축하면서 협곡을 내려야 했다.
협곡을 다 내린후 뒤돌아보니 금방 내려왔던 골짜기에 안개가 기여들어 <<흉한 꼴>>을 감추어버리고있었다. 대신 난데없는 열길남짓 되어보이는 커다란 바위가 우뚝 솟아있었다. 끝이 뽀족한 바위는 발해장수의 투구라 할가 위엄이 있었다.
울창한 숲이 우거진 협곡밑에도 집채같은 너럭바위가 널려있었다. 숲을 헤집고 앞으로 나가는데 다시 비가 오기 시작했다. 전촌장과 김서기가 벼랑밑에 다가가서 비를 끊자고 했다. 과연 벼랑밑에 들어서니 비가 미치지 않아 좋았다.
<<이 벼랑을 벽으로 500메터 넘어되게 또 다른 협곡이 뻗어있지유.>>
김두성로인이 아츠라니 보이는 협곡을 가리켰다. 집채같은 바위가 널려있는 협곡은 보기만 해도 몸서리쳐졌다.
우리가 비를 피하고있는 벼랑밑굽에는 한메터 남짓이 갈라진 홈이 있었다. 들여다보니 끝이 어딘지 모르겠다. 화산폭발 때 생긴 틈인데 그 깊이를 모른다는 것이다. 살펴보니 이렇게 산이 갈라진 자리가 기수부지였다.
기원 926년 발해국이 갑자기 멸망한것은 연변지역의 지질운동과 관련있다는 일본사학자들의 견해도 있다. 락후한 거란인들이 동방의 해동성국인 발해국을 일조에 멸망시키기에는 그 힘이 벅찬 일이다. 그 당시 발해국에는 지진, 화산과 같은 피치못할 자연재해가 불시에 달려들어 거란의 발해진공을 도왔을거라는 사학계의 주장도 있다. 그 깊이를 알수 없는 갈라진 돌산의 틈사리를 들여다보면서 지진 당시의 그 굉음이며 진동이 어떠했으리라 상상해보니 공포가 가슴에 밀려온다. 돌맹이 하나를 던져넣은후 귀를 강구어 들으니 끝없이 굴러들어가는 소리가 난다. 이런 돌틈에 빠지면 황천일것이라는 우수개를 그저 우수개로만 들을 일이 아니였다. 다들 조심스러운 눈길로 주위를 살펴보았다.
비가 즘즘해지자 일행은 골짜기를 따라 내려갔다. 아름드리 나무가 가로막혀 그 밑을 기여서 빠지기도 하고 작은 절벽이 놓여 여럿이 손에 손을 잡고 내리기도 하면서 얼마를 내려왔는지 모른다. 우리는 때론 집채같은 바위가 덧쌓여있는 밑을 지나면서 아슬아슬해 하기도 했고 펑 뚫린 바위구멍을 바라보면서 신비함을 느끼기도 했다.
맑은 개울이 졸졸 흐른다. 여기서부터는 약간 올리막이였다. 갖가지 나무로 울창한데 나무틈사이로 바라보니 우리가 서있는 자리는 그저 골짜기인것이 아니라 퍼그나 넓은 평지같아 보였다. 몸을 돌리면서 주위를 살펴보니 주위가 절벽산으로 둘러있었다. 우리는 지금 절벽산속에 갇혀있었다.
가파른 올리막이 앞을 가로 막았다. 한사람 한사람 오를수 있는 가파른 길이였다. 앞사람이 당겨주고 뒤사람이 밀어주면서 얼마나 간신히 올랐는지 모른다. 짐승들도 발을 붙이기 힘들것 같아보이는 벼랑길이였다. 일행은 조심에 조심을 가하면서 한발작 두발작 오르고 또 올랐다.
갑자기 한길 남아 되는 절벽이 앞을 턱 막았다.
<<여길 어떻게 오릅니까?>>
<<옆의 나무를 타고 올라야 하오.>>
김두성로인이 먼저 나무아지를 쥐고 절벽가의 틈사리를 디디면서 웃모서리를 잡더니 씽 하고 꼭대기에 올랐다. 그리고는 아래 사람들의 손목을 하나 하나 잡아 당겨주었다. 마지막 고비였다.
비가 미미 끊긴 상황이라 주위가 한눈에 잘 안겨왔다. 산정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일행은 다시 한번 놀랐다. 우리가 지나온 곳은 커다란 함지같은 곳이였다. 성처럼 둘러쌓여있는 벼락산이 20리는 더 되게 둘레를 치고있었다. 우리는 화산구에서 그 기슭으로 올라온것이였다. 움푹하게 패인 커다란 화산구는 지하삼림이였다. 우리는 금방 그 지하삼림에서 헤매이다가 올라온것이였다.
안개가 걷히고 푸른 하늘이 차츰 얼굴을 내밀어주어 우리는 사방대의 신비한 얼굴을 똑똑히 볼수 있었다. 사방대는 참으로 아름다운 산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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