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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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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새끼꼬기이다
2012년 12월 18일 09시 22분  조회:1214  추천:1  작성자: 리광학
인생도 새끼꼬기이다

리 광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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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에서 흔하디흔하게 보는 새끼는 보기에는 싯누렇고 터실터실 하고 거칠어 보잘것 없는것이였지만 기나긴 농경사회를 살아온 우리 민족 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명물이였다.

겨우내 눈과 얼름밑에서 잠을 자던 땅이 기지개를 켜고 숨을 쉬듯 한껏 부풀어오르는 봄이 오면 터밭을 갈아번지고 터밭에 울바자를 치는것으로 몸맞이를 시작한다. 나무나 수수대를 겯고 거기에 긴 나무가지를 골라 띠를 두르는 작업에 새끼가 없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초가집 이영에 벼짚단을 골고루 펴고 새끼로 뜬 그물을 덮어야 한다. 또 닭들이 알을 낳을수 있도록 새끼로 닭등우리를 틀어주어야 한다.

분망한 봄이 가고 터밭에 심은 남새들이 우썩우썩 소리내며 자라는 여름이 오면 줄기가 길게 자라는 식물들엔 순을 주어야 한다. 순을 주는데도 새끼는 필수품이다.

오곡이 결실을 맺는 가을이 돌아와 곡식들을 타작하고 말리거나 보관하자면 새끼로 결은 방석이거나 망태기가 있어야 한다.

엄한이 대지를 휩쓰는 추운겨울이 오면 겨울나기차비로 배추나 무우 시래기는 가는 새끼로 꿰매고 초가집 뒤벽이나 겨울바람막이 바자에 걸어놓는다. 우리 민족의 식탁에 빠져서는 안되는 된장을 만드는 메주도 새끼로 달아맨다.

우리 연변시골에서는 50년대초까지도 짚신을 신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짚신은 새끼를 꼬아 만든다. 가마니를 짜는데도 새끼꼬기가 제일 기초적인 작업이다. 이럴듯 새끼가 우리들의 실생활에 “약국의 감초”처럼 빠질수 없었기에 그제날 농촌에서 살아왔던 지금의 40대이상의 사람들한테는 모두가 어릴적 새끼꼬기를 경험한 추억이 남아있다.

새하얀 성에가 창문에 꽃그림을 그려가고 박달나무가 탕탕 얼어터지는 추운겨울이 오면 우리 고장은 가마니를 짜는 좋은 계절이다. 가마니짜기를 시작하면 방안은 말 그대로 작업장이 돼버린다. 부엌쪽은 가마니를 짜는 곳이고 출입문쪽 바닥은 누기를 들인 벼짚을 쌓아놓고 추리는 곳이며 넓은 온돌은 새끼꼬기를 하는 작업장이다.

나는 일곱살때부터 아버지한테서 새끼꼬기를 배웠다. 아버지는 키가 크고 줄거리가 탄탄한 벼짚을 골라 추리고 누기를 적당하게 들여 새끼꼬기에 썼다. 새끼를 고르고 단단하게 꼬아야 하기에 아버지는 시작 부터 차근차근 벼짚오리를 쥐는 자세와 이어주는 방법을 가르쳤다.

나는 아버지가 가르치는대로 부지런히 벼짚오리를 고르게 이어주고 제때 에 짚나라미를 살살 잘라주어 새끼가 미끈하게 빠지도록 익혀나갔다. 새끼꼬기는 마지막 끝머리까지 한방향으로 비벼야 하기에 손바닥이 마르면 작은 손바닥에 침을 탁탁 바르면서 팔의 길이가 자라는데까지 비비고 또 비볐다. 그렇지 않으면 단단히 탈려오던 벼짚오리가 힘없이 스르르 풀어지기때문이다.

벼짚새끼를 꼬아 가마니를 짜고 가마니가 여러장 모아지면 공급판매 합작사에 판다. 우리 집과 공급판매합작사의 직선거리는 2리가량 되는데 그 세월 어머니는 머리에 가마니를 이고 힘겹게 공급판매합작사에 팔러다니였다. 추운 겨울날 가마니를 지고 탈탈 거리며 공급판매합작사까지 가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젖군하였다. 그때는 가마니를 팔아 기름과 소금같은 필수품을 사고 학교에서 쓰는 연필이나 필기장 등 학용품들도 마련하였다. 나는 새끼꼬고 가마니짜고 그것을 팔러다니면서 처음으로 돈은 힘들게 얻어지고 소중한것이며 로동으로 얻은 성취의 희열이 어떤것인지를 체험하게 되였다.

인젠 새끼꼬기는 먼 옛날의 과거가 되였다. 하지만 가끔 지나온 인생을 되돌아보면 그때 아버지가 새끼꼬기를 배워주면서 삶의 지혜도 가르쳤다는것을 새삼느낀다. 새끼꼬기가 시작이 중요하다면 인생도 마찬가지로 사회에 내딛는 첫 발걸음이 자못 중요하다. 새끼꼬기를 하면서 지나치게 벼짚오리를 자주 이어주면 새끼가 굵어지고 유연함을 잃어 쓸모없게 돼버리듯이 인생도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면 도를 넘게되고 망가지게 된다. 하기에 항상 분수에 맞게 살고 처신해야 한다. 새끼를 꼴때 새끼의 지저분한 짚나라미를 다듬어 주듯이 인생을 살면서도 마찬가지로 부지런히 자신을 거울에 비춰보고 단속하며 흐트러진 자세를 제때에 바로 잡아 주어야 바르게 성장할수 있다.

새끼꼬기는 오른손은 바깥쪽으로, 왼손은 안쪽으로 하고 끌어당기면서 한방향으로 돌리고 돌려야 한다. 갑자기 방향을 돌려 왼새끼를 꼰다면 새끼오리는 힘없이 스르르 풀어지게 될것이다. 인생도 새끼꼬기처럼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오른쪽으로 갔다가 왼쪽으로 갔다가 하면서 갈팡잘팡 한다면 아무것도 성사할수 없다.

새끼꼬기는 시작도 중요하지만 마무리가 더 중요하다. 인생도 목표를 정하고 실패와 좌절 앞에서 비관하거나 소침해 지지 말고 중도에서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포기한다면 인생의 새끼는 뱅뱅탈리다 스스르 힘없이 풀려 지게 될것이다.

 

2
 

어릴적에는 오른새끼만 꼬는줄 알았다. 어른이 된후에야 왼새끼꼬기도 있다는것을 알았다.

먼 옛날 우리의 조상들은 마을이나 집안으로 사악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지켜내기 위해 완벽한 보호막을 칠 때 왼손으로 비벼 꼰 새끼줄을 썼다고 한다. 아기가 태여났을때 사립문에 고추나 숮을 끼워 걸었던 “금줄”도 왼새끼가 재앙을 막아준다는 민간신앙에서 연유한것이다. 또한 부모가 죽어 장례를 치르때 상주들은 흰 배옷과 흰 두건을 쓰고 허리에는 왼새끼를 질끈동여 맸다고 한다. 이는 어디까지나 특정한곳에 특별하게 쓰이는것이다.

삶의 정도를 벗어나 외딴길을 가거나 또는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벗어나 일을 처사하거나 들쭉날쭉하는 사람들을 통털어 왼 새끼를 꼰다고 한다.

일전에 모아산 등산을 다녀 온적있다. 모아산삼림의 입구에 들어서니 벌써 상쾌한 공기가 한껏 기분을 돋구어 주었다. 등산객들속에 끼여 모아산기슭을 따라 조금 오르자 두 갈래의 갈림목이 나타났다. 갈림목의 등산안내표시도에는 오른쪽에 모아산 정상으로 톺아오르라고 “상행선” 이라고 표시하고 왼쪽에는 “하행선”이라고 똑똑하게 표시하였다. 그런데 일부 등산객들은 안내표시도를 무시하고 제멋때로 하행선으로 등산하고 상행선으로 하산하면서 마주오는 등산객들을 괴롭혔다. 뻐스에 오르고 내릴때에도 앞문으로 오르고 뒤문으로 내리는게 엄연한 상식임에도 일부 승객들은 이를 무시하고 앞문으로 밀치며 차에 오르는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쳤다. 저런 사람들이야 말로 왼 새끼꼬기를 하는 괴짜들이구나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또 도시의 아스팔트에서 우측 통행은 엄연한 교통규칙임에도 일부 택시기사들은 이를 무시하고 길 복판에서 방향을 돌려 역행하는 아슬아슬한 장면들이 벌어지군한다. 이런 일들로 하여 교통사고가 비일비재로 일어나고있다. 참으로 이런 사람들은 인간의 목숨을 가지고 왼새끼 꼬기를 하는 법맹이 아날수 없다.

현시대 아무리 복잡한 환경에서 살아가면서 천태만상의 일이 벌어지라도 사람마다 정도를 따라나간다면 조화롭고 질서 있는 사회가 될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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