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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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정암산(김철호)
2008년 09월 01일 15시 29분  조회:2240  추천:21  작성자: 김철호
전설과 력사가 묻힌 아름다운 산

운치있는 산

정암산성은 도문시 량수진에서 서북쪽으로 10킬로메터쯤 떨어진 정암촌 북산우에 위치해있다.
5월, 짙푸른 계절을 밟으며 찾아간 정암산은 한폭의 산수화였다. 왕청으로 통하는 국방도로에 서서 바라보니 산우에 우뚝 솟은 산채같은 바위산이 우선 범상치 않았다.
<<저 바위산을 <정자봉(亭子峰)>이라 합니다. 정자처럼생겼다 해서 지어진 이름이겠지요. 정자봉의 높이는 해발 463메터입니다. 이 길은 <마삿골>이하 합니다. 길이 험해 쩍 하면 달구지랑 잘 마사진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오늘 가이드를 책임진 소설가인 최국철씨가 왕청방향으로 하얗게 뻗은 국방도로를 가리켰다. 잘 닦아진 저 길이 옛날엔 아마 험한 달구지길이였는 모양이다.
버들이 꽉 우거진 속으로 개울물소리가 청맑게 들려왔다. 달구지길을 따라 조금 들어가니 앞에 맑디맑은 개울물이 감뛰며 흐르고있었다. 청계하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작은 내였다. 산골물이여서 그런지 너무 맑고 청아했다. 흰갈기를 쳐든 작은 물결이 솨 밀려왔다는 다시 쏴 하고 버들숲속으로 사라진다. 개울건너 골어귀에 집 한채가 보이는데 제법 운치가 있는 산장였다.
정암산선을 보려면 우선 산으로 들어가는 골짜기어귀부터 찾아야 했다. 그러자면 이 청계하를 건너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보아도 다리가 없었다. 청계하는 너비가 4-5메터 잘되는지라 뛰여건널수도 없고 하여 다들 바지를 걷고 물에 들어섰다. 막 가는 5월인데도 물은 너무 차거웠다. 뼈속까지 찡찡 랭기가 스며와서 다들 낯이 파랗게 질리여있었다.
떡갈나무들은 어느새 지난해의 노란 이파리들을 다 떨어뜨리고 파란 아기이파리들을 잔득 달고있었다. 이깔도 새파랗게 새웃을 갈아입고있었다. 가랑잎으로 메워진 산골짜기에 가담가담 길이 알리는데 이제 헤집고 들어가야 할 유일한 산어귀인것 같아보였다. 도란도란 흘러오는 골짝물이 발아래에서 소근거린다.
산을 많이 다녀보았지만 여기처럼 너럭바위가 많은 산도 흔치 않은것 같다. 길량옆운 온통 거무죽죽한 바위로 덫쌓여있는데 걸터 앉았으면 좋음직한 넙적바위, 한판 장기라도 두고 가고싶을만큼 시원한 너럭바위, 가로세로 엉킨 기암, 우뚝 솟은 괴석... 첫머리부터가 심상치 않아 보였다.
<<정암촌의 박금룡로인한데서 들은 얘긴데 광복되기 바로 전해라고 하니 1944년이겠지요. 그해 여름과 가을에 일본군 한 개 대대가 이 산성에 들어와 진을 쳤다고 하더구만요. 지금 보면 쏘련군대를 막을 심산에서였겠지요. 일본군대까지 이 산성을 알아보았으니 여기는 틀림없는 천혜의 군사요충지인것이지요.>>
최국철씨는 좁고 깊은 협곡을 가리키면서 말하다가 키넘는 가시나무를 가리켰다.
<<여기 드릅나무가 있군요.>>
<<드릅은 유명한 산나물이라던데...>>
<<드릅나무는 깊은 산에만 있는 나무입니다.>>
손이 뻗치는대로 드릅나무순을 땄다. 싱싱한 나무순은 그대로 입에 넣고 씹어도 향기로울것만 같았다.
30여분 올라가니 성문자리로 보이는 가쯘한 성터가 나타났다. 피끗 보아도 건축물의 흔적이라는것이 알렸다. 두 모서리가 반듯하게 각이 났고 층층이 쌓은것 역시 정연했다.
최국철씨는 산성을 보려면 오른쪽으로 톺아올라 릉선을 타야 한다고 하면서 경사도가 급한 산자락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한창 오르다가 머리를 돌려보니 정자봉이 확 눈에 안겨왔다. 길가에서 볼 때보다 더 멋지게 보였다. 파란 벼랑가에 늦진달래가 빨간 미소를 머금고있는것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정자봉은 이제 산성을 한바퀴 휙 돌아 내려오면서 구경하면 됩니다.>>
최국철씨는 정자봉에 넋을 잃은 일행의 마음을 달래면서 계속 톺아오를 것을 재촉했다.

정자봉전설

쉴참에 최국철씨는 정자봉에 미련이 많은 우리들에게 정자봉의 전설을 들려주었다.
<<량수에서 바라보면 두만강가에 절벽산이 있는데 그 산을 쿠룽산이라 합니다. 그 산과 이 정자봉에는 다 장수들이 있었는데 무예비길래기를 하면 정자봉장수가 늘 졌다고 합니다. 그건 그렇고 어떤 사람들은 저 바위산이 정자처럼 생겼다하여 정자봉이라고 하는데 전설은 또 다른 설명을 하지요.>>
최국철씨는 땀을 들이는 일행을 바라보면서 말주머니를 풀었다.
먼 옛날 마을에는 정자라고 부르는 예쁜 처녀가 있었다고 한다. 남을 잘 도와주고 부모효도 잘하는 정자는 일솜씨 재고 무척 부지런했다. 동네방네에 처녀를 사모하는 총각들이 많았지만 정자는 늙은 부모를 공양하기 위해 그저 부지런히 농사일에만 진념했다.
마을에는 김부자라는 마음이 음특한 사람이 있었는데 정자의 미모에 반해 그녀를 자기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별렀다. 아버지의 병구환때문에 정자네는 김부자한테 빚진 신세였다. 김부자는 틈만 있으면 빚을 턱대고 정자네 집으로 와서 성화를 부렸다. 정 빚을 갚지 못하겠으면 정자라도 내놓으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귀한 딸을 악독한 사람한테 줄수 없는지라 정자 부모들은 그 일만은 안된다고 딱 잡아뗐다.
그러던 어느날 김부자는 억지로라도 정자를 끌어가려고 앞잡이와 함께 정자네 집으로 치달려왔다. 김부자네 머슴 억쇠는 앞질러 달려와 정자한테 이 소식을 전해주었다. 급해난 정자는 뒤문으로 빠져나와 산을 바라고 뛰기 시작했다. 김부자네는 뒤산으로 달아나는 정자를 발견하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뒤쫓았다.
젖먹던 힘까지 다해 한사코 달리던 정자는 그만 아찔한 벼랑가에 닿아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다. 정자는 두손을 모아쥐고 눈을 꼭 감았다.
<<절 살려주십시오. 신령님, 제발 절 살려주십시오.>>
정자가 속으로 이렇게 빌고 있는데 난데없는 천둥이 꽈르릉 울었다. 그 무서운 소리와 함께 사방 20메터의 암석들이 모여와 높이가 백여메터되는 봉우리를 이어주면서 김부자와 앞잡이놈을 기암괴석속에 파묻어놓았다.
마을사람들은 마음씨 착한 정자를 신령님께서 구해준것이라고 여기고 새로 솟은 바위산을 다정하게 정자봉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고색 찬연한 성새

<<여기다! 산성이다!>>
릉선에 먼저 오른 친구들이 부르짖음이다. 달려가보니 과연 산성터가 한눈에 안겨왔다. 큼직한 바위가 엇갈린 중간에 돌로 쌓은 성벽이였는데 높은 곳은 2메터도 훨씬 더 되어 보였다. 쌓은 돌들에는 해묵은 이끼가 파랗게 덮혀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산성은 가담가담 끊긴 자리가 있어서 그렇지 줄곧 릉선을 타고 뻗어있었다. 허물어져 돌무지처럼 보이는 곳이 많았지만 완정한 모습을 보존하고있는곳도 있었다. 그런 구간을 발견할 때마다 우리는 환성을 울리면서 기념사진을 남기느라 야단이였다.
연변대학 력사학교수 방학봉선생은 저서 <<발해주요유적지를 찾아서>>에서 정암산산성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산성의 평면은 3각형 비슷이 생겼는데 둘레의 길이는 약 2.5킬로메터이다. 성벽은 산세에 따라 산등성이에 돌로 쌓았다. 동북부의 성벽안에는 부동한 간격을 둔 우묵하게 들어간 구뎅이가 8곳이 있는데 구뎅이의 직경은 4메터이다. 이곳 성벽의 높이는 2.8메터이고 너비는 1-3메터이다. 서쪽성벽 북쪽끝의 길이가 약 300메터되는 성벽안에는 10개 구뎅이와 한갈래의 통로가 있다. 이 성벽이 있는 구간은 전체 성벽가운데서 가장 험준한 구간이며 그 성벽밖에는 높이 15메터좌우 되는 오르내기기 아주 힘든 가파로운 절벽이 있다. 남쪽성벽안에는 7개 구뎅이와 한 개 대문자리가 있다. 이 대문자리는 동쪽성벽 남쪽골의 골짜기바닥에 나있는데 그 너비는 약 30메터이다. 성벽안에 있는 우묵하게 들어간 구뎅이안에서 화독(火板)을 발견하였다. 구뎅이의 길이는 3.4메터, 너비는 2.3메터였는데 온돌은 구뎅이북쪽 절반쯤 되는 곳에 놓여있다. 온돌은 너비가 1.4메터였고 구들고래가 셋이였으며 온돌동쪽에 부엌이 있고 서쪽켠에 돌로 쌓은 굴뚝이 있다. 이것은 병영자리로 짐작된다. 성 동남부에 주봉인 정자봉이 아아하게 솟아있고 그 부근에도 구뎅이들이 있다. 정암산성은 규모가 크고 견고하며 웅장하고 수원이 충족하고 병영이 밀포되였으며 망대 등 시설이 구비되여있어 난공불락의 군사요새이다. 지금까지 산성내에서 축성년대를 확정할만한 문화유물을 채집하지는 못하였으나 동경룡원부로부터 상경룡천부에 이르고 상경룡천부를 서울로 잡고있을 때 일본으로 왕래하는 길목에 위치한것으로 보아 정암산성은 교통로를 지키던 발해시기의 중요한 군사요새였을것으로 짐작된다.>>
방학봉선생이 말한 그 많은 유적들을 다 볼수는 없겠지만 릉성을 밟으면서 얼마든지 고색찬연한 옛성새를 만끽할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지금 딛고있는 이끼 낀 산성의 잔해속에서 세월의 숨쉬는 소리가 들리는것 같아 마음이 울렁이기도 했다.
갑자기 너무나도 완정한 성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어림짐작으로 50-60메터 됨직했는데 키가 낮아진외엔 별로 허물어진자리가 없었다. 만리장성의 한귀퉁이를 옮겨온듯 정연하고 장엄한 성벽을 바라보면서 일행은 연신 감탄을 쏟았다. 많은 산성을 보았지만 이렇게 대면적의 완정한 성벽을 보지는 못했다. 그우로 털썩털썩 걷노라니 발해의 장수라도 된 듯 마음이 뿌듯해났다.
조금 더 가니 동, 북 두 성벽의 련접각이 나타났다. 역시 비교적 완정했고 처음보는 성벽모서리였다. 련접각에서 굽이를 돈 성벽은 서쪽 릉선을 타다가 정자봉쪽으로 굽이돌면서 아래로 경사지기 시작했다. 한창 가니 서문자리가 보였다. 서문유적지를 지나 다시 경사진 릉선을 따라 한창 걸으니 이번에는 칼로 베여 만든듯한 층암절벽이 앞을 가로막고있는데 절벽을 리용하여 그우에 성벽을 쌓은것이 보였다. 절벽 그 자체가 성벽인데 그 우에다 또 성벽을 쌓았으니 그 견고함을 말로 어찌 표현할수 있겠는가.
절벽가에는 진달래가 한창 피여있었다. 야산의 진달래는 이미 막물이들어 이파리가 다 떨어졌겠는데 여기 진달래는 아직도 활짝 피고있었다.
정자봉밑에 와서 시계를 보니 오후 2시반이 넘었다. 오전 10시반에 저쪽 릉선을 오르기 시작했으니 한바퀴 도는데 꼬박 4시간이 걸린것이다.
턱밑에서 올려다보는 정자봉은 그 멋이 또 달랐다. 웅위롭고 름름했으며 어찌보면 도고해보이기까지 했다. 혹 산정에 오를수 없을가 하여 벼랑밑에 붙어서서 길을 찾아보니 발붙힐 자리조차 없었다. 바위산을 한바퀴 돌면서 이리보고 저리 보아도 벼랑을 톺을만한 자리가 보이지 않았다. 사면이 깍아지른듯한 정자봉은 사람의 접촉을 거부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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