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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래일 산소에 갖고갈 솜들을 헤치고 보니 우리 먹으려고 산 썅수리(香水梨)배가 손에 쥐여졌다. 멀리에서도 향기가 확 안겨오는데다 몽글몽글하게 잘도 익어서 먹기 참 좋았다. 맛나게 먹노라니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께서 제일 좋아 하셨던 과일이니까 학교갔다 돌아와 문을 떼고 들어서면 웃방에서 배 향기가 확 안겨왔던 그날이 어제 같다.
아버지는 말수적은 분이시다. 다섯딸중 막내딸로서 수줍음이 많았던 나는 온 집안 안에 남자 한명뿐인 아버지가 왠지 동네 아버지처럼,계부처럼, 꺼림직한 남자처럼 느껴왔다. 그래서 아버지와 상대하기 싫었고 말건네기가 죽기처럼 싫었다. 나더러 아버지께 진지드시라고 하면 <<아버지>>라는 그말이 어쩜 그렇게도 입밖에 내기 싫었던지 그래서 가까히 다가가서 겨우<<진지 드세요>>할뿐이다. 게다가 줄줄이 딸들만 낳고 마지막 나에게는 남자이름까지 지어주어 학교 반급에 같은 이름의 남자 아이 때문에 출석 때마다 함께 <<옜>>하고 일어나 폭소많았던 이름이였고 어른들도 남자이름이라며 놀려주어 어렸던 그 시절엔 바위같은 부담덩어리 였었다. 그러하셨던 아버지께서 나보다 외손군을 더 이뻐하면서 옳고그름없이 무작정 나만 책망하셔서 내 마음을 더욱 토라지게 했었다. 이딸을 어리석게만 생각하시던 아버지께서 어느날 내가 학교에서 공부성적 순위가 앞자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얼굴에 웃음을 담은채 <<1등 했다면서?>>하는것이였다. 그래도 나는 반갑지 않았다. 자꾸 상대하기싫은 남자 같았으니까..
그렇게 아버지를 리해못한 날들이 20년을 흘려서야 차츰 아버지에게 다가서게 되였다. 내가 시집간후 아버지는 홀로 계셨는데 어느날 나의 단위에서 빨리 출근하라는 통지를 받고 아버지께서 직접 타현인 화룡현서성까지 찾아 오셨다. 급하신 아버지께서 다른때 같으면 빨리 가자고 재촉 했을테데 웬 일인지 그날따라 점심 자시고 가시겠다고 하셨다 첫걸음인 아버지신지라 나도 햇밥을 드리고 싶어 분주히 돌아쳤다. 내 집에서 식사하시겠다는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맙고 기뻤던지 그런 아버지를 따라나선 내 마음은 전에 없이 짜릿하기만 했
다.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일줄이야...
직장에 들어간후 아버지께서는 내가 빵을 즐기는 줄 아시고 저녁이면 꼭꼭 빵을 사다가 밥우에 올려 놓군 했다. 퇴근하고 돌아 오면 모록모록 안겨오는 빵 냄새에 아버지의 마음이 다가옴을 가슴으로 느꼈다. 밥을 지어놓고 기다리시는 아버지 .몇년전에 돌아 가신 엄마를 대신해 이미 출가한 딸이건만 뒤 바라지를 꼬박꼬박 챙겨주시느라 많이 고생하셨던 아버지시다. 돌아가시기전 투병중에 있던 아버지께서 어느날 변비로 뒤를 보지못해 나에게 짜증을 내시며 고통스러워하시곤 이틑날엔 그 짜증 때문에 못내 후회하시군 했다.
그래서인지 엄마보다 아버지가 자꾸 보고 싶다. 나중에 정든 아버지지만 그정이 오래오래 남아 있어 문득문득 자꾸 그리워진다.
못난자식의 애교를 한번도 받아 보지 못하시고 한생을 외롭게 보내시다 가신 아버지 ! 나에게 죄송함만 가득 남기고 가신 아버지시다.
래일은 추석, 출국 때문에 오래동안 다녀갈수 없을것같아 꼭 가야할 마음을 주체할수없고 또한 이 기회에 하늘나라에서 우리를 지켜달라고 빌고 싶었다. 사과며 낙지며 많이 샀건만 아버지께서 하나도 즐기시지 않던것이라 다 저쪽에 밀어놓고 계획외에 산 썅수리를 갖고가기로 작심하고 수량제한없이 있는대로 상자에 조심조심 담았다.엄마도 함께 드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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