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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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경제: 하지 말라는 말 안하면 하라
2007년 03월 10일 14시 38분  조회:3919  추천:97  작성자: 박문희

민영경제: 하지 말라는 말 안하면 하라

 

최근 길림성 지도부에서 민영기업에 <비금즉입(非禁卽入)>정책을 실시한다고 선포했다. <금지하는 일만 아니면 다 할 수 있다>는 이 신 정책(길림성에서 <새것>이지 적잖은 타지방에서는 <새것>이 아닌지 오래다)의 선포와 아울러 시장에 신속히 진입할 수 있도록 차별시정책 및 걸림돌정책 페지 등을 망라한 열 가지 강력한 추진조치도 마련, 발표해 믿음 또한 주는 대목이다.

 

길림성의 발전이 여느 성들보다 많이 뒤처져 있음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다.왜 뒤처졌는가? 길림성 자체로서 어쩔 수 없었던 력사적 원인도 있겠지만 주로 자체의 인위적 요인을 찾아 봐야 한다. 무엇이 자체의 원인인가? 측간 바닥의 돌멩이처럼 더럽고 딱딱한 집단 무의식, 특히 중층 이상 간부층의 집단 무의식 때문이라고 필자는 꼬집고 싶다. 문서주의(文牘主義)로 표현되는 이 집단 무의식은 기성 문건에 대한 맹종을 모든 분야에 종양처럼 확산시켜 모든 일을 문서로만 처리하려 들고 인간의 창조적 활동은 철저히 외면한다. 문서로만 일을 처리하려 하니 문서주의를 버린지 오랜 다른 성에 뒤처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특히 공유경제에 속하지 않는 민영경제발전이 문서주의의 해를 많이 입었다. <하라는 것만 하라>는 풍토속에서 민영기업의 발전에는 장애가 첩첩했다. 왜냐 하면 정부에서 <하라는 일> 외에도 기실 세상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많은 일을 제쳐두고 문서에 지정한 일만 하라니 바로 수족 얽어매기 그 자체였다. 정부 관련 부처의 일부 일군들은 문건에 없는 항목을 비준했다가는 자기한테 불리익이 떨어 질가 봐 항목이야 좋건 말건 차라리 비준을 안 해 주는 형국이였다. 길림성 경제발전에 대한 그 항목들의 유용성 여부는 결코 자기 체신만을 돌보는 그 알량한 량반들의 관심사가 아니였다.

 

설령 <할 수 있다>고 해도 민영기업은 공유기업과의 차별화 정책(이를테면 세수정책)으로 인해 시장경쟁에서 늘 일방적으로 당하기가 일쑤였다. 공유제기업소의 회장님이나 사장님들은 휘파람을 슥슥 불면서도 비까번쩍하는 고급 자가용을 몰고 다닐 수 있었지만 민영기업의 사장들은 고심참담하게 경영을 해도 자칫 망해 자빠지기가 십상이였다.

 

물론 중앙의 시책에 의해 민영경제의 시장진입문턱이 하루 다르게 낮아짐으로서 민영기업의 발전이 큰 힘을 입은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와중에 민영기업의 생명력은 류달리 왕성해서 지난 해 전국적으로 비공유기업에 취직한 인원은 1.1억 명에 달했다. 이는 전반 중국 취업인수의 80%를 차지하는 어마어마한 수자이다(우리 성 비공유기업 취직인원은 295만으로 전 성 취직인수의 54%를 차지한다. 아직 전국수준에 많이 뒤처져있다).지난해 민영기업의 등록자금은 63000억 원으로 우리나라 GDP총량의 50%를 차지하였다. 공유제 우세확보 운운은 이미 말도 안 되는 과거사로 되여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림성의 민영기업은 현재 구태의연히 거부기 걸음을 하고 있다. 통계수치가 말해주다시피 우리 성 민영기업 호수는 강소성의 1/8, 광동성의 1/7, 절강성의 1/6이고 절강성은 규모이상 민영기업이 만인 당 4.27호인데 반해 길림성은 만인 당 고작 0.53호 밖에 안 되는 실정이며 강소성에 등록자본이 억 원 이상인 민영기업소가 370호나 되는데 반해 길림성은 겨우 9호 밖에 없다. 한 하늘 아래 같은 볕을 쪼이면서 이게 말이 되는가?

 

성 지도부에서 일찍 이 점을 간파하고 이미 고질이 된 간부들의 머리를 깨쳐 볼 요량으로 중국에서 경제발전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에 해마다 간부를 몇십 명씩 견학연수(기한은 1)를 보내지만 돌아 올 때는 경제개혁에 대한 신심, 용기가 하늘을 찌르던 이들이 정작 돌아와서 일년만 지나면 기관에 쫙 깔린 보수통간부들의 수풀속에서 초지(初志)는 마모(磨耗)되고 마침내 원점으로 되돌아가기가 일쑤다.길림성의 간부가 한꺼번에 절반 정도 나갔다 오면 상황이 확 바뀔 수도 있겠지만 안 될 말이고, 내내 지금의 이런 방식으로 급변을 창도해 낸다는 것도 아무래도 무리가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길림성의 고질은 책(기성 문건)대로 하는 사고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데 있다.남방에서 박살난지 오랜 이른 바의 <문서주의>가 아직도 우리 성 다수 간부들의 두뇌를 단단히 얽어 매고 있어서 앞으로 한 발 내디디기가 여간 힘드는게 아니다.

 

왕민 서기는 우리 성 경제발전이 굼뜬 것은 민영경제의 히스테레지스(滯後, Hysteresis)가 낳은 결과라고 못 박았는데, 옳은 말이다. 뜻인즉 길림성이 잘 되려면 민영기업이 잘 돼야 한다는 것이다.아무튼 정부는 <비금즉입>정책에 립각해서 올부터 민영기업의 창업문턱을 가능한 낮추고 <전인민적창업>의 짙은 분위기를 창출 하겠다는 확고한 방침이다. 각 현()에 창업부화기지 1~2개씩 앉히고 소기업주 만 명을 키워내게 된다고 하며 창업을 돕도록 민영기업에 간부 1000명을 파견하고 창업인재 양성에 거금도 퍼붓게 된다고 하며 초창기의 창업자들에게 대부금 지원도 하게 된다고 한다. 3년 내 민영기업은 10만 개로, 개체공상호는 100만 개로 늘이고 그 수입을 배로 신장시킬 계획이라 하며 올해 민영기업 100강을 평정, 표창하여 본보기를 수립할 것이라 한다.

 

<비금즉입>정책의 중요성은 두말할 것 없다. 이 정책을 <할만한, 또는 해야 할 일이라면 다 하세요, 막지 않겠소이다>는 의미로, 또는 <우리 모르는 사람들이 앉아서 무엇무엇을 해도 된다 어쩌구 안할테니, 단 반드시 하지 말아야 할 일 몇가지만 확실하게 규정해 놓을테니 그외의 모든 일들은 국민 여러 분이 다 알아서, 혹은 창조적으로 만들어들 하시오>라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것 같다.

 

우리 조선족사회의 민영기업이나 창업에 뜻을 둔 이들, 특히 젊은이들이 생각을 잘 정리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때가 아니냐 싶다. 우리의 사고방식도 변화된 현실에 따라 적시적인 전환을 가져와야 할 것이다. 무슨 기성 항목이 정책상 허용이 되냐 하고 전전긍긍 하지만 말고 정책적으로 금지되지 않은 무한정한 신 항목을 발견, 발굴하는데 신경을 바짝 도사려야 할 것이다. <금지령>밖의 세상은 하도 넓고 할 일 또한 하도 많아서 창의력만 충분히 발휘한다면 자유롭게 활개 칠 공간은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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