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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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이들에게
2010년 12월 09일 12시 25분  조회:3474  추천:11  작성자: 김인섭

나의 아이들에게

                                                       1999-12-18

찬바람이 세차게 창을 때리며 지나 가는구나!
 

아버지가 대련에서 맞고 보내는 다섯 번째의 이 겨울 추위는 여느 해보다 엄동에 설한까지 겹치는 같다. 기상예보를 보니 그쪽의 추위는 여기보다 훨씬 맵짜구나. 이상 기후 일으킨 정서장애의 작용인지 독침 숙소에서 심드렁해나며 뭔가 보려해도 건성일 뿐 신경을 몰아갈 수 없고 읽으려 해도 도저히 손이 쥐지 않는다.너들이 보고 싶다는 연연한 마음 하나만을 허상 로켓에 달아 날려보낼 뿐이다.이 대자연의 횡포속에 잠겨있을 너들을 멀리두고 타향에서 처량하다는 한마디 이외에 할 말이 없구나.

 

아마도 천륜이라는 이 무서운 촉매제가 골육지친의 끈끈한 정에 더 큰 활성을 불어넣어 아이들에 대한 경경불매의 그리움을 돋구는지도 모르겠다. 옛사람들이 자식을 키워봐야 부모의 은정을 안다던데 아버지도 예외일 수 없을 같다.사랑이란 <내리 사랑이지 치사랑이 없다>는 말이 새삼스레 떠 오른다.딴 사람들은 몰라도 나에는 똑 맞아떨어지는 잠언적 명언이다.만약 내가 자식 사랑의 1/10로 부모를 공경했더라도 고향에 적어도 아버지의 번듯한 효성비가 세워져 있을 지도 모른다. 너희들도 때가 되면 잘 알 것으로 믿는 아버지기에 이 부류의 노변담은 더 지그럭거리지 않겠다.
 

오늘은 요즘 세월과 짝을 지은 너들의 일언일행에서 성숙을 의미하는 영액이 간간이 슴새고 있음을 뜨겁게 느끼며 철부지 취급도 인젠 지나간 역사자료로 접어야겠다는 생각을 가다듬고 있다. 이전엔 간혹 우리들 사이의 한담설화에서 내가 지나온 나날과 오늘의 면면을 대비하여 시비를 불러오면 너희들은 일치 단결하여 아버지는 고리타분한 고착관념에 머물렀다고 비판하고 그건 그때의 사정이 아니였나고, 오늘은 확 변하고 있다고 항변하였었지.비록 그땐 할 말의 일부만 한다는 맥락에서 너의들 말을  많이 들어두고 있었지만 오늘은 성숙되는 너들을 보며 다만 아버지가 살아오면서 세상사에 쌓아온 체험과 선조들이 물려준 의지만을 자꾸 되풀이하여 너들이 참고라도 하였으면 하는 진심만은 양지(諒知)해 달라고 구걸해 보고 싶다.이것은 선배들이 고행길에서 피와 땀의 대가로 얻어온 무가지보라고 가슴에 사무치게 확신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 번 지나간 역사의 장면을 돌려놓고 이야기해 보겠다.
 

내가 어린시절의 이만큼 어느 때의 차디찬 겨울 저녁, 너의 할아버지가 동치미 물을 마셔가며 흥부와 놀부,농부와 뱀,거부기와 토끼 달리기 등 민담들을 주시면서 선조들이 나락같이 쌓아논 삶의 섭리를 들려주시고, 인생길에서 얼마나 많은 비바람과 설한풍의 세례를 겪어야 하며 얼마나 긴 형극의 길과 산을 넘어야 한다는 불가피성을 가르치시고, 명기하여야 할 덕목들을 또박또박 가르치군 하셨단다. 그때 코를 흘리며 어렴풋이 들어두었던 이치들이 오늘에 돌이키니 맘속에서 짙은 감동으로 살아나군 한다.
 

숨막히듯 지지리한 가난속에서 할아버지 생활의 힘의 원천지가 바로 대자연과의 교전에서 갈무리된 티없이 맑은 생활에 대한 갈망과 한 인간으로서의 사명감에 대한 신념이 아니였겠는가!고 나이가 든 오늘에야 알게되니 너무도 늦게 드는 셈을 너들에게 이실직고한다.옥죄이는 궁핍속에서 할아버지가 태고순민의 끈끈한 절개로 빈부를 초개같이 여기고 참인간으로서의 길만을 올곧게 나가시던 당찬 모습은 아직도 우리들의 귀감이 되고 가족의 얼과 자긍으로 부조전래(父祖傳來)되고 있음을 정중히 재확인하는 바이다.너희들에게 이 선지(先志)를 계승하고 <정직,노력,포용,인내>란 조상의 이념을 만고불변의 가훈으로 받들고 이어가야 한다는 절망(切望)을 말해주고 싶다.

 

너희들은 아직 인간사의 간고라는 쓴맛을 모를 바이지만 삶의 길에는 확트인 대통로도  구름다리에 돌다리도 있을 게지만 기나긴 천리만리 길은 길잡이가 없이 홀로만 걸어야하는 어두운 함정와 뭉글대는 소택지와 가시덤불이 쫙 깔린 수림길의 연속이란 현실을 미리 알아둬야만 된다.불운한 인생을 지나온 아버지는 너희들만은 나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열망이 있기에 사회의 초행길에 오르기 전에 길채비가 잘 되고 맞받아 올 만난을 슬기롭게 피해갈 수 있는 너들이라면 이상의 안심은 없을 것이다.
 

되풀이 한다만 벼아프고 괴로워도 우리 가족의 정혼을 철 같은 불문율로 굳게 지키기 바란다.한생을 결정하는 순간은 우연한 어느 한 발자국이므로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선인들의 부탁을 시시각각 명기하고 매 한 발자국을 꼭 맞게 내디디여라. 이담에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돌고 에돌아 가더라도 목표를 향해 끝끝내 나아가라.장애나 난관을 이유로 주저앉거나 대책없이 방황한다면 재기 불능의 패배자로 전락되고 말 것이니 재삼 부탁이지만 앞길이 천험하더라도 무소처럼 드팀없이 나가거라.

 

너들도 오래잖아 풍진세상의 고해에 뛰여들게 되는구나.너들이 오로지 정의로운 길에 서 있다면 서태지의 노래를 따라 부르던 마이클잭슨의 춤을 따라 추든 아버지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이다.맘 속으론 영원한 행복을 빌고 빌면서

 

달력을 보니 묵은 해도 며칠이면 끝막이를 하는구나.이 편지를 너들의 새해 행운을 기원하는 마지막 축원으로 보낸다. 이 겨울의 강추위가 땅위의 만물을 깔끔이 얼궈놓아도 백화만발의 봄의 유혹은 이기지 못한다. 무르녹는 새봄에 너들과 손잡고 풍류를 즐기는 새날을 머리에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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