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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칼럼] 디아스포라의 명상학 개론(최수석)
2019년 07월 10일 10시 37분  조회:1535  추천:0  작성자: netizin-1

      나 자신을 찾아간다는건 참 고요함과의 동행을 자처한 의미있는 일이다. 채바퀴 돌듯 바쁜 일상을 살아가고있는 현대인들에게 '나 찾아 떠나는 려행'이라는 타이틀이 참 이율배반적인 단어이기는 하지만 내외면의 에너지를 척결해가며 치열하게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목마름과 갈증으로 다가오는게 바로 '마음챙김'이다.

  '나를 찾아 떠나는 길'에 있는 당신이라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게 있다. 바로 명상이다. 내가 명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현대인들이 한번씩 경험해보지 않고는 섭섭하다고 생각될만치 귀족병으로 자리매김한 우울증을 경험하고 나서서부터이다. 우울감을 느끼고 그 출구없는 메마른 감정의 벽을 허물고 에고와 참나와의 거리를 좁혀가고있는 힐러로서 무너짐이야말로 더 큰 열림이라는것을 경험해봤다. 주인도 없이 해가 슬어놓은 고요를 나른한 오후가 갉아먹는것 같은 느낌이지만 랴명전의 암흑은 분명히 내삶의 질적인 변화를 가져다준 종합비타민과도 같았다. 한번 경험해보는것도 나쁘지 않았다.

  우울증을 경험하게 되는데는 에고와 참나와의 거리가 멀기 때문이 가장 크다. 어찌보면 애써 찾을 필요도 없이 늘 그곳에 있던 존재인데 다만 알아차림이 부족했던건 아닐까? 기본적으로 철학의 기본질문인 '나는 누구인가'가 '나를 찾아 떠나는 려행'의 기본테마가 되여야 하는데 '나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라는 패러다임이 그 려행을 막아나서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누구인가'는 정체성에 대한 문제와 직결된 문제이다. 개인적인 정체성과 사회적 정체성 등 여러가지를 포괄시킬수 있겠지만 특히 디아스포라들은 정체성에 대한 치렬한 고민을 하고 살아왔고 어찌보면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요아닌 강요를 스스로에게 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 아닌가 싶다. 특히 스스로 의식있는 디아스포라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더 큰 멍에를 짊어지고있는게 아닐까. 하지만 그 멍에가 과연 자동화된 무의식적인 반응이 아닐지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우울증을 경험하고 참나와 만나는 작업을 하면서 든 생각이다.

  사람으로 태여나 짊어지게 되는 가장 큰 책임은 바로 매 순간 내가 어떤 반응을 했는지에 대한것에 대한 책임이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을 가리켜 "B와 D사이의 C"라고 말했다. 결국 인생은 BIRTH(탄생)과 Death(죽음) 사이의 Choice(선택)이라는 것이다. 선택 역시 또 하나의 반응인 셈이라고 볼 때, 결국 인생은 곧 반응이다.

 

 

  내가 보이지 않는 마음이란 령역을 공부하고 탐험하면서 경험한 모든 변화를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무엇이라고 할수 있을가? 바로 삶의 여러가지 자극속에서 반응하는 태도와 힘이 달라진것이라 할수 잇을것 같다.

  반응과 무반응. 무반응도 반응하지 않음을 선택한 반응이다. 반응에는 다양한 각도의 반응이 있다. 나의 건강, 행복, 평화, 성공에 도움이 되는 반응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지구의 건강, 행복, 평화에 도움이 되는 반응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반응을 선택할수 있음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자동화된 무의식적 반응을 하며 살아간다.

  최소 95%이상의 무의식적 반응으로 살아간다고 보통 이야기한다.

 

 

  연변대학에서 공부할 때 나는 석사론문 테마로 "한중 영상물에 나타난 조선족 녀성의 형상'에 대한 론문을 썼다. 그리고 한국류학에서 선택한 나의 박사론문 주제 역시도 "조선족 자생설화에 나타난 디아스포라 연구"이다. 어찌보면 디아스포라에 대한 주제는 내 백그라운드를 봐서도 그렇게 가장 흥미가 있고 잘할수 있는 분야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B와 D사이에 선물과도 같은 C가 있었듯, 석박사 과정을 완성하는 중간에 감사하게도 나에게는 우울증이라는 선물이 찾아왔고 그것이 디아스포라에 대한 내 사고의 틀을 바꿔놓는 계기가 되였다.

  학문분야에서 디아스포라의 정체성 연구라 하면 자연스럽게 련결된 키워드가 있다. 바로 정체성 연구, 소외의식, 주체와 주변부, 망향의식, 정착의식 등 모름지기 중심부에 편입하지 못하고 주변부에서 맴도는 주변부 의식에 대한 연구와 직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문연구에서는 이런 연구방법론이 아직까지 잘 적용이 될수밖에 없다는건 당연한것이고 나 역시도 이런 키워드를 중심으로 연구방법을 도입할것이다. 워낙 소설이나 시창작 등 텍스트자체가 갖고있는 완결성 구조가 어느 정도의 주제의식을 내포하고있기 때문에 기존의 디아스포라 틀연구로도 론문을 완성하기에는 충분하다.

 

 

  하지만 일상에서 겪는 디아스포라적인 경험에 대한 성찰과 분석을 할 때도 우리는 이런 패러다임에서 풀기가 십상이다. 가장 익숙하고 가장 론리에 맞는 패러다임이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무언가 경직된 틀에 자신을 옭아매는게 아닐가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내가 석사론문 주제로 "한중 미디어에 등장한 조선족의 형상 연구"를 택했던 것도 사실은 "우리 조선족은 이런데 잘 알지도 못하고 곡하고있다"는 약간의 분심을 표출하기 위한 발로이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는 조선족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있는 예민함임에는 분명하다. 한국진출 조선족 80만명시대, 무엇보다 미디어의 영향력이 확대된 한국사회에서 내 이야기(조선족의 이야기)가 어떻게 영상물로 제작이 되였을가가 일차적인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 이야기는 내 이야기이기도 하고 내 부모님, 친척, 친구들의 이야기로 비춰질수도 있고 미디어의 파급력과 더불어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줄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족들 역시 이제는 코미디는 코미디로, 예술은 예술로 봐줄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지긋이 지켜볼 여유가 있지 않는가?

  우연한 기회에 몇년전까지만 해도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인 "황해"에 나왔던 개그우먼 이수지씨를 만나게 되였다. 커피 한잔 하면서 "황해"라는 코너 때문에 조선족들이 한국 사회에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대명사가 되였고 그것때문에 씁쓸한 기분이 든다고 솔직히 얘기했었다. 이수지씨는 거듭 죄송하다고 하며 사실 재미있는 코너들이 너무 많은지라 남들보다 더 튀고 재미있는 코너를 만들지 않으면 개그계에서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미 하나만 바라보고 매주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고 얘기해줬다. 사실 한국의 미디어시장은 철저히 상업위주로 돌아가는 경쟁시대이다. 영화를 만들고 코미디를 만드는 피디나 작가들이 조선족에 대한 어떤 폄하의 의도를 갖고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미디어의 파급력이 어마어마한 한국사회에서 잘못된 이미지의 고착화는 오래동안 왜곡된 패러다임을 형성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겠지만, 이곳은 대통령도 코미디 소재로 등장할수 있는 곳이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부단히 할수밖에 없는 디아스포라들인 우리들에게 있어서 약간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긴장돼있던 '디아스포라 정체성 감성근육'을 조금은 느슨하게 풀어줄 필요가 있지 않을가?

  원하는 방향으로 반응하기 위해 필요한것, 내 삶을 온전히 책임지기 위한 힘인 반응력, 탄생과 죽음사이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 인생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것이 바로 마음챙김이다. 그 마음챙김과 여유를 갖고 자기 정체성, 사회적인 자아로서의 정체성까지 생각을 한다면 좀 더 느슨하고 객관적인 태도로 세상과의 소통을 할수 있지 않을가 싶다.

  마음을 놓친다는것은 무엇이고 마음을 챙긴다는것은 무엇일가.그러면 마음은 무엇일가?정체성이 없다는것은 무엇이고 정체성이 바로 잡혔다는것은 무엇일가.그렇다면 정체성은 무엇일가?

  조선족이기 때문에, 한국인이기 때문에, 중국인이기 때문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정체성이 과연 원자 5,000억개로 구성된 우리의 몸 구석구석에서 보내는 객관적인 정보의 집합체라고 할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인간은 정체성이 있지만 또 정체성이 없는 존재들이다.

 

 

최수석 략력

  

본명 최옥란, 전 '동북저널' 신문사 기자.

한국학중앙연구원 현대문학 박사 수료.

동북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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