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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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표정 가꾸기론
2016년 06월 23일 08시 06분  조회:2592  추천:1  작성자: 채영춘

미모가 뛰여나지만 경망스럽고 오만무례하여 주변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인간추태를 우리는 일상에서 많이 본다. 부모가 준 선천적인 아름다움을 자신의 후천적인 노력으로 열심히 잘 가꾸어나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텐데 너무나 아쉽다.

절승경개를 자랑하는 연변의 천연적인 자연매력도 연변인들의 후천적인 인문풍토와 잘 어울렸을 때 연변의 표정은 찬란하게 빛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이 그렇지 못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아래의 코믹한 진풍경은 일전에 필자가 야외에서 겪었던 연변 인간상이다.

그날따라 모아산 주차장은 하산뻐스를 기다리는 등산객과 관광객들로 일대혼잡을 이루고있었다. 그런데 x선 뻐스는 웬 영문인지 떠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그 자리에 못박힌듯 서있는다. “쇼꿍궁(小公共)” 뻐스형체를 보아 언녕 페차수준의 헐망한 차였지만(연길시안에는 이런 “쇼꿍궁”뻐스가 적지 않다.) 승객들의 관심사는 뻐스가 아니라 운전석에서 코를 골며 자는 운전기사의 행태였다. 헐망한 운전석 차창밖으로 불결한 두발을 내뻗치고 잠에 빠졌던 운전기사는 지나가던 자동차의 경적소리에 놀라 깨여나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 소란스런 마당에 차분하게 잠을 청할수 있는 운전기사의 인내심이 놀랍다.

문제의 “코미디 동영상”은 이때부터였다.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뻐스안은 잠간사이에 탑승객으로 발을 디딜 틈도 없는데 한 조선족아줌마가 운전석뒤에 붙은 철궤를 용케 발견하고 거기에 걸터앉는다. 바로 이때 한족운전기사의 추상같은 불호령이 떨어진다. “당장 거기서 일어나지 못할가? 어디에 함부로 앉아!?” 깜짝 놀란 조선족아줌마는 황급히 일어서면서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변명한다. “난 …앉아도 되는줄 알고서…” 그런데 운전기사의 호통은 계속된다. “제기랄, 보면 몰라!”

그 철궤는 누가 봐도 공구상자따위에 불과하다. 차안의 승객들은 운전기사의 험상궂은 표정과 거칠은 언행을 어이없이 지켜볼뿐이다.

다음 정류소에서 또 승객 몇명이 오르면서 이번에는 점잖은 스타일의 한족아줌마가 그 “문제”의 철궤우에 털썩 주저앉는다. “당신, 거기서 당장 일어나!” 기다렸다는듯이 운전기사의 호통이 또 떨어진다. 화들짝 놀라며 철궤에서 물러난 한족아줌마는 게면쩍게 웃으며 “아, 앉으면 안되는 자리였구만. 어떤 차는 앉게 하더마는 …” 하고 중얼거리는데 운전기사의 면박이 계속 이어진다. “앉기는 어데 앉아, 자각이 없는 사람 같으니!”

그런데 한족아줌마의 낯색이 례사롭지 않다싶더니 운전기사쪽으로 다가서며 한마디 따끔하게 내쏜다. “아니, 그럼 그렇다고 조용히 말할게지 어디에 대고 고함치며 란리야!”

(옳지, 바로 그거다!) 필자를 포함한 차안의 승객들의 한결같은 반응이였다. 그 철궤는 여차여차한것이니 앉지 말아달라고 조용히 귀뜀해주면 끝날 일이였는데 운전기사의 몰상식으로 일이 걷잡을수 없이 터진것이다.

한족아줌마는 아예 작정하고 운전기사 곁에까지 접근해가더니 거칠게 몰아붙인다. “수양이 없이 너 어디에 대고 X행패야? 저기에 앉으면 안된다고 써라도 놨어?”

이건 완전히 역전 드라마였다. 기세등등하던 운전기사가 이번에는 완전히 수세에 몰려 전전긍긍하는 꼴이 돼버렸다.

그쯤하고 함구했더면 한족아줌마는 정의의 “녀성스타맨”으로 우러러 보였을수도 있었다. 하지만 운전기사에 대한 한족아줌마의 카랑카랑한 욕설사례가 “마라톤”으로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아줌마도 운전기사와 별반 다르지 않게 구겨지면서 승객들의 눈살을 찌프리게 하였다. 운전기사와 아줌마는 누가 옳고 그름이 아닌 똑같은 꼴로 각인되고말았다.

아름다운 모아산의 초여름 황홀경에 매료되여 즐거웠던 기분은 공공뻐스안 막장드라마로 싹 잡치고말았다. 페차수준의 뻐스도 꼴불견이지만 그 차안에서 벌어진 연변인들의 거칠은 마찰음 또한 페차수준에 맞먹는 꼴불견이 아니고 무엇이랴!

연변의 선천적인 자연생태의 경치와는 너무나 색상이 틀린 후천적인 인간행태의 스캔들이 연변의 표정을 어둡게 하고있는것이다.

모아산 행선지에서 목격한 “코미디”가 우연하게 발생한 “꼴불견”이 아니라는것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있다. 연변의 매력적인 자연경관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못하는 인간삶의 치부(耻部), 우리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일부 연변인들에 의해 외부인들앞에 로출된 아름다운 연변의 표정은 찌그러져가고있다. 후천적인 몰상식, 몰렴치가 선천적인 아름다운 표정에 금이 가게 하고있는것이다.

국내외에서 연변을 찾는 관광객과 오래동안 해외에서 로무자로 근무하다가 귀국하는 연변인들에게 연변표정의 첫 검색은 하늘에서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릇 하늘길을 타고 연변으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하늘에서 본 연변의 엇갈린 명암이 서서히 눈에 안겨온다. 려객기가 연변경내에 들어서면서 록수청산의 아름다운 자연 생태 피복이 펼쳐지면서 탑승객들이 한결같이 감탄사를 련발하는가싶더니 연길공항으로 기수를 꺾으면서 점차 도시의 란개발로 처참히 훼손된 삼림과 록지의 헐벗은 모습이 하나, 둘 적라라하게 눈을 자극하며 승객들의 량미간을 찌프리게 한다. 활주로로 착륙하기전 시안의 고층건물 옥상들에 추접스럽게 방치된 건축물쓰레기와 생활쓰레기들이 전국 100강현도시 이미지를 흐리는 치부전시장으로 조명받고있다. 땅우에서 본 도시와 사뭇 틀린 광경에 얼굴이 붉어질수밖에 없다. 착륙한 후 공항의 경직된 통관절차와 서비스수준이 해외공항에서 받았던 좋은 인상과 대조적으로 로출되면서 수년만에 고향에 돌아온 해외 로무자들은 실의를 느낀다.

공공뻐스, 택시, 자가용 승용차와 더불어 운전기사, 승객, 교통경찰 또한 연변표정의 풍향계, 전도사로 통한다. 차의 안팎이 불결하기 짝이 없는 “쑈꿍궁”뻐스, 기분 잡죄는 불편한 냄새로 진동하는 택시, “인간위주”가 아니라 “차량위주”로 설계된 교통신호등 교체시스템과 함께 란폭한 뻐스운전기사, 비위생적인 택시기사, 몰상식한 승객들이 찌그러진 연변표정을 완벽하게 각색하고있는것이다.

연변표정은 연변사람들이 가꾸어야 한다. 연변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업종, 직종의 매 한 사람이 연변표정미용사의 자세를 갖추었을 때 연변은 “선천적인 아름다움+후천적인 인문문화”의 완벽한 맞물림으로 연변의 매력지수를 한껏 부풀릴것이고 세상은 연변을 정중하게 대할것이다.

연변표정 가꾸기, 이제부터다!

연변일보 2016-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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