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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작사가들이 정말 존경스럽고 부럽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 의해 불려지고 있는 불후의 명곡들은 곡도 곡이겠지만 더욱이는 가사를 음미하면서 그 가치가 더 빛난다. 한때 후배들을 따라가겠다고 한국 아이돌의 이름도 외우고 심지어 그룹의 성원이 몇명인지도 애써 기억하며 발악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때가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최고봉일 때였으니 한때 파릇했던 그들도 이제 다 30을 넘겼다. 후배들은 치고 올라오고 연예인의 생명인 피부도 나이가 들면서 옛날 같지 않고 격한 댄스도 이제 소화하기 버거워지는 안타까운 나이가 온다.
아무리 시대를 따라가려 해도 노래는 일정한 나이가 되면 전에 부르던 노래만 계속 부르고 새노래는 배울 생각을 하지 않게 된다는 걸 어느 시점에 깨닫게 되였다. 노래는 우리 웃세대들의 “눈물젖은 두만강” “나그네 설움” “칠갑산”에 이어 우리 금방 아래 세대의 “바꿔” “반” “머니”까지는 그런대로 아래우로 련결이 되는데 그 뒤로는 노래를 하는지 글을 읽는지 알길이 없는 힙합에 이르기까지 아예 범접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포기 단계에 이른다.
전에 라지오를 들으며 노래가사를 받아적어서 배우던 때가 원시사회 같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노래하며 살면은 젊어진다오” 이런 노래를 수없이 불렀던 세대들도 이제 노래 가사가 무색하게 중후한 나이로 자리잡았다. “살구나무” “달 마중 님 마중”과 같은 노래를 열창하던 청춘도 이제 자식이 당년의 나이가 된 세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명곡 자체는 늙지 않는다. 어느 시대에 불리워도 세대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그야말로 불후의 명곡이다. 어떤 감정은 나이에 관계없이 영원한 주제를 동반하기 때문이다.
가요무대로 널리 알려진 김동건 아나운서가 이런 말을 했다.
“한국 노래는 사랑 이별 눈물이 없으면 가사가 완성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노래 가사만 봤을 때 작사가들은 사랑에서 고수들이다. “그 겨울의 찻집”이란 노래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마른 꽃 걸린 창가에 앉아 외로움을 마셔요
...
아 ~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그대 나의 사랑아〗
생화도 아니고 다 말라버린 꽃, 그것마저 꽂혀있는 게 아니고 대충 걸려 있는 창가에 앉아서 커피나 맥주도 아닌 외로움을 마시는 그림은 울적함의 극치다. 그러니 허구픈 웃음만 나오고 그러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이게 다 “내 사랑 그대” 때문이다. 슬프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적어도 창가에 앉아 있는 주인공으로서는 실련이든 숨겨진 감정이든 일방적인 사랑이든 상대방에 대한 정이나 미련이 아직 남아 있을 때의 눈물이다. 어찌됐든 일말의 희망이나 정이라도 붙어 있는 애절한 사랑의 여운을 추억으로라도 되새길 수 있다는데서 그나마 위안이 되는 감정이다.
그런데 “배반의 계절”이라는 노래 가사는 아주 실망적인 비련의 운명을 담았다.
〖그 어느날 우연히 널 보았어 내 친구집 앞에 서 있는 널
너 나한테 했던 말 또 하겠지 영원히 너만을 사랑한다고
저 하늘에 너를 기도해 다시는 사랑할 수 없기를〗
자신을 사랑했던 남자가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자기의 친구를 선택했을 때 전 남친도 증오스럽지만 친구로부터 몰려오는 배신감 또한 황당하고 슬프고 억울하다. 결과적으로 헤여졌다는 결론은 마찬가지지만 리별의 리유에 따라 상처가 다르다. 배반의 리유가 하필이면 내 친한 친구였다는 걸 알았을 때 그것도 모르고 그 사이 함께 어울려 놀러도 다니고 했을 건데 기가 막힌다. 그리고 그 사이 나한테 했던 온갖 사랑의 서약을 친구한테도 똑같이 할 것이라는 상상만 해도 피가 거꾸로 흐른다. 오죽했으면 다시는 사랑할 수 없게 해달라고 하늘에 기도까지 할 심정일가.
이렇게 배반한 련인에 대한 증오심으로 이를 갈며 복수의 서슬 푸른 칼을 품고 있는가 하면 스스로 고배를 마시며 이미 떠나간 사랑을 잊지 못하는 아쉬움이 가득찬 사랑도 있다. 리별이후로 항상 자신이 남친한테 빚지고 사는 것 같고 내가 조금이라도 더 잘했더면 이별까지 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자책에 묻혀서 헤여나오지 못한다. “빚”이라는 노래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다들 그랬어 사랑은 사랑으로만 잊혀지고
녀자에겐 지금의 사랑만이 첫사랑인 거라고
하지만 나에게 사랑은 하난데 아직 가슴에 남았는데
또 다른 인연이 올수록 네가 더 보고 싶어〗
한 사람을 잊는데는 또 다른 사랑이 최고의 약이라고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니 리별후에도 장시간 깊게 남은 미련이다. 오죽하면 다른 인연이 왔는데도 갈수록 원래 사랑이 더 보고 싶을가. 이 상황에서 “녀자에게는 지금의 사랑만이 첫사랑”이라고 염장을 지르는 근거없는 론리까지 펼친다. 그러니 오직 한 사람에 대한 사랑만 가슴에 남은 녀자에게는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다.
녀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을 그냥 속담으로만 받아들였다가는 어마어마한 고배를 마시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하는 수도 있다. “용서 못해”라는 노래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왜 너는 나를 만나서 왜 나를 아프게 하니
모든 걸 주는데 왜 날 울리니
나에게 상처 준 만큼 다 돌려줄거야
악한 여자라고 하지마 용서 못해〗
죽고 못살겠다고 할 때가 있었으니 오로지 그 말만 믿고 모든 걸 다 바쳐서 사랑을 했건만 돌아온 건 실망과 슬픔뿐이다. 그래서 더도덜도 말고 그 사이에 내가 받은 상처 만큼 다 돌려줄테니 악하다고 원망하지 말라는 깊은 한이 여실히 담긴 불타는 복수심을 그렸다.
그런가 하면 서로가 좋은데 여직 이루어지지 못한 애틋한 사랑을 그린 노래도 있으니 “잊지 말아요”란 노래 가사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혹시 알고 있나요 뒤돌아서
가슴 쥐고 그댈 보내주던 그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나예요 그 사람을 사랑해줘요
같은 하늘 다른 곳에 있어도 언젠가는 돌아와줘요〗
사랑하기 때문에 헤여진다는 말 같지 않은 론리도 있다. 어이가 없기는 하지만 분명 사정이 있는 감정도 있으니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서는 더 이상 다가가지 말아야 하고 눈물을 삼키며 보내줘야만 하는 사랑이다. 그러니 지금은 아니더라도 그리고 어디에서 어떻게 살든 한때 사무치게 사랑했던 사람이 항상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 언제라도 돌아와달라는 애절한 바람이다.
이쯤 되면 꿈보다 해몽이 많이 길었는데 앳된 련인들의 사랑을 그린 노래를 하나만 더 례를 들면 “잔소리”라는 노래는 쥐면 부서지고 놓으면 날아갈 것 같은 사랑을 이렇게 묘사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내 말 듣지 않는 너에게 뻔한 잔소리
그만하자 그만하자
사랑하기만 해도 시간 없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시름이 놓이지 않고 열에서 스물까지 다 관여하고 싶고 스물에서 서른까지 다 챙겨줘야 할 것 같은 지나친 사랑의 표현이다. 이름하여 잔소리라고 한다. 밤에 늦게 다니지 마라, 술자리에서 남자들을 조심해라, 사회생활에서 다른 사람을 너무 믿지 말라, 상대방 이성이 착각할 행동을 하지 마라...
련인사이에서는 너무 사랑한 나머지 과잉 보호를 하고 관여가 간섭으로 바뀌면서 다툼이라는 게 생긴다. 물론 칼로 물베기로 끝나면 좋겠지만 원래 “너무”라는 단어에는 부정이 맞물려서 따라오는 결론은 과유불급이다.
노래 가사에는 심오한 도리가 많이 담겨졌고 이런저런 배울 점도 많다. 노래 방에서 별 생각없이 부른 노래에서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경우도 있다. 워낙 사랑 리별 눈물이 도배를 한 게 노래 가사인지라.
노래하며 살면은 젊어진다오.
(중국조선어방송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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