륙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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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필균의 시
2020년 01월 24일 06시 55분  조회:1990  추천:0  작성자: 륙도하

얼굴
 
  목필균

 
아들과 똑 닮은 여섯 살 손녀가
허리 잘록한 백설공주를 그린다
 
아버지를 닮은 나와
나를 닮은 아들
아들을 닮은 손녀의 이음줄
 
쳐진 눈썹, 하얀 피부
외유내강의 성품까지
유전자의 놀라운 대물림이다
 
아버지가 떠난 길 따라
나도 떠나고 나도
꼭 닮은 부녀가 걸어갈 길은
굽이굽이 넘어갈 세상살이
 
내가 그리기를 좋아하듯
공주를 그리는 아이를 위해
행복의 타율을 높이는 기도

매일매일 절절하다

 

6월의 달력
 
 목필균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 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는 걸

헤어짐의 골목마다
피어나던 하얀 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


잘 지내고 있어요

   목필균


그리움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묻게 한다

물음표를 붙이며
안부를 묻는 말
메아리 없는 그리움이다

사랑은 어둠 속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안부를 전하게 한다

온점을 찍으며
안부를 전하는 말
주소 없는 사랑이다

안부가 궁금한 것인지
안부를 전하고 싶은지

문득문득
잘 지내고 있어요?
묻고 싶다가

잘 지내고 있어요
전하고 싶다


사랑을 정리하며
                      - 편지함 

목필균


이제쯤 
엇갈리기만 하는 너를 정리해야겠다고 
편지함을 연다 

받은 편지함을 휘저어 보며 
과장된 말들을 골라내고 

보낸 편지함을 뒤져보며 
이별의 예감들을 솎아낸다 

이미 한 번 지워진 사연들이 
줄줄이 잡혀와서 
마지막 숨을 헐떡이고 있는 지운 편지함 

"선택된 메시지를 영구적으로 삭제시키겠습니까?" 
예(Y), 아니오(N) 

잠시 머뭇거리다 
예(Y)를 누른다 
다시 한번 가위질 당하는 
나만의 이야기들 

이제 영원히 놓쳐버린 것을 

 

잡초

목필균

 
일주일 만에 만난
텃밭은 잡초가 주인이었다
상추사이로
부추사이로
고추사이로
뽑히면 더 안간힘으로
자라는 잡초들
뜯기고 뽑히고 밟혀도
무성히 일어서는
삶의 뿌리들
이순고개넘어서서
호미들고 돌아보니
좋은 날보다
더 기억되는 어려웠던 시간들
캐 낼수가 없어
굽이굽이 고단한 세월 견뎌온
잡초같던 내가 보인다



빈 눈으로 서성거려 보지만 
가슴엔 미련이 선명하게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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