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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물든 단풍잎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2023년 10월 02일 06시 15분  조회:1564  추천:0  작성자: 오기활

인생 닐리리

□ 해마다 봄이면 산과 들에 철꽃이 피고 새싹들이 움튼다.
봄철이 가고 여름철이 다가오면 아름다운 철꽃들은 땅에 떨어지면서 아름답던 화기를 마감하지만 봄에 움튼 새싹들은 여름철에 한껏 푸르싱싱하다가 가을철이 익어가면 잘 물든 단풍잎으로 땅에 떨어진다.
이런 자연 모습에 혹자들은 “떨어지는 가랑잎이 쓸쓸하구나.” 하고 말한다.
떨어지는 단풍잎이 과연 쓸쓸한걸가?
결코 쓸쓸하지 않다. 쓸쓸한 것은 떨어지는 가랑잎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이 “찬란했던 나의 젊음이 저 가랑잎처럼 쓰러지는구나.” 하며 쓸쓸한 것이다.
잘 물든 단풍잎은 정말 아름답고 자랑스럽다. 
우리는 아름다운 봄꽃놀이만 가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단풍놀이도 가지 않는가.  
꽃은 아무리 예뻐도 떨어지면 줏지 않지만 잘 물든 단풍잎은 소중히 주어서 책장 속에 끼워놓고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또 해빛 좋은 가을에 새로 바르는 창호지에 아름다운 단풍잎을 붙혀놓고 단풍잎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면서 마음을 즐기지 않는가.
우리는 세상에 태여나 나이를 먹으면서 잘 물든 단풍잎처럼 늙으면결코 서글프지 않다. 주름살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머리가 희여지면 희여지는 대로 자연의 순리를 따라야 한다.
주어진 현실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의 얼굴은 무척 편안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저분은 나이 들어도 참 밝고 당당하게 사는구나!” 하며 부러워한다. 바로 그 모습이 늙음에 비참하지 않고 초라하지 않는, 잘 물든 단풍잎 인생이다.
잘 물든 단풍잎 인생을 살려면 지나침을 경계하고 과욕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나이 들어 지나친 과욕을 부리면 부작용이 따른다.
인간은 일생 동안 먹을 음식이 한정량으로 정해져 있다고 하니 아무리 맛이 있어도 적당히 먹어야 한다. 많이 먹으면 굵고 짧게 살고 소식하면 가늘고 길게 산다.
과음도 안된다. 과음하면 가을비가 온 뒤에 기온이 떨어지듯 늙은 몸에 과음하면 기온이 떨어져 몸이 망가진다.
나이 들어 뭐든지 지나치면 안된다는 것은 인생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열매를 맺는 과정이므로 잔가지들을 치면서 인생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100세로 보면서 50세까지는 전반생, 50세후는 후반생, 60세를 후반생시작이라고 한다.
전반생이 가정, 사업을 위해 분투한 올리막길이였다면 후반생은 페달을 별로 밟지 않아도 되는 내리막길이라고 할 수 있다.
후반생은 전반생 저축을 토대로 사회적인 직위나 재산을 모으기 위해 무리하지 않고 기력, 체력이 충분한 인생이다.
승부는 후반전에 있고 멋진 꼴은 거의가 후반전에서 나온다.
85세에 28번째의 책 《락엽으로 가는 길》을 출간한 김영금 작가는 출간식에서 “다른 건 다 버리면서 마지막까지 버리지 못하는 것이 글이고 책이였다.”고 하면서 “그래도 지나온 인생길에서 느낀 깨달음을 자식들과 후배들에게 이야기 하고 싶어서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힘들게 이 책을 썼다.”고 고백했다.
그리고 연변농학원의 김수철교수는 식물학자의 량심과 사명감으로 길림성의 공백인 《길림성식물지》를 보수도 없이 출판하겠다고 하면서 본인이 채집한 수만종의 식물표본을 93세인 2013년부터 정리, 집필하여 2022년까지 영어, 한어, 조선어, 라틴어 등 4종 문자로 된 《길림성식물지(1, 2집)》을 출판하였고 지금은 98세 고령에 제3집과 제4집을 편집하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 주변에 있는 이런 분들이야말로 참 잘 물든 아름다운 단풍잎의 엘리트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후반생을 잘 물들게 하는 무지개 단풍론으로 이 글을 맺는다.
1. 신념을 갖자. 그러면 큰 힘이 생긴다. 
2. 책을 읽자. 그러면 지혜의 샘물이 솟는다.
3. 나누며 살자. 그러면 삶이 풍요롭다. 
4. 웃음을 갖자. 그러면 령혼의 음악이 들린다.
5. 친구를 갖자. 그러면 행복한 시간이 마련된다. 
6. 좋아하는 일에 미치자. 그러면 늙지 않는다.
7. 사랑을 갖자. 그러면 모든 것이 아름다워보인다.

오기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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