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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자 이름의 재외동포로 살아간다는 것
2021년 12월 16일 15시 34분  조회:833  추천:0  작성자: netizin-1
[대림칼럼] 

영문자 이름의 재외동포로 살아간다는 것
최미령 

 
한국에서 나는 재외동포이다 보니 한글 이름이 아닌 중국어 병음 이름으로 외국인 거소증에 등기되어 있다. 내가 여러 가지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본인인증을 거치는 단계에서 한국인 서비스 제공자들의 얼굴은 찡그려진다.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중국어 병음 강의를 공짜로 해줘야 하나 싶기도 해서 나 또한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씨-”

난 내 이름의 첫 영문자 C를 발음한 것인데 상대방은 가끔 흠칫 놀란다.

내가 성격이 좀 까칠하기는 하나 이만한 일에 언어적 폭력을 행사할 정도의 개념 없지는 아닌데 말이다.

-알파벳 C로 시작되는 영문자 이름입니다.

-아, 네. 확인 감사합니다.

‘#알파벳 이름을 사용’, #한국어를 너무 잘하는 외국인이라는 딱지가 붙은 나는 그러니깐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요를 속으로 되뇌게 된다.

오프라인에서 자주 연출되는 이러한 상황에는 익숙해졌다. 온라인상의 에피소드들은 그 버전이 참 다양하다.

10여 년 전 주민등록번호로만 온라인 쇼핑몰에 회원가입이 되던 시절의 일이다. 일부 사이트에서 외국인 거소증 번호로는 외국인 회원가입 자체가 불가하였다. 다소 알뜰형인 나는 비회원일 경우, 포인트나 쿠폰 사은품 지급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어서 사이트 관리자한테 전화해 항의하였고 가입 기념으로 지급되는 포인트를 현금으로 받아내기도 했다.

결제 때마다 사용 가능한 몇 백 원 포인트를 사용하기 위해 물건을 살 때마다 전화해서 결제 금액에 관해 문의를 했고 진상 고객인 내가 싫어서였는지 아니면 담당 책임자가 통이 커서인지 포인트에 상관없이 결제 금액의 백 단위부터는 아예 차감해 주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차감한 포인트보다 통화료가 더 많이 나왔을 수도 있겠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이는 좋은 예들이다.

나를 뚜껑 열리게 한 것은 휴대폰 통신사였다. 내 이름 알파벳 10개 자모를 힘겹게 누르고 다음 단계를 클릭했는데 정보 오류의 창이 자꾸만 떴다. 혹여 빼놓은 알파벳 자모가 없는지 손가락이 가늘지 않아 옆자리 알파벳으로 잘못 눌리어진 것은 아닌지 두 눈을 부릅뜨고 점검을 계속하였는데도 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 바질바질 속을 태우다가 설마 하면서 성씨의 마지막 자모인 I와 이름의 첫 자모인 M 사이에 띄어쓰기 버튼을 터치해 넣어보았다. 기적같이 성공하였다. 성과 이름자를 띄어쓰기하지 않아서 나는 본인인증이 거부되었던 것이다. 반강제적인 영문자 이름 사용도 모자라, 이렇게 '엄밀한' 이산의 양태를 갖추어야 하다니 참 허구프게 슬프다.

이름 따로 성 따로 하니 면세점에 회원 가입하던 일이 생각난다. 면세점 회원가입 페이지에서 신분 선택을 함에 있어 ‘외국인’을 클릭하는 순간 영문자가 가득한 창이 떴다. 글로벌하게 이름과 성의 첫 알파벳은 대문자로 써야지 하는 '상식'을 잊지 않으며 아 Q의 원 그리기 못지않게 키보드를 전환해가며 대문자와 소문자를 구별해 입력하느라고 애썼다. 드디어 가입 완료가 되고 나서 안도의 숨을 내쉬면서 Meiling Cui를 즐겨 감상했다. 구매 결제를 다하고 나의 여권 정보를 대조하다가 나는 경악하고 말았다. 영문자로 뜨니 당연히 잉글리시 습관대로 자체 판단하여 이름+성 순서라고 생각했는데 해당 홈페이지에서 요구한 것은 성+이름이었다. 김치와 함께 나온 스테이크 같은 조합에 멘붕이 왔었다.

울고 웃지 못할 영문자 이름 에피소드에 대처 가능한 데이터가 내 안에서 이미 충분히 구축되었다고 판단했는데 또 한 번 엿을 먹게 될 줄은 몰랐다. 모 온라인 쇼핑몰에서 옷을 카카오 송금 형식으로 결제 완료하고 당일 발송이라고 하였으니 이튿날이면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마음이 설레었다. 배송 상황을 체크하느라고 사이트에 접속했는데 입금 전이라는 거다. 뭐가 잘못되었지 하는 생각에 물의 창에 입금확인을 부탁했더니 입금자 이름이 CUIMEIL로 표기되어서 구매자의 정보와 일치하지 않다고 판단되어 입금 전이라고 판단하였다고 하는 ‘아주 논리적이고 성의 있는 답변’이 왔다. 다소 억울하기도 했다. 구매자와 입은 자의 이름이 다른 이 사태를 초래한 것은 절대 내가 덤벙거리면서 이름을 쓰다 말아서가 아니라 전산상 외국인인 내 이름이 길다 보니 맨 뒤에 알파벳 3개는 자동으로 다 가려지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이 같은 사태의 발생을 미연이 막을 수 있는 방지책은 뭘까? 전산상 체현되는 알파벳 개수에 맞춰 개명하는 거 일가 아니면 긴 성명을 작성하여 부득불 이렇게 밖에 되지 못하는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정상참작을 바라는 성명서를 보내는 것일까? 의도치 않게 나는 입금자명과 구매인 명을 통일시키지 못한 덜떨어진 인간이 되어버렸다.

여기저기 4차 산업 혁명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진행하는 행사들이 있어서 검색해 보았다. 스마트가 어쩌고 하는 인문학 전공인 내가 이해하기에는 난해한 낱말들이 가득 나열된 부분들을 건너뛰고 단점이 무엇인지를 보니 개인 정보의 무제한적인 공개라고 하였다. 정보가 오픈되는 것보다 더 두려운 것이 '나'라는 아이디 쓰기 방식을 박탈 당한 것인 것 같다. 나한테 편한 기호로 말하고 쓰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어디서 언제 즈음 허락될까?



최미령 약력 : 1987년생. 현재 성균관대 동아시아학과 박사 재학 중. 재한동포문학연구회 회원. 가끔 지면에 글을 쓰기도 하는 불성실한 글쟁이다.

동북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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