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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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정체성은
2015년 09월 01일 11시 32분  조회:5990  추천:5  작성자: 김정룡



윤동주의 정체성은?

 

윤동주는 한국문인사회에서 굉장히 존경받고 숭앙받는 인물인 것 같다. 수년 전 어느 한 번 술자리에서 한국문인 한 분이 “윤동주는 한국이 낳은 걸출한 시인이며 정말 대한민국의 자랑이다.”라고 가슴에 힘주어 역설하는 것이었다.

나는 시에 대해 젬병이다. 평생 시 한 구절 써 본 적도 없고 남의 시 한 편 제대로 읽어본 기억도 없다. 당연히 윤동주의 시 한 구절 읽어본 적은 없지만 윤동주가 만주 간도 명동에서 태어났고 일본 후쿠오카에서 이립의 나이도 채우지 못하고 사망했다는 상식쯤은 알고 있었다. 한국 분의 말씀에 나는 심술궂게 한 마디 던졌다.

“만약 윤동주가 일찍 사망하지 않고 중국에서 우리처럼 조선족으로 살고 있었다면 당신네 대한민국에서 지금처럼 그를 위대한 인물로 받들고 숭앙할 것인가?”

한국 분은 나의 홍두깨 같은 질문에 도발한다고 발끈했다. 나는 도발이 아니라 실질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으니 답해보라고 졸랐다. 한국 분은 아마 갑작스런 한 방에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던 모양인지 대답을 머뭇거리고 마는 것이었다. 동석했던 조선족 문인 몇 명이 질문이 참으로 현실적인 문제제기라고 나의 행위에 힘을 실어주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마 이국 타향에서 ‘디아스포라’신분으로 살아가는 같은 민족은 거주국에 관계없이 정체성에 대한 같은 문제의식을 품고 살아가는 듯하다. 최근 나는 나와 똑 같은 윤동주에 대한 정체성 문제의식을 제기한 재일조선인2세 서경식 작가를 그의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다.

한국에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란 조직이 있는데 8년째 독서모임을 유지하고 있다. 민변독서모임 맴버 중에 검찰총장 후보, 대법관후보에 이름을 올렸던 분도 있고 법무부 요직에 종사했던 분들도 있다. 그들의 독서 폭이 매우 넓고 수준이 상당하다. 심지어 <전국책>, <귀곡자> 같은 어려운 서적을 독서모임 지정토론 책으로 선정할 정도로 굉장한 수준을 갖췄다.

지난 7월 13일 나는 이 민변독서모임 초청에 의해 <상식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게 되었고 그 후부터 보름에 한 번씩 있게 될 독서모임에 정기회원으로 참여할 것을 약속했다.

8월 31일 저녁 독서모임에서 서경식 저 <시의 힘>이란 책을 토론하게 되었다. 저자 서경식은 1951년 일본에서 재일조선인2세로 태어났고 일본어로 문필활동을 한다. 그의 일본어로 된 작품이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것이 13편 된다. 책 제목이 <시의 힘>이어서 나는 내용이 시에 관련된 전문지식이거나 상식을 담은 책인 줄 알고 거부감이 들었다. 민변독서모임 맴버들이 전문 문학을 하는 사람들도 아닌데 하필이면, 그런데 나의 예측은 빗나갔다. 저자는 일본에서 재일교포2세로 살아가는 디아스포라 신분의 고달픔, 고국 한국과의 정체성 정립문제 등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도 던져주는 질문이 많고 해법을 적지 않게 찾게 되는 훌륭한 저서이다.

저자 서경식은 윤동주의 사례를 들어 고국 한국이 안고 있는 좁은 울타리 의식을 비판한다. 아래에 <시의 힘> 중에 한국문학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라는 소제목의 일부내용을 발췌하니 이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께 맡긴다.

문학이 언어를 사용하는 예술행위인 이상, 우선적으로 그것이 언어라는 장벽으로 둘러싸인 공간 안에서 유통되는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국가라는 공간인 경우, 국가공용어(국어)라는 장벽을 의미하는데, 그 장벽은 교육이나 대중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강화된다. 이 장벽 안에서는 ‘같은 언어’를 공유하는 소비자에 의해 구성되는 시장이 존재하고, 문학 행위의 대부분은 이러한 시장을 무시하고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곳에서 자본이 문학을 간섭하거나 지배하는 일이 생겨난다. 문학에는 이 장벽을 뛰어넘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이 장벽을 강화하는 역할을 할 때가 많다.

만약 이와 같은 정의가 틀리지 않는다면 ‘한국문학’이라는 용어는 ‘민족문학’이라는 용어보다도 협소한 개념을 의미할 것이다.

여기서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일제 강점기 즉 대한민국 성립 이전의 문학은 ‘한국문학’일까? 그것이 현재 한국에 계승되었다는 견해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유고 작가나 월북 작가, 디아스포라(이산민) 작가는 거기 포함되는 걸까? 혹은 재일조선인 허남기의 시나 김석범의 소설은 ‘한국문학’인가? 아니면 ‘일본문학’인가? 아니 애당초 이 둘 중의 하나로 분류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시인 윤동주는 만주 간도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에 후쿠오카에서 옥사했다. 만약 그가 해방 후까지 살아남아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생활했다면 그의 작품은 ‘한국문학’에 속할까? ‘중국문학’에 속할까? 만약 “당연히 한국문학이지”라고 대답한다면 현재 연변에서 활동 중인 조선인 문학가들의 작품은 모두 ‘한국문학’에 속하는지 되물어야 할 것이다. 이 점만 보아도 이미 ‘한국문학’이라는 호칭에 모순과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꾸어 말하자면 분단과 이산이라는 현실을 살고 있는 조선민족의 문학을 ‘한국’이라는 한 국가에 한정 지어 이야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윤동주가 한국에서 많이 읽힌다는 의미에서는 ‘한국문학’이지만 동시에 ‘중국문학’이기도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문학’이기도 하며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일본문학’일 수조차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윤동주의 작품이 근대 이후 경험한 식민지 지배, 분단, 이산이라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무관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역사를 살아온 사람들의 고뇌와 동경을 잘 표현했다는 점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오히려 ‘한국’이라는 국가의 틀을 넘어선 조선민족의 문학이라는 의미에서 ‘민족문학’이라고 부르는 편이 적절할 것 같다. 요컨대 나는 근대 이후 조선민족의 경험에 뿌리 내린 문학을 널리 시야에 담는다는 의미에서 ‘민족문학’이라는 개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된다(여기까지 책 중의 말).

인간은 흔히 자기 코도 닦지 못하는 주제에 남의 코를 닦으려 든다는 속담이 있다. 나를 두고 생겨난 말 같아 얼굴이 뜨거워난다. 자기 정체성도 정립하지 못하면서 윤동주를 거론하는 것은 스스로도 매우 웃기는 일이다.

3년 전 일이다. 나와 가까운 한 문인이 나 모르게 연변작가협회 회원가입신청을 얘기해 놓았다고 했다. 나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대답했더니 가운데서 좋은 일 하느라 한 것이니 서류 작성해 보내란다. 얼마 후 가입이 “NO” 됐다는 소식이 왔다. 이유인즉슨 연변작가협회 회원이 되려면 조선말 4대문학잡지에 수필이나 단편소설 15편 이상 발표한 경력이 있어야 되는데 김아무개는 연변에서 문필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장편역사소설 발표하는 등 연변작가협회와는 관련이 없기에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소식을 접하고 나는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았고 연변작가협회 책임자 중 한 분을 한국에서 만나 그쪽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나의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그리고 그 후 이 일을 잊고 있다가 요즘 서경식의 <시의 힘>을 읽다보니 나의 정체는 무엇일까? 즉 “나는 어디에 속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저도 모르게 생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답은 연변사람이지만 연변에 속하지 못하고 있고 그렇다고 한국에 속하고 있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디아스포라신분이다.

현재 최선의 선택은 나의 정체성은 어디에 속하고 있는지를 고민하지 말고 오로지 나의 실력으로 세상을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8월 28일 오후 서울시 외국인다문화과 공무원 대상으로 <조선족은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였다. 이 특강은 구로구, 영등포구, 금천구, 관악구 등 조선족밀집지역 구청과 경찰서를 비롯한 관공서 공무원 대상으로 ‘중국동포이해강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기로 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된 첫 강의였다. 나는 비록 연변문단에 속하지는 않지만, 아니 속하지 못하지만 조선족이란 신분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한국 학계와 공무원 사회 및 민변 같은 엘리트집단, 병원을 비롯한 기업을 대상으로 조선족역사문화를 알리는 강의를 많이 해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해나아 갈 타산이다. 이와 같은 의미 있는 활동으로 나의 정체성을 위로하기로 맘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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