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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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나체와 예술
2005년 05월 18일 00시 00분  조회:5161  추천:76  작성자: 허명철
로완퉁 썩궁리 시리즈18

오아시스와 생존   


허명철 연변대학 교수



얼마전 중앙텔레비죤에서 소련의 명작 <여기의 여명은 고요하여라>를 각색한 드라마를 방송하였다. 이 드라마가 방송되기에 앞서 사람들은 관심의 초점을 지난 80년대 중반 중국에서 영화로 상영될 당시 삭제되었던 부분, 즉 홍군 여전사들이 강가에서 목욕하고 있는 장면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맞추었다. 결국 일단은 그 장면들은 그대로 보존해 두기로 결정을 지었다고 하지만 이 대목이 오늘날까지 사람들의 관심사로 되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실 80년대 중반 중국에서 처음으로 이 영화를 상영할 때 바로 이 부분을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고 결국은 삭제하는 것으로 결과를 보았다. “라체=음란=색정” 이런 논리에 충성해야 했던 당시 예술은 소수의 권위인사에 의해 강간당하기에 충분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20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같은 주제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우리가 타문화에 대한 상식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작품을 보다 깊이 있게 연구해 본다면 쉽사리 저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으며 우리가 이 장면을 삭제한 자체가 얼마나 몰상식적인 행위인가를 알 수 있다.

사실 서양문화의 원류로 되고 있는 고대 희랍문화에서 말하면 기독교문화(성경이야기)에서 비둘기가 평화의 상징으로 되듯이 나체는 일종의 평화와 자유의 상징으로 되고 있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상징적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통해 소련인민들의 자유와 평화에 대한 갈망을 여전사들이 강가에서 목욕하는 장면으로서 여실히 나타내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 부분이 있음으로 하여 우리는 자식이 보고 싶어 기률도 위반할 수 있는 모성애를 지닌 여성들, 자기 상급과도 과감히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꽃다운 청춘 여성들은 그렇게도 평화를 사랑하고 자유를 갈망하지만 평화를 수호하기 위하여 자기의 생명마저 바치는 작품의 주제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와 같은 상징적 의미를 띠고 있는 부분을 단순 음란적인 것과 연관시켜 급급히 삭제하다보니 전반 작품의 주제를 말살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사유와 논리가 오늘날까지 지속된다면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타문화와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진행할 수 있고 타문화의 우수한 영양분을 섭취하여 자체문화의 현대적 이행을 실현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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