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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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의 철학관
2013년 11월 12일 14시 20분  조회:950  추천:1  작성자: memory
술의 철학관 

정호원


술 마시는 자는 반드시 주덕(酒德)에 주의해야 한다. 이는 일찍 "상서"와 "시경"에서 출현했다. 강주정도 금물이거니와 곤드레만드레 역시 취할바 아니렸다.

중국 고대에 술은 신성한 물질로 여겨졌으며 술의 사용은 장엄한 일로, 선조의 제례행사나 귀빈접대 외에 마음대로 쓸수 없었다. 이는 중국 원고시대 주사(酒事)의 습속과 풍격을 점차 형성하게 했다. 술 제조업의 보편적인 흥기와 함께 술은 점차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널리 가담했고 주사행사도 광범해졌다. 술은 인간생활의 한부분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나는 20대엔 술고래처럼 억수로 마셨다. 아니 웬만한 주정뱅이를 찜쪄 먹는 호주가악습에 물젖어 있었다. 행악질에 드잡이에 이골이 튼 상습건달풍기가 풍기는 "악동"이였다. 내가 소나기술을 마실 때 술을 입에 대지도 못하던 사람들이 인젠 제법 점잖은 량반음주를 선보인다. 초년에 벼락술을 마신 자는 만년에 도태되고 대신 늦은 가마가 천천히 끓는 격으로 그들이 되려 장훈을 치며 점진법을 보인다. 이것이 음주생리이자 주량비결인가싶다. 하여 각국의 음주생태를 무척 궁금해했다.

동양권에서 쉽게 안겨오는것이 한국인들의 음주법이다. 술의 자존심과 오기 그리고 음지에 숨어있는 인간의 리비도까지 발굴한 정체를 굳이 반복하지 않으련다. 폭탄주 하면 우선 한국을 떠올리니 말이다.

일본인들도 한국인처럼 술을 좋아하고 연회를 자주 가지는 편이다. 무사도정신이 음주에도 가끔 비끼나보다. 그들만의 전매권을 행사해오는 더치페이 즉 비용을 각자 부담하는 일이다. 일명 각추렴, 와리깡(わりかん), AA식이라고도 한다...

린색성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타산적이고 실용적인 일본인의 계산법에 비해 중국에서는 술을 식사할 때 반주형식으로 곁들이며 손님 접대의 1호 메뉴로 등장시키는 관례를 보존하고있다. 주로 즐겨 마시는 술은 맥주이며 취할 때까지 마시는 경우는 극히 희소하다. 주선(酒仙)처럼 술의 순위를 따지고 료리를 풍성하게 만드는 음주법이 바로 중국인의 고로한 초대방식이자 자체의 음주연혁사이렸다.

그런가 하면 서양에서의 미국의 음주문화는 함께 어울려 술을 마시더라도 서로 잔을 권하거나 2차를 가는 일은 거의 없으며 비틀거릴 정도로 취하게 마시지도 않는다. 단지 자기가 마시고싶은 수량의 술을 마시고 특정인이 사겠다고 말하지 않는한 술값은 각자 자신의것만큼 지불한다. 영국은 지역별로 선호하는 주종도 다르고 음주량과 음주문제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1982년 웨일즈에서는 일요일에 술을 팔지 못하게 했으며 1976년 스코틀랜드의 술집들은 잉글랜드와 웨일즈보다 일찍 문을 닫았다. 그런 차단으로 음호(飮豪)들을 통제했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술은 위스키이며 북아일랜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술을 덜 마시는 축에 속한다.

독일인은 술을 마실 때 술잔을 돌리는 법도 없으며 타인에게 술을 따라주고 권하는 경우도 거의 드물다. 또한 술 한잔을 안주도 없이 30여분 넘게 홀짝홀짝 마셔 술을 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로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서 마시는 경우도 흔하다. 고추장 맛보기처럼 말이다.

우리 집에는 아버지와 동생 나 셋이서 한상에서 술을 마실 때가 두간했다. 내가 먼저 아버지에게 술을 따라 올리면 아버지께서 비운 잔에 술을 부어 나와 동생에게 차례로 돌렸다. 그런 혹독하면서도 진지한 부자간의 음주풍경이 주정뱅이 나를 구출했다. 내가 아버지 면전에서 술을 배우면서 날탕치던 문란을 극복하던 수련같다. 억병의 고질에서 사임하도록 묵계적인 훈도를 주신 부친님이시기에 더 그립다. 그런 음주교육이 동반해야 바른 기풍이 형성될수 있음을 절감했다.

알고보니 고대 음주례의는 4개 절차가 있다. 바로 절, 추도, 맛보기, 마시기 등이다. 그 뜻인즉 절을 올려 경의를 표시한 다음 술을 땅에 뿌려 자신을 낳아기른 대지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 따라서 술맛을 천천히 보면서 주인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나중에 잔을 올려 마음껏 마신다. 어른을 섬기고 선배를 존중하던 미덕을 알것 같다. 중국은 56개 민족중 회족이 보통 술을 마시지 않는 외 기타 민족은 모두 음주력사를 갖고있으며 민족마다 자기만의 독특한 음주풍속을 전해온다.

아무리 고상하고 전통적이라고 해서 음주가 무조건 좋다는건 아니다. 그런가 하면 술이 몸에 좋다는 과학성의 또 다른 이중성을 결코 간과할수 없다는 지적이다. 즉 술의 량면성을 고려하지 않을수 없다.

술 자체는 약으로 쓰인다. 건강의 키워드로 활용함을 알겠다. 의학에서 의(醫)라는 말 밑 부분에 있는 유(酉)가 술을 의미한다. 즉 술이 병을 치료하는 주요 수단이라는 말이다. "동의보감"에서 술은 성질이 매우 뜨겁고 모든 경락을 운행시키며 약 기운을 운행시키고 온갖 나쁘고 독한 기운을 없애며 혈맥을 통하게 하고 위장을 두텁게 하며 피부를 윤기있게 하고 우울함을 없애며 흉금을 털어놓고 마음껏 이야기하게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술은 옛날부터 귀한 약으로 사용돼 왔음을 알수 있다. 그런데 모든것은 과하면 독이 되는 법이다. 바다물이 얼 정도로 추워도 술은 얼지 않을 정도로 그 내한성이 매우 뜨겁고 독 또한 많기때문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술을 취토록 마시면 독기가 심장을 공격하고 위장을 뚫어 옆구리가 썩고 정신이 혼미하고 착란되며 시력이 희미해져 생명의 근본을 잃게 된다고 기술했다.

술을 놓고 철학을 풀었고 그에게 세계관을 주입시켰다. 이제 술도 생명유기체처럼 작동할지 모른다. 살아있는 모든것은 우주의 조화를 면치 못하고 아울러 신비성을 지닌다. 술도 자체의 마력과 함께 인간의 고용을 덧입었다. 차의 덕이 맑고 고요함이라면 술은 독하고 흥하는 멋이 있다. 이 량자의 긴밀한 결합으로 수용자와 호흡을 같이 한다.

아직도 상정(觴政)이 흥행한다. 술자리에서 흥을 돋우기 위하여 정하는 규칙치고는 꽤 얄밉다. 일단 받은 술을 다 마시지 못하고 남길 때 벌주로 한잔 더 마시는 따위의 약속이니 당연히 세속의 질책을 면치 못한다. 첫잔은 사람이 술을 마시고 두번째 잔은 술이 술을 마시고 셋째 잔은 술이 사람을 마신다 하지 않는가! 그러니 유연하면서도 잠재력이 있는 차의 다례에서 본을 받아 기품을 갖춰야 한다. 그런 출발로 술을 물과 독과 약의 4위일체를 습득하고 제창하면서 점차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본다. 파티주안상의 신선로가 식기전에 또 한잔 감미로운 축배를 들자. 술의 철학관에 취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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