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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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소설《황제와 소녀》

3. 少年入宮(황제와 소녀 연재)
2012년 02월 10일 10시 57분  조회:4779  추천:0  작성자: 김정룡
3.少年入宮: 소년입궁

헌원, 옥녀의 궁으로 오다

곤륜산은 비록 음산한 기운이 가득 차 있으나 경치가 좋기로 유명하다. 뿐만 아니라 불사수(不死樹)와 불사수(不死水)가 많기로 소문난 곳이다. 산 한복판에 수정처럼 맑은 보옥 호수인 요지(瑤池)가 있었다. 물이 맑다 못해 천길 깊이 밑바닥 모래알까지 한눈에 똑똑하게 보인다. 누구든지 이 호수 물을 마시면 장생불로했다.
호수 서쪽에는 옥녀가 친히 애지중지 가꾸는 반도원(蟠桃園)이 있었다. 요염한 분홍색 복숭아꽃은 여인의 치마폭에 음기의 바람을 안겨주고, 사내들이 복숭아 나뭇가지를 사타구니에 끼고 밤을 새우면 양물이 불끈불끈 솟아오른다. 이곳에서 나는 복숭아는 삼천년에 한 번 꽃이 피고 삼천년에 한 번 열매를 맺는다. 옥녀가 손수 가꾼 복숭아를 사내들이 먹으면 육십갑자를 살 수 있었다.
호수 동쪽은 평평하고 널찍한 빈 공터이다. 이곳에서 궁인들이 무예를 닦고 가무를 즐긴다. 매년 삼짇날 옥녀의 생일이 되면 큰 연회를 베푸는 곳이고, 해마다 상월(음력 7월)과 가배절(한가위)이면 그녀가 관장하는 도월놀이(달놀이)가 펼쳐지고, 5월과 10월이면 천신에 제사를 올린다. 북쪽에는 옥녀가 기거하는 호화로운 궁궐이 자리하고 있다. 궁궐 뒤에는 옥산(玉山)이 수호신처럼 버티고 있다.
때는 헌원이 16세를 맞은 해의 가배절이었다. 둥근 쟁반 같은 달이 대낮처럼 훤하게 땅 위에 빛을 뿌렸다.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더니 삽시간에 수천 명이 모여들었다. 대부분 젊고 생기가 펄펄 넘치는 이팔청춘들이었다. 계집애들은 이마에 연지를 찍은 아이들이 있었고 찍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다. 이마에 연지를 찍은 것은 천계(天癸: 초경)가 열렸다는 것을 알리는 징표이다.
도월놀이 참가자들은 누가 오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들 모여 들었다. 그런데 이런 관례를 깨고 옥녀가 특별히 손님 한 명을 초청했다. 바로 헌원이었다. 옥녀는 며칠 전에 헌원에게 파랑새를 보냈다. 파랑새가 동굴 앞에 이르자 헌원이 나와 물었다.
“너는 궁궐의 전령사가 아니더냐. 어쩐 일로 나에게 왔느냐?”
“옥녀 여왕의 명을 받들어 왔지요. 가배절날 열리는 도월놀이에 꼭 참석하라는 전갈입니다.”
“알았다. 내가 그날 꼭 가도록 하마.”
헌원의 어머니 유교씨(有嬌氏)는 옥녀가 몹시 못마땅해 아들이 도월놀이에 가는 것을 막고 싶었으나 젊은이들의 도월놀이 참석을 방해하는 것은 곧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행위이므로 천벌을 받을 수 있어 막지 못했다.
옥녀는 헌원을 붙잡으려 온갖 심혈을 기울였다. 마침 헌원이 아소를 좋아하고 머리가 총명한 아소가 암컷으로서의 제구실을 할 수 있는 생리구조까지 갖춰 미끼로 던지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옥녀는 이렇게 친히 공주를 내세우는 패로 승부를 걸었다.
드디어 도월놀이가 시작되었다. 인면호치(人面虎齒), 집채 같은 몸집, 쇠다리처럼 굵은 팔뚝, 코끼리 다리처럼 건장한 하반신, 사람 같기도 하고 짐승 같기도 한 옥녀가 굵고 억센 목소리로 도월놀이의 유래와 의미에 관해 열변을 토했다.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모습이 여인이 임신하면 배가 불러오고 해산하면 줄어드는 모양과 흡사하도다. 여인의 생리주기가 달이 차고 이지러지는 주기와 똑같으니라. 그리하여 계집의 몸에서 한 달에 한 번씩 흘러내리는 피를 월경, 월수, 달거리라 부르노라.”
참석자들이 일제히 달을 쳐다보며 옥녀의 말이 옳다고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옥녀가 사기충천하여 팔을 휘두르고 목에 핏대를 세워 말을 이었다.
“모두들 저 달님을 똑똑히 쳐다보라. 얼마나 아름다운가! 달님이 아름다운 이유는 저 달 속에 아름다운 여인이 있어 우리 인간의 생식을 관장하기 때문이니라.”
흥분에 겨워 소리치던 옥녀가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기분 나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옛날 어느 날 한 젊은 계집이 옥녀의 불사약을 훔쳐 도망을 쳤다. 그 계집은 잡히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이승을 떠나 달 속으로 숨어버렸다. 달님은 젊고 예쁜 그 계집을 월정으로 삼았다. 그 월정이 바로 상아(嫦娥)이다. 옥녀는 상아년을 갈기갈기 찢어죽이고 싶었다. 화가 치민 옥녀는 다음해부터 도월놀이를 중단시켜 버렸다. 이런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수만 년 동안 계속돼온 도월놀이를 중단한 것에 대해 여기저기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하기도 했지만 천하의 옥녀일지라도 사적인 감정으로 수만 년 지속된 다산 기원 행사를 그만둘 수 없었기에 다시 도월놀이를 부활시켰다.
옥녀는 그 기분 나쁜 기억을 지워버리고서는 말을 계속 이었다.
“아! 위대한 달님이시어! 아름다운 월정이시어! 대지의 인간이 무럭무럭 후대가 번창하게 늘어나게끔 생식을 도와주시옵소서.”
옥녀의 축문이 끝나자 곧 놀이가 시작되었다. 남녀가 달님을 흉내내 손에 손을 잡고 큰 원을 그리며 오른쪽으로 세 바퀴, 왼쪽으로 세 바퀴 번갈아 돌며 노래 부르고 탁무(鐸舞)를 추었다. 이어 사내들은 옥저를 불고 계집들은 방울을 울렸다. 춤 솜씨가 뛰어난 남녀들이 한가운데서 춤을 추었다. 밤이 깊어가자 온갖 가지가지 음담패설을 쏟아내며 암수가 하나로 되어갔다. 유시에 시작된 오락은 해시를 넘어 자정이 되어서야 끝났다.
아소는 헌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옥녀에게서 배운 기교를 아낌없이 발휘했다. 소년 앞에 나타난 아소는 갓 물이 오른 물앵두였다. 귀엽고 야무지고 탄탄한.
도월놀이가 끝나자 눈이 맞은 남녀들은 어둡고 은밀한 곳으로 숨어들었다. 사내는 갈대피리를 불면서 앞장서고 여자는 띠를 두르고 뒤따르며 장내를 세 바퀴 돌았다. 그런 다음 손을 부여잡고 반도원에 들어가 천륜을 즐기는 야합을 했다. 젊은 남녀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뒹구는 것을 이름 지어 ‘라양(拉陽)’이라 불렀다.
여기저기서 수천 쌍의 남녀들이 내지르는 흥분한 신음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음기가 가득 찬 옥녀는 그 이상야릇한 라양의 신음소리를 들으면서 기분이 묘해졌다. 그녀는 금세 쾌락의 도가니에 빠졌다.
“아! 이 얼마나 굉장한 풍경인가! 라양이야말로 인간이 자연원리에 순응하는 위대한 실천이로구나! 내년이면 수많은 새 생명의 탄생을 볼 수 있겠노라!”

옥녀의 궁궐은 지하 석실이었다. 땅 위에 8개의 정자가 정사각형으로 줄지어 서 있고 한가운데에 큰 정자가 있는데 그곳에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있었다. 대리석 돌계단을 따라 북쪽으로 한참 내려가면 좌측은 호위무사들의 침실이고 우측은 오만 잡동사니를 보관하는 창고이다. 그 옆은 시녀들의 침실이고 또 백여 명이 모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찬관(餐館)이 있다. 그 다음에는 커다란 방이 있는데 바로 옥녀의 방이다. 북쪽은 병풍으로 벽을 장식하고 있으며 한복판에 침실로 통하는 비문(秘門)이 있다.
도월놀이를 즐겁게 마치고 라양의 갖은 신음소리까지 즐긴 옥녀는 침실로 돌아와 의자에 몸을 맡기고 오른손으로 턱을 고이고 비스듬한 자세로 골똘한 생각에 빠졌다.
가배절이면 달님에게 제사를 올려 생식이 번창하기를 기원했다. 그 일환으로 도월놀이를 하는 것이고 당연히 라양이 벌어진다. 인간이 더 많이 번창해지려면 옥녀가 앞장서야 했다. 옥녀는 왕모로서 아기들을 끝없이 낳아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했다. 그러므로 그녀는 음욕이 가장 왕성하고 교합을 제일 잘하는 여인이다. 오늘밤도 그 음욕이 끓어올라 주체할 수 없었다. 수컷을 찾아 한바탕 질펀하게 정욕을 발산해야 잠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라양의 신음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돌았다. 그 여운이 몸 안에 고스란히 스며 있어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수컷을 받아들일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흥분에 젖은 나머지 슬그머니 손가락으로 홍목단을 헤집고 넣어보았다. 한 달 전 질속에 집어넣은 왕대추가 주인의 명을 기다리듯 까딱 않고 대기하고 있었다. 오늘밤 이 왕대추를 맛볼 주인공은 누구일까? 천신에 제사를 올리는 날이거나 생일날에는 아무 신과 교합해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오늘밤엔 생식을 기도하는 교합의 의식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바람과 같은 신이 아니라 두 발을 땅에 딛고 살아가는 인간 사내를 불러들여야 했다.
장대한 기골에 힘이 장사인 우돌을 부를까? 우돌의 양물은 한 자 남짓하여 맛이 좋다. 흠이라면 이름에 걸맞게 돌처럼 마음의 움직임이 없다는 점이다. 애욕의 감정을 살릴 줄 모르며 그저 돌처럼 삽입만 할 뿐이다. 옥녀는 고개를 젓고는 아신을 떠올렸다. 그는 힘이 조금 떨어지지만 눈치는 9단이다. 주인이 시키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암컷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가 뛰어나다. 허나 타고난 체질이 건실하지 못하고 양물이 우람하지 못해 만족시키기엔 버거운 수컷이다.
옥녀는 고개를 젓고는 세 번째 사내를 떠올렸다. 1년 내내 사방 백리 크기의 궁궐을 감시하는 문지기 개명수를 불러들일까? 개명수는 호랑이 몸에 머리가 9개나 달린 괴수이며 힘은 천하장사이다. 그러나 그 모습이 너무 징그러워 교합도 하기 전에 감흥이 떨어진다. 그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옥녀의 즐거운 고민은 거기에서 멈추었다. 비록 상상이지만 한창 꿀을 빨려 하는데 내 즐거움을 앗아가다니!
“왜 그러느냐? 이 야심한 시간에 무슨 일인고?”
시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주, 공주님께서 혼절하였사옵니다.”
“뭐라고? 아소가 혼절하다니? 그게 웬 말인고?”
옥녀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내달렸다.

도월놀이를 손꼽아 기다리던 아소는 맘껏 뛰놀 수 있는 기쁨에 진즉부터 가슴이 할랑거렸다. 축제날 축제마당에 뛰어든 그녀는 여전히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그녀가 헌원과 함께 손을 잡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며 옥녀는 매우 흡족했다. 딸을 미끼로 헌원을 궁궐로 불러들이려는 계략이 척척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었다.
헌원은 16세 나이답지 않게 구척 신장에 몸집도 굉장히 웅장했다. 게다가 얼굴은 일러 말할 것도 없이 사나이답게 잘생겼다. 세상 여느 계집이 봐도 첫눈에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헌원은 뭇 소녀들의 구애의 눈길을 모두 물리치고 아소의 낭창낭창한 허리를 껴안고 반도원 수림 속으로 들어갔다.
아소는 숫처녀이기에 자웅교합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어미로부터 사내를 다루는 기법과 비법은 충분히 전수를 받았다. 그녀는 헌원을 따라 숲으로 들어가면서 온몸과 마음으로 사내를 천국으로 이끌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은 교합이 시작되자 사내의 거친 행동으로 인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갓 물이 오른 10대 남녀는 옷깃만 스쳐도 짜릿해지고 손만 잡아도 금세 마른 장작이 되어 활활 타오른다. 헌원이 비록 사내대장부이지만 교합 경험이 전무했기에 수백 쌍 암수의 라양 신음소리에 몸이 금세 활활 타올랐다. 암컷을 애무하는 행위도 없고 계집의 기분을 살필 겨를도 없었다. 갈증이 몸을 불태웠기에 허겁지겁 꽃잎을 찾아 돌진했다. 소녀가 온갖 교합의 기법과 비법을 알고 있었으나 써먹을 틈을 찾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소년은 난생 처음 겪는 쾌감과 짜릿함으로 하늘을 날 것만 같았다. 그냥 힘이 닿는 대로 밀어붙였다. 그렇게 밤새워 방아를 찧어대니 초토화된 암컷은 기진맥진하다 못해 정신을 놓고 송장처럼 널브려졌다.
달콤한 쾌감과 짜릿함의 여운으로 즐겨야 할 꽃잎에서 뜨끈뜨끈한 액체가 묻어났다. 정신 차린 헌원은 달빛 아래에서 그것이 피라는 것을 알았다. 가슴이 섬뜩했다. 겁이 난 헌원이 아소의 코에 손을 대보니 미약하게나마 숨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흔들어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헌원은 아소를 들쳐 업고는 궁궐을 향해 내달렸다.
궁궐에 도착한 헌원은 처음 온 곳이기에 눈이 하늘에 걸린 보름달처럼 커졌다. 바닥은 대리석이고 벽은 온통 옥이었다. 아주 화려하지만 분위기는 매우 차가웠다. 마침 도월놀이가 있는 날이라 경비가 허술했다. 호위 무사들은 보이지 않고 몇몇 시녀들만 눈에 띄었다. 시체처럼 축 늘어진 공주를 본 시녀들이 벼락이나 맞은 듯 화들짝 놀라 허겁지겁 허둥댔다.
옥녀의 방으로 들어선 헌원은 무거운 분위기와 지엄한 옥녀의 위세에 대뜸 압도당해 숨이 멎었다. 목란이 화사하게 만개하듯 헤아릴 수 없는 횃불들이 내뿜는 빛은 바닥에 기어다니는 개미가 보일만큼 밝았다. 헌원을 본 옥녀는 얼굴에 가득 미소를 지었다.
“헌원이 아니더냐. 무척 반갑구나. 그대가 이 궁궐에 모습을 나타내다니?”
옥녀는 미리 알뜰하게 계획을 마련해놓고도 모른 체 딴죽을 걸었다. 헌원은 당황했다. 아소 공주가 기절했기에 한바탕 야단을 각오하고 왔는데 전혀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옥녀는 반기는 태도였다. 헌원이 어리둥절해서 쩔쩔 매자 옥녀가 재차 질문을 던졌다.
“자네, 계집을 처음 접해 보았는가?”
옥녀의 너그러운 태도에 헌원은 차츰 정신이 돌아왔다.
“네, 그러하옵니다.”
도월놀이 전에도 헌원은 아소와 늘 붙어 있었지만 아소의 천계가 열리기 전이라 이마에 연지를 찍지 않아 범접할 수 없었다. 옥녀는 빙긋 미소를 짓고는 신하에게 명을 내렸다.
“여봐라, 아소를 침실에 데려가 안정을 취하게 하라.”
신하들이 허둥지둥 아소를 안고 가자 옥녀는 헌원 곁으로 다가가 부드럽게 어깨를 다독였다.
“근심하지 말게나. 가슴에 들어찬 무거운 돌을 내려놓게. 아소가 갑자기 당한 기에 눌려 정신을 잃었을 뿐이네. 처음 경험해보는 교합이 자네의 호랑이 같은 힘에 눌려 몸이 잠시 위축되었다네. 몸조리를 하면 금세 나아질 것이니 걱정 말게나.”
헌원은 무서운 옥녀가 자신의 딸이 기절을 했음에도 친절을 베푸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호랑이보다 더 사나운 성미의 소유자 아니었던가.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지금 옥녀가 쓰고 있는 면류관은 헌원이 발명한 것이고 그녀가 타고 다니는 수레 역시 헌원이 발명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떨어지는 꽃은 뜻이 있고 흐르는 물은 무심도 하구나(落花有意, 流水無情).
옥녀는 오래전부터 소년을 가까이 두고 싶은 욕심이 굴뚝같아 수없이 전갈을 띄웠으나 묵묵부답이었기에 뜻을 이룰 수 없었다. 욕심 부려 될 일이 있고 욕심을 포기하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성사되는 일도 있는 법이다. 아니나 다를까, 소년이 제 발로 찾아오지 않았는가!
눈앞에 우뚝 선 헌원의 건장한 모습은 이제 어린 소년이 아니라 성숙한 사나이의 모습이었다. 엉큼한 생각이 자꾸 옥녀의 신경을 건드렸다. 저 녀석의 양물이 얼마나 크고 힘이 얼마나 장사이기에 아소를 저 지경으로 만들었을까? 틀림없이 거물 중의 거물이리라. 생각만 해도 가슴이 후련하고 벌렁거린다. 모닥불을 뒤집어 쓴 듯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옥녀는 소년의 주위를 빙빙 맴돌았다.
헌원은 짐승 같던 옥녀가 엄마처럼 자애로워 보였고 가까이 다가온 그녀의 체취에서 뿜어 나오는 암컷의 향기에 취해 품고 싶은 충동이 생겨났다. 옥녀는 다른 사내를 불러들일 일을 까맣게 잊고 헌원의 팔을 잡아끌고 침실로 향했다.
“나를 따라 오너라. 오늘밤 내 너와 함께 긴히 할 일이 있느니라.”
헌원은 그렇지 않아도 음심이 동하던 터라 아무런 저항없이 그녀를 따랐다. 옥녀의 침실은 대리석 바닥에 벽옥(碧玉)과 백옥으로 벽을 치장했다. 그 귀중한 옥벽에는 복희씨와 여와, 천모낭랑과 옥황상제 등 쌍쌍의 자웅들이 발가벗고 교합하는 벽화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튀어나오고 움푹 들어간 양물과 음물들이 그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옥녀는 천년 묵은 국화주를 잔에 따랐다.
“내가 이 국화주를 오래 복용한 덕분에 17세 소녀의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네. 자네도 이 술을 마시면 영원히 늙지 않을 걸세.”
사람의 간을 크게 만드는 데는 술만한 요물이 없었다. 옥녀와 소년이 마주 앉아 주거니 받거니 서너 순배가 돌자 헌원의 긴장이 풀렸다. 자기 앞에 앉은 옥녀가 여왕으로 보이지 않고 그저 여자로만 보였다. 그것도 음심이 활활 피어오른 여자.
옥녀는 원래 예쁜 얼굴인데 술에 흥건히 취하자 홍조가 피어올라 더 고와 보였다. 그런데도 더 곱고 예쁘게 보이려고 삼천년에 한번 피는 도화로 만든 분가루를 얼굴에 바르고 또 발랐다. 발그레한 홍조가 하얀 도화분가루와 어우러져 마치 흰 눈밭에 화사하게 핀 붉은 꽃 같았다. 헌원의 마음은 더욱 설레었다. 그 걸걸하고 높은 톤으로 천지를 진동하던 목소리는 오간데 없이 상냥하고 애교가 담뿍 섞인 여인의 고운 목소리로 변했다.
기다랗게 쭉 빠진 흰 목덜미는 교태스러우면서도 시원한 느낌을 안겨준다. 가슴엔 삼천년에 한번 열매 맺은 호박 같은 복숭아 두 개를 달아매놓은 듯 풍만하다. 허리는 조금 실쭉한 편이나 가슴이 크고 탄력있는 엉덩이가 받치고 있어 알맞게 조화를 이룬다. 여인 치고 키가 큰 편이지만 그만큼 살집이 풍만해 성적 매력이 넘쳐났다.
주머니에 들어 있는 송곳은 밖으로 여하간에 삐져나오기 마련이다. 참고 싶어도 양물이 가만있지 않는다. 빨리 제 집을 찾아 달라고 아우성이다. 헌원은 더 이상 양물을 주체할 수 없어 술잔을 내려놓고는 옥녀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차마 앞에서 끌어안지 못하고 등 뒤에서 와락 끌어안았다.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여인의 살갗이 얼마나 정다운가! 헌원의 양물은 땅땅한 돌 송곳으로 변해 옥녀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찔렀다. 그녀는 흠칫 놀랐다. 어림잡아 한 자 여섯 치는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 천하대물이로구나!
옥녀도 소년 못지않게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그러나 그녀는 금세 냉정을 찾아 소년을 슬며시 밀어내 의자에 앉혔다.
“급히 먹는 음식은 체하는 법이지. 설치지 말고 차분하게 기다리게나.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으니까.”
옥녀는 돌아서서 손으로 음부를 더듬더니 질 속에서 왕대추를 꺼내 소년 앞에 내밀었다. 이 날을 대비해 한 달 전부터 마련해둔 것이다.
“자아, 이 귀한 과일을 먹어보렴.”
헌원은 망설이지 않고 대추를 입에 넣었다. 대추는 대추인데 맛이 기이했다. 말 못할 이상한 냄새가 났다. 퀴퀴하다 못해 썩은 오징어 냄새 같다. 아소의 음도에서 흘러내린 분비물의 냄새와 똑같았다. 비릿했지만 여체의 음부에서 뿜는 냄새이기에 싫지 않았다. 그것은 세상 모든 사내들이 마찬가지였다.
“이 대추는 나의 몸에 한 달간 머물러 있어 신실(神實)이 되었지.”
“이 신실은 어디에 유용한지요?”
“사내를 강하게 만들어주지, 아니 최강으로 만드는 최고 정력제일세.”
헌원은 그 말을 듣고는 냉큼 삼켜버렸다. 왕대추를 뱃속에 집어넣은 그는 이제 소년이 아니라 늑대로 변했다. 그것도 늑대의 왕으로 돌변했다. 천하지존으로 지엄하고 아득하게 느껴지던 옥녀가 한 마리 연약한 암컷으로만 보였다. 헌원은 넘쳐나는 힘을 주체할 수 없어 옥녀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올려 침대 위에 내던졌다. 옥녀는 너무 황홀해 금방이라도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러나 헌원은 교접 경험이 없었다. 비록 방금 전에 아소와 첫 교접을 했지만 그것은 사실 사랑의 행위라 할 수 없었다. 사내가 그 양물을 여자의 음부에 꽂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사랑하오’, ‘그대는 너무 아름답소’ 등의 말은 헌원에게는 불필요한 말이었다. 심지어 그는 전희조차 할 줄 몰랐다. 풍만한 젖가슴을 매만지고 엉덩이를 쓸어주고 홍목단을 애무하는 것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는 돌처럼 단단한 양물을 대뜸 찔러넣었다.
너무 순식간에 돌발적으로 터진 일이라 밑에 깔린 옥녀는 헌원을 제지할 틈이 없었다. 거대한 양물이 들어온 후에야 그녀는 ‘내가 제대로 당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한다는 속삭임을 듣고 애액이 철철 넘쳐 흐를 만큼 전희를 한 후에 양물을 받아들여도 시원찮은데 다짜고짜 양물 먼저 들어오다니! 그녀는 헌원의 양물이 크고 단단해서 좋기는 했지만 그것을 빼려 했으나 당해낼 수 없었다.
병아리가 아무리 발악해도 매를 이기지 못한다. 옥녀가 거부하고 발버둥을 쳐도 헌원은 틈을 주지 않고 전장에 나간 장수가 적의 목을 베려는 기세로 거세게 밀어붙였다. 암컷이 거부 반응을 취한 까닭은 수컷이 무식하게 막무가내로 밀어 붙여서만이 아니다. 그녀에겐 그럴 만한 충분한 사연이 있었다.

언제부터 시작된 일인지 알 수 없으나 인류가 직립보행을 시작한 후부터 여자는 하늘을 향해 반듯이 눕고 사내는 그 여자 위에 올라타는 교합이 가능해졌다. 이런 체위는 인간만이 가진 특권이다. 또 인간은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를 주고받으며 교합을 하면 쾌감과 짜릿함이 두 배가 되고 정도 도타워진다. 그래서 남녀 교합에는 수백 가지 체위가 있지만 그중에서 여하남상의 얼굴을 맞대는 자세가 가장 보편적인 체위로 자리 잡았다.
자웅교합에 있어 생리적으로 수컷이 얻는 쾌감과 짜릿함은 암컷에 비해 수천수만 배 뒤진다. 그래서 여자는 눈을 지그시 감고 고도의 쾌감과 짜릿함을 즐기는 반면 사내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여자의 황홀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정복감에 만족한다.
옥녀는 성교의 달인으로서 하늘의 여러 신과 지상의 여러 신, 흙을 딛고 사는 인간 사내들을 불러들여 모든 가능한 체위를 전부 체험해보았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체위 중에 여하남상 체위가 일품이라는 것을 터득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녀는 이 체위 때문에 큰 고민이 생겼다.
여인네들이 모든 면에서 권력을 쥐고 살던 세상이 요즘 들어 사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여인들은 차츰 힘을 잃어갔다. 이렇게 나가다가는 여자들의 지위가 언제 땅에 떨어질지 알 수 없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옥녀는 사내의 밑에서 성교를 하는 체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여하남상 체위는 그 맛이 일품이기는 하지만 수컷한테 짓밟히고 정복당한다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그 체위를 거부하고 이른바 말 타기 체위를 즐겨했다. 사내를 반듯하게 눕히고 작대기를 위로 향하게 한 뒤 자기가 위에서 굴러대는 것이었다. 그녀는 이 체위를 통해 사내들을 영원히 누르고 짓밟고 정복하려 했다.
그러나 암컷은 어쩔 수 없는 암컷이다. 강한 수컷을 만나면 잔머리를 굴릴 겨를이 없이 당하고 마는 것이 그녀들의 운명이다. 천하의 옥녀라 한들 다를 바가 없었다. 사내 위에 올라타 여자의 쾌감을 누려야 했으나 헌원 아래 깔려 속절없이 양물만 받아들였다. 밑이 없는 갯벌은 흡수력이 끝이 없다. 디디면 디딜수록 점점 더 깊숙이 빨려 들어간다. 헌원은 덜고 빼는 계산을 할 줄 모른다. 오로지 짐승의 본능에서 오는 야성을 분출할 뿐이다. 젖 먹던 힘이 다 빠질 때까지.
헌원은 커다란 바위였다. 여인의 힘으로는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산전수전을 겪을 대로 다 겪은 옥녀는 그의 양물이 음부를 휘저을 때도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머리를 괴롭혔다. 하지만 육체는 솔직한 법이다. 머리는 거짓말을 해도 몸뚱이는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그대로 반응한다. 이 순간 옥녀의 머리와 몸뚱이는 따로 놀았다. 바위를 밀어내려고 힘껏 뻗은 두 팔은 이상하게도 바위가 주는 포만감이 좋다며 더 끌어당긴다. 깊이 들어오면 올수록 끝까지 들어와 달라고 당기고 또 당긴다. 좋아죽는다는 말이 이럴 때를 두고 생겨난 것이리라. 옥녀의 머리는 괴로웠으나 몸은 몇 차례 죽었다 살아났는지 모른다. 낙극생비(樂極生悲)라 했던가! 즐거움이 극에 달하자 까무라쳐 죽을 것만 같았다.
축시에 시작된 교합은 진시를 맞아 끝을 보았다. 길고 긴 성교에서 깨어난 옥녀는 몸은 쾌락을 맛보았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기분이 들어 씁쓸했다. 아니, 처참하게 짓밟혔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 같았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한편으로는 헌원이 괘씸해 죽이고 싶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홍목단은 자꾸 그를 찾았다. 옥녀는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이 묘한 상태가 싫었다. 버리지 못할 물건이라면 공을 들여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현명하리라.
“자네가 아직 어리고 정력이 왕성한데다 계집 경험이 없어 무식하게 막무가내로 돌진하는 것을 이해하노라. 하지만 계속 그런 식으로 밀어붙이면 세상의 모든 계집은 전부 도망가느니라. 계집이란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부드럽게 다루고 때로는 힘을 쏟아붓는 유(柔)와 강(强)을 조화롭게 해야 하느니라.”
옥녀는 말을 하면서도 자신의 변화에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놀랐다. 천하지존으로서 여태까지 누구를 부드럽게 타일러본 적이 없었다. 오로지 명령이었다. 그런데 헌원에게는 한 발 물러나 타이르고 감싸 안는 것이었다. 그것은 오직 그가 지닌 양물 때문이었다.
“나 역시 세상의 여자들이 갖고 있는 생리구조를 가진 어쩔 수 없는 여인이로구나!”
헌원은 옥녀의 타이름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에 벌어진 일을 이해할 수 없었다. 도월놀이에 왔다가 아소와 처음으로 교접을 하고, 성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그녀가 기절을 하고, 혹여 그녀의 어머니인 옥녀에게 형벌을 받지 않을까 겁이 났고, 아소를 들쳐업고 난생 처음으로 궁궐을 구경하고 그리고 또 천하의 여왕인 옥녀와 교접을 치렀다. 그런데 그는 아직도 남녀교접의 진정한 기쁨이 무엇이고 운우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하루아침에 자신은 소년에서 어른이 된 것이다. 천하지존인 옥녀도 그의 딸 아소와 같은 한 마리 암컷에 지나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미와 딸에게는 차이가 있었다. 아소는 이제 14살 천진한 소녀이다. 야들야들하고 아직 숲이 없는 민둥산이자 막 피어나는 꽃봉오리였다. 반면 어미는 활짝 피어난 꽃에 비바람이 가득 차 있었다. 숲이 없는 민둥산은 하늘이 내린 비를 받아내기 버거워 혼절했지만 나무가 무성한 숲은 하늘에서 내린 비를 빨아들이고 또 빨아들였다.
꽃봉오리는 이제 곧 화사하게 피어날 것이나 다 피어난 꽃은 시들기만 기다린다. 헌원이 옥녀의 청을 받아들여 궁궐에서 살기로 결정한 것은 결코 화사하게 피어난 꽃 때문이 아니라 장차 만개할 꽃봉오리의 매력에 끌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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