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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에 담긴 민족의 정서
2015년 05월 08일 11시 12분  조회:1996  추천:0  작성자: 바위
아침이다. 출근하느라면 바쁜 아침이지만 나는 매일매일 아침밥은 챙겨서 에우군 한다. 오늘도 랭장고에 있는 시래기 한덩어리와 호박 한쪼각, 돼지고기 몇점,그리고 파와 두부를 넣고 된장국을 보글보글 끓여 아침상을 차렸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도 않는 된장국에 밥 한공기를 뚝딱 말아먹고나니 출근길이 이처럼 개운할수가 없다.

우리민족은 수천년세월속에서 발효식품으로 몸을 다져왔다. 그 가운데서도 된장은 헌신적인 정신으로 우리민족을 지켜주었고 끊임없이 영양소를 제공하여 주었다. 된장은 콩을 삶아 메주를 만들어 띄울 때 생성된 미생물 등의 효소작용으로 혈전용해효과와 항암효과가 뛰여난 고단백 발효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된장의 가장 큰 효능은 바로 항암효과라니 가이 놀랄만도 하다. 또한 피를 맑게 도와주고 혈액순환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고혈압 예방, 노화 방지, 치매 방지, 골다공증 예방 등 다양한 효과가 있어 현대인이 일상에서도 섭취할 수 있는 보약이라고 하니 우리는 그저 조상의 지혜에 감탄할 뿐이다.

우리민족은 다혈질체질이여서 성격이 급하다. 식사시에도 료리를 가공할 사이도 없이 그대로 가져다 장에 뚝 찍으면 밥반찬이요, 술안주가 된다.  된장을 리용한 다양한 음식들은 우리 민족의 매끼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주요 메뉴이다. 된장찌개는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반찬 역할을 수행하며 한끼 식사를 거뜬히 해결할수 있다. 된장을 찍어 각가지 식재료로 쌈 싸먹으면 그것보다 산해진미일수가 없다. 고칼로리에 현대병에 몸살하는 오늘, 옛식 된장 쌈은 인젠 우리민족의 건강을 지켜주는 건강식으로 탈바꿈하였다.

상다리 부러지게 차려진 술상에서도 눈을 지프리며 뭔가 모자란듯 저가락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대개 느끼함보다 개운하고 시원한 료리를 많이 찾는다. 술잔이 여러바퀴 돌고나서 각가지 야채들을 큼직한 접시에 담아 올리고 나면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듯 서로 집어주느라 야단들이다. 된장에 찍어 입에 놓으면 입안은 온통 명절분위기이다. 이쯤이면 자연의 색상 그대로 살아 숨쉬는 각가지 야채는 산해진미를 물리치고 당당히 인기료리로 올라선다.

우리민족문화의 한구성원으로 자리를 굳힌 된장은 인젠 우리민족 음식문화의 대표로 되여 다양한 메뉴로 변신하고 있다. 된장을 리용하여 고추, 깻잎, 풋마늘 등 채소를 된장에 뭍혀 숙성시키면 장기간 밑반찬으로 이용하는 장아찌가 되고 또 쌈에 곁들이는 소스역할도 충실히 리행한다.

고전적 형태에서 벗어나 염분을 줄이고 자연 발효의 기능성을 강화한 된장과 편의식 수요증가에 발맞춘 다양한 가공제품들이 육속 개발되고 있으며 의약품과 화장품 등의 소재로도 활용되면서 세인들의 각광을 받고 있다. 아무리 우리민족의 전통음식이지만 된장은 이렇게 기타 음식들을 배척하지 않고 배려하고 조화를 이루면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된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은 맛을 내고 다른 식품과 어울려져 다양한 식재료로도 쓰이지만 다른 맛과 섞어도 제 맛을 내는 단심, 오랫동안 상하지 않는 항심. 기름진 냄새를 제거하는 불심,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선심, 어떤 음식과도 조화가 되는 화심 등으로 우리민족의 삶의 정서와 민족적 성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메주를 쑤는날이면 온 집안이 아침 일찍부터 난리다. 식구 모두가 자기의 분담역할을 완수하느라 바쁘다. 잘 익은 콩은 이입저입에서 구수한 냄새를 풍기고 짓뭉개진 콩은 재치있는 사람들의 손에서 곱게 메주로 빚어진다. 어머니가 메주를 곱게 빚지 않으면 메주같은 자식을 본다고 하자 만지고 두드리며 곱게 만드느라 경쟁이다. 모두들 제가 빚은 메주가 곱다고 야단들이지만 세상에 고운 메주가 어디에 있냐 싶게 사람들은 한결같이 못난 사람은 메주처럼 생겼다고 한다. 그래도 메주는 그 토록 천대를 받으면서도 우리를 떠나지 않고 소리없이 된장으로 진화하면서 자신의 사명을 다 하면서 우리를 지켜주고 떠나지 않는다.

시간을 알리기나 하는듯 때가 되면 집집이 밥짓는 연기가 굴뚝에서 가물가물 피여나고 부엌가마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뿜어나온다. 향긋한 밥냄새와 된장의 구수한 냄새는 서로 합주를 하듯이 온 집안을 감돌며 행복을 가득 심어준다. 비록 화려하지 않지만 허기진 사람들에게는 산해진미가 되여 밥상우에 당당히 오른다. 수백년 세월이 흘렀어도 한결같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것도 바로 이때문에 아닐까 싶다.

어릴때 밖에서 실컷 뛰놀다가 집에 들어서서 배고프다고 졸라대는 우리에게 어머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을 차려준다. 거의 끼마다 상에 오르는 된장국이지만 사람을 유혹하는 구수한 그 냄새는 질릴때가 없이 주린 배를 언제나 통통 채워주군 하였다. 툭 튀여나온 배를 두드리며 밥상에서 물러서는 자식들을 보면서 어머니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날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타향생활에 적응하고 타향음식에 길들여가지만 고향의 된장국맛만은 영원히 잊지 못하고 구석어디라도 그 맛을 찾아 다닐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한류와 함께 한식이 웰빙식품이라는것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한식의 세계화가 가속화 되고 된장국도 인젠 어디서나 쉽게 접할수 있는 글로벌 음식으로 되였다. 그래도 고향의 정이 묻어나는 어머니의 된장국은 언제나 그 무엇으로도 바꿀수 없는 소중한 추억의 대상이 되여 그리워 진다. 기름기 찰찰 도는 이밥에 보글보글 끓는 장국 거기에 깍뚜기김치나 배추김치를 곁들이면 신선밥상이 부럽지 않은 금상첨화가 아니였던가.

된장은 귀와 천, 부와 궁의 구별이 없이 언제나 소박하고 무던하고 친절하고 존경스럽다. 여름에 채소와 곁들여 먹으면 해갈이 되고 가을에 산나물과 곁들여 먹으면 자연의 기를 그대로 옮겨받고 겨울에는 화로불에 부글부글 된장국을 끓이면 온집안에 구수한 된장냄새에 어머니의 사랑이 넘쳐난다. 봄엔 새록새록 금방 돋아난 산나물과 곁들어 먹으면 춘곤을 물리치고 잃어가던 밥맛이 돌아와 원기를 살려준다.

된장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 민족에게는 된장관련 속담들도 많이 나타났다. “장맛이 변하면 집안이 망한다”, “장맛보고 딸 준다”, “된장과 사람은 묵은것이 좋다” 등 집안의 가풍과 관계있는 중요한 요소로까지 생각한다. 옛날에는 어느집 된장이 맛있으면 안주인의 자랑이요 남편의 자랑이였다.

된장은 우리 식문화의 뿌리이며 우리 민족의 정서와 지혜 그리고 삶의 자세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건강식품이고 효자음식이다. 소박하면서 세월의 뜸을 들여 정성이 듬뿍 담긴 콩에서 된장까지의 변신은 선조의 지혜가 있어서 가능하였고 앞으로 어떻게 진화하는가 하는것은 당연히 현대인 우리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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