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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자는 웃는다(궁금이)
2020년 05월 11일 08시 36분  조회:1362  추천:0  작성자: netizin-1
    “이제 한 10년을 살겠는지”
 
    엄마가 소파에서 돈지갑에 항상 넣고 다니셨던 내 사진을 들여다보며 외우시던 말씀이다. 그러나 내 지갑에는 엄마 사진이 있어본 적 없다.
 
    오늘은 모멘트에 온갖 엄마에 대한 내용이다. 나는 지금처럼 위챗이 없었을 때에도 다른 매체를 통해 오늘이 어머니의 날이라는 걸 알 정도로 등한했고 엄마는 그런 명절이 있는 줄도 몰랐다. 엄마에게 있어서 자신의 명절보다는 팥죽을 만드는 동지가 더 기억하고 싶은 날이였다. 당신의 손으로 자식에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 그것 하나만 남았기 때문이다. 먹거리가 풍부하지 않았을 시기에 식자재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집에서 할 수 있는 몇가지 명절음식이 있었건만 이제 마음만 먹으면 밖에서 뭐나 배달이 되는 시기에 엄마가 내놓을 수 있는 음식은 동지팥죽이 유일했다. 
 
    “이게 영 맛있다.”
 
    엄마의 기억으로는 내가 잘 먹었던 음식이라서 번마다 성의껏 만들었겠건만 그 사이 내 입맛이 변했는지 아니면 엄마의 손맛이 변했는지 나는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드리는 그런 아주 쉬운 일도 바로 하지 못했다. 지금은 젊은 부부사이에서도 안해가 해놓은 음식을 남편이 깨작이며 잘 먹지 않으면 짜증을 낸다. 그런데 엄마는 내 저가락이 한번도 가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먹겠지 하며 다음번에도 똑같이 지속적으로 기억속의 음식을 꾸준히 만드셨다. 엄마가 할 수 있는 게 그게 전부였고 그 몇가지 안되는 음식의 련속이 전에 아들이 잘 먹었던 걸 해주고 싶은 엄마의 간절한 소망의 순환이였다. 
 
    그 순환도 엄마가 혼자 계실 때에는 돌아가지 않았다. 그냥 쌀밥에다 랭장고 안에 있는 짠지 같은 걸로 대충 때우셨다. 간혹 사전에 전화를 하지 않고 집에 들어서면 그런 간이식사를 하시다가도 어째 전화도 하지 않고 왔냐며 화들짝 일어나서는 주방에 들어가신다. 본인은 그렇게 최소한의 반찬으로 끼니를 때우면 되였어도 자식에게는 다문 한가지라도 따뜻한 료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엄마 보고 싶다.”
 
    엄마는 종종 한숨을 쉬면서 외할머니를 외우셨다. 나는 엄마 년세에도 엄마가 보고 싶구나 싶으며 그 한숨에서 묻어나오는 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현실의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걸 느낀다고 그걸 메워드리지는 못했다. 내 빡빡한 술 일정에다 이튿날 숙취해소 단계까지 겹쳐서 엄마와 따뜻한 대화도 별로 없었다. 혼자 계시는 시간이 많을수록 엄마는 외할머니에 대한 생각이 많이 몰려왔던 것 같다. 
 
    “언니 보고 싶다.”
 
    언제부턴가 엄마는 외할머니에서 당신의 언니에 대해 외우셨다. 엄마와의 정과 자매간의 정은 어떻게 구별되는지는 모르겠으나 다 생전일 때에도 엄마는 외할머니보다는 언니를 더 많이 만났던 것 같다. 언니가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입원했을 때에도 옆에 있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언니, 우리는 언제 죽겠는지...”
 
    “어우~무슨 죽겠소...”
 
    자매간에 오고간 대화다. 이렇게 언니와 같이 오손도손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오래 가야 되는데 언젠가는 우리도 저 세상 사람이 될 것이라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엄마의 말에 언니는 아주 초연하게 웃으며 저렇게 대답하셨다. 자매간에는 화투를 놀아도 누가 패를 나눠주냐는 문제에서 귀찮으니 서로 하라고 밀어내는 “애 같은” 행동도 하면서 그렇게 서로 의지하는 둘도 없는 친구 같은 자매였다. 어떤 감정은 아들도 딸도 남편도 대신하지 못하는 그런 특수 구역이 있다. 그래서 엄마와 언니는 형제자매중에서도 각별하게 친했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후에 엄마에게는 어쩌면 언니가 엄마 같은 존재였을 지도 모른다. 
 
    요즘 드라마에서 딸이 리혼을 숨겨온 사실을 알게 된 엄마가 순간에 쓰러지는 장면을 봤다. 아버지는 길 옆에 있는 동전 노래방 기계에서 마이크를 들고 고성방가하며 참았던 혹은 안해나 자식들 앞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속을 푸느라 애쓴다. 자식이 애물이다. 
 
    효도는 뒤북에서 항상 더 뉘우치고 반성하고 통탄한다. 아무 쓸데없는 후회를 하면서 가끔 뒤늦은 눈물도 흘리고 이렇게 뻔뻔하게 글에서도 들먹이면서 지난날을 돌아본다. 우리는 자기가 먹어가는 나이도 잘 실감하지 못하면서 부모님의 년로해가는 진척에는 더 무딘, 세월의 무정한 흐름에 대한 맹점을 안고 산다. 
 
    옆집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분이 사신다. 할아버지는 이 아빠트에 이사온지 얼마 되지 않아 퇴직하신 뒤로 재직 때보다 몰라보게 년로해지셨다. 원래 할머니는 검을 어깨에 메고 운동도 다니시고 아주 활약하셨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밖에 잘 나오시지 않는다. 자식들은 다 분가해서 제 살기에 바쁘고 자기 애 키우기에도 정신이 없다. 
 
    “자식은 키워봤자 그냥 그런 거네”
 
    엘리베이터에서 아들며느리를 바래고 들어오면서 할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이다.  한때는 회사에서 중층간부로 한자리 하셨던 할아버지신데 이제 허리도 휘고 걸음걸이도 빠르지 못하신 걸 보면서 나의 불원한 미래를 보는 것 같았다. 자식에게 바라는 건 없지만 자식 또한 생각처럼 해드리지도 못하는 게 영원히 진행중인 기다란 방정식 풀이이다. 
 
    어머니의 날에 허구픈 웃음만 나온다. 울음도 자격증이 있어야 할 것 같은 오늘이다.
 
    불효자는 웃는다.

중국조선어방송(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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