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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고향 그리고 나
2015년 01월 30일 20시 35분  조회:1606  추천:0  작성자: 바위
너무도 어린나이에 아버지을 잃고 다섯식구가 힘겹게 살아가면서 성장기에 많이 위축되여 있어서인지 나는 어릴적부터 모든 장소에서 주동적으로 교류의 말꼬를 터치고 이끌어 나가는 담량과 비위가 없었다. 그런 나에게도 교사사업에 대한 무한한 애착심의 발로인지 세월이 흐르면서 말재주는 나름대로 늘어가더니 주변으로 부터 언변이 좋다는 말들은 많이 듣게 되였고 여러가지 행사도 사회할 만큼 이미지도 급상승하였다. 나는 비밀이 거의 없다싶이 속을 드러내면서 하고싶은 말은 꼭 하고마는 성미다. 해야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고 편한 마음과 자세로 하루생활을 일과할수 있는것이다. 그런 나에게도 입에 쉽게 오르지 않는 말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아버지”라는 말이다.

여섯살에 아버지를 잃고 나서 한참 아버지를 부르며 동년을 즐겨야 했던 나의 인생에서 아버지란 단어는 너무도 일찍 나와 담을 쌓고 수십년세월을 지내왔다. 남들이 행복한 모습으로 아버지와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줄때면 나는 종종 부러움과 함께 가슴에 닿는 애처로운 처지를 절감하며 아픔에 모댁이기가 일수였다.

반백이 된 오늘 새삼스럽게도 아득히 사라져버린 아버지의 기억을 되살리며 속으로 아버지를 불러본다.

“아버지”, 아버지란 도대체 나에겐 어떤 존재일가? 아버지와 함께 한 즐겁던 추억은 이미  사라지고 기억에 남아 있는것은 다만 만취상태로 집에 돌아와서 주정을 부리던 장면뿐이다. 이런 아버지가 나에게는 너무도 무의미한 존재인것 같다. 뜰안의 쓰레기통을 집안에 던지지를 않나 어머니보고 술상을 차리라고 욱박지르지를 않나 어린 우리들에게 기합을 주면서 으르렁거리지를 않나 좋은 추억은 하나없고 그저 그런 존재려니 생각할 따름이다. 이런 기회를 빌어서 단 한건이라도 추억과 함께 감동을 느끼고 싶은데 가정을 위하여 자녀를 위하여 헌신한 아버지 추억은 꼬물만큼도 없으니 한숨만 나온다. 아버지가 무서워 이불속에서 벌벌 떨며 꿈나라에 가야 했던 어린 시절의 아버지에 대한 추억은 아버지의 존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채 아버지의 사망과 함께 저멀리로 언녕 가뭇없이 사라져버렸다. 어머니의 헌신적인 보살핌으로 우리 4형제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모성애를 만끽하며 성실하게 성장했을뿐이다.

이런 나의 아버지가 남들의 추억속에서는 멋있고 능력있고 인맥좋고 남을 잘 돕고 인사성이 밝은 훌륭한 존재였다는것을 이입저입을 통해 뒤늦게나마 알수 있었다. 아버지가 문화대혁명시기에 갖은 박해를 받다가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날때 지금의 나보다도 훨씬 젊은 37세 열혈청년이였다.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집에 찾아온 손님들이 어찌나 많은지 말그대로 인산인해였다. 아버지의 령구도 손님들이 두어깨에 멘채로 묘지로 모셨다. 이런 아버지가 왜서 우리에게는 훌륭한 존재로 오래오래 함께 할수 없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가슴만 저리고 운명을 탓할수 밖에 없다.

고향을 떠나 수십년세월 타향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처지라 해마다 추석 청명이라도 아버지의 산소를 찾아뵐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조상을 잘모셔야 인생이 잘 풀린다고들 하지만 너무 일찍 서먹해진 아버지의 존재는 거리가 멀고 시간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리유로 아버지의 산소로 향한 발길이 거의 끊기다싶이 되였다.

세월이 좋아 청명절도 법정휴가제가 실시되면서 인젠 마음만 먹으면 몸을 털고 길을 떠날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기였다. 올해는 큰 맘먹고 아버지산소행을 결심하고 개산툰고향으로 향한 렬차에 몸을 실었다. 원정길이라 마음이 들뜰만도 한데 어쩐지 전혀 다른 착잡한 기분만이 가슴을 때린다.

봄빛이 짙어가면서 날씨는 따뜻하건만 차창밖의 산과 들은 록색이 보이지 않았고 개울에서는 봄날의 따스한 해빛에 녹은 눈과 얼음이 물로 되여 잘잘 흐를뿐이다. 듬성듬성 자리를 잡은 농가에서는 불빛이 가물가물 새여나오고 굴뚝에서 피여나는 연기는 하늘하늘 춤추며 여기저기로 흩어진채 사라진다.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고 있는 평화로운 산골의 풍경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

고향은 내가 나서 자란곳이기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정은 그무엇으로도 바꿀수 없고 끊을수 없다. 고향의 곳곳에 찍혀있는 나의 발자국 그리고 성장의 흔적들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한 곳이다. 지금의 고향모습은 어떨까 가슴이 설레인다.

고향이 가까워지면서 마음도 한결 설레이기 시작하였다. 멀리서 바라보니 산중턱까지 올망졸망 들어선 민가는 번창했던 고향의 옛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까이 할수록 고향에 대한 그리움으로 부풀어 있던 마음이 허전함과 허탈감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고향거리를 거닐면서 유심히 살펴보니 인적이 너무 드물었고 낯익은 얼굴은 하나도 안보였다. 난민촌을 방불케 하는 거리와 강한 산바람에 하늘을 날아예는 쓰레기 그리고 주인 사라진 빈집들마다 여기저기 뜯긴채 페허로 되여가고 있었다. 즐겁던 동년시절의 고향모습을 다시는 찾을수 없을 정도로 적막함과 황량함으로 가슴이 내려 앉았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강산이 두번이나 변할 세월이 더 흘렀으니 고향도 변할만도 하건만 이런 모습의 고향의 변화는 근본 바란바는 아니였고 상상이상의 충격일 뿐이다.

국영공장하나만을 믿고 살아가던 고향사람들은 기업의 도산과 함께 외국으로 타향으로 뿔뿔이 흩어져 버렸다. 쓸쓸하고 삭막한 고향의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새기며 나는 느슨한 비탈길을 따라 아버지의 산소를 찾아 떠났다. 세월과 함께 변한 산의 모습이라곤 다만 수없이 늘어난 묘뿐이다. 묘비에 쓰여있는 익숙한 이름들도 종종 보였는데 하늘과 땅에서 혼으로 우리들의 인연과 만남이 계속되고 있었다. 힘들게 아버지의 묘비를 찾아보니 우거진 마른 잡초에 꺼진 묘지는 오랜 시간 손길이 닿지않았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아버지, 묘에 누워계시는 분이 진짜 저의 아버지 맞으신가요? 수십년세월 홀로 어떻게 지내오셨습니까? 얼마나 고독하셨습니까? 저의들이 언제오나 많이  기다리셨죠. 비록 아버지는 우리를 위해서 해준것이 없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서 가장 보귀한 생명을 주셨잖아요. 못난 아들 늦게나마 아버지앞에서 속죄합니다.

미안합니다 아버지!

상을 차리고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술을 붓고 절을 올리고 나니 가슴이 후련해지면서 가슴깊이 숨어있던 아버지란 말이 입으로 튕겨나와 묘지주위를 맹돌았다. 순간 젊은 아버지가 땅을 뚫고 나타나 반백이 된 아들과 상봉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하면서 나는 오래도록 아버지의 묘앞에서 발을 떼지 못하였다.

머리를 돌려 고향의 모습을 내려다 보니 마음이 서서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고향이 없었다면 고향의 깊은 정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의 행복과 모든것이 있을수 없었을것이다. 고향은 나의 인생에서 영원히 잊을수 없는 마음의 안식처이고 힘의 활력소이고 그리움의 대상이다. 정이 넘치고 동포들로 떠들썩하던 그런 시대가 다시 올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세상 어디선가 새로운 삶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고향사람들이 언제라도 한자리에 모여 고향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때가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우리 선인과 위인들은 후세에 너무도 많은 효에 관한 정신적부를 남겨주었다. 맹자가 한 말“孝子之至,莫大乎尊亲”,“惟孝顺父母,可以解忧”의 뜻인즉 훌륭한 효자로 되려면 자신의 부모부터 존경해야 하고 부모님께 효도하면 걱정할 일이 없다는것이다. 왜냐하면 아버지는 하늘이고 어머니는 땅이거늘 하늘과 땅이 결합되여 만물을 생성하니 무슨 걱정할 필요가 있겠느냐이다. “百善孝为先”이라는 말도 바로 효로부터 선을 실천하라는 참뜻이 담겨있다. 

사람들은 흔히 바쁘다는 리유로 인간의 기본도리를 뒤로 한채 살아갈때가 많다. 자신의 친인들을 따뜻이 대하고 배려하는 기본자세가 갖추어지지 못한다면 일생의 유감이요 비극이 아닐수 없다. 친인들이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야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편안하고 행복할것이다. 친인들이 떠나고 나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조상을 감사한 마음으로 잘 모시고 부모님께 효를 실천하는것은 결국 자신에게 리롭다는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도 나의 곁에는 아직 어머니가 살아계셔 우리에게 효도의 기회를 주어서 너무도 감사하다. 아버지께 할수 없었던 효도를 어머니께 배로 해드리는것으로 그 서운함을 달래본다. 부모살아 생전에 자주 들려보고 전화문안이라도 종종 드리는 효도 역시 부모님을 즐겁게 해드리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어머니 부디부디 건강장수하세요. 아버지가 어머니께 해드리지 못한 몪까지 저의들이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아버지 인젠 편히 쉬세요. 어머니는 저의들이 책임지겠습니다.

아버지,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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