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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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산딸기.2(김철호)
2009년 03월 04일 13시 41분  조회:1319  추천:18  작성자: 김철호

5

 

그해 여름방학에 나는 연길에 가서언어연구소의 리소장을 만났다. 그는 이전에 나의 론문을 추천하고 발표해준분이다. 학생시절에 나는 언어연구에 관한 론물 몇편을 발표하여 인기를 끈적이 있었다. 그때 리소장은 나에게 많은 조언을 주었다. 이번에도 리소장은 나더러 론문을 써보라고 했다. 흑석에 돌아온후 나는우리 말 토에 관하여라는 소론문을 리소장에게 부송했다. 얼마후 나의 론물이언어연구잡지에 발표되였다. 그때 나는 얼마나 기뻐했던가!

그러던 어느날 최교장선생님의 알선으로 어느 사범학원졸업생인 공사중학교의 한 총각선생이 선보러 나한테로 찾아왔다. 나는 좋은 말로 그를 되돌려보냈다.

그날 만룡이는 시물시물 웃으면서 나를 골려주었다.

조선생님, 기쁘겠습니다. 인젠 흑석도 리별이겠군요. 섭섭한데요…

말은 이렇게 해도 그의 눈엔 서운한 마음이 비껴있었다. 나는 그의 눈에서 어떤 갈망으로 불타는 절절한 광채가 번뜩하다가 가뭇없이 사라짐을 보아냈다. 나는 웃으면서 만룡의 롱을 받았다.

흑석이 얼마나 좋아요. 흑석의 물은 얼마나 맑고 흑석의 산딸기는 얼마나 단가요. 내가 그까짓 공사마을 중학교가 부러워 떠날것 같아요? 천만에, 나는 할머니가 지어주는 음식이 세상 제일 맛있어요. 파란 햇완두를 얹고 지은 조밥, 시원한 열무김치, 빨간 고추장, 취쌈, 깨잎, 구운감자… 그보다 뜨거운 할머니의 정성을 팽개치고 가면 어디로 간다구 그래요…

어느새 왔는지 할머니가 채소바구니를 들고 우리옆에 서있었다. 그도 나의 말을 들었는지 슬며시 눈굽을 찍는것이였다. 나는 순박하고 어진 드들을 속였다. 마음에 없는 말을 했으니말이다. 그러나 만룡이는 단통 헤벌쭉해지더니 어린애마냥 좋아했다.

정말입니까? 아무튼 저에게 초중과목까지야 가르쳐주고 가야지요.

그다음엔 제가 아무데를 날아간대도 의견이 없겠군요. 호호호…

그는 시물시물 웃으며 머리를 썩썩 긁기만 했다.

이튿날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날이 횅창 밝아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머니는 쌀을 씻고있었다. 나는 이부자리를 포갠후 카텐을 거두면서 바깥을 내다보았다. 만룡이가 마당 한복판에 말뚝처럼 버티고 서있었는데 그의 발치에는 패놓은 장작들이 무더기로 쌓여있었다. 한손에 도끼를 쥔채 만룡이는 우두커니 수양버들을 바라보면서 히죽이 웃을을 짓고있었다.

이상히 여긴 나는 그의 눈길을 따라 수양버들을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창문을 살며시 열었다. 청신한 공기가 페부를 적셔준다. 산간마을으 아침공기는 맑고도 시원했다. 호기심에 끌려 수양버들에 눈을 나는 그만 어이없이 웃고말았다. 한쌍의 고운 새가 나무가지에서 쫑긋쫑긋 뛰여다니면서련애를 하고있었다. 만룡이는 입을 벙글서 벌리더니 새를 보고 혼자 중얼거리는것이였다.

날아가지 말아라. 거기에 둥지틀고 알을 낳고 살란말이다. 우리 집이 얼마나 좋니! 나와 할머니는 다 좋은 사람이다. 날아가지 말어. 날아가지 말어…

나도 어느새 새들의련애에 정신이 팔렸다. 암컷은 그만 수컷에게 반하고말았다. 수컷은 부리로 암컷의 깃을 다듬어주면서사랑을 고백했다. 그들의 사랑이 바야흐로 무르익으려는 순간 정지문이 덜컹 열리더니 할머니가 물통을 들고 나가 구정물을 버드나무밑에 활 던졌다. 그바람에 놀란 한쌍의 새는 저 멀리로 날아가버렸다.

, 할머니두 참…

?!

만룡이가 다시 뭐라고 말하려고 머리를 드는 순간 나와 그의 시선이 마주치게 되였다. 그는 머리를 썩썩 긁더니 쑥스레 웃으면서 도끼를 들어 나무를 패기 시작했다.

그때 나는 만룡이가 나에게 애욕을 갖고있는게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일순간이였다. 하늘땅이 바뀌면 몰라도 그가 어찌 나한테 그런 엉뚱한 생각을 품겠는가나는 사범졸업생이고 그는 나에게서 몇글자 배운 학생에 지나지 않으니말이다.

 

6

 

그해 가을의 어느날이였다. 하학후 집에 돌아오니 만룡이와 할머니가 큼직하 항아리를 앞에 놓고 나를 기다리고있었다. 나는 의혹에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만룡이는 말없이 낡은 편지 한통을 나에게 주었다. 그것은 만룡의 아버지의 유서였다. 거기에는 이런 글이 씌여있었다.

나는 조선어를 연구하는 가운데서 과겨간 말을 하였다 하여 세상의 버림을 받았다. 그래도 나는 끝까지 해볼 생각이였다. 그런데 쇠약한 몸이 령혼을 배반하려 한다. 애절쿠나, 의기쇠진한 몸이 기름이 다한 등잔이 됨이. 자료더미를 너에게 맡긴다. 아버지의 유언을 현실로 되게 하여라. 뜨락 앵두나무밑에 묻어둔다

만룡이는 항아리속의 기름종이에 물건을 하나하나 끄집어냈다. 그리고 말없이 조용히 기름종이를 풀었다. 두툼한 노트들이 구둘에 쌓였다. 그것은 언어연구에 관한 재료들을 정리해놓은 노트들이였다. 그중에는 내가 지금 집필하고있는 론문에 극히 필요한 재료도 있었다. 력사적근거가 충분하고 준확하여 나의 론문에 자료를 인용하기만 하면 례문이 아주 명철할 그런 자료였다. 나는 어찌도 기뻤던지 보배나 주은듯 했다.

만룡이는 나를 보면서 침통히 말했다.

조선생님 덕분에 나는 새로운 천지를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글을 통해서만이 볼수 있는 천지입니다. 저는 하마트면 평생 까막눈이 되여 아버지가 어떤 유언을 남기고 가셨는지도 모를번했습니다. 아버지의 유서가 할머니의 농밑에 있었습니다. 할머니도 여태 그것이 뭔지 모랐습니다.

이걸 조선생님이 맡아 쟤 아버지의 유언을 실현시켜주우.

이렇게 말하는 늙은이의 눈엔 눈물방울이 맺혀있었다. 나는 격동된 심정으로 할머니의 손을 잡고 연신 머리를 끄덕였다

나의 두번째 론문이 인차 집필되였다. 나는 원고를언어연구잡지사에 발송했다. 원고는 인차 채용되였다. 그때 나는 얼마나 기뻤던가! 나는 희망의 고봉에라도 오른듯 했다.

기쁨을 나누고싶어 나는 하숙집으로 뛰여왔다. 집은 비여있었다. 웃방문을 열어보니 만룡이가 요를 펴놓은채 학습장을 한구들 가득 널어놓고 어디론가 가고 없었다. 나는 갑자기 만룡이의 학습정황을 알고싶었다. 나는 그의 학습장을 검사하기 시작했다. 문자를 다루는것이 이전보다 훨씬 제고되였고 글씨도 여물었다.

그날 나는 우연히 요밑에서 만룡의 일기책을 발견했다. 나는 그것을 가만히 훔쳐보았다. 아래것은 그날에 만룡의 일기 몇토막이다.

오늘 조선생님과 함께 산보했다. 더워서 조선생님을 속이고 아래목에 내려가서 목욕하고 왔다. 돌아오는 길에 산딸기를 따왔다. 조선생님은 딸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조선생님은 나를 어찌도 쏘아보는지… 조선생님이 나를 쏘아볼 때 나는 그가 성을 내는것이 아닐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공사마을 총각선생님이 선보러 왔다. 그가 우리 집으로 들어올 때 나는 그를 쫓아버리고싶었다. 어쩐지 그 사람이 곱지 않게 보였다.

그러면서도 조선생님이 훌륭한 사람을 만나 행복하기를 바라는 그런 마음이 간절했다.

오늘 조선생님이 나더러 <우리 집 식구>라는 작문을 지으라고 했다. 우리 집 식구는 나와 할머니 둘뿐이 아닌가? 그런데 웬 일인지 <우리 집 식구는 셋이다>로 첫머리가 떼여지는것이였다. 나는 조선생님이 볼가봐 부랴부랴 <셋이다> <둘이다>로 고쳤다. 조선생님은 필경 우리 집 식구가 옳은데 왜서 우리 집 식구로 될수 없는가? 조선생님이 영원히 우리 집 식구가 되였으면 좋으련만…

일기장을 이만큼 기억한것도 그것이 하도 나의 마음에 크게 자극을 주었기때문인것 같다.

나는 일기책을 팽개치고 부랴부랴 방에서 뛰쳐나왔다. , 만룡이가 그런 생각을나는 나의 가슴속에도 만룡이와 꼭같은 생각이 있다는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불현듯 그를 좋아한 자신을 발견했던것이다. 그가 목욕하는것을 훔쳐보았을 때부터였는가? 아니면 그보다 그의 어글어글한 두눈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였던가아무튼 나는 그를 좋아하기 시작했다는것만은 사실이였다. 나는 만룡이로 하여 끓어오른 무엇이 나의 가슴속에서 튕겨나오려 한다는것을 몇번이고 느꼈다. 그것으로 하여 나는 수치감까지 느낀적이 있었다. 물론 만룡이의 눈이며 곱슬머리며 몃진 체구에는 처녀들의 눈을 끄는 매력이 있다. 그러나 사회에 내놔도 그런것은 아니다.

그는 나한테서 몇자를 배운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나는 그를 나의 미래의 생활과 련계시켜 생각해본적은 없었다. 바야흐로 문단에 두각을 드러낼 내가 어찌 만룡이와 함께 생활의 천평우에 오를수 있겠는가? 아무리 내가 자기희생을 한다쳐도 천평을 어찌 평형잡을수 있겠는가? 미구하여 내앞에 펼쳐질 길은 오색령롱한 주단이 깔린 희망의 길일것인데 길을 만룡이가 나와 함께 걸을수 있겠는가? 한때 내가 그를 동정하고 처지를 가긍히 여겨 그에게 지식의 대문을 여는 열쇠를 주었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동정이였지 결코 련정을 아닌것이였다.

 

7

 

한달후언어연구편집부에서 나를 림시편집으로 빌려쓴다는 통지서가 왔다. 할머니는 몹시 서운해했다. 내가 할머니에게 림시로 가서 일을 보는것이라고 말씀을 드려도 할머니는 보물을 빼앗긴듯 몹시 억울해했다.

떠나던 날 할머니와 최교장네가 동구밖까지 나를 바래주었다. 만룡이는 소수레로 나의 짐을 사자툰까지 실어다주었다. 뻐스역에 도착하여 수레에서 나의 짐을 부리우던 만룡이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그걸 어쨌습니까?

나는 쓸쓸히 웃었다. 그것이란 만룡 아버지의 유물을 말하는것이다. 아침에 만룡이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나는 그것을 방에 숨겨두었다. 어쩐지 나는 그것을 받을 권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한편 그것이 더없이 귀중한것이긴 하지만 내가 만약 그것을 받는다면 만룡이는 내가 그의 사랑을 받아들이는것으로 잘못 생각할가봐 두려워 두고 온것이였다. 나의 생각은 얼마나 유치하고 미련했던가. 그러나 나는 그런 내속을 숨기며 슬쩍 딴전을 댔다.

오해마세요. 그건 만룡 아버지의 유물이예요. 나는 감정상에서 부친의 유물과 아들을 갈라놓을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토록 귀중한 유물을 내가 어찌 차지할수 있겠나요.

그 말은 틀렸습니다, 틀렸습니다!

만룡이는 펄쩍 놀라 부르짓었다.

그는 나를 원망스레 쏘아보다가 몸을 돌려 오던 길로 되돌아 줄달음을 놓는것이였다.

뻐스는 한시간후에 떠났다. 뻐스가 금방 떠나자 만룡이가 언덕길에 나타났다. 그의 어깨엔 큼직한 보짐이 메워져있었다. 그것이였다. 차가 떠난것을 본 만룡이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않아버렸다. 나는 코마루가 시큼해나서 제꺽 손수건으로 눈굽을 찍었다. 다시 머리를 들어 차창밖을 내다보니 만룡이는 보이지 않았다.

현성에 도착한 나는 연길로 가는 기차를 기다려야 했다. 아직도 반나절 시간이 있었다. 나는 시내구경도 하고 식당에 가서 저녁도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내가 저녁차를 탔을 때엔 날이 이미 어두웠다. 자리를 정해 앉은후 습관적으로 차창밖을 내다보던 나는 그만 깜짝 놀라고말았다. 만룡이가 플래트홈으로 들어서고있었던것이다. 황황히 자창을 바라보는 그의 눈은 이글거리는 숯불 같았다. 그가 보짐을 그냥 메고있는것으로 보아 나를 찾고있다는것이 분명하였다. 나는 차창을 열면서 그를 불렀다. 나를 발견한 만룡이는 노루처럼 풍풍 뛰여왔다. 그리고는 다짜고짜로 보짐을 창문으로 올리밀었다. 그제야 그는 만시름을 놓은듯 숨을 훌 몰아쉬는것이였다. 나는 량심의 가책으로 하여 가슴이 막 미여지는듯 괴로왔다. 그러나 만룡이는 헐떡헐떡 숨을 몰아쉬면서도 얼굴에 웃음을 띠우고있었다. 그 웃음은 그렇듯 천진하고 가식없는 순결한 마음이 담긴 웃음이였다. 나는 목이 메여 멍하니 만룡이를 바라보기만 했다. 발차를 알리는 벨소리가 울리자 만룡이는 천천히 나에게로 다가왔다. 나는 그의 손을 잡으려고 바깥으로 몸을 내밀었으나 그는 나를 바라볼뿐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그의 눈에는 물기가 빛을 뿜고있었다.

차는 서서히 떠났다.

조선생님,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만룡이는 입술을 깨물고나서 겨우 한마디를 한다. 순간 나는 귀중한것을 놓치는것만 같아 한사코 손을 뻗쳤다. 말룡이도 손을 들어 나의 손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점점 속력을 내는 렬차는 우리들 사이를 갈라놓고야말았다. 나는 옥죄여드는 가슴을 붙안고 점점 멀어져가는 말룡이를 바라보았다. 집에 갔다가 사자툰까지 달려와 마지막 뻐스를 타고 현성까지 와서 차시간을 놓칠가봐 역전까지 달려왔을 만룡이를 생각하니 나는 가슴이 미여지는것 같았다. 이제 현성에 아무런 친척도 없는 저이가 밤을 어디에서 셀가? 나는 차창으로 휙휙 스쳐지나가는 나무들을 바라보면서 두볼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삼켰다. 순간, 나는 뭔가 그리워졌다. 초가삼간 온돌우에서 저녁상에 마주앉아 웃음꽃을 피우던 저녁이 그리웠다. 남포등밑에서 코를 끄슬리며 만룡이에게 글을 가르쳐주던 때가 그리웠다. 갑자기 나는 시장기를 느꼈다. 이맘 때면 할머니가 찹쌀구이나 감자를 구워주겠지 하는 생각에 나는 가슴이 물클해났다. 모든것이 이젠 끝난 이야기거리로만 남았구나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옥죄여들었고 무언가 나의 몸에서 가장 귀중한것을 잃은것만 같았다. 있어야 무엇이 몸에서 갈리여 나가는것만 같아서 나는 더없이 아쉽고 슬펐다. 그래 내가 귀중한 무엇을 잃지 않았단말인가? 나는 애틋한 감정을 잃었을뿐만 아니라 주요하게는 신의를 저버렸다. 순박하고 어진 만룡이와 할머니의 나에 대한 깨끗한 신의를

 

8

 

며칠전 뜻밖에도 만룡이가 나를 찾아왔다. 지금 마을에서 소형수력발전소를 세우고있는데 자기가 공정을 책임졌다고 나에게 말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자기들이 그린 설계도와 공정계획표를 지구농전국으로 심사받으러 오던길에 들렸노라고 했다. 그는 큼직한 구럭을 내놓으면서 어색하게 얼굴을 붉혔다.

할머니가 어찌나 가지구 가라는지… 도시엔 이보다 더 좋은것이 많다고 해도 그냥 참… 이건 이슬밭에서 따온것입니다.

그것은 생신한 산딸기였다. 향기를 풍겨주는 흑석의 산딸기였다. 나는 코마루가 저려나서 가까스로 할머니의 안부를 물어보았다. 만룡이는 할머니가 여전히 정정하다고 말한후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 집에 또 사범졸업생 선생님 한분이 들었습니다. 남선생님이십니다. 할머니는 기뻐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냥…

떠날 그는 나에게 슬며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지난번 학교에서 초중졸업시험을 칠 때 나도 쳐보았습니다.

그래서요?

성적이 수수했습니다. 래년부턴 고중과목을 배우려 합니다. 그리고 늦지만 않으면 통신학부같은것도… 히히… 다 꿈같은 소리지요.

해요. 꼭 될수 있어요. 학습자료는 내가 제때에 구해드리겠으니 꼭 해봐요.

만룡이는 히죽이 웃다말고 돌아서서 걸어갔다. 그러던 그는 되돌아서서 어색하게 나를 바라보며 머리를 썩썩 긁는다. 순간 나는 어쩐지 답답해나면서 몰래 가슴이 높뜀을 느꼈다. 저이가 말하자고 저럴가? 그는 주밋거리더니 멋적게 입을 열었다.

, 결혼했습니다. 중학생이라고 뽐내던 이쁜이가 저의 안해로 되였습니다.

그는 손을 들어 한번 휘젓더니 인차 돌아서서 털썩털썩 앞을 향해 걸어갔다. 순간 나의 가슴속에서는 무엇인가 덜컹 떨어지느것만 같았고 알지 못할 어떤 욕망이 머리를 쳐드는것만 같았다. 나는 달려가서 만룡이를 붙잡고싶었다. 그라나 나는 그렇게 할수 없다는것을 자감했다.

만룡이는 오늘도 흑석에서 발전소공정을 하느라고 땀벌창이 되여 일하고있을것이다. 80년대에 들어섰으나 아직도 남포등신세를 지고있는 고향을 변천시키느라고 변변치 않은 지식을 리용하고있을것이다. 그러나 나는만룡이는 비록 아버지의 유물에 대하여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의 행동은 나에 대한 도전인것이다.

그날 나는 한구럭의 산딸기를 갖고 거리에 나섰다. 나는 거리모퉁이에서 장난치고있는 조무래기들에게 산딸기를 한줌한줌 나누어주었다. 그들은 좋아라고 날뛰며 달려갔다. 애들의 뒤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흑석의 산딸기를 먹을 자격이 없는 자신을 뼈저리게 느꼈기때문이였다.

언제, 언제 다시 흑석의 산딸기를 먹을는지? , 잊지 못잊을 흑석이여! 못잊을 산딸기여!

 

1983년《아리랑》(연변인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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