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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부타령 가사 총 모음
2016년 05월 21일 17시 16분  조회:3635  추천:0  작성자: 현용수

창부타령(倡夫打令) 총 모음

 

* 얼씨구나 지화자 좋네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1. 모진 간장(肝腸) 불에 탄들 어느물로 꺼주려나 뒷동산(東山) 두견성(杜鵑聲)은 귀촉도(歸蜀道) 귀촉도(歸蜀道) 나의 설음을 몰라 주고 옛날 옛적 진시황(秦始皇)이 만권시서(萬卷詩書)를 불 사를제 이별(離別) 두자를 못살랐건만 천하장사(天下壯士) 초패왕(楚覇王)도 장중(帳中)에 눈물을짓고 우미인(虞美人) 이별(離別)을 당(當)했건만 부모같이 중한 분은 세상천지 또 없건마는 임을 그리워 애타는 간장 어느 누가 알아주리


2.서산(西山)에 해 기울고 황혼(黃昏)이 짙었는데 안 오는 임 기다리며 마음을 죄일 적에 동산에 달이 돋아 온 천하를 비쳐 있고 외기러기 홀로 떠서 짝을 불러 슬피울 제 원망스런 우리 임을 한 없이 기다리다 일경(一更) 이경(二更) 삼(三) 사(四) 오경(五更) 어느듯이 새벽일세 추야장(秋夜長) 긴 긴 밤을 전전불매(輾轉不寐) 잠 못들제 상사일념(相思一念) 애타는줄 그대는 아시는가 둘 데 없는 이내 심사(心思) 어디다가 붙여 볼까 차라리 잊자해도 욕망이난망(欲忘而難忘)이라 차마 진정(眞情) 못잊겠네 얼씨구나 좋다 지화자 좋네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3.진국명산만장봉(鎭國名山萬丈峰)이 청천삭출금부용(靑天削出金芙蓉)은 서색(瑞色)은 반공(蟠空) 응상궐(凝象厥)이요 숙기(淑氣)는 종영출인걸(鍾英出人傑)하니 만만세지금탕(萬萬歲之金湯)이라 태평연월(太平烟月) 좋은 시절(時節) 전조사(前朝事)를 꿈꾸는 듯 유유(悠悠)한 한강(漢江)물은 말없이 흘러가고 인왕(仁旺)으로 넘는 해는 나의 감회(感懷) 돋우는듯


4.사랑 사랑 사랑이라니 사랑이란 게 무엇인가 알다가도 모를 사랑 믿다가도 속는 사랑 오목조목 알뜰 사랑 왈칵달칵 싸움 사랑 무월삼경(無月三更) 깊은사랑 공산야월(公山夜月) 달 밝은데 이별한임 그린 사랑 이내 간장 다 녹이고 지긋지긋이 애탠 사랑 남의 정(情)만 뺏어 가고 줄줄 모르는 얄민 사랑 이사랑 저 사랑 다 버리고 아무도 몰래 호젓이 만나 소곤소곤 은근(慇懃) 사랑 얼씨구좋다 내 사랑이지 사랑 사랑 참사랑아


5.요망(妖妄)스런 저 가이야 눈치없이 짖지 마라 기다리고 바라던 임 행여나 쫓을세라 임을 그려 애태우고 꿈에라도 보고지고 구곡간장(九曲肝腸) 다 녹을 제 장장추야(長長秋夜) 긴 긴 밤을 이리하여 어이 샐꼬 잊으려고 애를쓴들 든 정이 병이 되어 사르나니 간장이라


6.백두산(白頭山) 천지(天池)가엔 들쭉 열매 아름답고 굽이치는 압록강(鴨綠江)엔 뗏목 또한 경(景)이로다 금강산비로봉(金剛山毘盧峯)엔 기화이초(奇花異草) 피어있고 해금강(海金江) 총석정(叢石亭)엔 넘실대는 파도(波濤) 위에 백조(白鳥) 쌍쌍(雙雙) 흥(興)겨 운다 배를 타고 노(櫓)를 저어 대자연(大自然)좋은 풍경 마음대로 즐겨 볼까


7.섬섬옥수(纖纖玉手) 부여잡고 만단정회(萬端情懷) 어제런 듯 조물(造物)이 시기(猜忌)하여 이별(離別)될 줄 뉘라 알리 이리 생각 저리 궁리(窮理) 생각 끝에 한숨일세 얄밉고도 아쉬웁고 분(?)하고 그리워라 아픈 가슴 움켜잡고 나만 혼자 고민(苦憫)일세


8.추강월색(秋江月色) 달 밝은밤에 벗 없는 이내 몸이 어둠침침(沈沈) 빈 방(房) 안에 외로이도 홀로 누워 밤 적적(寂寂) 야심(夜深) 토록 침불안석(寢不安席) 잠 못 자고 몸부림에 시달리어 꼬꾜 닭은 울었구나 오날도 뜬눈으로 새벽맞이를 하였구나


9.어지러운 사바세계(娑婆世界) 의지(依支)할 곳 바이 없어 모든 미련(未練) 다 떨치고 산간벽절 찾아가니 송죽(松竹) 바람 슬슬(瑟瑟)한데 두견(杜鵑)조차 슬피우네 귀촉도불여귀(歸蜀道不如歸)야 너도 울고 나도 울어 심야삼경(深夜三更) 깊은 밤을 같이 울어 새워볼까


*오호(嗚呼) 한평생(平生) 허무(虛無)하구나 인생백년(人生百年)이 꿈이로다


10.a귀(貴)치 않은 이내 몸이 사자 사자 헤매어도 세파에 부대끼어 남은 것은 한(恨)뿐이라 만고풍상(萬古風霜) 비바람에 시달리고 시달리어 노류장화(路柳墻花) 몸이 되니 차라리 다 떨치고 산중(山中)으로 들어가서 세상번뇌(世上煩惱)를 잊어 볼까

b귀치 않은 이내 몸이 사자 사자 헤매어도 세파에 부딪끼어 남은 것은 한뿐이라.(추월춘풍 화개화락 몇몇성상이 지나갔나) 만고풍상 비바람에 시달리고 시달리어 노류장화 몸이 되니, 차라리 다 떨치고 산중으로 들어가서 세상번뇌를 잊어 볼까.


11.세파(世波)에 시달린 몸 만사(萬事)에 뜻이 없어 모든 시름 잊으려고 홀로 일어 배회(徘徊)할 제 만뢰(萬?)는 구적(俱寂)한데 귀뚜라미 슬피 울어

다 썩고 남은 간장(肝臟) 어이 마저 썩이느냐 가뜩이나 심란(心亂)한데 중천(中天)에 걸린 달은 강심(江心)에 잠겨 있고 짝을 잃은 외기러기 운소(雲宵)에 높이 떠서 처량(悽?)한 긴 소래로 짝을 불러 슬피 우니 춘풍호월(春風晧月) 저문 날에 두견성(杜鵑聲)도 느끼거든 오동추야단장시(梧桐秋夜斷腸時)에 차마 어찌 들을건가


12.한 송이 떨어진 꽃을 낙화(落花)진다고 설워 마라 한 번 피었다 지는 줄을 나도 번연히 알건마는 모진손으로 꺽어다가 시들기 전에 내버리니 버림도 쓰라리거든 무심코 밟고 가니 근들 아니 슬플 소냐 숙명적(宿命的)인 운명(運命)이라면 너무도 아파서 못 살겠네


13.세상공명(世上功名) 부운(浮雲)이라 강호어용(江湖漁翁) 되오리다 일엽편주(一葉片舟) 흘리저어 임기소지(任期所之)하올적에 만경창파(萬頃蒼波) 넓은물에 호호탕탕(浩浩蕩蕩)떠나간다 주경(舟輕)하니 산사주(山似走)요 파급(波急)하니 야여주(野如走)라 은린옥척(銀鱗玉尺) 펄펄 뛰고 백구(白鷗) 편편(翩翩) 비꼈는데 청풍(淸風)은 서래(徐來)하고 수파(水波)는 불흥(不興)이라 좌우산천(左右山川) 살펴보니 경개무궁(景槪無窮) 좋을씨고 격안전촌 (隔岸前村) 양삼가(兩三家)에 저녁 연기(煙氣) 일어나고 반조입강번석벽(返照入江?石壁)에 거울 낯을 벌였는데 언덕 위에 초동(樵童)이요 석벽(石壁) 아래 어옹(漁翁)이라 창랑일곡(滄浪一曲) 반겨 듣고 소리 좇아 내려가니 엄릉(嚴陵) 여울 다다랐다 천척단애(千尺斷崖) 높은 곳에 창송녹죽(蒼松綠竹) 푸르렀고 칠리청탄(七里淸灘) 고요한데 쌍쌍(雙雙) 오리 높이 떴다 고기 주고 술을 사서 취(醉)케 먹고 달을 띠고 돌아오니 대장부(大丈夫) 세상자미(世上滋味) 이에서 더할소냐


* 얼씨구 좋다 지화자 좋네 인생백년(人生百年)이 좋을씨고


14.때는 마침 어느때뇨 춘풍(春風)이 화창(和暢)하니 양춘가절(陽春佳節)이 아니냐 만산홍록(滿山紅綠) 요염(妖艶)하여 금수병(錦繡屛)을 둘렀는 듯 백화(百花) 만발(滿發) 난만(爛漫)한데 꽃을 찾는 벌나비는 향기(香氣)를 좇아 날아들고 휘늘어진 버들새로 황금(黃金) 같은 꾀꼬리는 벗을 불러 노래하고 시냇물 맑았는데 낙화(落花) 동동 떠나가니 이도 또한 경(景)이로다


*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구려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15.명년삼월(明年三月) 오시마더니 명년(明年)이 한(限)이 없고 삼월(三月)도 무궁(無窮)하다 양류청양류황(楊柳靑楊柳黃)은 청황변색(靑黃變色)이 몇 번(番)이며 옥창앵도(玉窓櫻桃) 붉었으니 화개화락(花開花落)이 얼마인고 한단침(邯鄲枕) 빌어다가 장주호접(莊周蝴蝶)이 잠깐 되어 몽중상봉(夢中相逢) 하쟀더니 장장춘단단야(長長春短短夜)에 전전반측(輾轉反側) 잠 못 이뤄 몽불성(夢不成)을 어이하리


16.a기다리다 못하여서 잠이 잠깐 들었더니 새벽별 찬바람에 풍지(風紙)가 펄렁 날 속였네 행여나 임이 왔나 창문(窓門)열고 내다보니 임은 정녕 간 곳 없고 명월(明月)조차 왜 밝았나 생각끝에 한숨이요 한숨 끝에 눈물이라 마자마자 마쟀더니 그대 화용(花容)만 어른거려 긴 긴 밤만 새웠노라

b기다리다 못하여서 잠이 잠깐 들었더니 새벽별 찬바람에 풍지가 펄렁 날속였네. 행여나 님이 왔나 창문 열고 내다보니, 님은 정녕 간곳없고 명월조차 왜 밝아서, (생각사록 눈물이라) 마자마자 마자해도 그대 화용만 어른거려 긴 긴 밤만 새웠노라.


17.간밤 꿈에 기러기 보고 오늘 아침 오동(梧桐) 위에 까치 앉아 짖었으니 반가운 편지(片紙) 올까 그리던 임이 올까 기다리고 바랐더니 일락서산(日落西山) 해는 지고 출문망(出門望)이 볓 번인가 언제나 유정(有情) 임 만나 화류동산춘풍리(花柳東山春風里)에 이별(離別) 없이 살아 볼까


18.봄이 왔네 봄이 왔네 무궁화(無窮花) 이 강산(江山) 새봄이 왔네 방실방실 웃는 꽃들 우줄우줄 능수버들 비비배배 종달새며 졸졸 흐르는 물소리라 앞집 수탉이 꼬끼요 울고 뒷집 삽사리 컹컹 짖네 앞논의 암소가 엄매 뒷뫼의 산꿩이 끼긱끽 물 이고 가는 큰애기 걸음 삼춘(三春)의 흥(興)에 겨워 사뿐사뿐 아기장아장 흐늘거리며 걸어가네


*. 얼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구려 삼춘가절(三春佳節)이 좋을씨고


19.하늘같이 높은 사랑 하해(河海)같이 깊은 사랑 칠년대한(七年大旱) 가문 날에 빗발같이 반긴사랑 구년지수(九年之水) 긴 장마에 햇볕같이 반긴 사랑 당명황(唐明凰)의 양귀비(楊貴妃)요 이(李) 도령(道令)의 춘향(春香)이라 일년 삼백 육십 일에 하루만 못봐도 못 살겠네


20.오늘도 화창하니 이삼요우(二三僚友) 작반(作伴)하여 죽장망혜단표자(竹杖芒鞋單瓢子)로 부여팔경(夫餘八景) 구경 가세 부소산(扶蘇山) 저문 비에 황성(荒城)이 적막하고 낙화암(落花岩) 잠든 두견(杜鵑) 삼천궁녀(三千宮女) 죽은 원혼(?魂) 쌍쌍이 짝을 지어 전조사(前朝事)를 꿈꾸느냐 고란사(皐蘭寺) 쇠북 소래 사자루(泗자樓)를 흔드는 듯 선경(仙境)이 방불(彷彿)하다


21.증경(증?=꾀꼬리)은 쌍쌍(雙雙) 녹담중(綠潭中)이요 호월(皓月)은 단단(團團) 영창롱(映窓?)인데 적막한 나유(羅惟) 안에 촛불만 도두 켜고 인(人) 적적(寂寂) 야심(夜深)한데 귀뚜람 소리가 처량하다 금로(金爐)에 향진(香盡)하고 옥루(屋漏)는 잔잔(潺潺)한데 돋은 달이 지새도록 뉘게 잡히어 못 오시나 임이야 나를 생각하는지 나는 임 생각뿐이로다 독수공방(獨守空房) 홀로 누워 전전불매(輾轉不寐) 장탄수심(長嘆愁心) 남은 간장(肝腸) 다 썩는다


22.날 찾네 나를 찾네 그 누구라 날 찾나 기산(箕山) 영수(潁水) 별건곤(別乾坤)에 소부(巢父) 허유(許由)가 날 찾나 백화심처일승귀(百花深處一僧歸)라

춘풍석교화림중(春風石橋花林中)에 성진화상(性眞和尙)이 날 찾나 청산기주(靑山?洲) 백로탄(白鷺灘)에 여동빈(呂洞賓)이가 날 찾나 도화유수무릉(桃花流水武陵) 가자 어주속객(魚舟屬客)이 날 찾나 수양산(首陽山) 백이숙제(伯夷叔齊) 고사리(採o) 캐자 날찾나 부춘산(富春山) 엄자릉(嚴子陵)이 간의대부(諫議大夫) 마다 하고 칠리동강일사풍(七里桐江日斜風)에 함께 가자 날 찾나 기경선자(騎鯨仙子) 이태백(李太白)이 풍월(風月)짓자 날 찾나 상산사호(商山四皓) 네 노인(老人)이 바둑 두자 날 찾나 기주(嗜酒)하던 유영(劉怜)이가 동배주(同盃酒)하자고 날 찾나 칠석은하(七夕銀河) 견우직녀(牽牛織女) 한포(漢浦)로 지나다가 함께 가자 날 잧나 차산중운심(此山中雲深)한데 부지처(不知處) 오신 손님 날 찾을리 없건마는 그 누구라 날찾나


23.그대 나와 사귈 적에 이별(離別)하자 사귀었나 백년(百年)살자 굳은 언약(言約) 일조허사(一朝虛事) 뉘라 알리 임을 그려 애태다가 상사(想思)로 병(病)이 되니 조물(造物)이 시기하여 날 미워서 준 병(病)인가 안타까운 이내 심정(心情) 억제(抑制)할 길 바이 없어 일배일배부일배(一杯一杯復一盃)에 몽롱(朦朧)히 취(醉)케 먹고 울적(鬱寂)한 빈 방안에 외로이 혼자 앉아 옛일을 생각하니 만사(萬事)가 꿈이로다 상사불견(想思不見) 우리 임을 어느 때나 다시 만나 그린 회포(懷抱)를 풀어 볼까


24.일년 삼백 육십 일은 춘하추동(春夏秋冬) 사시절(四時節)인데 꽃 피고 잎이 나면 화조월석(花朝月夕) 춘절(春節)이요 사월남풍(四月南風) 대맥황(大麥黃)은 녹음방초(綠陰芳草) 하절(夏節)이라 금풍(金風)이 소슬(蕭瑟)하여

사벽충성(四壁蟲聲) 슬피 울면 구추단풍(九秋丹楓) 추절(秋節)이요 백설(白雪)이 분분(芬芬)하여 천산(千山)에 조비절(鳥飛絶)이요 만경(萬逕)에 인종멸(人踪滅)하면 창송녹죽(蒼松綠竹) 동절(冬節)이라 인간칠십고래희(人間七十古來稀)요 무정세월약류파(無情歲月若流波)라 사시풍경(四時風景) 좋은 시절(時節) 아니 놀고 어이 하리


25.a일각(一刻)이 삼추(三秋)라 하니 열흘이면 몇 삼추(三秋)요 제 마음 즐겁거니 남의 시름 어이 알리 얼마 아니 남은 간장(肝腸) 봄눈(春雪)같이 다 녹는다 이내 한숨 바람되고 눈물은 비가 되어 우리 임 자는 영창(映窓)밖에 불면서 뿌려나 주면 날 잊고 깊이 든 잠 놀래어 깨우고저 아서라 쓸데 없다 마자 마자 마자 해도 그대 생각뿐이로다

b일각이 삼추라 하니 열흘이면 몇 삼추요 제 마음 즐겁거니 남의시름 어이 알리. 얼마 아니 남은 간장 봄눈같이 다 녹는다. 이내 한숨 바람되고 눈물은 흘러 비가 되어 (세풍세우 흩날이며), 우리 님 자는 영창 밖에 불면서 뿌려 주면 날 잊고 깊이 든 잠 놀래어 깨우고저 아서라 쓸데없다 마자 마자 마자 해도 그대 생각 뿐이로다.


26.금풍(金風)은 소슬(蕭瑟)하고 휘영청 달 밝은 밤에 임 생각을 잊으려고

아픈 마음 달랠 적에 야속할손 외기러기 북천(北天)으로 날아가며 처량한 울음으로 나의 심회(心懷) 돋워 주고 지는 달 새는 밤에 귀뚜라미 슬픈 울음 사창(紗窓)에 여읜 잠을 살뜰히도 다 깨운다 무인동방(無人洞房) 홀로 누워 이리 딩굴 저리 딩굴 잠 못자고 애태우니 안타까운 이 심정을 어느 누가 알아주리


27.a.공도(公道)라니 백발(白髮)이요 면(免)치 못할 죽음이라 요순우탕(堯舜禹湯) 문무주공(文武周公) 공맹안증(孔孟顔曾) 정주자(程朱子)는 도덕(道德)이 관천(貫天)하여 만고성현(萬古聖賢) 일렀건만 미미(微微)한 인생(人生)들이 저 어이 알아보리 강태공(姜太公) 황석공(黃石公)과 사마양저(司馬穰?) 손빈오기(孫?吳起) 전필승(戰必勝) 공필취(攻必取)는 만고명장(萬古名將) 일렀건만 한번 죽음 못 면했네 멱라수(멱羅水) 맑은 물은 굴삼려(屈三閭)의 충혼(忠魂)이요 상강수(湘江水) 성긴 비는 오자서(伍子胥)의 정령(精靈)이라

b.공도라니 백발이요 면치 못할 죽음이라 천황 지황 인황이며 요순 우탕 문무 주공 성덕이 없어서 붕 했으며, 말 잘하는 소진 장의 육국제왕을 다 달랬으되 염라왕은 못 달래어 한 번 죽엄 못 면하고, 그러한 영웅들은 사후 사적이라도 있건마는. 초로 같은 우리 인생 아차 한번 죽어 지면 움이 나느냐 싻이 나나.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 잎 진다 설워 마라 명년삼월 봄 돌아오면 너는 다시 피련마는 우리 인생 늙어지면 다시 젊기 어려워라.


28.통일천하(統一天下) 진시황(秦始皇)은 아방궁(阿房宮)을 높이 짓고 만리장성(萬里長城) 쌓은 후에 육국제후(六國諸侯) 조공(朝貢)받고 삼천궁녀(三千宮女) 시위(侍衛)할 제 동남동녀(童男童女) 오백인(五百人)을 삼신산(三神山) 불사약(不死藥)을 구하려고 보낸 후에 소식조차 돈절(頓絶)하고 사구평대(砂丘平臺) 저문 날에 여산황초(驪山荒草) 뿐이로다 아서라 쓸데 없다 부귀공명(富貴功名) 뜬구름이니 아니 놀고 어이 하리


29.죽장망혜단표자(竹杖芒鞋單瓢子)로 천리강산(千里江山) 들어 가니 산은 높고 골은 깊어 두견접동(杜鵑) 날아든다 구름은 뭉게뭉게 상상고봉(上上高峯) 산(山)머리에 낙락장송(落落長松) 어려있고 바람은 슬슬 불어 구곡계변(九曲溪邊) 암석상(岩石上)에 꽃가지 떨뜨린다 경개무궁(景槪無窮) 절승(絶勝)하고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니 아니 놀고 어이 하리


30.망망(茫茫)한 창해(滄海)이며 탕탕(蕩蕩)한 물결이라 범피중류(泛彼中流) 떠나가니 일모향관하처시(日暮鄕關何處是)요 연파강상사인수(烟波江上使人愁)는 최호(崔顥)의 유적(遺跡)이라 봉황대(鳳凰臺) 나려가니 악양루(岳陽樓) 고소대(姑蘇臺)는 호상(湖上)에 떠있는데 동남(東南)을 바라보니 오산(吳山)은 천첩(千疊)이요 초수(楚水)는 만중(萬重)이라 반죽(斑竹)에 어린 눈물 이비한(二妃恨)을 아뢰는 듯 동정호(洞庭湖)에 비친 달은 상하천광(上下天光)이 일색(一色)이라 삼협(三峽)에 잔나비는 슬피 울어 호소(呼訴)하니 천객소인(遷客騷人)이 몇이런가


31.창외삼경세우시(窓外三庚細雨時)에 양인심사(兩人心事) 깊은 정(情)과 야반무인사어시(夜半無人私語時)에 백년동락(百年同樂) 굳은 언약(言約) 이별(離別)될 줄 어이 알리 동작대(銅雀臺) 봄바람은 주랑(周郞)의 비웃음이요 장신궁(長信宮의 가을달은 한궁인(漢宮人)의 회포(懷抱)로다 지척(咫尺)이 천리(千里)되어 은하(銀河)를 사이하고 까막까치 흩어졌으니 건너갈 길 바이 없고 어안(魚雁)이 돈절(頓絶)하니 소식인들 뉘 전(傳)하리 못 보아 병(病)이 되고 못 잊어 원수(怨讐)로다 가뜩이나 썩은 간장(肝臟) 이 밤 새우기 어려워라


32.춘하추동(春夏秋冬) 사시절(四時節)을 허송세월(虛送歲月) 옥중고생(獄中苦生) 망부사(望夫詞)로 울음울 제 춘풍(春風)이 눈을 녹여 가지가지 꽃이 피니 반갑고도 서러워라 꽃이 피고 잎이 나니 녹음방초(綠陰芳草) 시절(時節)이라 버들은 실이 되고 꾀꼬리는 북이 되어 유상세지(柳上細枝) 늘어진 가지 구십삼춘(九十三春) 자아내고 잎이 지고 서리 치니 황국(黃菊)의 능상절(凌霜節)과 백설(白雪)이 분분(紛紛)할제 송죽(松竹)의 천고절(千古節)을 그 아니 불워하리


33.인생천지백년간(人生天地百年間)에 부귀공명(富貴功名) 뜬구름이라 차라리 다 버리고 세상풍경(世上風景) 완상차(翫賞次)로 용문(龍門)에 장도(壯途)타가 구점연(九點烟)에 산하원기(山河元氣) 동정호(洞庭湖) 운몽택(雲夢澤)을 흉중(胸中)에 삼킨후에 낙안봉(落雁峰) 다시 올라 사조(謝眺)의 경인구(驚人句)를 청천(靑天)에 낭음(朗吟)하고 장건(張騫)의 팔월사(八月?)를 은하(銀河)에 흘려 놓아 장생술(長生術)을 익혀가며 세상진미(世上珍味)를 읊어볼까


34.정월(正月)이라 상원일(上元日)에 달과 노는 소년(少年)들은 답교(踏橋)하고 노니는데 이월(二月)이라 청명일(淸明日)에 나무마다 춘기(春氣)들고 잔디잔디 속잎 나니 만물(萬物)이 화락(和樂)하는데 우리 임은 어디 가고 봄이 온 줄 모르는가 삼월(三月)이라 삼짇날에 강남(江南)서 나온 제비 왔노라 현신(見身)하고 소상강(瀟湘江) 기러기는 가노라 하직(下直)한다 이화도화(李花桃花) 만발(滿發)하고 행화방초(杏花芳草) 흩날린다 우리 임은 어디 가고 화류(花游)할 줄 모르느냐


35.청려장(靑藜杖) 둘러 짚고 북향산(北香山) 찾아가니 백두산(白頭山) 내맥(來脈)이요 청천강(淸川江) 근원根(源)이라 월림강(月林江) 건너가서 향산동구(香山洞口) 다다르니 계변(溪邊)에 우는 새는 춘흥(春興)을 노래하고 암상(岩上)에 피는 꽃은 원객(遠客)을 반기는 듯 외사(外寺)목 넘어들어 좌우(左右)를 살펴보니 창송(蒼松)은 울울(鬱鬱)하고 녹수(綠水)는 잔잔(潺潺)이라 심진정(尋眞亭) 높은 집은 대소행차(大小行次) 영송처(迎送處)라 어화 이 좋은 풍경(風景) 아니 취(醉)고 어이하리


36.a.휘황월야삼경(輝煌月夜三更)에 전전반측(輾轉反側) 잠 못 이뤄 겨우 한잠 들었을 제 오매불망(寤寐不忘) 우리 임 만나 일구월심(日久月深) 그리던 회포(懷抱) 반이나 이루려니 베갯머리 귀뚜라미 겨우 든 잠 놀라 깨니 곁에 임 간 곳 없고 임 잡았던 나의 손길은 빈주먹만 쥐었구나 야속타 저 귀또리 네 짝 잃고 울 양이면 나의 원통(?痛) 이사정(事情)을 이다지도 모르느냐

b.휘황월야 삼경인데 전전반측 잠 못 이뤄 태고풍편에 오신 님 만나 그린 회포를 풀랴ㅆ더니, 벼갯머리 저 귀뚜리 서상가약을 그리느냐, 불승청원 실려 탄으로 귀똘귀똘 우는 소리 겨우 든 잠 놀라 깨니, 잡았던 님은 간곳 없고 들리느니 귀뜨람 소리 구곡간장 구비 구비 솟아 나느니 눈물이라, 야속하다 저 귀뚜리 네 짝을 잃고 울 양이면 남의 사정을 왜 모르나.


37.압록강(鴨綠江) 내리는 물 황해(黃海)로 돌아들고 한라(漢拏)에 이는 바람 백두(白頭)에 부딪쳐서 삼천리(三千里) 이 강산(江山)에 속속들이 불어온다 봄바람 따스할 제 꽃도 같이 보던 것을 여름날 시냇물에 서로 벗고 놀던 것을 철벽(鐵壁)에 가로막혀 못 본 지 몇몇 핸고 바람 불어 십년(十年)이요 물결쳐서 십년(十年)이라 언제나 다시 만나 이내시름 풀어 볼까


38.진상전(眞常殿) 해회당(海會堂)을 좌우(左右)로 살펴보니 만세루(萬歲樓) 올라서서 원근산천(遠近山川) 바라보니 남산(南山)의 웃는꽃은 춘색(春色)을 띠어 있고 청계(淸溪)의 맑은 물은 계곡(溪谷)을 둘러 있고 취운당(翠雲堂) 백운각(白雲閣)에 오작(烏鵲)이 쌍비(雙飛)하니 요지(瑤池)는 어디런지 선경(仙境)이 여기로다 여래탑(如來塔) 십구층(十九層)과 대보탑(大寶塔) 십이층(十二層)을 전후(前後)로 구경하고 대웅전(大雄殿) 들어가니 탑상(榻床)에 앉은 불상(佛像) 거룩하기 짝이없네


39.천황지황(天皇地皇) 개벽후(開闢後)에 인황구주(人皇九州) 분장(分張)하니 천만고(千萬古) 흥망사적(興亡事蹟) 남가일몽(南柯一夢)아니런가 홍몽일월(鴻?日月) 태고초(太古初)에 소박현풍(素朴玄風) 혼동(混同)하니 구목위소(構木爲巢) 순거곡식(?居穀食) 몇몇해나 지나간고 복희(伏羲) 신농(神農) 황제(黃帝) 요순(堯舜) 계천극립(繼天極立)하신후에 사도지직(司徒之職) 전악관(典樂官)이 상서학교(庠序學校) 열어내어 문장귀천(文章貴賤) 분별(分別)하고 예악교화(禮樂敎化) 선포(宣布)하니 인물(人物)이 혁혁(赫赫)하고 풍속(風俗)이 희희(熙熙)로다


40.응향각(凝香閣) 들어가서 오동향로(烏銅香爐) 구경하고 심검당(尋劍堂)과 관음전(觀音殿) 동림헌(東臨軒)과 미타전(彌陀殿) 망월루(望月樓)를 차례(次例)로 구경하고 유산(遊山)길 찾아가서 안심사(安心寺) 돌아드니 무수(無數)한 부도비(浮屠碑)는 도승(道僧)의 유적(遺跡)이라 명월(明月)은 교교(皎皎)하고 청풍(淸風)은 소슬(蕭瑟)이라 녹수청산(綠水靑山) 깊은 곳에 상원암(上院庵)을 찾아가서 대해포(大海浦) 구경하니 정신(精神)이 쇄락(灑落)하다 이층철사(二層鐵絲) 휘어잡고 인호대(引虎臺) 올라가니 송풍(松風)은 거문고요 두견성(杜鵑聲)은 노래로다


41.증광경과(增廣慶科) 택일(擇日)하여 문장(文章) 무사(武士) 다 모두어 초시회(初試會)를 설장(設場)하고 춘당대(春塘臺) 후원(後苑) 안에 대소과(大小科)를 창방(唱榜)하니 부(賦) 장원(壯元)에 굴원(屈原)이요 시(詩) 장원(壯元)에 이백(李白)이라 의(義) 장원(壯元)에 사마천(司馬遷)과 의심(義心) 장원(壯元) 한퇴지(韓退之)라 책문(策文) 장원(壯元) 동중서(董仲舒)요 표(表) 장원(壯元)에 왕발(王勃)이라 생원(生員) 진사(進士) 이백인(二百人)과 삼십삼인(三十三人) 호명(呼名)하니 반악(潘岳) 송옥(宋玉) 가의(賈誼) 유향(劉向) 반고(班固) 매승(枚乘) 조식(曹植)이요 두자미(杜子美) 송지문(宋之問)과 유자후(柳子厚) 두목지(杜牧之)와 가도(賈島) 잠삼(岑參) 맹동야(孟東野)와 백낙천(白樂天) 원진(元?)이라 구양공(歐陽公) 왕안석(王安石)은 소년성명(少年成名) 조달(早達)하고 소자첨(蘇子瞻) 소영빈(蘇潁濱)은 형제연벽(兄弟聯壁)호기(豪氣)로다 설문청(薛文淸) 이동공(李??)과 왕양명(王陽明)과 왕감주(王감州)라 문장재사(文章才士) 다 뽑으니 천하득인(天下得人) 영광(榮光)이라


*띠리리잇 띠리리 잇 띠리리리리리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42.임이별 해본 사람들 몇몇이나 덴다드냐 임을 잃든 그날밤이 어디가 아프고 쓰리드냐 배지나간 바다위에는 파도와 물결만 남아있고 임떠나간 내 가슴에는 그 무었을 남겼느냐 장미화 꽃이 곱다고 해도 꺽고보니 가시로다 사랑이 좋다고 해도 남되고 보면 원수로다


*얼씨구 절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43.a지리하구나 임이별은 생각사록 목이 메누나 인연없어 못보느냐 무정하여 그리느냐 인연도 없지 않고 유정도 하건마는 일성중안 같이 살며 왜 이다지 애가타 그려사나 차라리 몰랐드라면 뉘가 뉜줄 몰랐을걸 사귄것이 원수로구나

b 지리하구나 님 이별은 생각사록 목이 메고 인연 없어못 보느냐 무정하여 그리느냐, 인연도 없지 않고 유정도 하건마는, 일성중 안 같이 살며 (오매불망 우리님을) 왜 이다지도 그려사나, 차라리 물랐더라면 뉘가 뉜줄 몰랐을걸 사귄 것이 원수로구나 정 많이 든 것이 대원수로다 생각을 하고 또 생각해도 님의 화용이 그리워서 (참아진정) 못살겠네.


*얼씨구나 지화자 좋네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44.a.원수가 원수가 아니라 내 정은 뺏어가고 제정 안주니 그것이 모두가 원수로다 심중에 타는 불을 그 뉘라서 꺼줄손가 신롱서를 꿈에보고 불끌약을 물었더니 임으로 하여 난병이니 임이 아니면 못끈다네 서리맞어 병든 잎은 바람이 없어도 떨어지고 임그리워 애타는 가슴 병 아니 든다고 내 어이 사나

b.원수가 원수가 아니라 내 정은 뺏어가고 제 정은 안주니 그것이 모두 다 원수로다 심중에 타는 불을 그 뉘라서 꺼줄소냐 신롱씨를 꿈에 보고 불 끌 약을 물었더니 인삼 녹용도 쓸데 없고 화타 편작도 소용이없네 님으로 연하여 난병이니 님이 아니면 못 끈다네.

*얼씨구 절씨구 절씨구 지화자 좋네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45.잊어라 꿈이 로구나 모두 다 잊어라 꿈이 로구나 옛날 옛적 과거지사를 모두다 잊어라 꿈이로다 나를 싫다고 나를 마다고 나를 박차고 가신임을 잊어야만 올을줄을 나도 번연이 알건마는 어리섞은 미련이 남아 그래도 몾잊어 걱정일세


46.나 떠난다고 네가 통곡말고 나 다녀 올동안 마음 변치 말어라 제 몸에 병이 들었나 뉘게 잡히여 못오시나 해다저서 황혼이 되면 내 아니가도 제 오니 아마도 우리임은 남에 사랑이 분명하구나


47.지척동방 천리 되어 바라 보기 묘연하고 은하작교가 흩어졌으니 건너 갈 길이 아득하다. 인정이 끊텼으면 차라리 잊히거나, 아름다운 자태거동 이목에 매양 있어 못 보아병이로다. 못잊어 한이 되니 천추만한 가득한데 끝끝이 느끼워라.


48.창문을 닫쳐도 숨어드는 달빛 마음을 달래도 파고드는 사랑 사랑이 달빛이냐 달빛이 사랑이냐, 텅 비인 내가슴엔 사랑만 가득 쌓였구나. 사랑사랑 사랑이라니 사랑이란게 무엇이냐 보일듯이 아니 보이고, 잡힐듯하다 놓쳤으니 나혼자 고민 하는게 이것이 모두가 사랑이냐.


49. 바람아 광풍아 불지 마라 송풍낙엽이 다 떨어진다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 잎 진다 설워 마라. 동삼 석달 잠을 자다가 춘삼월이 다시 올제. 황금같은 꾀꼬리는 양류상으로 넘나들며 순제금을 희롱하고 탐화봉접이 춤을 출제 훈풍을 좇아서 또 피련마는 우리 인생 늙어지면 다시 젊지는 못하리로다.


50.만리장공에 하운이 흩어지고 무산십이봉에 월색도 유정하더라 님이 저리 다정하면 이별인들 있을 소냐. 이별 마자고 지은 맹서 태산같이 믿었더니, 태산이 허망하여 (백년동락 굳은 언약이) 무너질줄 뉘라 알리. 무정하다 저 달 빛은 천리원정에 님 잃은 서름 너는 어이 모르냐.


51.바람 불어 누운 남기 봄 비 온다고 일어나며 님으로 연하여 얻은 병이 약을 쓴다고 낳을 소냐. 우황 웅담으로 집을 짓고 청심환으로 왕토를 치고, 인삼 녹용으로 구들을 놓고 삼신산 불로초로 약을 지어서 먹은 후에, 화타 편작이 갱생(更生)을 해도 님으로 연하여 애타는 간장 이내 병 낫기는 만무로구나.


52.인간 이별 만사중에 날같은 사람 또 있는가 천지만물 분연후에 설른 이별이 몇몇이냐. 강산에 떠 가는 저 배는 가는 곳이 그 어디메뇨, 만단수회 실은 후에 천리 약수 건너 가서 임계산 곳에 풀고지고, 장탄단우 이내 설움 구곡간장 맺힌 한을 어이하면 풀어볼까.


53. 동정호 지는 달도 그믐이 지나면 또 볼수 있고 북경 길이 멀다해도 사신행차가 왕래하고, 하늘이 높다 해도 오경전에 이슬이 오고, 무한년 정배라도 사만 있으면 풀리는데 황천길은 얼마나 멀게 한번 가며는 영절인가.


54.창해월명 두우성은 님 계신곳 바쳐 있고 회포는 심란한데 해는 어이 수이 가노, 잘새는 집을 찾아 무리무리 날아들고, 야색은 창망하여 달빛 조차 희미 한데 경경히 그리는것은 간장 썩는 눈물이라.


55.춘풍화류 번화시에 애를 끊는 저 두견아 허다공산을 다 버리고 내 창전에 와 왜 우느냐. 밤중이면 네 울음 소리 억지로든잠 다 깨운다. 잠을 자느냐 꿈을 꾸느냐 날 생각 하느라고 번민이냐 생각을 하고 또 생각해도 님의 화용이 그리워 뭇살겠네.


56.뉘라서 장사라더냐 죽음 길에도 장사가 있나 누누중충 북망산을 뉘 힘으로 뽑아 내며 봉리춘풍 빠른 광음을 어느 재사라 막아 내리 명황도 눈물을 짓고 왕후장상도 울었으니 오는 백발을 어이하리 진시황 한무제도 채약구선 못 하고서 여산황릉 갚은 골에 모연주초 뿐이로다 고왕금래 영웅 호걸이 백발이 공도 되어 속절 없이 묻혔구나.


57.님과 날과 만날적에는 백년을 살자고 언약을 하고 태산을 두고 맹서를 하고 하해를 두고서 언약을 하더니, 산수지맹은 간 곳 없고 다만 남은건 이별이라, 이별 두자 누가 내며 사랑 두자를 그 누가 냇나 이별 두자 내인 사람 날과 한 백년 원수로다. 박랑사중 쓰고 남은 철퇴 천하장사 항우를 주어 깨치리로다 깨치리라 이별 두 자를 깨치리라.


58.억만장안 남북촌에 영웅호걸 재자가인 명기명창 가객이며 가진풍류를 갖추어 싣고, 순풍에 돛을 달어 범피중류 내려 갈제, 벽파상에 나는 백구는 흥에 겨워 춤을 추고 고기 잡는 어옹(漁翁) 들은 어기여차 노래한다. 세상공명 다 떨치고 풍월 따라 희롱하니 이도 또한 좋을시고.


59.봄이 왔네 봄이 왔네 원근산천에 봄이 왔네 먼 산의 아지랑이 아롱아롱 뒷 내에 실 버들 하늘하늘, 불탄 잔디 속 잎이 나니 봄은 분명 봄 이로구나. 강남 갔던 저 제비도 옛 집을 찾아 다시 오고 개나리 진달화 만발하니 벌 나비 잡충이 춤을 춘다. 우리 인생도 저 봄과 같이 다시 젊지를 왜 못하나. 원수로구려 원수로구려 무정세월이 원수로구려 검던 머리 곱던 양자 어언간에 백발일세. 백발이 날 찾아올 줄 알았으면 한 손에는 창을 들고 또 한 손에는 철퇴를 들고 오는 백발을 막을것을.


60.우연히 길을 갈적에 이상한 새가 울음을 운다 무슨 새가 울랴마는 적벽화전의 비운이라 하야구구(귀귀) 진토를 보고 설리 통곡 우는 모양 사람의 심리로서야 참아 진정 못 보겠네. 포연탄우 모진광풍에 천하장사 영웅호걸이 비명횡사가 몇몇일러냐. 일후에 그 원혼들이 와석종신 못 한 이한을 어느 누구에게 하소연 하느냐


61.서산에 해 기울고 황혼이 짙었는데 안 오는 님 기다리며 마음을 죄일 적에, 동산에 달이 돋아 온 천하를 비쳐 있고, 외기러기 홀로떠서 짝을 불러 슬피 울 제 원망스런 우리 님은 한없이 기다리다 일경이경 삼사오경 어느덧이 새벽일세. 추야장 긴 긴 밤을 전전불매 잠못 들제 상사일념 애타는 줄 그대는 아시는가, 둘데 없는 이내 심사 어디다가 붙여 볼까 차라리 잊자 해도 욕망이 난망이라 차마 진정 못 잊겠네.


62.산은 적적 월황혼에 두견접동 슬피 울고 오동 우에 비낀 달은 이내 회포를 돋우는데, 야월공산 깊은 밤에 님 그리워 설이울제. 독대등촉 벗을 삼아 전전불매 잠못 들고 상사일염 애 태우니, 옥장의 깊은 곳에 잠든 님을 생각을하고 남가일몽 꿈속에라도 잠깐이나마 보고 지고, 짝을 잃고 우는 저 두견아 남의 원통 이 사정을 너는 왜 이다지도 모르느냐.


63.손목을 잡고 작별을 하려고 눈물 씻고 자세히 보니 홍도와 같이 고운 얼굴에 앵도와 같이 붉은 입술 검은 눈섭을 그린듯이 깍은듯이 가는 허리가 활대와 같이 휘였구나 노란 저고리 다홍치마에 붉은 깃에 남 끝동에 물명주 삼팔 수건을 눈결과 같이 휘여잡고 들며 날며 곁눈질에 돈 없는 건달 마음 산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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