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piaomingshan 블로그홈 | 로그인
박명선

※ 댓글

  • 등록된 코멘트가 없습니다
<< 4월 2024 >>
 123456
78910111213
14151617181920
21222324252627
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소설

(단편)돌아갈 수 없는 강
2019년 09월 14일 12시 21분  조회:738  추천:0  작성자: 살구나무

도라지2018년4월호

 

 

단편소설

 

돌아갈  없는                           

 

 

명선

 

 

 

청명절 전날 저녁무렵.
집에 들어온 녀자는 쏘파에 앉아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고중 3학년에 다니는 딸애가 있다니?

한주일 이였다.그 날은 퇴근해서야 오후수업 때문에 보지 못한 위챗을 훑어보았다.

아니, 얘가 어떻게 이 남자와?

아들 진이의 모멘트를 보고 녀자는 하마트면 소리를 지를 번했다.

Y시 고속철 역전광장에서 진이와 함께 사진을 찍은 남자를 알아보았던 것이다.그 남자가 지금 Y시에 살고 있지만 진이와 아는 사이가 되였다는 것은 실로 놀라지 않을  없는 일이였다.

어쩌면 세상에 이런 일도   말인?

둘은 기차에서 만난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북경에서 취직면접을 보고 집에 들렸다가 학교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 전까지 진이는 그 사람을 몰랐다.녀자는 진이에게  사람이 누구냐고, 언제 어디서 알게 된 사람이냐고 문자를 보냈다.
녀자의 추측이 맞았다.과연 둘은 기차에서 만났던 것이였다.
 ―왜 그래요?아는 사람인가요?
 ―아니야.
녀자는 바느질하듯 진이의 뒤말을 꿰매버리고 다른 면접회사들에서는 소식이 없던가고 화제를 돌려버렸다.
문자를 마치고나니 왠지  사람이 궁금해졌다.그 동안 어떻게 보내고 있었을가 궁리하다가도 진이보다 다섯살 이상인 아들과 이쁜 안해와 잘 살고 있겠지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그런데 방금 전에 아빠트 현관에서 베이터를 기다릴  걸려온 진이의 전화에 녀자는 바늘에라도 찔린  몸을 움찔 떨었다.요 며칠 간신히 잊고 있었던 그 남자가 또다시 머리 속에 튀여올랐다.학교에서 있었던 얘기 하던 중에 진이의 입에서 그의 말이 터져나왔 것이.대학 기숙사 맞은켠 슈퍼 앞에서 그 사람을 다시 만났는데 반갑다면서 고중 3학년에 다닌다는 딸애를 인사시키며 같이 식사하자는 것을 사양했다고 한다.밥이라도 같이 먹으면서 가를   알아볼거지.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진이가 눈치를 챌가  내색은   없었다.
녀자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고중 3학년에 다니는 딸애가 있다면 애가 둘?그럼  애와 몇살 차이지?혹시 다른 녀자와 사는 것은 아닌지?그럼 다른 녀자가 낳은 딸이란 말인가?
아니야.녀자는 아니라고 단정했다.
손가락을 꼽으며 세여보았다.그럼 애들이 여덟살 차이겠구나.그러니깐 일본에서 돌아온 후 인츰 딸애를 본 것이구나.
불쑥 애엄마는 곁에 없던가고 물어본다는 것을 그만 까먹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러지?
아들과 딸을 키우며 오붓하게 살아가는 남의 집 일에 참견하면서 말이다.
녀자는 리모컨을 찾아 텔레비죤을 켜려다말고 아들 모멘트를 뒤져 사진을 다시 눈여겨 보았다.
    
마지막으로 그를 만난 것은 두돐이 지난 진이를 어머니한테 맡겨두고 일본에   한주일이 되던 어느 날이였다.나보다 먼저 일본에 온 고모사촌동생 철수가 숨이 턱에 닿아 집문을 열고 들어섰다.
―누나, 아까 김형을 만났어.형님이 인츰 중국으로 간대.래일 우에노(上野)공원에서 만나자는데 누나 괜찮지?
 ―김형이라니?
 입에서 새된 소리가 터져나왔다.

철수가 돌아간  나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 사람을 만나야 하는지 만나지 말아야 하는지?이젠 남남이 되였는데 다시 만나서 뭘 한단 말인가?그런데 내가 일본에 금방 왔는데 그 사람은 일본을 떠난다니?
도꾜 주위의  역전들이며 번화한 거리들에 아직 익숙치 못한 나는 지도를 펼쳐놓고 우에노공원을 찾았다.집에서 가까운 역에서 대여섯 정거장을 지나 다시 지하철을 바꿔타고 몇 정거장 가면 되는 거리였다.
이튿날 오전 아홉시에 나는 불안하고 떨리는 마음을 안고 약속장소인 우에노공원 찾아갔.대문 옆에 있는 작은 사진관에 이르러 대문 쪽을 바라보다가 우두망찰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그가 대문 앞에서 시계를 보며 오가는 사람들을 주시해보고 있었다.그와 눈길이 마주칠가 봐 나는 사진관 옆에 얼른 몸을 숨겨버렸다.콩닥거리는 가슴을 끌어안고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젠 10년이 되는구나.
10년 전, 나는 S시 모 중학교에서, 그는 Y시 모 학원에서 일본어교원을 하고 있었다.우리는 학원에서 열린 일본어교학연구회에서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되였다.사흘간의 회의를 마치고 S시로 돌아온 나는 그에게 서로 전근하기가 힘들기에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며칠이 지난 함박눈이 쏟아지던 날, 그가 나를 찾아왔다.교장실에서 교장선생님과 얘기를 나누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내가 들어오자 교장선생님께서는 웃으면서 우리들에게 자리를 피해주었다.그는 회답하려다가 이제 일본에 같이 가면 전근이고 뭐고 필요없지 않겠는가며 앞날에 대해 신심으로 가득 차있었다.금방 졸업한 그와 나는 일본에 류학 가려는 똑같은 갈망을 하고 있었다.그 날 저녁, 우리는 머리카락에 함박눈을 함뿍 이고 눈꽃이 곱게  거리를 거닐었고 모주석동상이 있는 중산광장 앞에서 다정하게 기념사진도 남겼다.  나는 통근하기 힘들어 학교 기숙사에 잠시 주숙하고 있었다.지금 생각하면 민망스럽지만 우리는 학교 기숙사에서   밤을 보냈다.
겨울방학이 되자 나는 다가오는 고모의 생신도 축하할  Y시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이튿날 오후 늦게야 고모집에 도착했다.저녁을 준비하던 고모가 식사를 같이 하자며 철수를 학원 초대소에 주숙하고 있는 그한테로 보냈다.철수가 혼자 집에 들어오자 나는 밖에 나가서 그를 기다렸다.고모집 옆 문화극장 앞에서 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그를 알아보고  달려나갔다.요즘 무슨 고민거리라도 생겼는지 그의 얼굴색은 조금 어두워 보였다.우리는 공원다리 쪽으로 거닐었다.그에게 중산광장에서 찍은 사진도 보여주고 일본류학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이젠 일본에 갈 수 없게 되였구만.
그가 정색해서 하는 말이였다.
대학시절 은사이신와세다대학 문학부 교수님께 연구생으로 받아달라는 편지를 보냈는데 며칠 전에 교수님한테서 다음 학기부터 한국  대학에 몇년간 가있게 된다는 회답을 받았다는 것이였다.

아쉬움과 실망이 가득 어린 그의 표정을 읽고 나는 그제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있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가?일본에 가지 못하게 되여서

그가 웃음  얼굴로 나를 돌아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

―일본에 가지 못할 바엔 다른 곳에라도 가야지.

―네?다른 곳이라니요?

혹시 우리 학교에 전근해온단 말일?

나는 속으로 흐뭇하게 생각하고 있었다.알듯말듯한 눈길로 쳐다보는 나에게 그가 대련외국어학원 연수통지서를 꺼내 보여주었다.

대련외국어학원은 나의 모교였다.거기에는 일본어교원연수센터가 있었다.

―와!참 잘 되였네요.
통지서를 보고 나는 너무 좋아서 애들처럼 퐁퐁 뛰였다.
그도 당분간에는 일본에   없지만 이제 연수를 가면 다른 일본인 교수님들을 알게 되여 앞으로 일본에 가게  기회가 많아질 거라고 기뻐했다.
상점에 들려 식료품들을 사가지고 우리는 고모집에 들어섰다.철수는 물론 고모도 그를 무척 반가워했.저녁을 먹고 우리는 다시 거리를 거닐면서 앞날을 속삭이였다.

며칠 , 그와 같이 대련으로 가는 기차를 함께 탔다.S시에서 헤여져 개학 다가올 즈음, 대련에서 그를 한번 만난 뒤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나는 대련에서 앓는 어머니도 돌봐드려야 하고 대학입시를 맞는 동생 향옥이의 뒤바라지도 몇년간 해야 하기에 나를 그만 잊고 좋은 녀자를 만나라고 그에게 말할  밖에 없었다.내가 감당하기 너무도 어려운 시기였던 것이다.
결혼한다는 그의 편지를 읽은 , 나는 온밤 울었다…
눈물범벅이 되여 다시 대문 쪽을 내다보려고 했을 때는 그가 어느새  앞에 와있었다.그의 눈굽도 젖어있었다.나는 조금 낯설어했다.그가 생전 본 적 없는 남자라는 생각까지 들며 나를 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잠시 후 우리는 공원으로 들어갔다.벚꽃이 흐드러지게  4월초였다.처음 보는 벚꽃광경은 그야말로 예쁘고 아름다웠다.이른 오전시간이여서 공원 안은 아직은 한적했다.한참 거닐다가 그가 가방에서 캔커피 두개를 .우리는 벤취에 앉아 따끈한 커피를 마시며 서로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다.공원의 벚나무 사이로 따스한 해살이 비쳐오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공원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 맞아.그 때 그는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이제 딸애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나머지 커피를 애들처럼 입안에 털어넣으며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랬구나.
녀자의 입가에서 부러움 비슷한 미소가 피여올랐다.

부엌에서 낡은 랭장고가 작동하는 둔중한 굉음이 려왔다.뒤이어 옆집에서 떠들어대는 소리도 느닷없이 들려왔다.엇저녁에는 가가 박살나는 소리까지 났다.이사 온 지 얼마 안 되는 젊은 부부간의 싸움이 또 벌어진 것이다.어린애의 울음소리도 들려왔다.갑자기 두려워졌다.오늘도 불면의 밤을 지새워야 한다는 예감에 벌써부터 신경이 곤두선다.
오늘 아침, 옆집 녀자와 대여섯살 되여보이는 남자애와 같이 엘베이터를 탔다.나를 보기 미안해서인지 그 녀자는 애를 데리고 한쪽 구석으로 가서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나는 그녀를 슬쩍 쳐다보았다.오른쪽 눈등이 퍼렇게 멍들어 있었다.남자애와 눈길이 마주친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어렸을 때 진이의 눈빛이 떠올랐다.
일본에서 돌아온 , 여섯살이 된 진이를 매일 유치원에 데려가고 데려오는 일이 일상이 되였다.국제려행사에서 해외팀 팀장으로 일하 있던 남편이 사표를 내고 개인려행사를 차렸는데  시기  나가던 려행사가 운영이  되지 않자 남편은 시어미역정에 개배때기 찬다고 종종 나에게 리유없이 짜증을 내거나 행패를 부렸다.
―아빠, 엄마.싸우지마!
번마다 진이는 나의 뒤에 숨어 울음을 터뜨리기 일쑤였다.이젠 술을 마시고 들어오면 나에게 손찌검까지 하는 남편이였다.나는 점점 남편의 패도에 지쳐갔고 부부간의 사랑도 식어가기 시작했다.혹시 나의 과거사를 알아차리고 나를 이렇게 대하는 게 아닐가 하는 생각도 곱씹어해보았지만 남편은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남편한테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시종여일했다.그래서 전생에 엄청난 빚이라도  것처럼 남편한테 수그러든 것만은 사실이였다.

언제인가 고모와 철수가 병환에 계시는 어머니를 보러 왔다가 얼굴을 상해 학교에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나를 알아보았다.
―내 그 새끼를…
철수는 까지 뿌드득 갈며 주먹을 움켜쥐고 상스러운 욕지거리를 내뱉았다.

―어찌겠나.진이를 봐서라도 그냥 참고 살아야지.에구, 그래도 김선생 그 사람이 좋았는데…
고모의 한숨 섞인 푸념이였다.
진이는 나의 옆에 가만히 앉아 불안한 눈길로 우리들을 번갈아볼 뿐이였다.
  얼마  되여 남편은 일언반구도 없던  려행사를 세운다며 한국으로 떠나갔다.뒤늦게야 알았지만 남편이 려행사의 직원이였던 녀자를 데리고 한국으로 갔다는 것이였다.나는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그저 진이를 생각해서라도 남편이 자주 련락할 거라고, 사업이 잘 안 되면 돌아올 거라고 믿고 있었다.
그렇게 덧없는 세월을 몇년간 흘러보내던 어느 날이였다.
중학교 2학년생이 된 진이와 저녁을 먹고 있는데 웬 녀자한테서 집에 전화가 걸려왔다.진이 아버지가 종양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는데 지금 병세가 위급하다는 것이였다.나는 더 이상 물어볼 생각도, 주저할 겨를도 없이 진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정신없이 달려갔다.비록 그 동안 전화 한통 없었고 아무리 다른 녀자와 같이 산다고 해도 분명 지금까지는 진이 아버지이고 나의 남편이 아닌가?
병원에 도착하자 산소호흡기를 입에  남편이 가쁜 숨을  있었다.진이 아버지라고 몇번 불러서야 남편은 가까스로 눈을 떴다.나는 진이를 남편 앞에 내세우며 아버지라 부르라고 했다.정작 제 아빠를 눈앞에서 보자 진이는 낯설고 거부감을 느꼈던지 아버지란 말은 하지 못하고 미동도 없이 뚫어지게 지켜만 볼 뿐이였다.잠시 후 정신을 차린 남편이 우리를 알아보더니 루룩 눈물을 흘렸다.뭐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산소호흡기 막혀  마디도 알아들을  없었다.진이라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고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간이 좋지 않았던 남편이였다.남편 8년 만에 한국에서 돌아와 병원에서 림종시에야 나와 진이를 한번 보고 눈을 감았다.
사실  사이에 천번도 만번도 넘게 남편과의 통화를 시도해보았지만 소용없는 짓이였다.시부모님들은 남편에 대해 물으면 그저 한숨만 풀풀 내쉴 뿐이였고 남편이 한국에 가기 전까지는 하루가 멀다하게 전화를 하며 수다를 떨던 두 시누이도 이젠 완전히 련락을 끊어버렸다.녀편네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들만은 지금 어떻게 자라고 있을가, 얼마나 컸을가 언녕 알아보고 잘 챙겨주련만 여직껏 진이와도 아무런 련락이 없었던 남편이였다.
도대체 어떤 녀자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분노가 치밀어오를 때가 많았지만  혼자서라도 진이를 남부럽잖게  키워서 어디 한번 보여주고 싶은 오기 같은 것이 굴뚝처럼 치솟아오를 때가  많았다.
법원에 기소하면 리혼수속이 자동으로 이루어질 거라며 이젠 다른 남자를 찾으라고 친구들이 권유할 때마다 나는 친구들의 말을 귀등으로 스쳐보내군 했다.
  저녁, 그 녀자 옆에 네댓살 되여보이는 남자애가 우두커니 서있는 것을 보았다.
   
주위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조용해졌다.
녀자는 몸을 일으켜 창가로 다가가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상쾌한 공기를 타고 마지막으로 그와 주고받았던 대화가 귀전에 들려오고 그를 바라보던  모습도 다시 안겨왔다.
도꾜타워 야경을 구경하고 전차를 타는 플래트홈에서 그가 집에 가서 보라며  봉투를 나의 가방 속에 밀어넣었다.리별의 시각이 다시 다가왔다.지금까지 나에게 웃어 보이고 있지만 이제 전차가 떠나면 돌아서서 맥없이 걸어갈 그를 바라보니 눈물이 글썽해졌다.그런 나를 그가 꼭 껴안았다.
―영원히 사랑하지 못해 미안해요. 행복하게 살아야 해요.
―네.항상 행복하세요.

전차가 서서히 떠나자 이젠 그를 다시는 만나지 못한다는 생각에 그만 참았던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집에 돌아와서 봉투를 열어보니 편지 한장과 20만엔이 들어있었다.
―달리 생각 말아요.일본에 금방 오면 누구나 이러저러한 곤난에 부딪치기 마련입니다.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였으면 합니다.힘 내세요.그리고 항상 행복하세요.
녀자는 서재로 들어갔다.서랍을 열고 제일 밑층에 보관해두었던 봉투를 꺼냈다.이젠 색이 누렇게 변해가기 시작한 편지봉투이다.
―덕분에 일본에서 바쁜 고비를 잘 넘기고 학업도 순리롭게 마쳤습니다.감사합니다.저는 지금  S시 ××대학 외국어학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아들이 대학에 입학하여 Y시 가면서 혹시 거리에서 만나면 드리려고 준비했습니다.직접 찾아가서 드려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 미안합니다.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녀자는 봉투를 가슴에  껴안았다.
4년 전의 일이 다시 생각났다.

진이가 대학에 입학할  나는 오랜만에 Y시로 가게 되였다.동생 향옥이가 Y시에 살고 있었지만 여름방학이여서 딸애를 데리고 려행 삼아 북경으로 갔다.동생 남편이 북경에서 사업하고 있었다.고모님은 이젠 년로하시고 철호는 상해의 무역회사에서 부장직을 맡고 있었다.진이를 데리고 Y시로 간다고 했더니 철호가 지난 휴가에 고향으로 갔을 때 시내에서 그를 만났는데 내가 잘 있는가고 문안하더라는 것이였다.나의 정황을 알려주려다가 옆에 누님 같아 보이는 분이 있어 말하지 않았다며 만나보고 싶으면 그의 친구인 사장님한테 전화번호를 알아보면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잃은 외기러기신세인 나는 그를 만나볼 엄두는커녕 전화를  용기조차 없었.그러다가 혹시나 하여 서재 서랍에 보관해두었던 봉투를 꺼내 편지를 써넣고 가방 안에 정히 넣어두었다.
기숙사에서 진이의 끌신과 일상용품 몇가지가  필요하여 혼자서 백화상점으로 갔다.물건들을 사가지고 나가려다가 중학교 2, 3학년 쯤 되여보이는 녀자애의 손을 잡고 회전문으로 들어오는 한 남자에게 눈길이 멎었다.남자는 녀자애와 열심히 얘기를 주고받으며 옆사람은 곁눈질도 하지 않고 상점 안으로 들어갔다.남자를 본 순간, 나  자리에서 심장이 멈춰버린  .그러다가 녀자애와 같이 에스카레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는 그 남자의 뒤모습을 다시 보고 생각을 고쳐 했다.
내가 착각한 것이겠지.중학교에 다니는 딸애가 아니라 아들은 이미 대학도 졸업했잖겠는가?
이제 생각해보니 그가 틀림없었다.진짜로 다시 만난 그와 스쳐지났다는 사실이 나에게 허무함과 허전함만 안겨주었다.

그인  알았더라면

허나어찌 보면 그 때 그가 나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 다행인 것 같기도 .
만약   우리가 정말 다시 만났더라면 어떤 얘기부터 나누었을가?

그가 어머니와 동생 그리고 진이에 대해 물어보다가 남편을 물어보면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했을가?

헌데, 오늘은 내가 왜 이러지? 

래일이 청명절인데 왜서 자꾸 그를 생각하고 있는 것일가?

 
창밖에서는 사람들 환한 가로등불빛 속에서 즐겁게 웃으며 거닐고 있다.

나도 거리에 나가 혼자서라도 실컷 걸어보고 싶다는 어줍잖은 생각은 문자도착벨소리 무산되였다.

철수한테서 위챗문자가 왔다.
저번 리력서를 보냈던 진이의 취직면접회사에서 면접날자통보가 왔는데 지금 회사이기에 퇴근하면 다시 전화하겠다고 한다.회사라는 말에 녀자는 엉겹결에 그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이윽하여 철수가 다시 문자를 보내왔다.
녀자는 가볍게 떨리는 손으로 그의 전번을 하나하나 누르고 통화버튼을 터치했다.발신음신호가 들리자 화들짝 놀라 그만 전화를 끄고 말았다.

내가 지금 부질없는 기대감을 안고 경솔하게 행동한 것이 아닌가?평화로운 저녁식사시간에 남의 집에 가정불화라도 일으키진 않았을가?

잠시 , 핸드폰이 울렸다.
그의 전화였다.심장이 폭발할 것처럼 쿵쿵 뛰였다.방금 전의 용기와는 달리  잘못이라도 저지른 학생처럼 숨을 죽이고 핸드폰화면이 꺼지기만을 기다렸.

전화벨소리가  멎었다. 
녀자는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가슴을 쓸어내리고 다시 점도록 창밖을 내다보았다.

오늘따라 고층빌딩의 눈부신 전등불빛들이며  멀리 전파탑에서 깜빡이는 점멸등이며 밤공기마저  날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나는 지금도 떨리는  가슴의 진동을 나만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영원히 간직할 것이다!

챗음성전화벨소리 울렸다.녀자는 꿈속에서 소스라쳐 깬 듯싶었다.

철수였다.
―누나.이번에 진이가 면접 보게 될 회사는 김형의 친구인 사장님이 소개한 회사야.
―그래?
―김형의 전화번호는 사장님한테서 알았어.무슨 일 있어?
―일은  그저 전화번호나 알아두려구.
녀자는 짐짓 전화를 하지 않은 척했다.
―새삼스럽게 난 또…한가지 중요한 일이 있어.
?
며칠  출장용건 때문에 아까 사장실에 다시 갔다가 사장님과 김형이 통화하는  들었어.
녀자는 귀가 솔깃해졌다.
―김형의 아들은 지금 남방에서 출근하고 있고 딸애는 올해 대학시험이래.
그의 딸애가 고중 3학년임을 알고 있는 녀자는 뒤말이 듣고 싶었다.
―그런데?…
전화기에서 대답이 없다.
―그런데 왜 말이 없어?
―새 부인을 맞이했는가고 사장님이 물어보기에…
―그건 무슨 말이야?
―김형의 부인이…

철수가 말을 잇지 못했다.
―부인이 왜?무슨 일이라도 생겼나?
―몇해 전에 병으로…
―뭐?!…

핸드폰을  녀자의 손이 바르르 떨렸다.

 

 

청명절 오전. 

산소에서 내려오는 길이였다.
시내로 내려가는 뻐스 주위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주차장으로 가던 남자는 사람들 속에서 한 녀자를 발견했다.딸애 통학 때문에 며칠 전에 학교 부근에 이사를  남자였다.이사하던 날, 차에서 짐들을 꺼내는데 상자에 넣었던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옆을 지나가던 40대후반의 날씬하고 피부가 하얀 녀자가 땅바닥에 떨어진 책들을 상자에 넣어주었다. 
남자는  녀자한테로 다가갔다.인기척을 느끼고 머리를 돌린 녀자도 남자를 알아보고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기서 또 만났네요.저의 차로 집까지 모셔다 드리지요.
남자가 혼자인 것을 알고 녀자는 잠간 망설이다가 미안쩍게 고개를 끄덕였다.차 뒤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녀자에게 남자가 조수석문을 열어주었다.
차는 천천히 내달리기 시작했다.
―저의 집은 ××아파트 4층에 있습니다.
―그래요?저는 맞은켠 아파트 3층에 있어요.
남자는 웃으며 다시 녀자에게 물었다.
 ―애가 1중에 다녀요?
 ―네.딸애가 1중에 입학해서 학교 근처에 이사왔어요.
―그렇군요.저도 딸애 때문에 며칠 전에 이사왔습니다.딸애는 몇학년 몇반인가요?
―3학년 7반입니다.선생님 딸애는요?

녀자는 남자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3학년 6반입니다.저…오늘 부모님 산소에 왔나 봅니다.
―시부모님 산소에 왔어요.

남자는 약간 뜸을 드린 뒤에 다시 조심스레 물었다.
―혼자 오셨어요?
남자의 물음에 녀자는 차안의 향수병을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네.헌데 선생님은 오늘…
―애엄마 산소에 왔습니다.
―네?…
녀자는 다소 뜨악한 얼굴로 운전하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하늘나라에서 딸애의 대학시험을 미리  봐달라고 부탁하고 왔습니다.

분위기를 감지하고 남자가 웃으며 말하자 녀자도 옆에서 웃었다.

 대단하군요.선생님은 장사하는  같지 않고 교원 같아 보이는데.
―네.이전엔 교원이였습니다.어디서 사업하세요?
―저도 교원이예요.근데, 애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갔어요?
남자는 마른 입을 추기려고 물병을 들어   모금 마셨다.
―네…암으로 돌아갔습니다.
녀자는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가만히 앉아서 남자가 말하기를 기다렸다.
신호등을 지나서 차가 1중 방향으로 굽어들었다.
―집 부근에 커피솝이 있던데 괜찮으시면 커피라도 같이 합시다.애들이 같은 학교에 다니고 집도 이웃이니 앞으로 편하게 대하세요.
―…네.
남자는 차를 커피솝  골목 안에 세웠다.
    

작은 커피솝은 점심 전이여서인지 아직 손님들이 없었다.남자는 창문 옆 테블로 녀자를 안내했다.
―애어머니는 아니, 사모님은 언제…
녀자는 궁금한  물었다.
커피솝까지 같이 들어온 녀자한테 비밀로 붙일 일은 아닌  같았다.
 ―아들이 고중 3학년이고 딸애가 소학교 4학년 때였습니다.
―애가 둘인가요?그럼 이젠 7년 아니, 8년이 지났네요.그 동안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뭘.나보다 애들이 더 힘들었겠지요.아들은 그래도 그해에 무사히 중점대학에 입학하고 지금 남방에 취직하고 있습니다.
―잘 되였네요.녀자들도 애 둘을 키우기 힘든데 남자들은 더욱 힘들겠지요.
주문한 커피가 올라왔다.
―고향은 어딘가요?
―S시예요.
―여기서 학교를 다녔어요? 

―네.여기 대학을 나왔어요.
녀자는 대학시절에 지금 남편과 사귀였는데 졸업하여 이곳 중등전문학교에 근무하게 되였고 딸애가 중학교에 입학 무렵에 남편이 북경에 가서 미디어회사를 차렸다고 한다.
녀자는 커피를  모금 마시고  씻으러 갔다오겠다며 잠시 자리를 떴다.
남자는 녀자와의 대화가 즐겁다고 느꼈다.녀자도 그렇게 생각하는 듯 보였다.
남자는 쏘파에 허리를 묻고 천정을 올려다 보았다.천정의 밝은 전등불빛이 밤하늘의 뭇별처럼 반짝거렸다.

  저녁, 애들의 옷가지들을 챙겨가지고 부랴부랴 병원으로 다시 향하던 남자는 차가 신호등에 막혀서야 숨을 돌리며 차창 밖으로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하늘에는 뭇별들이 총총하다.뭇별들 속에서 북두칠성이 안겨왔다.
―저 국자모양으로 생긴 일곱개 별을 북두칠성이라 한단다.

하나, 둘, 셋…할머니의 손길을 따라 고향집마당에서 별들을 헤여보며 북두칠성 별자리를 알게 되여 무척이나 흥분되였던 소년시절이 떠올랐다.
병원대문 들어서니 아들이 딸애의 손목을 잡고 나와 있었다.
―왜 여기 나와 있어?대학시험이 당장인데…그리고 넌 숙제를 다 했어?
―예.엄마가 오빠와 같이 밖에서 아빠를 기다리라 해서요.
아빠를 기다릴  뭐냐, 엄마를 지켜줄거지 하는 눈길로 애들을 흘겨보던 남자는 좋은 날씨이니깐 밖에서 소풍하다 들어오라고 애들에게 말하고 병실에 들어섰다.
병실에는 애엄마가 침대에 꼼짝 않고 누워있었다.열어젖힌 창문으로 솔솔 불어들어오는 바람에 카텐이 하느작거렸다.침대 곁에 다가앉은 남자를 의식하고 애엄마가 반쯤 눈을 뜨고 입가에 미소를 띠웠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 방금 전에 꿈을 꾸었어요.당신과 우리 애들 다 잘 되게 내가 하늘에서 지켜봐주는 꿈을요.
남자는 바퀴가 달린 침대를 창문가로 밀고갔다.
―저기 북두칠성이 보여.
창밖을 내다보는 애엄마의 눈동자가 순간 별처럼 빛났다.
―애들을 데리고 별구경도 잘 했지요.아빠 별 엄마 별 애기 별 헤여보며…근데 이제 엄마 별이 사라지게 되여 어떡해요?
애엄마의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당신께 미안해요.어떻게 혼자서 애들을 키워내겠어요?아들은 다 컸지만 딸애는 아직도 소학생이니…
애엄마의 눈가에 맺혔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우리 애들 잘 키워줘요.어미 몫도 채 하지 못하고…미안해요.그리고…좋은 녀자 만나세요.
다른 병실에서 간담을 서늘케 하는 환자의 절망에 가까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난 저렇게 아프지 말고 갔으면…
아프다는  한마디 하지 않고 두렵다고 남편을 찾지도 않은 녀자.통증이 심해져도 입술을 꼭 깨물고 신음소리 한 마디 내지 않은 녀자.남편 앞에서 공포에 떠는 모습은 보이지도 않던 애엄마였다.

복도에서 아들과 딸애의 발걸음소리가 들려왔다.창문으로는 밝은 별빛이 그냥 내리비추고 있었다.

  애엄마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들이 대학시험장에 들어가는 것만은  보고 싶다던, 다가오는 결혼 20주년기념일을 손꼽아 기다리던 애엄마가 이렇게 빨리 이 세상을 저버리다니


테블에 올려놓은 녀자의 핸드폰 소리에 남자는 회상에서 깨여났다.다시 테블로 다가앉 무심코 핸드폰을 건너다 았다.최진이라는 이름이 액정에 현시되여있었다.
최진?
화장실에 갔다온 녀자는 핸드폰을 출입문 쪽으로 들고가서 낮은 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오.진이야.금방 깨났어?아니, 괜찮아.은영이는 새벽까지 공부하다가 지금 집에서 자고 있을 거다.저녁에 이모집에 놀러와.맛 있는 걸 해줄게.
녀자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조카예요.
―조카?
남자는 의아한 눈길로 녀자를 쳐다보았다.녀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네.S시에 있는 언니 아들이예요.여기 대학에 다니는데 올해 졸업해요.
환한 빛줄기 같은 것이 섬광처럼 남자의 뇌리를 스쳐지났다.
남자는 커피를  모금 마셨다.
가슴 속에서 전례없던 강렬한 에너지 같은 소용돌이가 일며 짜릿함이 온몸으로 전해왔다.
녀자는 진이의 이모였다.진이의 이모, 그러니깐 현옥의 동생이였다.만난 적은 없지만 현옥한테서 네살 어린 동생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잠간 다녀오겠다고 녀자에게 말하고 남자는 화장실에서 천정을 올려다보며 다시 상념 잠겼다.
    
지난 주일, S시에 출장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고속철에서였다.차에 오르니 창가에 앉아있던 스물두어살 쯤 되여보이는 젊은이가 웃으며 나에게 인사를 건네왔다.령리하고 단정하게 생긴 젊은이는 ××대학 4학년생이였다.마침 고향역까지 동행이라 반가운 친구라도 만난 듯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학생이 위챗 친구요청을 보내오자 나는 인츰 수락하였다.조금 지나서 피곤해서인지 학생은 등받이에 몸을 묻었다.조용히 미끄러져가는 차안에서 나는 학생의 모멘트를 보기 시작했다.학생의 이름은 최진이였다.모멘트의 사진들을 흥미진진하게 보다가 학생의 어머니를 알아보고 그만 멈칫하고 말았다.
이게 누구인가?
수십년이 지났지만 나는 한눈에 알아보았다.나는 옆에서 자고있는 학생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그러고 보니 학생이 현옥의 얼굴을 많이 닮은 같기도 했다.
 때도 나는 오늘처럼 기차에서 현옥의 얼굴을 그려보고 있었다.
대련에서 연수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기차에서 나는 현옥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현옥이는 지금 어떻게 보내고 는지?…
이튿날, 학원에 나와보니 사무상에 현옥의 편지가 놓여있었다.편지를 읽고 나는 밖에 나와 비속에 서있었다.왜서 그저 현옥이와 같이 일본에 가기만 하면 된다는 외딴생각만 하고 현옥의 학교에라도 전근할 생각은 하지 못했던가?만약 그랬더라면 지금  우리는 같이 있을 것이고 그러면 현옥의 어머님을 옆에서 보살펴드릴 수도 있을 것이고 동생의 대학입시에도 도움이  텐데
뒤늦게야 모든 것이 후회되고 이젠 정말 현옥이를 잃었다고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비줄기처럼 줄줄 쏟아져내렸다.

연수가 끝나면 고모집에 한번 다녀와달라고 대련에서 부탁하던 현옥의 말이 떠올라 그대로 현옥의 고모집을 찾아갔다.
―에구, 그렇잖아도 엇저녁에 현옥이가 옆집에  전화왔더랬소.현옥의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서 이렇게   어찌겠소.이젠 현옥이를 그만 잊구 좋은 녀자 만나오
 청사에 입주한 학원에서 명년에 집분배가 있게 되는데 독신교원은 제외된다는 소문이 돌았다.얼마 안 되여 나는 정부 공무원인 은희라는 녀자 만나 되였다.학원 기숙사에 그냥 있을 수도 없어 세방살이를 몇달간 하다가 낡은 집이라도 한 채 가지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10평도  되는 작은 세방을 얻어놓은 , 나는 생각 끝에 현옥한테 편지를 하였다.
―이제 결혼하게 돼요.미안해요. 못난 사람을 잊고 좋은 남자 만나 행복하세요.정녕 다시 만날 그 날이 있을런지?…
아들이 세돐이 되던 해에 나는 일본으로 떠났다.4년간의 류학을 마친 어느 따스한 봄날 오후, 신(新宿)에 있는 중국려행사에서 대련으로 가는 티켓을 사가지고 큰길에 나왔을 때였다.
―형님!
나는 그만  자리에 멈춰섰다.일본 도꾜에서 나를 형님이라 부를 사람이 없는데?…

뒤돌아보니 나한테로 달려온 사람이 다름아닌 철수였다.반가웠다.이국타향에서 철수를 만나서 반가웠고 그가 나를 기억해주어 더욱 반가웠다.
―너 언제 일본에 왔어?
―한달 전에 일본어학교에 류학 왔습니다.
우리는 부근에 있는 차집으로 들어갔다.
―누나도 일본에 온  한주일이 됩니다.누나는 일본문학을 전공합니다.
―어?그래?…
몇해 전에야 결혼하고 두돐이 지난 아들을 어머니한테 부탁하고 일본에 왔다는 현옥이였다.며칠 후 중국에 돌아간다는 나의 말을 듣고 철수가 가를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가기 전에 누나를 만나보시지요?
사실  사이에 현옥이가 무척 보고 싶었다.
일본령사관 비자를 받아쥐려고 S시에 도착한 날 저녁에는 현옥의 학교대문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중산광장에 가서 현옥이와 함께 사진을 찍었던 자리에 멍청하니 있었다.일본으로 떠나가는 날도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현옥의 학교에 전화하려다가 언젠가는 영영 떠나야 하고 그래야 현옥의 아픈 상처를 더 이상 건드리지 않는다고 생각되여 들었던 수화기를 할 수 없이 놓고 말았다.
지금 만나지 못하면 언제 다시 만날가
―난 괜찮은데 누나는 어떨지?
나는 철수의 얼굴색을 가늠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누나도 반가워할 겁니다.
―그럼 래일 오전 아홉시에 우에노공원 앞에서 기다릴게.

철수와 헤여져 집으로 가는 전차에서 나는 대련에 연수를 갔을 때의 일을 머리 속에 떠올려보았다.

300원도 안되는  월급을 타가지고 대련에 와서는 멋진 양복은커녕 변변한 바지 한 사기도 힘들었다.어느 대련 온다는 현옥의 전화를 받고 기쁜 나머지 예쁜 세타라도 선물하려고 추림(秋林)상점에 다가 돌아갈 비가 걱정되 빈손으로 기숙사에 돌아오고 말았다.그  저녁에는 하도 기분을 삭일 수가 없어 친구와 같이 작은 음식점에서 말린 물고기 한봉지 취하도록 마셨다.빈 맥주병들이 기립자세로 쭉 지어있는  보고 음식점에 찾아들어온 손님들이 우리를 흘 쳐다보고는 괴한들이라도 마주친 듯 덴겁하여 뒤걸음질쳤다.  
무역회사나 행사에 다니는 친구들은 어디에 가서도 호주머니를 척척 잘 털어놓는데 우리 교원들은 그렇지 못했다.그렇다고 그들이 부럽지는 않았다.그러면서도 호주머니 사정이 조금만 더 넉넉해졌으면 하는 생각은 자주 하군 했다.
 때도 어머니의 병치료에 보태라고   있었더라 얼마나 좋?
얼마 안되는 월급으로 앓는 어머니 대학시험을 눈앞에 둔 동생을 혼자서 돌봐야 하는 현옥인들 얼마나 속상했으!
이튿날, 우에노공원 앞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현옥이와 철수는 나타나주지 않았다.시계를 보니 아홉시가 넘었다.어제 철수한테서 소식을 듣고 고민하던 끝에 나를 만나지 않기로 마음 먹은 현옥일 것이다.
아쉽고 서운한 마음으로 이젠 그만 가려고 돌아서려는데 출입구에 있는 작은 사진관 옆에  녀인이 혼자 서있 것이 보여왔다.

 녀인을 바라보는 나의 눈시울이 삽시간에 뜨거워났다.
일본을 떠나기 이틀 전에 나는 도꾜에서 첫사랑 녀인을 운명처럼 다시 만났다.
우에노공원에 들어와서야 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리는 한참 거닐다가 벤취에 앉아 얘기를 나누었다.
―어머님 병세는 어떠해요?그리고 동생은?…
―어머니는 그냥 시름시름 앓고 계세요.향옥인 ××대학을 졸업하고 지금 Y시 중등전문학교에 근무해.
―그래요?향옥이  되였네.그럼 한 시내에서 만날 수도 있겠네.근데 본 적이 없으니 만나도 누군지 모르겠구만.
그래, 맞아.그 때 내가 그렇게 말했더니 현옥이도 따라 웃었다.
    
제자리로 돌아온 남자는 녀자가 성이 리씨임을 번연히 알면서 넌지시 물었다.
―아, 정말.인사를 나눌 경황도 없었네요.저는 김씨입니다.
 리씨예요.
입을 곱게 오무려뜨리며 웃는 녀자의 모습을 다시 마주하고보니 현옥이와 비슷한 데가 있기도 했다.
―저…사모님은 첫사랑이였어요?

―네?저…
불쑥 물어온 녀자의 질문에 남자는 난감함이 앞섰다.
―아까부터 물어보려 했는데요.선생님은 지금 혼자예요?
―아, 
커피잔을 다시  남자는 이번에도 선뜻 대답을 못했다. 
―애들도 다 키웠는데 이젠 좋은 녀자 만나야지요.다름 아니라 저의 언니 말인데요.
―언니요?

남자는 도적질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당황해났다.
―네.형부도 몇년 전에 병으로 돌아갔어요.
―형부 돌아갔어?
남자는 다급하게 물었다
―네.이젠 8년이 되였어요.언니는 지금도 혼자예요.
?!…
남자는 하마트면 커피잔을 떨어뜨릴 번했다.

 

언제 어떻게 집까지 왔을가?
커피 한잔 마시고 이토록 대취한  필림이 끊겨보기는 처음이였다.
쏘파에 털썩 주저앉은 남자는 한동안 떨떠름해 있다가 갑자기 해야  일이 생각난 사람처럼 급히 S시에서 걸려왔던 전화번호를 찾아 위챗검색을 해보았다.옥이라는 닉명이고 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이 프로필로 되여있었다.진이의 모멘트에서 보았던 사진이였다.
현옥이였다.
헌데 현옥이가 나의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을가?진이가 알려주었을가?진이는 아닐 것이다.그럼 누구일가?철수?
남자는 철수라고 대뜸 짐작했다.일본에서 금방 돌아왔다는 그를 언제인가 만났는데 큰 도시에 취직하고 싶다 하기에 일본과 무역거래가 있는 상해의 친구회사에 소개했다.그 후 친구에게서 철수의 평판이 좋다고 들어왔고 몇해 전에는 시내에서 우연하게 만난 적도 있었다.
―오래간만이구나.회사에서 일을 잘 한다더구나.그래 어머님은 건강하시구?

.휴가여서 놀러 왔습니다.어머니는 건강합니다.
―현옥이는 이젠 일본에서 돌아왔겠네.지금 잘 있는거지?
―네.일본에서 돌아는 왔는데…저…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머뭇거리는 그를 보고 나는 괜히 물었나 후회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현옥한테 그런 일이 있었던 게로구나.
철수가 친구한테서 나의 전화번호를  것이 틀림없었다.헌데 왜서 나의 전화번호를 현옥한테 알려주었을가?그럼 현옥이도 이젠 나의 일을 알아차린  아닐가?…
남자는 현옥이를 알아보았을 때처럼, 아니, 그 때보다 심장박동이 더 빨라짐을 느꼈다.
어쩌면 우린 동병상련의 처지일가?
어쩌다 우린 같은 해에   이런 꼴이 되고 말았을가?

이런 못난 사람들 같으니라구.

씁쓸하고 슬프고 괴로웠다.기가 막히고 억울해나기까지 했다.지나간 일들이 다시 후회되면서 설음이 북받쳐올라 견딜 수가 없었다.밖에 뛰쳐나가 미친 놈처럼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지금 현옥한테 전화를 해볼가?
지금 당장 현옥이를 찾아갈가?

점심 하학종소리가 뜬금없이 울려왔다.
 1중 종소리는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는 날에도 저렇게 제멋대로 울리는가?
남자는 반사적으로 딸애  눈길을 돌렸.래일부터 대학입학모의시험이 있는데도 오늘중으로 교실벽보를 꾸려야 한다며 오후 늦게 들어온다던 딸애였다.
몇해 전부터 아들은 물론 딸애마저도 새어머니를 맞으라는 말을 자주 해왔다.애들이 커서 이젠 애비 마음도 헤아려주는구나 싶은 기특한 생각이 들면서도 그럴 때마다 너희들이 출세한 다음 하고 웃으며 대답하군 했다.사실 좋은 녀자가 있다며 만나보라는 친구들의 권 번마다 마다한 남자였다.《장화홍련전 나오는 허씨 계모 같은 녀자는 없다고 손쳐도 애가 둘이 달린 남자를 좋아하는 녀자가 지금 어디 있겠는가?부담없이 편하게 살아갈 궁리들만 하고 있지 않는가?

저도 모르게  한숨이 새여나왔다.

근년에 와서 사업상 관계로 S시에 자주 출장을 다니게 되였다.현옥이는 지금 어떻게 보내고 있을가 궁금하여 현옥이가 근무하던 학교에 일부러 전화를 해본 적도 있었다.현옥이라는 교원이 없다고 하기에 일본에서 돌아온 후 다른 곳으로 전근했으리라 믿고 있었다.현옥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지만 친구한테서 철수 전화번호를 알아보기도 그렇고 또한 그런 나를 현옥이는  별나라에서 날아온 우주인처럼 생각하지 않을가 하는 우려도 없지  있었.
진이의 모멘트에서 현옥이를 알아보았을  나는 자다가 불에  사람처럼 와뜰 놀랐다.그러다가 고향역에 도착하여 역전광장에서 진이와 같이 사진을 찍고 시내로 들어가면서 현옥이가 지금 외국어학원에서 일본문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여 속으로 얼마나 기뻐했는지 모른다.
―일본문학을 전공하고 싶다던 사람은 교육학을,교육학을 전공하고 싶다던 사람은 일본문학을 전공하게 되였네.
 ―진짜 그렇네요.
우에노공원에서 현옥이와 웃으며 얘기를 나누었던 지난날이 다시 생각났다.
그나저나 현옥이도  안되였구나!

딸애와 같이 저녁을 먹고 피곤하다며 일찍 자리에 누워서도 남자는  궁싯 저리 궁싯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제 저녁무렵에는 딸애를 데리고 대학 부근에 있는 음식점으로 가는 길에 진이를 다시 만났다.아들을 만난 것처럼 반가웠지만 진이가 올린 모멘트를 보고 진작부터 현옥이가 나를 알아보지 않았나 속은 두방망이질 하고 있었다.

이제 진이가 우리들의 사이를  되면 나를 어떻게 생각할가?그리고 이웃에서 살고 있는 향옥이도 알게 되면 나를 어떻게 대할가?

비록 우리가  사이에 남들이 껶지 않은 가정불행을 가슴 아프게 서로 경험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현실이 아니겠는가?운명의 시계바늘을 되돌릴 수라도 있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련만. 세상에 상처 하나 없는 사람 어디 있으랴.

 누구에게도 말못할 애절한 사연들이 가끔씩 우리들을 힘들게 하겠지만 이제부터라도 서로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예전처럼 살아가야 하지 않겠는가?때론 혼자서  추억들을 회억해보기도 하면서.

남자는 새벽녘에야 가물가물 잠이 들었다.

 

 

청명절 이튿날 아침.

남자는 회사에 나가려고 커피솦  골목에 세워두었던 차한테로 갔다.골목을 나와 문득 얼굴에 와닿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 맞은켠 큰길을 건너다보았다.뻐스정류소에 익숙한 두 얼굴이 서있었다.아까부터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는지 웃으며 서로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남자는 차를 멈춰세우고 인사말이라도 건네려다가 옅은 미소만 지어보이고는 바쁜 일이라도 있는  그대로 차를 앞으로 내몰았다.

어제는 차로 모시겠다고 선뜻 다가가지 않았는가?

미안한 생각이 들어 백미러로 보니 처제로  수도 있었던 향옥이와 이제  대학을 졸업하게  진이가 멀어져가는 차를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큰길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차량들이 줄지어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전화벨소리가 울려왔다.처음 보는 상해의 전화번호였다.남자는 핸들에 달린 통화버튼을 눌렀다.  

김형, 오래간만입니다.

철수?

.며칠 전에야 그 사이에 있은 일들을 사장님을 통해 알게 되였습니다.참말로 어떻게 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사실은 저의 누나도

남자는 철수한테서 현옥의 남편이며 진이의 모멘트며 4년 전 백화상점에서 있었던 일들을 듣고만 있었다.

 사이에 이런 일도  있었구나.

그리 생각하면서도 남자는 진이와 향옥이를 만났고 어제야 비로서 현옥의 일을 알게 되였다는 말들은 입밖에 내지 않고 있었다.

―…잠시 후에 누나한테 다시 전화하겠습니다.그럼 누나한테 어떻게 전해드릴가요?

잠자코 있는 남자에게 철수가 다시 물어왔다.

김형여보세요

미안해.난 이미 새가정을 꾸렸어.

?!

무덤덤하게 전화를 끊은 남자는 자못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철수한테서 전화가 걸려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하고 있었다.

만약 철수가 아니였더라면 일본에서 현옥이를 만날  없었다.이번에도 철수한테는 천번 고마워하고 만번 감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 재회의 기회를 아쉽게 놓쳐버렸다고 결코 후회 같은 것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토록 만나보고 싶었던 사람이 봄날 새순처럼 숫진 첫사랑을 속삭였던 녀인이였다면, 궁핍한 가정형편때문에 헤여지자고 말할 수 밖에 없었던 녀인이였다면 지금 내가 다시 만나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가?

지나간 일들을 다시 터놓을  있는  련인일가, 매일 밥상에 마주앉아 맛있는 음식이라도 같이 먹을 수 있는 새 가족일가 아니면  동안 무지근하게 축적된 성이라도 나눌  있는 애인일가?

우리의 만남이 더없이 순결하고 신성한 만남이였다고 스스로 억지를 부려도 우리가 이제 다시 만난다면 세상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할 것이고 하늘에서도 불륜자들이라고 욕설을 퍼붓을 것이다.

뒤에서 울려오는 경적소리에 놀라 남자는 그제야 차를 움직였다.

신호등이 다시 바뀌였다.

이젠 다시 돌아갈  없는 남자의 심정을 헤아리기라도 한듯 차거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속을 내달리는 차안에서 남자는 20년 전 어느 날 한 녀인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했던 슬라이드를 다시 떠올려보고 있었다.

영원히 사랑하지 못해 미안해요.꼭 행복하게 살아야 해요.

 세상 어느 남자인들 첫사랑 녀인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차창에서는 비물들이 사정없이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남자의  눈에서도 어느새 눈물이 비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제라도 좋은 남자 만나세요.그렇게 믿고 있을 게요.사랑했어요.그리고진이는 좋은 회사에 취직하고 향옥이도 딸애가 대학시험을  치르기를 바랄 게요 

 

----------------------------------------------------------

 

창작후기

 

우린 어떻게 하면 좋았을가?

 

 

고작  편의 소설밖에 발표하지 못한 나로서는 소설창작이란 참으로 어려운 공정 아닐  .

이번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처음에  소설을 쓰려다 독자들이 읽기엔 너무나 시시하고 또한 발가벗은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유치해보여 포기하려 했다.그러다가 철수한테서 들은 이야기에 근거하여 그녀를 상상해보면서 이전부터 쓰고 싶었던 첫사랑 이야기와 결부시켜 결국 다시 기로 .

봄볕이 따스하게 느껴지던 지난 3월말, S시에 출장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고속철에서 우연하게 첫사랑 현옥 아들 진이를 알게 되였다.그런데 며칠이 지난 청명절에는 현옥 동생 향옥이 만나게 되였다.진이한테서 현옥이가 지금 외국어학원에서 일본문학을 가르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자기 일보다 더 기뻐하고 있었는데 향옥이를 만나서 현옥이도 남편을 잃었다는 끔찍한 소식을 뜻하지 않게 접하 되였다.

한마디로 말할  없는 슬프고 측은하고 애틋하고 비애스러운 감정이 순식간에  갈래의 강한 전류처럼 온몸으로 퍼져왔다.

나는 그래도 남자로서 애엄마를 잃은 것은 참고 견딜만한데, 원체 마음이 여리고 천성이 착한 녀자인 현옥한테도 이런 불행이 닥쳐올  진정 몰랐었다.

우리는   왜서 헤여졌던가, 어디서부터 잘못되였던가?

만약 우리가 헤여지지 않았더라면 이런 불행은 없었을 뿐더러 지금은 어느 가정보다도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겠는가?

80년대말에 대학을 졸업하고 교원으로 배치받은 우리가 경제상 부유하지 못한 그 당시 멀리 내다보는 시야를 키워 못했던 것일?

서로 사랑하면서도 헤여져야 했던  시절을 다시 회억해보게 되였다.

중국과 일본의 경제적격차가 드높았던 90년대는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학위를 따내기란 남자들도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였다.하물며 녀자인 현옥임에야.

이미 바다 건너 안해의 감시레이더 영향권을 멀리 벗어나 있는 나였지만 옛사랑을 만나 앞날을 약속한다던가 성을 나눈다던가 그런 따위식 만남은 결코 아니였다.

철수를 만나고 나는 곧추 은행으로 달려갔다.

도꾜타워를 구경하고 플래트홈에서 현옥 가방 속에 돈봉투를 밀어넣은 것은 첫사랑 녀인 일본에 금방 와서부터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워하는 모습 차마   없었기 때문이였다.어쩌면 병환에 계시는 현옥의 어머님과 대학입시를 맞는 동생한테 일전 한푼 도움을 주지 못했던 지난날의 반성이기도 했다.

만약   현옥이가 일본에   오래 되였다고 들었더라면 만나려고도 만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귀국 , 나는 첫사랑에 대한 미련을 깡그리 잊고 사업과 가정에 충실해왔다.정부 접대처 처장으로 사업이 분망한 애엄마를 도와 집안일도 거들어주면서 아들과 딸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고 애써왔다.  

애엄마를 잃은  S시에 출장을 다니면서 현옥이를 만나보고 싶고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 충동을 여러번 느낀 것만은 사실이였다.

이번에도 일본에서처럼 현옥이를 언제 만나자고 전해달라 부탁을 철수한테  수도 있었다.하지만 나는 이미 새가정을 꾸렸다고 철수에게 단호하게 말했다.철수가 난감해할 수도 있었겠지만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니    일이였다.현옥이가 진정 이제부터라도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그래야 했다.그래야만 서로 착잡한 감정 속에서 하루 빨리 떨쳐나올  있고 옛사랑과의 해후를  이상 바라지  때문이였다.물론 현옥이도 철수의 말을 듣고  이상 나한테 미련을 가지지 않으리라 믿어마지 않는다.

이미 지나간 사랑은 미련도 동정도 필요없고 이미 건너온 강은 다시 돌아갈  없는 것이다.

 소설을 마무리하면서 나는 독자들의 반응이 무척 궁금해지는 한편,현옥이도 진이도 향옥이도 철수도 그리고 나의 아들도 성인이 된 딸애도 이 글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도 없지 않다.

이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고 인연이라면 또다른 인연이겠는데...모두들 리해해주고 응원해줄 텐데...참 아쉬운 일이 아닌가?다시 만났더라면 좋지 않았는가?

언젠가는 그들도 나의 심정을 리해해주리라 믿는다.

과연 우린 어떻게 하면 좋았을가?

내가 너무 무정했을가?너무 잔인했을가?이런 방법 밖에 없었을가?

솔직히 창작후기를 쓰면서 애엄마와 첫사랑 녀인을 다시 한번 그려보게 되였다.아마 나는 오늘도 래일도 두 녀인을 그리워하며 살지 모른다는 못난 생각 들면서 또다시 서글퍼지기도 한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2 (중편) 가을비 2022-11-29 0 1363
11 (단편) 회귀(回归) 2022-01-19 0 1160
10 (단편) 해후(邂逅) 2021-09-17 1 1299
9 (중편)서른 살,그해 가을 2021-03-05 0 1448
8 (단편)어느 봄날의 기억 2020-08-05 0 1629
7 (중편)꿈 2020-08-04 0 1465
6 (단편)그 여름날의 소낙비 2020-01-11 0 1024
5 (단편)달려라 자전거 2019-09-14 0 929
4 (단편)귀뚜라미 울던 밤 2019-09-14 0 956
3 (단편)비닐우산 2019-09-14 0 881
2 (단편)돌아갈 수 없는 강 2019-09-14 0 738
1 (단편)우동집 2017-12-23 0 1356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