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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란
2020년 06월 23일 08시 55분  조회:1465  추천:0  작성자: netizin-1
팬이란
궁금이


     연예인들이 공항에 나타나면 소리지르며 우르르 몰려드는 팬들을 보면서 저게 어떻게 가능할가 라는 의문을 줄곧 갖고 있었다. 나는 전에도 그랬거니와 지금은 더욱이 어떤 사람의 팬이 된다는 일은 평생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팬이란 운동 경기나 선수 또는 연극, 영화, 음악 따위나 배우, 가수 등을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풀이했다. 그 뒤에 우리말로는 “애호가”로 순화한다고 친절하게 덧붙였다. 어쩐지 팬과 애호가는 색채상 느낌이 달라서 어떤 외래어는 순화하면 그 뜻을 완정하게 전달할 수 없는 애로사항도 있겠구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던 내가 지난주에 역중천이란 작가에게 꽂혀버렸다. 내 명에도 없는 이른바 팬심이라는 게 생기게 되였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왜 이 작가의 작품을 이제야 접하게 되였나 안타까울 정도로 한눈에 확 끌렸다. 보던 책이 떨어져서 서점에 갔는데 새책코너에 “중국남성 중국녀성”이란 책이 나와 있다. 요즘 책들은 무슨 랩을 씌우는 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비닐로 싸놓는지 모르겠다. 당장 랭장고에라도 들어갈 기세다. 어떤 책은 그 비닐을 뜯었다가 혹시 사지 않으면 안 될 같아서 포기한다. 그런데 이날은 내용이 궁금하지만 확인을 하지 못한채 그냥 샀다. 나는 원래 작가의 이름은 보지도 않고 새책코너의 추천이면 믿고 산다. 
 
     그런데 집에 와서 확인해보니 2018년의 책이다. 순간 약간 후회를 하면서 그래도 샀으니 랑비할 수는 없고 첫페지를 펼쳤다. 시골에서 소학교를 다닐 때 교과서가 닳는다고 다들 뚜껑을 씌워갔고 다녔더랬는데 지금 책들이 또 그걸 본따고 있다. 원래 표지우에 한겹을 덧씌워서 뚜껑이 한장 더 있다. 그 뚜껑을 벗겨내면 안에는 같은 이름으로 앞표지가 있다. 그렇게 제목을 두번씩이나 나오게 할 리유가 뭔지는 모르겠으나 그게 류행인지 다들 그렇게 책을 출판한다. 이 책도 역시 뚜껑은 있는데 벗겨내니 안에는 아무 글자도 없다. 얼핏 보면 그냥 내부용 참고자료 같은 느낌을 준다. 그 허술함에 또한번 의욕을 잃을번 했다. 책을 펼치니 글자도 작고 줄간격도 좁아서 이마살이 찌프려진다. 
 
     그런데 진주는 모래밭에도 빛난다더니 내용을 읽기 시작하니 3시간을 단숨에 내려갔다. 그 유혹적인 휴대폰도 한번 들여다보지 않고 모든 일을 멈춘 채 작은 글씨에 좁은 간격의 종이만 번지고 또 번졌다. 한장에 글씨가 많아서 번지는 속도도 더디건만 전혀 갑갑하다는 느낌이 없이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정말 어떤 현상이든 외모로만 판단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과 내용에 자신이 있으면 겉모양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지금까지 조선문과 중문 책을 통틀어서 문자만 보면서 크게 소리내 웃으며 본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물론 내 독서의 량과 폭이 좁아서 그렇겠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유머스럽고 박식하고 알기 쉽게 엮어내려갔다. 사실은 전통 문화와 력사를 다룬 내용이라 폭소를 자아내기 쉽지 않은데 어떤 분야에든 다 고수가 있었다. 삼국연의가 삼국지와 달라서 취미성이 더 있는 것처럼 력사문헌을 현실의 구미에 맞게 하기 위해 그 시대에는 있을 수도 없었던 표현까지 불어넣으며 재창작되는 책은 여럿 봤어도 이 책만한 문필과 론리와 유머는 만나본 적 없다.
 
     그래서 작가의 이름으로 경동쇼핑몰에서 검색했더니 모든 저서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 자리에서 1-20권으로 된 전집을 샀다. 잘되는 놈은 넘어져도 떡함지에 엎어진다더니 원가격이 840원인 책이 주문을 클릭하자 329원으로 착하게 할인된다. 딱 마음에 드는 책을 공짜로 산 느낌이다. 사실 840원은 물론 그 보다 더 비쌌어도 이미 마음이 끌린 작가의 책이라 망설임없이 샀을 것이다. 그 가격에 사겠다는데 안된다며 기어이 할인해주겠다는데 그냥 고마울 따름이다.
 
     전에 팬이 과격해져 스토커가 되는 뉴스들을 보면서 “미친놈”이라고 여겼었는데 정말 진심으로 빠지면 그게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진도 아니고 영상도 아니고 그냥 깨알같은 글을 빼곡히 박아놓은 누르께한 종이장에도 이렇게 끌리는데 살아 움직이는 연예인들한테는 정말 좋아서 숨이 넘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였다. 거기에다 무려 이성 연예인이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한 사람이 존경스러우면 오늘처럼 한개 내용으로 옹근 편폭의 위챗을 완성할 수도 있구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하루다. 그리고 팬이라는 게 이런 심정이구나는 뒤늦은 깨달음도 주책맞게 느끼게 된다. 팬도 무섭지만 그 팬심을 자극하는 사람이 더 위험해 보인다.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게 쉽지 않은 만큼 때론 무서운 일이기 때문이다. 
 
     전에 친구가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한테 이런 시험을 했다. 매일마다 강아지한테 족발을 하나씩 던져줬는데 번마다 차분하게 앉아서 요리조리 잘 뜯어먹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한그릇 가득 담아줬더니 이 많은 분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먹는 건 까맣게 잊고 이리저리 물어다 감춰두느라고 바삐돌더란다. 한 책은 단숨에 잘 읽었는데 한꺼번에 산  20권도 그렇게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잘나가다 김새는 소리를 하는데는 내가 일가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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