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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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외로운 불빛 (장정일57)
2007년 12월 04일 19시 56분  조회:3093  추천:67  작성자: 장정일

거리의 외로운 불빛

장정일


    뿌리조각이라는게 있다. 예술작품이나 공예품으로 만날수 있다. 개인적인 흥취로 나무뿌리를 수집해 기상천외한 조각품으로 만들어 즐기는이들도 더러 있다. 인적이 드문 산으로 가야 제멋대로 자란 다양한 모습의 뿌리를 만난다. 허다한 나무들이 적막 산중 돌틈에 뿌리를 박고서도 너무나 잘사는게 신기하다. 경사진 곳, 가파른 곳, 험한 바위틈에 박힌 뿌리들일수록 뿌리조각으로서의 가치가 있다. 그만큼 자유롭게 어렵게 자라서 기괴하게 자랐을게다. 그 기괴한 아름다움은 사람으로 하여금 그 어떤 철학적사고를 하게 만든다.

    산속의 고독을 감내하며 힘겹게 자랐다는것, 그 구불구불한 모습은 일종 모지름의 흔적이라는것, 그 모지름이 그대로 각자 특유의 아름다움으로 고착되였다는것, 뿌리와 뿌리조각의 이런 사연은 한결같이 우리의 인생살이를 닮았다. 풍요로움을 지향하는 인생도 외로움을 동반하며  모지름을 동반한다. 

    연길 중심가에 보란듯이 일어선 칼마라는 대형백화점이 있다. 소문에 이 백화점은 한 다리장애자가 남들이 기피하던 신깁기를 하여 모은 돈을 그 후대가 이어받아 일떠세운것이라 한다. 그 신수리방주인이라면 나도 본 기억이 있다. 어두컴컴한 북향쪽 단층신수리방에 때자국이 가득한 옷을 입고앉아 신수리를 하던 그 주인장이 쇼핑센터의 꿈을 꾸었었는지는 알바가 없다. 분명한것은 바로 그의 하루하루의 적막한 구두깁기로동에 뿌리박고서 오늘의 현대적백화점 칼마가 성공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사실이다.      

    신수리방주인의 삶은 고독을 감내하는 끈질긴 의력으로 특징적이다. 조금 있다고 으시대지 않는다. 잠시 없다고 울지 않는다. 일이 어지럽다고 탓하거나 지루하다고 맥을 버리지 않는다. 일년 삼백륙십오일 신수리라는 작은 일이라도 하찮게 여기지 않고 최선을 다하면서 적막을 견뎌내는이에게는 외로움을 향수할줄 아는 철학이 있다. 이 철학은 암벽도 뚫어내는 무서운 힘을 지니고있다.  괴테가 말하다싶이 <<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인물은 본인이 믿고있는것보다 훨씬 큰 인물이다. >> 결과적으로 그 키작은 신수리아저씨 역시 큰 인물이다. 기실 작은 인물, 큰 인물이 따로 없다. 사람은 다 같은 사람이되 요는 곁눈을 팔지 않는 외로움의 철학을 가졌느냐이다.

    찬바람이 부는 이 초겨울밤에도 거리에는 외로운 전등불이 있다. 밤을 지키는 과일장사군들 밀차와 과일구멍가게가 밝히는 전등불이다. 그 장사군들은 100%가 한족형제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가를 받았는지 여부는 알수 없지만 밤이면 밤마다 이 거리 저 거리 모퉁이들에 느닷없이 나타나는 포장마차(간이음식점) 주인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외롭지만 무서운 힘을 가진 거리의 천사들이다. 적막속에 혹여 손님이 과일을 사줄가 참을성있게 기다리는 그들중에 미래의 새 칼마주인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언제가면 우리들속에서도 고독을 감내하는 거리의 천사들이 속속 나타날가?

    거리의 외로운 전등불! 거리의 천사들 모습을 본받아야 한다. 형제민족의 우수한 점을 배우는건 수치가 아니라 영광이다. 그 배움은 언제라도 늦지 않다. 우리에게도 연길백두산실업회사처럼 외로운 노력끝에 자산이 억원대를 넘어선 민영기업이 있다. 당지에서 자금축적을 했거나 외롭게 로무자로 외국에 나가 번 돈으로 고향에 돌아와 경영을 하는 경영인들도 늘고있다. 요즘 신문기사를 읽어보니 조양천에는 실패를 밥먹듯 하면서도 고독에 머리숙이지 않고 복사타자부를 앉히고 운명에 도전하는 우리 민족 장애인부부도 있다. 한적한 야산에서 자라는 나무뿌리들, 밤거리의 외로운 전등불과 동무하는 과일장사군들, 그들 외로움의 철학과 더불어 래일이 더욱 밝아지기를 기대한다.
                                                                      
( 칼럼 / 연변일보  2002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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