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넋이 살아 숨쉬는 백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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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눈과 함께 하는 삶의 여유
2016년 12월 27일 08시 33분  조회:1995  추천:0  작성자: 바위
하얀눈이 소리없이 내린다. 눈이 어느새 땅우에 많이도 쌓였다. 뿌연 하늘에선 소리없이 눈송이가 날려와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는다.

앙상한 나무가지마다 그래도 눈송이를 붙잡고 고독을 달래느라 바쁘다. 시간이 얼마쯤 흘렀을까 대지는 어느새 새하얀 눈으로 뒤덮힌채 조용하다. 하얗다 못해 눈을 부시게 황홀하다.

은색세계의 매력에 홀려 나는 저도 모르게 옷을 걸치고 눈송이를 맞으며 길에 나섰다. 하얀세계에 우두커니서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니 어쩐지 초라해보인다.

터벅터벅 거리를 거닐며 길가의 오가는 사람들과 네온아래 반짝이는 광고판들을 유심히 새겨보며 걸음을 옮긴다. 우리 말로 주고 받는 소리가 들리면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하고 우리글로 된 간판에 시선을 고정하고 간판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한다. 3천리 강산을 옮겨놓은듯한 거리 간판들은 고향을 그리는 우리민족의 사향의 정이 그대로 담겨있다.

언제부터 지어지고 불리여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선족 하면 백의동포라고 사람들은 일컷는다. 깨끗한 하얀 옷을 즐겨입고 례를 갖춘 민족이라는 의미여서 자부심을 갖게도 한다. 민족의 성산 백두산도 하얀 백설도 뒤덮힌채 민족의 슬기와 용맹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춘향이 옥중에서 랑군을 기다리며 흰색 치마저고리를 입고 절개를 지키던 전설, 심청도 아버지 눈을 뜨게 하려고 흰색옷을 곱게 입고 깨끗한 심신으로 바다에 뛰여들던 전설은 모두가 백의민족만이 할수 있는 효와 선 그리고 절개의 실천일것이다.

나는 하얗다 못해 투명할 정도로 하얀색이 좋다. 시뚝해서 좋고 순결함과 고귀함이 넘쳐서 좋고 허무하지 않아서 좋다. 생명의 전부를 의미하기에 너무도 좋다. 그래서 나는 집도 하얀색으로 꾸몄다. 벽은 말할것도 없고 하얀 침대와 책장 그리고 걸상 책상 그릇 모든것이 하얀색으로 되여 빛과 어울려 황홀경을 연출한다. 신는 양말, 입는 내의도, 적삼도 모두 하얀색이니 참 하얀색은 나와 인연이 깊은가 보다.

매서운 겨울도 새하얀 눈송이 포근한 이불이 되여 얼어드는 육체와 령혼을 감싸주어 감사하다. 삶의 모든것이 고운 눈꽃이 되고 투명한 얼움이 되여 이변을 연출하니 인생이 즐겁고 행복하다.

행복이 이렇게 쉽게 이루어지고 언제나 곁에 있는지 왜 몰랐을까. 행복은 언제나 남들 일이고 고민은 언제나 자신을 괴롭힌다고 생각했던 지난날들이 허무하게만 느껴진다.

여유와 오만함으로 공간을 꽉 채운채 날려오는 눈송이 그리고 눈송이와의 숨박꼭질에 신난 바람은 어쩌면 한쌍의 련인마냥 정답고 행복해 보일까. 함박눈은 기이하고 아름다운 화폭이 되여 황홀함과 무한한 상상에 우리를 빠져들게 한다.

행복이라는 산은 원체 정상이 없다. 그러나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 산 정상에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가뿐숨을 몰아쉬며 일생을 등산에 맡기고 오르고 오르지만 나중에야 그들은 영원히 오를수 없고 볼수 없는것이라는것을 발견하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굳이 지정된 목표를 향해 가는것이 아니라 가다가 쉬면서 주변의 극치에 빠지기도 하고 네온의 오색에 빠지기도 하면서 세소한 자유로움에 마음의 창문을 열고 세상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바치 함박눈과 바람사이의 숨박꼭질처럼 여유롭고 신나게.

어떤 사람들은 행복해보이지만 고민의 세월에서 허덕이고 어떤 사람들은 힘든 세월을 사는것 같지만 행복해보이는 도리는 과연 왜서일까. 두리뭉실하게 사는 사람은 쉽게 행복할수 있고 모나게 사는 사람은 쉽게 힘들어진다. 왜냐하면 모난 사람은 너무도 진실하고 완벽한 결과를 바라기 때문에 생활에서 고민투성일수밖에 없다. 반면에 두리뭉실한 사람은 따지는것이 적고 삶과 사고방식이 단순하여 되려 인생의 높은 경지를 차지할수 있다.

때문에 어찌보면 인생의 고민은 인간이 스스로 만드는것으로서 고민이 우리를 떠나지 않는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고민과 번뇌를 떨치지 못하는데 있다.

눈의 세계에 빠져드니 눈의 사심없는 기여가 고맙기만 하다. 이슬로 녹아 물로 녹아 자연과 사회를 생명을 다한다. 창가에 비낀 눈꽃은  화려하지 않지만 정갈하다. 홀로 마지막순간까지 고요함을 지키며 애틋함에 집착한다. 추엽처럼 애절함에 락하하지 않고 어느순간 다가올 변신만을 조용히 기다린다. 

사람마다 행복을 찾아 힘든 길을 걸어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남의 행복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남들도 그대의 행복을 미친듯이 부러워하고 있다는것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기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모두가 행복하다. 다만 자신의 행복을 뒤돌아보지 못했고 늘 남들의 눈에만 보이기 때문이다. 이 순간부터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나보면 어떨까. 보석보다 황홀한 순간들이 기다릴지 누가 알랴.

세상만물이 겸허하게 마무리하는 계절, 하얀 눈과 함께 하는 여유가 있어 인생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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