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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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노다지타령(김철호)
2009년 05월 13일 15시 51분  조회:1681  추천:12  작성자: 김철호

단편소설


노다지타령


ㅡ생태균형록



노다지 노다지 금노다지 노다진지 지랄인지 알수가 없구나

하복씨는 자기의 생활주제곡 노다지타령에 맞춰 어깨를 들썽거렸다. 또 무슨 수가 난 모양이였다.

히히여보, 마누라!

남편의 호출에 설씨는 제꺽 중간문을 건너 매대를 벌려놓은 건너칸으로 넘어왔다. 하복씨는 병신모양으로 눈을 찔끔거리면서 안해를 향해 손마선질했다.

마누라 이걸 좀 보라니까.

이게모태주가 아닌가요?

설씨는 혀를 끌끌 차면서 남편곁에 다가섰다. 글씨는 몰라도 눈썰미가 빠른 설씨는 남편이 들어보이는 금칠을 먹인 포장곽을 보고 해시시 웃었다. 인젠 눈에 익어 명표술담배는 제꺽제꺽 알아본다. 오랑액이요, 분주, 량우그런것들은 벌써 포장부터가 눈에 환하게 안겨온다.

흐흐또 건너왔군요.

설씨의 눈초리에서 웃음이 똑똑 떨어졌다.

벌써 열세번째라니까. 여기 이 연필로 찍어놓은 자릴 보오.

하복씨는 모태주엉뎅이를 들어보이며 또 그 병신스런 웃음을 날렸다.

에이구. 돌돌이두 잘 한다. 자꾸 돌돌이해 되돌아오니 저 량반 입이 째지지. 그러다 개구리사촌되겠어요.

쯧쯧 이게 자꾸 돌아야 우리 집에 하복(下福)하지. 보오. 접때 임자가 이 집을 팔자구 할 때 내 뭐랍데

에이구, 어쩌다 큰 똥 하나 뀌여놓곤 두구두구 우쭐하긴

하복씨는 안해에게 악의없이 눈알을 딜딜 굴려놓고는 닭알광주리나 다루듯이 손을 놀려 모태주를 매대밑에 감춰놓았다.

, 요놈 한병에 250원이라지. 그래두 없어서 못사는판이니, 돈들두 썩었지.

당신은 들어가서 저녁이나 자시고 나오세요. 그동안 매대는 내가 볼게.

설씨는 남편의 흥을 깨칠세라 조심스레 아뢰였다.

그럼 오늘저녁에 좀 갈증을 말려본다.

병맥주 한병 터쳐요.

그만둬. 그래두 근들이가 좋단말이요. 병들이는 손님을 위해 봉사하게 하구. 제길, 그게 아니믄 쇠통 문턱두 안넘어선단말이야. 똑같은 소오줌물인데두

에이구, 하나 터쳐요.

쯧쯧, 위인민복무를 모르오.

에이구, 쇠깍쟁이!

그러건말건 하복씨는 비닐맥주잔에 근들이맥주를 떠들고 건너문을 넘어서며 흥얼댔다.

노다지 노다지 금노다지 노다진지 지랄인지 알수가 없구나

이곳은 몇해전까지만 해도 거북등처럼 키낮은 집들이 어깨를 비집고 들어앉아있던 주택구였다. 더럽고 어지럽고 좁고 분주한 골목길가에 그래도 상점 몇집이 간판을 내걸고있어서 골목몰골이 이루어졌지만 비오는 날이면 차라리 양돈장이라고 해야 격에 맞아보였다. 걸죽한 진탕이 골목길에서 이리저리 밀밀 밀려다니면서 문턱이 낮은 집들에 침입하여 사처에서 아우성소리가 터지는가 하면 성미급한 량반이 철렁거리고 지나가면서 옆사람에게 진탕을 갈겨놓아 욕설이 불꽃튕기기가 일쑤였다. 그래서 녀편네없인 살아도 장화없인 못산다는 골목으로 시가지판에 악명이 자자했다.

어느때부터인지는 모르나 이곳에다 층집을 짓는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하복씨는 복떨어지길 눈빠지게 기다렸다. 이주(動遷)뀀에 들기만 앉은자리에서 돈벌고 나앉을판이 되겠으니말이다. 그렇게 되면 몇해채 모은 돈에다 이주비까지 합쳐서 네거리에 나가 괜찮은 한채를 살수 있잖은가. 전민상업의 길에서 하복이의 만만찮은 솜씨를 한번 펼쳐보이리라. 하복씨는 궁리할수록 어깨가 으쓱해났다.

아닌게 아니라 이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시정부 제씨들이 매미차에 앉아 몇번 왔다갔다 하더니만 뒤따라 측량기를 사람들이 빨간 기발, 파란 기발을 이쪽저쪽에 꽂으면서 올리뛰고 내리뛰고 했다. 잇따라 이주동원을 하고 집값을 흥정하느라 야단이였다. 이사짐을 나르는 자동차, 밀차, 손잡이뜨락또르들이 해종일 부릉부릉, 힝힝, 토토토토거렸다.

그런데 하복상점앞길까지 금을 긋고 그뒤 한줄은 다치지 않았다. 천재가 아닌 하복씨는 코앞에 닥친 불행으로 하여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는지 모른다. 이제 남향으로 고층건물이 일어서면 자기네 집은 음달에 들건 물론이려니와 현대주택구와 빈밀굴사이에 끼인 꼬락서니가 통 오리밑구멍에 달린 똥달개신세가 될판이 아닌가! 하복씨는 망했다고 가슴팍을 두들겨팼다.

속도전의 불바람을 일으켜 새 층집은 여섯달 보름만에 출태하여 소소리높이 하늘을 치받고 솟았다. 얼마후 하복상점앞으로부터 저쪽 대통로까지 콩크리트길이 네각을 쭉 뻗고 드러누었다. 알고보니 새 아빠트는 시정부의 주택이였다.

남향으로 키를 돋구고 선 시정부아빠트의 그늘밑에 그러잖아도 꼴불견인 하복상점은 거인앞에 선 곱새같아 보여 하복씨는 어금이가 갈려졌다. 손님아라는건 가물에 콩싹이였다. 이런판에 간판이라도 큼직하게 해달아보자! 하복씨는 2백원 돈을 던져버리고 집채만큼한 새 간판을 만들어 내걸었다. 그즈음 안해 설씨는 재수 옴붙은 고장을 떠나버리자고 남편과 몇차례 설전까지 치렀었다. 그때마다 하복씨는 무슨 생각에 그랬는지 엉뎅이에 썩살이 배기도록 버티고앉아서 자릴 안뜬다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손님들이 차츰 찾아들기 시작했다. 아낙네들은 멀리 네거리까지 나가기 싫어서 하복상점문고리를 당겼다. 애들도 코묻은 돈을 쥐고 곧잘 뛰여들었다. 어찌하다 통이 큰 손님들이 찾아드는 때도 있었다. 와서는 무슨 삼오패권연이 없소?, 무슨 술이 없소?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한 술담배이름을 들이댄다. (있긴 개뿔 있어! 이 어르신님은 여태 그런걸 그림자두 못봤어!) 하복씨는 속으로는 이렇게 욕해대면서도 곁으론 웃음을 살살 발라대면서 작은 상점이여서 팔리지 않을가봐 고급상품을 갖추지 못했노라고 두손을 비비며 량해를 구했다. 그런데 그런 손님들가운데는 단골손님은 없고 언제봐도 거개가 낯선 손님이라는것이 하복씨의 흥미를 무척 끌었다. 어떤 손님은 상점에 들어와서 이리기웃 저리기웃 하면서 상점안을 할깃할깃 참빗질 얼레빗질 해보다가도 아무것도 없군 하면서 업수여기는 눈길을 찔갈기고는 힝하니 나가버렸다. 그럴 때마다 하복씨는 속으로는 별 강아지 무엇같은것들! 하고 욕해댔지만 곁으론 잊지 않고 또 오시우다하고 입치례를 했다. 후에야 하복씨는 그 무슨 기미를 알아차렸다. 사자던 물품이 없어 손님이 썩썩 머리를 긁적거리면 하복씨도 잇달아 머리를 긁적거리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하복씨는 머리를 썩썩 긁던 손님들이 한숨을 훌 내쉬면서 푸른 하늘이 낮노라고 코대를 잔뜩 쳐들고 으리으리해 서있는 길건너 아빠트를 창너머로 건너다볼 때마다 이상야릇한 무엇을 느끼군 했다. 그러던것이 햇병아리가 껍데기를 까고 머리를 내밀듯 무엇인가 터득해냈다. 찾아드는 손님들은 모두가 특수사명을 갖고있는 사람들이였다. 그러니 이 하복상점의 경영방침도 고쳐져야 할게 아닌가?

하복씨는 무릎을 쳤다.

이튿날, 하복상점은 종일 문을 열지 않았다. 하복씨는 자전거를 타고 시내를 훑었다. 친구를 만나 뒤문을 찾고 돈을 먹이고 마음을 팔고사면서 오량액 세명에 모태주 한병, 삼오패권련 한상자, 중화패권련 두상자, 아스마권련 한상자를 획득해가지고 힘차고 기세높이 노다지타령을 부르면서 귀가했다.

상품은 불이 펄 나게 팔렸다. 오랑액20원씩 더 붙였는데도 군말없이 사갔고 모태주는 자그만치 50원이나 더 붙였지만 오히려 감지덕지해서 거스름돈 5원은 받지도 않고 달아나버렸다. 마치 누가 빼앗기라도 할듯이 꼭 부둥켜안고 가는 꼴이 우숩광스럽기까지 했다. 며칠새에 4상자의 고급권련도 거덜이 나고말았다.

하복씨는 다시 엉덩짝에 마파람을 일궜다. 그래도 언제나 공급이 수요와 어깨를 같이 할수 없었다. 골머리를 앓는판에 하루는 웬 젊은 각시가 상점을 찾아왔다. 면목이 꽤 서먹서먹한 녀자였다.

어서 들어오쉬우다.

하복씨는 병신스러운 웃음을 날리며 례절스레 녀손님을 맞았다. 그새 상점안을 현대화해놓아서 웬간한 손님앞에선 목대를 쳐드는 하복씨였다.

, 이 상점에 뭐 없는게 없구만요. 깨끗두 하구

젊은 녀인은 오금을 녹일듯한 웃음을 선물하면서 별로 어려워하는 기색이 없이 다가섰다.

헤헤뭘요.

하복씨는 웬일인지 어깨가 처짐을 느꼈다. 그는 면구스레 녀인을 바라보았다. 짙은 향기가 꽃밭인양 풍겨왔다. 요염하게는 화장하지 않았는데 어데서 풍겨오는 향내인지 견딜수 없는 자극을 연해연방 주었다. 말쑥하고 깨끗한 얼굴은 토들감자같은 자기 녀편네의 얼굴짝과 비하면 상아와 두꺼비랄가. 제길할. 이제 백만장자가 되는 날이면 재미를 실컷 볼테다. 그러면 등신같은 년편네가 지랄이나서 앙탈쓸거야. 히히히

, 여보세요.

.

꿈속에서 소스라친 하복씨는 입가에 매달린 침방울을 조심스레 닦으면서 의연히 아까의 송그스러운 태도로 미녀를 바라보았다. 녀인의 얼굴엔 별스러운 홍조가 떠올라있었다.

, 이 상점에서모태주두병 사지 않으려는지요?

아이참, 딱 한병밖에 없는데 그나마 값이 좀

하복씨는 녀인의 말을 풀이 못하고 제좋은 생각을 하면서 매대밑에다 숨겨놓은 모태주 끄집어내려고 하였다.

아니, 사려는게 아니라

그럼유?

저한테 두병쯤 있는데 지금은 쓸모가 없구 또 집에다 적치해둘 필요두 없구 해서이 상점에서 혹시

알만합네다요. 헤헤그럼 얼마에유?

하복씨는 점점 붉어지는 녀인의 탐스러운 얼굴을 맘껏 눈요기를 하였다.

지금 그런게 한병에 얼마씩이나

하복씨의 장사골이 대뜸 돌았다.

2백원쯤 하면

그럼 180원에 넘겨가지세요.

헤헤… 170원에 넘겨주세유.

그럼… 10원쯤이야뭐.

녀인은 들고왔던 들가방속에서 술병을 조심스레 끄집어내여 매대우에 올려놓았다. 틀림없는 진품이였다. 세상에 이런 복이 어데 있는가?  두병이면 순리윤이 백원도 넘어될게 아닌가. 하복씨가 넘겨주는 돈을 돈지갑에 찔러넣고 곱게 눈인사를 날리며 나가는 미녀를 점도록 바라보던 하복씨는 불현듯 집안에 대고 소리쳤다.

여보, 마누라!

설씨는 나오면서 하품질을 짜악 했다.

아니, 이게 모모태

에익, 반벙어리상을 하면서이렇게 생겨먹은건모태주라라고 하잖습데.

그래, 고게 정말모태주구만유. 어데서?

저절루, !

하복씨는 비밀이라도 말하듯이 주의를 일으켜놓고는 안해의 귀에다 대고 쏙닥거렸다.

어떤 반편이히히곱게는 생겼더구만허허글쎄 이걸… 170원에 넘겨주구히히냅다뺐단말이요.

누구게유? 이게 그래 진짜 옳아유?

이런 등신을진짜가 아니믄 뭐 이 하복이가 동네집계집에게 속히울 둔재로 보여?

호호그거야 그렇잖구유. 그런데 그녀가 누구게?

알게 뭐야! 저기 시정부아빠트 중가문으루 들어가는걸 보아 아마 무슨 처장의 마나님쯤 되겠지. 히히

하복씨는 그녀인의 아름답고 인상좋던 얼굴을 그려보면서 연신 히히 웃어댔다.

물론 하복씨는 모태주 두병으로 100원에 꼬리가 붙은 순수입을 올렸다. 그후에도 녀인이 몇번 찾아왔는데 그때마다 물품을 사러오는것이 아니라 고급술이나 고급담배같은것을 팔러 오군 했다. , 별일이지.

그후에 그런 녀인이 나타났다. 리유라면 자기네 집에는 그런게 필요없다는것이였다. 남편이 담배를 안피운다거니 술을 뗐다거니하복씨는 그런 리유에는 귀가 솔깃해지지 않고 그저 그 고급물품들에만 눈길이 쏠렸다. 얼마 안되여 하복상점엔 고급물품들이 제법 구전해졌다. 이젠 사자던 물품이 없어 한숨쉬며 머리를 긁는 손님도 별반 없었다. 하복씨는 열이 올라서 종적으로 횡적으로 다리를 놓고 나래를 펴면서 상품경제의 새 길을 탐구했다.

하복씨는 상품회수대상자의 사회적위치를 알아내는것을 첫 과업으로 내세웠다. 설계도가 그려졌다. 시정부아빠트의 1층은 거개가 과장동지들이 차지하고 계셨고 2층은 부시장, 부장님들이 차지하고 계셨고 3층부터는 과원동무들과 각종 잡동사니 형제들이 보금자리를 틀고있었다. 방구조도 물론 달랐다. 120평방메터로부터 45평방메터까지 각양각색이였다. 하복씨의 설계도에는 몇층몇호는 xx과장동지, xx부장동지, xx처장동지, xx부시장동지라는것이 깨알처럼 적혀있었다. 그래서 손님이 와서 물건을 사들고 어느 현관으로 들어가는것만 보아도 어느 국장네 집, 혹은 어느 처장네 집으로 들어가는구나 하는것을 빤히 보아낼수 있었다.

두번째 과업으로는 탐문이였다. 탐문은 대개 낮에 한다. 그런 집들을 찾아다니면서 처리할 물품이 없는가고 묻는다. 처음에는 좀 어색했으나  차츰 낯이 익고보니 그것도 별일이 아니였다. 고급술, 고급과자, 고급사탕, 고급권련, 고급좌우간 고급무엇이 그런 집들에는 너무 많이 쌓여서 문제였다. 자칫하면 쓰레기통에 들어갈판이였다. 그러니 문앞까지 찾아와서 처리해주겠다는것을 마다할리 없었다. 흥정은 물품을 보고 정했다. 곽에 좀 손실이 간것이 있으면 값이 뚝 떨어졌다. 미관이 첫째이니까. 아무리 높이 주어도 본값보다 2030%씩 낮춘다. 세상에 이런 장사가 어데 있는가? 어디에 가서 도매해오기보다 몇곱절 나은판이니말이다.

설계도가 있으니 손님을 위해 봉사하기도 좋았다. 어떤 어리숙한 사람들은 앞문에서 쫓겨와 뒤문으로 찾아왔는데 어느 문이 제문인지 몰라 이마에 근심을 한보자기 달고서 높다란 시정부사택을 하염없이 쳐다본다. 그럴 때면 하복씨는 그 사람옆에 다가서서 히물히물 웃는다. 웃음으로 먼저 인심을 슬쩍 사놓고는 잇달아 정보를 제공해준다.

어는 처장동지네 집을 찾는거나 아닌지요?

아니

도적질하다 들킨 사람처럼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은 틀림없이 이런 일에 처음인 사람이기에 일반적으로 통이 그닥 크지 않다.

그렇다니까. xx처의 xx네 집을 찾아야겠는데 통 소경이 갈밭에 든 격이군그래. 당신 아마 잘 알겠지?

입심좋게 이쯔음을 말씀하시는분들은 이런 일에 썩살이 박힐대로 박힌분들이여서 통이 여간만 크지 않다.

사람에 따라 물건값이 오를수도 내릴수도 있고 있을수도 없을수도 있는 이것이 하복씨의 새로운 상업경영예술이다.

그 집이 저기 저 문으로 들어가 저 2층 오른쪽입지요.

, 그럽습니까? 그럼 거저는 못들어가구좀 뭘

그 량반은 얼굴 한번 붉혀가지구 다니는 일 없잖구 뭡니까? 그저 손가락새에다 하루종일 불을 때면서 다닙지요. 헤헤그것두 말짱삼오를 태워주는데 참, 어르신님이 높은 자리에 계시니 입두 높으신거죠. 헤헤

그러시우.

손님은 매대우를 뚜릿뚜릿 살핀다.

뭘 찾습니까?

글쎄 빈손으로야 어떻게그런데 어째 보이질 않군요.

헤헤그런게 어데 있습니까?

그럼 어쩐다.

여기 몇보루 있긴 있는데사실은 높은 가격으로 가져와놔서

얼맙니까?

하복씨는 문밖을 힐끔 넘어다보고는 세손가락을 펴보인다

손님은 뭉치돈을 매대우에 팽개치고는 하복씨가 넘겨주는 담배보루를 가방안에 밀어넣고는 굽석 인사하고 나갔다.

히히히

하복씨는 이마의 잔주름을 식지로 쪽쪽 펴대면서 금방 나간 손님을 창너머로 내다보면서 실컷 비웃었다. 사실은 손님이 찾아가는 그집 주인량반은 담배를 안피우는 고상한분이였다. 그러니 이튿날 아니면 사흗날이면 그 담배보루가 도로 하복씨의 매대밑으로 되돌아올수 밖에 없는것이다. 세상에 별 묘한 노릇도 다 있지. 요런것을 생태균형이라 하는게 아닐가. 장사가 아무리 팔고사는 짓이라 해도 요런 장사놀음 세상에 어데 또 있으랴. 이것이야말로 진짜 하복식장사인것이다. 팔고 팔아버린것을 도로 문전에 가서 사들이고 혹은 안주인들이 들고와서 팔아버리고세상에! 팔자치고 나앉은 팔자는 이 하복뿐인가 싶다.

어느때부턴가 하복씨는 재미있는 궁리를 하나 해냈다. 즉 물품을 팔때마다 그 물품에 살그머니 표기를 해둔다. 누구도 모르는 곳에 연필로 알릴듯말듯 점을 찍어놓거나 체크를 해놓는다. 그래서 자기한테서 사간 물품이 몇번이나 돌돌이를 하는가를 보았다. 어떤것은 세차례 또 어떤것은 일곱차례이렇게 돌돌이를 하는데 참 재미있었다. 그러는 동안 곁에 씌였던 비닐종이가  해여져서 하복씨가 솜씨를 보이지 않으면 안되게 되였다. 새 비닐종이를 얻어다가 잔재간을 살짝 피워놓기만 하면 물품이 새것으로 제꺽 둔갑한다. 얼마나 재미있는 놀음이가. 달마다 초하루날이 있듯이 물품이  되돌아오는 날이 꼭 있었다. 오늘도 모태주가 되돌아왔던것이다. 그것도 열세번째로기록이였다. 하복씨는 웃음통이 흔들흔들 했다.

노다지 노다지 금노다지 노다진지 지랄인지 알수가 없구나

하복씨는 자기의 생활주제곡 노다지타령을 흥얼대면서 사이문으로 건너왔다.

여보, 인젠 들어가서 거두매(설거지)나 하오. 덕분에 껄

코구멍으로 생맥주냄새가 물씬 풍겨나왔다. 기분이 좋았다.

여보세유.

설씨는 남편이 나타나자 기다렸다는듯이 해쭉 웃었다.

그게 또 팔려갔어유.

, 어느게

그 열세번째 건너왔던모태주

정말이요?

, 당신의 날벼락을 맞자구 거짓말 하겠슈. 이번엔 저 맨마지막현관문으루 들어가는걸 보아 아마 인사처

, 누가 듣겠소. 그 사람들의 일을 우리가 비밀로 지켜주어야 한다니까. 그래 밑바닥에 표해놓았소?

아불싸!

설씨는 울상이 되였다. 하복씨는 큰일이나 저지른것처럼 안해를 흘려보았다.

명심하라는데두.

다음부턴 꼭

, 그러니 또 순수입이 50원에 꼬리가 달릴판이로구나!

, 손님이 와유.

문이 열리더니 손님이 들어왔다. 낯선 손님이였다. 하복씨는 사람좋게 히쭉 웃으면서 손님을 맞았다.

뭘 요구합니까?

좀 좋은 술과 담배를

손님은 명표술과 명표권련을 한아름 안고 기분이 좋아서 나갔다.

또 오세유.

하복씨는 어깨를 들썽했다.

노다지 노다지 금노다지 노다진지 지랄인지 알수가 없구나

하복씨는 자기의 생활주제곡을 부르면서 손님인지 로획물인지를 기다리고있었다.

 

1990. 3. 28. 열길에서

 

1990 6 16 흑룡강신문 3 진달래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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