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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타운의 이(利)와 폐(弊)
기회연재 1. 차이나타운의 이와 폐
2. 차이나타운이 왜 형성되나?
3. 차이나타운이 한국인에게 미치는 영향
4. 차이나타운이 조선족에게 미치는 영향
인류역사에서 이주문화가 생겨난 이래 이주민들은 민족문화(里制文化:원시적 마을문화)를 바탕으로 집거지를 형성하고 생활을 영위해왔으며, 그 집거지를 영어로 ‘타운(TOWN)’이라 한다.
중국에서의 우리민족의 경우 연변을 조선인타운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물론 산재지구 조선족마을도 소형의 타운으로 인정된다). 중국 땅에서 조선인은 타운을 이루고 한반도의 민족문화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생활을 영위해왔다. 이러한 흐름은 민족문화 향수 속에서 편한 삶을 살아가는 자부심이 있는 반면, 타자(중국인사회) 속에서의 적응을 어렵게 만들고 타자세계에 녹아들지 못해 소외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폐단도 있다.
한편 아무리 타운을 형성하고 선조들의 민족문화를 고수하면서 살아왔지만 필경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거주국의 문화, 사상, 이념에 물들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결국 조선족은 한국인과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집단으로 구분된다.
한국에 진출한 조선족은 1990년대 중반부터 그 수가 급증함에 따라 서울 가리봉동, 독산동, 구로동, 대림동, 안산, 안양 등 곳에서 60·70년대 한국산업화시대 공돌이 공순이들이 살다 빠져나간 빈 쪽방들에 모여들기 시작했고 따라서 차이나타운이 자연스레 형성되었다.
한국 땅 차이나타운을 살펴보면 먼저 중국음식점이 생겨나고 따라서 고향식품을 판매하는 중국식품가게들이 즐비하게 생겨났다. 이국땅에서 고향음식을 먹을 수 있고 고향식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애국주의란 듣기엔 거창한 것이나 따지고 보면 개개인이 어릴 적 먹던 음식기호를 지켜내려는데 불과하다.” 중국인 석학 임어당의 명언이다. 이국땅에서 고향음식과 고향식품을 제공하는 차이나타운은 조선족에게 커다란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차이나타운이 더욱 흥성해진다.
한국에서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혹독한 고독 속에서 고단한 삶을 살다가 차이나타운에서 친척, 친구, 동창들과 만나 고향음식을 먹으면서 회포를 푸는 것 또한 크나큰 희열이며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된다.
차이나타운은 고향 같은 분위기가 짙어 조선족에겐 이국땅에서 새로운 안식처가 되는 이점이 있는 반면에 다음과 같은 폐단도 있다.
우선 가리봉동과 같은 차이나타운에 들어서면 길옆 가게간판이며 다니는 사람들 및 익숙한 조선어와 중국어가 쏴라쏴라 쏟아져 나온다. 한국이란 개념이 사라지고 중국연길의 한 골목에 들어선 느낌이 든다. 중국음식점들에 가면 손님전체가 중국인(조선족과 한족) 일색이다. 음식 먹으며 큰소리로 요란하게 떠들썩하는 분위기는 연길의 여느 음식점과 똑 같다. 하다못해 두 세상 손님이 있어도 동네가 떠들썩하게 요란하다. 조용한 한국음식점의 분위기는 상상도 못한다. 술에 취하면 자기네끼리 싸우고, 옆 손님과 걸고들며 싸우고, 모를 사람이 마주봐도 싸우고, 주인이 서비스 요리를 올리지 않는다고 싸우고, 너무 요란해 서빙아가씨가 듣지 못하면 간나새끼라고 싸우고, 외상놀음 하자고 싸우고, 계산할 때 꼬리를 떼라고 싸우고, 하여튼 싸움이 빈번하다. 한밤중의 호프집들의 싸움은 쩍하면 병으로 컵으로 칼로 치고 찌르고 피터지고 쓰러지고 영 말이 아니다. 주말이면 가리봉시장 골목은 조선족 주정배들이 활개 치는 세상이다.
가리봉삼거리 신호등은 저녁이면 있으나마나다. 여느 중국의 도시 신호등과 똑 같이 지키지 않고 무단횡보 한다.
차이나타운에 사는 조선족의 가장 큰 폐단은 자기네끼리 얽히고설키고 중국에서의 생활관습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월이 길어지면 결국 한국이란 나라에서 살면서도 불구하고 한국인 속에 들어가지 못해 한국의 선진문화를 흡수하지 못하여 한국인과의 벽이 점점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폐단이 결과적으로 조선족이 아무리 한국에서 오래 살아도 한국인으로부터 소외당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요인이 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주민은 타자세계에 적응하는 자는 성공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자는 실패한다.” 철학자 스피노자의 진단이다. 차이나타운의 이와 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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