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방송 시작한 중국동포 여성(서울=연합뉴스) 양태삼 기자 =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들려줘 중국이나 이주여성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았으면 합니다."
조선족 동포인 이주여성 윤영(39) 씨는 1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마포공동체라디오에서 방송하는 '오후의 우롱차'에 출연한 성과에 대해 "방송 참여하면서 내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을 더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출신의 이주 여성 9명이 방송 제작에 참여하는 '오후의 우롱차'는 지난달 24일 첫 방송을 탔고 오는 22일 세번째 방송이 나갈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과 중국의 서로 다른 문화를 놓고 이주 여성들이 수다로 풀어보는 '유암과 윤영의 차 한잔' 코너와 중국인에게 필요한 한국 정보를 모은 '니쭈다오마'(그거 알아요?), 한국 유행가로 한국어를 배우는 '유행가 한 소절' 등 3개 코너로 구성됐다.
"중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생각이 너무 편협해요. 중국 출신 여성은 돈 벌러 온 사람들이고, 연변은 가난한 곳이다는 식으로요. 연변은 중국의 작은 도시 가운데 한 곳이니 한국의 수도인 서울과 비교하면 당연히 뒤처지죠. 비교하려면 베이징이나 상하이와 비교해야죠."
연변 출신인 윤 씨는 상하이에서 일하다 그곳에 사업상 머물던 남편을 만나 결혼해 지난 5월 한국에 왔다. 그는 "중국에 가서 살 수도 있고 여러 가능성이 있어 아직 (한국에) 귀화할 생각이 없다"며 "어디에 살든 평범하게 살고 있으니 (귀화하지 않아도) 괜찮다"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해 보니, 하고 싶은 말도 할 수 있어 재미있고 새 친구도 사귈 수 있고 해서 좋다"면서 "아직 이주여성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이 많다는 것을 은연중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과 같이 사느냐'는 관공서 직원의 물음에 무심코 `그렇다'고 대답하고 나서 집에 돌아와 위장결혼을 의심받았다는 생각이 들어 몹시 불쾌했다고 한다.
"두 나라 모두 보통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똑같아요. 한국만 잘 사는 것은 아니거든요. 한국 사람들이 한국의 좋은 모습과 중국의 나쁜 모습을 비교하곤 하는데 그건 불공평하죠. 두 나라 사람 모두는 기본적으로 열심히, 충실히 살며 가정과 직장에 성실하거든요."
윤 씨는 "이번 방송이 서로 편하게 교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자꾸 방송을 하다 보니 좀 더 책임감을 느끼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은 워낙 나라가 크고, 인구도 다양해 말과 음식이 지역마다 다를 정도다"며 "그런 면에서 중국은 다양화한 사회,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사람들도 그같은 태도가 몸에 배었다"고 덧붙였다.
이아람 마포공동체라디오 교육팀장은 "마포구 연남동에 화교들이 많이 거주해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고 방송 초기라 섣불리 성과를 평가하기 이르다"면서 "앞으로 출연자와 방송 횟수를 더 늘리는 한편 러시아나 일본 출신 이주 여성의 코너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마포구 전역과 서대문구 일부 지역에서 마포 FM(100.7MHz)을 통해 매주 토요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방송된다.
<스튜디오에서 동료들과 함께 선 윤 씨(앞줄 우에서 두번째). 마포공동체라디오 제공>
tsy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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