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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 이상해!”
기자(箕子) 팔조법이 생겨난 지 3천년이 되었다. 이 기나긴 세월 동안 동양나라마다 나름대로 제정한 법규가 따로 있어 국가에 따라 법률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환언하면 중국엔 중국법이 있고 한국엔 한국법이 있다는 뜻이다. 동포들이 중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중국법에 익숙하지만 한국법에 생소해 한국에서 법적문제에 부딪치면 자의적 판단에 의해 혹은 중국에서의 관습에 따라 처사하다보니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연길에서 온 조모(53세)는 2년 전 건설현장에서 일을 한 봉급 250만원을 받지 못했다. 지난 7월 중순경 우연히 채무자를 만났는데 여전히 줄 생각이 없이 도주하려고 서두르자 그만 채무자의 자가용(시가 200만 원 정도 중고차)을 끌어왔다. 중국에선 소액사건의 경우 받을 돈이 있으면 그 가치에 해당되는 물건을 가져와도 무방한 경우가 많다. 경찰에 신고해도 줄 돈을 주고 차를 찾아가라고 하는 것이 관습이고 상식이다. 허나 한국에선 조모의 행위를 ‘특수절도범죄’를 적용시켜 형사처벌을 한다. 경찰은 채무와 채권관계에 있어 합의를 보라고 권고하지만 돈을 받아주는 의무는 없다. 가령 경제상 합의를 보아도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
폭력사건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가 경제상 보상 합의를 보아도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면 가해자는 십중팔구 형사처벌을 면치 못한다.
용정에서 온 이모(40세)는 지난 9월 초경 안산에서 친구가 한족들한테 폭행당하자 과도로 상대의 하복부를 찌르는 사고를 저질렀다. 당사자와 경제상 합의 보았는데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자 제 발로 찾아가 자수했는데도 현재까지 구치소에 수감 중이며 ‘살인미수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다. 중국의 경우 폭행사건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경제상의 보상만 이뤄지면 형사처벌을 면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할 경우 일단 서로 합의로 해결할 것을 권고한다. 한국은 채무자가 빚을 갚지 않아도 경찰은 돈을 받아주는데 신경 쓰지 않고 형사처벌에 초점을 맞춘다.
가정폭력의 경우 외국인 배우자가 한국인 남편의 폭력행위를 경찰에 신고하면 상대방의 형사처벌을 요구하는가? 고 질문한다. 형사처벌을 원치 않으면 그냥 풀어주고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하지 않는다. 이럴 경우 이혼소송 시 경찰에 남편의 폭력사실을 신고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할 수가 없어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중국동포들이 한국생활에서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한국인이 빚지고(임금체불 혹은 사기행위)도 활개치고 다닌다는 것이다.
건설현장에 근무하는 중국동포들 중 액수와 무관하게 임금체불을 경험한 자가 십중팔구는 된다. 일단 사적으로 닦달해보다가 안되면 노동부에 신고하고 그래도 안되면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중국에선 채권자가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면 첫 보조로 채무자의 재산동결 절차에 들어간다. 이에 비해 한국법원은 일단 먼저 소장부본을 채무자에게 송달하고 이러저러하게 절차를 거쳐 지급판결을 내린다. 채무자가 여전히 갚지 않을 경우 채무자의 재산조회를 하고 가압류에 들어간다. 만약 재산이 없으면 언젠가 재산이 생길 경우 받을 수는 있지만 이는 마라톤 소송이라 한국인끼리는 성립될지 몰라도 체류시간제한을 받고 있는 중국동포에게는 지급판결을 받았지만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임금체불 혹은 사기행각을 벌이는 한국인들은 대다수가 재산을 타인의 명의로 이전시켜버리고는 소송을 당해도 아무 일도 없는 듯이 활개치고 살아간다.
동포들이 가장 이해하기 힘들고 가장 격분해하는 것이 바로 왜 사기행각을 밥 먹듯 하고 남의 월급을 숱하게 떼어먹는 자들이 법망을 벗어나 정상인으로 사회에서 떳떳하게 살아가고 있는가는 것이다.
상기 여러 사실을 통해 동포들이 한국법이 이상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산에 가면 산에 맞는 노래를 불러야 하고 강에 가면 강에 맞는 노래를 부르라는 속담이 있듯이 한국에서 생활하자면 이해되든 말든 한국법을 따라야 하는 것이 상식이 아니겠는가! 길은 하나밖에 없다. 불이익을 당하지 않게끔 각성하고 노력하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중국동포타운신문 1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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