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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성을 울리던 날
2012년 09월 23일 10시 47분  조회:1290  추천:5  작성자: 설야
 

[연이의 이야기1]                  

◈ 고고성을 울리던 날 ◈


설야


   연이가 태여나서 사흘째 되던 날 아침 때였다. 
   방금 설겆이를 끝내고 아내하고  둘이서 우리 귀염둥이 - 연이를 가운데 놓고 감상을 하고있는데 지방병원의 오원장선생님이 현 부유보건소서 오신 손님 세분을 모시고 우리집을 찾아 주시였다. 산모와 유아의 건강상태 검진을 목적으로 다녀 오셨는데 그중 년세가 지긋해 보이는 분은 사십대 중반의  중년부인으로 안경을 건 말쑥한 스타일이였고  다른 두분은 이십대를 갓 넘길가 말가한 애젊은 처녀 간호원들이였다.
   오원장선생님은 내가 근무하는 한 학교 동사자의 부인으로서 우리와는 앞뒤집으로 평소에 허물없이 가까이 보내는 사이였다.
   상호간에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구들에 올라 우선 애에게로 다가가 내려다 보시던 손님들은 하나같이 입들을 딱 벌리셨다.
   <<어머,이리두 큰 애길 어떻게 낳으셨어요?>>
   <<똑 마치 몇달 되는 애 같군요!>>
   그이들은 혀를 끌끌 차며 애기를 보고 또 우리 부부를 번갈아 훑어보며 무척들 놀라셨다.
   체중을 다니 4.3키로라는 수치가 나왔다.
   지금의 체중이 이러할진대 사흘전 방금 태여났을 적에는 적어도 4.5키로는 훨씬 넘겼을거라는 한결같은 결론이다.
   <<말두 말아유, 하마트면 애 엄마가 잘못될번 했다구요.>>
   오원장 선생님이 곁에서 께끼였다.
   그때까지도  아내는 해산뒤끝의 하혈이 멎지않아 링겔주사를 맞는 중이였고  얼굴색은 하얗다 못해 파리하고 해쓱했었다.
   워낙 수집은 아내라  뭐라 께끼줄은 모르고 그냥 얼굴에 얇은 미소만 띄울 뿐  가타부타 응대할줄을 모른다. 그냥 그때마다 눈에는 이슬이 맺혀 애써 자신을 억제할 뿐이다. 
   아마도 자신이 살아있다는 현실이 꿈같이 느껴져  맺혀진 행복의 눈물이였을 것이리라... 
   실은 나자신도 그 순간, 그날 일들이 다시 떠오르며 가슴이 뭉클해났고 등쌀엔 소름이 끼쳐왔던것이다.
   이미 지나간 그날 일들을 다시는 화제에 담아 떠올리기가 싫었다.
   하마트면 현숙하고 꽃같은 내 아내를 잃을번 하였고 에미없는 애를 혼자서 키워야 할 기막힌 신세로 될번하지 않았던가?
   우리 부부의 난감한 표정을 눈치챈 오원장 선생님이 우릴 대신해 그날의 정경을 손님들께 이야길 해드렸다.
   정말로 그날의 일들은 지금 생각만해도 몸서리친다.
    ... ... ... 
  
   그때로부터 사흘전 날에 있은 일이다.
   여름 방학때인지라 우리 부부는 늘 아침식사를 늦게야 했다. 부채살같은 해살이 어느 새 우리집 남창으로 해서 집안을 환히 비쳐들어왔다. 
그날 아침에 밥상에 마주 앉아 술질하던 아내가 갑자기 아래배에 동통이 느껴진다며 수저를 놓는것이였다.
   <<어떻게 아파?>>
   나는 당황해서 물었다.
   <<아마,오늘인거 같애요.>>
   당금 어머니로 될 기쁨으로 아내의 얼굴에는 희열의 빛이 어렸지만 어딘가 당황해하는 두려움도 없지 않았다.
   <<그럼 먼저 잠간 누워있소.내 이내 다녀 올게.>>
   난  다급히 요를 펴 아내를 부축해 조심히 눕혀놓은 다음에 철길 건너 장모님댁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장모님댁에서도 그때 역시 식사중이였다.
   내가 사연을 여쭈자 장모님은 이내 산파 모시러 바당을 내려 섰다.
   장모님이 이미 며칠전에 부근에서 유명하기로 이름있다는 산파를 미리 물색해 두셨다는것이였다.
   나는 잠모님이 떠나자 그길로 되돌아 즉시 내집으로 달려왔다.
   집에 들어서니 아내의 동통은 더더욱 심했고 얼굴에선 진땀이 송골송골  내돋치고 있었다.
   <<괜찮겠어?>>
   아내는 억지로 웃어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이였다.
   나한데 시집와서 거의 삼년이 되도록 언제 한번 앓아도 아프다는 내색을 낼줄  모르는 여자다.
   이때, 마당에서 인기척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림과 동시에 장모님이 들어서고 그 뒤로 쉰고개를 넘었을가 말가하는 한족 로파가 따라 들어왔다.
   장모님이 산파에게 우리 부부를 인사시켰다. 보니 민간에서 업여로 품삯을 받으며 애낳이를 돕는 민간 산파였다.방금까지도 긴장하던 분위기던것이 산파가 곁에 나타나자 마음속으로 차츰 안정이 되여갔다.
   인젠 산파도 있고 장모님도 계시고 하니 난 서둘러 자리를 뜨려고 했다. 아무리 같이 사는 아내가 해산을 한다지마는 여성들이 모여하는 일이라 그 자리에 내가 있기는 어딘가 좀 무어했다.
   그런데 산파도 장모님도 그 무슨 예감같은걸 느꼈는지 날 못 떠나게 했다.
   아내의 동통은 더더욱 심해갔고 장모님과 산파는 산모곁에서 분주히 돌아쳤다. 나만은 그냥 꿔온 보리자루마냥 한켠에 우두커니 서서 바질바질 속만 태웠다.
   아내가 고통스러워하는 그때의 그 모양은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었다.
   (아니, 이게 어디 사람이 할 짓인가, 완전히 사람잡이가 아니고 무엇인가? 어쨌든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다지고 다지고 또 다졌다.
   시간은 흘러 인젠 거의 두시간이 지났건만 산모는 출산을 못한다.
   그사이 산모나 곁의 사람들이나 모두가 다 같이 땀벌창이 되였고 그때의 아내의 얼굴은 더욱 말이 아니였다.
   인젠  기진맥진하여 지칠대로 지쳤건만 아내는 그래도 신음소리 한마디 없이 산파의 요구에 응해 합작을 했다.
   난 그때 처음으로 아내의 그 외유내강한 기질에 놀랐고 또다시 절실히 탄복을 했다. 
   드디여 바라고 바라던 출산이 되였다.
  애가 고고성을  울리며  태여나자 우리들은 그때에야 비로소 한결같이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이그, 기집애구나~>>
   장모님이 실망하는 기색이였다.
   나도  어딘가 좀 서운했다. 나는 내내 꼭 사내애일 것이라구 굳게 믿어오고 있던 터였다.
   아내가 임신이 되였을 무렵에 난 꿈에 굉장히 큰호랑이 한마리가 내집 바당으로 들어서는 태몽을 꾸었고  아내가 만삭이 되였을 적에도 보는 사람들마다  다들 뛸데 없는 아들놈이라고 점 찍으며 장담들을 해 오는걸 들어왔던것이다.
   그리고 일부 사람들은 우리 아내가 몸이 하두나 굉장하기에 꼭 쌍둥일것이라 예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었댔다.
   (차라리 오랍누이 쌍둥이라도 태여나면 얼마나 좋을가? 한쌍의 비둘기처럼 재밌게 키워보겠으리...)
   이런 상상을 한적도 한두번만이 아니였었다 ... 
   헌데, 그 뒤에 끝내 예견치도 못했던 이외의 일이 발생할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방금까지도 애의 고고성을 듣고는 어머니로 된 긍지감에 얼굴에 행복의 미소를 띄우던 아내가 갑자기 입술이 파랗게 질리고 바르르 떨더니 그만 지각을 잃고 까무러치는것이 아닌가?
   산모가 잘못 되니 우는 애는 언제 돌볼 겨를이 없었다.
   애는 한쪽에 밀쳐놓고 우리는 또 다시 다그쳐 산모 구원에 달라 붙었다.
   아무리 우리 셋이 달려들어 사지를 주물러 주며 부르고 불렀어도 아내는 깨여나질 못했다.
   순간, 가슴속에서 널장같은 그 무엇이 덜컹 내려앉는것 같더니 이어 불길한 예감부터 가슴을 엄습해왔다.
   이렇게 기다릴 수만 없다!
   나는 이내 뛰쳐나가 병원으로 줄달음쳤다.
   그때는 온 나라가 못사는 세월이라 집에 전화기 한대도 없을 때였다. 3리길도 넘는 그 먼 병원길을 난 그때 누구 정신에  달려갔다 왔는지를 지금도 모른다.
   의사 선생님을 모시고 집에 들어서니 아내는 의연히 개복을 못했다.
   의사선생님이 아무리 여기 저기에 침을 꽂고 방법을 대였어도 여전히 반응이 없다.
   시간은 흘러  어느새 의사선생님이 들어선지도 한시간이 너머 흘렀다.
   산모는 여전히 쇼크상태로 반응이 없다.
   우리들은 긴장할 대로 긴장해 숨이 한줌만해 있었고 의사 선생님의 얼굴에도 인젠 어딘가 당황한 빛이 어리며 실망의 기색이 력력히 내비쳤다.
   이윽고 이번엔 의사선생님이 성냥개비만큼 굵다란 동침을 뽑아들더니 산모의 발바닥 중간부위를 겨냥하는 것이였다.
   의사선생님의 손도 어딘가 모르게 저으기 약간  떨리였다.
   마지막 최후수단의 구급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만약에 이 <<룡천혈>>에서 반응을 보이지 못하면 모든 희망은 물거품으로 되고마는 판이다!
   숨막힐듯 극도로 긴장된 집안 분위기는 이제 불꽃이 닿기라도 하면 당금 폭발할 지경으로 팽팽했고 온 집안엔 그냥 사람들의 숨소리들만이 간간이 들려올 뿐이였다.
   침대를 꽂자 이윽고 산모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약간 움찍거리고 목젖이 미약하게 동증을 보였다.
   따라서 후~ 하고 막혔던 긴 날숨을 내 쉬던 끝에 이어 비명같은 외마디 소릴 지르더니 우리들의 부름소리에 가까스로 천천히 눈을 뜨는 것이였다.
   천당의 문어구까지 갔던 아내가 또 다시 되돌아 우리곁으로 돌아온것이다!
   끝내, 기적이 탄생한것이다!
   <<선생님,고맙습니다!>>
   <<선생님,정말 고마워요!>>
   어느새 모여왔는지 마당에는 고마운 이웃분들이 물샐틈없이 찾아들 와 꽉 차있었고 부근에 있는 형제와 친척분들도 소문듣고 어느새 집안에  들어와 울며불며 고락을 함께 하다가 너도나도 뒤질세라 의사선생님의 손을 붙잡고 연해연방 고마움을 표했다.
   기적같은  아내의 환생으로 사람들은 격동의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였고 돌같이 굳을 때로 굳었던 내 언 가슴도 이때에야 비로소 녹기 시작하며 눈굽이 젖어드는것이였다.
   아내는 이내 완전히 의식을 회복해왔고 주위에 모여선 사람들을  둘러 보고는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어리둥절해서 의뭉스러워하는 눈길를 보이다 피곤기를  보이며 또 다시 조용히 눈을 감는것이였다.
   산모가 눈을 감자 사람들은 또 다시 화뜰 놀랬다.
   ... ... ...
   <<인젠 괜찮습니다.산모가 너무 지쳤군요.>>
   간맥을 짚어보시더니 의사선생님이 땀을 씻으며 인젠 모두 시름들 놓으라고 말씀하셨다.
   <<얘아, 네가 살았구나! 네가 죽으면 난 어떡하냐?>>
   장모님의 넉두리에 사람들은 더더욱 서로 붙잡고 흐느꼈다.
   이윽고 그 누구인가가 그때까지도 한쪽에 밀치여 꼼짝않고 누워있는 갓난애를  안아다 산모곁에 조심히 눕혀 놓았다.
   애도 제 엄마의 어려운 경지를 알았었는지 내내 울지않고 조용했다.
   그때에야 사람들은 다투어 애기를 구경하며 혀들을  끌끌 찼다. 
   <<그래도 네가 정말로 복은 있는 애로구나!>>
   ... ...
   이야기는 이로서 끝났다.
   만약 그때에 일이 달리 번져졌더라면 지금의 내 처지는 어떡했을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고 등곬이 오싹해난다.
   난 그래서 그후에  살아오면서 아무리 그 어떤 어려운 일에 부딪쳐도 쉽지않았던 내 소중한 가족을 생각하면 이 세상 두려운것이 없었고 온몸에선 언제나 무궁한 힘이 충천하군 했다.                     
   정말로 쉽지 않게 얻어진 내가족이다!
   그때는 순간적으로 딸인걸로 섭섭한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댔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이 털끝만치도 없다.
   내내 총명하고 이쁜 내딸이 대견스럽기만 하고 행복한 내 가족이 이 세상 제일 자랑스럽기만 하다.

 

                                                                                                             2004.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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