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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상한 그림자 박문희 | 2020-01-28

    수상한 그림자 해 등지고 걷는 임 앞에는 그림자가 항상 딱 붙어다녔다. 그러던 그림자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졌다.   저 먼발치에서 어여쁜 여우 한 마리 엉덩이를 심하게 흔들며 꼬랭이를 깃발처럼 나부끼며 섹...

  • 나물 뜯는 수염족—산나물 축제(2) 박문희 | 2020-01-28

    나물 뜯는 수염족—산나물 축제(2) 하얀 구름 위에 덩실 올라앉은 깊은 골짜기 낭떠러지에서 폭포수 오연히 나래 친다. 수염족들 고사리 훔친다.   맑은 공기에 뼈를 헹궈서 다시 짜 맞추고 고기도 말끔히...

  • 기역자들의 카니발—산나물 축제(1) 박문희 | 2020-01-28

    기역자들의 카니발—산나물 축제(1) 하얀 볕으로 갈아 놓은 파란 동산 참취 고사리 랄랄라 사교댄스 춘다. 기역자 바람 베며 알은 체하자 닥시싹 휘파람 불며 반색을 한다.   기인 세월 기다렸소. 어서 날...

  • 천년의 위기 박문희 | 2020-01-24

    천년의 위기 천년을 내처 걷던 강물이 걷지를 아니하다. 의족을 만들어 신겨 주었지만 이제 걸으면 죽는다고 딱 버티다.   천년 잠잔 바위 여전히 깨지를 아니하다. 물로 잠그고 불로 지졌건만 꿀꿈 세월 좀 좋...

  • 거미줄 박문희 | 2020-01-24

    거미줄 여래불 손아귀 닮은 너그러운 거미줄 안드로메다대성운 그리고 각성과 리겔 그리고 시리우스성과 카노푸스성 그리고 아트크라스성과 알데바란성 그리고 베텔게우스성과 안타레스성 이 여석들을 아무런 예고도...

  • 가 을 박문희 | 2020-01-24

    가  을 실버들 눈 무한한 교태로 무고한 자 넋을 훔치던 하늘 새파랗게 높아 간다. 소슬바람 황금의 어깨 지나 등허리로 기어 내린다. 잔솔밭 뜨거운 골짜기 슬슬 누빈다. 이제 개울가 빨갛게 널린 조약돌이 갈...

  • 목필균의 시 륙도하 | 2020-01-24

    얼굴     목필균   아들과 똑 닮은 여섯 살 손녀가 허리 잘록한 백설공주를 그린다   아버지를 닮은 나와 나를 닮은 아들 아들을 닮은 손녀의 이음줄   쳐진 눈썹, 하얀 피부 외유내강의 ...

  • 복효근의 시 륙도하 | 2020-01-24

    무심풍경 복효근   겨울 감나무 가지가지에 참새가 떼로 몰려와 한 마리 한 마리가 잎이 되었네요 참, 새, 잎이네요 잎도 없이 서 있는 감나무가 안쓰러워 새들은 이 가지 저 가지 옮겨 앉으며 작은 발의 온기...

  • 화초 공화국 박문희 | 2020-01-20

    화초 공화국 개불알꽃 복사꽃이 바이올린, 얼후 켜느라 난리다. 빨간 세르비아 노란 루드베키아 까맣게 짝짜꿍 치며 돌아간다. 나팔꽃 해바라기 칭칭 감고 기어올라가 온 세상 떠나가게 소리를 뽑아낸다.   해바...

  • 방구 약전 박문희 | 2020-01-20

    방구 약전 이끼 돋은 구름 가에 남성 중절모자 한 무리와 여성 중절모자 한 무리가 방구를 뿡뿡 뀌며 질주하고 있다.   활화산 아구리에 독즙 살모사가 물부리로 뻑뻑 빨아댄다.   말발굽 터에서 노랗게 웃...

  • 초미니 장막극 박문희 | 2020-01-20

    제2부 꿈지럭 꿈지럭 확대경 속으로  초미니 장막극 지렁이 두 마리 나란히 기어간다. 꿈지럭 꿈지럭 확대경속으로 들어간다. 알락달락한 늘메기 한 쌍이 기어나온다.   밤 장막이 드리운다. 레이저 입체...

  • 평화 시절 박문희 | 2020-01-20

    평화 시절   꿩 부부 사는 야산 진대밭골 큰불 구중천 물들이며 부글부글 끓어번질 때 장끼는 침 한 방울로 큰불 얼구어 하늘에 발라 놓았다.   백년 후 화로에서 얼음이 싸늘한 숯불로 식어 가고 암벌들...

  • 청 명 박문희 | 2020-01-20

    청 명   고요가 깃든 영전(靈前) 아부제 엄마 내 왔소. 교감의 전류 찡 찡   잔잔한 실바람 이마의 여린 풀 쓰다듬어 준다. 잔풍(潺風) 찰랑임에 깨달음이 와 정수리 열어 하늘 쳐다본다.   흰...

  • 21세기의 “리시진” 김수철 전(련재 1) 오기활 | 2020-01-16

    21세기의 “리시진” 김수철 전(련재) 오기활 저 인생은 한권의 책입니다. 당신의 이름이 책제목입니다. 당신의 가슴이 먹이고 당신의 걸음이 종이며 당신의 발이 연필이고 당신의 하루가 페지입니다. 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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