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었다
나는 홀로 초목속에 앉는다
멀리로는 자색의 천아산이 보이고
가까이로는 날따라 여위여가는
후타하가 흐른다, 하늘에는
희미하게 둥근 저녁해가 걸리고, 한마리의 백조가
멀리서부터 날아왔다 날아갔다 한다
이젠 여러해가 흘렀지만 나는 시종 믿는다
이런 산수초목은 나와 비슷한 영혼을 가지고 있고
지금 내 주위에 둘러앉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있다는것을
그 골격과 피줄사이에 나는 늘 혼자 앉아있다
황혼으로부터 저물녘까지, 또 별들이 솟아오를 때까지
그때면 만가의 등불이 반짝이고
가을벌레들의 합창소리가 들판에 쏟아진다
이럴때면 나는 더욱 절절히 믿는다
내가 진짜로 이 산수의 아이임을
촉목의 아이인 나는 진심으로 원한다
이 초목과 마음을 함께하여
암흑속에서 갈망하리라
어떤 손이 우리를 이끌어 줄것을
그것은 바람이 비를 이끌어오고
길이 발걸음을 이끌어내듯 할것이오니
나는 그를 아버지라 부를것이요
어머니라 부를것이다
또한 그를 대지라 부를것이요
하늘이라 부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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