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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밴드 한국서 음악봉사로 뭉쳤다
2010년 03월 20일 06시 52분  조회:1061  추천:0  작성자: 박미래

중국서 '한가락'하던 조선족, 음악봉사로 뭉쳤다
5인조 밴드 '신화'
제각각 사연으로 한국 와… "우리도 놀라운 일 해보자"
조선족 편견 깨려 시작… 中 동포 위한 곳이면 공연
중국 동포를 위한 행사가 열릴 때면 나타나는 5인조 밴드가 있다. 밴드 멤버 모두가 조선족이다. 중국 동포와 장애인을 위한 바자회가 열린 지난 7일 오후 서울 금천구 독산동 안천초등학교 운동장. 2.5t 트럭의 짐칸을 개조한 간이무대에서 드러머 장영환(41)씨가 '딱딱딱딱' 채를 두드리자, 전자기타·베이스기타·키보드가 일제히 소리 내며 민요 '아리랑'을 연주했다. 사람들이 무대 앞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신이 난 밴드는 온몸으로 연주했고 무대 앞에선 어느새 춤판이 벌어졌다.

이들은 아마추어 연주자가 아니다. 단장 장씨는 연길시 구연예술단 악사였고, 베이스기타 주광해(40)씨는 도문시예술단에서 기타를 쳤다. 전자기타 정광혁(39)씨는 중국에서 조선족 밴드 '아리랑'의 프로듀서였고, 키보드 심해룡(62)씨는 길림성 서란시예술단 출신이다. 색소폰을 부는 채병권(55)씨는 현직 연변예술극단 연주원인데 중국에서 '국가청년 1급연주원' 대우를 받는다. 3년 전 1급 연주원이 됐다는 채씨는 "중국에서는 대학교수와 동급"이라고 했다  .    이들은 작년 11월 처음 모였다. 장씨가 '중국에서 악기 다루던 사람이 많이 와 있다'는 말을 듣고 수소문을 했다. 밴드 이름은 '신화(神話)'로 지었다. "우리도 한 번 놀라운 일을 해보고, 더불어 봉사활동으로 조선족에 대한 일부의 편견도 바로잡자"고 뜻을 모았다. 신화는 매달 노인병원을 찾아가 공연을 갖는다. 중국 동포나 장애인 지원단체에서 여는 행사에도 참가한다. 작년 12월 27일에는 조선족 불우이웃돕기 행사에 나가 6시간이나 강행군 연주를 했다. 장씨는 "영하 15도에 눈까지 날렸지만 돈이 없어 치료비를 내지 못하는 동포 아이들을 위한 공연이어서 추운 줄 몰랐다"고 했다.

멤버들이 한국에 온 건 10여년 전부터 중국에서도 노래방이 많아지고 녹음 반주가 퍼지면서 연주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장씨는 그럼에도 예술단을 차렸다가 빚만 잔뜩 쌓였다. 4년 전에 한국에 온 장씨와 주씨는 물류센터와 건설현장 등을 돌며 노동으로 생계를 잇는다.

한때 '연변 기타왕'이라 불린 정광혁씨는 2008년 말 가족과 함께 왔다. 그는 클럽 밤무대에서 일하다 경찰 단속에 걸려 벌금을 낸 적도 있다. 그의 '방문취업' 비자로 막노동은 할 수 있어도 유흥업소 취업은 불법이었다. 채씨는 한국에서 일하는 아내와 함께 있으려고 입국했고, 심씨는 한국에서 결혼한 딸의 초청을 받아 왔다.

조선닷컴
이영민 기자 ymlee@chosun.com
김형원 기자 won@chosun.com [출처:조글로미디어 www.zoglo.net]
[출처:조글미디어 media.zogl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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