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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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조부의 기도
2011년 06월 04일 18시 23분  조회:2791  추천:13  작성자: 김인섭

외조부의 기도

                                                2011-06-03

지난 3월11일 오후,모니터에서 일본의 특대지진-쓰나미의 뉴스가 불쑥 뛰어나왔다.곧바로 동경 번호를 눌렀더니 거친 전류의 소리뿐인 불통이다.혹시나고 뭇생각이 뇌리서 세차게 맴돌며 안절부절이 나갔다. 그 땅에는 내 아들과 딸가족에 출생 11일인 외손자가 딸려 있었다.간대로야면서도 한근심에 시보판을 쉴새없이 보며 시간이 멈췄다는 체험도 맛보았다. 밤 10시경이 되었나 벨소리에 수화기를 넙적 들어보니 알아들릴락말락한 무사합니다!는 사위의 평신이 줄을 타고 건너온다.열기운이 터지는 풍선인양 페문을 열고 나오며 다리맥이 풀렸다.이 세상 부모의 본능일가? 난생 처음으로 정신애을 골수에 묻어놓은 나를 만나보았다.
 

이튿날 또다시 놀라운 소식이 건너왔다.어디의 원전이 폭발되었는데 핵먼지의 위협 때문에 내일 아이를 대련에 돌려보내야만 한다는 절박한 멧세지였다.
 
외손자와의 조우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강보에 쌓인 외손자를 처음 들여다보니 내가 외할아버지가 되었다는 희열과, 내 생명도 격세로 이어진다는 감동과, 후세에 대한 자애지정이 물결치며 전률하는 가슴안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올해 91세 되는 모친도 4대가 한자리에 모이는구나!며 감개무량한 내심을 내비친다.

녀석의 훌부드르르한 손을 만지니 무슨 알음장인지 꿱꿱 소리를 질러댄다.
운다는게 이게란다. “하 죄꼬만 눔이  목소리는 꽤 우렁차구나. ”
 

다다음 날, 룡정에 있는 조부모들이 손자 보려 달려왔다.방에서 일가가 피덩이를 둘러싸고 들여다 보고 있는판국인데도 보기에 조급하여 들락날락거리는 민망함을 보이면서 주책없는 줄은 아는데 다리가 통 시키는 말을 안 들었다.

 
친구들과 한담할 때도 세월의 아쉬움은 숨기면서 자랑빛을 내며 인젠 외손자를 둿다고 말한다.한국의 친구는 외손자와의 만난 경위를 듣고 너는 하느님의 축복을 듬뿍 받았다며 하느님이 내리신 은정인데 기도를 많이 하면 아기의 장래가 좋다고 재삼 타이른다. 생뚱맞은 소리, 생면부지인 하느님이란 사람이 내가 뭐 대단하다고 그 귀한 선물을 준단 말이야? 하물며 딸애의 산고 끝에 본 귀염둥이 아냐? 웃기는 소리,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흐무뭇하게 기쁜 것은 태여난  42일만에 인생의 환한 첫 웃음을 나에게 선물한 것이다.제 어미고 누구도 외면하고 나에게만 보내주는 것이다.놈과 나 사이의 이심전심이라는 정신감응이 특히 끈끈한 모양이다.놈에게 완전히 사로잡히고 말았다.


파란잔디와 녹색수림이 진록을 펼쳐간다. 날이 따스해 졌으니 조부모님들과 회동하려 출발하게 되었다.시각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이 실감나며 백화원속에서의  제일 명화는 <후손꽃>이라는 말을 만들어 놓았다.재회를 약속하는 마음으로 고사리 같은 손을 잡았더니 여석은 나더러 친구의 말을 상기시키며 하느님이란 사람에게 기도하고 싶게 하였다.
 

애들이 좋다는데 주저할 리유가 없잖은가? 전에 남들이 하던 기도를 흉내내며 속으로 들먹이었다.
 
하느님 선생님!
 
친구의 권려에 고무를 받아 참마음의 기도를 드립니다


다사중에서도 무류무비하게 귀한 외손자를 우리에게 보내주신 정의에 심심한 사의를 드립니다.선생님의 사랑 선물로 보내주신 무가의 생명이오니 이 어린 영혼이 살아가야 할 긴나날에 항시 님에게 기쁨을 안기시고 그 거룩한 기대에 부응하도록 가리치며 지나새나 조신하게 키우도록 약속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영광은 광야같지만 오로지 외손자가 잘 나가면 가슴의 기쁨이 더없다는 일념으로 죄송죄송하면서도 더 많은 보살핌을 내리시기를 기원하여 마지않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아무튼 요놈을 창송취죽처럼 올곧고 들차게 자라도록 늘 재촉해 주시며, 록죽지절을 온몸으로 껴안은 이 땅의 영광스런 역군이 되도록 인도하여 주십시오.

금전이나 지위나 영화보다  근면한 로동만이 삶의 길이고 남에게 유익함이 최고의 명예임을 알게 해 주시며, 각고면려하는 공력으로 담금질에서도 끄떡없는 금강석이 아니면  감탕밭 속에서도 티없는 해맑은 수정으로 되게 해 주십시오.
 
어둠속에서 길을 아는 외손자, 고난속에서 버틸 줄 아는 외손자, 형극을 넉넉히 헤치는 외손자로 되어 인생 고비의 하나하나를 슬기롭게 넘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이 애에게 한생의 모든 날에 시비곡직을 신통히 가려내는 영재를 주시고 사회의 면면에서 권리보다 의무 완수가 대단하다는 이치를 알도록 해주시며 마라톤 선수의 끈기와 인내로 인생의 길디긴 구곡양장을 쉬임없이 달리도록 가르켜 주십시오.

대체로 언제 어디서나 열정과 지혜가 넘쳐나는 외손자로 되게 하시고 남의 은혜와 사랑에 감사의 마음과  찬미의 실천이 샘솟는 영혜한 인간이 되도록 교도하시며 단 한번의 무상한 삶을 면구없는 락천의 생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이상 삼가 기도를 올리는 바입니다.
 
선생님:
기성세대도 물론 자래움에 게으름이 없을 터이지만 축복의 한맘으로 과욕을 전달하니 엄책은 하시되 괘념하지 마시기를 삼가 바라오며 재삼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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